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군의 무력사용에 관하여 (보충)
자꾸 안좋은 소식이 들리다보니, 이 주제에 대해서는 좀 흥분을 하게 됩니다. 제가 엉뚱한 소리를 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잘 골라서 지적해 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잘못 알고 있는 것, 명백히 잘못된 주장으로 보이는 대목도 바로바로 언급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하의 내용은 어느 게시판에 올린 글들을 편집, 재구성한 것입니다.



1. 무력을 사용하게 된다면, 그 이유에 관하여


L님: 우리나라 입장에서 군사작전의 핵심은 '탈레반 소탕'이 아니라 '인질 구출'입니다. 문제는 탈레반이 설사 군사적으로 소탕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인질을 하다못해 과반수라도 구할 수 있을지 대단히 회의적이라는 것입니다. 현지 정보도 없다시피하고 넓고 험한 산악지방에 분산 수용된 21명의 인질들을 무슨 수로 무사히 구해낼까요? 방법이 없습니다. 델타포스, 네이버 실, 포스리컨, GIGN, GSG9, 오몬 등등이 몰려온다 해도 힘들겁니다.

거기다 인질들의 목숨은 포기하고 오직 탈레반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섬멸작전을 핀다 해도 그것조차 성공할 가능성 역시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우리가 대단위 '전투'병력을 근래에 파병해 본 적이 없으며 한국군은 대 게릴라 전을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군대입니다. 비록 먼저 온 미군과 다국적 군의 조언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들이 했던 삽질을 다시 한번 반복할 공산이 큽니다. 거기다 상대인 탈레반은 구 소련을 패퇴시켰고 현재 5만이 넘는 미군과 다국적군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강력한 적입니다.

설사 탈레반을 섬멸하고 21명의 복수에 성공한다 해도 우리나라에는 그 숫자의 최소한 10배는 넘는 한국 군인들의 가족이 통곡하는 소리가 울려펴질 겁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빠질 수 있는 '최악의' 수렁 중 하나입니다.


게렉터:
그냥 가만히 구경하면서 "규탄"만 많이 하면 인질의 과반수가 저절로 구해지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현재 협상 과정에서 무력을 배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일 수는 있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무력을 동원한다거나, 인질이 살해된 후에 군사력을 동원하는 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애초부터 그런 상황을 충실히 대비할 필요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사태가 어떻게든 끝난 후의 시점을 상정한다면, 지금까지만 해도 이미 두 사람을 살해한 범인들을 체포하고 처벌하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우리 정부의 법 집행 태도를 "살인범들이 사람 죽여도 멀리 있어서 가기 귀찮으면 그냥 잊고 없던 일로 한다"로 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한국군은 최근 실전 전투 경험이 비교적 적은 부대라서 불안한 요소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차례 언급된 공비 토벌 작전 등 어느 군대보다 게릴라 전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편이고, 비록 수십년 전의 일이지만, 월남전과 한국전쟁에서는 게릴라전에 매우 큰 비중을 할애해 장기간 작전해 본 일도 있습니다. 탈레반이 소련군을 패퇴시킨 것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의 각종 군벌, 조직 연합군이 미국 등 반공국가의 지원을 받고 소련군을 패퇴시켰고, 탈레반은 그후에 다시 그들과 내전을 벌인 세력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지금의 연합군은 적에 비해 훨씬 더 적은 피해로 바로 그 탈레반 정부를 무너뜨린 바 있지 않습니까?

우리 군의 작전이 "아프가니스탄 전체의 영구 점령과 한국 영토 편입" 같은 것도 아니고, 탈레반 전체를 완전히 소탕하겠다는 것이 될 것도 아닙니다. 현재 인질범들이 저지른 살인에 직접 책임이 있는 예하 단체를 체포해서 법정에 세우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즉결처분과 함께, 단기간 작전을 벌이는 것 정도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이 죽으면 경찰가족이 슬퍼하니까, 경찰들에게 조직폭력배들은 건드리지 말고 그냥 모르는 척 하라...라고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아닌게아니라, 이번 사태 후에 파견될 병력은 명목상 경찰작전의 형태로 전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우리 군의 가치에 관하여


R님: 96년에는 홈그라운드인 강릉에 무장공비가 침투했을 때도 8명의 전사자(군인만)를 냈었죠.
미국과 소련이 개입했다가 쪽박찬 땅에서 작전을 수행 할 능력이 지난 10년 사이에 생겨났을지 궁금하네요.


게렉터:
당시에도 결과적으로는 우리군이 적들을 대다수를 사살, 체포했습니다. 물론 아군피해가 필요이상으로 큰 것은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적수는 북한군 특수부대가 아니라 탈레반 민병대이고, 당시처럼 치안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파괴 및 체포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단 한 명의 적이 남아 있을 때까지 계속 싸워서 우리 군과 국민의 안전을 확보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적정 수준으로 타격을 가하고 아군의 피해가 생기기전에 퇴각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미군이나 소련군과는 달리,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전체를 대상으로 싸우는 것도 아니고, 점령작전을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지방의 지역에 자리잡은 소규모 조직에 대한 공격만 수행한 뒤 그대로 철수하려는 것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냉전시대 초강대국의 적이라는 배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동맹국 뿐만 아니라 이슬람권의 지지까지 받고 있다는 외교적인 유리한 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전혀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구체적으로, 군사작전을 언제 어떻게 쓰느냐는 일각에서 나오는 공상적인 이야기와는 다르게 좀 더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3. 작전상의 어려움에 관하여


N님: 인질범들이 어디 공항이나 타국의 건물을 점거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곳은 그들의 소굴입니다. 섣불리 나섰다가 인질들의 목숨이 더 위험해지지 않을까요. 정확히 인질들이 어디 있는지 혹여나 지금 군대의 상층부에서 파악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S님: 음, 당연히 우리군이 나서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인질구출작전을 벌인다 해도 현지에 주둔중인 NATO군이나 아프가니스탄 정규군이 벌이는게 정상일것 같은데요..


게렉터:
구출작전의 경우에 구출직전직후 인질과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점과, 구출작전에서 인질의 안위를 위해서 구출대원이 자신의 목숨이나 오인사격의 위험을 걸고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돌입의 행동대원에 우리군이 직접 나서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어떤 한국 특공대원이 있다고 한다면, 지금 베네수엘라인이나 마다가스카르인 인질을 위해 뛰어들 때보다, 지금껏 신문방송에서 얼굴을 보아온 바로 저 한국인들을 위해서 싸울때 스스로 용감해지기 더 쉬울 것입니다. 한국인을 위해 한국군이 작전을 한다는 면에서 외교적인 명분상으로도 더 유리하고 말입니다.

구출작전의 완전무결한 성공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구출작전이나 한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가능한 작전처럼 보였던 엔테베 경우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싱가포르 같은 조그마한 나라의 특수부대가 출신조차 불분명한 미지의 항공기 납치범을 제압한 경우라든가, 수백명의 고위급 인사를 인질로 잡고 요새화된 건물에서 언제라도 주변에 대한 시민학살까지 수행할 수 있는 인질범을 상대로 했던 페루 일본 대사관의 경우도 만만한 경우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쨌거나, 우리측 병력이 이미 대규모로 포진되어 있는 곳이 작전지역이고 적에 대한 연합군의 포위망도 완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측이 비난 받던 무렵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인질극들이나, 미국측이 비난 받던 무렵의 이라크 미군 포로 인질 사건들에 비해, 외교적으로도 우리에게 매우 유리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적이 인질을 이동, 분산 시키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동 과정에 헛점이 많이 발견된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 상대적으로 소수인 탈레반 민병대가 그만큼 분산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도심의 건물에서 농성하는 적은 유사시에 주변 지역을 폭탄 테러하거나, 주변의 양민을 역공격 할 우려가 있는데, 이번 사건은 그런 우려에서 좀 자유롭습니다. 항공기나 좁은 건물 같은 곳을 장악한 인질범의 경우에는 불리할 경우 일격에 좁은 곳에 밀집된 인질을 한 번에 몰살시켜버릴 우려가 있는데, 분산배치된 이번 사건에서는 최악의 경우라도 일부 인질의 목숨은 구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습니다. 특히, 구출작전에 우리 병력에 치명적일 중화기의 배치가 분산된다면, 대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우리쪽에서는 전력상 유리한 부분도 있습니다.

적이 어떤식으로 나타나며 무장과 공격방식이 어떨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과거 대다수 테러리스트들에 비해서, 십여년간의 싸움으로 상대방의 행태를 이미 파악하고 있는 적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도 이점 입니다. 자살폭탄범이나 비슷한류의 목숨을 버린 테러범이 아니라, 온건파와 강경파가 뒤섞여 있는 민병대들이 적이라는 것도 우리에게 유리한 점입니다.



우리 군의 무력사용에 대해서 한가지 반드시 언급하고 싶은 것은, 만약에 협상이든 뭐든 어떻게 든지 사태가 종결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냥 "두 사람 죽였지만, 살인이건 뭐건 이제 귀찮으니까 다같이 잊고 없던 일로 하자"라는 태도를 취할 것인가? 하는 의문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인질범들을 체포하려는 노력 정도는 보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입장에서라면, 비록 지금 평화적인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태 종결 직후에 신속히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우리 군을 미리부터 배치시켜 놓고 그 행동을 고려하는 것도 따져볼만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4. 파병 절차와 부대의 형태에 관하여


D님: 이 정도 규모의 파병이라면 아무리 소리소문없이 파병한다 해도 현지 도착 즈음엔 이미 탈레반에선 군사 작전이 펼쳐질 것을 눈치챌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인질들의 자국에서 전투병 파병까지 했는데 가만히 앉아서 전투만 기다리고 있을 이유는 없겠죠. 그렇다고 탈레반 측이 전투가 두려워 인질들을 내줄 조직도 아니라고 보고.

냉정한 얘기지만 인질들은 가치가 사라지면 살려둘 이유가 더 이상 없어집니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저는 국내에서의 전투병 파병은 반대를 하고 군사 작전이 벌어진다면 현지군인들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옵저버 역할은 현지 군인들로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게렉터:
만약 실제로 무력을 사용한다면, 현지상황에 따라 우리 군의 참여 비중은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명 내외의 대원을 투입해서, 작전내용을 파악하고 작전계획을 세우는데 참여하는데 의의를 충분히 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해서, 해당하는 주요 임무를 맡거나, 외곽에서 저격임무를 맡는 정도, 구출작전 직후에 인질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정도로만 참여해도 충분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구출작전을 하게 된다면, 다 쓸어버리는 초토화 작전을 세울지, 생화학 병기를 사용해 공격할지 어떤 작전을 쓸지 모르는데, 모든 것을 그저 다른 나라 군에 맡기고 구경만 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안보나 국방에 대한 태도로도 위험해 보입니다. 대외정책에 대한 태도에 관해서도 물론이고, 우리 인질의 안전을 고려하는 작전이라는 의미에서도, 다른 나라군에 그저 맡겨 놓기 보다는 우리 군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5. 협상과 무력사용의 시점에 관하여


D님: 일단 미국이 우리 정부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했죠. 명백하게 거절의 표현을 쓴 것은 아니지만 유연성을 발휘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대해 인질범들과 협상은 없다. 라는 식으로 사실상 거절을 했으니까요.

이것 때문에 군사 작전 임박에 대한 추측들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작전이 펼쳐진다면 빠른 시간 내 기습 작전이 될테고 계획은 이미 수립되어 있는 상태라고 생각해요. 참고로 군사 작전을 하는 시점이 여성 인질 살해 시점이 될 것이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현지의 우리군이 참여할 가능성은 높다고 봅니다. 말씀하신대로 인질들과의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실제 전투에 우리군이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일단 군사 작전으로 가기로 결정이 되면 시간을 끌 이유가 전혀 없는데 한국에서 날아올 군인들을 기다릴 이유가 없고 소수의 병력이 전투 수행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지도 않을테니까요.


게렉터:
여러모로 볼때, 애초부터 수감자 석방이나 협상이 쉬운일이 아니었는데, 우리 정부는 계속 무력사용에 대해서 어떠한 고려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연합군측에서 구출이나 공격 계획을 꾸미고 있다면, 정부차원에서 일단 제지는 할지언정, 그 계획 자체에 우리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사건 발생 직후부터, 유사시에는 무력사용을 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를 갖출 수 있도록, 지난 열흘간 어느 정도의 전력확충도 꾸준히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출작전이나 무력동원이 어려워 보인다고 해서, 처음부터 구출작전을 아예 접고 준비조차 하지 않는 태도는 좀 이상해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인질범들과 대화를 위해서 겉으로만 "무력사용은 무조건 안한다"라고만 하지, 어느 정도 대비는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닌것 같습니다. 치명적인 외신보도 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모습이나, 다소 우왕좌왕하는 정부부처 관계자의 발언들, 몇몇 정치인들이 살해범들의 말을 잘 듣자며 도리어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미국의 책임을 묻는 듯한 태도를 보면, 무척 의아스럽습니다.

수감자 석방 자체는, 아프가니스탄 정부로서는 전쟁범죄자를 그냥 풀어주는 일이라서 그쪽 정부당국으로서 취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도 하고, 반정부 단체의 테러에 굴복하는 일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도 취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돈가방 들고 왔다갔다 한들 쉽게 부탁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아예 그냥 상상으로 가정해 보기로하고, 우리 정부측에서 마구잡이로 어떻게든 해서 일단 교환 계획 자체를 성사시켰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이제는 감옥에서 꺼내온 수감자와 인질을 교환해야 하는데,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 자리에서 1대1로 마주보고 교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 우리와 연합군측의 화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우리측 인질이 확보되는 즉시, 우리는 교환 장소에서 바로 인질범이고 수감자고 뭐고 다 제압해버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상당수 인질극 구출작전은, 인질범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 하면서, 접근한 뒤 돌변해서 인질범들을 급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때문에, 아마도 인질범들 쪽에서는 수감자와 인질을 교환할 때, 수감자들을 먼저 내 놓고 나면, 그 이후에, 인질을 풀어 주겠다는 식으로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우리는 아무 얻는 것 없이 일단 수감자를 풀어주고, 오직 인질범들의 약속만을 굳게 믿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인질범들을 믿는 것은 어렵습니다. 살인자의 약속을 어떻게 믿겠는가 하는 점도 있거니와, 이것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미국에게는 대놓고 법을 무시하고 살인범들에게 유리한 일을 하라고 해놓고는, 반대로 살인자인 인질범들에 대해서는 조건없이 믿는다는 점에서, 비난의 소지도 큽니다. 더군다나, 인질범들로서는 인질의 종교라든가, 인질의 태도, 우리군의 존재, 한미동맹, 심지어 UN의 태도 따위의 어림없는 핑계를 나중에 대면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게 인질범들에게는 더 유리할지도 모릅니다.

그게 아니라도, 중간에서 어중간한 아프가니스탄 정부나 미국에게 이상한 말로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고, 병으로 죽은 인질의 시신을 내던져 놓은 뒤에, 우리는 인질을 제대로 풀어줬는데, 근처 임무를 맡은 독일군이나 영국군이 제대로 관리를 안해서 죽어버렸다는 식으로 사기를 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인의 짐에서 기독교 홍보물이 나왔기 때문에 죽여도 된다"라는 해괴한 이야기가 일각에서 나름대로 설득력 비슷한 것을 얻기도 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면, 여러가지 협잡이야 얼마든지 부릴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눈에 보이는 것처럼, 수감자-인질 교환 만을 능사로 생각하여 오직 탈레반 인질범의 뜻에 열심히 복종하는 것이 최고라는 듯한 태도나, 거기에 대한 외교적인 논의를 하는 와중에 살인을 저지른 인질범들의 죄가 희석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인질범들의 죄에 대한 초점을 흐린채, 도리어, 아프가니스탄 정부나 연합군 등 다른 집단의 책임을 찾아내려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몇몇 정치인들이 정치적인 입지를 위해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꽤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수감자-인질교환 은 한가지 방편으로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충분히 다른 여러가지 내용들에 대한 고민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사태가 평화롭게 끝을 맺는다고 해도, 이런 식이라면 살해된 두 사람의 목숨과 인질범들의 살인죄는 대강 덮어두고 잊어버리자는 식으로 빠져버릴 것이고, 그렇게 되는 와중에 엉뚱하게 살인을 저지른 인질범들은 관대해 보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설령 실패한 구출작전으로 희생이 커지는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연합군은 자기 병사들을 한국인을 구하려다 전사한 영웅으로 선전할 수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인질범에게 돈주려고 하고, 전쟁범죄자 풀어달라고 부탁만하고 다닌 정부라는 오명을 덮어 쓸지도 모릅니다.

정부 부처가 보안과 작전을 위해서 여러가지 다양한 노력들을 숨기고 있을 뿐, 최대한 예리한 대처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이 위안일 뿐이라, 답답한 마음에 길게 써 보았습니다.



이하는 어제와 오늘, 이글루 덧글에서 오간 이야기들입니다.

1. BigTrain - 탈레반과의 대결은 피해가 너무 크다:
안녕하세요. 평소 관심가지던 주제라 몇 가지 코멘트를 남기려 합니다.

1. 우선 탈레반은 평범한 게릴라들이 아닙니다. 사실, 현지에서 발휘할 수 있는 각개전투능력은 전세계 어느 무장단체보다도 탈레반들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한국군을 우습게 보는 게 아니라, 아프간이 워낙 독특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2. 지금까지 이뤄졌던 적군파나 붉은여단, PLO 등에 의해 이루어진 인질극과 이번 사건을 같은 성격으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지 않나 합니다. 사고가 난 장소는 그들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는 장소이고, 사냥하러 들어간 진압군이 사냥당할 가능성이 매우 큰 장소입니다.

3. 인질을 납치한 그 단체만을 족집게처럼 제거하는 외과수술 작전을 염두에 두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는 미국과 현지 아프간 정부와 지금까지 이뤄진 적이 없었던 정도의 정보협력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미 탈레반의 우두머리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가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기사로 미뤄볼 때, 150명으로 이뤄졌다는 그 단체에 대한 공격은 곧 탈레반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될 것입니다. 탈레반 전체와 무력대결을 펼친다면 수렁에 빠진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비극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99.9%입니다.

4. 설령 우리 군이 주도하지 않고 미군 및 아프간군이 펼치는 작전에 참여하는 형태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선택할 수 없는 대안입니다. 이미 탈레반의 철군 요구를 받아들인 시점에서 우리 군의 무력개입 선택은 선택지에서 사라졌다고 봐야 될 것입니다. 만약, 우리 군이 어떤 형태로라도 무력개입을 하게 된다면 남아있는 20명의 인질을 전원 사살하더라도 할 말이 없어지는 거죠.

5. 우리의 선택은 어떤 수를 써서든지 비극으로 끝날 게 분명할 미군-아프간의 인질구출작전 수행을 저지하며 탈레반과의 협상을 계속해 가는 것이지, 인질들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인질들을 살해할 이유만 던져주는 인질구출작전 수행/참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6. 그러면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느냐. 납치 사건이 벌어진 시점에서 이미 진 싸움이죠. 최대한 협상을 꾸준히 지속하면서 최대한 많은 인명을 구하도록 외교적으로 노력(무력사용만이 노력은 아닙니다. 또 해외에서 벌어진 상황이니만큼 개입하기도 어렵고요. 당장 아프간 정부가 OK해줄 지 여부도 의문입니다.)하는 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입니다. 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외 위험국에 대한 입국 통제 및 재외국민 안전보장 대책 마련이 후속돼야하겠죠. 사실, 이번 사태를 아직까지 비극적으로 종결시키지만 않았던 것으로도 정부가 할 일은 충분히 했다고 봅니다. 설령 남은 인질분들이 모두 살아 돌아오시지 못하시더라도 정부가 딱히 욕을 먹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탈레반 전사)

게렉터:
탈레반 측의 전력 평가나 어떤 형태로 어떤 작전을 할 수 있을 것인가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BigTrain 님의 회의적인 분석도 충분히 일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할 지언정, 저는 우리 정부가 처음부터 무력 사용을 무조건 배제하고, 심지어 그에 대한 대처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지언론에서 구출작전이 시작되었다느니 하는 치명적인 보도를 날리고 있는 와중에도 무능하게 그저 "그럴 순 없다. 알아보겠다"면서 당황하기만 하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필요한 무력사용에 대해 차분히 대비하고, 현지 작전에 개입하면서 장악력을 갖고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고한 사람을 감금하고 이미 둘 씩이나 살해한 범인들을 상대하면서 우리 정부가 무슨 "할 말이 없다"라거나, 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외려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여, 어떤내용이든 다른 연합군만의 단독작전이 벌어질 경우, 무의미한 희생은 더 커지기 쉽고, 우리정부는 범죄자 풀어주라는 부탁만 하고다닌 정부라는 비난을 듣고, 연합군 쪽에서는 우리 국민 구출 및 처벌을 위해 목숨을 건 정부로 선전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도, 지금처럼 무력사용에 대해 그저 전혀 배제하는 태도로 나가면서, 물밑 작업으로 준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2. 네비아찌 - 테러 위협이 생긴다:
저는 딱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저는 비행기나 고속버스나 지하철을 마음 편하게 타고 싶습니다. 고층빌딩에 들어갈 때 마음 편하게 들어가고 싶습니다.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갈 때마다 "혹시 오늘 여기서 폭탄테러가 생겨서 내가 죽을지 몰라"하며 벌벌 떨고 있기는 싫습니다.
만약에 우리 군이 아프간에서 사작전을 벌인다면, 저는 앞으로 저 사는 동네를 나가지 않겠습니다. 언제 테러의 희생자가 될지 모르니까요.


(AK-47계열 소총)

게렉터:
이미 테러는 일어났습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오직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인질범들은 시장에서 아이스크림 먹다가 나온 사람들을 감금한 뒤에 살해한 사건이 지금까지 두 건 입니다.

어제 우리 당국에서는 "여자 혼자 밤길을 돌아다니다면 위험하다"라는 이야기를 발표한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어느 이글루스 운영진이 야근하고 퇴근하는 길에 갑자기 어느 범죄자에게 납치 감금 당하고, 소총으로 난사당하고 길바닥에 버려져도,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러고나서 그 범죄자가 무서워 보이니까 당국에서는 그냥 우리는 "이제 없던 일로 하고 잊자" 그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당장 대군을 동원해서 모든 무장조직과 대결전을 벌이자는 것이 아니라, 최후의 긴급한 순간이나, 최소한의 법 정의 확보를 위한 추후 조치를 위해서, 꾸준히 무력 사용을 염두에 두고 직접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3. 8비트 소년 - 이슬람권과의 관계가 나빠진다:
작전 자체에 대해서만 말씀 하셨는데, 작전종료(설령 성공하더라도)후 벌어질 사태에 대해서는 전혀 말씀이 없으시군요. 이슬람을 적으로 돌려서 우리가 얻을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인질극을 직접 저지른 예하단체만 소탕한다고 하셨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이쪽 생각일뿐 걔들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것 같네요. 그렇지 않아도 이슬람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득실거리는 사회에서 앞으로 테러용의자를 어떻게 가려낸답니까? 외국인 노동자들 다 내쫓을까요?

9.11 이후로 미국에서 비행기 타고 다니기가 참 어렵습니다. 저번에 액체폭탄 테러미수범이 적발되어서 물도 못갖고 타게 하죠. 미국애들이 이슬람하고 원수를 지니 이렇게 생활이 팍팍해지는데 한국에서까지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진 짜 잔혹하게 얘기하면, 본적도 없는 스물한명 살리려고(살릴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지만) 제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살고 싶지는 않군요. 비용대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군사개입은 배제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빼내려고 노력해보고, 안되면 할수 없는거니 앞으로 여행금지지역 갔다오는 국민은 공항에서 바로 잡아서 징역을 살리는 겁니다. 법도 바뀌었다면서요.


(이슬람교도 장병)

게렉터:
무슨 이슬람 교도들이 단체로 테러리스트들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 사건에서는 모든 이슬람 단체들도 우리측을 지지하고 있고, 이 사건을 이슬람교라는 어떤 종교와 대결하게 된다는 식으로 종교에 대한 편견으로 바라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작전을 벌일때 "탈레반"이라는 이름 조차 명분상 거론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인질 구출"이나, "인질범 체포 작전" 정도면 충분하며, 탈레반 전체를 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심정적으로 탈레반에 적극동조하는 파키스탄 접경 지역등 일부 이슬람교도에게 어느 정도 자극을 줄 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예를 들자면, 미국은 무섭고 막강한 나라니까, 미군은 무슨 범죄를 저질러도 그냥 봐준다거나, 미국 회사는 무슨 횡포를 부려도 모른척 한다라는 태도로, 이 나라를 운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슬람교도들은 모두 범죄자 친구들이다...라는 식으로 상황을 보지만 않는다면, 이슬람교도들과의 관계에 큰 악영향 없이 일정수준의 무력사용을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by 게렉터 | 2007/08/02 12:53 | 기타 | 트랙백 | 핑백(1)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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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더카니지 at 2007/08/02 16:25
음, 여러모로 깊은 생각이 들게 하네요. 사실 현재 상황을 보면 "군사작전은 절대 안됀다!" 가 우리 정부 입장인 것 같습니다. 만약 군사작전이 발생하면 미군-아프간군 특수부대(미군이 훈련시킨)이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우린 인질들이 아프간 특수부대의 베타테스터가 된다고 불안해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Commented by 존다리안 at 2007/08/02 20:31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근본적으로 탈레반의 현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군사작전에 대한 걸림돌이 된다고 봅니다.
어떻게든 각종 정보를 수집할 만한 라인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겠지만 이게 하루이틀에 될 일이 아닐 것 같군요. 국정
원이 수백만달러를 아프간으로 가져가 금고를 베개삼았다는 C모 정보국도 아니니 원...
Commented by 8비트 소년 at 2007/08/02 21:48
글쎄요, 미국도 처음에는 테러리스트들만 조질려고 그러다가 이리 된거 아닐까요. 이슬람 교도 전체가 적은 아니지만 이슬람 테러단체를 완전한 적으로 돌릴 경우를 얘기하는 겁니다.

입국하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 및 기타 이슬람교도중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조직원이 분명히 섞여 들어올 수 있고, 지금도 단속이 쉽지 않은데 얘들이 마음먹고 한국을 타겟으로 정할 경우 그 결과는 예측이 불가능하겠죠.
Commented by 김동우 at 2007/08/03 10:26
안녕하세요 변변한 블로그가 없어서 이름만 남김니다. 시간이 없어서 1번 문항에 대한 생각을 적고 갈께요.

>말씀하신 부분
정부의 법 집행 태도를 "살인범들이 사람 죽여도 멀리 있어서 가기 귀찮으면 그냥 잊고 없던 일로 한다"로 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제 생각
멀리있고 귀찮아서 없던일로 한다는것은, 본인의 주장을 정의롭게 포장하기 위한 문장으로 보이네요.
제가 생각하기에 다른분들의 의견은 그렇게 들리지 않는군요.

- 가능성이 낮은 군사작전에 대한, 더 많은 희생자의 가족들이 생길 문제.
- 정교하지 못한 군사작전이 야기시킬 수 있는 희생에 대한, 이슬람국가와의 전면 대립문제
- 대한민국 내의 시민들이 국내 잠입 테러범들로 부터 전격 타겟 화

얼핏 생각해도 이런 추가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각의 경우에 장황하게 글을 쓸 시간은 없습니다만, 분명한것은
전 개인적으로 프로젝트 진행할때 비관적인 경우만 미리 생각하는걸 싫어합니다.
그러나 나라의 일을 책임지는 인간들을 먼 미래의 일까지 꼼꼼하게 고려해야죠.

'욱'해서 '뻑'하고 친다면,,,,

물론 모두가 바라는것 처럼, 깔끔하게 좋은 결과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이 더 힘들게 꼬일 수도 있죠. 게렉터님이 총 지도자라면,
쉽게 전격 군사작전을 결정할수 있으시겠어요?
앞으로 야기될 더 큰 국민들의 피해 최소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김동우 at 2007/08/03 10:29
오타가 많네요, 수정 기능이 없어서 수정을 못하겠네요.
이해해주세요.
Commented by 김동우 at 2007/08/03 10:36
나머지 글들을 읽어보니, 게릭터님은 참 착한분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세상에는 게릭터님같은 분들만 있는것이 아닙니다.

착한사람, 생각없는 사람, 악랄한 사람, 다혈질의 사람, 배우지 못한 사람, 욕심많은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로인해 이해관계가 꼬이고, 상황도 꼬이고...

물론, 손 놓고 있어야만 하는것은 아니죠. 그러나 게릭터님의 글을 보고 느낀것은

게릭터님처럼 지식을 같고 타인베려가 있는 사람들만 세상에 있다면 좋겠네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중동쪽의 종교 갈등은 아예 시작도 않했을지도.
Commented by autechre at 2007/08/03 16:04
이런 관점도 있군요.
http://ladenijoa.egloos.com/3312308
이 글 마지막에 나온 것처럼 '소령'의 부대를 을 투입하지 않는한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게렉터 at 2007/08/03 19:27
더카니지, 존다리안/ 겉으로 군사작전은 절대 안된다고 하는 거나, 중심 정책에서 군사작전을 미뤄두는 것은 전략상 충분히 이해 할만합니다. 하지만, 군사작전을 완전히 배제하고, 군사작전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비나 상상도 하지 않고, 그저 모든 것을 인질범과 외국정부의 뜻에 맡겨둔다는 듯한 태도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따져보자면, 우리 군이나 경찰은 외국에서 벌어지는 테러에 대한 대응을 하기에 소위 선진국보다 미비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몇 년 전 김선일씨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라도, 최소한의 대비는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선일씨 사건때 부산 시민 한 명이 비참하게 죽어서 시신마저 훼손당했지만, 그냥 없던 일로 묻어두고 이라크에서 일하며 살던 우리 국민들만 쫓아내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라도 구체적인 대비를 했다면, 지금 상황은 훨씬 나아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동우/ 진심어린 충고 감사합니다. 저 역시 군사작전이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닙니다. 다만 유사시에 긴급히 활용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태도는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간밤에는 우리 인질의 생명과 직결되는 치명적인 오보가 나왔지만, 그저 우왕좌왕할 뿐 정보조차 제대로 수집하지 못했는데, 정부에서는 만만하니까 "네티즌들의 자극적인 UCC를 단속하겠다"라는 정도의 태도만 취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게렉터 at 2007/08/03 19:30
8비트소년/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사건의 구출작전을 가정한다면, 어떤 이슬람 단체가 반발할 만한 이유가 없고, 심지어 상당수 탈레반 조직 조차도 크게 우리나라에 원한을 품지 않도록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우리 손이 아닌, 미국이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우리의 개입 없이 구출작전을 빙자한 소탕작전을 한다고 할떄, 불필요한 학살극을 벌여서, 우리는 참여하지도 않은 작전에 우리가 책임을 나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우리측의 군사작전에 대한 대비는, 연합군의 다른 군사작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작전내용에 개입한다는 면에서라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게렉터 at 2007/08/03 19:39
autechre/ 작전의 형식과 상대의 상황에 대해서는 규정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개해 주신 라덴이조아의 글과 정반대의 상황들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약 인질범 측이 실수에서건 어떤 이유에서건, 대검 두 자루 정도로 무장한 상태에서 인질들을 이끌고 이동하는 광경이 포착되었다고 합시다. 그런 절호의 기회에도 지금처럼 우리가 어떤 작전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면, 그런 정보를 파악할 수도 없고, 그 기회에 인질을 구출 할 수도 없습니다. 막말로, 지금 상황에서 인질범들이 칸다하르와 카불에 있는 다른 우리 교민들을 습격해 더 잡아 가겠다고 해도, 이런식이라면 우리는 구경만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른방향에서, 탈레반과 연합군과의 교전이 발생한다거나, 미국인-아프가니스탄인 인질이 다시 잡힌다면, 그 경우에 연합군의 군사작전에 우리는 아무런 참가를 할 수 없습니다. 어떤 무자비한 학살극이 일어나서 인질 중에 오직 한 명 정도만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우리측에서 미리 파악하거나 막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우리정부는 미국에게 범죄자 풀어달라고 조른 정부로 남을 뿐이고, 오히려 인질을 구한 영웅적인 공로는 다른 연합군이 차지할 것이며, 그러면서도 희생된 탈레반들에 대하여 한국의 책임은 고스란히 남을 것입니다.

군사작전이 어려울 수 있고, 또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력사용을 상상조차하지 않고, 대비조차 하지 않으며, 그런 상황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인질범에게도 있는데로 알려주는 모습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Commented by autechre at 2007/08/03 20:47
전제가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정부 쪽에서는 실제 방침이 어떻든 대외적으로는 무조건 구출작전 계획은 없다고 말하고 다니겠죠. 우리 입장에서는 정부가 진짜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 부대를 준비하면서 안 하는척 하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Commented by 게렉터 at 2007/08/03 20:53
autechre/ 저도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가 외신에서 들려오는 정보를 들으면서 확인하며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도저히 그렇게 생각하기는 어려워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설령 그렇다고 한들, 굳이 "무조건 구출작전은 안된다" "어떠한 경우라도 군사개입은 없다"고 먼저 천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냥 외국과는 비밀교섭, 대내외적으로는 무언급이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몇 건의 구출작전 오보에 대해 정부의 확인이나 통제가 너무 늦은 것도 그렇고, 중앙일보 등지에 다소 공상적인 작전구상이 아무렇게나 실리는 것도 그렇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여러모로 정부가 전혀 상상도 하지 않고, 대비도 하고 있지 않은 듯 합니다.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7/08/04 00:26
게렉터님께서는 "우리가 인질 구출작전을 벌여도 무슬림들로부터 원한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제하셨지만, 저는 그 전제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언론에 잘 나오시는 높은 분들과 기층 민중들의 생각이 180도 다른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죠. 아마 무슬림 사회가 더 심할 것입니다.
9.11 테러 때도 이슬람회의기구나 고명한 셰이크, 이맘 들은 테러를 비난했지만 무슬림 민중들은 오사마 만세를 외치며 거리에 쏟아져 나왔더랬죠.
우리가 아프간에서 군사작전을 벌여서 탈레반 한 명이라도 국군이 사살했다는 뉴스가 알 자지라에 나오는 순간
기독교-이슬람교 대립이 아니라 한국-기층 무슬림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어 버립니다. 전 세계 무슬림은 형제라니까요.
게다가 이미 한국은 동남아-중앙아시아 노동자들(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무슬림이지요)에게 이미 탄압자, 미국의 졸개=이스라엘의 친구로 찍혀 있습니다.
이러고도 한국에 대한 테러 광풍이 안 일어날 것으로 생각되십니까.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7/08/04 11:18
글쎄요, 송민순 외교장관이 국방부 장관하고 인질상황에 대해 논의하는걸 찍은 사진만 봐도 이준님 말씀처럼 최소한 얘기는 나왔을 걸로 보이는군요. 그리고, 테러는 이미 벌어졌다는 말씀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군요. 무고한 인질이라고 해도 거기는 이미 충분히 위험하지 않았습니까? 진짜 테러는 험악한 곳에서 벌어지는게 아니라 안전해야 할 곳에서 떼죽음을 당하는 겁니다. KOEX나 여의도 증권가에서 폭탄이 터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되겠죠.
Commented by 게렉터 at 2007/08/04 17:24
네비아찌/ 일단 탈레반이나 인질범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이, 탈레반의 가장 직접적인 적들이 바로 아프가니스탄의 다른 다수파 이슬람교도 들입니다. 애초에 탈레반들과 미국이나 영국과 싸우던게 아니라, 다른 이슬람 조직들과 싸우고 있었던 배경을 쉽게 생각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슬람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이슬람교라는 종교 문제로 연결시키는 경향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이번 인질극은 탈레반 내부에서도 좋은 생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훨씬 더 기독교-이슬람교 종교 분쟁으로 볼 우려가 많아보이는 이라크 전쟁에 우리는 전투병을 파병하면서까지 개입했으니, 사실 이게 훨씬 더 문제입니다. 반대 방향의 이야기지만, 쿠르드족들도 이슬람교를 믿고, 쿠르드족 테러리스트 단체도 꽤 있지만, 덕분에 도리어 우리는 그들과 우방관계가 되었습니다. 이슬람교-테러리스트-이슬람권 국가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치문제 가 다 한 가지로 볼 이유가 없는데다가, 이번 경우에서는 왠만해서는 거기에서도 벗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가 이번 일을 빌미로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 무모한 학살극을 장기간동안 대규모로 벌인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님은 잘 아실 것입니다.
Commented by 게렉터 at 2007/08/04 17:32
지나가던이/ 최소한의 이야기가 나왔으면 저도 좋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지금 아프가니스탄 쪽에서 "무력사용 무조건 배제를 공개적으로 천명하지 말아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쪽 군사작전에 대해서는 미국 NORAD와 주한미군을 걸러서 전달되는 곁가지 정보외에 어떠한 정보망 조차도 없는 듯 보입니다. 이런면을 보면, 군사작전에 대해서 좀 더 신경쓰고 대응하라는 이야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누차 말씀 드렸지만, "무고한 사람 두 사람을 죽인 인질범 살인자에 대해 무엇이든 조치를 취하면, KOEX에 폭탄이 터진다"라는 이야기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렇게보면, 이미 국내에 들어와서 수십년간 자리잡고 있고 KOEX에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며, 자기자신들에게 훨씬 더 직접적인 감정을 느낄, 칠성파나 양은이파 조직원들도 체포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다른나라들의 예와 비교해 볼 때도, 이정도로 "무력사용 무조건 배제"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준비조차 없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7/08/05 00:38
게렉터/ 물론, 무력사용 옵션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있지 않다는건 맞을 가능성이 높죠. 저도 울정부가 정보채널의 문제나 갖가지 옵션의 논의에서 꼭 들어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형사건이 꼭 터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테러란 그런 것이 아니겠느냔 뜻이지요. 님이 말씀하신 이미 우리는 테러속에 살고 있다는 주장은 좀 지나치지 않냐는 뜻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무력참가가 그럴 가능성을 좀 높여준다는건 맞겠죠. 굳이 미국 예를 안들어도 영국이나 스페인에서도 폭탄 터졌지 않냐는 거죠. 개인적으론 그래도
우리정부가 힘들더라도 해야할 상황이면(정말 인질들이 살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거나)무력작전에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물론 앞뒤 안따져보고 들어가자고 주장하는건 아닙니다. ^^

사족 1 : 칠성파나 양은이파는 보복을 한다면 경찰,사법기관이나 그 가족을 대상으로 삼지 않겠습니까.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게 아니라요. 그랬다간 그들이 터전으로 삼고있는 이 사회를 완전히 적으로 돌릴테니까요. 하지만 국외 테러단체의 경우
특정대상을 노린다고 보기 어렵겠죠. 그냥 비교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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