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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 상과 네뷸라 상을 쌍으로 타고, 책도 왕창 팔린 원작을 각색하면서 나름대로 인기를 끌고 있던 데이빗 린치가 감독으로 참여해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가수 스팅도 배역을 하나 맡아서 참여했습니다. 이 영화 "듄"은 거대 괴수가 사는 거대한 사막 모래 행성을 중심으로 우주 저편의 황제와 세 가문이 각축전을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중심 내용은 마왕이라 할만한 일당들의 흉계로 이 모래 행성에 버려진 왕자가 다시 이 지옥에서 돌아와 자신의 나라를 되찾으려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 ("듄"의 시작장면) 가문과 영주, 귀족과 인종차별 분위기가 만연한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으므로 이 영화는 바로크 시대 이전의 중세적인 느낌을 풍기게 했습니다. 그것도 동화풍의 발랄한 중세풍도 아니요, 기사와 귀부인의 낭만이 흐르는 중세풍도 아닌 어두컴컴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담았습니다. 가죽옷들과 검은색상, 창백한 피부와 절제된 감정은 요즘에 소위 "고딕" 분위기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여기에 원작에 깔려 있던 사막 행성을 아랍 문화와 연결시켜서 십자군 전쟁 무렵의 이슬람 전설, 문화 요소들을 몇몇 집어 넣었고, 종교적인 구도 분위기와 심각한 정신적인 고뇌의 느낌을 슬쩍 흩뿌렸습니다. 따라서 "듄"은 다양한 계략과 음모, 전술과 모험은 팍팍 줄어 들었습니다. 대신에 거창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와 칙칙한 하늘아래 운명, 구원, 예언 등등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펼치는 부분이 강화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라기 보다는 암담한 분위기로 만든 검과 외계 행성 이야기 Sword and Planet 로 기울어진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정말 전형적인 검과 외계 행성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거대한 기계 무기들과 다양한 장비들을 이용하는 면이 굉장히 커서 확실한 구분점은 있습니다만. ![]() (초광속 비행을 위해 대기하는 우주선) 영화의 결과는 그리하여, 앞부분은 상당히 볼만하고 뒷부분으로 가면 갈수록 싱거워지는 형태 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 공간에 거대한 배우의 모습이 나오고 메아리가 섞인 신비로운 목소리로 차분하게 배경에 대해 읊어주는 장면은, 정말 무슨 장구한 경전의 첫 장을 들려주는 듯한 멋이 있습니다. 몽환적인 느낌과 신비한 표현들은 눈길을 끌고, 심각해 보이는 사람들의 시적인 대사들은 적절한 연기에 어울리게 잘 잡혀 있습니다. 우주의 여러 문명 형태를 보여주는 모습에는 잘 꾸민 정교한 멋이 살아있는 부분도 있고, 살짝 변태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호기심을 끄는 부분도 있습니다. 서서히 영화속에 관객을 빨아들일만 합니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배신, 음모, 기습, 반격 같은 액션과 갈등들이 펼쳐질 때 일어납니다. 긴장감을 줄만하고 조마조마한 느낌을 줄 수 있을 만한 음험한 흉계들은 그냥 "초능력 때문에 머리가 아파, 머리가 아파" 하는 분위기로 두통약 광고할 때 쓰는 사진 같은 배우 표정으로 계속 때웁니다. 단순히 열쇠를 이쪽 손에 쥐느냐, 저쪽 손에 쥐느냐로 관객의 주목을 받던 "오명 Notorious"의 연출이나, 주인공이 신발을 안 신었다는 것을 최고의 갈등으로 끌어올린 "다이 하드"의 연출과 "듄"의 연출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 (황제 앞에서) 사막 모래판에 버려진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 끝에 세력을 규합하는 장면은 설득력을 갖게 하기 위해 정성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고난과 역경을 잘 묘사해야 합니다. 소수 정예 병력으로 대군을 이기는가 하는 아이디어들도 잘 조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줄거리가 정교하든지, 연기와 연출에 박력이 있든지해서 공감을 이끌어내야만 할 것입니다. "미션"에서 주인공이 마음을 고쳐 먹는 부분이나, "동의보감" 소설에서 허준이 물떠오는 중국어권 권법 영화 비슷한 부분은 바로 이런데 공을 들인 장면일 겁니다. 화려한 큰 사건이 벌어진다거나 극적으로 절정이나 파국에 자리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중요한 전환점을 설득력있게 묘사하는 것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중간 장면에서 주인공에게 충분히 공감을 했을 때, 바로 절정 장면이 되는 주인공이 세력을 규합해 다시 자신을 내버린 세력과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 멋지게 살아날 것입니다. 관객들도 주인공의 귀환을 응원하며 통쾌해 할 것입니다. "듄"은 주인공이 세력을 키우는 장면을 그냥 대강대강 육군 훈련소 선전 동영상처럼 설렁설렁 넘어가서 이런 느낌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복선과 중심소재를 멋드러지게 활용하는 괴수 총출동 장면은 무척 좋은 소재였습니다. 그렇지만 중간 장면이 워낙 힘없게 넘어갔기에 소재만큼 멋져 보이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이 부분은 특수효과나 장비들의 움직임까지도 약합니다. 나쁘지는 않지만, 앞부분의 거대한 장엄함과 환각적이고 몽환적인 신비로움을 동시에 보여준 초광속 비행 장면등에 비하면 힘없는 편입니다. ![]() (괴수 총출동) "듄"은 그럴싸한 미술적인 설계들이 일관된 흐름을 주는 가운데, 약물에 취한 사람들을 이용해 초광속 비행을 해내는 문명과 끝없이 펼쳐진 사막 행성에 감도는 이슬람풍의 고즈넉함 등등이 묘하게 어울어진 영화입니다. 신비감을 주는 전자 음악 역시 이런 분위기를 잘 유지해 줍니다. 그런 장점들이 이 이야기를 지켜 보면서 차근차근 받아들이게 되는 영웅 서사시를 표현하는데는 조금밖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운 점입니다. 영화를 짧게 만들려고 마구 잘라낸 결과, 이야기에 부실한 점이 많이 생겼다는 핑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째로 덜어내도 문제가 없을 법한 곁가지 이야기들이 남아 있는 것을 봐도 그렇고, 남아 있는 장면 하나하나의 액션 연출이 부족한 점을 봐도 그렇고, 영화를 길게 놔 뒀어도 현격히 더 좋아졌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듄"은 다른 여러 부분 보다, 이 신비롭고도 기괴하고 심각한 세계에서 장중한 꿈 같은 기분을 가져보는 것 자체의 재미가 앞섭니다. 혹은 원작 소설이나 컴퓨터 게임판으로 내용이 어느정도 익숙한 관객이라면, 좋은 삽화나 책표지그림을 감상하는 느낌으로 즐길 수도 있을 겁니다. ![]() (스팅) 그 밖에... 영화는 별 흥행은 못했습니다만, 이 영화의 영향은 작지 않습니다. "듄"과 전설적인 컴퓨터 게임 "듄2"가 이 영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고, 컴퓨터 게임 "듄2"는 "커맨드 앤 컨쿼"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같은 비슷한 형식의 게임을 나오게 하는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그런 게임들 중에서 "스타크래프트"는 대한민국 문화사에 끼친 힘도 상당합니다. 훈민정음 만큼은 안되겠지만 측우기나 자격루의 영향보다 작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 ![]() ![]() (mobygames.com에서 가져온, 컴퓨터 게임 듄의 모양새) ![]() ![]() ![]() (mobygames.com에서 가져온, 컴퓨터 게임 듄2의 모양새) 영화에 나오는 복잡한 용어들을 설명해주기 위해 관객들에게 "용어설명표"를 나눠 줬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용어설명표"를 나눠 줄 만큼 중요한 내용들이 있다면, 영화 내에서 설명해주는 것이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VX가스"가 뭔지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더 록"의 도입부를 보고나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뿐만아니라, 기억하고 느끼게 되는 것은 한가지 예일 것입니다. 이번 글은 기억이 흐릿한 부분이 몇 군데 있어서 잘못생각한 부분이 꽤 있을지 모릅니다. 의견이 다르다거나 잘못 쓴 부분이 있으면 적극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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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카니지/ 감사합니다.
m..
by 게렉터 at 08:42 Film 2.0 07년 2월호(321.. by 볕뉘 at 07/22 http://www.dvdprime.. by miziwang at 07/21 어제나 저제나 하고 기.. by shuha at 07/21 음 별로 공감은 가지 않지.. by 곰돌군 at 07/21 잘 읽었습니다~ by kisnelis at 07/21 으아 제가 읽은 것중 가장.. by 살모넬라 at 07/21 다행히도(?) 스토리는.. by 잠본이 at 07/20 조무래기 처리하는 부분.. by 타누키 at 07/20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 by 예영 at 07/20 창이: 정체를 드러내보.. by 동사서독 at 07/20 기대했던 리뷰 감사합니다. by 뚱띠이 at 07/20 이걸 보고 나니 [다찌마.. by marlowe at 07/20 멋진 리뷰 항상 감사드.. by 더카니지 at 07/20 학창시절에 가장 흥미롭.. by 냐옹쟁이 at 07/19 브이에 관한 글을 살펴.. by 짱깨 at 07/18 이거 낚시할때 팁 있습니.. by 요하니 at 07/18 아롱쿠스/ 정말 박동룡 .. by 게렉터 at 07/18 너무 소심하신 것 같습니.. by ydhoney at 07/17 31-2 애피소드는 환상여.. by 냐옹쟁이 at 07/15 최근 등록된 트랙백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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