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괴수 용가리 영화

1967년작 "대괴수 용가리"는 2006년작 "괴물"과 함께 한국 특수효과 블록버스터 사상 최고의 흥행 영화입니다. "대괴수 용가리"는 가끔 허망한 추레함이 엿보이는 영화인데, 그러면서 또한 "괴물"과 달리 본격적인 SF물이기도 합니다. "대괴수 용가리"는 도입부 부터, 우주 과학기술, 물리학, 화학, 기상학이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용가리를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화학자입니다. 특히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흡열반응 - 발열반응에 관한 이야기는 핵심으로 등장합니다.


(포스터)

"대괴수 용가리"는 기본적으로 일본 영화 "고지라"의 아류작입니다. 특수효과 기술 자체가 고자리식으로 일본 제작진이 일궈낸 것인데다가, 지진/해일을 일으키는 전설속의 괴물을 운운한다든가, 어린이를 중요 인물로 등장시켜 어린이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내려는 수법 역시 1960년대에 나온 고지라 후속작들의 연결선상에 있습니다. 핵실험 운운하는 것도 "고지라"를 연상케하며, 불뿜는 거대한 공룡 닮은 파충류의 모양자체도 고지라와 견줄 수 밖에 없는 형태입니다. 제목역시 고지라 시리즈의 경쟁작인 일본 다이에이 영화사의 "대괴수 가메라 大塊数がメだと"의 모방입니다.

이런 모방 중에 가장 부정적인 것은 어린이 등장인물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모방해서, 어린이 관객을 끌기 위해 어린이 등장인물을 주인공 비슷하게 배치하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래서 이 어린이를 그냥 무조건 많이 나오게만하느라 전혀 이야기 분위기에 어울리지도 않고, 극적인 고조를 망치기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상한 어린이의 활약은 훗날의 다른 몇몇 한국 고전 괴물 영화에서도 나타나는 것입니다만, "대괴수 용가리"에서부터 그 부작용은 만만치 않습니다. 사람들이 피난가고 빌딩이 무너지며 육군이 통제하고 있는 재난지역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 이 어린이는 반바지 차림으로 소풍가듯 즐겁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들어가 괴물과 마주해서 재미로 장난을 치며 웃기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 어림없는 일을 벌어지게 하기 위해서 다른 등장인물들은 갑자기 급작스럽게 낮잠을 잔다든가, 매우 느린 속도로 달리기를 한다든가하는 이상한 일을 합니다. 이 어린이는 자기 의견을 말하기 위해 해괴하게도 육군본부 비상 회의실 같은 곳에 불쑥 나타나는가하면, 어떻게 된 일인지 남산의 유류저장고와 서울시내 하수구의 연결 배치를 환하게 꿰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장면들 중에 가장 허무맹랑하고 어처구니 없는 장면은, 저 악명 높은 댄싱 용가리 장면입니다. 이것은 어린이와 용가리의 우정 비스무리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막 집어 넣은 장면으로, 참으로 기가 막힌 장면입니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세종로 일대를 쑥밭으로 만들어 놓은 거대한 괴물이 있습니다. 이 괴물은 에너지 보충을 위해 남산에 있는 유류저장고를 급습해서 석유를 마구 퍼먹습니다. 그러다말고 용가리가 갑자기 록큰롤로 연주되는 민요 "아리랑"에 맞춰서 힙합댄스 비슷한 이상한 막춤을 추는 것입니다. 아주 한동안 흥겹게 막춤을 춥니다. 갑자기 허탈한 코메디로 돌변한 이야기에 어이가 없어할 관객들을 위한 것인지, 육군의 포위망과 제지선을 반바지-반팔 차림으로 돌파해 온 이 어린이가 벌판에 홀로 서서 깔깔깔깔 웃습니다. 용가리가 도시를 부수다 말고 록큰롤 버전 아리랑에 춤을 추고, 어린이는 자기도 같이 트위스트를 추며 깔깔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지는 그 갑작스런 코메디 장면은 가히 아방가르드합니다.

갑자기 용가리가 춤추는 괴이한 장면이 상징하는 만큼, 괴물이 날뛰는 연출에도 부실한 구석이 무척 많습니다. 우선 사람이 괴물 옷을 입고 연기하는 것인만큼, 필연적으로 그 거대한 중량감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육중한 괴물이 한 걸음 한 걸음 옮겨넣는 양감과 파괴적인 힘은 없습니다. 그냥 고무 뒤집어쓴 사람이 너울너울 나풀나풀 나다니는 것처럼 보일 뿐인 것입니다.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기술대로, 장면을 느리게 재생해서 약간은 뭔가 거대하고 무거운 것의 움직임인것처럼 보이려고한 노력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줄거리 도중에 용가리가 록큰롤 댄스를 추는 기이한 장면이 들어가 있으니 제대로 될 일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연출과 이야기 구성이 파괴적인 느낌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용가리의 헛점만을 한심하게 드러낼 뿐입니다.


(시청 앞에 등장한 용가리)

다른 문제도 많습니다. 사람의 팔다리가 들어가지 않는 용가리의 턱이라든가 꼬리의 움직임은 움직임이랄것도 없이 장난스럽게 비척이기만 합니다. 용가리 피부의 질감이라든지, 색깔에도 정교함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인상적으로 설계되어야할 머리 모습 역시, 눈에서 안광을 내고, 빛나는 코뿔소 뿔이 있다는 특징을 억지로 집어 넣고 대충 덮어버리려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괴물이라기보다는 반짝이는 허수아비 같아 보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심하게 가벼운 괴물의 활약은 코메디로 버무린다거나 나름대로 유쾌한 활극으로 만들면 뭔가 이야기거리가 되었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어림없게도 "대괴수 용가리"는 그런 영화도 아닙니다. "대괴수 용가리"는 이런 밝은 괴물 이야기나 어린이 모험 이야기에 상반되는 어두운 전쟁공포증을 갈등의 줄기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괴수 용가리"는 시작부터 군사 위성의 첩보 활동을 발단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밀 순항 미사일과 같은 특수 무기를 중요하게 다루기도 합니다. 가장 인상적으로 보이는 것은, 괴물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시민들이 도주하는 모습으로, 이 장면은 6.25때의 피난행렬과 같은 모습으로 연출되어 있습니다. 물론 인왕산 근처에서 본격적으로 파괴를 시작한 뒤 광화문 - 세종로 - 시청 - 남대문 - 남산으로 진격하는 괴물의 이동로 자체도 냉전상황의 남침 공포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뭐 노골적으로 한강철교가 무너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도 있습니다. "대괴수 용가리"에서 사람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거대한 괴물이 서울 시내에 나타나서 시청을 부수는 그 현장감과 박진감은 재미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시내 중심가 - 남산 - 한강변으로 이어지는 그 서울의 지형적인 특성 역시 1박 2일 동안 용가리가 이동하며 벌이는 일에 맞춰서 꽤 그럴듯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시내 - 야산 - 다리가 있는 강변 이라는 무대의 이동은 좋은 이야기거리였습니다.

괴물의 동작에는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내 건물들의 모양은 충분히 뭐가 뭔지 알아 볼 수 있게 꾸며 놓았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이런 이야기를 볼만한 화면으로 만들어내고 있기도 합니다. 서울 시내 건물들에 대한 재현이라든지, 이러한 지형지물의 활발한 활용은 "대괴수 용가리"가 갖고 있는 가장 확실한 강점이었습니다.

더우기 이런 전쟁공포증에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종말론도 소재도 잘 발굴해 배치했습니다. 괴물이 등장하는 피난민 행렬 중에는 "심판의 날"이 왔다고 소리치며 십자가 들고 싸돌아다니는 이상한 기독교인이 한 명 있습니다. 이것은 꼭 중세 흑사병 유행 시절을 연상케하는 소재 입니다. 어차피 다 죽을텐데, 라고 하면서 돈 뿌리면서 고기 실컷 먹고 술퍼먹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용가리에게 짓밟히기 직전 도시의 나이트 클럽에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자포자기한 남녀가 모여 신나는 록큰롤에 맞춰 막가는 심정으로 쾌락에만 탐닉합니다. 그렇게 현실도피의 광연을 묘사하고 있는 면도 있습니다. 이런 묘사는 최근 나치 독일 베를린의 최후를 다룬 "몰락 (운터강, Der Untergang)"처럼 전쟁공포증이라는 소재에 충분히 맞아들어갑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엄청난 부작용이 폭발합니다. 이런 소재들이 앞서 말한 가볍고 장난스러운 분위기와 완전히 어긋나게 배치된 것 입니다. 술퍼먹으며 돈뿌리는 공포심 때문에 거의 미친 사람들 사이에서 갑자기 해맑은 우리의 주인공 어린이가 즐거운 장난을 칩니다. 그런가하면, 여자 주인공들은 갑자기 사랑싸움을 묘사하기 위해 만담쇼를 벌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분위기가 엎치락 뒤치락하다보니 인물의 감정묘사 역시 엉망이라서, 절망감에 우울해 하고 있다가 불과 2,3 프레임만에 "유쾌한 청백전"의 우승팀처럼 서로 흥겹게 웃음지으며 즐거워 하고, 또 갑자기 매우 진지하게 과학 실험과 전략 전술에 대해 고민하더니 막판에는 문득 다 같이 심심한데 드라이브나 하자는 듯한 분위기로 빠지는 등 도무지 이상한 행동들을 벌입니다.

기가막힌 점은,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이야기 구조와 과학적인 소재들은 자뭇 그럴싸하다는 것입니다. "대괴수 용가리"는 "킹콩"처럼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킹콩"은 초반이 탐험하고 항해하는 해양 모험담이고, 후반이 거대 괴물쇼입니다. "대괴수 용가리"는 초반은 "우주정복 Conquest of Space" 같은 기술적인 면을 강조한 우주 탐사 이야기이고, 후반부가 거대 괴물쇼입니다. 우주 탐사 이야기에는 인공 위성이 없으니, 지구 반대편으로 우주선이 넘어 갔을 때 교신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든가, 군사 첩보 전술에서 위성의 가치와 같은 1960년대의 첨단과학기술이 나름대로 꽤 잘 녹아 있습니다.

또 용가리의 출현과 난리, 그리고 물리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은, 매우 전형적인 에너지 보존 법칙에 관한 우화로 되어 있습니다. 사실 괴물을 용가리라는 괴이한 존재가 아니라, 고려말의 불가사리 전설로 연결시켰으면 어떻겠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부분은 모양새가 잡혀 있습니다. 불가사리는 무기로 공격하는 칼과 창을 씹어 먹으며 더 거대해 지고 강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 이야기와 용가리의 행동과 습성은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습니다. 중세시대의 화학에서 단순히 "불"을 화학반응의 대명사로 대강 제시한 것이라 생각한다면, 화학자의 활약으로 용가리와 맞서는 결전부분 역시 잘 부합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괴수 용가리"는 그런 식으로 재미를 가꾸지는 않습니다. 그냥 "대괴수 가메라"의 모방으로 "대괴수 가메라"에 나왔던 열을 흡수하는 괴물을 얼음폭탄으로 공격한다는 아이디어를 그대로 우직하게 베끼고 있을 뿐입니다.

이상의 여러가지 전혀 다른 요소들이 아무런 조화없이 그냥 시간만 나눠 먹으며 막섞여 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대괴수 용가리"는 그 단편적인 부분 부분의 요소가 호기심을 끌 뿐 전체적인 이야기로 뭔가 내용이나 감흥, 볼만한 신기한 내용들이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이순재가 연기하는 제임스 본드만큼 폼잘잡는 우주 비행사가 진지하게 대한민국을 위해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러다가, 볼때마다 당혹스러운 용가리의 힙합 댄스 장면으로 급격히 장면이 바뀌는 것입니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황당무계한 맛을 즐길 수도 있기는 합니다. 우주왕복선이란 것이 개발되기 전, 초기 우주선의 모습을 살린 우주비행 장면은 조명 사용이 조잡해서 우스꽝스럽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그 형체만은 50년대에 볼법한 저예산 SF 영화다운 우주복과 우주선의 향취를 드러내는 면이 있습니다. 냉전 고유의 전쟁공포증을 잘 드러내는 면과 서울의 구체적인 지형지물, 당시 한창 고조에 달한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이 드러난 점도 관찰할 거리입니다. 이런 부분의 순간적인 인상만은 확실히 흥미를 자아냅니다. 아마 "고지라"처럼 화면이 좀 더 꾸미기 편한 흑백으로 되어 있다거나, 빛과 어둠을 잘 배치해 잘 가리고 드러내는 조명을 활용했다면 훨씬 더 재미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대괴수 용가리"의 한계점은 명백합니다. 가려지는 게 많은 밤장면에 비해서, 낮장면들은 모형으로 찍은 장면과 실제 사람들을 찍은 장면이 조금도 어울리지 못하고 분해됩니다. 특수효과가 티가 나는게 문제가 아니라, 음악에서 이야기 연결까지 모든 면이 조각조각 부서져 내립니다. 용가리가 도시를 부수는 장면에서 사람들의 반응과 군대의 반격은 거의 묘사조차 제대로되지 않아서 2,3초 정도의 움직이는 장난감과 픽픽 터지는 불꽃효과로 대강 때워 버릴 뿐입니다. 누구하나 옳은 인물이 단 한 명 조차 아무도 없다보니, 싸우는 맛이라든가 사회가 붕괴되는 느낌의 생생함은 거의 전혀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이 한국 영화의 역사적인 흥행작을 지금은 제대로 볼 방법조차 없다는 점은 더더욱 부끄러운 점입니다. 그것은 일본영화 고지라 시리즈와 가메라 시리즈를 섞어서 만든 모방작으로 대강 요약가능한 이야기가 가진 어쩔 수 없는 한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밖에...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에 출시된 DVD를 구해 보는 것입니다. 미국의 트래쉬 무비 팬들을 위해서 일본산 괴수 영화들 중에 조잡한 것들만 발매하는 일이 있었는데, "대괴수 용가리"도 이중 하나로 "Yongary, Monster from the Deep" 이라는 뭔가 알 수 없는 버전이 발매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대괴수 용가리"를 "쇼와 용가리", 이후의 심형래판 용가리 영화를 "헤이세이 용가리"라고 하는 터무니 없는 호칭이 쓰이기도 합니다.

미국판 DVD는 영어 더빙 판인데,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국적불명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배경은 대한민국과 서울로 정확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심형래는 90년대말 "용가리"를 제작하기 위해 미국에서 출시된 비디오 테입을 구해다가 보았다고 합니다. 반면에 이 영화가 국내 흥행작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VHS 비디오테입, DVD, 필름이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용가리"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비디오 테입은 "Yog Monster from space" 혹은 "스페이스 아메바" 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1970년작 "게조라 가니메 카메바 결전! 남해의 대괴수 ゲゾラ ガニメ カメーバ 決戰! 南海の大怪獸" 입니다.

영구아트무비에서 후에 제작한 영화 "용가리"는 이 링크 http://gerecter.egloos.com/3318959 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1960년대 영화계의 유명한 다작 감독인 김기덕이 감독을 맡았습니다. 각본가로 이름이 올라와 있는 서윤성은 활극 각본을 많이 맡기도 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김기덕이 감독을 맡은 "맨발의 청춘" 각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맨발의 청춘"는 흥행기록에 비해 일본 영화의 표절작이라는 것으로 악명 높기도 합니다.

한국영상자료원 자료에는 등장인물로 남정임, 오영일 주연이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남정임의 비중은 적은 편이고, 오영일이 최종무기를 생각해내는 화학자로 나옵니다. 한국영상자료원 자료에는 이름이 없습니다만 이순재는 초반에 첩보위성 조종 임무를 맡고 우주로 나가는 우주선 조종사 역할을 맡았으며, 거의 주연급의 비중입니다. 아마존 DVD에는 이순재를 단독주연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단독 주연에 가까운 인물은 터무니 없는 짓만 일삼는 맛갓듯한 어린이 역할입니다. 배우는 이광호씨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왕산/남산 세트 건설에 흙 700 트럭, 암석 100트럭, 남대문 건축에 목수 120명 동원" 이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결코 그렇게 거대한 세트나 모형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또 모형으로된 비행기, 탱크 등이 등장하는 것을 두고, 실제로 헬리콥터 몇 대를 동원했다는 둥 하는, 오해할만하게 영화 선전 포스터를 꾸미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당시 집계기준으로 서울관객 수십만을 동원하는 엄청난 흥행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설에 알려진것과 달리, 판문점에서 용가리가 등장한다든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온다든가하는 면이 선명하게 강조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면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는 내용은 아닌 것입니다. 남대문을 부수는 장면도 없습니다. 부수는 것은 서울 시청입니다. 이것은 미국판 DVD의 편집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기준으로보면 떠도는 이야기와는 달리 이 영화는 진짜 반공영화에 비해, 노골적인 반공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일부 도는 이야기와 달리 "대괴수 용가리"는 한국 최초의 괴물 영화도 아닙니다. 그전에도 최무룡 주연의 1962년판 "불가사리" 같은 영화가 있었습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한국 최초의 우주 비행사가 나오는 시점이니 이 영화의 배경은 사실 2007년경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영화에 관한 글들을 이리저리 뒤지다보면, "대괴수 용가리"를 노골적인 반공선전물로 과장하는 것 외에도, "용가리와 싸우는 민중의 모습이 당시 권력자와 대항하려 했던 힘없는 시민들의 대리만족으로 투사되어 있다" 라든가, "주류 현실을 위협하는 비주류로서 주류 현실과 헤게모니 경쟁을 벌이는 상징이다" 라든가, 혹은 "분단상황과 남성성의 불안이 잉태한 괴물"이라든가 하는 별별 특이한 평론들을 다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글들을 읽다보면, 남산에서 달밤에 록큰롤에 맞춰 춤을 추는 그 어림없는 용가리의 모습이 자꾸만 어른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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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전설의실버팽 2007/03/23 16:48 # 답글

    앍. 야동순재형. 저때는 미남이엇군요
  • marlowe 2007/03/23 17:04 # 답글

    이순재씨가 신영일처럼 보이네요.
  • 미디어몹 2007/03/23 19:25 # 삭제 답글

    곽재식 회원님의 포스트가 미디어몹 헤드라인에 링크되었습니다. 다음 헤드라인으로 교체될 경우 각 섹션(시사, 문화, 엔조이라이프, IT) 페이지로 옮겨져 링크됩니다.
  • rumic71 2007/03/23 20:31 # 답글

    최무룡의 '불가사리'는 등신대 괴인이 아니었었나 싶은데요...
  • 하프오크 2007/03/24 06:07 # 답글

    아 대박포스팅 ㅠ.ㅠ
  • 이준님 2007/03/24 07:21 # 답글

    1. 67년이면 아직은 한국 전쟁 참가자들이 사회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으니 "국가적 재난"에 대한 기억을 고스란히 담을수 있었을 겁니다. 2000년대의 "괴물"에서 피난가는 서울 시민 대신에 낯이 익은 "합동 분향소"가 나오는거나 같은 이치이지요

    2. 이순재옹이 쓰고 있는 우주비행사용 헬밋은 U-2기 조종사 레리 파워즈의 그거와 같군요. 나중에 소련에 생포된후 소련군 폭격기 정규 복장이 됩니다. -_-;;

    3. 동아일보가 지원해주었나 보네요? 하기야 모 헐리웃 영화는 무려 "중앙일보" 잘른게 나왔지요

    4. 이순재옹은 "김수임 잡는 오제도" 이미지가 너무 짙어서 -_-;;저기도 꽤 느끼한 연기를 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ps: 부친이 젊었을때 보셨다는 괴작 APE(뭐 저도 이야기만 들었지만)나 마봉춘에서 TV 방영까지 한 괴작 "비천괴수"가 떠오르는군요. APE의 경우는 용가리에 필적할 만큼이나 어긋남이 심하다고 하고 비천괴수는 뭐 "필름 짜집기"로 악명이 높으니 차라리 대괴수 용가리가 나을듯합니다
  • 게렉터 2007/03/24 15:10 # 답글

    전설의 실버펭/ 자칭/타칭 장동건을 능가하시니 말입니다.

    marlowe/ 곱슬머리가 눈에 뜨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rumic71/ 크기가 바뀌는 괴물이었는데, 몇가지 기록에 의거해 등신대 괴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하더라도 재난영화처럼 꾸민 특수효과 괴물영화의 선도로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1962년 조선일보 영화평에 실린 "한국판 '킹콩'"을 의도했다는 평에 중점을 뒀습니다.

    하프오크/ 감사합니다.

    이준님/ "비천괴수"는 저역시 MBC에서 봤는데, 그 때 보면서도, 참 영화가 기이하게도 전개되는구나하고 생각했고, 짜집기 장면이 너무나 티가난다고 여겼습니다. 그 때는 짜집기 되어 끼어들어간 일본영화 장면들을 보면서 한국영화같지도 않고, 헐리우드 영화도 홍콩영화 같지도 않은데 대체 무엇인가 하고 궁금해했습니다. APE는 우연히 상당부분 보다가 불행히도 끝까지 못보고야 말았는데, 그래도 이 영화는 웃기려는 성격이 좀 강해서 차라리 뭔가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더카니지 2007/03/24 16:46 # 답글

    그나마 대괴수 용가리는 대충 감은 잡겠는데 우주괴인 왕마귀는 대체 정체가 뭔지 궁금하군요.
  • FAZZ 2007/03/24 16:56 # 답글

    우리나라는 저런 자료 얻기 힘든데...
    미국에서는 당당히 DVD로도 나왔군요 ^^
  • 이준님 2007/03/24 18:50 # 답글

    더카니지님//그것도 뭐 영화제 상영작으로 돌았다고 합니다. 대략 "왕마귀"라는 괴수가 서울을 파괴하는데 조종사 남궁원과 노숙자 두 사람의 만담개그와 "귀속"을 뚫고 들어간 거지 아이의 활약으로 왕마귀를 파괴-정확하게는 왕마귀를 조종하는 외계인이 파괴 시키고 간거라지만-했다는 스토리지요. 본 사람들 말로는 에이프나 용가리를 능가하는 트래쉬라고 합니다. -_-
  • 게렉터 2007/03/26 13:08 # 답글

    더카니지/ 위에 덧글 주신 rumic71님이 rumic71님 블로그의 "특촬의 별" 카테고리에 예전에 올리신 글을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훌륭하고 멋진 "우주괴인 왕마귀" 소개글이 올라가 있습니다.

    FAZZ/ 펜층이 두터운데다가, DVD제작사들도 거창한 목표나 흥행작만 출시하려는 분위기라기보다는, 즐겁게 틈새시장을 잘 파고들면서 고전을 발굴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렇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여기에는 "괴기과학극장3000 MST3K"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요즘 보다보니 EBS 시네마천국 프로그램에서 꼭 "괴기과학극장3000"처럼 꾸민 시간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루디브리엄 2007/08/02 17:46 # 삭제 답글

    뭐야?
  • 게렉터 2007/08/04 10:53 # 답글

    루디브리엄/ 뭔지?
  • 워니 2007/08/07 20:10 # 삭제 답글

    우주선이 무슨 라켓 같네요?? (쉽게 말해서 배드민턴 공)
  • 게렉터 2007/08/10 17:10 # 답글

    워니/ 셔틀 콕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정말 그래 보입니다.
  • woopho 2007/09/12 22:34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근래에 <디 워>가 한창 이슈가 되었던 참이라,
    문득 어린시절 보았던 <대괴수 용가리> 생각에,
    돌아다니다보니 오랜만에 예까지 오게되었네요.

    긴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만,
    이런 영화는 눈높이를 좀 낮춰보시지요?
    진지하게, 한 10살 쯤으로요...

    어린시절은 '꿈'과 '모험'으로 표상되는 시절이잖아요.
    어른들도 강조하죠. 꿈을 가져라, 모험심을 길러라, 등등...
    헌데 꿈과 모험의 현실적 체감은 종종 상태성 일탈로 나타나므로,
    상태성 일탈을 위험한 것으로 몰아부치기만 해서는 안되는 거죠.

    영화는 예술이기 이전에 어린이들에겐 꿈을
    심어주고 모험심을 길러주는 좋은 수단이자 오락이죠.
    비범한(?) 논리로 절하하거나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어린이들에게도 허용된 영화를 지나치게 성인용 잣대로만 평가하는 건
    지극히 현학적입니다. 논평을 위한 논평에 다름아닌 거로 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린이 영화가 별로 많지 않던 그 시절,
    <용가리>는 저뿐만 아니라 또래의 어린이들에겐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개봉 당일날(67.08.12.국제극장) 동아일보(5면)의 광고 포스터를
    웹에서 찾아 카피를 읽어보니 지금도 그 기분이 느껴지는듯 합니다.^^

    "전율과 공포 속에서 손에 땀을 쥐고
    재미에 완전 도취해버리는 마력의 명화!
    경탄! 흥분! 흥미 100%의 이색 대작!!"

    - 특별봉사요금 100원 균일 (기금 5원 별도)
    - 미성년자 입장가 (국민교생 이상)


    피에쑤: 딴지 거는 걸로 오해하시지는 마시고요,
    계속 좋은 영화평 많이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 게렉터 2007/09/13 19:19 # 답글

    더 좋은 영화평 많이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111 2015/03/19 23:17 # 삭제 답글

    38년 전에 내가 보았던 영화가 이렇게 평가되었다는 것.
    그 어린시절 참으로 한심한 영화를 봤었구나.
  • 게렉터 2015/05/04 20:21 #

    완전히 잊혀진 옛 한국영화들이 워낙 많은 것에 비한다면, 그래도 60년대 영화계를 들여다 본다는 자료나 호기심이라는 면에서 아직도 꽤 관심을 받는 영화라고 생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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