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유사 괴물열전 (49~58) 기타

* 이 글은 괴물 백과 사전 시리즈로 올린 것입니다.

- 삼국유사 -

49. 장시상천 (長嘶上天: 길게 울고 하늘로 올라 간다는 말)

(신라 유물)
흰 색 말로 하늘을 날아 다닌다. 울음소리가 큰 편이고, 날아 오를 때 힘차게 울고 나서 빠르게 하늘로 치솟는다. 푸른색이나 보라색 계통의 알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내려올 때에는 번개처럼 드리우는 이상한 기운이 나타나는데, 이 말 모양의 짐승 때문에 그런 번개 같은 기운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고, 같이 나타난 이상한 알 때문에 이런 기운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으며, 확실치는 않다. 기원전 1세기 무렵 신라의 첫 임금인 혁거세 거서간이 이런 알에서 태어 났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나와 있다.

* 기록에는 날개가 달렸다든가 하는 묘사는 없지만, 신라 계통의 유물인 천마총 천마도를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짐승이다. 다만 천마도의 그림에 대해서는 그것이 기린을 그린 것이라든가 다른 신비한 짐승을 그린 것이라는 견해도 속속 나오고 있다. 만약 번개처럼 드리우는 이상한 기운이 말과 관련이 있다고 보면, 날개가 달려 있어서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다니는 말이 아니라, 번갯불과 같은 빛을 뿜으며 날아다니는 형태로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혁거세 거서간이 태어난 알이 어디에서 나타났는 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설명이 없는데, 알이 신비한 기운과 같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 왔고 이 짐승은 그것을 데려오거나 보호하기 위해 하늘에서 같이 내려 왔다가 올라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짐승은 보통 하늘 위에서 살아 가는 것이 된다. 상상하기에 따라서는 이 말이 알을 낳았다는 식으로 상상해 보는 것도 가능할 법 하다.


50. 중서함미 (衆鼠含尾: 여러 쥐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있다는 말)

(신라 무덤 조각)
쥐와 같은 짐슴인데 사람의 말을 할 줄 안다. 영리한 동물로 여러 마리가 힘을 합칠 줄 아는 듯 하여,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줄로 움직일 때가 있다. 사람보다 영리하고 사람이 모르는 지식을 알고 전할 수도 있다. 488년에 신라의 천천정이라는 곳에서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나와 있다.

* “삼국유사”의 “사금갑” 설화에는 정설로 쥐가 사람 말로 “까마귀를 따라 가 보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는 이야기와 잘못된 설로 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상한 징조로 여겼다는 이야기가 같이 실려 있다. 위 항목은 두 항목을 엮어서 한 항목으로 삼은 것이다. 만약 쥐들이 말을 하면서 여러 마리가 서로 힘을 합쳐 지낼 수 있다면, 쥐들이 구멍을 파고 지하에 마을이나 시가지를 만들고 쥐들의 문화를 만들면 산다는 식으로 상상해 볼 수 있다.
후대의 쥐에 관한 전설 중에는 조선시대 때는 수만마리의 쥐들이 떼거리로 움직이는데, 그 사체로 강물 위에 다리를 놓고 강을 건너 와서 고립된 지역의 사람들을 공격했다는 류의 이야기도 있고, 사람이 엄청난 쥐떼 때문에 죽은 기록도 있다. 반대로 쥐 또는 신령스러운 누군가가 쥐로 변신해서 몰래 적군의 성에 들어 가, 적의 활 시위를 하룻 밤 사이에 모두 갉아 먹는 방법으로 전투에서 승리를 가져 왔다는 전설도 보인다. 불교 계열 전설이 토착화 된 것으로 보이는데, 하찮은 쥐가 무시무시한 적군을 물리친다는 점에서 극적인 요소가 선명하다.
한편 “한국민속문학사전”에 나오는 “쥐의 보은”에서는 쥐가 사람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 떼로 나와서 춤을 춘다든가 서로 탑을 쌓듯이 올라 탄다든가 하는데 그것이 신기해서 사람이 구경하러 집에서 나왔더니 마침 산사태가 일어났고 사람은 쥐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이런 이야기로 상상해 보면, 춤을 추는데 적합한 복장을 입고 있는 쥐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땅에 구멍을 뚫고 사는 쥐가 산사태와 같이 땅이나 흙과 관련된 일을 사람보다 더 빨리 눈치 챌 수 있고 더 잘 알 수도 있다는 식으로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51. 소산부래 (小山浮來: 작은 산이 떠서 내려온다는 말)

(신라 무덤 조각)
이것은 커다란 산 모양인데 바다에 떠 다니는데 모양은 거북의 머리와 같고 위에는 한 줄기 대나무 같은 것이 있다. 이 대나무 같은 것은 낮에는 둘로 나뉘어져 있고 밤에는 합하여 하나가 된다. 가끔 낮에 이것이 하나로 합해질 때에도 있는데, 그러면 하늘과 땅이 온통 뒤흔들리는 듯한 기세로 비바람이 몰아치고 그 세기도 매우 대단하여 며칠씩이나 주변이 어두컴컴할 정도가 된다. 이 안으로 파고 들어 가면 용과 같은 것을 만날 수 있는데, 그것은 사람의 말을 한다. 용은 선물로 “흑옥대(黒玉帶)”를 주는데 이것은 허리띠 모양인데 사실은 그 한 조각 한 조각이 용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라서, 그 조각을 떼어 내서 물에 집어 넣으면 한 조각 한 조각이 용 한 마리로 변해서 하늘로 날아 가게 된다. 또 대나무 같은 것을 잘라 피리를 만들면 천하를 화평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하여, 신라에서 그렇게 만든 피리가 있어 그것을 보물창고에 숨겨둔 보물인 “만파식적(萬波息笛)”라고 했는데, 만파식적을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병이 나으며, 가뭄에는 비가 오고 장마는 개며, 바람이 잦아지고 물결이 평온해졌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나와 있다.

* 만파식적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인데 거북을 닮은 산 모양이 스스로 물에 떠내려 오는 데, 그것이 용의 상징과 같은 것이라서 거기에 가면 용을 만날 수 있고, 용으로 되어 있는 허리 띠를 준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아예 산만큼 거대하고 거북 모양을 닮았으며 한편으로는 용 과도 비슷한 것이 바다를 떠돌아 다니면서 사는데 그것이 꼭 산처럼 보인다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본다면, 거북과 닮은 용과 비슷한 아주 거대한 것이 바다 위를 떠 다니는데, 그 위에 흙과 먼지가 덮이고 풀과 나무가 자라나 산과 같은 모양이 되었으며, 한편으로는 더듬이라든가 촉수 같은 것이 한 가닥, 또는 두 가닥 있는 것이 대나무와 비슷한 모양으로 돋아나 있고 거기에 어떤 영험함이 있었다는 식으로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흑옥대” 이야기가 엮여 있는 것을 보면, 옥처럼 영롱하면서 색깔은 검은 색이고 용처럼 비늘이 있는 모양과 닮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 또는 이것과 관계 있는 짐승은 새끼나 작은 것도 있어서 이것은 허리띠처럼 엮여 있는 채로 말라 붙어 있다가 물을 만나면 갑자기 소생해서 살아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삼국유사”에서는 신라 태종 김춘추와 김유신이 죽은 후에 신라에 복을 주기 위해 만파식적이라는 선물을 보내고자 했는데 그 선물을 바다 속에서 이것에게 시켜서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바다 속의 신성한 것에게 심부름을 하고 복종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거대한 거북과 비슷한 모양의 바위나 산에 대한 전설은 전국 각지에 전해 내려 오는데, “한국민속문학사전”의 “거북바위” 항목에 따르면, 보통 신성한 거북 바위가 있는데 그것을 깨었더니 저주를 받거나 복이 없어졌다는 유형이 많다고 한다.


52. 해중방생 (海中傍生 바다 속 짐승이라는 말 또는 해룡 海龍, 구호구호출수로 龜乎龜乎出水路: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어 놓아라", 라는 말로 수로부인을 빼앗긴 뒤 사람들이 부르던 노래 가사)

(고구려 벽화)
해룡, 즉 바다에 사는 용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인데, 사람들은 이것을 거북에 비유하여 불렀다. 아름다운 사람이 나타나면 견디지 못하고 붙잡아서 바다 속으로 데려 간다. 그러면 붙잡혀 바다 속으로 들어 가는 사람은 무사히 이것을 따라 다닐 수 있다. 이것이 머무는 바다 속 세상에는 보석으로 치장한 대단히 화려한 궁전이 있고, 지상의 음식들과는 전혀 다른 달고 부드럽고 향기롭고 깨끗한 것이다. 이것을 따라 다니다 보면 이상한 향기가 서리게 되는데, 이 세상에서 맡아 볼 수 없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노래를 부르며 위협하거나 한탄하면 그 말을 따른다. “삼국유사”에 나와 있다.

* 수로부인의 미모가 너무나 뛰어 나서, 신령이나 괴물들까지 들러 붙는 때가 많았다는 말을 전하고 있는 이야기에 묘사된 이야기로, 바다에 사는 용인데 사람들이 수로부인을 돌려 달라고 노래를 부를 때에는 이것을 “거북아, 거북아”라고 부르고 있으므로, 상상해 보자면 거북과 비슷한 점이 있는 용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붙잡아서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는 것으로 보아, 그러한 신비한 힘이 있거나 사람을 담아 둘 수 있는 주머니 같은 것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바다 속의 궁전과 음식을 보여 준 것을 보면 바다 속에서 집을 짓고 요리를 하며 살 수 있는 것이라거나, 바다 속에서 궁전을 세운 신령스러운 것들과 친하게 지낸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노래 소리를 듣고 수로부인을 돌려 주었다는 이야기를 보면, 노래나 사람들의 한탄을 멀리서도 듣고 그에 대해 중요하게 여긴다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면, 어떤 이상하고 신비로운 사람 같은 것들이 바다 속에서 커다란 나라 같은 것을 만들고 궁전과 시가지를 만들고 살았는데 그것들은 모두 망해서 없어지고, 그것들이 키우던 짐승만 남은 것이 이것이라는 식의 생각도 해 볼만 하다.


53. 토주원(吐珠黿 또는 토일소주 吐一小珠: 작은 구슬을 토해 냈다는 말)

(신라, 가야 토기)
자라와 비슷한 것인데, 몸 속에서 진주처럼 구슬을 계속 키우기 때문인지, 또는 용의 여의주를 어디에선가 훔쳐올 수 있기 때문인지, 가끔 그 구슬을 내뱉는다. 만약 사람이 이 구슬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 이상한 기운을 풍기므로 이 구슬은 큰 보물이 된다. 사람의 밥을 좋아하여 즐겨 먹고, 사람의 말을 알아 듣고 사람에게 은혜를 갚을 줄도 안다. 신라의 원성왕 때 황룡사의 묘정이라는 사미가 발견했으며, 이 구슬로 명망을 얻어 임금의 총애를 받는 신하가 되기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나와 있다.

* "토주원"은 구슬을 토하는 자라라는 뜻으로, 이 일을 옮겨 놓은 조선시대 기록 "대동운부군옥"에서 제목으로 삼은 말이다. 원전의 이야기에서는 당나라의 황제가 용의 여의주를 잃어 버린 날과 묘정이 자라가 토한 구슬을 얻은 날이 같기 때문에 용의 여의주가 묘정에게 흘러 간 것일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이 이야기에 무게를 둔다면, 이것이 용에게 찾아갈 수 있다거나, 이것이 물건을 몰래 훔치는 재주가 있어서 용의 여의주도 삼켜서 숨겼다가 다른 곳에서 토해 내어 빼돌릴 수 있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56. 자의남 (紫衣男)

(무령왕릉 거울 부조)
발이 없는 길다랗고 굵은 벌레로 커다란 지렁이와 같은 것이다. 북쪽 담 아래의 땅속에 사는데, 밤이 되면 기어 나와 활동한다. 사람에게 이상한 꿈을 꾸게 하는 기운을 풍기고, 잠자는 사람을 희롱한다. 사람을 임신 시키는 수도 있다. 잠을 자는 사람은 보라색 옷을 입은 사람이 왔다 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800년대 말, 신라에서 견훤이 태어날 때, 바로 이것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한다.

() 원전에 정확한 설명은 없지만 하필 보라색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보면, 이것의 원래 모양도 보라색이라거나, 혹은 이것의 옷에 바늘을 꽂아 두고 바늘에 꿰어 놓은 실을 따라 가서 이것을 찾았는데 바늘이 이것의 허리에 꽂혀 있다고 한 것을 보면, 그 허리 부분에 보라색 무늬가 있는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북쪽의 담 아래에서 이것이 나왔다는 것에 따라,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 살고 싶어 하지만 또한 사람의 근처에 살고 싶어 하고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한다는 식으로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사람과 가까이서 살다가 점점 그 형태나 마음이 변해서 밤 마다 사람에게 찾아 오게 되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59. 만불산 (萬佛山)

(백제 유물)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 인형이 복잡한 모양으로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사람 키의 절반 정도 되는 크기로 만들어 꾸며 놓은 산 모양의 모습 속에, 깎고 빚어서 만들어 놓은 집과 나무가 있는데, 그 안에 수십 수백의 아주 작은 사람 모양의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 인형이 있다. 크기는 엄지 손가락 보다도 작지만, 모습은 사람과 꼭 같아 보이고 매우 정교하게 움직이며 마치 사람처럼 울고 웃고 떠들고 걷고 달리고 앉고 눕는 여러 동작을 할 줄 안다. 날아 다니는 벌과 나비, 제비와 참새도 있고, 금과 옥으로 만들어 놓은 궁전과 절도 있으며, 종이 울리면 인형이 절을 하고 불경을 외는데 그 소리도 은은하게 들린다. 종을 치는 소리가 나는 것을 중심으로 이 모든 장치가 움직였다고 한다. 완성된 것을 놓아두고 사람들이 구경하게 하니 모두가 크게 감탄했다고 한다. 신라 경덕왕 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나와 있다.

* “만불산”의 기계 인형들은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는 승려 등 불교에 관한 모양이 많다. 그렇다면 이 기계 인형들이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며 여러 가지 모양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결국 자신은 어떤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기계일 뿐이고 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기계 장치 대로 움직이는 것이며,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한 산도 사람이 구경거리로 빚어 놓은 것일 뿐임을 깨닫는 이야기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하게 우리가 사는 땅이 바로 누군가 만들어 놓은 “만불산” 같은 것이고 커다란 거인 같은 것이 우리가 사는 땅 밖에서 우리가 사는 모습을 “만불산” 구경하듯이 가끔 구경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이어서 생각해 봄 직하다.
사람이나 짐승 모양의 움직이는 정교한 기계를 만들어 신라의 장인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즉, 날아 다니는 인형도 있었고 말소리를 내는 인형도 있었다고 하므로 그런 재주를 갖고 있는 아주 작은 기계 인형을 만들고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60. 오류성중 (五類聖衆: 다섯 성스러운 무리라는 말 또는 우차안 羽遮眼: 깃털로 눈을 가린다는 말)

(고구려 벽화)
학과 같은 것이다. 그 깃털로 사람의 눈 앞을 가리면 사람에게 한 순간에 깨달음을 줄 수 있는 광경이 보인다고 한다. 다섯 마리가 무리 지어 다니며 성스러운 깨달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신라의 신효거사가 공주에서 이것을 본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나와 있는데, 신효거사는 짐승을 사냥하려다가 깃털로 눈을 가린 뒤 사람을 보니 사람과 짐승이 같게 보여서 함부로 짐승을 죽일 수 없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 원전은 어떤 잠깐 동안의 광경을 보게 되면, 그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 순간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식의 이야기다. 여기에서는 다섯 마리의 학을 보고 사냥을 하려고 했다가 그 깃털을 얻었고, 얼마 후 다섯 비구를 만났을 때 “옷이 어디있느냐?”고 묻는 말을 들었을 때 깃털을 갖다 대어 보니 비구가 입고 있는 옷에서 모자란 천과 맞아 들었으며 깃털이 아니고 천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 깃털 하나가 무척 크다거나, 혹은 그 깃털이 사람이 입는 옷의 옷감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식으로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깃털로 눈을 가렸을 때 어떨 때는 짐승의 모습이 보이고 어떨 때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식으로 바뀌어 보였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다양한 신비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애초에 깃털로 눈을 가리고 싶게 만드는 어떤 이유가 있었다는 식으로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깃털에 사람의 눈을 갖다 대고 싶은 무늬나 그림 같은 것이 그려져 있다는 이야기를 생각 해 봄 직하다.


61. 만어산(萬魚山) 오나찰녀(五羅刹女) - 옥지(玉池) 독룡(龍)

(고구려 벽화)
가라국(訶囉國)이라고도 하던 가락국, 금관가야 지역에 만어산이 있었는데 그곳에 사악한 신인 다섯명의 나찰녀, 즉 오나찰녀가 있었다고 한다. 한편 가라국에는 옥지라는 연못이 있고 그 안에는 사악한 독룡이 살고 있었는데, 오나찰녀와 독룡은 서로 왕래하며 사귀었고 그러면서 번개와 비를 내려 4년 동안 농사를 방해했다. 처음에는 가라국 임금이 주술로 막아 보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불교의 설법으로 감복시켜 나찰녀를 불교에 귀의시켜 해결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오나찰녀와 옥지 독룡은 흉작의 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찰녀는 불교 계열 신화에서도 익히 언급되는 것인데, 대체로 사람을 잡아 먹는 마귀 같은 것으로 나와 있다.

* 독룡과 오나찰녀가 서로 사귀었다는 것을 보면, 둘 간에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몸의 모양이 변해 있는 부분이 있다든가, 독룡과 나찰녀가 서로 들어 맞도록 변신하는 수가 있다든가 하는 식의 이야기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62. 오만진신 (五萬眞身)

(삼국시대 조각)
산 봉우리와 구름에서 걸쳐 나타나는 것으로 그 모습이 수백 수천 수만의 사람 같은 형체인데, 하늘에 나타나는 형체가 여러 가지로 바뀌기도 한다. 이것을 보려고 애쓰는 도를 닦는 사람들은 이것을 신령스럽고 성스러운 것으로 여기며, 이것이 나타난 곳 근처에는 다섯 색깔의 구름이 나타나며 빛이 멀리까지 뿜어 나와 7일 낮 7일 밤 동안 빛난다고 한다. 신라 정신태자(淨神太子)와 효명태자(孝明太子)가 이것을 보고 감격했던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나와 있는데, 정신태자는 이후 임금의 자리와 궁전에서 사는 것도 모두 포기하고 오직 깨달음을 얻는 데만 골몰하게 되었다고 한다.

* 산 속 깊은 곳에서 구름이나 안개에 비치는 형상이 커다랗게 나타나면서 신비한 모양으로 떠오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와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원전의 이야기에는 정신태자와 효명태자가 오대산에 자리를 잡고 신비로운 모습을 보려고 하자, 불교의 여러 보살과 아라한의 형체 수 만 개가 나타났다고 되어 있다. 그 중에서 특히 문수보살은 서른 여섯 가지 모양으로 모습을 바꿔 가면서 나타났다고 하는데, 그것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불면(佛靣), 즉 부처 같이 생긴 사람의 얼굴 형상
- 보주(寳珠), 즉 보물 구슬 형상
- 불안(佛眼), 즉 눈 형상
- 불수(佛手), 즉 손 형상
- 보탑(寳塔), 즉 보물로 장식된 탑 형상
- 만불두(萬佛頭), 즉 수 많은 머리통 형상
- 만등(萬燈), 즉 수 많은 등불을 밝힌 형상
- 금교(金橋), 즉 황금으로 만든 교량 형상
- 금고(金鼔), 즉 황금으로 만든 북 형상
- 금종(金鍾), 즉 황금으로 만든 종 형상
- 신통(神通), 즉 신통(神通) 즉 신비한 일을 일으키는 성스러운 것의 형상
- 금루(金樓), 즉 황금으로 만든 누각 형상
- 금륜(金輪), 즉 황금으로 만든 바퀴 형상
- 금강저(金剛柝), 즉 악한 것을 쫓는 무기인 짧은 창처럼 생긴 것의 형상
- 금옹(金甕), 즉 황금으로 만든 항아리 형상
- 금전(金鈿), 즉 황금으로 만든 비녀 형상
- 오색광명(五色光明), 즉 다섯 색깔의 신비로운 빛이 뿜어져 나오는 형상
- 오색원광(五色圎光) , 즉 다섯 색깔의 둥근 빛의 형상
- 길상초(吉祥草), 즉 신성한 풀의 형상
- 청련화(青蓮花) , 즉 푸른 연꽃 형상
- 금전(金田) , 즉 황금 건물, 즉 절의 형상
- 은전(銀田) , 즉 은빛 건물, 즉 절의 형상
- 불족(佛足) , 즉 사람의 발 형상
- 뇌전(雷電) , 즉 번개불 형상
- 내용출(来湧出) , 즉 사람이 솟아 나오는 형상
- 지신용출(地神湧出) , 즉 땅의 신이 솟아 나오는 형상
- 금봉(金鳳) , 즉 황금 봉황의 형상
- 금오(金烏) , 즉 황금 까마귀의 형상
- 마산사자(馬産師子) , 즉 말이 사자를 낳는 형상
- 계산봉(雞産鳳) , 즉 닭이 봉황을 낳는 형상
- 청룡(青龍) , 즉 푸른 용의 형상
- 백상(白象) , 즉 흰 코끼리의 형상
- 석조(鵲鳥) , 즉 까치 형상
- 우산사자(牛産師子) , 즉 소가 사자를 낳는 형상
- 유저(逰猪) , 즉 노는 멧돼지의 형상
- 청사(青虵), 즉 푸른 뱀의 형상
이런 것들은 신라 때 사람들이 생각한 신비롭고 성스러운 것의 모습의 사례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신라 때 사람들은 황금 항아리나 황금 까마귀를 신비롭고 신령스러운 것, 화려하고 놀라운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한편 문수보살이 흔히 불교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야기 되므로 신비로운 지식을 품고 있는 것, 그러한 지식을 상징하는 것의 모습으로 이러한 형상을 생각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63. 지귀 (志鬼, 화귀 火鬼, 지귀심화 志鬼心火: 지귀의 마음에서 나온 불이라는 말)

(백제 벽돌)
사방을 불태우고 다니는 사람 같은 것으로, 어떤 사람에게 강렬한 연정을 느끼고 있다가, 그 사람이 남긴 한 가지 물건이 단초가 되어 불을 뿜으며 불귀신이 된 것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 영묘사에서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데, 신라 선덕여왕을 짝사랑한 지귀(志鬼)가 여왕의 행차를 기다리다가 탑 아래에서 잠이 들었는데 늦게 나타난 여왕이 팔찌를 가슴 위에 두고 가자, 마음에서부터 불이 나온 뒤에 이렇게 변했다고 한다. 지귀를 물리치는 주문으로 선덕여왕이 주술을 부리는 사람에게 시켜 지은 말은 다음과 같다. “지귀의 마음 속 불이 나와서 志鬼心中火 제 몸을 태우고 불귀신 되었네 燒身變火神 먼 바다 밖으로 흘러 나가서 流移滄海外 보이지도 말고 오지도 말기를 不見不相親”

* “삼국유사”에는 간단하게 지귀의 마음 속에서 나온 불이 주변을 태웠다는 언급만 있는데, 보다 상세한 이야기가 조선시대 문헌인 “대동운부군옥”에 나와 있다. 여기에 실린 주문에 따르면, 마음 속에서 시작된 불이 점차 몸을 퍼져 온 몸을 태운 형상이라고 그 모습을 생각해 볼 수가 있고, 그런 모습의 귀신이 되어 이곳저곳을 다니며 화재를 일으키는 귀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덕여왕이 시켜서 지은 주문을 들으면 곱게 사라진다고 상상해 볼 수 있는데, “대동운부군옥”의 기록에는 이 주문을 문이나 벽에 써 붙여 놓으면서 화재가 일어나지 않기를 비는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서 화재를 상징하는 신, 귀신으로 이야기가 퍼졌던 것으로도 보인다.


64. 지엽부포 (枝葉溥布: 가지와 잎이 넓게 퍼져 덮는다는 말)

(신라 금관 장식)
의상 법사가 나타날 징조를 보여준 꿈에 등장한 나무로, 크기가 대단히 커서 뿌리는 신라에 있고 가지는 중국에 닿을 정도이다. 나무에는 봉(鳳), 즉 봉황과 같은 신비롭고 커다란 새의 둥지가 있는데, 그 둥지에 들어 가 보면 빛을 내뿜는 “마니보주(摩尼寶珠)”라는 구슬이 있어서, 그 빛이 먼 곳까지 비친다. “삼국유사”에 나와 있다.

* 한 나라의 크기보다도 더 거대한 나무에 걸맞는 아주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새 가 살고 있다는 식으로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이러한 새가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라면 신비한 구슬도 여러 가지가 있어 나무 곳곳이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으로 빛나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원전에는 뿌리는 해동, 즉 신라에 있고 가지와 잎은 신주, 즉 중국에 뻗었다고 되어 있는데, 이것이 신라에서 중국으로 의상 법사가 와서 그 깨달음을 널리 퍼뜨린다는 상징인 것처럼 되어 있다.


65. 대귀, 소귀 (大鬼, 小鬼)

(신라 조각)
사람과 비슷한 모양인데 덩치가 큰 것과 덩치가 작은 것이 있어서 큰 것이 작은 것 여러 마리를 이끌고 돌아다닌다. 두 마리 한 쌍 중에서 큰 것이 두목 노릇을 한다. 작은 것은 철퇴를 휘두르며 싸울 수도 있다. 이것은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데 입을 붙게 하여 말을 못하게 할 수도 있고, 몸을 굳게 하여 움직이게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사람의 음식을 갖가지로 함부로 맛 보는 것을 좋아하며, 이것을 위해 제사를 지내주거나 굿을 해 주면 여러 무리가 어울려 희롱한다. 이것을 없애 버리면 이것 때문에 말을 못하거나 몸이 굳게된 사람도 원래대로 돌아 온다. “삼국유사”에 밀본 법사가 병을 고치기 위해 쫓아낸 귀신으로 이것의 이야기가 나타나 있다.

* 원전에 모습에 대한 확실한 묘사는 없지만 철퇴를 들고 다닌다는 점과 “귀(鬼)” 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면, 흉측흉 도적이나 왈패와 같은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어우야담"에 수록된 이이첨에 관한 설화에 묘사된 괴물도 이와 비슷한 점이 있는데, 여기서는 키가 큰 괴물과 키가 작은 괴물 여럿이 짝을 지어 몰려 다니는 것으로 되어 있고, 특별히 큰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말 없이 밤에 나타나 큰 괴물 중심으로 작은 괴물들이 빙빙 돌며 다니는 짓을 계속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큰 괴물의 경우 정강이 부분이 길어서 사람보다 월등히 큰 모습이라고 되어 있다.


67. 오래명운 (烏來鳴云: 까마귀가 와서 전한다는 말)

(고구려 벽화)
까마귀와 같은 것인데 사람처럼 말을 할 줄 안다. 그런데 사람에게 지혜와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다. 깊은 산속에서 살다가 가끔 사람에게 나타난다. “삼국유사”에서 지통이 출가했을 때 낭지에게 찾아가 제자가 되라는 말을 해 주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 “삼국유사”에는 사람에게 지혜를 주는 현명한 까마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금갑” 항목에서는 어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에 꼭 필요한 일을 수수께끼 같은 말로 전해 주는 편지를 은으로 된 함 속에 담아 전달해 주는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여기에는 “보대사” 항목에도 설명 되어 있는 지통과 낭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두 이야기를 합쳐서 본다면 은으로된 함, 수수께끼가 담긴 편지를 다루고, 또 사람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해 주는 까마귀 같은 것이 있다는 내용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록1. 강과 바다에 사는 용
"용재총화", "어우야담"에서 몇차례 용의 형태를 하고 있는 동물들을 언급한 적이 있고, 또, 이상의 글에서도 흑룡, 황룡 등 용의 일종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이렇게 언급한 예들은 전형적인 용의 상례와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들이라서, 여러 문헌에서 보이는 가장 전형적인 "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가장 분명하게 공통되는 사항은 용이 강이나 바다, 혹은 개울이나 연못 등과 같은 물에서 산다는 것이고, 그 모양은 다리가 있는 거대한 뱀의 모양을 기초로 한다는 것입니다. 크기는 경우에 따라 다른데, 보통 사람 한 명 정도를 태우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묘사되는 경우가 가장 많고, 그 숫자는 강이나 연못 마다 한 마리 정도의 꼴로 어떻게 보면 비교적 흔한 생물입니다. 다만 강이나 연못 밑바닥에서 살면서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에 보기 어렵다는 식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모습에서 뱀과다른 가장 중요한 특징은 머리부분이 뱀보다 크고, 도마뱀이나 악어류에 더 가깝다는 점, 그리고 다리가 보통 도마뱀 종류보다 좀 더 길게 묘사된다는 점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특징으로 언급되는 점은 사슴 뿔 모양의 뿔이 아름답게 나 있다는 것입니다.

용의 색깔은 뱀의 가죽 색깔과 직결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만, 음양오행 등에 근거하여 방위를 색상에 일치시는 근거 때문에 파란색이 많습니다. 또 신라말부터 광적으로 유행한 풍수지리설의 영향도 매우 커서, 용은 곧 청룡이 가장 우선적으로 언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습성과 위력에 대해서는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비바람을 불러온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용이 물에 살기 때문에 이것은 물살을 거세게 하여 풍랑을 일으키는 힘으로 직결됩니다. 따라서, 강에 사는 용은 그 강을 배가 건너지 못할 정도로 풍랑이 일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 사는 용 역시 사람들의 항해를 방해하고 배를 엎어 사람들을 몰살 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이런 일들은 비를 동반하기 때문에, 가뭄이 들었을 때 사람들은 용이 난동을 부려 비를 내려주기를 기원하기도 합니다. 보통 용은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음식, 옷, 보물 같은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것을 물에 빠뜨려서 바치면 즐거워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용의 습성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오랜시간 동안 굳게 내려왔습니다. 백제를 멸망시킬 때 사비하의 용이 난동을 부려서 백제로 다른 나라 군사가 들어가는 것을 막았는데, 백마를 미끼로 해서 용을 낚았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대표적입니다. 또 이후 거의 1천년 후인, 조선때에 나온 조선시대 해양문학 최고의 고전이라할 수 있는, "표해록"에는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표류하게된 선원들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도, 풍랑이 벗어나길 빌면서 선원들이 앞다투어 바다의 용을 위해서 갖가지 물건을 물속으로 내던지는 모양이 잘 나타납니다. 한편, 조선 초기에는 조정에서 직접 용에게 비를 비는 기우제를 지내는 장면에 대한 기록이 "실록"에 자주 나오는데, 이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호랑이 머리로 나옵니다. 호랑이 머리를 물에 넣으면, 용이 좋아서 그러는지, 싫어서 그러는지, 비를 내리는데 효과가 매우 좋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기우제 풍습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이런저런 소문만 많은 미신처럼 생각되었지만, 또 그러면서도 상당히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조정의 기우제 외에도, 지방의 각종 풍습에서 비를 내려달라고 용을 달래며 비는 것은 상당히 깊숙히 자리잡은 풍습이었습니다.

용 그림에서는 자주 용 주변에 불꽃 그림을 그려 넣습니다. 보통 용은, 비늘 끝트머리나 등에 돋아난 지느러미-뼈처럼 생긴 끝트머리에서 불기운을 뿜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팔다리 관절이나 손톱에서 용이 불을 뿜는 것처럼 나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밖에 용의 새끼는 뭐냐, 용의 수명은 얼마냐, 변신, 하늘로 올라가는 조건, 등등에 대해서는 불교에서 전래된 인도 신화와 섞이면서 용에 대한 여러가지 다른 잡다한 내용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여러 시, 소설 등의 묘사가 차용되어 융합되는 경우도 여러모로 허다하게 나타납니다. 그런 반면에 삼국시대부터 조선대에 이르기까지 용에 대한 생동감있는 구체적인 기록들은 거의 전부가 바다에서 회오리 바람을 멀리에서 보고 용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보통 목격담 속의 용 빛깔은 흰색이고, 비바람이 심할 때 구름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으로 목격되는 경우가 단연 많습니다.

용의 변신에 대해서는, 직접 용이 변신하는 경우보다는, 용과 사람 사이의 혼혈에 대한 기록이 주가 되는 편입니다. 그렇게 태어난 사람은 몸에 비늘이 있다거나 비늘이 잘보이지 않는 어깨에 딱 하나 있다거나 했다는 류의 기록들이 있습니다. 이런 기록들은 고려 태조 왕건이 용의 자손이라는 류의 전설이 유행하고 채록되면서 굳어지는 것이 가장 큰 중심을 이룹니다.


부록2. 움직이는 청동 불상, 강철 불상
"삼국유사"의 지중사방불이나, "어우야담"의 은불은 이상한 괴물같은 것을 보았는데, 알고보니 불상 비슷한 것이었다는 류의 이야기입니다. 이와 매우 비슷하지만, 정반대 방향의 이야기들이 또 한 종류가 있는데, 이것은 불상이 어느날 갑자기 신기하게도 움직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극적으로 나오는 경우는 석불 보다는 보통 청동불상이나, 금동불상, 강철불상의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꼭 사람처럼 생긴 그 모양을 보고, 정교함에 감동받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리스 신화 전설의 피그말리온 이야기와 상통하는 점이 꽤 있습니다.

청동 불상이나 강철 불상이 사람처럼 저절로 움직이는 이야기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는데, 그냥 불상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불상이 표현하고 있는 약사여래나 문수보살 그 자체였다는 식의 이야기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불상이 잠시 동안 조금 움직여서 사람을 구한다거나, 경고를 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불상이 사람처럼 땀을 흘린다거나,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도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불상이 직접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완성도 높은 설화인 광포설화의 경우도 이러한 이야기의 전통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신라 장륙존상 이야기처럼, 만든 재료 자체를 신비롭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실린 장륙존상 이야기는 불상을 제조하기 위해서 옛날 인도의 어느 나라에서 재료와 부품을 준비했는데, 막상 불상을 만들려고 보니, 재료에 걸맞는 수준의 불상을 만들 기술이 없어서 포기했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 인도 사람들은 그냥 그 재료를 배에 실은 뒤 바다에 띄워 보내버립니다. 그것이 수백년간 바다를 떠돌다가 마침내 신라까지 왔다는 것인데, 거기에는 기술을 갖춘 사람이 이 재료를 입수한다면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불상을 만들어 달라는 편지가 같이 실려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라 조정에서는 최고의 기술을 동원해서 그 재료로 불상을 만들었고, 그것이 불상 중 최고의 걸작이라는 장륙존상 입니다. 무게가 10톤 이상이 되는 육중한 거대 불상이었고 금을 발라 눈부시게 빛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불상이 움직이고 힘을 쓰는 온갖 이야기거리의 단초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한편 불교를 단순한 주술이나 잡다한 미신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 유행하는 조선 때에는 불상이 움직인다는 이런 류의 이야기가 헛된 괴소문으로 몰아 붙이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유관순 동상 이야기 정도로 멸시된 적도 있습니다. 오히려, "오늘 당장 내 눈앞에서 청동불상이 걸어다니며 춤을 춘다고 한들, 이상하고 신기한 사건일 뿐이지, 그런 괴상한 현상이 절이나 중에게 돈 바치고 쌀 바치며 주문처럼 불경 외우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냐?" 등등의 표현이 회자됩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움직이는 불상이 어떤 초능력이나 신비주의에 대한 믿음을 상징하는 비판적인 표현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 아래는 재검토 결과 괴물로서 별도의 항목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보고 삭제하였습니다.


삭제54. 도림죽전
유명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이야기에서 비롯된 이상한 대나무를 골라본 것. 땅, 공간, 혹은 흙을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은 이 흙에서 자란 나무이다. 나무가 바람이 불 때마다 기묘하게 나뭇잎들이 부딪히고 문질러져서 사람 목소리 같은 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떤 사람이 이 곳에 와서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것을 그대로 반복하기도 한다. 땅속에 어떤 존재가 있어서 나무들을 조종하는 경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지목하면, 신라의 경문왕 때 도림사 뒤편의 숲지역이다.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 전설의 원형을 타고, 인도 설화, 아라비안 나이트 등등을 거쳐 전세계적으로 널리 전파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실명과 시대가 확정된 구체적인 "어느 나라 어떤 왕"으로 정해진 경우는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주변에서도 신라 경문왕의 이야기는 매우 유명하고, 기록도 중세때부터 확실하지만, 이웃 중국과 일본에는 이상하게도 상대적으로 크게 유행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문화의 교류관계를 연구하는데 여러가지 설이 돌고 연구도 많이 된 이야기거리가 많은 괴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미다스 왕의 이야기에는 땅에 구덩이를 파고 이야기했더니, 그 땅에서 갈대가 돋아났다는 식인데, 신라의 이야기는 땅에서 이미 돋아나 있는 대나무가 직접 말을 듣고 따라한다는 느낌이 좀 더 강합니다.


삭제55. 오소사십
사람의 집안, 특히 행랑과 복도안에서 사는 새로, 건물 안에서 집을 짓고 계속 살아 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새끼를 치며 숫자가 불어나 건물 안을 온통 새가 사는 곳으로 뒤덮어 버리기도 한다. 어느 건물로 들어 오느냐, 그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30, 40개 정도의 둥지를 하나의 건물안에 짓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습성을 갖고 있다. 912년과 915년에 신라에서 발견되었다.


삭제57. 능원신물
10미터가 조금 못되는 길이의 커다란 뱀과 같은 동물인데, 눈에서 묘한 빛을 뿜을 수 있다. 이 빛은 번개나 불처럼 주변을 부수고 태울 수 있다. 사람의 커다란 무덤속에 들어가서 관을 집으로 여기고 산다. 그래서 근처에 접근하는 작은 동물을 공격해 먹어 버린다. 그러나 무덤 주인인 시체를 씹어먹거나 하지는 않고 오히려 지켜 준다. 턱과 이빨도 억세어 사람도 쉽게 물어 죽일 수 있다. 신라 말에 능원에서 발견되었다.

- 뱀은 겨울을 나기 위해서 땅에 굴을 파고 들어 앉아 겨울잠을 자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땅에 묻은 곳 근처에서 겨울잠을 자기 위해 뱀이 파는 굴이 있었다거나, 생기게 된다거나 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보통 "무덤 속에 뱀이 산다"는 류의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무덤에 사는 뱀은 파 묻은 죽은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상징하거나, 죽은 사람에 대한 저주와 연결되는 불길한 징조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눈에서 불을 뿜는 뱀 같은 동물에 관한 이야기는 후대에도 보입니다. 그러나, 위에 언급된 뱀과 닮은 괴물은 이와는 다른 비교적 드문 사례입니다. 즉 그 뱀이 무덤을 보호하는 우호적인 수호신 형태를 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신라의 왕릉 등을 노린 도굴꾼 등이 뱀을 보고 놀라 달아난 이야기가 와전된 것일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삭제58. 지중사방불
땅 속에 사는 돌로된 것으로, 사방으로 뻗은 네 개의 사람 같은 머리가 있다. 말을 하거나 소리를 지를 수 있으며, 인간의 문화를 이해하고 알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되므로, 불경을 왼다거나 하는 일이 많다. 땅 밖으로 높이 꺼내어 놓으면 움직이지 못한다. 신라 경덕왕 때 백률사의 산 밑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 불상에 관련된 전설 중에는, 돌이나 나무가 사람처럼 보이는 이야기가 무척 많습니다. 가장 많은 종류로는 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의 모습을 언뜻 본다거나, 말하는 소리를 문득 들었는데,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그 정체가 돌이나 나무였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그대로 가져가서 불상으로 쓰기도 하고, 그 모양을 기초로 깎아서 불상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땅속에서 불상을 파내는 종류의 위와 같은 이야기도 꽤 있는 편입니다.


삭제66. 김현감호
낮에는 호랑이, 밤에는 아리따운 사람의 모습인 종족이다. 낮이라도 햇빛이 안드는 으슥한 곳에서, 자신의 정체를 아는 사람만 있다면 사람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사람의 모습일 때, 인간에게 정이 들거나 사랑을 느낄 수도 있다. 남자와 여자 두 종족이 있는데, 사람의 모습을 할 수 있는 것은 여자 뿐인 것으로 보인다. 혹은 일종의 반성유전으로 가계에 따라, 남자만 혹은 여자만 이런 능력을 지니는 경우로 나뉘는 듯 하다. 신라때 흥륜사에서 김현이 만나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그 밖에...

삼국사기는 이 링크 http://www.koreandb.net/Sam/SamInfo.htm 에서, 삼국유사는 이 링크 http://bluecabin.com.ne.kr/samgukyusa/samgukyusa.htm 에서, 책 전체의 번역판을 자유롭게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 더 많은 괴물들에 대해서는 괴물 백과 사전 글 목록으로 돌아 가는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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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07/07/04 21:24 # 답글

    > 만어산녀
    >
    > 가락국 시절 조정에서 퇴치하려다가 실패하자, 불교로써 설복시켰더니 비구니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OTL
  • 존다리안 2007/07/04 23:05 # 답글

    5명이 떼지어다니는 미소녀집단이라.... 요새 프리큐어들과 한때 "교복처녀 5자매"로 알려진 처자들 생각나는군요.
    괴물들과 교접할 수 있도록 몸이 변한다는 설정은 어째 데빌맨 냄새도 납니다.
    -결론은 이런 애니나 만화들은 다 어디선가 모티브가 있던 것들을 하나하나 주워 왔다는 것이죠.-
  • 게렉터 2007/07/06 00:55 # 답글

    잠본이/ "삼국유사" 원판에는 그냥 불교의 가르침을 받아 들이고 고이 살았다... 정도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전설의 이야기에 따라서는 불교로 설복시키자 그만 자결해 버렸다는 것도 있는등 변형이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제일 신기해 보이는 것으로 골라 썼습니다.

    존다리안/ 그리스 신화 전설이나 인도 전설 류 중에도 변신해서 교접하는 이야기가 꽤 있으니 아마 그 영향이 실제로 전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 미술이 간다라 미술로 전해져서 석굴암에 남기도 했으니, 괴물도 충분히 실제적인 영향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 크로우 2009/12/08 05:34 # 삭제 답글

    평소 역사에 무지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항상 이곳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이 하나있습니다만, 제가 얼마전 '사진으로 보는 삼국유사'란 번역본 (리xx (이름이 생각안나네요 지금은)이란 북한학자의 59년판을 번역한것)을 구입했는데, 물론 일반대중판이라 확 줄여서 그런것일수도 있겠지만, 여기 소개하신 괴물들을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흥미있어서 뒤적여 봤거든요 ^^;

    완역판에는 있을런지요. 순수한 호기심에 질문드려봅니다.
  • 2차원 2011/02/24 01:44 # 삭제 답글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상 현상에 이름을 붙이시고 따로 정리할 생각을 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 nriverryou 2012/02/16 18:29 # 삭제 답글

    51. 귀수산이 만파신적과 관련된 것인가요?
  • 게렉터 2012/02/18 23:51 #

    옳습니다. 만파식적 이야기를 묘사할 때 나오는 어구 "귀수산"을 가져다 항목의 제목으로 삼은 것입니다.
  • 2012/07/10 18:2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게렉터 2012/07/10 21:14 #

    별소동이 다 일어납니다. 저한테 e메일로도 밝혀왔으니, 이제 정리 되리라 생각합니다.
  • 2012/07/10 23:5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발키리아 2013/01/06 00:34 # 삭제 답글

    전부 엑박으로 나오네요 ㅠㅠ.....왜이럴까요;; 제 컴퓨터가 이상한건가요?;
  • 눈떼굴 2013/03/08 08:35 # 삭제 답글

    귀수산은 문무왕릉이, 오래명운은 세오녀가 연상되는군요.
    글 재미있게 잘 읽었고, 비공개블로그로 담아갑니다. 감사드려요^^
    아, 오래명운 사진 엑박입니다;;;
  • 꼬질꼬질한 얼음요새 2015/02/27 21:33 # 답글

    죄송하지만 오래명운의 사진 자료를 찾을 수 있는 곳이 없을까요? 검색을 해도 찾을 수가 없네요.
  • 게렉터 2015/03/16 19:48 # 답글

    첫 글에도 설명되어 있듯이, 위에 올라간 사진은 그냥 제가 삼국시대 유물 중에서 비슷한 느낌을 골라 참고 삼아 올린 것이지, 해당하는 괴물을 직접 나타낸 것들이 아닙니다.
  • 스어 2017/03/18 03:07 # 삭제 답글

    중서함미의 (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서 서로 헤어나지 못하고 수없이 엉켜서 떼거리로 죽는 일과 관계되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래트킹이 생각나는 부분이네요. 관련 기사입니다. http://www.dailian.co.kr/news/view/99548
  • 게렉터 2017/05/08 19:57 #

    맞습니다. 저 역시 바로 그 생각을 했었습니다. 좀 더 상황을 알아 보려면 동아시아쪽에도 비슷한 현상에 대한 기록이 얼마나 어떻게 있는지 좀 봐야 하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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