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취협 大醉俠, Come Drink With Me, 방랑의 결투 영화

"대취협"은 악당들이 한 관리의 행차를 습격하여 관리가 인질이 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영화의 내용은 인질이 된 관리를 되찾기 위해 악당들을 수사하고, 악당의 본거지로 들어가고, 칼질과 발길질을 버무려 싸우는 내용입니다. 중세 중국의 평범한 소도시, 촌락을 배경으로, 멀리서 찾아온 우리의 주인공이 펼치는 모험 이야기인 것입니다. "대취협"에서는 악당들의 수사에 나선 정의의 수호자로, 금연자로 불리우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며, 거기에 다양한 면면의 악당들과 왠 거지 등등의 주변인물들이 주인공을 도와주거나 괴롭히는 역할로 등장합니다.


(정패패)

"대취협"에서 가장 아쉬운 점을 꼽는 다면, 제목이 "대취협"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 문제의 "대취협"이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되면 현격히 재미가 없어진다는 점입니다. "대취협"은 대취협이지만 여자 주인공 "금연자"의 이야기가 훨씬 흥미롭습니다. 이것은 막상 "금연자" 영화에서 금연자의 이야기보다, 은붕의 이야기가 더 눈에 잘 들어온다는 점을 떠오르게 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대취협"의 문제는 결국 나중에 가서는 금연자보다 더 중요해지는 주인공 대취협이라 할만합니다. 막강한 악당, 낯선 고장, 여러가지 싸움들이 겹겹히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결전은 "우리의 주인공은 주인공이라서 초특급 강하고 다 이긴다" 일 뿐입니다. 무게있게 얼굴을 들이미는 악당 총두목 조차도 모습도 악당 부하들에 비해서 딱히 더 멋진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이 사람도 가택 무단침입했다가 그냥 "초특급 강한 주인공"에게 맞다가 자빠지는 것일 뿐이라서 좀 허망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싸워 이기고 나면, 얼씨구나 이겼구나 하고 좋아하면서 갑자기 끝나버려서 갑작스럽기까지 합니다. 점차 긴장을 고조시켜오면서, 대단한 충돌이 있을 것으로 여기게 한 앞부분에 비하면 확실히 뒷부분은 싱겁습니다. 마지막 결전에서 주인공 "대취협"의 특징을 멋지게 활용하는 한 기술이 빠졌다면 정말 용두사미가 될 뻔했습니다.


(정패패)

이렇게 "대취협" 말미의 부실함을 언급하는 까닭은 사실은, 그에 비해서 대취협 초반이 아주 쟁쟁했기 때문입니다. 악당들은 저마다 독특한 특징을 한눈에 보여주고, 뭔가 수수께끼가 감춰져 있을 듯한 인물은 적절한 웃음과 고유한 호기심 거리를 보여주면서 등장해 줍니다. 무엇보다 아주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주인공, 금연자가 단숨에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지금의 문근영 또래의 정패패가 연기하는 "금연자"는 정패패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금연자는 약간 순진하지만, 매우 의협심이 넘치는 초특급 바른생활 소녀로 나옵니다. 슈퍼맨이나 원더우먼 같은 인물이 아닌다음에야 이렇게 마냥 정의롭기만한 인물을 그려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심지어 슈퍼맨과 원더우먼도 이렇게 마냥 정의로운 인물을 그려내는 탓에 이리저리 이야기가 힘겨워질 때가 있었습니다.


(정패패)

하지만, 정패패가 연기하는 금연자는 이렇게 재미없을 정도로 선한 인물을, 생동감 넘치고 재미있게 표현하는데 훌륭하게 성공하고 있습니다. 정패패가 그 어린 얼굴과 작은 몸집으로 심각한 표정을 짓는 것도 참 진지하게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그 모습이 사람 자체의 선의지를 느끼게하는데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60년대 쇼브라더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북경어 녹음의 멋을 한껏 살려서, 또록또록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한자 한 자 한 자로 화하는 듯한 똘망똘망한 발음으로 이야기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대사들은 대사를 읊는 박자감각이 충실합니다. 그리고 대사 중간 중간에, 아무 대사 없이, 정패패가 눈썹을 일그러뜨리는 놀란 표정과 절묘하게 감정의 굴곡을 주고 받습니다.

그래서 금연자가 그런 선한 사람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고유의 감정들을 참 잘 보여주고 있어서 인물의 멋을 더합니다. 비유가 좀 멀긴 합니다만, 어떤 어린이들은 예방 접종 주사 맞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일로 여깁니다. 그래서 주사의 고통 강도에 대해서 친구들과 진지한 토론을 벌이며 교실에서 공포의 순간을 기다립니다. 그 겁에 질린 순간과 토론의 진지함을 형상화해 낸다면, "주사 맞기" 조차도 충분히 감정을 동하게 하는 갈등의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금연자의 발음과, 말투, 목소리는 전형적이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정의의 금연자를 표현하는데 아주 훌륭했습니다.


(정패패)

그 보다 더 멋진 것은 예스러운 멋이 한 껏 살아나는 사극 무협 영화 고유의 전통 문화에서 온 요소들입니다. 가장 내세울만한 장면은 역시, 금연자가 거지의 노래를 듣고 노래 속에 숨겨진 사건의 단서를 찾아내는 장면입니다.

어떤 사극들은 옛 문화의 어떤 부분이 신기하다고 여긴나머지 그걸 억지로 부풀립니다. 그러다가 이야기의 생동감이나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리는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동요"는 백제가 두고 있는 기술인에 대한 박사 제도에 대해서 강조하려 합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백제의 기술인 박사제도를 다룬다"라는 점을 대사와 연출에서 지나치게 내세워 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과도한 묘사를 다룬다거나, 지나치게 "신기함" "특이함" "개성"을 보여주려는데 치중했습니다. 그렇게 기울어진 나머지, 오히려 그런 특이한 사극의 "박사제도"가 정말 옛날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었던 옛 사람들의 삶의 한 부분이라기 보다는, 현실감 없는 오직 특이하고 이상한 요소로만 보이게 되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극들에는 파자 놀음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가끔 어떤 사극들은,

"북두선인이 해 주신 말은 말 그대로 받아 들이기 보다는 파자 로 해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사옵니다."
"파자 라고?"
"예, 그렇습니다. 파자 말이옵니다."
"파자라 하면, 글자의 부분 부분을 뜻으로 나누어 다른 이야기로 만든 것 아니더냐?"
"그러하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만 듣고 추측해서 글자를 하나하나 조립해 나가면 원래의 글자가 되는 것이옵니다."
"오호... 파자란 말이지. 그것참 기발한 생각이로고."
"북두선인의 말은 파자가 확실하옵니다."
"파자...... 파자라....."

라는 식으로 장면을 꾸며 버립니다.

이렇게 해서는 파자가 한자 문화권의 옛 고유문화속에 널리 퍼져 있었던 보편적인 언어유희라는 느낌이 안 삽니다. 그게 아니라, 그저 이상한 인디아나 존스 스러운 특이한 전문 기술로만 비치게 됩니다. 생활과 문화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던 향취가 사라집니다. 특히나, 현대의 사극 대본 작가가 자기가 워드프로세서의 한글-한자 변환을 열심히 뒤진 끝에, 스스로 자작 파자라도 하나 만들어냈다 싶으면, 파자를 만들어낸 기술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칠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들여 개발해낸 수수께끼를 오래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지기 십상입니다.


(정패패)

"대취협"에서 볼 수 있는 멋은, 바로 그런 고유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수수께끼 풀이를 과하지 않지만, 충분히 극적으로 멋지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목소리와 악기를 바꾸어가며 펼쳐내는 음악과 고민하는 정패패의 표정, 거지의 큰 동작과 금연자의 작은 손가락 동작, 객잔에 울려퍼지는 큰 소리와 금연자의 방에 조용히 울리는 혼잣말 소리. 짧은 시간이지만 시간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대조해 나갑니다. 그래서 가볍게 넘어가는 줄거리일지언정 중후하게 수수께끼를 보여줍니다. 더군다나 말의 운율도 꽤 잘 맞고 가사도 그럴싸합니다. 충격적인 장면이라거나, 숭배할만한 장면은 아니겠습니다만, 탄탄한 정통파의 솜씨가 잘 살아있는 훌륭한 부분인 것입니다.

음악, 역시 "대취협"에서 멋진 개성을 드러내는 부분 중의 하나 입니다. "대취협"은 대부분의 음악을 그냥 중국 전통 음악이라고 해도 될만큼, 중국 고유 음악의 특색을 드러내는 형태로 배치해 두었습니다. 음악 자체가 괜찮기도 하고, 특이해서 호기심을 끄는 맛도 있으며, 무엇보다 사극 분위기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더군다나 "음악을 퓨전 국악으로 했다"는 점을 너무 내세우면서 잡다한 기교를 부리는데 집착하지 않고, 정말로 자연스럽게 고유한 전통이 서려 있는 음악을 잘 버무렸습니다. 이런 부분은 "춘향뎐"에서 적극적으로 판소리를 도입하려고 했던 시도에서도 어느 정도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만, 이 "대취협" 고전 영화에서는 분명히 두 발 앞선 수준으로 완성되어 있습니다.


(정패패)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대취협"에서 좀 더 신기하고 과시적으로 멋을 드러내는 것은 무술 액션들입니다. 기본적으로 "대취협"은 경극에서 보여주는 춤사위 같은 액션 장면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동작과 음악과 어울리는 타격, 배우들 간의 어울림과 과장된 손 동작, 박자를 타는 발걸음. 등등은 경극과 통합니다.

그런데, 대취협의 액션 장면은 이런 경극 액션에 일본 영화에서 예전부터 활용해 온 바 있는 칼들고 노려 보면서 뜸들이고 폼잡는 장면 등등의 영화 액션의 요소도 어울려 있습니다. 그래서 경극 장면에 비해서는 훨씬 구체적인 싸움 동작과 긴장감이 살아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정패패는 정통 발레와 흡사한 몸동작을 보여주면서 더욱 부드럽게 동작들의 연결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때문에, 무용과 같은 어울리는 리듬감이 충분하면서도 싸운다는 액션 자체의 힘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발 두 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좌우를 두리번거리는 정패패의 모습은 단연 압권입니다.


(정패패)

물론, 대취협의 액션은 특수효과의 한계나 고전 액션의 관습적인 연출 방식에 묶여서 타격감이 부족한 문제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절정 부분쯤에서 벌어지는 단체 결투는 많은 인원들이 다채롭고 화려하게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타격감이 잘 묘사되어 있지 않아서 파괴적인 느낌은 잘 살아나지 않습니다. "킬 빌"의 격투 장면은 이러한 고전에서 부족했던 타격, 파괴의 자극을 잘 불어넣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대취협" 영화 속의 액션만으로도, "형사"에서 "야연"등등의 수많은 "무술이 마치 춤사위처럼 보이게 한다"에 많은 영화들이 도전했던 본보기로 충분합니다. 성룡이 "샹하이 나이츠"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러한 도전의 한 극단이라 할만할 것입니다.

정패패의 너무나 정의의 주인공스러운 기막힌 모습과 여러 사극 고유의 멋을 잘 살리는 연출에 더불어, 미술과 촬영에서 화려함과 중후함을 더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왁자한 식당 - 객잔에 주인공이 들어오고, 조용해지고, 갈등이 벌어지고,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태연자약하게, "술 한잔 주시오. 주인장"하고, 시비를 걸고, 싸우고, 싸우고나서는 다시 여유와 호기를 부리고. 이러한 수순대로 벌어지는 객잔 싸움 분위기는, 서부 영화의 바에서 총싸움하는 장면들의 연출 비슷한 수법을 잘 살립니다. 그러면서도 숙박업소를 겸하는 객잔만의 구조를 잘 살리게 되어 있습니다. 층과 문으로 구성된 사원의 공간을 비춰주는 원근법과 좌우대칭 구도도 좋고, 사원의 문을 닫는 장면을 시의적절하게 끼워 넣어서 폐쇄감과 위기감, 긴장감을 고조하는 방법도 훌륭합니다.


(정패패)

얼굴에 분칠하는 것만으로 개성을 만방에 과시하는 악역들의 뚜렷한 행색하며, 정패패를 문근영에 비한다면 정재영에 비할법한 술 좋아하는 거지 양반의 모양 하며. 여러모로 장풍과 경공술이 없는 분야의 옛 무협 영화의 맛을 즐기기에 즐거운 영화 입니다.


그 밖에...

수많은 성룡 팬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이 영화에서 도대체 성룡이 어디에 나오느냐 하는 점입니다. 거지를 따라다니는 아이들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10여명에 달해서 누가 성룡인지 참 알기 어렵습니다.

정패패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는 "와호장룡"을 아주 재미있게 본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에 나이야 어찌되었거나 양자경과 정패패가 서로 배역을 바꿔서 출연했다면, 아마 와호장룡 스페셜 DVD를 두 세트 정도는 샀을 겁니다.

"대취협" 중간 동영상을 하나 소개합니다. 간단하고도 선명한 북경어로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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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미디어몹 2007/02/10 11:33 # 삭제 답글

    곽재식 회원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 잘보았습니다. 2007/02/10 19:49 # 삭제 답글

    <대취협>에 대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이 영화를 무척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 게렉터 2007/02/10 22:54 # 답글

    아쉬운 것은 이제는 정패패 영화의 DVD를 구하기가 갑자기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왜이렇게 절판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 FAZZ 2007/02/11 00:46 # 답글

    그만큼 한국에서 DVD판매가 수지가 안맞는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지요.
    오죽하면 저도 외국에서 원판을 구입할정도니 -_-;;
  • 게렉터 2007/02/12 11:28 # 답글

    FAZZ/ 절판 된 DVD를 꼭 사고 싶어서, 외국에서 겨우겨우 한 100달러쯤 주고 코드도 안맞는 DVD를 구해왔는데, 갑자기 무슨 대형 할인매장 구석에서 떨이로 두개 묶어서 5천원에 팔리는 꼴을 뒤늦게 발견하면 좀 허탈하고 짜증날 때도 있습니다.
  • 미경 2007/04/23 12:06 # 삭제 답글

    대취협미경이가홈퍼이지조문닥가정뮨고원원
  • 미경 2007/04/23 12:10 # 삭제 답글

    가정뮨고원원강정무은소소조미
  • 미경 2007/04/23 12:14 # 삭제 답글

    봉구황박신연초은주
  • 미경 2007/04/23 17:58 # 삭제 답글

    봉구황미경이화고학교은생연초학교
  • 게렉터 2007/04/30 12:39 # 답글

    미경/ 풀기 어려운 암호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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