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사생활 Private Resort 영화

1985년작 "해변의 사생활 Private Resort"은 신인 시절 조니 뎁과 롭 모로우가 여자 낚는 데 인생의 모든 것을 건 철없는 두 친구로 나오는 코메디 영화입니다. 내용은 주말 동안 그럴싸한 행락지 호텔을 무대로 어떻게든 아리따운 여인과 엮여 보려고 두 친구가 혼신의 힘을 다하지만 일이 제대로 안 풀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이 두 친구의 사건과 함께 휘말려 더욱 일을 꼬이게 하는 제비족 보석 도둑의 다이아몬드 절도 사건이 같이 엉켜 듭니다.


(해변 술집의 롭 모로우와 조니 뎁)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웃음을 주기 위해 영화 전체를 일종의 소극(笑劇, farce) 형태로 꾸몄습니다. 소극이 보통 커다란 저택을 무대로하는 경우가 많은만큼, 이 영화는 해변가에 있는 호텔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호텔의 방들, 호텔 복도, 엘레베이터, 호텔에 딸린 수영장, 식당, 행사장 등등을 배경으로 이곳저곳을 오가면서, 사기를 치고, 숨기고, 숨고, 도망치고, 쫓고, 못본척하고, 잘못보고, 발견하고, 착각하고, 오해하는 이야기들을 끌어 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첫번째 무리수는 힘겹게 노출 장면을 넣으려고 노력한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배경을 아름다운 관광객들로 득실거리는 해변 호텔을 무대로 하고 있으니, 사실 좀 손쉽게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방법이긴 합니다. "7년만의 외출"이나 "막을 올려라 Noises Off"처럼 이런 자극적인 장면들을 웃음과 줄거리의 굴곡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치하는데 성공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지 못했고,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내용을 돋보이게 한다기보다는, 그냥 아무 상관없이 끼어든다는 느낌이 들 뿐입니다.

웃기는 소극 장면 하나와 수영복 심사 장면이 상영 시간에 따라 교대로 나뉘어 등장하는 정도인 것입니다. 여러 사람의 여러 노출장면을 보여주려고 하다보니, 진짜 중요한 사건과 인물을 묘사하는 시간이 부족해지기도 했습니다. 조니 뎁과 롭 모로우도 비슷한 맥락에서 꽤 자주 옷을 벗고 허겁지겁 달립니다. 롭 모로우의 당황한 연기가 웃길 때도 있습니다만, 이것도 역시 비슷하게 언제나 잘 어울린다기 보다는 바지 벗으면 웃기지 않을까, 하는 진부한 코메디의 망상에서 헤맨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포키즈 Pork's" 시리즈나 "애니멀 하우스 Animal House" 의 자극적인 부분을 억지로 따라하려다가 실패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바바 라마 어쩌고 종교에 과하게 심취한 사람을 나타내는 부분 정도만이 예외입니다. 이 부분만은 힐러리 셰퍼드가 코메디를 위해 활약도 충분하게 롭 모로우의 맞대응도 장난스럽고도 그럴듯합니다.


(바바 라마 어쩌고 저쩌고...)

여기에는 사실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힐러리 셰퍼드도 중심 줄거리와는 아무 상관없이 그냥 곁가지 이야기로 잠시 막간을 때울 뿐입니다. 그래서 그 웃음이 큰 소용을 다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배우들도 비슷한데, "폴리스 아카데미" 시리즈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바 있는 레슬리 이스터브룩 역시 그냥 악당 애인으로 가만히 서 있는 들러리 역할에 머물고 있을 뿐입니다.


(레슬리 이스터브룩)

두번째로 문제가 생긴 부분은 악역이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것을 꼽을만 합니다. 이 영화에는 악역 비슷한 역할이 서너 명 쯤 있습니다만, 이 중에서 출연 분량이 많은 악역은 두 명입니다. 한 명은 호텔 지배인 입니다. 이 사람은 주인공들이 일으키는 소동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 어떻게든 주인공들을 호텔에서 내쫓을 궁리를 합니다. 다른 한 명은 진정한 악당인 다이아몬드를 노리는 제비족 도둑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이유로 주인공을 공격하려 하면서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고, 주인공 입장에서도 두 사람을 동시에 피해서 도망다녀야 합니다. 그러자니 이리저리 허둥지둥 호텔 이곳저곳을 도망다니게 된다는 구도 입니다.

꽤 괜찮은 구도인데도 불구하고, 헛점이 보이는 부분은 우선은 지배인의 대사와 동작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 지배인은 점점 난장판이 되어가는 호텔을 유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성실한 직원입니다. 따라서, 이 지배인은 온갖 문제거리들을 막아내기 위해서 갖가지로 애를 씁니다. 그리고, 해괴하게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모두 관찰하면서 경악하고 분노하고 괴로워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러니, 이 사람은 이러한 놀라움과 짜증스러움을 웃기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이 임무를 잘 해낸다면, 이 지배인 인물이야 말로,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이 이리저리 꼬여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사건들의 뒤죽박죽 뭉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핵심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이클 보웬의 연기는 단지 몇 번 자빠지고 넘어지는 동작 몇 개에만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을 뿐이고 대사나 표정연기가 강하게 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대소동의 놀라움과 분노를 웃기게 표현하는데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도망치고)

진짜 악한 악당인 보석 도둑도 잘 활용되지는 못했습니다. 이 보석 도둑은 신사답고 멋부리는 놈이지만, 사실 내면은 탐욕스럽고 무시무시한 범죄자라는 이중인격자 같은 사람입니다. 이런 인물은 이야기 줄거리와 잘 통하기는 합니다. 이런 소동에서 자주 사용되는 수법은 정체를 숨기면서 임기응변으로 거짓말을 해가며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들입니다. 거지가 부자인척 하고, 하인이 주인인척 하는 수법 말입니다. 그렇게 정체를 숨기고 속임수를 쓰는 모습과 악당의 직업이 직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보석 도둑의 이야기와 저지르는 일들은 흘러가는 이야기와 잘 맞아드는 면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서 일이 좀 복잡해지면, 이 인물은 무시무시한 악당에서 갑자기 쓰잘데없이 무의미한 영구가 되어 버립니다. 복잡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웃음을 주기 위해서 얼토당토 않은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어림반푼 어치도 안되는 가짜 변장에 속아버리는가하면, 주먹질도 제대로 안하다가 갑자기 기관총을 난사하는 등 종잡을 수 없습니다. 그냥 웃긴 상황 하나하나를 위해서 아무짓이나 막 합니다. 덕분에 이 악당이 벌일 수 있는 다양한 재미있는 모습들은 실패해 버렸습니다. 사건이 복잡하다보니 정교하게 모든 상황을 넘나들며 웃기기가 쉽지 않아져서 그냥 대강 바보짓만 아무렇게나 하게 한 듯합니다. 결국, 이 인물을 맡은 헥터 엘리손도가 충실히 보여주었던 좀 웃기게 고통 받으면서도 악당다운 악함은 충분히 살아났던 모습들도 사라져 버립니다.


(숨기고)

전체 줄거리도 완전히 충실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부분에 헛점이 있다보니, 엄청나게 일이 복잡해 질 것처럼 이야기를 벌려놓고, 나중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슬며시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는 부분도 군데군데 있습니다. 조니 뎁의 인물이 자신의 직업을 의사라고 속인 것은 복선으로 등장했습니다. 들통날 위기를 겪는다든가, 거짓말이 탄로나서 큰 일 날듯한 징조였습니다. 하지만, 중반이후가 되면 다른 사건들만해도 이리저리 내용을 엮을 만한 소재로 충분하기에 그냥 없던 일처럼 되어 버립니다. 지배인과 이발사의 살벌한 대결도 점점 더 커지는 원한의 충돌이 될 것처럼 묘사되었지만, 그냥 한 번 별 재미없게 싸우고 말아 버립니다.

그런 아쉬움이 있는 만큼, 등장 인물의 구도나 인물에 어울리는 배역 선정은 반대로 좋았습니다. 호텔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엮어 나가며 오해와 착각, 위기의 순간과 도망 장면을 만들어낸 기본 발상들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난봉꾼의 꿈을 꾸며 호텔에 등장한 두 친구가 노리는 상대가 있고, 이 상대 아가씨의 할머니는 좋은 보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석을 노리는 도둑이 접근을 위해 바로 이 할머니에 다가옵니다. 그 와중에 보석 도둑의 애인에게 두 친구는 또 집적댑니다. 그 사이를 오가는 호텔 종업원들도 이러한 다양한 종류의 작업들을 위해서 속임수에 동참하거나 희생당하고, 도망가고 숨는 사이에 변태로 오인당하는 인물과, 변태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주먹을 날리는 에어로빅 강사까지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모습은 썩 좋습니다.


(숨고)

주인공을 연기하는 롭 모로우는 한심하면서도 까불거리며 웃기는 청년 역할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상대적으로 진지하고 인간다운 모습과 나름대로 순박한 면을 보여주는 모습도 자연스럽습니다. 조니 뎁은 롭 모로우에 비하면 훨씬 단순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조니 뎁은 롭 모로우 옆에서 더 얍삽하고 더 뻔뻔하고 더 약은 친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조니 뎁이 재미있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롭 모로우가 좀 더 웃기고, 조니 뎁이 좀 덜 웃긴 가운데, 이기동-서영춘 때부터 내려오던 어리숙한 친구-얍삽한 친구의 구도가 과장없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나 낄낄거리며 호텔을 배회하는 모습은 대단한 연기는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두 사람이 진짜 친구처럼 보이는 수준입니다. 두 사람 다 멋진 코메디를 보여 주는 실력을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대강 제몫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작비나 제작기간이 좀 더 충분했다면 더 나아질 수 있는 영화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는 이런 영화에 어울리는 해변 음악이 빠져 있습니다. 사실 그런 류의 음악은 "비치 파티" 시리즈에서 너무 남용되어서 지겨워진 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음악이 좀 무미건조한것도 사실입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인 호텔 자체가 그다지 아름답고 화려하다거나 이국적인 정취가 감도는 것도 아니라서, 음악이 약간 빠지는 것은 전체적으로 영화가 조금 더 썰렁해 보이게 했습니다.


(비치 파티 분위기의 두 친구)


그 밖에...

롭 모로우는 최근, Numb3rs 에서 돈 엡스 역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조니 뎁 역시 "나이트메어"의 출연 이후 두 번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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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렉터블로그 : 연애도적(鑽石艷盜, Venus' Tear Diamond, 1970) 2007-11-19 12:58:52 #

    ... 반복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장면들은 건물 내부와 바깥 장면을 교대로 보여주면서 벽에 매달려 아슬아슬하게 숨어 있는 사람을 재미거리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그런 장면이 조금 밖에 없습니다. 또 벽에서 떨어질까 말까 비틀거리는 연기가 가짜 같아서 긴장감도 적습니다. 무엇보다 벽타는 것 하나만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므로 너무 지겹습니다. 천하제일의 도둑 인 것 처럼 나오더니, 고작 기술이라고 보여주는 것이 벽타는 것 뿐이라서 심심한 것입니다. (벽타기) (다시 벽타기) (또 벽타기) (계속 벽타기) (끝가지 벽타기) (끝없는 벽타기) 이 영화 속에는 벽타기 외에도 "진짜 보석"/"가짜 보석" 바꿔치기 라든가, 보석의 행방,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는 상황 같은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것이 보석을 찾아 헤메는 도둑들 사이에서 이야기의 발단/전개/절정/결말 상황을 결정 짓기도 하고, 반전 거리도 되는 것입니다. 즉 언제 어떻게 해서 저 도둑 손에 진짜 보석이 넘어갔고 내 손에는 가짜 보석 밖에 없는가, 하는 그 영문을 모르는 수수께끼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것은 나름대로 탄탄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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