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어우 괴물열전 (1~40) 기타

1439년에 태어나 1504년에 죽은 조선 시대의 학자 성현은 역시, 음악을 집대성한 "악학궤범"으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듯 합니다. 이 양반은 벼슬만해도 예조판서까지 올라갔던 명사인데, 죽던 해인 1504션에 자신이 경험하고 들은 여러 이야기거리가 될만한 것들을 모아서 이야기책을 썼습니다. 성현의 호가 용재였으므로, 이 책의 제목을 "용재총화"라 했습니다. 한편, 유몽인은 1559년에 태어나 1623년에 죽은 사람입니다. 이 양반은 서울 부시장 직책을 맡기도 했는데, 임진왜란 후의 어느날, 항간에 떠도는 소문과 일화를 모아 이야기책을 썼습니다. 유몽인은 자신의 호가 어우당이었으므로, 책 제목은 "어우야담"이라고 했습니다.

"용재총화"와 "어우야담" 두 편의 책은 많은 옛날이야기의 원전으로 수없이 인용되는 것들입니다. 책 하나는 16세기가 막 시작되던 때에 집필 된 것이고, 다른 책 하나는 16세기가 끝난 직후 무렵에 집필 된 것입니다. 그러니 대체로 두 책은 지금으로부터 약 5백년전 조선시대의 문화를 살펴보기에 대표적인 이야기 자료가 될 것이라 할만합니다. "용재총화" "어우야담" 두 책의 필자인 성현과 유몽인은 정치인의 당파로 보면, 각각 훈구파와 사림 동인 중북파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 정치적인 입장을 조금씩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약간은 들어가 있는 편입니다.

둘 다, 수차례 현대 한글 번역본으로 출간된 바 있으며, "어우야담"의 경우에는 근대 이전 조선시대 후기에도 한글판이 출간되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용재총화"에 실려 있는 이야기들 숫자는 1525년 인쇄본을 기준으로 327편이며, "어우야담"에는 여러 판본들을 모은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 번역판의 경우 558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용재총화)

(어우야담)

두 이야기 책에는 항간에 떠돌던 농담에서부터, 유행하던 시에 대한 비평, 작가가 겪은 흥미로운 일 등등 다양한 일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니만큼, 여러가지 괴물에 관한 이야기들도 당연히 들어 있습니다. 이것들이 5백년전 조선시대에 돌아다니던 괴물 이야기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즐기는데 자료가 되겠다 싶어서, 저는 괴물들만 모아 보기로 했습니다. 두 책에 등장하는 괴물들 중에서 단순한 유령이나, 겉모습이 보통 사람과 별 차이가 없는 신선, 기인 등등은 제외하고 모습부터가 괴물스러운 것들을 추렸습니다. 그래놓고보니, 용재총화, 어우야담 두 책에 약 40종의 괴물이 등장합니다.

괴물들은 잘 알려진 용과 같은 비교적 평범한 괴물도 있으며, 또 기형 생물을 신령스러운 괴물로 착각한 듯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한편, 그 중에는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의 "늑대인간"이나 "투명인간"류와 비슷한 생물이 있는가 하면, 현대의 외계인이나 비행접시 목격담과 흡사한 것도 있어서, 주석을 달아 이야기 해보자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한 종류도 있습니다. 그러니만큼, 고전 속의 옛 괴물들을 줄줄이 구경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즐겨 주시면 되겠습니다.

각각의 괴물들 중에 그 이름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괴물을 묘사하는 한문 어구나 번역한 말을 그대로 가져와서 이름으로 삼았습니다. 괴물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조선시대 민화 풍의 예스러운 그림으로 그 형상을 그려서 곁들이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아쉬운대로, 일단은 다른 고전 그림과 Gutenberg 프로젝트로 공개되어 있는 Joseph Jacobs의 이야기책 삽화를 발췌해서 분위기를 깔아주는 느낌으로 같이 실었습니다. (괴물열전 시리즈는 이 블로그의 "별개시리즈" 카테고리를 통해 여러가지 출전에서 한동안 이어질 예정입니다.)


- 용재총화 -

1. 고관대면 (高冠大面: 관이 높고 얼굴이 크다는 뜻)

높다란 관을 쓰고 있고 얼굴이 커다란 괴물로, 얼굴과 관에 비해 몸은 작아서 사람처럼 서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보통 나무에 기대어 있는다. 사냥개가 사람보다 먼저 발견하고, 사람이 노려보면 겁을 먹고 사라진다. 조선 때 성현의 외삼촌이 지금의 부여 땅에서 보았다고 한다.


2. 용아 (龍兒 또는 용연신 龍淵神)

용의 연못 속에 사는 사람 모양의 용이다. 사람과 거의 같은 모양인데, 옷을 별로 입고 있지 않고, 다섯 색깔의 알록달록한 비늘이 온 몸에 나 있다. 사람을 등에 업고 물속세계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고려 때 광대놀이를 잘 하던 영태가 흉내를 낸 적이 있다.


3. 장화훤요 (張火喧鬧: 붉을 밝히고 시끄럽게 떠든다는 뜻)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나무의 형상이다. 하늘이 흐리면 휘파람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밤에는 가끔 빛을 발하며 시끄럽고 수다스러운 말소리를 내는 등 많은 동물들이 나무 안에 결합되어 있는 듯 한 괴물이다. 말하는 내용은 결코 건전한 내용은 아닌듯 하며, 자신을 자르려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힘도 있다. 이 나무의 공격으로 미친 사람은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 나뭇가지로 만든 칼로 목 베는 시늉을 하면 고칠 수 있다. 조선 때 성현의 외삼촌이 지금의 파주 땅인 서원에서 보았다고 한다.


4. 고수여칠 (枯瘦如漆: 말라 붙어 검게 칠한 모양 같다는 뜻)

뼈다귀로 된 다리로 걸어다니며 종이 치마를 두르고 있고, 상체는 가리고 있는 형상의 괴물이다. 늙은 여자의 목소리를 내며, 사람의 밥과 반찬을 다양하게 빼앗아 먹는다. 조선 때 이두가 자기 집에 나타나서 고생했다고 한다.


5. 목여거 (目如炬: 눈이 횃불 같다는 뜻)

3,4미터 이상의 높다란 키에, 삿갓을 쓰고 얼굴이 둥글고 커다란 형태의 괴물로, 눈은 횃불처럼 빛난다. 걸어다닐 때 주위에는 이글거리는 뜨거운 열을 내뿜으며, 하늘로 날아올라 멀리 이동할 수 있다. 조선 때 성현이 남강에 갔다가 오는 길에 보았다고 한다.


6. 수일이참대 (隨日而漸大: 날마다 자를 수록 커진다는 뜻)

작은 도마뱀의 모양이나 칼로 자르면, 금새 자라나 원래보다 더 커진다고 한다. 그래서 칼로 치면 칠수록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커다란 이무기의 모양처럼 된다고 한다. 수십명의 병사들이 칼로 동시에 공격해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이 괴물은 은밀히 숨겨진 지하 토굴 토굴속의 요새에 사는 어여쁜 여자가 둔갑하여 생긴다고도 한다. 그리고 한 마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삼자매, 세친구가 함께 살고 있다는 말도 있다. 조선 때 홍 재상이 보았다고 한다.


7. 소백충 (小白蟲)

사람의 치아에 기생하는 조그마한 하얀 벌레로 귀금속 은을 좋아하는 이상한 습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 때 혜민서에 제주 출신 여자 의사(여의) 한 사람이 이 하얀 벌레를 빼내는 기술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8. 견집오각 (堅執吾角: 내 뿔을 꼭 잡으라 라는 뜻)

이백고라는 사람이 용으로 변신한 것. 사람을 태우고 빠르게 날아다닐 수 있다. 사람은 용의 머리 쯤에에 앉고, 그 커다란 뿔을 잡고 있게 된다. 이 용이 사는 고향은 매우 풍경이 아름답고 기이한 땅으로 커다란 강으로 둘러쌓인 이상향 낙원이다. 조선 때 진일선생이 꿈에서 보았다고 한다.


9. 함은합 (銜銀?: 은으로된 함을 물었다는 뜻)

은으로된 까마귀를 입에 물고 다니는 기이한 까마귀. 함은 단단하게 봉해져 있고, 함 안에는 함을 여는 사람에 관련된 어떤 예언이 적혀 있다. 함 바깥 벽면에 예언에 대한 주의사항이 적혀져 있다. 신라의 소지왕 때 이 까마귀를 만난 일화가 매우 유명하며, 이 까마귀를 소지왕은 기특하게 여겨 까마귀가 나타날 때 마다 까마귀에게 먹일 독특한 과자를 제조하라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약밥의 시초라고 한다.


10. 백포건 (白布巾: 흰 두건이라는 뜻)

흰 두건을 쓰고 옷은 낡은 옷을 입은 늙은 승려의 모습이다. 그러나 사실은 호랑이가 두 발로 걸어다니며 두건을 덮어 쓴 채 변장한 것이다. 여러 명의 보통 호랑이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호랑이들의 두목으로, 새벽에는 바위위에 앉아 있으며, 호랑이 다운 모습으로 네발로 뛰어다닐 때는 크게 소리를 지른다. 고려 때 강감찬이 지금의 서울에서 만나 내쫓으면서 호랑이들을 몰아낸 적이 있다.


11. 노호정 (老狐精)

여인들에게 인기가 많고 지혜로운 사람의 모습으로, 보통 승려의 모습과 비슷하나 머리를 기른 행색이다. 그러나, 이는 사람의 아들이 아니라, 늙은 여우의 기운이 피어올린 괴물이다. 사람과 모든 면에서 차이가 없으나, 다만 누런 개나 흰 매를 보면 사냥 당할까 두려워 갑자기 놀란다. 고려 때 신돈이 노호정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12. 홍난삼 (紅?袗)

난삼은 선비들이 입는 옷인데, 빨간색 난삼을 입고 머리를 풀어 헤친 기괴한 여자가 대나무 숲에서 홀연 나타나는 것이 이 괴물이다. 잘 뛰어다니고, 높이 뛰는 일도 자연스러워 빠르고 세게 움직인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간다. 조선 때 성현의 외삼촌이 지금의 부여 땅에서 보았다고 한다.


13. 정여우후 (井如牛吼: 우물이 소와 같이 우는 소리를 낸다는 뜻)

우물 속에 사는 소와 닮았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괴물이다. 우물을 메워 버리려하면 며칠동안이나 소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일도 있다. 조선 때 성현의 외삼촌이 지금의 부여 땅 사람들이 이 괴물을 너무 숭배하는 것을 보고 우물을 메워 버렸다고 한다.


14. 화거훤호 (火炬喧呼: 횃불 같은 것이 서로 부른다는 뜻)

1 킬로미터 이상의 방대한 거리에 걸쳐 길게 무리지어 있는 수없이 많은 숫자의 괴이한 불빛들이다. 불빛이 줄지어 움직이며 환하게 빛나므로, 마치 야간에 사냥하러 나선 사람들의 모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맹렬히 다가가면 흩어지지만, 또다시 재편성되어 어느새 사람을 포위한다고 한다. 조선 때 안부윤이 지금의 파주 땅인 서원으로 가는 길에서 밤중에 보았다고 한다.


15. 노앵설 (老鶯舌: 늙은 꾀꼬리 혀라는 뜻)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인데, 천정에 매달려 있거나, 기둥위에 올라가 숨어 있는 습성을 갖고 있다. 늙은 꾀꼬리와 같은 이상한 목소리로 말을 하며,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사람의 비밀을 알아채거나, 죄지은 사람의 마음속을 잘 꿰뚫어보며, 잃어버린 물건을 잘 찾아주기도 한다. 조선 때 성현의 장모가 어릴 떄 보았다고 한다.


16. 의가작수 (依家作祟: 집에 들러 붙어 저주를 내린다는 뜻)

사람의 집에 숨어서 살면서 갖가지 방법으로 사람을 괴롭히고 골탕먹이는 투명인간이다. 죽은 줄 알았던, 유계량이 투명인간으로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어서 이렇게 부른다. 조선 때 기유가 자기 집에 나타나서 고생하다가 집을 버리고 이사를 가버렸다고 한다.


17. 연처위사 (戀妻爲蛇: 아내를 연모하여 뱀으로 변했다는 뜻)

여자, 특히 과부에게 밤에 나타나 그녀가 꿈을 꾸게 하면서 희롱하는 뱀이다. 마치 여자의 남편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한다. 보통 여자들이 왕래하는 집안의 항아리 속 같은 곳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몰래 나타난다고 한다. 보광사의 승려가 죽은 뒤에 뱀으로 변해서 나타난 적이 있다고 한다. 조선 때 성현의 장인이 지금의 부여땅에서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18. 법신상주 (法身常住)

일종의 불사신이다. 죽을 때가 되면, 불속에서 몸이 타오른뒤에 타지 않은 부분만 남는데, 이것이 완연히 건강한 사람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조선 때 장원심이란 사람이 농담삼아 법신상주를 흉내낸 적이 있다.


19. 재차의 (在此矣: 여기 있다 라는 뜻, 혹은 黑手: 검은 손 이라는 뜻)

되살아난 시체인데, 걸어다니며, 손발이 검은 색이고 동작은 부자연스러우나 사람의 말을 그대로 할 줄 안다. 고려 때 한종유가 장난 삼아 손발이 검은 되살아난 시체를 흉내내어 죽은 사람을 기려 곡을 하면 "여기 있다"라면서 사람들을 놀래켰다는 일이 전해진다.


- 어우야담 -

20. 제성대곡 (齊聲大哭: 다같이 진심으로 크게 우는 소리라는 말)

형체는 분명히 알려 있지 않으나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오래된 사당 같은 곳에 머문다. 음악에 쉽게 감동하여, 슬픈 아쟁음악을 들으면 감격하여 다함께 소리를 맞추어 엉엉 우는 습성이 있다. 조선때 김운란이 실업자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야밤에 홀로 아쟁을 켜다가 만났다고 한다.


21. 각백여옥 (角白如玉: 뿔이 옥처럼 희다는 말)

뿔이 옥처럼 희고 아름답다는 용으로 바다에서 살며, 용끼리 주도권을 놓고 서로 죽을 때까지 싸우는 용렬한 습성을 갖고 있다. 조선 때 유충례가 이 용의 뿔을 용 사체에서 얻었다가 유인서에게 빼앗긴 적이 있다고 한다.


22. 청우 (靑牛)

푸른색깔의 소로, 보통 소에 비해 덩치가 거대하고, 사람이 길들여 타고 다닐 수 있다. 추위에 강한 것 같으며, 산으로도 잘 올라가는 힘센 동물이다. 조선 때 이지번이 한 마리 길들여 타고 다녔다고 한다.


23. 충기여서 (蟲氣如絮: 벌레의 기운이 버들강아지 같다는 말)

수많은 숫자가 떼거리로 날아다니는 작은 버들 강아지 모양의 솜털같은 괴물이다. 온 방안을 가득 채울만큼 대량으로 몰려와 사람이 있는 곳을 습격한다. 사람 몸속으로 파고들면 피부병이 생겨 고생하게 된다. 조선 때 의사 양예수가 이것에 당한 사람을 진찰했다고 한다.


24. 쌍두사목 (雙頭四目: 괴물이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 것을 묘사하는 대목의 첫부분으로 머리가 둘, 눈이 넷이라는 말)

머리가 두 개인듯한 느낌을 주는 괴물로, 눈이 네 개이며, 뿔이 높이 솟았고, 입술은 처지고 코는 찌그러지고 눈동자와 눈알이 모두 붉은 매우 추한 괴물이다. 사람 정도의 크기로 어둠속에 몸을 숨기고 다니는데 매우 능하다. 사람과 말이 통하며, 사람을 주인처럼 섬긴다. 그러나 침실과 같은 개인적인 곳에도 자주 나타나며, 먹을 것을 달라고할 때 주지 않으면 난동을 부린다. 쥐고기를 구워 먹이면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때 신막정이 지금의 서울땅에 있던 소공주동의 집에서 보았다고 한다.


25. 일점청화 (一點靑火: 푸른 불꽃 하나라는 말)

파란색 불꽃 모양의 괴물로 굴러다니듯 움직인다. 작게는 반딧불 크기이나, 굴러다닐때 마다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어서 작은 항아리 정도의 크기로 커질 수도 있다. 공격에 당하면 죽을 정도로 심한 피부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한다. 조선 때 김효원이 지금의 삼척 땅에서 보았다고 한다.


26. 장구당로 (長口當路: 커다란 입이 길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말)

상당히 거대한 입모양의 괴물로 길을 막고 설 수 있는 정도의 크기이다. 입을 벌리면 윗 입술이 하늘에 닿을 정도라고 묘사되어 있다. 입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푸른 옷을 입은 어린 사람이 살고 있는데, 이 사람은 신비로운 조화를 부린다. 조선 때 신숙주가 젊은 시절 보았다고 한다.


27. 목노개생염, 목비개생발 (木奴皆生髥, 木婢皆生髮)

나무로 된 사람 인형인데 사람과 같은 수염이나 머리칼이 자라는 괴물이다. 남자의 경우에는 수염이 자라서 "목노개생염"이라고 표현하고, 여자의 경우에는 머리칼이 자라나서 "목비개생발"이라고 표현했는데, 괴기스러운 일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 조선 때 박응순이 조상의 무덤을 쓰다가 무덤안에서 보았다고 한다.


28. 형화만실 (螢火滿室: 반딧불이 방을 가득 채웠다는 말)

반디불처럼 빛이 나는 이상한 벌레인데, 한데 뭉쳐서 서로 합쳐지면 사람의 머리뼈와 같은 모양을 이루어 한 덩어리가 되어 힘을 쓰기도 한다. 이름은 사람 머리 뼈의 가루라는 뜻이다. 사람에게 고통, 질병, 환각등을 안겨주는 피해가 있는 듯 하다. 조선 때 김의원의 친척이 시달린 적이 있다고 한다.


29. 협사이함 (篋笥而緘: 대나무 통에 가두었다는 말)

괴물을 가두어 놓은 작은 대나무 상자로, 괴물이 소리를 내며 날뜀에 따라 들썩들썩한다. 물속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동물이라 대나무 상자 통째로 강물에 집어넣으면 죽는다는 것과, 사람을 공격한다는 것 외에 실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선 때 황철이 괴물을 잡아 가두어 넣었다고 한다.


30. 홍량거부 (鴻梁巨桴: 괴물의 크기를 비유할 때 쓴 말로 큰 기둥이라는 말)

바다와 육지를 넘나드는 거대한 이무기 모양의 괴물로, 길이는 수십미터 정도이고, 굵기는 기둥만하다고 한다. 육지에서는 산짐승을 잡아먹고, 바다에서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그러나, 매우 둔해서 함정에 걸리기 쉽다. 이 괴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몸 속에 진주처럼 기이한 보석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보석은 크기도 큼지막하고 색깔도 영롱해서 이 괴물을 잡아 배를 가르고 꺼내면 진귀한 보물이 된다. 조선때 한 화포장이 외딴 무인도에 남겨졌다가 이 괴물을 발견했는데, 함정으로 이것을 잡은 뒤 보석을 꺼내서 갑부가 되었다고 한다.


31. 도피사의 (倒被蓑衣: 도롱이옷을 이상하게 둘렀다는 말)

도롱이옷을 거꾸로 입은 사람의 모양인 듯한 괴물이다. 둘 씩 무리지어 다니며, 사람의 말을 아는 듯 하다. 사람의 체온을 높이는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조선 때 권벽이 열병에 죽은 사람이 많은 동네에서 보았다고 한다.


32. 소여구아 (小如狗兒: 강아지처럼 작다는 말)

제갈량이 만들었다는 목우유마를 기초로 하여 제작한 나무로 된 작은 말이다. 크기는 작은 강아지 만했으나, 제법 그럴듯하게 잘 움직이며 사람을 따라다니는 로봇이다. 다만, 작은 크기 기준으로 설계되어 실제로 작업이나 군사목적으로 쓰기 위해 크게 만들면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조선 때 이성석이 제작했다고 한다.


33. 백어 (白魚)

피부가 눈과 얼음처럼 보이는 하얀 물고기, 혹은 고래이다.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혹자는 여자가 먹으면 고기 속에 있는 정자가 침투하는 것인지, 알비노 증후군과 같은 특이한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고도 한다. 조선 대 이현배가 진주 땅에서 어부가 잡아 진상한 것을 보았다고 한다.


34. 은불 (銀佛)

하얀 색으로 보이는 은으로 된 보살상 모양의 괴물이다. 밤에는 움직이며 뛰어다니고, 낮에는 대나무 숲속의 흙속에 들어가 은으로된 불상의 모양으로 가만히 있다. 커다란 소리를 두려워 하고, 사람을 공격하여 헤친다. 낮에 은으로 된 불상의 모양일 때 녹이면 귀금속 은으로 사용할 수 있다. 조선 때 김뉴가 매우 값싼 흉가를 사들였는데, 그곳에서 보았다고 한다.


35. 출목축비 (出目縮鼻: 괴물의 모습을 묘사하는 대목의 첫부분으로 눈은 튀어나오고 코는 오그라들었다는 말)

돌탑 등의 구멍 속에서 사는 괴물로 크기가 상당히 크며, 네 발 짐승의 형체이다. 눈은 튀어나오고 코는 찌그러졌으며 입꼬리는 귀까지 닿아 있고 귀는 늘어지고 머리카락은 솟아 있으며, 양 날개가 활짝 펼쳐진 듯한 모양이며, 몸은 붉고 푸른 빛으로 알록 달록 하다. 고약한 악취를 풍긴다고 한다. 먼저 괴롭히지 않으면 사람을 습격하지는 않는다. 조선 때 정백창이 보았다고 한다.


36. 삼대봉 (三大蜂)

땅속 돌 밑에 사는 세 머리의 거대한 벌 모양의 괴물이다. 크기는 주먹 만한 크기로 셋 씩 짝지어 다닌다. 그 침으로 공격하면 한 번의 공격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조선 때 소세양이 보았다고 한다.


37. 비유설백 (肥腴雪白: 살이 눈처럼 희다는 뜻)

(Future Combined with Science Fiction 잡지 표지 중에서 발췌)
옷을 벗은 여자 형체의 하얀 물고기로, 머리칼을 풀고 있으며 피부가 매우 희다고 한다. 바다와 호수를 넘나들 수 있는 교묘한 지형의 물 깊은 곳에서 살며, 신비한 힘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조선 때 김회천이 지금의 영광 땅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김회천은 물고기를 많이 잡기 위해서 연못에 독약을 풀어 물고기를 연못의 모든 물고기를 한 번에 다 잡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 때 이 괴물의 죽은 시체를 발견했다고 한다.


38. 괴외촉천 (魁嵬觸天: 우뚝하니 높아서 하늘에 닿을 듯하다는 말)

머나먼 바다에 살고 있는 거인으로, 크기는 백미터에 이르는 정도로 아주 거대하다. 사람을 공격해 섬 근처에 다가오는 배를 뒤집어 버리려 하는 등 난폭하며, 바다속으로 잘 걸어다니며, 산으로도 단숨에 뛰어올라간다. 무기나 도구를 사용할 줄은 모르는 듯하며, 도끼 등으로 팔다리를 공격하면 멈칫한다. 조선 때 이수광이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을 만났는데, 이 사람들이 빠른 바람으로 조선에서 7일거리의 섬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한다.


39. 양육각 (兩肉角)

머리에 뿔모양으로 튀어나온 두 개의 살덩이가 있는 사람으로, 태어난지 수 개월만에 수염이 나는 정도로 빨리 자란다. 용모가 빼어나고 재능이 비범하다. 조선 때, 지금의 고흥땅에서 유충서의 종이 낳았다고 한다.


40. 인어 (人魚)

헤엄칠 때의 모습을 보면, 거북이처럼 생긴 사람과 비슷한 괴물이다. 그러나 앉아 있는 앞모습은 사람과 다를바 없다고 하며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고 한다. 머리카락은 금발과 흑발이 섞인 모양이고 눈동자의 색깔도 황색계통으로 밝다고 한다. 피부색은 붉은 색이 감도하는 하얀색이며, 등에는 검은 무늬가 엷게 있다. 잡히면 구슬피 우는 모습이 매우 처량하고, 흰 눈물을 줄줄 흘린다. 그래서 오래토록 보고 있으면, 애절한 마음 때문에 놓아줄 수 밖에 없게 된다. 사람처럼 남녀가 있으며, 어린 모습에서 다 자란 사람처럼 성장한다. 기름을 짜내어 먹어보면 매우 맛있다고 하는데, 상하지 않고 오래가기 때문에 고래기름보다도 더 좋은 귀한 것으로 친다고 한다. 조선때 김담령이 지금의 통천땅에서 어부가 잡은 것을 목격했고, 빼앗아 놓아주었다고 한다.


그 밖에...

용재총화는 http://minchu.or.kr 웹사이트에서 원문과 한글판 번역문 모두를 읽을 수 있습니다. 고전국역총서 중에서 대동야승 을 선택해서 대동야승에 수록된 판으로 실린 용재총화를 읽어보시면 됩니다.

* 그 밖의 다른 괴물들에 대해서는 곽씨 괴물삼합 링크 http://gerecter.egloos.com/3273749 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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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하얀까마귀 2007/07/02 09:32 # 답글

    오오. 생생한 묘사들을 보니 "악신 죽어라"가 떠오르는군요. ^^;;
    참고: http://heaven777.com/bbs/board.php?bo_table=battle
  • 존다리안 2007/07/02 23:59 # 답글

    대선사사=인큐버스

    나신여자어,인어=서양식 인어-세이레네스와도 유관하다지요?-,갑파

    구아목마,생염목로,생발목비=흙은 흙으로! 재는 재로! 인형은 인형으로!-꼭두각시 서커스 중에서...-

    일점청화,야심거물=H.P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생각나는 분위기입니다.

    손발이 검은 되살아난 시체=되살아난... 시리즈나 28일 후 시리즈 생각하면 이미지가 절로 떠오를 겁니다.

    요하입수거인=사이클롭스

    삭망=히드라+페이트의 서번트 중 한명. 눈이 최강의 무기.

    이거 트랙백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설들도 최강이군요.
  • 게렉터 2007/07/03 19:08 # 답글

    하얀까마귀/ 그저 이야기 책에 나온 목격담이 어찌 저 폭발적인 믿음과 정열의 진지함을 감당해 내겠습니까.

    존다리안/ 사이클롭스나 히드라와 정말 비슷한 괴물들은 다른 곳에서 또 나오게 됩니다. 그런 점들이 궁금하시다면, 괴물열전 시리즈의 후속작들을 기대해주셔도 될 것입니다.
  • 문지원 2007/07/07 17:49 # 삭제 답글

    쪼금 무서워~
  • 게렉터 2007/07/08 07:35 # 삭제 답글

    문지원/ 뒤에 올려드린 "문선야승 괴물열전"에 조금더 끔찍한 것들이 상당수 준비되어 있습니다.
  • 삥삥 2007/07/11 02:26 # 삭제 답글

    정말 좋은 자료네요^^ http://blog.naver.com/bbing88lk 제블로그로 시리즈 전부 퍼갑니다~
  • 게렉터 2007/07/11 20:41 # 답글

    삥삥/ 전문 인용은 왼쪽 위에 크게 적어 놓은 대로, e메일로 먼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내일의죠 2007/08/02 16:11 # 삭제 답글

    퍼가요~ ^^
  • zizim 2007/08/17 08:43 # 삭제 답글

    일본요괴는 만화에서 많이 봐서 알고 있었어도 한국전래괴물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네요.
    설명과 그림의 매치가 절묘합니다. 요런 걸 소재로 한 한국만화도 있었으면...@_@
  • 게렉터 2007/08/17 12:51 # 답글

    내일의죠/ 전문 인용은 왼쪽 위에 크게 적어 놓은 대로, e메일로 먼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zizim/ 살펴보면 또 꽤 있습니다.
  • noname^^ 2007/12/28 19:27 # 삭제 답글

    그나저나 성현의 외삼촌되시는 분은 참 한사람이 일평생 살다가도 못볼 것들은 좀 많이 보셨네요; 게다가 거의 부여땅쪽이라...허허..
  • 나뎅이 2008/03/19 22:53 # 삭제 답글

    너무 좋은 자료 잔뜩 보고 갑니다..^^ 이거 자주 놀러 올 것 같은걸요...ㅎㅎ
  • 2008/04/15 16:4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게렉터 2008/04/16 21:48 # 답글

    비공개/ 감사합니다. 곧 수정하겠습니다.
  • 멍멍기사 2009/09/14 07:00 # 삭제 답글

    우리나라도 이런 다양한 문화컨텐츠가 존재하고 있었군요. 빨리 일본처럼 대중문화로 퍼져나가기 바랍니다...흑.
  • 게렉터 2011/05/20 00:00 #

    "상업성"을 따지시는 분들의 눈에들만큼 가공되기에는 또 쉽지 않은 문제지 싶습니다. 생소한 소재일 수록, 관객의 마음에 드는 것 만큼이나, "제작진 윗선"의 마음에 드는 것도 극히 중요하니 말입니다.
  • 역사관심 2011/05/14 03:27 # 답글

    바로 윗댓글이 저였군요 (블로그가 없던 시절); 전문은 아니고 일부를 제 블로그에 예전에 싣었습니다. 너무나 흥미있는 내용인지라, 그리고 이메일로 연락요구를 못봤었네요;; 늦었지만 자진 신고합니다.
  • 게렉터 2011/05/19 23:59 #

    차후에 연락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 비나리 2012/01/02 02:30 # 삭제 답글

    괴물을 전부 찾으신건 아니죠?
    창귀라는 놈을 찾아보는 중이였는데
  • 게렉터 2012/01/30 21:41 #

    소개글에 써 놓았듯이 각 문헌에 등장하는 기준에 맞는 괴물들에 대해서만 언급해 두었습니다.
  • 브라질산토스 2012/01/28 10:55 # 답글

    게렉터님 삼국사기나 유사에 나오는 괴물들은 이상현상을 괴물화 시키신 경우가 많던데 용재총화와 어우야담에 나온것도 그러하시나요?
  • 게렉터 2012/01/30 21:46 #

    이상현상과 괴물을 어느 선에서 구분하고 계시는 지 궁금합니다. 저는 "모습이 괴상하여 보통의 경우와 다른 것"을 괴물로 정하고 써 두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위에 나오는 "용아", "용연신"의 경우에는 위에도 써 놓았듯이 한 장난꾼이 괴상한 괴물 모양으로 분장하여 다른 사람을 놀린 이야기를 써 둔 것입니다. 고전 속에 등장하는 괴상한 짐승, 벌레 같은 것들이 요즘 카드게임 처럼 힘, 지능, 특수 능력으로 정리되어 있거나 할 리야 없지 않겠습니까? 중국의 신선도에 관한 잡다한 읽을 거리, 태평광기류의 총서류 서적이라든가, 19세기 일본의 요괴학 정리문헌 같은 것은 우리 문헌 중에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 브라질산토스 2012/01/31 10:26 #

    위의 답변으로 충분히 궁금증이 해결되었습니다.^^ 이상현상의 괴물화란 것은 예를 들어 무고경주 같이 집단 패닉 현상을 괴물화 시키신 것. 이란 의미였습니다.

    저 역시 유사를 한 번 읽었고 무고경주에 관한 글귀를 보았지만 그것을 형태화 시킨다는 생각은 못했거든요. 아마 게렉터님의 자료가 무지막지하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서적자 2012/11/01 14:37 # 삭제 답글

    용재총화 현재 출간된것중 원본과 가장가깝게 아니면 없애거나 뺀부분 없이 그대로 출간된 책좀 추천해주세요
  • 게렉터 2012/11/04 18:31 #

    한국고전종합DB 에 인터넷으로 공개 되어 있는 "대동야승"에 수록된 것 보시면 그게 요즘에는 거의 정본 역할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 발키리아 2013/01/06 00:32 # 삭제 답글

    1~12 사진 엑박이네요~ㅠㅠ
  • 2013/01/15 17:3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게렉터 2013/01/18 19:54 #

    괴물백과 소개 글에 있듯이, 괴물을 등장시키는 것 자체는 제한 없이 하시면 됩니다. 다만 본문 자체를 인용하실 때에는 출처를 밝혀 주시고, 무료로 공개 가능한 형태로만 해 주시기 바랍니다.
  • 눈떼굴 2013/02/17 09:11 # 삭제 답글

    귀한자료 감사합니다^^
    개인 블로그에 퍼가겠습니다.
  • ㅕㅐㅑ 2013/10/07 04:32 # 삭제 답글

    용재총화가 이런 민담설화류 모음집중에는 가장 오래된 건가요? 이런 종류의 고전책들을 찾고 있어서요.
  • 게렉터 2013/11/03 22:17 #

    흔히 가장 오래된 연구대상으로 손꼽히는 것으로는 "수이전"이 있기는한데, 대부분 내용이 실전되었고,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으로는 "삼국유사"를 설화전설 모음집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격화된 조선시대에 나온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는 것은 "용재총화"가 꽤 앞서는 편입니다만, 설화, 이야기만 많이 모여 있는 책으로서 틀이 잡혀 있는 것은 아무래도 "어우야담"부터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 ㅅㅇㅇ 2014/04/05 17:15 # 삭제 답글

    법신상주는 괴물이 아니고 불교의 교리중 하나(법신상주 불심평등)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거랑 다른 건가요?
  • 게렉터 2014/04/11 21:01 #

    맞습니다. 위 이야기에서는 그걸 가지고 괴물처럼 다른 사람 놀래키면서 되살아난 시체인 것처럼 한 일화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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