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핑크 팬더 (핑크 팬더 3) Return of The Pink Panther 영화

1974년작, "돌아온 핑크 팬더 Return of The Pink Panther"는 핑크 팬더 시리즈 3편으로 통하는 영화니다. 피터 셀러즈가 나오는 핑크 팬더 시리즈 2편으로 불리우는 "어둠 속에 총성이 A Shot in the Dark" 이후 10년만에 나온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제목대로 "핑크 팬더"라는 별명이 붙은 거대한 보석이 나오고, 시작 장면과 끝 장면에서도 분홍색 표범 애니메이션이 나오며, 괴도 뤼팽 분위기의 뛰어난 도둑도 나오고, 무엇보다 유명한 핑크 팬더 주제곡도 배경음악으로 흐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도입부에 보석 "핑크 팬더"를 도둑맞고, 도둑 맞은 보석을 찾기 위해 주인공들이 몇몇 나라를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시작 장면 애니메이션)

"돌아온 핑크 팬더"는 영화가 중반부에 접어 들고 사건이 절정에 이를 무렵쯤 까지 두 개의 이야기로 영화가 갈라져 있습니다. 자기가 보석을 훔쳤다는 누명을 벗기 위해서 진짜 보석 도둑을 찾아 다니는 찰스 리튼의 이야기와, 보석을 찾는답시고 실수만 하는 우리의 클루조 경감 이야기로 나뉘는 것입니다. 두 이야기는 결말부에 이르러 하나로 합쳐질 때까지 거의 아무 상관 없이 따로 진행되고, 결말이 되면, 두 이야기가 다시 합쳐 지면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총 출동해서 서로 잡히고 잡는 소용돌이로 휘말리면서 결말을 맺습니다.

우선 찰스 리튼 쪽의 보석 찾기 이야기는 여러모로 제임스 본드 영화의 아류스러운 느낌이 많이 보입니다. 이국적인 지역을 여행하면서, 날렵한 정장차림으로 갖가지 모험과 격투를 벌이고, 언제나 여유를 잃지 않으며 죽음의 위기에 맞선 악당 앞에서도 싱거운 농담을 합니다. 이런 여유로운 활극의 주인공은 괴도 뤼팽과 제임스 본드 등등의 여러 이야기에서 자주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만큼, 갑부 귀족이면서 명성과 재미를 위해 보석 도둑질을 하는 절대 안잡히는 거물 도둑 이야기에 아주 안어울릴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줄을 타고 내려오고 창문을 깨고 도망치는 장면의 연출은 꽤 신나게 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의 무용담은 일단 문제의 보석 찾기 문제와 별 상관이 없습니다. 찰스 리튼은 보석 찾으려고 나섰지만, 별로 정보도 얻지 못하고, 거기서 돌아다니면서 어떻게 단서를 얻거나 추적을 제대로 하는 내용을 넣지도 않았습니다. 찰스 리튼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사람 두들겨 패면서 많이 활약하는 장면만 보여 줄뿐 입니다. 사실 별 얻는 것도 없이 그냥 악당들에게 쫓겨다는 것이 다 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몇몇 부분에서 살짝살짝 제임스 본드 영화 흉내내는 장면을 좀 보여주는 짤막짤막한 재미에 그칩니다. 그러느라 정말로 보석을 추적하고 조사하는 이야기는 없어서, 그러므로 딱히 무슨 사연이 생긴다거나 영화의 갈등을 이끌고 가는 내용은 못 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결말에 이르면, 영화를 끝내야 하니까 갑자기 우연과 "갑자기 생각났다!"가 마구 겹치면서 보석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버리는 좀 엉성한 내용입니다.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제임스 본드 흉내)

영화의 진정한 핵심은 클루조 경감 쪽의 이야기입니다. 클루조 경감은 상당히 헛다리를 짚고 보물과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곳을 헤메면서 줄기차게 실수만 하고 있습니다. 클루조 경감은 처음부터 매우 예리한 시각을 가진 수사관인척 하고, 가끔은 절대로 정체를 눈치챌 수 없는 놀라운 비밀요원인척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겪는 당황, 착각, 놀람, 겁먹음 때문에 자꾸 허둥대고 어처구니 없는 한심함을 드러냅니다. 이런 인물을 연기하는 피터 셀러즈의 연기는 매우 훌륭하고, 프랑스식 억양을 흉내내는 말투도 절정에 이른 수준입니다.

예를 들면, 방범대원 내지는 교통순경 정도의 임무를 맡아 파리 시내를 순찰하고 있는 도입부의 클루조 경감 이야기는 상당히 멋집니다. 이 이야기는 논리학이나 법학을 소재로 하는 책에서도 곧잘 볼 수 있는 "거리의 악사와 돈 받는 원숭이" 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고, 그냥 논리적으로 따져보면서 희미하게 미소를 지을만한 이야기일 뿐, 극적인 전환이나 폭소를 끌어내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을 이 영화에서는 어림없이 자신의 위엄을 과시하려하는 법의 수호자, 클루조 경감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펼쳐냅니다. 그래서 내용을 무척 자연스럽게 잘 전달하면서, 클루조 경감의 말투와 성격에서 나오는 재미도 이끌어내고, 오랫만에 보는 주인공 클루조 경감에 대한 반가움도 느끼게 해주는 썩 좋은 장면이 되었습니다.


(악사와 원숭이와 클루조 경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클루조 경감의 코메디 역시 자유롭고 활기차게 활용되지는 못했다는 점입니다. 일단 아쉬운 것은 클루조 경감과 가장 많은 역할을 주고 받는 캐서린 셸의 역할이 좀 어긋나는데가 있다는 것입니다.

캐서린 셸의 인물은 클루조 경감을 무슨 곰돌이 푸 보듯이 어릿광대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클루조 경감의 실수를 보면서 미소 지으며 웃으며 즐거워하고, 클루조 경감과의 대화를 장난처럼 즐깁니다. 말하자면, 캐서린 셸은 관객 대신, 클루조 경감을 "귀여워 해주고", 코메디에 웃어주는 역할을 맡은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출은 별로 효과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우선 클루조 경감의 코메디는 주인공 스스로 웃기려고 웃기는 것이 아닙니다. 클루조 경감은 자기 의사와 달리 실수를 많이 해서 그렇지, 농담꾼과는 거리가 먼 진지한 사람인데다가, 그렇게 웃기려하지 않는 진지함은 클루조 경감이 실수를 해서 웃기는 바탕이 되어 줍니다. "프렌즈"의 챈들러 빙 같은 농담꾼이 사람들 웃기려고 재치있는 대사를 하는 것은 웃어주는 등장인물이 있는 것이 효과가 좋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클루조 경감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코메디는 지극히 인간적인 당황과 착각, 허둥대는 모습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그런 모습을 진짜 당황하고 착각하고 허둥대는 것으로 부각시켜야 더 재미있을 듯 합니자. 하지만 그렇지 않고, 그런 허둥지둥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그냥 보고 비웃어 넘기고 마니, 진실한 정말로 당황하는 느낌이 줄어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몰래 여자주인공의 방에 잡입했다가 엉성하게 도망가려는 클루조 경감)

이것은 클루조 경감의 코메디와 흡사한 방식으로 펼쳐지는 로완 앳킨슨의 "미스터 빈"과 매우 대조적입니다. "미스터 빈"에서 이야기속 등장인물들은 "미스터 빈"의 행동을 보고 놀라거나, 기분나빠하거나, 같이 당황하거나, 혹은 미쳤다고 생각해서 피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빈을 보고 웃거나, 극중에서 빈을 "귀여워"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놀라서 어림없이 자빠지는 클루조 경감에게 옆에 있는 사람이 "경감님, 안다치셨어요?" 라고 한다면, 위엄있는척 하다가 갑자기 자빠진 그 부끄러운 기분과 어쩔줄 모르는 느낌이 살것입니다. 하지만, 자빠지는 클루조 경감을 보고, 그냥 광대 보듯이 빙그레 웃으면 그냥 "클루조 경감이 웃기려고 자빠졌구나"하는 생각만 들 뿐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멋있는 사람인척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약한 점들 때문에 자꾸만 실수를 드러내는 공감할만한 사람으로 "클루조 경감"이 보이는데 방해가 됩니다. 그냥 단순히 멍청하고 실력없는 영구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수사에 착수한 클루조 경감)

아닌게 아니라, 클루조 경감의 행동도 후반부에 접어들 수록 점점 진부한 모양으로 흘러갑니다. 바지 흘러내리며 웃기는 아주 고질적이고 원초적인 너무나 많이 써먹은 코메디를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하는데다가, 그나마, 전체적인 영화 이야기에 맞춰서 상황이 변화된다기 보다는, 뚝뚝 끊어져서 한 장면에서 한가지 아이디어로 웃기고, 바로 다음 장면에서 앞장면과 상관없는 다른 아이디어로 웃기는 이야기로 빠집니다. 이 영화는 그걸 억지로 늘어놓아 보여주기 위해서 같이 진행되는 찰스 리튼의 보석 찾기 이야기와 번갈아 보여주면서 이 끊기는 이야기 사이를 매워 놓았습다.

클루조 경감이 바지 찢어지는 것으로 웃기는 장면을 하나 보여주고, 그 다음에는 클루조 경감이 미끄러져 자빠지면서 웃기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두 장면은 아무 상관없는 내용입니다. 그런데도 차례로 보여주려고, 두 장면 사이에 찰스 리튼이 007 흉내 내는 장면을 잠시 보여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꼭 두 웃진 장면 사이에 잠시 시간이 흐른것처럼하고는 넘어가는 것입니다. 이런 형식은 최소한 이야기의 모양을 잡아주는 역할은 하기에 기술적인 묘미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신에 너무 안이하게 아무 내용연결 없이 그저 이런저런 조각난 자빠지는 코메디만 반복하는 아쉬운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상황을 이해 못하는 클루조 경감)

딱히 전체를 아우를만한 이야기거리 없이, 계속 클루조 경감의 어릿광대 활약만을 보여주는 영화에 머무는 점은 이처럼 이래저래 부족한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전체에 여러 재미거리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둘로 나뉘어졌다가 하나로 합쳐지는 이야기 구조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호기심을 생기게하고 지루함을 덜어줍니다. 비록 모든 것이 우연때문에 갑자기 끝맺기 때문에 특별히 화려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모든 등장인물들이 한 번에 뒤엉키면서 일시에 문제가 풀리는 결말장면도 대단원에 썩 잘 어울립니다. 비록 웃음을 강화시키는데는 효력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캐서린 셸의 여유롭고 장난기 많은 젋은 귀부인 연기는 아주 자연스럽고, 크리스토퍼 플러머도 진짜 제임스 본드 아류작 영화에 출연해도 부족함이 없을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클루조 경감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드레퓌스는 미쳐버릴 것 같은 연기가 지나치게 가짜같이 허황되게 과장되어 있어서 좀 설득력이 없긴 합니다. 하지만, 클루조 경감이 한심하게 50년대식 인종주의에 쩔어서 헛소리를 해대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클루조 경감을 싫어하는 드레퓌스의 모습이 아주 재미없지 많은 않습니다. 무엇보다, 클루조 경감을 연기하는 피터 셀러즈의 활약은 부족함이 없습니다. 강력한 진공청소기에 옷이 달라 붙는 장면처럼 보고 또 본 내용이 지루한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몰래 들어온 방에서 금고 인 줄 알고 슬며시 다이얼을 돌려 보다가 놀래는 부분처럼 현실감과 웃음의 과장 어느 한 부분도 부족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웃긴 압도적인 장면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제임스 본드 같은 여유로운 비밀요원을 흉내내는 부분에 이르면 극치에 달합니다. 이 부분은 내용 스스로가, 지나치게 여유부리고 잘난척하는 영화속 비밀 요원을 비웃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려 007 흉내를 내는 찰스 리튼 쪽 이야기 자체를 싱겁게 보이는 역효과가 있다는 문제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또 찰스 리튼의 전형적인 잘난척 하는 영화속 비밀 요원 연기와 대조를 이루면서 그 웃음이 커지는 효과도 충분히 있는 멋진 부분이 됩니다.


(피터 셀러즈의 제임스 본드 흉내)


그 밖에...

1편과는 달리 도둑 역할을 데이빗 니븐이 아닌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맡았습니다. 워낙에 많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역시 "사운드 오브 뮤직"의 트랩 대령 역할로 가장 친숙할지 싶습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줄리 앤드루스는 핑크 팬더 시리즈에서 감독과 각본을 맡은 블레이크 에드워즈의 아내이기도 합니다.

한국판 비디오는 "핑크팬더 2"로 소개된적이 있습니다. 제목에 "핑크 팬더"가 나오는 피터 셀러즈의 핑크 팬더 시리즈로는 두 번재 영화이고, 핑크 팬더 주제곡과 분홍색 표범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시리즈로도 두 번째 영화이니 아주 이상한 제목은 아닙니다.

핑크 팬더 1편처럼, 이번에도 제3세계 신생 독립국의 정치문제를 짧게 언급합니다. 이번에는 보석 절도 사건을 빌미로, 수사 한다면서 반대파 정적을 숙청하는 기회로 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핑크 팬더 1편에서는 국민 정부 수립 때문에 옛권력자들과 왕실 인사들이 재산을 숨기고 빼돌리려는 이야기가 잠깐 다뤄진 바 있습니다. 둘 다 실제 역사에서 빈번히 찾아 볼 수 있는 나름대로 중후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시작 장면 애니메이션의 부드러움과 색상의 선명함이 월등히 좋아졌습니다. 10년간의 기술 발전 성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판, 핑크팬더 2편과 핑크팬더 3편 사이에는 10년의 시간이 있습니다만, 짤막한 코메디 애니메이션판 핑크팬더 이야기들의 대표작들은 대부분 이 10년동안 계속 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애니메이션이 핑크팬더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간 기간이 2편과 3편 사이인 것입니다. 이 애니메이션들도 영화 못지않게 세계 각국에서 친숙한 편입니다.

클루조 경감은 바보로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결과를 놓고보면, 이번에도 "핑크 팬더"나 "어둠속에 총성이" 때 처럼, 클루조 경감의 추리와 예상이 들어맞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면도 있습니다.

덧글

  • FAZZ 2007/04/02 16:56 # 답글

    2편 제목만 PINK PANTHER STRIKES BACK이었으면 완전한 스타워즈 클래식과 제목이 같아지는군요 ^^
  • 게렉터 2007/04/04 12:09 # 답글

    아닌게 아니라 4편 제목이 "The Pink Panther Strikes Again"인데, 이게 통상 "핑크 팬더의 역습"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