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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들은 분명히, 상당수는 알아보시는 분, 기억하시는 분 많이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신선함은 좀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런만큼, 덧글로 간단한 기억이나, 생각나는 감상을 곁들여 주신다면 더 재미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번에도 흘러간 한국 영화 중에서, 또 그 중에서 예고편 동영상을 제가 인터넷으로 입수할 수 있었던 것 중에서, "이상하고 신비로운 것" 위주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흘러간 영화라고는 하지만, 대체로 겨우 20년정도 지난 영화들입니다. 여기서는 두 편에 나누어 공포 영화 10편을 소개해 봅니다. 장차 "코메디"편 도 이어갈 것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희귀한 영화보다는 한때는 많은 사람들이 봤건만 어느새 잊혀진 영화들 위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공포물은 일단 전기(傳奇) 류의 기록,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을 것입니다. 이상하고 신기한 일을 오래 기록해두고 널리 알리려는 이야기 중에는 괴기스러운 일들이 많이 남게 됩니다. 그중에는 으시시한 것도 있고, 무서운 것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 번에 이야기했던, 병원에 떠도는 귀신 이야기나, 한맺힌 여자 귀신 이야기 같은 많은 공포물들은 바로 이런 전기류의 직계 자손들일 것입니다. 한편으로 공포물은 프랑스 연극 그랑기뇰로 대표되는 또다른 뿌리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자극적이고, 평소에 보기 힘든 끔찍한 장면을 강렬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사람을 자극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랑기뇰 연극에서는 사람을 붙잡아 놓고 고문하거나 체벌을 가하는 장면들이 단골로 올라왔습니다. 잔인한 장면이나 거침없는 파괴 장면에 집중하는 몇몇 공포영화들은 바로 이것과 비슷한 계통으로 묶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때 신문잡지에는, "한국에는 처녀귀신 영화", "헐리우드에는 칼질 살인마 영화"라는 식으로 단순한 이분법 구도가 회자되어, "나는 칼질 살인마보다 처녀귀신이 훨씬 무섭다" 류의 감상이 난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도 사실 고문극류의 이야기는 꽤 있었습니다. 60년대의 인기작 중 하나인 "내시" 같은 영화에 잠깐 나오는 지하감옥 장면 같은 것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번에는 예고편 시작장면 부터 단박에 그랑기뇰 분위기가 풍기는, 영화를 하나 소개해 보겠습니다. 6. 목밀녀(1988) "이 작품에 그려져 있는 이야기들은 이 시대의 우리들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새로운 영화 목밀녀는 여러분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을 것입니다." 목밀녀가 대체 뭡니까? 목밀이 대추 라는 뜻이니, 목밀녀는 대추여자라는 뜻입니다. 무엇인고 하니, 한중일 동양삼국에 전해 내려오는 잡스러운 비방 중 하나인 늙은 남자가 회춘하기 위해 젊은 여자를 데려와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기법 입니다. 이런 소재는 SBS 공중파 연속극인 "덕이" 같은 곳에서도 소재가 된 적이 있습니다만, "묵밀녀"는 그중에서도 다소간 변태스러운 수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영화는 이 젊은 여자가 변태스러운 분위기에서 갖은 고생을 하고 마침내 죽는 영화입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영화 속 여자주인공은 어김없이 이 부자집 머슴과 눈맞아 도망가는 장면이 들어가 있고, 도피행각이 실패하여 사단이 나는 장면 역시 어김없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머슴이름이 강렬하게도 "용쇠" 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이 영화는 1987년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일약 최고의 인기를 누린 "씨받이"의 많은 아류작 중 하나 입니다. 이 영화 단 한편으로 강수연은 아직도 그때 생긴 "월드 스타"라는 별명으로 통하고 있고, 임권택 감독이 "거장"소리를 본격적으로 자주 듣기 시작한 전환점도 어쩌면 "씨받이"를 결정적인 한 순간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씨받이" 비슷한 영화들이 갑자기 몇편 급조된 것이 있습니다. 중세의 해괴한 풍습, 법칙 때문에, 여자주인공이 변태적인 고생을 마구 겪는 이야기를 만듭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깔아서 자극적인 고통 주는 장면을 넣고, 여기에 여자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구시대 질서에 고통 받는 여인의 '한'"을 핑계로 여러가지 노출장면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노출 장면 때문에 손쉽게 흥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져서 급조한 영화들이 몇 편 나왔고, 당시 유행에 발마춰 패러디된 토속 고전 해학 코메디물에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 "목밀녀"만 해도, 따지고 보면 그 앞에 나온 거의 같은 소재를 다룬 매우 비슷한 이야기인 "어울렁 더울렁"이라는 영화의 속편격으로 또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렇게 여자 주인공이 중세의 이상한 풍습때문에 고통 받는 이야기는 60년대의 "이조여인잔혹사" 같은 영화에서부터 내려오는 전통도 있었기에 더 쉽게, 더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조여인잔혹사"는 일본 영화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은 형태로 나온 영화로, 80년대에 "물레야, 물레야"라는 부제가 붙은 사실상의 리메이크도 한번 이루어졌고, 비슷한 아류작도 많았습니다. 이런 영화를 한 명의 주인공에게 사연을 집중하고, 겪는 사건의 변태성의 강도를 한층 더 높여서 만든 좀 더 강해진 영화들이 "씨받이"를 이후에 나온 아류작들인 것입니다. 주인공 여자가 고통 받는 영화로 80년대에 많이 만들어진 것으로 다른 부류도 몇 있습니다. 그 중에, 여자가 희생자인 범죄물을 주욱 열거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80년대 후반에 광풍에 가깝게 유행했던 것으로 "인신매매 괴담"을 꼽을 수 있는데, 바로 이 유행을 타고, 혹은 스스로 "인신매매" 괴담을 더욱 불러일으키면서 유행했던 것이 바로 이런 영화들입니다. "현실 세태를 고발하고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라는 명목으로 TV물에서도 많이 제작되었고, 여성잡지나 잡스러운 주간지 등에는 거의 매호마다 여자가 고통받는 잔인하고 변태적인 범죄 괴담으로 지면이 뒤덮히기도 했습니다. 영화들 중에는 공포물로 손색이 없는 "에미"같은 영화가 있어서, 당시에는 미국드라마 아류작을 쓰던 김수현 작가가 힘을 발휘한 것으로 이름난 명작으로 불리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냥 저냥 쏟아진 잡스런 영화들도 많았습니다. "이 영화는 사회 고발이 목적입니다!" 라고 "빨간글씨"로 영화 시작할 때 밝히는 것과 달리, 이도저도 아닌 노출장면만 넘치는 영화들도 많았던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영화는 그런 최상과 최하 사이에 있는 중진급 영화입니다. 7. 야누스의 불꽃 여자 (1987)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은 삶의 영원한 삼각형이라는데!" (저는 이런말 이 영화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현대가 만든 악인과 두 얼굴을 가진 나영희가 유혹의 길을 떠난다! 야누쓰으-!" (정말 야누쓰으 할 때 "으"까지 발음 하는 듯 합니다. 약간 이해가 안되는 것은 그렇다면, 현대가 만든 악인, 나영희 얼굴1, 나영희 얼굴2 이렇게 총 세 개의 얼굴이 유혹의 길을 떠난다는 이야기인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공은 나영희가 맡았습니다. 이 무렵에는 "이브의 건넌방", "그것은 밤에 이루어졌다", "장대를 잡은 여자" 등등의 제목만 들어도 어느 정도 일관성 있는 느낌을 주는 영화들을 연기해 오던 배우로, 지금도 자주 TV연속극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배우입니다. 영화속에서 나영희는 행복한 결혼을 꿈꾸고 있다가 갑자기 이유없이 급습한 흉악범 삼인조 때문에 폐인이 될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받는 인물을 연기합니다. 이후 나영희는 복수심에 불타서, 무슨수로든 이 흉악범 삼인조를 벌하려 합니다. 그리하여, 어찌 보면, 화면이 그럴싸하고, 어찌 보면 어림없어 보이는 방법으로 삼인조에게 접근해 저승으로 보내버립니다. 그러다보면, 이 영화에서 무진장 광고하던 "반전"이 드러납니다. 당시 비슷한 TV드라마, 소설, 여성잡지에 실리는 기사에서 단골로 나오던 반전인데, 이것을 밝히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바로, 흉악범 삼인조가 이유없이 급습한 것이 아니라, "재벌집 딸과 결혼하려는 원래 남자애인의 사주"로 급습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는 이후에도 조금씩 강도를 달리하면서, 자주 TV드라마 등에 나왔습니다. TV연속극은 영화보다 훨씬 길기 때문에 대체로 반전으로 꾸미지는 않고, "여자주인공만 모르는 알려서는 안되는 비밀"로 묻혀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TV드라마인 만큼,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보다는, 여자 주인공의 집을 망하게 한다거나, 임신한/갓 낳은 자식을 없애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지고보면, 어제인가 시작한 SBS 드라마도 바로 이런 계열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을 맡은 김성수는 이 시기에 이렇게 노출장면 섞여든 범죄물을 몇 편 만들면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던 사람입니다. 이 영화 예고편에도 잠깐 나오듯이, 멀리 펼쳐진 철길이나, 아무도 없는 벌판을 몇 사람만 천천히 걷고 있는 장면 같을 것을 그럴싸하게 잡아 내서, 원형적인 분위기를 가꾸어낸다거나하는 그럴듯한 연출도 잘 해내던 사람입니다. 성균관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출신이라는 것을 자주 내세우는 사람으로도 기억되는데, 80년대가 지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예고편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감동이 없는 우리들 시대에 신비로운 환희의 물결로 다가와, 그대의 기쁨, 그대의 사랑, 그리고 그대의 작은 행복을 지켜주며, 가장 빛나는 지성과 가장 아름다운 영혼의 무늬들이 첫장면부터 훠언-하게 드러난다!" 라는데, 요즘 코메디언이 생기없이 반복하는 과장법인 "슈퍼 울트라 캡숑~" 어쩌고 하는 장황한 칭송어구보다, 훨씬 장황하고 훨씬 강렬합니다. 80년대가 지나면서 몰락을 걸은 사람이라면, 지난 번에 언급했던 "삼국여한"의 감독을 맡았던, 김인수도 말해볼만합니다. 김인수는 액션편에서 소개해 드렸던 "칠색조"의 감독을 맡기도 했던 사람인데, 김인수는 1974년 부터 중저예산으로 적절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공포영화의 감독 또한 종종 맡았습니다. 그 중에서는 역시 지난번에 소개해 드렸던 "삼국여한"이 가장 유명한 축에 속하고 "월하의 공동묘지" 아류작인 "원한의 공동묘지", "미녀 공동묘지"등의 감독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 김인수가 몰락직전 감독을 맡은 마지막 공포영화는 바로 다음 영화입니다. 8. 하녀의 방(1987) 이 영화는 예고편에서 처음 나오는 "언니와 똑같은 여자가 되고 싶어요"라는 대사만 들으면 80% 정도가 짐작이 될법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내용은 자아정체성, 자아인식론에 대한 철학적인 개념과, 정신병적인 악몽 같은 현실을 주제로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막상 내용은 이러저러한 이야기에서 짜집기해와 놓고 "의표를 찌르는 반전", "뒤통수를 치는 마지막 반전의 전율"을 자랑하려고 하는 영화 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남자주인공은 갑자기 정신병원에 강제로 갖힙니다. 주인공은 왜 자신을 가두느냐고 하지만, "미친놈이 미쳤다고 하는 것 봤냐?"라는 동서고금의 진리에 따라 순순히 풀려나지 못합니다. - 여기까지는 굉장히 흥미진진합니다. - 정신병원에서 주인공은 탈출한 뒤,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이상한 환영을 보면서, 정말로 자기가 미친것인가 생각합니다. - 여기까지는 확실히 철학적이기도 합니다. - 주인공은 진상을 밝혀내려 하지만, 자기 편인 것 같은 사람이 갑자기 살해당하기도 하고,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신문기사에서 보기도 하는 등 점점 사건은 괴이해집니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비밀이 숨겨진 곳이라고 조사 결과 알아낸, 여수의 어느 집에 가서 진상을 파헤치려고 합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 비슷한 이야기나, 1967년작 영국의 유명 SF TV극인 "The Prisoner"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로 박력있게 끌어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진부한 수법으로 악명 높은 "사실은 쌍둥이 였다"와 "사실 죽었는 줄 알았는데 살았지롱"을 쌍으로 활용해버리는 잡스런 방법으로 결코 평범한 사바세계의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을 진상이랍시고 제시하면서 끝나버리고, 환상적인 분위기보다는 노출장면에 좀 더 집중한 영화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소재자체가 재밌고, 구성 상의 알 수 없는 부분은 분명히 호기심을 끄는데가 있지만, 제목은 김기영이 감독을 맡은 "하녀"시리즈에서, 따왔고, 내용은 "마의 계단"류의 이런저런 다른 영화에서 끌어오되 제대로 잘 연결 못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더우기 하녀와 별 상관도 없고, 대단한 비밀이 감춰져 있을 것 같았던 복선을 제대로 안가르쳐 주고 어물쩡 이상하게 넘어가버리는 것도 있는등 가능성에 비해 망가진데가 많습니다. 김인수가 감독을 맡은 영화 중에 두 편의 "월하의 공동묘지" 아류작을 언급했는데, 말 나온 김에, 다른 "월하의 공동묘지" 아류작을 하나 더 소개해 보겠습니다. (예고편에서 가장 엄청난 해골 귀신이 등장하므로 특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9. 월하의 사미인곡(1985) "냉동 85년! 최신 납량 특선 공포영화! 월하의 사미인곡!" "경이적인 이색소재, 의표를 찌르는 연출, 그 영상미학의 향연, 귀로 보는 무서운 영화, 월하의 사미인곡!" "월하의 사미인곡"은 제목의 뜻만 보면, 남녀간의 야릇한 만남을 다루는 연애 영화나 비슷한 코메디 영화일듯 합니다. 이런식으로 제목을 붙이는 것은 극장 사정에 따라 여차하면 공포영화가 아닌 그런 영화로 위장해 선전하기 위해서라는 그야말로 이상하고 신비로운 속셈이 살짝 숨어있기도 합니다. 어차피, 둘다 "미성년자 관람불가"등급이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살짝 속여먹는 경우는 의외로 왕왕 있었습니다. 하지만, "월하"가 붙었기 때문에 이 영화는 공포영화입니다. 예고편에 따르면 무려, 에로틱 환상 문예 잔혹 공포 영화 랍니다. 웃기려는 코메디 과장이 아닙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 공포영화 제목이 되는 것은 이 영화 제목 "월하의 사미인곡"이 한국영화 황금시대라 불리우는 60년대에 나온 흥행작 공포영화 "월하의 공동묘지"의 아류작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을 다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영화에는 머슴이 나옵니다. 그리고 역시나 마님과 머슴이 바람이 납니다. 머슴이 활약하여 무당도 일에 끼어들고, 사악한 마님+머슴의 음모에 따라 왠갖 여자들을 갖가지 초자연 적인 방법으로 줄줄이 죽여버린 다는 것이 영화내용입니다. 당연하게도, 막판에는 이 죽은 여자들이 귀신으로 되돌아와서 마님도 죽습니다. 마당쓸고 장작패던 머슴과 무당이 무슨 ILM이나, 웨타, 하다못해 영구아트무비 제작진도 아닐진대, 어떻게 별별 초자연적인 현상이 난무하는 특수효과를 만들어냈는지는 자세한 내용은 생략해버립니다. 이런 내용으로 밀어붙여놓고, 갑자기 마지막은 바람피운 마님을 꾸짖는 오묘한 권선징악으로 결말을 맺는등 종잡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특히 목매달아 죽으려고 폼잡는 마님을 갑자기 머슴이 달려가 껴안아 버리는 바람에 그 무게 때문에 확 죽어버리는 마지막 부분은 확실히 아방가르드한 맛이 있습니다. 귀신이 서 있는 모습과 그 귀신의 모습을 서서히 다가가면서 확대해가는 전통적인 연출이 모범적으로 되어 있다는 점 정도는 꽤 괜찮고, 성우가 연기한 귀신 웃음소리 같은 것은 듣기가 그럴듯합니다. 널브러진 시체를 멀리 떨어져가면서 보여주면 그 바로 위에 목매단 시체가 있는 모습 같은 것도, 그 장면 하나만 놓고 보면, 꽤 스산한 데가 있습니다. 예고편에 따르면, "관능적, 자극적, 전율의 에로티시즘이 기절않고는 못배길 공포 미학의 극치, 월하의 사미인곡!" "시성과 감동을 집대성한 공포 미학의 서사시, 월하의 사미인곡!" "귀신도 무서워서 도망가는 공포영화!" 라니, 오죽하겠습니까. 공포편 이야기를 하면서 80년대 한국영화에서 굳게 지켜졌던 "멀죽귀자덤" 협약 이야기를 했는데, 끝으로, 영화 예고편이 시작되자마자, "멀쩡한 사람도 죽어서 귀신이 되면 자동으로 덤블링"을 하는 모습을 자랑스레 보여주는 영화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10. 춘색호곡(1981) "보시라! 상상을 초월한 이 여인들의 공포와 쑈크! 듣도 보지도 못한 이름 붙일 수도 없는 한의 참상, 공포의 지옥도를!" "사랑의 갈등! 사랑의 고뇌! 여인의 심층을 예리하게 묘파한 완전 여성영화! 춘색호곡!" "월하의 사미인곡"의 감독을 맡은 박윤교 감독이 역시 감독을 맡았던 영화로, 역시나 제목만 얼핏 보면, 남녀간의 애정을 소재로한 야릇한 영화일 듯 하기도 합니다. 박윤교 감독은 60년대부터 "백골령의 마검" 같은 이상하고 신비로운 한국 공포영화의 감독을 자주 맡았던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입니다. 지난번에 소개드렸던, "마계의 딸"과 "천년백랑"도 다 이 양반이 감독을 맡았고, 선우은숙의 주인공급 영화 출연작 중에 가장 인기 있을법한 공포영화 "망령의 웨딩드레스"의 감독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런즉, 가끔 과장 잘하는 매체에서는 "한국 공포 영화의 거장" 으로까지 칭송되기도 합니다. 사실 여러모로 그것은 과장이고, 대강 "한국 공포 영화의 산증인" 정도가 옳을 듯 했습니다. 지금은 고인입니다만. 이 영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왕실의 공주가 한 유부남 신하에게 연정을 품습니다. 이 유부남이 가정에 충실한 사람인고로, 가정을 우선 파탄내기로 합니다. 이 왕실 공주가 80년대 한국영화를 많이 본 것인지, 이 공주는 음모를 꾸며서, 유부남의 아내가 머슴과 바람난 것처럼 보이도록 음모를 꾸밉니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유부남의 가정은 파탄이나고, 이 집의 자식까지 공주의 흉계로 죽게 됩니다. 자식 딸린 홀아비가 아무리 남편감으로 인기가 없기로소니, 화끈하게 그런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인지...... 이꼴이 나자, 버림받은 아내는 한이 맺혀서 초능력을 쓰게 됩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에서 여자가 한이 맺힐 경우 쓰는 초능력은 오뉴월에 서리내리기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처녀귀신으로 변신하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가만히 보면, 이 귀신은 바로 자신의 남편에게 칼을 맞고 죽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합니다. 귀신이 칼 맞고 또 죽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영화에서 나오는 설명이란 그것은 귀신이 아니라, 천년묵은 여우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자 주인공이 너무나 한이 맺힌 나머지 갑자기 여우로 변신한 후, 천년동안 묵고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천년전으로 돌아와 귀신모습으로 변신해서 활약했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됩니다. 그야말로 이상하고 신비롭다 할만한데, 영화 속 사연을 자세히 보면, 아내가 산에 올라가 한 다친 여우를 구해준 적이 있는데 그 때문에 여우가 주인공과 합체(?) 비슷하게 되어 초능력을 전수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내용 때문에 이 영화를 "천년호"의 아류작으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윤교는 이후, 비슷하게 귀신과 칼싸움 장면이 동시에 나오는 "요권괴권"이라는 영화의 감독을 맡았고, 공식적으로는 대강 최소한의 성과는 거둔 1985년작 "월하의 사미인곡"을 마지막 영화로 작고하였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삐걱거리는 문을 열면 그 안의 어둠 속에서 손이 튀어나오는 정도의 고전적인 연출은 잘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즉, 최소한 몰락의 길을 걷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밖에... 이번에는 무척 잘 알려진 편인 영화 두 편의 예고편 동영상을 소개합니다. * 관 속의 드라큐라(1982) 공중파 TV에서도 최근에 다시 소개되어 무척 널리 알려진 영화입니다. * 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1978) 인기감독, 유명감독인 김기영이 감독을 맡은 영화로 상당히 오래전 부터 유명했고, 그 이상하고 신비로운 모습이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에 자주 상영되고, 이야기되는 영화입니다. 얼마전에는 EBS 영화 프로그램에서 MST3K 처럼 꾸며서 잠깐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상하고 신비로운 한국영화의 세계는 잠시 시간을 두고 코메디 편에서 계속하여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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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카니지/ 감사합니다.
m..
by 게렉터 at 08:42 Film 2.0 07년 2월호(321.. by 볕뉘 at 07/22 http://www.dvdprime.. by miziwang at 07/21 어제나 저제나 하고 기.. by shuha at 07/21 음 별로 공감은 가지 않지.. by 곰돌군 at 07/21 잘 읽었습니다~ by kisnelis at 07/21 으아 제가 읽은 것중 가장.. by 살모넬라 at 07/21 다행히도(?) 스토리는.. by 잠본이 at 07/20 조무래기 처리하는 부분.. by 타누키 at 07/20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 by 예영 at 07/20 창이: 정체를 드러내보.. by 동사서독 at 07/20 기대했던 리뷰 감사합니다. by 뚱띠이 at 07/20 이걸 보고 나니 [다찌마.. by marlowe at 07/20 멋진 리뷰 항상 감사드.. by 더카니지 at 07/20 학창시절에 가장 흥미롭.. by 냐옹쟁이 at 07/19 브이에 관한 글을 살펴.. by 짱깨 at 07/18 이거 낚시할때 팁 있습니.. by 요하니 at 07/18 아롱쿠스/ 정말 박동룡 .. by 게렉터 at 07/18 너무 소심하신 것 같습니.. by ydhoney at 07/17 31-2 애피소드는 환상여.. by 냐옹쟁이 at 07/15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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