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의 살인 The Cheap Detective 영화

"카사블랑카의 살인 The Cheap Detective"은 보통 "5인의 명탐정 Murder By Death"의 속편이라 불리우는 영화로 2년후인 1978년작입니다. "카사블랑카의 살인"은 샌프란시스코의 어두운 밤, 문득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 살인사건에 휘말린 가난한 사립탐정이 여러 사건을 겪는 코메디 영화입니다. 내용인즉슨 옛날 느와르 영화들을 패러디하는 것인데, 여러 영화들 중에서도 "카사블랑카"를 가장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문제의 울적한 탐정은 영원한 형사 콜롬보라 불리우는 피터 포크가 맡았습니다.


(느와르 영화 탐정, 피터 포크)

사실 "카사블랑카"를 느와르 영화라고 부르는 것을 좀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도 적지는 않습니다. "느와르"라는 이름과 달리 "카사블랑카"에 나오는 사람들이 그렇게 어둡기만 한 것도 아니고, 결말을 보면 명랑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두운 파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느와르 영화 특유의 감상적인 독백 나래이션이 깔리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이 탐정이나 탐정비스무레한 보험조사원/형사도 아닌데다가, 배경도 현대적인 도시의 뒷골목이라고 하기에는 좀 차이가 많습니다. "카사블랑카"는 보통 느와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인 탐욕과 범죄보다는 애국심과 사랑에 집중하는 면이 훨씬 강하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그런 차이가 이 코메디 영화 "카사블랑카의 살인"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것은 좀 문제거리가 되었습니다.


(Play it, Sam.)

이 영화는 느와르 영화 주인공이 지나치게 가난하고 자린고비스러운 탐정이라는 점을 웃음의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과 무조건 엮이는 이야기라든가, 엄청나게 무시무시하고 큰 비밀을 숨기고 있는 척하는 악당들을 웃음거리로 삼기도 합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굳어진 보통 느와르 영화를 소재를 엄청나게 비현실적으로 과장하는 것이 영화의 웃음의 가락입니다. 남편이 죽은지 10초만에 상복으로 갈아입는 부인이라든가 너무나 특이한 냄새가 나서 접근조차 하기 힘든 이상한 사람을 조사해야만하는 상황을 보여주며 웃기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보통 느와르 영화들과는 꽤 차이가 있는 "카사블랑카" 패러디들과는 잘 연결되지 못합니다. "카사블랑카"의 이야기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같은 줄거리가 이 영화속에서 펼쳐지는데, 이 줄거리는 따로 떨어진 하나의 영화처럼 흘러갈뿐 입니다. 나머지 이야기와 별 상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안개 낀 샌프란시스코의 밤)

그리하여, 이 영화는 많은 영화의 패러디와 이런 영화에 대한 농담거리들을 엮어서 하나의 응집성있는 줄거리로 뽑아내는데는 실패한 듯 합니다. 그냥 한 조각 한 조각, 한 장면 한 장면의 웃기는 것들이 있을 뿐 입니다. 흥미로운 줄거리로 그 웃긴 장면들이 뒤섞으며 관객의 이목을 끈다든가, 독특한 성격을 가진 흥미진진한 인물을 등장시켜서 그 매력속에 웃음을 담아낸다든가 하는 일에는 다소간 실패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꽤 과장된 괴이한 인간들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탐정 정도를 제외하면, 앞뒤 사연이 이해가 가고 공감을 주는 사람은 부족한 편입니다.

나름대로 흩어져 있는 농담들을 엮어보려는 시도가 있기는 합니다. 잃어버린 보석의 행방이나 수수께끼의 연쇄살인극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계속 등장하는 이상한 어릿광대 같은 인물들이 어떻게 보석찾기나 살인과 연결되어 있는가 하는 의문으로 사람들을 한 줄기의 이야기로 묶어내려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야기 흐름과 웃기는 장면들은 사실 상관이 있는 것이 아닌데, 대사 몇마디로 겨우 연결해 붙인 것일 뿐인데다가 살인사건이나 보석의 행방 같은 이야기가 별 긴장감없이 그냥 들먹이기만하다가 그치는데 비해서, "카사블랑카"에서 따온 이야기는 선명하게 강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이렇게 이야기가 연결되는 느낌은 작아집니다.


(느와르 영화 답게 등장해 의뢰를 부탁하는 위험한 여자)

이런 점들은 이런 분위기의 이야기에 꼭 필요한 악당의 음험한 배후나 위험한 여자 주인공이 없다는데 원인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옛날 느와르 영화라고 생각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줄거리가, 뭔가 사건이 일어나고, 위험스럽고 비밀을 숨긴 여자주인공이 나타나고, 남자 주인공은 여자주인공과 어느 정도 엮이는 바람에 일을 그르쳐서 누구하나 중요한 인물이 죽으면서 끝을 맺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식의 이야기에 꼭 필요한 강렬한 여자 주인공이나 무서운 악당에 해당하는 인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뚜렷한 목적이나 갈망하는 대상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왔다갔다하며 웃기려고 하다보니, 하나 제대로 성격이 갖춰진 여자 주인공이나 악당이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앤-마그렛 등장)

역시 이 영화에서 그럴싸한 부분을 찾는다면 부분부분의 웃음거리들입니다. 무진장 거칠고 냉철한척 폼 잡지만 사실 차비아끼려고 애를 쓰는 탐정의 모습은 재미있습니다. 피터 포크는 이렇게 약간 웃긴 면을 드러내는 좀 가난해 보이는 미국 서부 도시의 탐정역할에 더할나위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그야말로 형사 콜롬보 그 자체인 것입니다. 피터 포크 외에도 배우들의 노력과 순간순간의 코메디 대사들을 잘 짜여져 있습니다. 과장 코메디가 다소 싱거운데에 비해서 숫자가 적어서 그렇지 언어유희는 재미있는 편이기도 합니다. 기나긴 이름으로 웃기는 것은 각본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가장 좋은 코메디를 보여주는 인물은 정체를 숨기고 있는 여자주인공급 인물인 마들린 칸의 인물입니다. 멜 브룩스 코메디에서 훌륭히 활약하며 힘을 발휘한 바 있는 명배우 마들린 칸은 자신의 가명으로 갖가지 느와르 영화속 여자주인공들과 배우들의 이름을 제시합니다. 그녀는 속드러나는 거짓말을 허둥지둥 지어내고 당황하기도 하면서, 가끔 우아한 듯한 모습을 슬쩍슬쩍 드러내는 척하는 모습도 훌륭합니다. 아주아주 길고 장황한 대사를 초고속으로 읊어대는 기술도 보여주거니와, 그러면서도 그런 대사들이 그냥 말 빨리하기 개인기에만 그치지도 않습니다. 점점 빨라지는 말투속에서, 점점 커지는 웃음을 끌고나가면서, 당황하고 놀란 호들갑 떠는 느낌도 빠른 말투속에 진짜처럼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긴박하고 정신없는 박자감각을 보여 줍니다.


(마들린 칸)

또 한 가지 이 영화가 훌륭한 것은 안개 낀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를 잡아낸 모양이나 세트, 소품 등등이 참 그럴듯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 영화속에 나오는 느와르 영화 같은 분위기가 화면상으로는 꽤 잘잡혀 있습니다. 이것은 좀 허무맹랑한 헛소리스러운 이야기가 오락가락하는 내용에 비해서 시종일관 정말 40,50년대 정경처럼 잘 잡혀있습니다. 음악도 약간씩 파격이 있을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끈끈한 이런 분위기에 잘 맞아들게 되어 있습니다.


(택시: 잔돈은 내가 챙길거요. 거슬러주시오.)

그런저런 좋은 점들에 주목하다보면, 이 영화의 뚝뚝 잘리는 이야기도 나름대로 뜻없지는 않은 듯 합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어처구니 없게 대강 때우면서 넘어갑니다. 그것이 마치 추리물이나, 수수께끼 풀이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면이 있는 "하드보일드"라 불리우던 그 탐정들을 놀리는 재미가 또 있는 것입니다. 뭔가 그럴싸한 범인 찾기, 숨겨진 비밀이 있을 듯 시작하지만, 조금만 보면 엎치락 뒤치락 뭐 이상한 다른 소재가 마구 연결되는 그 흐름이 엉망진창 대소동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난장판이라는 느낌 말입니다.

좀 더 꼬이는 사태에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라든지, 어처구니 없는 당혹스러움에 짜증내는 시각을 드러낼 수 있었다면 이런 코메디는 더 강해 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현실감 없이 이래저래 얽힌 어림없는 사연들이 가득 펼쳐진 영원한 느와르 영화속의 밤분위기를 끝없는 꿈처럼 잡아내는 것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입니다.


그 밖에...

코메디 각본의 명인인 닐 사이먼이 "5인의 명탐정"에 이어 각본을 맡았기에, "Neil Simon's The Chep Detective" 라고 제목이 나옵니다.

"5인의 명탐정"에 거의 같은 인물로 나왔던 주인공 피터 포크를 비롯하여 많은 배우들이 다시 나옵니다.

마를린 몬로를 MM, 브리짓 바르도를 BB라 부르던 유행과 함께 AM이라 불리우던 앤-마그렛이 나옵니다. 시작부분에 이름나올때 보면 여자 주인공처럼 나오는데 사실은 깜짝 출연 정도의 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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