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 특공작전 Murderer's Row 영화

제임스 본드 같은 첩보 모험극이면서도, 맷 헬름 영화 시리즈는 느긋한 코메디에 훨씬 더 높은 비중을 실은 제임스 본드 아류작입니다. 그 두번째 편인, 1966년작 "헬리오 특공작전 Murder's Row" 도 마찬가지 입니다. 언제나 여유를 잃지 않는 농담꾼 바람둥이 요원이 나와서 해변의 경치 좋은 곳을 이리저리 걸어다니고, 그러면서 "비밀무기를 개발하는 납치된 과학자"에 대해서 조사하다가, 아리따운 아가씨들을 여러 명 만나고, 마침내 악당 기지에서 결딴을 낸다는 것입니다. 이번 편에서 악당의 음모란 무시무시한 광선무기 "헬리오 빔"으로 워싱턴DC를 불태우겠다고 협박하는 것입니다.


(역시나 요란한 디자인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 악당 기지)

50년대말, 60년대초에 농담꾼 바람둥이 역할로 잔뼈가 굵은 가수 겸 배우 겸 코메디언 딘 마틴이 맷 헬름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는 이 맷 헬름이 여자에게 엄청나게 인기가 많다는 것을 코메디로 과장하고 있습니다. 장례식 비슷한 것을 치르려 하니, 아내 역할을 자청하는 여자들이 수십명씩 걸어나오는 등. 어떤 상징적인 쇼에 가까울 정도로 과장된 코메디들이 종종 영화속에서 펼쳐집니다. 영화 역시 그런면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런 장면에서는 구성진 재즈와 신나는 록큰롤이 잘 결합된 재미난 음악들을 흥겹게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헬리오 빔이라는 좀 황당한 SF무기가 소재라는 것도 이렇게 좀 느슨한 분위기로 가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다.


(코메디 딘 마틴)

딘 마틴에 견주어 지는 여자 주인공들은 누가 나오는가 하니, 보건데 여자 주인공은 사실 거의 전혀 비중이 없습니다. 마지막에 액션 잠깐을 제외하면 그냥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것과 어림 반푼어치에 붙는 은행이자 하루 만큼도 안 될 법한 극도로 멍청한 척하는 농담을 하는 것 뿐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 속에서 여자 배역들은 특별히 매력을 보이거나 연기다운 연기, 코메디 다운 코메디를 할 순간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그저 아리따운 얼굴만 화면에 한가득 비추는 역할을 맡고 있을 뿐입니다. 이 영화는 그게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 중심이 되는 여자 인물을 영화 진행에 따라 한 명씩 한 명씩 단계별로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무슨 미인 대회 처럼 여러 여자배우들의 자태를 별 다른 이야기와 관련된 감정 없이 구경하도록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 "미인"이 AM 이라고 하면 한 때 다 알았던 앤-마그렛이므로 영화 필름이 헛도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제몫은 하는 배역)

이렇게 영화를 꾸며 놓았으니, 1960년대에 생각할만한 최첨단 패션은 가득가득 등장합니다. 미니멀리즘, 미래파, 다다이즘, 아방가르드 패션 뭐 왠만큼 생각날 수 있는 것은 원색으로 한데 어울릴 수 있도록 개량되어 경쾌하고 밝은 느낌으로 정리되어서 다 나옵니다. 중간에 나오는 디스코텍 장면은 말그대로 1960년대에 비틀즈나 몽키스가 TV쇼에 나와서 설치는 무대를 신나는 록큰롤 열광으로 과장해 표현한 현장이라 할만도 합니다. 따라서 등장인물들은 색상의 대비가 화사한 원색 계통의 옷을 입고 다니게 되어 있고, 가구나 자동차들의 색상도 현실적인 느낌 따위는 다 무시하고 미술적으로 효과가 좋도록 색칠 되어 있습니다. 빨간색 옷을 입고다니는 맷 헬름은, 가끔 도가 지나쳐서 그 나이에 특수요원이라면서 그 꼴로 다니는 것이 좀 바보스럽게 보일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볍고 밝은 볼거리를 꾸미는데는 충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댄스 댄스)

반면에 여러가지 액션이나 소도구, 특수무기 같은 것은 꽤 빈약합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맷 헬름은 별 짓 않하고, 심지어 뭔가 잘난척도 별로 안하고, 그냥 헛농담 계속 읊조리면서 설렁설렁 어슬렁거리기만 하는데, 그러면서도 악당들을 다 제압하는 것은 단 하나의 특수무기를 쓰기 때문입니다. 특수무기가 무슨 엄청난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서, 그냥 좀 특이한 권총일 뿐입니다. 이 따위 무기에 줄줄이 다 당하면서 전멸해 버리는 악당들은 지나치게 바보스럽기도 하거니와, 악당의 바보스러움은 넘어간다고해도, 후반부에 싸우는 방법이 "특수무기 권총 사용" 딱 한가지로 세 번 네 번 계속 써먹고 있어서 답답하고 지루하다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싸움 장면이나 추격전 장면역시 별다른 생동감을 주는 장면은 없습니다. 그냥 공사판에서 한국에서 저예산 권격 영화 찍는 것과 별 다를 바 없이 썰렁하게 싸우는 것으로 때웁니다. 바다를 질주하는 배들과 호버크래프트와 관련된 장면들은 시선은 끕니다. 하지만, 이 역시 별다른 사연도 없고, 별다른 계략도, 아슬아슬함도 없이, 그저 "쫓아가자" 한 마디하고 달리고 있을 뿐이라서 호버크래프트를 동원한 사연에 비하면 싱겁습니다. 연출이나 음악으로 받쳐주었다면, 커다란 호버크래프트가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는 모습은 무척 멋있을 수 있겠다싶고 바다에서 호버크래프트로 시가지로 돌진하는 장면은 파괴력이 넘칠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영화에 나오는 장면만 해도 아주 맹탕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냥 차분하게 카메라로 비출 뿐이라서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에 비하면, 악당이 주인공을 바로 그냥 처죽이지도 않고, 권총 한 발로 없애지도 않고, "큭큭큭 고통스럽게 죽여주마"라고 해놓고 엄청나게 복잡한 방법으로 죽이려고 시간끄는 것은 넘어갈만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주인공이 탈출하게 하는 것은 별 문제도 아닙니다. 악당들이 이렇게 바보짓의 스텝을 아주 정확히 즈려밟으며 가는 모습이, 한심하고 비현실적이라서 나름대로, 여유만만 코메디가 넘실거리는 영화와 걸맞기도 하거니와, 그 옛날 영화스러운 맛 자체도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하고많은 방법 중에 왜 하필 이렇게 죽이려 하는 것인지)

배우들의 의상과 실내묘사가 잘 지창되어 있는데 비해서 야외묘사는 부실하다는 점도 느껴집니다. 영화 전체의 배경이 그냥 고만고만한 휴양지 안팍을 설렁설렁 걸어다니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고, 아름다운 풍경도 거의 없어서, 전체 분위기에 비해서 이국적인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신나는 어느 여름날의 모험 같은 꿈꾸는 듯한 느낌도 없습니다. 이런 점은, 휴가를 미리가보는 느낌으로 편안히 영화를 즐긴다고 할 때에 분명히 단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내가 볼 만하지 야외는 별 것 없어요)

줄거리가 꼭 정교해야만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화를 처음부터 끝가지는 보는 중에 호기심을 느끼거나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맛이 거의 없다는 점도 나쁜점입니다. 맷 헬름 시리즈는 별 대단한 난리 없이 설렁설렁 진행되는 바람둥이 특수요원 무용담의 한 극치를 이루었습니다. 그렇기에, "오스틴 파워즈" 시리즈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입니다. 그런데도, 순수한 패러디인 "오스틴 파워즈"나 비슷한 류의 무한질주 코메디인 "언더커버 브라더" 보다도 이 영화는 더 이야기가 헐렁합니다.

이 영화를 보자 마자, 관객은 악당이 누구고 뭘 하려는 지 뻔히 알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맷 헬름은 여기저기 걸어다니다가 악당 일당을 우연히 마주치기를 반복하고 그 중에 인구비례상 절반일 여자 배역들을 모조리 반하게 하므로, 별 문제없이도 악당과 만나고 사건을 끝내버리는 것입니다. 악당이 시한을 주고 협박한다는 소재도 있고, 악당에 납치된 박사, 박사의 딸, 죽은 척 하고 몰래 잠입하기, 현장요원과 워싱턴DC 본부의 상황대립 등등 뭔가 소재는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긴장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소재들은 그냥 "특수요원 이야기니까 뭐 이런 것도 있어야지"하는 생각으로 잠시 시간 때우는데 사용하고 버릴 뿐입니다. 이야기를 조마조마하는 용도로도 별로 써먹지 않고, 코메디에도 쓰지 않으면서 그냥 슬며시 접어버립니다.


(이마를 자세히 보면, 나 악당이오 라고 써 있음)

이런 영화 속에서, 딘 마틴은, "인간의 몸에 60%가 물이라면, 저 인간은 나머지 40%는 다 버터란 말인가?" 하는 물음에 확답을 하는 듯, 극도로 느끼한 농담으로 치솟아 찬연히 빛나버립니다. 그런데 딘 마틴은 그런 대사를 하면서도, 그 말투며 얼굴 표정 따위가 절묘해서 그게 억지로 웃기려고 능글맞은 척 하는 것이 아닌 듯 합니다. 그게 아니라 뭔가 해괴하게도 그런 대사를 자연스러운 듯한 느낌으로 하는 양 보여줍니다. 그런 딘 마틴의 무한한 괴력에 바탕을 두고, 이 영화는 무리 없이 영화 자체의 값은 하고 있습니다.


(불은 없겠지만 기름은 얼마든지 있겠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멋진 사람들이 계속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그래도 특수요원이야기다 보니, "세계정복" "정체숨기기" "비밀기지" 같은 정형화되어 굳은 신기한 소재를 차례로 계속 던져서, 끝까지 지켜 보고 있을 수는 있게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다고 요약할만 합니다.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음악 역시 아름다운 빅밴드 연주로 신나고 흥겹게 분위기를 맞춰 주고 있습니다.


그 밖에...

예고편 동영상:


60년대에 국내 개봉 된 것으로 압니다. 대체로 오리지널판 "대괴수 용가리"가 개봉되던 때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헬리오 특공작전"이라는 제목이 첫 개봉때 제목인 듯 하지는 않습니다만, 국내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에는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딘 마틴의 아들이 깜짝 출연 합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처럼, 역시 원작이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원작 "Murder's Row"와 이 영화는 "맷 헬름" 이라는 이름의 인물이 나온다 라는 것과, 제목 이외에 아무 공통점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 제작자인 헨리 레빈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맷 헬름 시리즈 영화를 이야기할 때 한 번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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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렉터블로그 : 동경특파원 2007-11-23 14:34:36 #

    ... 1960년대 후반. 아마도 "007 두번 산다"쯤을 기점으로 전세계적으로 007 아류작의 폭풍이 몰아 쳤지 싶습니다. 본고장 미국/영국에서는 맷 헬름 시리즈나 드러몬드 시리즈 http://gerecter.egloos.com/3074505 가 나왔고, 홍콩에서는 금보살 http://gerecter.egloos.com/30 ... more

덧글

  • FAZZ 2007/06/13 16:07 # 답글

    영화내 60년대 패션이 복고풍의 영향인지 몰라도 그렇게 촌스럽게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 게렉터 2007/06/14 16:16 # 답글

    FAZZ/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광풍을 몰고다니던 60년대에 이런 쪽의 밝은 휴가 느낌 영화로 신나는 블록버스터 형태로 꾸민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런 영화들에서 확실히 그런 보기 좋은 모습이 있습니다. 홍콩영화의 제임스 본ㄷ 아류작인 "철관음"이나 "금보살"만 해도 꽤 그럴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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