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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가 척박하고 인기없다는 통념과는 달리 컴퓨터 게임 분야에서만은 태생부터가 거의 SF 일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90년대초에 나온 컴퓨터 게임, "일루젼 블레이즈"는 다음과 같은 줄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 A.C (After Co-operation) 2023년. FS-1 ZERO 5 혹성에서는 정체불명의 카오시스 제국과 혹성의 아시온 연방과의 갈등이 언 반년째 접어 들었다. 혹성의 하늘은 알수 없는 푸른 대기로 둘러싸여 있었고, 사람들의 각각의 영역권에서 생활해 가고 있었다. 무한 증식 시스템과 최신병기 플라즈마 플러스를 만들어낸 카오시스 제국으로 전세는 차차 기울어가고 있었고, 아시온 연방의 자기 보호막도 이제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위기에 처한 아시온 연방은 정찰기를 베이스 주위에 배치시키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정찰기의 이탈과 그에 따른 카오시스의 공격에 마지막 전투임을 예고하고, 작전명 "일루전 & 블레이즈" 라는 것만 남긴체 시그널 편대를 출격시키는데... ![]() "일루젼 블레이즈"는 게임 내용 자체가 줄거리와 구체적인 상관이 부족한 흔히 "슈팅 게임" 혹은 "슈터" 라고 하는 부류의 게임이었습니다. 비행기나 우주선 따위가 나와서 빗발치는 총알을 헤치며 총알을 발사해 적을 부수며 나가는 "갤러그"나 "그라디우스"류의 게임 말입니다. 그래서 사실 줄거리라 한즉, 괜히 영어 단어를 사용해서 전문용어 분위기나 미래적인 느낌을 풍기려고 한 소소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막상 게임 내용은 게임이 갈수록 너무 심하게 어려워진다는 결정적인 문제점을 빼면, 꽤 그럴싸했습니다. SF물 분위기에 어울리는 기계 문명과 징그러운 괴물이 뒤엉킨 우주 배경이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 주었고, 등장하는 적들과 그들의 공격도 다소간 다양한 점이 있었습니다. 몇년 앞선 시기에 나온, "Xexex" 나 "다리우스", "썬더포스" 시리즈 등을 모방한 아류작이긴 했습니다만, 이들 게임을 꽤 잘 받아들인 수작이었던 것입니다. 이 게임은 당시 제작사인 "패밀리 프로덕션"의 최우수작 이라 할만한 게임이었습니다. "패밀리 프로덕션"의 대표는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등으로 책을 쓰고, 컴퓨터 학원 강사등을 하며 생계를 잇던 차승희 선생이었는데, 이 양반은 "피 와 기티"를 출시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피 와 기티"는 당시 이목을 끌던 "라이온 킹"이나 "알라딘"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게임판들과 흡사한 게임이었습니다. 때문에 이 게임은 그간 쉽게 접할 수 있던 한국/일본계 게임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시 한글판 게임 자체가 희귀했던 상황에서 게임 출시 하나하나가 큰 이야기거리가 되던 상황에서 대단한 주목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994년 4월 "피 와 기티"를 SKC를 통해 유통시켜 성공을 거둔 패밀리 프로덕션은 같은해 가을에 드디어 이 게임, "일루젼 블레이즈"를 출시합니다. "피 와 기티" 그리고 "일루젼 블레이즈"는 당시 같은 학교 친구였던 이정헌, 신봉건 같은 10대들이 차승희 대표와 자취방에서 같이 컵라면을 먹으며 만들었다는 전설적인 게임이었습니다. 차승희 대표가 프로그래밍을 맡았고, 그림을 만드는 작업을 신봉건이 주로 하는 형태로 "일루젼 블레이즈"는 제작되었는데, 3차원 그래픽을 잠깐 집어 넣기도 했고, 당시 IBM-PC/DOS 컴퓨터의 기능을 잘 발휘하는 형태로 꽤 충실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었습니다. 거의 "덱스더 Thexder" 개발 무용담과 같은 향취를 풍기는 이 게임은, 충분히 평가 받았고, 게임 중계 방송의 가장 원시적인 형태였던, 당시 KBS게임천국 프로그램에서 전화연결 게임으로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 그러나, 역시 뭐니뭐니해도, "일루젼 블레이즈"의 묘미는, D.A.C 팀, 노승환, 안명진이 만들어 넣은 음악이었습니다. 그라디우스 시절부터 자주 쓰였던, 전자악기를 풍성하게 쓴 빠른 메탈 풍의 록큰롤 음악이 정통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이런 류의 음악은 80년대 후반에 SF 애니메이션이나 일부 사이버 펑크 물 등에서도 유행했던 것으로, 사실 "일루젼 블레이즈"가 출시된 1994년 11월의 시점에서 보면, 좀 유행이 지난 맛이 있기도 했습니다. 음악자체도 독창적이기 보다는, 이런저런 다른 비슷한 음악의 영향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IBM-PC/DOS 컴퓨터로 이런류의 단순한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역시 어딘지 복고적인 데가 있는 일이었고, 게임 줄거리에 나오는 너무나 전형적인 80년대 우주전쟁 SF물 이야기이기도 해서, 음악은 듣기에 나름대로 멋졌습니다. 결정적으로 음악 자체가 무척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당시 "일루젼 블레이즈"를 구입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을 지라도, PC통신망을 통해 애들립 음악인 IMS 형식으로 돌던 주제곡은 굉장히 많이 퍼졌습니다. 음악자체가 예전 기계의 "FM음원"에서 들려오던 소리와 한통속을 잇는 묘한 컴퓨터 전자음의 향취를 잘 살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현란하게 바뀌는 악기 배치 등의 기술적인 기교를 비롯하여, 인간이 직접 연주한다면 정교하게 해내기 어려운 매우 빠른 연주가 마구 들어가 있는 등 컴퓨터 음악의 묘미를 잘 살리는 음악이기도 했습니다. 일단 음악 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볼륨을 키워주십시오.) IMS 재생을 다시 하기 위한 여러가지 활동이 있긴 합니다만, 위에 올린 것은 DOSBOX 최신판에서 옛날의 OCPLAY를 구동해서 음악을 재생하고, 그것을 녹음해 가공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DOSBOX에서 만들어내는 음색과 예전 애들립 음색이 차이가 나기에, GoldWave의 Smoother 필터를 적용해서 음색을 조금 바꾸어 두었습니다. 보관하고 있는 IMS 파일은 wishlist2004 님께서 e메일로 일전에 보내주셨던 것인데,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 음악은 현란한 곡조와 복잡한 구성으로 당시 IMPLAY, OCPLAY 등의 IMS 재생 프로그램을 시험하거나 구경해 보는 용도로도 자주 돌았던 곡입니다. 이 곡은 "일루젼 블레이즈"의 처음 제목이 뜰 때 나왔던 곡인데, 여러 모로 온라인 게임으로 세태가 변하기 이전, 한국 컴퓨터 게임의 한 상징이라 할만한 음악일 것입니다. 다음으로, 게임 점수 보여 줄 때 나오는 음악을 들어 보겠습니다. 사실 별로 신경도 안쓰는 장면에 나올 곡인데도, 역시 짧아도 꽤 좋게 들어가 있습니다. 차승희 대표는 이후 드디어 인하대 통계학과를 졸업했고, "에올의 모험", "올망졸망 파라다이스", "샤키" 등등의 게임을 발표했습니다. 온라인 게임이 대두되면서, 업계 판도가 변했고, 그는 주로 잘만들어온 게임분야를 지키기 위해서 컴퓨터 게임에서 아케이드 업소용 게임으로 제작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컴퓨터 게임과는 달리 아케이드 업소용 게임은 기계와 장비를 보급하는 문제까지 따져야 했고, 그 과정에서 IMF를 견뎌낼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차승희 대표는 큰 시련을 겪었다고 합니다. 물론, 차승희 대표는 훌륭히 재기하여 펜타비전 대표를 맡고 있고, 최근 "DJMax", "S4 League" 같은 게임들을 발표 했습니다. 신봉건씨 역시 "EZ2DJ", "DJMax" 등의 작업을 이끌며 여전히 현업에서 대활약 중입니다. 끝으로 "일루젼 블레이즈"에서 누구로 게임을 할지 선택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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