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 가족, 더 무비 The Simpsons Movie 영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영화판이 나온 사실을 비아냥거리는 농담으로 읊조리면서 시작하는 "심슨가족 더 무비"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교회와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풍자가 도입부인데, 갑자기 그곳에서 스프링필드 종말의 예언 비슷한 것을 듣게 됩니다. 호머 심슨 주변의 사건들로 인해서 결국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서, 심슨 가족은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스프링필드 종말의 묵시록적인 대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큰일났다)

언제나처럼 만화체의 맛을 잘 살리는 파괴적인 묘사들이 넘치고 인간의 어두움을 웃기게 과장한 도덕과는 거리가 먼 인간들이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 속에는 삶의 모습에 대한 풍자나 조롱이 웃음을 주기 위해 들어와 사용되고 있어서, 공감을 주기도 하고 분노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톰 행크스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와 같은 유명인사를 소재로 삼아 현란한 농담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있는가하면, 어린이들의 만용이나 가족간의 "순풍산부인과"스러운 이기심을 농담으로 뽑아내는 장면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한심한 "스파이더 피그" 장난 처럼 정석대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도 있고, 최후를 앞둔 만화책광에 대한 것처럼 약간 억지스럽게 짜넣은 것도 있습니다.

"심슨가족 더 무비"에서 단연 눈에 뜨이는 것은 컴퓨터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작업자들의 노동력이 어우러진 그림들의 재미난 움직임입니다. 이 이야기 속에는 3차원 컴퓨터 그래픽을 전통적인 2차원 애니메이션처럼 보이게 해서 부드럽고 박진감넘치는 화면을 만들어내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퓨처라마"류의 TV시리즈에서 활용되었던 여러 장면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잘 끼워 넣었다고 느꼈습니다. 또 컴퓨터 작업을 이용한 2차원 영상을 여러가지로 가공하는 장면들도 재미난 것들이 많습니다. 횃불을 든 사람들의 모습 같은 것은 컴퓨터로 가공한 이질감이 좀 많이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또 어떻게 보면, 디럭스 페인트 옛버전 시절에 사용된 원근감 효과를 응용한 재미가 그대로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콤퓨타 그라픽스 환상세계)

이런류의 장면들은 자유롭게 화면이 회전되고 사물을 보는 각도가 입체적인 공간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강조해야 하는 장면과 웃음을 이끌어내기 위해 시선이 이동해야 하는 연출을 부드럽고 매끄럽게 해주고 있습니다. 부드럽고도 정교하게 움직이는 영상은 박진감 넘치는 신나는 장면을 만들어내는데도 큰 공을 세우고 있습니다. 블록버스터 SF 영화의 절정장면 연출을 흉내낸 호머 심슨의 마지막 대활약 장면이나, 이 이야기에서 가장 박력 넘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는 긴장감 넘치는 파괴적인 바트 심슨의 스케이트보드 질주 장면은 이런 연출이 화려한 화면과 즐거운 웃음으로 잘 포장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히 이런 연출들 중에는 카메라로 실제 세상을 찍어서는 만들기 어려운 애니메이션 고유의 화면을 끌어내는 대목도 많습니다. 유리판에 몸이 반동강나서 죽는 등의 황당무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과격하게 보여주면서도, 애니메이션 표현의 틀을 빌려서 잔인한 느낌을 줄여서 가볍게 끼워 넣는 것은 "심슨 가족"의 바탕이라면 바탕일 것입니다.

괴기스러운 기형 생물이나, 꿈속의 상상장면에서 펼쳐지는 기묘한 장면들, 묵시록적인 지구종말스러운 광경이나, 매우 위험한 묘기를 펼쳐야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 등등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 인디안 전통의 환각을 경험하는 부분에서 호머 심슨의 몸과 마음을 분해되는 장면은 신기하고 신나면서도 나름대로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스러운 초현실주의스런 맛도 보여줍니다. 그외에도 무제한으로 화면이 확대되고, 모래알만한 카메라가 날개가 달려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것처럼 자유로운 시점으로 이런저런 광경을 잡아내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감한 표현력도 자주 눈에 뜨입니다.


(사람이 강철공에 으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가 쉬운가? - 날아오는 강철공 앞을 따라가며 카메라로 촬영하기가 쉬운가?)

다루고 있는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사실 좀 싱거운 부분도 없잖아 있고, 약간은 실망스러운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물론 재미난 부분은 충분히 많습니다. 스스로 폭스TV의 자세를 풍자하는 부분은 감탄이 나오고, 알아서 목조름을 당할 대비를 하는 바트 심슨의 모습은 성우진의 연기와 어울려 슬랩스틱 코메디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특히, 시작 장면 근처 초장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 가족" 스스로를 패러디하는 모습은 긴 시간 시청자들과 함께 해온 TV시리즈의 멋과 향취 속에서 감동스러운 웃음을 자아내는 맛도 충분합니다. 20세기 폭스사 상표명과 구름이 글자를 만들며 "심슨 가족"이라는 자막을 떠올리고, 바트 심슨이 칠판에 글씨 쓰는 벌을 받는 부분은 저마다 훌륭한 운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전체 줄거리를 살펴보면,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지속되는 극장 상영용으로 제작하기 위해서 조금은 안이하고 심심한 갈등구조 따라간 면이 있습니다. 이야기 전체에 걸쳐 마구잡이식으로 온갖 사건이 벌어지고, 스프링필드의 운명을 뒤흔드는 어마어마한 위기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사건을 겪는 인물들의 대립은 건전한 가족애와 이웃간의 정에 대해서 하는 교훈적인 이야기에서 그다지 멀지 않습니다. 결말 부분에 이르면 다소간 억지스럽게 이런류의 밝고 정다운 분위기로 치닫는 듯해서, "아마겟돈"의 악명높은 "감동의 브루스 윌리스"가 좀 생각날 정도입니다.


(가족의 정)

중간중간에 들어간 소재들도 좀 엇나갈 때가 있습니다. 환경문제를 중심소재로 처음 끌고 들어간 것은 꽤 그럴듯했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한 여러 유행하는 화제들을 풍자하면서 웃음을 만들기도 하거니와, 열혈 환경운동가의 태도나 환경문제의 대책에 대한 무능함 같은 것도 재미난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작년의 "심슨 가족" 할로윈 특별편의 마지막은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려하다가 맥빠지는 선전물로 전락해버리는 부실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 이야기의 환경 문제 이야기는 재미있게 소재를 돌이키고, 오묘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잘 살아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국가주의 정부에 대한 내용이나 관료제에 대한 웃음거리들은 덜 재미있었습니다. 다섯개의 대책 중에 하나를 뽑아드는 부분 정도는 흥겨운 연출력과 운율이 맞는 대사를 짭짤하게 사용했기에 꽤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악역에 해당하는 환경보호국의 두령은 별 인상적인 성격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특별히 참신한 웃음을 보여주지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장 빼 입고 나와서 잘난척하는 사악한 악당 그대로일 뿐으로, 구체적인 개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흡인력있는 사연을 보여주지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나쁜놈이라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스프링필드 마을 외부의 악당을 적으로 선정했기에 아쉬워진 면도 있습니다. 스프링필드 대 외부의 적 구도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스프링필드 사람들 서로간의 대립과 갈등 같은 것은 좀 사라져 버렸습니다. 번즈 사장의 그 압도적인 모습이나 밀하우스-바트 심슨 의 호흡맞추기 같은 걸출한 재미거리들을 놓쳐버린 면이 있습니다. 모의 술집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특색있는 분위기가 살아난 부분도 없고, 마지 심슨의 언니들은 등장도 거의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편 이야기 전체의 갈등구조가 되는 바트 심슨의 아버지에 대한 고민이나, 사랑에 빠진 리사에 대한 이야기 역시 몇 차례 써먹어 본 듯한 내용을 그냥 반복할 뿐입니다. 이야기 자체가 전체의 뼈대가 되기에 약간 부실하기도 하거니와, 특별히 신선한 면 없이 자잘한 웃음거리들을 유행어처럼 또 써먹는 수준입니다. 잘팔리는 인기 인물인 메기 심슨의 귀여운 모습을 활용하기 위해서 좀 억지를 부린 대목도 선명해서 이야기를 더 재미나게 만들 수도 있었는데 좀 부족해진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메기)

한스 짐머가 중심에 서서 만들어 넣은 음악은 충실하기는 합니다만, 역시 조금은 아쉽습니다. 연주는 충실하고 "스파이더 피그"처럼 괜찮은 노래들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갖가지 곡조로 편곡되어 연주되는 "심슨 가족" 주제곡의 화려한 전례들에 비하면 부족한 맛이 있고, 리사 심슨의 색소폰 연주라든가, 하다못해 일전의 "모노레일 주제곡" 같은 것에 비해서도 그다지 더 좋다고 할만한 부분은 많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각적으로는, 극장 상영판의 묘를 살리는 여러가지 연출과 볼거리가 있었다는 점과 견주어 본다면, 음악, 음향에서도 좀 더 대단한 것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중소기술기업 및 벤처기업이 모여 있는 잠실 가락시장 주변지역: 심슨가족의 긴긴 제작과정에서 허구헌날 격무에 시달렸을 한국 제작진들이 언젠가는 좀 더 멋진 환경에서 "메가쑈킹만화"나 "삼국전투기"/"하대리" 류의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작업 하는 것도 한 번 보고 싶습니다.)

돌아보건데, 과감한 상상력과 기괴한 풍자를 많이 보여주는 이야기 치고는 줄거리의 구도가 너무 평범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또 보고 있노라면, 웃긴 장면 사이 사이에 보여주었던 복선들이 앞뒤로 잘 짜여 있어서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엮어나가고 있습니다. "맥베스"의 마녀 때도 선명하게 보였던 "예언"을 복선으로 써먹는 수법도 충실하게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있고, 결혼식 비디오 테입이나 구멍 메우기 잡일 같은 소재를 웃음거리로 자연스럽게 한 번 써먹고, 뒤에 다시 한 번 복선으로 또 써먹는 것도 매우 자연스럽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성은 여러 분야, 여러 소재에 걸쳐 나뉘어진 다양한 풍자거리들을 잘 조합해서, 계속 관객이 따라가며 지켜보게 해주는 수법으로 적절했다고 느꼈습니다.

그 외에도 근 20년간 연기를 해온 성우들과 그림을 그려온 제작진의 중후한 멋이 웃음으로 살아나는 부분도 주목해볼만 합니다. 호머 심슨의 모습과 목소리 연기는 과연 그 경지가 걸출하다 할만 합니다. 예를 들자면, 눈보라 치는 설원을 헤메이는 호머 심슨의 모습은 일인극 개인기 수준으로 꽤나 심도있는 호머 심슨스러운 웃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것들이 움직이는 만화체 그림으로 어떻게 관객의 시선을 조절하며 움직이고, 어떻게 화면을 꾸미면서 웃음을 전해주는가 하는 그 재주와 어울어지면, 적어도 왠만한 "Treehouse of Horror" 특별편 정도의 경지는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심슨, 더 무비"는 2007년 7월 21일 미국 버몬트주의 "스프링필드"에서 첫 상영되었다고 합니다.

성우진 중에 초특급 친숙할만한 사람 한 사람 빼고, 친숙할만한 사람 한 사람을 꼽아본다면, 행크 아자리아 입니다. 헬렌 헌트하고 결혼했던 일로도 유명한 양반인데, "프렌즈"에서 피비 부페의 과학자 애인 데이빗을 연기한 모습이 꽤 기억에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심슨 가족"에서는 혼자서 목소리를 바꿔가며, 술집주인 모, 경찰관 위그너, 슈퍼마켓 주인 아푸 를 연기하고 이 외에도, 만화책광, 프링크 교수, 리베리아 박사, 선장님 등등 여러 인물을 한몫에 연기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관객들이 없다보니 좀 힘들었겠지만, TV 방영된 애니메이션의 선례를 살려, TV 성우진들의 한국어 더빙판이 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국내에서 짧지 않은 기간동안 공중파 방송되었으며, 나름대로 더빙판 자체가 구분되어 인기를 끈 면도 있으니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EBS 더빙판으로 동시에 개봉되었다면, 저는 원판 보다는 외려 더빙판을 보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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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FAZZ 2007/08/26 21:26 # 답글

    그리고 보니 애니의 호머 심슨이랑 현재 대머리의 브루스 윌리스랑 묘하게 분위기가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 게렉터 2007/08/26 21:31 # 답글

    FAZZ/ 머리카락 뽑힐 때 뭔가 겹쳐보이는 듯한 느낌이 이상하게 들었습니다.
  • marlowe 2007/08/26 22:40 # 답글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새로움을 추구하기 보다는 원작 팬들을 위한 이벤트라는 안전한 길을 걸은 것 같습니다.
    조연 캐릭터들이 너무 심심해서 안타깝더군요.
    특히 몽고메리 번즈씨와 스미더스 출연분량이 너무 적었어요.
  • dcdc 2007/08/26 23:05 # 답글

    저도 더빙으로 보았을 것 같아요 :)
  • jomjs 2007/08/27 00:13 # 답글

    크레딧 끝부분에 <이 영화는 스프링필드에서 촬영되었습니다>라는 자막이 나오더군요...^^
  • 소년 2007/08/27 02:03 # 답글

    나중에 자막을 보니 톰 행크스는 더빙을 himself가 했더군요...ㅋㅋ
  • 미디어몹 2007/08/27 15:25 # 삭제 답글

    곽재식 회원님의 포스트가 금일 오후 05:00에 미디어몹 헤드라인에 링크될 예정입니다. 익일 다음 헤드라인으로 교체될 경우 각 섹션(시사, 문화, 엔조이라이프, IT과학) 페이지로 옮겨져 링크됩니다.
  • 게렉터 2007/08/31 13:10 # 답글

    marlowe/ 저 역시 마찬가지로 안타까웠습니다.

    dcdc/ EBS 더빙 좋아하는 사람 참 많은 듯 합니다. EBS에서 이틈에 재방영 해줘도 좋을 텐데 말입니다.

    jomjs/ 미국 각지의 스프링필드에서도 시사회를 했다고 합니다

    소년/ 이 영화에서는 가장 유명한 "성우"로 활약했지 싶습니다.
  • 물망초 2010/03/20 09:21 # 삭제 답글

    핫이슈를 만든 거장 김병욱 감독님 만의 기술 작전 시트콤 대성공 !
    김감독님 은 누구 ?그의 작품 결말모음 명 장면 다시 동영상으로 한번 볼까요 ???
    http://mygst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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