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도 가네: 카고 컬트 cargo cult 를 중심으로 Mondo Cane 영화

"몬도 가네"라는 세계적인 흥행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이제 우리 말 표현 중의 하나로 남용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개고기를 먹는 문화를 비판적으로 말할 때 "'몬도가네'스럽다." 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몬도 가네"라는 표현만큼 자주 들을 수 있는 반론이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인들이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해 거위를 학대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봅시다. 개고기 문화와 푸아그라 문화를 비교하는 것은 누가 먼저 시작한 것입니까. 정답은 불분명합니다만, 어쨌거나 이 역시 다름 아닌, 이탈리아 사람들이 45년전인 1962년에 만든 그 영화 "몬도 가네" 속에 바로 그대로 들어가 있는 내용입니다.

"몬도 가네"는 무시무시해 보이는 공포 영화스러운 표지로 선전되었습니다만, 한국 출시판을 기준으로하면, 정말 공포 영화처럼 잔인하고 징그러운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자극적인 영화이긴 합니다만, 오히려 일상적인 장면이 많은 편입니다. 이 영화에 실린 세계 각지의 모습을 모두 열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호주의 맨리 비치)

1. 이탈리아의 미국에서 출세한 마을 출신 배우에 대한 성대한 기념식
2. 미국의 유명인사에게 몰려들어 옷을 벗기는 극성팬들
3. 뉴기니 여자들의 남자 짝 잡기 놀이
4. 리비에라의 해군 남자 병사들을 유혹하는 아가씨들
5. 뉴기니의 사람 젖을 먹여 기르는 아기 돼지
6. 뉴기니 산악 지역의 기아에 시달리는 부족이 5년에 한 번 벌이는 먹자파티 축제
7. 미국의 애완견 전용 공동묘지
8. 대만의 보신탕집
9. 이탈리아의 부활절 병아리 염색
10. 프랑스의 푸아그라 거위 학대

11. 일본의 맥주를 먹여 기르는 소와 소 안마
12. 비스마르크 군도의 미녀 살찌우기
13. 미국의 살빼기 헬스 클럽
14. 홍콩의 식용 도마뱀, 자라를 파는 시장
15. 미국의 곤충 별미 식당
16. 싱가포르의 뱀요리 장사
17. 이탈리아의 뱀을 들고 행진하는 축제
18. 이탈리아의 예수 수난을 따라하는 자해 축제
19. 호주의 여자 해상 구조대원 기념식
20. 비키니섬 근처의 환경오염으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나비, 새, 망둥어, 바다거북

21. 말레이지아의 샥스핀 용 상어 사냥으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
22. 이탈리아의 납골당 유골 관리 가문
23. 독일의 술취한 사람들
24. 일본의 안마 시술소
25. 마카오의 지전을 태우는 장례식 문화
26. 싱가포르의 호스피스
27. 미국의 폐차장
28. 프랑스의 폐차 고철 예술품
29. 체코슬로바키아의 사람몸에 묻힌 물감으로 그림그리는 전위 예술가
30. 하와이를 찾아온 유럽계 노인 관광객들

31. 말레이시아의 구르카 병사들이 여자로 분장하고 춤추는 축제 및 소 제물 바치기
32. 스페인의 투우
33. 뉴기니의 카고 컬트


(해군 병사들을 바라 보는 반응)

"몬도 가네"는 사실 "몬도 카네" 혹은 옛날식으로 옮기면 "몬도 까네"라고 되어야 할 이탈리아어 제목 "Mondo Cane"에서 온 말입니다. mondo는 세상 이라는 뜻이고, cane는 개라는 뜻이니, "개 세상" 쯤이 되고, 영어 제목으로는 "A Dog's Life" 라고 불리우기도 합니다. 가볍게 푸념하는 어조로 "이런 개같은..."이라고 읊조리는 정도의 어감인 듯 들리는 표현인 듯 합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세계 각지의 기이한 풍물들을 짧게짧게 연결해서 주욱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물론, "충격적일 수 있지만 모두 사실 그대로입니다" 어쩌고 하는 심각한 선전과 도입부에 비해서는 살짝살짝 연출도 들어가 있고, 적당한 과장도 끼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사람들에게 자극적이고 기괴한 것을 보여줘서 흥행을 하려는 다큐멘터리의 시조로 언급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 시조 "몬도 가네"는 정말 대단하게 괴기스럽지는 않습니다. 호스피스 시설은 다만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처량한 얼굴 표정을 보여주는 것 뿐이고, 예수의 수난을 따라하는 자해 축제도 정말로 피가 과하게 철철 넘쳐 흐르는 모양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독일의 술취한 사람들이나 하와이에 온 관광객들, 호주의 해상 구조대원 기념식 같은 많은 장면들은 특별히 아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들일 뿐입니다. 다만, 이빨, 숨을 헐떡이는 모습, 공허한 눈동자를 적절히 큰 화면으로 잡고, 푸른빛이 감도는 떨리는 촬영으로 표현해서, 사소한 일상속에서도 묘하게 어두운 느낌을 서리게하는 기술이 여기저기 들어갔을 뿐입니다.


(하와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대로 잔인한 장면은 구르카 병사들이 축제에서 소를 제물로 바치는 장면 하나 뿐입니다. 이것도 몇몇 채식주의 선전 영화나 동물 애호 영화들에 비하면, 단칼에 소를 내리치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그렇게 끔찍하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내용상으로 보면, 나름대로 무게도 있습니다.

스테이크 식당 TV광고를 보면, 젊은이들이 좋은 옷을 입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면서 방실방실 웃습니다. 그 장면을 위해서, 항상 마장동에서는 무심하게도 잔혹한 일이 벌어져야 합니다. 그에 비하면, 구르카 축제에서는 소의 목숨을 빼앗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마음에 새기는 가운데 엄숙하게 일을 치릅니다. 그렇다면, 사실 이 소 잡기는 피는 많이 튀길지언정, 우리 일상 생활보다 좀 더 애정이 서려 있기까지 합니다.

그리하여, 물론 이 영화는 흥행을 위해서 자극적이고 기이한 면을 강조해서 선전했고 그런 장면들을 깔아 놓았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전체적으로보면, 생각할 만한 문제들이 좋은 연출로 잘 포장된 모범적인 이야기거리를 찾을 수 있는 영화임에도 틀림 없습니다. 이러한 좋은 점들에 대해서는 몇가지 형식적인 특징을 살펴 볼만합니다.


(안마시술소)

당연히 첫째는 최고 수준에 달한 이 영화의 음악입니다. 이 영화에는 "More" 라는 제목이 붙은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주제 음악을 중심으로 몇 가지 주제들이 그 형식을 바꿔가며 부드럽게 영화속에 이어지며 펼쳐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의 음악은 "그것이 알고 싶다"나 "PD수첩"처럼 긴장감을 높이고 공포감을 자극하는 분위기와는 아주 다릅니다. 이 영화의 낭만적인 음악은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다양한 세상의 여러 풍경들을 그대로 가볍게 인정하는 태도로 느껴집니다. 전체적으로 문화 상대주의에 대한 관점을 중심으로 유지하기도 하고, 이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인간으로서 감정과 관습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절감하는 느낌도 납니다. 좀 더 나가면 낭만적인 니힐리즘이나 노장사상, 불교풍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음악은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각각의 내용에 대해 관조적인 태도와 부조리를 풍자하는 태도, 우스꽝스럽게 조롱하는 태도, 동정심을 자극하는 감상 등등을 다채롭게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특히 몇몇 부분에서 이렇게 음악이 부드럽게 변해서 장면 속의 원시적인 부족이 연주하는 북소리와 춤동작과 어울리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은 자연스럽고도 오묘해서 참 듣기 좋습니다. 음악으로 사람을 거북이에게 감정이입 시키는 비키니섬 인근의 바다 거북 장면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술에 취해 모든 것을 잊고 춤을 추는 사람과 음악이 다양하게 변하며 맞아들어가는 장면은 작곡상의 백미입니다.


(술에 취해나 보세)

둘째는 음악과 함께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고 화면과 사연을 이야기해주는 해설입니다. 이 영화는 영어권 관객을 염두에 두고 영어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더군다나 자극적인 유행으로 돈을 벌어보는 욕심이 넘치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해설에는 어쩔 수 없이 영국, 미국 문화 중심적인 태도가 듬뿍 들어가 있습니다. 유머와 쉬운 전달을 위해서 인종차별과 오만한 고정관념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 영화의 해설은 특별히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같은 둔중한 주장이나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같은 가치 판단이 따르는 감정과는 거리를 둡니다. 전체적으로 각각의 내용에 대한 건조한 설명입니다. 거기에 간혹 가볍게 즐기고 호기심있게 관찰하는 풍자 분위기를 약간 냅니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들려주는 말과 주장으로 관객을 이끌려고 하는 분위기를 배제 했습니다. 노골적으로 어떤 지식이나 주장을 내세운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세상만사의 모습과 감정을 내뿜는 음악으로 관객 스스로 감상과 호기심에 빠져드는 분위기를 연출 했습니다. 그리하여, 인류의 윤리와 미의식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유도합니다. 이것은 신기한거 한 번 구경하려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저마다 인류학이나 기술문명사에 대한 호기심을 환기하는 괜찮은 구성이 되었습니다.


(소에게 안마를 하는 일본 농부)

셋째는 부드럽게 내용들을 연결하고 "황금가지"처럼 인류의 문화를 비교하는 재미를 주는 편집입니다. 호기심을 주는 장면 장면들은 자연스럽게 비교, 대조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순서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신속하게 세계 반대편의 다른 구경거리를 보여주면서도, 같은 심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애완견 전용 공동묘지 이야기는 빠르게 대만의 개고기 식당으로 건너뛰고, 이 개고기 식당은 이탈리아에서 부활절 상품으로 병아리를 염색하는 공장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이탈리아의 종교적인 자해 축제 때문에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졌다 싶으면, 호주의 해상구조대 이야기로 밝고 명랑한 분위기로 건너가고, 독일의 술취한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삶의 희로애락과 인생의 한계를 조명할 수 있도록 경쾌한 흐름에 맞혀 울적한 모습과 밝은 감정을 함께 보여줍니다.

이런 내용 구성은 영화가 자극적인 장면의 나열에 그칠 뿐 아니라, 연결되는 호기심을 생기게 합니다. 그리고 어떤 줄거리를 따라가는 듯한 긴장감을 줍니다. 추장의 마음에 들기 위해 살을 찌우는 비스마르크 군도의 여성과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 헬스클럽의 여성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며 차례로 보여준 부분은 이런 다큐멘터리의 구성의 표준입니다. 싱가포르 호스피스 시설의 사람들의 서글픈 표정과 그 밖의 시민들의 즐거운 표정을 번갈아가며 대조해 보여주는 장면은 이후 수없이 많은 TV제작자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을 겁니다.


(해상구조대)

음악, 해설, 편집이 어울린 연출의 백미는 역시 비키니 섬 인근의 동물들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나비 - 새 - 바다 거북의 차례로 점층법 구성으로 갖고 전개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이 펼쳐집니다.

바다를 항해하는 제작진은 바다위에 떠다니는 끝없이 늘어선 하얀 꽃잎 같은 것을 따라서 항해했다고 주장합니다. 그 꽃잎 같은 것은 사실은 핵실험 방사선으로 모조리 죽게된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하얀 나비입니다. 아름다움과 환상적인 느낌과 비극적인 상황이 연결된 가운데 섬에 도착하면, 알을 품는 많은 새들이 있습니다. 하늘 가득한 새들은 사람들에게 생명력을 느끼게 하고, 이들이 품고 있는 알은 또다른 생명에 대한 기대를 낳습니다. 하지만, 처연한 음악과 함께 들려오는 해설은, 이 새들은 오염이 되어 낳을 때 부터 죽어 있는 알을 낳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새들은 깨어날 가망도 없는 죽은 알을 아무것도 모르고 부질없게도 소중히 품고 있다는 극적인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그리고, 곧 이야기는 바다 거북으로 넘어갑니다. 힘겹게 알을 낳은 바다 거북은 오염으로 방향감각이 이상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바다로 돌아간다고 간 것이 그냥 모래판에서 헤메고 만 것이 됩니다. 그리고 그 모래판에서 바다 거북은 바다에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끝없이 바동거리며 허우적대면서 헤엄치는 시늉을 합니다. 결국 바다 거북은 그러다 힘이 빠져서 새들의 밥이 되어 버립니다. 바다거북 한 마리가 죽는 이 짤막한 이야기가 사람에게 감정 이입되어 전달 되면, 동정심과 공감에서부터, 데카르트에서 카뮈에 이르는 온갖 철학을 들먹일 수 있는 소재로 화할만 할 것입니다.


(바다거북)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제한된 세계관 속에서 제한된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의 여러 모습을 관조하는 모양새 입니다. 냉소적으로 비아냥 거린다기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감상적인 태도입니다. 인생살이 백년을 살겠는가, 취해나 보세 하는 동정적인 시선이 강합니다. 이런 세계와 인간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감정이 건조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와 어울립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극적인 장면들로 원초적인 재미도 주는 모습은 이 영화의 멋입니다. 이상한 장면 보여주는 것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만들어진 이 영화의 아류작들이나 온갖 다양한 "충격적 다큐멘터리 영상"이 감당해내지 못하는 멋진 도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영화의 태도가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뉴기니의 카고 컬트 입니다. 카고 컬트, 혹은 화물 숭배는 2차대전 직후, 남태평양 섬의 원시 부족들에게서 관찰된 종교 현상을 일컫는 말로, 비슷한 예를 세계 도처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뉴기니 여자들의 남자 짝 잡기놀이)

2차대전 당시 일본군과 미군의 전투가 남태평양을 배경으로 벌어지면서, 이들 원시 부족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거대한 금속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들은 이 비행기를 외계인의 비행접시 내지는 하늘을 나는 용, 봉황, 혹은 천사, 악마, 신의 사도, 요괴 등등으로 상상하며 경이로워 했습니다. 그런데, 이 비행기들 중에는 미군 보급품을 공수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비행기는 미국에서 만든 기이한 옷과 식량들을 풍족하게 뿌렸고, 우연히 이것을 입수한 원주민들은 하늘에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떨어져 내리는 이 놀라운 현상을 신의 축복으로 여기며 감격하고 즐겼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게 되자, 더 이상 수송기는 물자를 뿌리지 않았고,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원주민들은 다시 한 번, 신들이 보내는 하늘을 나는 천사 비행기가 나타나 식량을 뿌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했습니다. 원주민들은 결국 우리가 보기에는 몹시 기이한 일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이 비행기와 비행기에 관련된 것들을 신과 천사에 관한 종교적인 대상으로 숭배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비행기를 부르는 주술적인 부적, 상징물, 사원을 만들었습니다. 그 모양은 원주민들이 비행기를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한 활주로와 관제탑이었습니다. 원주민들은 자갈돌과 지푸라기, 덩굴과 나무로 활주로와 관제탑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었습니다.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만든 항공관제 요원 장비를 몸에 걸친채 비행기를 유도하는 광경을 흉내내는 종교 의식을 행합니다. 그리고 모든 부족이 이 활주로 모양의 나무 사원이 다시 한 번 신들이 보내는 천사 비행기가 나타나 하늘에서 식량이 쏟아지기를 간곡히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푸라기 허수아비로 만든 비행기 모양을 모셔 놓고 하늘을 바라보며 빌고 또 빕니다.


(비행기 모양의 상징물)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비행기 화물 숭배를 위해 원래 하던 생업을 내팽개치고, 나무 관제탑과 덩굴 전선을 만드는 일에만 몰두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늘이 우리의 염원을 들어주면 곧 비행기 천사가 나타나 풍성한 화물을 비처럼 쏟아지게 할 터인데, 나무 열매 따고 동물 사냥하는 일 따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열정을 바친 것입니다.

카고 컬트는 그 무지와 오해가 기이한 호기심과 측은함, 비웃음을 살만해서 세계적인 화제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이 카고 컬트가 우리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문화적인 감성으로 대응을 하는가 하는 예시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즉 종교와 관습이 탄생하는 극적인 표본으로 주목 받았던 것입니다. 하나의 보편타당한 종교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과정을 생생히 지켜보고 기록할 수 있는 볼거리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사주팔자, 전생체험에서 황우석에 이르기까지 우리 스스로가 갖고 있는 다양한 경험과 믿음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생각에 대한 의심과 고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은, 결국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라는 점에서, 뉴기니의 부족과 서울 시민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아련한 서글픔을 자아냅니다. "몬도 가네"의 마지막 장면은 이런 면에서 성공적입니다.


(성조기를 걸어 놓고 정성을 드리는 사람들)

카고 컬트는 도처에서 발견되며 다양한 양상으로 변형되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전쟁 후에도 운영되는 공항 옆에 사는 부족들은 자기들의 활주로 사원에는 비행기가 오지 않고, 미군이나 호주인들이 운영하는 비행장에는 비행기가 오는 것에 울분을 느꼈습니다. 하늘에서 오는 비행기와 그 화물을 끝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미군과 호주인들이 기술적으로 발전하고 부유해 졌다고 원주민들은 생각했습니다. 그런 바뀐 인과관계때문에, 그들은 미군과 호주인처럼 잘살기 위해서, 반드시 비행기를 자신들을 향해 오게 해야 하며, 더욱더 정성을 쏟아 다양한 방식으로 비행기를 향해 기도했습니다. 신들이 보내는 비행기를 호주인들이 가로채지 못하고 자신들이 받아야 한다고 꿈꾼 것입니다.

기독교 문화가 어섬프레하게 전파된 곳에서는 성경 묵시록에 나오는 최후의 심판, 천년왕국 이야기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기적"인 비행기와 융합되었습니다. 즉, C-97 계열 수송기 비행기 편대를 몰고 그리스도가 재림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모든 비행기가 천년동안 원주민들에게만 오고 원주민들은 하늘에서 오는 온갖 풍요롭고 진귀한 물자들을 사용하며 유럽계 정착인들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튼튼한 뿌리가 있는 종교에 기댄 믿음은 아직까지도 일부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도 남태평양 섬으로 선교여행을 떠난 한국인 선교사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알려 주려고 왔다"고 하면, "비행기를 보여 달라"고 하는 원주민을 만났다고 경험담을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비행기를 보다)

또다른 예로는 존슨 컬트를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미군들의 문명에 놀라움과 위대함을 느낀 일부 부족들은 미군 군복을 종교적인 제사장의 옷으로 삼았고, 미국 국기와 미군에 관련된 표시들을 종교적인 경배물로 여겼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나무로 만든 총 모양의 모형을 들고 미군처럼 행진하는 것을 종교 의식으로 행하며, 존슨 미국 대통령을 숭배했습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미군처럼 강해져서 다른 유럽계 정착민보다 우월해지기 위하여 "미국"신에 기도했고, 그 절정으로 마치 종교의 입교식이나 중요한 통과제의를 행하듯이, 존슨 대통령에게 "투표"하기 위해 백방으로 간곡히 노력했습니다.

고대 외계인을 이야기하는 UFO 단체들이나, 무지한 미신을 타파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카고 컬트를 무지의 상징으로 제시했습니다. 대중적인 TV 역사물에서는 조선말엽 서양의 신형 군함에 대항하기 위해 겉모습만 외국 철갑 군함처럼 생긴 배를 만들었던 일이나, 두루미의 깃털로 된 배를 만들었던 일이 카고 컬트처럼 포장되어 설명되기도 했습니다. 눈꺼풀을 두겹으로 만들기 위해 살갗을 조금 자르는 것이 폭발적으로 유행했던 성형수술 문화나 영어 발음을 좋게 하고자 혀 근육을 절제하는 유행 같은 것을 카고 컬트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인과 관계를 무시하는 정부 정책이나 기업 운영, 특정 국가나 인물에 대한 사람들의 막연한 믿음을 비난하는 비유로 카고 컬트를 사용하는 주장들도 많습니다.


(미군 흉내를 내는 모양의 종교의식)

그렇습니다만, 카고 컬트는 역시, 세계의 기이한 볼거리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보겠다고 극장에 몰려든 사람들의 원초적인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 한계에서 감도을 줍니다. 좀 징그럽고, 좀 잔혹하고, 좀 무섭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영화를 보러 갑니다. 신기한 것에 대한 인간의 본능과 행동은 누구나 공감할만큼 인상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뜨겁고 위험한 불을 피워서 다양하게 활용했고, 그 결과 요즘에는 돌들을 위태롭게 쌓아놓고 그 틈새에 들어가 살면서 아파트라고 부르고 융자금을 걱정합니다. 비행기와 비행기의 수송 화물을 본 원주민들의 경외감과 신비한 심정은 바로 신기한 영화에 궁금함을 갖는 관객의 감흥에서 멀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몬도 가네"의 마지막 장면 연출은 찍어 놓은 재료에 비해 무척 좋습니다. 조금의 볼거리와 사람들의 얼굴 표정만으로 종교적인 회의와 신비주의적인 운명, 무엇보다 지구에서 북적거리며 저마다 자신의 삶을 갖가지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에 대한 애정을 보여줍니다.


그 밖에...

카고 컬트는 카고 컬트 이야기를 내용 전체로 하고 있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 소설부터, "매드맥스" 시리즈에서 "우뢰매" 5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SF물들의 아이디어로 무던히도 활용되었습니다. 한국 소설 중에는 듀나의 "집행자", "어른들이 왔다"가 비슷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 납니다. "부시맨" 영화시리즈도 카고 컬트와 닮은 예시가 될 겁니다.

잘라내기 좋은 형식의 영화이므로, 나라별로 갖가지 방식으로 잘린 판이 나돌아 다니는 영화입니다. 게다가 VHS, DVD, 출시 시기에 따라 내용이 다르기도 합니다. 이 잘린 내용을 비교하는 것만으로 "몬도 가네" 같은 문화 비교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을 법할 정도 입니다. 제가 본 것은 얼마전에 심야 다큐멘터리로 끝없이 방송되던 한국 케이블TV 방송판인데,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극장 개봉 등급에서 미국, 영국은 R등급, 이탈리아, 서독은 18세 등급, 핀란드, 노르웨이는 16세 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15세로 출시된 적이 있으며 중고생 단체관람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이 영화에서 충격적일 듯한, 개고기나 뱀요리 같은 것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나도는 것이고, 돼지 내장을 축구공처럼 차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 영화가 나오던 때에 우리나라 시골에서도 항상 있었던 일이라는 점을 생각할만 합니다.

이 영화의 폭발적인 흥행의 힘은 막강해서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게 했으며, "몬도"로 제목이 시작되는 아류작이나 비슷한 방식의 "쇼큐멘터리" 영화도 왕창왕창 나왔습니다. 내용은 갈 수록 기괴해지고 정말 심하게 잔혹해 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몬도 가네" 1편이 단연 나은 편입니다. 방향이 상당히 다른 "홀로코스트"나 "블레어 윗치" "목두기 비디오" 같은 공포물도 "몬도 가네"의 간접적인 영향권안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음악이 무척 낭만적이고 아름다워서 가사 붙인 판으로 많은 가수들이 불렀습니다. "More" 라는 곡인데, 바로 볼 수 있는 The Superemes 의 노래를 링크해 보겠습니다.


핑백

  • 게렉터블로그 : 만들어진 신 The God Delusion 2007-07-31 08:04:19 #

    ... 찰하고 분석하는 태도로 이야기를 해나갔다거나, 참신한 소재와 자료를 좀 더 많이 소개해 주었다면 더 좋았지 않았겠나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예를 들면, 중간에 언급되는 "카고 컬트" 이야기를 좀 더 깊게 다루면서, 진화론을 토대로 구체적인 설명하는 이야기가 풍부해졌다면 싶습니다. 그 밖에... 인도 출신 동료들과 이야기하다가 몇년 전 ... more

  • 게렉터블로그 : 2007년에 글을 써본 것 중에서 최고의 영화들 2007-12-31 13:19:18 #

    ... 하게 잘 짜여 있습니다. 페기 리의 "Is That All There Is"가 흘러나오는 역설적인 절정부분은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http://gerecter.egloos.com/2943977 "몬도가네"는 연출로 다 때우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의 기괴한 풍물을 보여준다"라는 소재가 매우 강조되는 영화가 "몬도가네"라 ... more

덧글

  • 닥슈나이더 2007/01/18 15:53 # 답글

    갑자기... 초고대 문명설에 대한 내용이 떠오르는건 왜일까요??
  • joyce 2007/01/18 17:02 # 답글

    More... 만토바니 연주 중 제일 좋아하는데 ㅋ
  • FAZZ 2007/01/18 18:26 # 답글

    어렸을 때 봤을땐 좀 충격적이다 싶은것도 있지만 지금 엽기코드에 익숙하고 자극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이 보기엔 부족한 점이 좀 많을듯 합니다.(충격적, 엽기적 관점만 놓고 봤을때요)
    술취한 세상은 나름 어린저에게 충격적이었는데 독일사람들도 저렇게 술먹고 취하는구나... 해서 말이죠.
    독일인들은 냉정해서 술먹고 취하는거 싫어하는줄 알았거든요 ^^
  • marlowe 2007/01/22 16:48 # 답글

    예전에 본 기억이 납니다.
    [몬도가네]보다 훨씬 자극적으로, 사고장면이나 살인청부업자가 얼굴을 가리고 인터뷰한 내용 등을 편집한 다큐멘타리도 있죠.
  • 게렉터 2007/01/24 10:53 # 답글

    닥슈나이더/ 초고대문명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카고 컬트" 비유를 아주 많이 활용 합니다. "신의 지문"이던가 하는 책의 작자도 그런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는 듯한 깅거이 날랑말랑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초고대문명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고대인의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괜히 외계존재나 초고대문명을 들먹이는 "카고 컬트"일 뿐이라고 논박하기도 합니다.

    joyce/ 만토바니 연주는 느리고 힘이 있어서 저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저는 왠지 좀 빠르고 경쾌한 판을 더 즐겨 듣는 듯 합니다.

    FAZZ/ 판본에 따라서 심한 장면이 잘려나가기도 하고, 붙기도 하고 그런듯 합니다. 몬도가네 2편을 보면 영국사람들은 개고기 식당 장면을 그렇게 끔찍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marlowe/ 몬도가네가 "충격적 실화 영상" 선전으로 재미를 본 이후, 별별 불법스런 영화들이 난무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DVD로 나온 것 중에는 "사형참극 Face of Death" 같은 것이 있는데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강도만 높을 뿐 여러모로 몬도가네 1편보다 못합니다. 사실 몬도가네도 1편 이후로는 딱히 그럴듯한게 없기도 합니다.
  • sid 2007/01/30 22:05 # 삭제 답글

    "굿바이 엉클 톰"으로 개봉했던 "Farewell Uncle Tom"이라는 몬도가네 시리즈도 수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쿵작쿵작하는 주제곡도 아직까지 머리에 남아있네요.
  • 게렉터 2007/01/31 12:42 # 답글

    sid/ 못 봐서 아쉽습니다. 주제곡 만이라도 검색해서 한 번 들어보렵니다.
  • 이준님 2007/08/02 18:13 # 답글

    1. 이 작은 의외로 어필하는게 많았지요. 핵 실험 후에 변화된 비키니 섬 스토리는 소시적에 허영만 선생(식객의 그 작가 맞습니다.)이 모 퀴즈쇼에 나와서 이야기 한적이 있지요. -_-;;;; 저는 섹X비디오의 일환으로 첨에 알았습니다. 단어의 오용때문에요.

    2. 재밌는건 이 1편은 무려 "대낮"에 마봉춘에서 "제헌절" 특집으로 방영되기도 했지요. 제가 본판이 바로 그 판입니다. -_-;;;;

    3. 이 감독과 제작자가 만든 시리즈가 많지요. "관광객를 씹어먹는 사자"의 영상을 직접보여주었 -_-;;다고 악명높은 속편과 아예 아프리카만을 소재로 한 "굿바이 아프리카"가 걸작입니다.(아프리카판은 미국에서도 문제가 많아서 삭제 개봉했습니다.) 나중에 아예 재현 다큐로 만든게 "굿바이 엉클톰"입니다. 보통의 몬도가네 시리즈는 이전에 개봉했지만 엉클톰의 경우는 노골적인 성적 묘사(이를테면 흑인 종마 농장 -_-;;이나 출산. 그리고 강X 장면이나 거기? 검사같은) 재현이 많아서 6월항쟁 이후에나 국내 상영됩니다.
  • 이준님 2007/08/02 18:16 # 답글

    4. sid님의 말씀에 덧붙이면 아프리카적인 이국음악 주제가와 함께 담담하게 흑인 노예 잡기. 강X하기와 여자 노예 검사하기. 그리고 남부 귀족들의 사치스런 모습과 (열등한 흑인들을 위한 백인의 대리전쟁이라고 나중에 소개되는) 남북전쟁때 X 빠지게 서로 죽여대는 백인들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줍니다. 상당히 입맛이 쓴 풍자이지요. 오히려 이 앞부분이 전체 주제를 대변합니다.

    ps: 이 감독과 제작자가 만든 시리즈는 몬도가네. 몬도가네2, 굿바이 아프리카. 굿바이 엉클톰이 전부이지요 비디오 숍에 돌아다니는 몬도가네 4내지는 "최후의 몬도가네"는 이걸 흉내낸 트래쉬거나 가짜 재현물이 많습니다.( 표제가 아직 기억나네요. 최후의 몬도가네-TV방송국도 방영을 거부한 20세기 최후의 문제작 --;;)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