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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계속 되는 기나긴 영화인, 1993년작 "게티스버그 Gettysburg" 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벌어졌던 게티스버그 전투의 3일간을 차근차근 보여주려는 영화입니다. 미군이 참전한 모든 전쟁 중에 비교도 안될만큼 가장 막대한 사상자를 낸 전쟁이자, 민간인 피해 역시 미국 역사상 비할바 없이 극심한 전쟁이 남북전쟁입니다. 그리고 이 남북전쟁 승패의 전환점이자, 가장 중대한 일대 결전이 게티스버그 전투인 만큼, 소재 자체는 누구나 호기심을 생기게 할만한 것입니다.
![]() (게티스버그 영화 포스터) 게티스버그 전투는 남군의 패배로 끝이 났습니다. 그러니, 북군측의 링컨이 냉큼 내려와, 민주주의라는 말을 들먹이는 나라에서는 남아공에서 북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들먹이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 어쩌고 하는 연설로 멋을 부렸던 것입니다. 이 전투는 게티스버그라는 북군측의 한 시골마을의 낮은 산 일대에서, 남북의 대군이 결집하여 싸운 것 입니다. 전체적인 모양새는 지키고 버티는 북군을 향해 공격하러 길가던 남군이 맹렬히 달려들었다가 패한 꼴입니다. 이 전투에 대해 할아버지 옛날 이야기체로 주절주절 재미 위주로 왜곡해서 도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비록 북군이 장비와 병사 숫자에 대해 우세했습니다. 그러나 남군의 사령관 리 장군의 멋진 전술과 용맹하고 늠늠한 남군 병사들의 끝없는 힘으로 북군을 다 박살내기 직전까지 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끝장을 내려는 마지막 순간에 힘이 부족했고, 끝장이구나 하면서 버티는 북군에게는 의외의 행운이 뒤따랐다는 것입니다. 그와중에 남군의 지레 겁먹고 투덜거리는 패배주의자 롱스트리트 장군이 리 장군의 말을 듣지 않고 실수를 저질러서 안타깝게 망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군이 북군을 격파할 천재일우의 기회를 잃게되고 아까운 목숨만 엄청나게 잃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런 류의 이야기는 그냥 재미로 하는 전설 비슷한 것일 뿐이고, 조금만 진지하게 알아보면 그냥 뻔한 결론이 나와 버립니다. 역시 북군측이 숫자도 많고 장비도 좋았고, 더군다나 방어하는 입장에서 유리한 지형을 미리 점거한 채 탄탄히 대비하고 있었으므로, 그냥 이겼다는 것입니다. ![]() (한때 남부의 배반자로고 욕먹었던, 롱스트리트 장군) 한 수 접고 들어가서, 남군 병사들 확실히 북군 보다는 더 용맹해서 이길 가능성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게티스버그에서 패했다고 해서, 남군이 전쟁에서 이길 기회가 생기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미국땅은 여전히 끝도 없이 넓고, 북군측의 인구는 남군측의 몇 배였으며, 경제력은 몇 십배였습니다. 남은 병력과 물자도 북군이 많았으니, 그랜트 장군이나 셔먼 장군이 게티스버그 전투가 끝난 다음날 바로 게티스버그 전투 만한 피해를 남군에게 줄 수도 있는 노릇이고, 꾸역꾸역 장기전으로 끌어서 북군이 이길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한 마디로, 양측 저력을 다 평가할 수 있는 지금에 와서 앞뒤 냉정히 따져보면, 게티스버그 전투는 남군이 지는게 당연한 싸움입니다. 이 영화 "게티스버그"의 문제점도 따지고 보면 여기에 근원이 있습니다. 역사대로 차근차근 읊어가다보니, 별달리 극적인 요소가 없는 것입니다. 처음 시작하면 "북군이 너무 많고, 고지를 점령하는 것은 힘듭니다" 라고 다들 말합니다. 그리고, 진짜 힘듭니다. 마지막으로 힘들어서 실패합니다. 단순하고 밋밋하게 끝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게티스버그 전투의 고유 특징을 따로 발굴한 면이 강한 것도 아닙니다. 게티스버그 전투는 커다란 싸움치고는, 그저 길가다 우연히 만나서 즉흥적으로 싸운 꼴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류의 특징들을 이야기거리로 삼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승패가 자명한 밋밋한 싸움이라고해도 여러가지 수단으로 이야기에 극적인 느낌을 줄 수는 있습니다. 무모한 줄 알면서도 끝도 없이 싸우는 집념이나 처절함, 슬픈 느낌 같은 것을 살릴 수 있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 "람보 1편" 같은 것이 예입니다. 아니면, 반대로 무모하거나 냉정한 공격에 대한 비판으로 전쟁의 허무함을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아벤고 공수군단", "갈리폴리" 같은 영화들은 이런 느낌을 잘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용감하게 싸우는 병사들의 모습은 여느 군국주의 용사 못지 않으면서도, 비판적인 느낌 역시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아니면, 강한 쪽에 더 초점을 맞춰서 조금씩 지쳐가며 점점 두려워하게 되는 심리적 위기를 다룰 수도 있습니다. 적군이 별별 괴이한 노력을 다하는 모습에 경악하는 것을 이야기로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줄루", "죽음의 고지 햄버거힐", "북경의 55일"은 이런 분위기가 강합니다. ![]() (실제 전쟁 무렵에 나온 게티스버그 전투 그림) "게티스버그"는 이 중에서 어느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남군도 멋있고, 북군도 똑같이 멋있게 그리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그냥 적당히 멋있는게 아니라, 영웅이 득실거리고 명언과 감탄이 난무하는 모양으로 꾸미려고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한쪽이 너무 고생하거나, 어느 한쪽을 너무 괴물같이 극단적으로 그리는 모습은 배제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극적인 이야기를 일부러 꾸미지도 못했고, 그로서 놀랍고, 감격적인 이야기를 끌어내는데도 실패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코 아주 재미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긴긴 영화 중에서 그나마 재미있는 구석이 있는 것입니다. 다 합해봐야 잠깐 치고 받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두 부분은 꽤 멋집니다. 북군 체임벌린의 피터지는 방어와, 게티스버그 전투의 절정인 피켓 돌격이 그것입니다. 이 두 부분은 특별히 각본을 지어내고 연출을 꾸미지 않아도, 그냥 역사상 사건 자체 만으로 어느 정도 흥미가 동하는 장면이 되기에 이 영화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빛납니다. ![]() (게티스버그 전투 그림) 체임벌린의 방어은 꽤 멋지고 신기합니다. 체임벌린은 인물을 잘 만들었습니다. 체임벌린은 대학교수 였다가, 전쟁발발후 장교가 되어 싸운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누구보다도 고생하며 싸우는 지휘관입니다. 체임벌린은 별별 악전고투 속에서도 불사조처럼 살아남았고, 마침내 승전을 맞고, 훈장도 타고, 여든이 넘도록 천수를 누린 그야말로 역전의 용사였습니다. 게티스버그 전투의 기록에서도, 체임벌린은 끝까지 버티면서 남군의 날카로운 공격을 저지했습니다. 체임벌린은 총알이 다 떨어져 싸울 방법이 없자 막판에는 총검을 세운 뒤 맞돌격으로 저항하는등 그야말로 피터지게 버텨낸 일화를 남겼습니다. 따라서, 그냥 대충 따지면, 체임벌린은 엄하고 고지식한 학자로, 무슨 임진왜란 때 의병처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날뛴 열혈투사로 생각하기 좋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흥미롭게도 그렇게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체임벌린은 대학에서 학생 가르치다가 갑자기 전쟁터에 온 탓으로 전쟁에 좀 적응되지 않는 듯한 사람 입니다. 살벌한 전쟁터 분위기에서 좀 인간적인 느낌을 많이 갖고 있기도 하고, 같이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는 동생 걱정을 많이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명예나 격식, 의전과 제식을 지나치게 따지기보다는, 그냥 민간인에 가깝게 행동합니다. 체임벌린을 연기한 제프 다니엘스의 연기도 매우 좋습니다. 표정과 말투에서, 전투를 준비하고, 공격을 맞이할 때, 초조해하고 겁먹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하는 모습을 큰 과장 없이 속속들이 잘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인간다운 체임벌린이 끝없이 몰려드는 적을 막느라 정신없이 고생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처럼 전쟁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평범한 사람 같은 주인공이 그렇게 뛰어다니며 설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 끝까지 침착하게 버틴 결과, 보통 학자가 역전의 용사인, 훈장 받은 "체임벌린"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싸움 경험이 없는 시민이 어떻게 전쟁터에서 제 몫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공을 세운 용사로 살아남는가 하는 모습을 상당히 와닿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 전체에서 체임벌린 쪽의 이야기는 조금이나마 농담거리 비슷한 것이 있는 이야기라서 감정의 완급이 잘 조절되어 있다는 점도 좋은 부분입니다. 외려 너무 현장감이 있는 인물이라서, 멋있는 영웅과 고전적인 서사시처럼 되어 있는 이야기와 안어울리는 느낌이 간혹 날 정도입니다. ![]() (강의하다말고 전장에 뛰어들게된, 체임벌린) 다른 부분인 피켓 돌격은 그야말로 물량 공세로 밀고나가는 장면입니다. 수만명의 남군 병사들이 고지를 향해서 일제히 줄지어 저벅저벅 걸어옵니다. 총탄이 날아들고, 포탄이 떨어지며, 그래서 걸어오던 남군들 중 상당수는 픽픽 쓰러져 죽어갑니다. 그렇지만, 걸어오는 이 사람들의 걸음걸이에는 멈춤이 없고, 적진까지 들이 닥치겠다는 만용 같은 결심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포연이 자욱한 가운데, 총탄이 빗발치고, 그 와중에 들판을 수많은 군사가 끝도없이 달려드는 그 모습은 이 영화의 완연한 절정장면 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남북전쟁의 핵심은 게티스버그요, 게티스버그의 핵심은 피켓 돌격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만큼, 이 대규모 돌격은 예부터 장관이라 불리어왔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막대한 숫자의 엑스트라를 기용하고, 소도구, 의상, 특수효과 화약 등등을 한도 끝도 없이 퍼부어서, 이 피켓 돌격의 장관을 꽤 비슷한 느낌으로 재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 촬영 자체가 게티스버그와 펜실베니아 일대에서 찍혀서, 정말로 피켓 돌격의 장중한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그런 까닭에, 이 패배하는 전투에서 누구보다 용맹하게 선두에 서서 목숨걸고 부하들을 이끈 아미스테드 장군의 모습은 와닿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피켓 돌격에서 병사들이 다 죽을 때까지 지치도록 싸우는 상황을 묘사하면서, 아미스테드 장군을 중심으로 삼았습니다. 남군 장교다운 굳건한 표정, 귀족정신, 병사들을 격려하고 사랑하는 자애로운 모습, 예절과 신사도를 배우 리처드 조던이 잘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제작진이 물량을 퍼부어 한 동안 이어지는 피켓 돌격의 모습이 그럴싸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착하고 의지있는 노인 장군이 끝까지 노력함에도 어쩔수없이 중과부적으로 결국에는 실패하고야 마는 모습은 관객들을 안타깝게 만들만도 합니다. ![]() (용감하고 불쌍한 영감으로 나온, 아미스테드 장군) 이 영화는 이상이 한계입니다. 이런 멋진 부분들만큼, 무미건조하고 썰렁한 부분이 많습니다. 역사상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던 두 부분이 차지하는 몇십분을 빼면 전체 4시간 21분의 긴 영화 중 나머지는 조금은 엉성합니다. 전술에 고민하고 만감이 교차할 전투 전후의 묘사가 참 심심하고도 기나길게 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모든 장군들이 전투 장면 이외의 시간에는 서로 연설하고 시적인 대사 읊기에 불타고 있습니다. 틈만 나면,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 버지니아는 저 멀리에 있고, 저들은 여기에 있다. 링컨은 저 넘어에 있고, 역사는 어제 있으며, 하늘은 푸르고, 땅도 푸르다. 바람이 부니,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고. 신의 뜻은 나의 의지로..." 이런류의 대사를 끝도없이 주절주절 서로서로 돌아가며 읊어 댑니다. 모두가 다 이런 시 읊기로 하나 같이 대사를 메우고 있으니, 인물들이 뚜렷하게 살지를 않습니다. 비열한 놈도 있고, 멍청한 놈도 있고, 경망스러운 사람, 무뚝뚝한 사람도 있는게 흥겨운 모습일텐데, 다들 멋있는 연설만 하려 들 뿐인 것입니다. 그래서 갈등이나 다채로운 감정을 내뿜는 부분은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지겨운 부분도 꽤 많습니다. 셰익스피어가 아닌 다음에야, 이렇게나 많은 대사들을 조탁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시 귀절 같은 대사들은 아름다운 운율이 느껴진다기보다는, 상황에도 맞지 않는데 억지로 대사 자체로 겉멋부렸다는 느낌이 많습니다. 그래서 좀 허황되고 낯뜨겁게 들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연설에 감화되어" 인생을 바꾸는 "사이비 도덕 동화책에나 나올법한 등장하는 어린이 같은 인간"도 꽤 나옵니다. 특히 리 장군 같은 사람은 상당히 아깝습니다. 이 사람은 북군이 두려워하고, 남군은 모두가 믿고 따르고 존경하고 숭상하는 위대한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멋있는 대사, 시적인 표현 엄청나게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 사람이 뭐가 그리 대단하고, 뭘 그리 잘하는지 보여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마틴 쉰이 연기하고 있으니, 보기에는 좀 대단해 보이기는 합니다. 그게 유일해서, 마틴 쉰이 얼굴값, 목소리값만 할 뿐입니다. 행동과 지시에 우러러 볼만한 것은 없습니다. 리 장군이 진 다음에 "다 내잘못이요"라고 겸허히 체념하는 부분 한 군데외에, 리 장군이 정말로 뛰어나다는 점을 묘사하는 대목은 전무할 지경입니다. 이 영화는 가만히 보면, 자주 게티스버그 전투에서 남군측의 가장 큰 패인으로 지적되는 롱스트리트 장군을 별로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애초 부터 리 장군이 잘못 생각했다"는 투로 나가는 성향이 꽤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줄거리만 보면, 리 장군이 바보 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대사나 사람들이 받는 느낌을 표현할 때는 리는 위대한 인물로 꾸며져 있습니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가 생깁니다. 사람들이 리를 존경하거나, 리가 스스로 대단한 척 하려는 장황한 대사들이 헛소리 같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이런 점들은 아직까지도 워낙에 존경받는 위인인 리 장군이기에 함부러 그렇게 이야기를 위해 꺾어댈 수 없겠다는 한계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나폴레옹을 다루는 많은 영화들처럼, 의기양양하던 리가 패배하면서 점점 괴로워하고 무너져가는 모습을 들춰내는 구성이 더 와닿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 (존경할만한 신사의 모범으로 추앙받았던, 리 장군) 좀 더 살펴보자면, 이 영화의 가장 훌륭한 초점인 대규모 군중 장면도 사실 역효과가 있습니다. 막판 피켓 돌격을 워낙 장엄하게 잘 꾸미려고 하다보니, 돈이 부족해서 다른 전투 장면들은 상대적으로 좀 싱겁고 작게 표현해 버린 것입니다. 게티스버그 전투는 둘째날의 싸움도 대단한 혈전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싸움은 그냥 중대 두 세 개가 각개전투 훈련 한 번 하는 듯한 느낌 밖에 안납니다. 전투 묘사 자체도, 전장식 소총이나 남북전쟁시기 대포 포병의 고유한 분위기를 별로 살지 않았습니다. 그냥 행사할 때 축포 쏘는 듯한 느낌에 그쳤습니다. 장교급 이상의 이름있는 배우들은 연기를 열심히 하는데 비해서, 대부분의 병사 엑스트라들은 연기와 지휘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무기를 들고 전쟁터에 뛰어든 병사의 느낌이 아니라, 무거운 소품을 들고 일당 받을 때까지 돌아다니는 지친 엑스트라 같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느끼는 공포감이나 광기 혹은 명예나 혈기는 전혀 보이지 않고, 그냥 시키는데로 무표정하게 왔다갔다할 뿐입니다. 남북군 어느 한쪽에 특별히 치우치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갔다는 면에서, 이 영화는 "지상 최대의 작전" 같은 실화 재연 영화의 재미를 좀 더 노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한 사건을 보는 이야기로 꾸몄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갖가지 사건이 긴박하게 어울리는 이야기를 구성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 영화는 어쩔 수 없는 장군들의 전쟁영웅담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비슷하게, 이 영화의 음악 역시, 너무 "감동주려는 명예로운 음악" 일변도로 계속 반복되어서, 좀 재미가 없는 편입니다. 돈도 없겠다, 이름난 역사속의 장군들이 주르륵 나와서 차례로 돌아가면서 멋부리는 문장만 자랑하는 이야기로 빠지겠다, 싶으니, 이 영화는 그렇게 처절한 혈전을 다뤘으면서도 핏방울 몇 개도 잘 안보이는 것입니다. 끝으로 좀 더 건질만한 것들을 찾아본다면, 워낙에 긴 영화라서, 군데군데 사이사이에 조그만한 이야기거리들이 빠지지 않고 구색을 넓게 갖추고 있다점이 눈에 뜨입니다. 남북전쟁에서 두드러졌던 유럽 선진국들의 참관장교에 대한 묘사나, 전쟁에 대해서 관심도 없어서 그냥 구경거리로만 여기는 시골 사람, 흑인 병사, 3년 제대 제도, 소년병의 군악대 복무, 깃발에 대한 중시, 기록에 남아 있는 인물들의 명대사 등등 남북전쟁을 대표하는 다양한 소재들이 조금씩 조금씩 흩어져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각지역의 억양으로 말하는데, 가끔 너무 가짜 흉내스러운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만, 이 역시 언급할만은 합니다. 그 밖에... 이 영화의 전후 이야기를 다루는 속편 비슷한 것으로 "신의 영웅들 Gods And Generals"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1만 3천명에 달하는 남북전쟁 애호가들이 직접 게티스버그에 자발적으로 와서 그날의 옷과 장비를 재현하는 일을 즐거이 했다고 합니다. IMDB Trivia에 따르면, 벅스데일 장군을 연기한 배우는 실제로 벅스데일 장군의 자손이라고 합니다. 한편 리가 등장하자 환호하는 병사들의 모습은, 마틴 쉰이 나타나자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계획에 없던 것이었는데 그냥 찍어서 쓴 것이라고 합니다. 너무 영화가 길어서 하루에 2번 밖에 상영하지 못했지만, 개봉했을 때 흥행 10위권에 당당히 진입했습니다. 원래는 TV미니시리즈로 만들려다가 영화로 개봉해버린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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