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희의 고백 영화

이번주에 출간된 영화배우 최은희의 회고록, "최은희의 고백"에 대한 이야기를 관심 가졌던 이야기 중심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최은희의 인생역정이야, 기구한 것으로 말하자면 왠만한 영화 이상인데, 그 대략을 같이 다루어 보겠습니다.

1. 최은희는 1940년대 부터, 활약해온 배우로 흔히 한국영화 황금기라 불리우는 1960년대가 시작될 무렵에 이미 상당한 입지를 갖고 있었던 배우입니다. 수많은 영화중에서 대표작을 딱 한 편만 꼽는다면 1961년작 "상록수"일 것입니다. 이 영화는 썩 잘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봅니다만, 농촌 계몽 운동을 소재로 삼는 영화에, 명배우들의 총출동으로 인상을 남겼고, "박정희 장군이 보다가 감동해서 울었다"라는 소문과 함께, "새마을 운동의 정신을 형상화한 영화"가 되어 미친듯이 반복상영, 반복TV방영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알려진 영화가 없을 정도로 많이 퍼진 영화입니다. "상록수"를 제외한다면, 불멸의 "1인칭 관찰자 시점" "옥희"를 보여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어머니 역할이 가장 친숙하다 할 것입니다.


(왕년의 최은희)

2. 최은희는 한 편, 신상옥 감독의 부인으로도 유명합니다. 얼마전 작고한 신상옥 감독은 60년대 한국 영화의 황금기에 거대 영화사 "신필름"을 건설하여 운영한 양반으로, 앞서 말씀드린 "상록수" 등의 인연으로 어찌저찌 하여 정부와 쿵짝이 맞아서, 한국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가진 영화사로 거의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린 바 있습니다.

당연히 60년대 한국 영화의 대표작들을 포함하여 수없이 많은 영화에서 작업한 사람이고, 60년대 한국 영화 자막 나올 때 보면, 맨날 위풍당당하게도 스스로 "거장 신상옥 감독" 이라고 새겨져 나오는 감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상당수 사람들은 60년대 홍콩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쇼브라더스와 소씨 형제와 한국의 신필름과 신상옥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3. 최은희, 신상옥 부부는 소형 스캔들과 대형 스캔들, 그리고 초대형 파천황 스캔들 로도 아주 유명합니다. 우선 소형 스캔들은 50년대 당시 영화 촬영기사 양반 모씨와 같이 살던 최은희가 결별후 신상옥 감독과 결혼해 버린 일입니다. 여기까지가 무슨 스캔들이겠습니까? 게다가 촬영기사 모씨와 최은희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별문제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촬영기사 모씨가 최은희를 간통죄로 소송에 걸리게 한 것입니다. 이게 50년대 당시 대한민국 사상 "간통죄 1호"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회자되었습니다. 이것이 소형 스캔들입니다.

4. 대형 스캔들은 70년대에 신상옥 감독이 바람을 피운 일입니다. 신상옥 감독 영화에 출연하던 배우 오수미와 신상옥 감독이 바람이 난 것 입니다. 최은희는 불임이었는데, 신상옥 감독은 오수미와 애를 하나 낳아 버립니다. 최은희는 신문기사 보도를 보고서야 이 사실을 알았고, 기가 막혀 오수미네 집으로 찾아가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최은희의 고백"에 나와 있습니다. 그래도 최은희는 신상옥 감독을 용서해 주려고 했다는데(책에 따르면 "내가 업보가 많아 삶이 끝없이 고달픈가보다"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신상옥 감독이 오수미와 돌째아이를 낳게 되면서 이혼하게 됩니다. 이것이 대형 스캔들입니다.

5. 초대형 파천황 스캔들은 그야말로 사상초유의 사건으로, 저 유명한 납치 사건입니다. 당시 안양예술고등학교 교장이던 최은희는 예술고등학교 자매결연을 위해 홍콩에 갔는데, 여기서 갑자기 첩보원들에게 납치되어 버립니다. "최은희의 고백"에 따르면, 이것은 영화광 김정일의 흉계로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뛰어난 영화인을 납치"해 오는 작전이었던 것입니다. 거의 "신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과학자를 납치하는 악당"같은 007 영화 악당 두목을 연상케 할 정도로 황당한 일입니다.

6. "최은희의 고백"에 따르면, 신상옥은 이것을 보고, "사태를 직감"하고 최은희를 구하러 홍콩을 뒤지다가 역시 첩보원들에게 걸려 쌍으로 평양으로 끌려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평양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책에 따르면 최은희는 비교적 평화롭게 지냈고, 신상옥은 계속 탈출하려다가 고문도 당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한참만에 김정일 지시에 의해 평양에서 만나게 되고, 사태가 그따위로 흘러가다보니, 두 사람은 어째저째 인연이 기구한가보다 싶어 평양에서 재결합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1983년부터 1986년 탈출할때까지 그곳에서 김정일의 계획대로 영화제작일을 하게 됩니다.

6-2. 위에서 언급되었으니 또 이야기하자면, 신상옥과 최은희가 평양에서 처음 만났을 때, 김정일이(오진우였던가?) 신상옥에게 최은희를 만나게 하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김일성에게 최은희를 바쳤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렇게 최 여사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신 감독에게 돌려 드립니다. 이렇게 우리 공산당들은 깨끗합니다"

그야말로 007 악당 두목 대사 스럽습니다. (공화국 첩보원 여러분 및 인민무력부 관계자 여러분, 웃자고 하는 소리이니, 혹여 이 글을 보더라도 무슨 계획 꾸미거나 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에이, 왜 이러십니까. 정일이 형님, 저도 형님 못잖게 영화 좋아하는 사람인거 아시지 않습니까?)

7. 오래된 이야기지만, "최은희의 고백"을 읽어봐도, 사실 의문이 확실히 풀리지는 않습니다. 김정일이 영화 발전을 위해 누군가를 잡아 온다면, 사실 신상옥 보다는 로버트 알트만이나 스탠리 큐브릭을 잡아오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게 아니라, 그냥 일본이나 홍콩의 영화 감독을 건전하게 모셔 오는 방법도 있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홍콩에간 전처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첩보원에게 납치되었다"는 기상천외한 추리를 "직감적"으로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8. 그래서, 오랫동안 신상옥/최은희가 자진해서 북으로 넘어갔는데 넘어가보니 개판이라서 다시 재탈출했다, 혹은 신상옥이 간첩에게 북으로 넘어오라는 제안을 듣고 조건이 마음에 차지 않아 뜸들이고 있었는데 도중에 조바심난 김정일이 잡아 들였다, 최은희를 납치해서 협박했기 때문에 신상옥이 최은희를 구하기 위해 제발로 들어갔다 등등 여러가지 의심이 많이 돌았습니다. 특히 이 양반들은 탈출 후에,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려고 하지 않고, 미국으로 망명했기 대문에 이런 의심은 잠시나마 더 이야기 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한때 정설은 "김정일이 최은희를 납치했고, 그 최은희를 구하기 위해 신상옥이 제발로 걸어들어갔다" 였습니다.

9. 이번에 새로나온 책 "최은희의 고백"에는 최은희가 갑자기 납치되어 얼마나 당황했는지, 얼마나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강조하는 내용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납치 당했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는 납치당했다"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모든 의심을 깔끔하게 설명해주고 있지는 못합니다. 최은희의 책이기 때문에 신상옥의 행보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고, 특히, 김정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돈 펑펑 쓰면서 영화찍는 신상옥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살짝이지만, 나름대로 의미심장하게 묘사되어 있기도 합니다.

10. 다만, 대한민국으로 바로 넘어가면 월북자로 몰려서 고통 받을까봐 겁먹어서 미국으로 망명했지만, 미국에서 계속 대한민국으로 입국하려고 시도 했다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측에서 사정이 안좋으니 미루어 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즉, 대한민국에 대한 배반자가 아니라 떳떳한 사람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려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0년에 두 사람은 완전히 대한민국에 다시 돌아와 정착하였습니다.

11. 신상옥-최은희가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무서웠다... 라는 주장에 대해 따지고 보면 감정적인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은희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과 우리국군의 전쟁 와중에 누구 못잖은 고초를 당한 사람이니 말입니다. 밀고 밀리는 전황에 따라, 최은희와 동료 영화 배우들은 인민군 점령하에 있기도 했고, 우리국군 점령하에 있기도 했는데, 영화에도 자주 나오는데로, 인민군 점령하에 있을 때는 반동분자로 몰리고, 우리국군 점령하에 있을 때는 공산당 동조자로 몰리면서 당했던 것입니다.

12. 구체적으로 여기에 대해서는 악명 높은 괴소문이 하나 있습니다. 이것은 "최은희는 불임이고, 오수미가 신상옥 아이를 둘 이나 낳았다" 라는 대형 스캔들 이후에 더 돌았던 소문입니다. 내용인즉, 최은희가 인민군 점령 당시, 연예인들을 급습한 인민군들에 의해서 변태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국군이 다시 인민군을 물리치자, 이번에는 최은희를 인민군 동조자로 몰아서 죄인취급하고, 그 과정에서 또다시 국군이 변태적인 폭행을 자행했다는 것입니다. 이때 너무나 해괴한 짓을 많이 당해서 불임이 되었다......라는 것이 바로 소문의 내용입니다.

13. "최은희의 고백"에는 바로 이 부분의 진실을 밝힌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최은희는 그전에도 위 소문에 대해서 누차 "거짓말이다" "그런적 없다"라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최은희의 고백"에 따르면, 위 소문에 해당하는 내용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소문의 빌미가 되는 끔찍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처구니 없게도, 우리 국군 헌병 장교라는 자가, 연예인들을 급습한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최은희의 고백"에서 사용한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자신과 동료 연예인들에게 "수청"을 들게 했다고 합니다.

14. 최은희-신상옥 부부가 대한민국에 돌아올 때의 기록을 보면, 정보부에서 이 양반들을 잡아가서는 수십일 동안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이때 최은희는 김정일 쪽에서 얻은 시계를 하나 차고 있었는데, 이 시계에 김일성이 새겨져 있었다는 이유로, 정보부 요원이 빼앗아 갔다고 합니다. 왜 80년대 대한민국에 들어오면서 김일성 새겨진 시계를 차고 왔는지 살짝 우스꽝스럽지만, 더 우스운 일은 다음에 벌어집니다. 그러고나서, 정보부 요원이 신상옥이 차고 있던 시계도 빼앗아 갔다는 것입니다. 신상옥 시계는 김일성이 새겨진 시계가 아닌 대신 "롤렉스"였던 것입니다.

15. 북에 있을 당시에, 신상옥은 일본 영화관계자, 일본 영화 기자재/특수촬영 기술자 등을 통해서 은밀하게 소식을 주고 받았다고 합니다. 신상옥, 최은희가 모두 북으로 건너가자, 그 자식들은 온갖 조사며, 주변의 따가운 눈총에 살기가 어려워서 미국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한편, 북에 있던 두 부부는 국제 영화제에 영화를 출품하면서 제3국으로 도망칠 기회를 엿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 대사관으로 뛰어 들어가 망명을 신청하게 됩니다. 책에 따르면, 이후 권총을 들고 일대를 배회하던 동양인이 잡힌 적이 있다는데, 최은희는 이 사람을 배반한 자신들을 처단하려고 김정일이 보낸 첩보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6. 재미난 것은 탈출 순간 미국 대사관으로 뛰어들어갈 때, 달리기가 빠른 신상옥이 앞서 뛰어나가면서 최은희를 밀치고 나갔다는 것입니다. 최은희는 이 일을 두고 "그렇게 마누라도 젖혀놓고 혼자만 살고 싶었느냐"고 계속해서 말년까지 놀렸다고 합니다.

17. 망명해서 미국에 있으면서 신상옥은 몇몇 저예산 어린이 영화 제작에 손을 댑니다. "3 Ninjas" 시리즈 인데, 어린이들이 무술영화를 좋아하는 취향에 맞춰서 어린이들이 무술을 익혀 악당과 싸운다는 내용입니다. 신상옥이 제작에만 손댄 1편의 경우 제작비에 비해 아주 짭짤하게 흥행하여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후, 2편, 3편, 4편도 나왔고, 모두 DVD로 나와 있습니다. 신상옥이 각본에 참여한 2편과 직접 감독한 3편의 경우, "다시 돌아보는 그 시절 대졸작"으로 요즘에는 악명 높습니다. 하지만 사실 막상 영화를 보면 그렇게 어마어마한 트래쉬 무비는 아닙니다. 뭐 보람찬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만.


(3 Ninjas 시리즈 중 동영상: 유튜브 페이지로 들어가셔러 덧글들을 보시면, 철이와 미애, 서태지와 아이들과 이 영화의 관계에 대해서 아실 수 있습니다.)

18. "3 Ninjas"가 나올 무렵, 신상옥 감독의 아이 둘을 낳았던 오수미는 마약 사건 따위에 휘말리다가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하와이에서 객사해버립니다. 이미 불귀의 객이 된 사람이라 "오수미의 고백" 같은 책이 나올리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오수미의 사연을 따지고 봐도 이 사람 나름대로 사실 무척 기구하고 비극적인 인생입니다. 이후 최은희는 바로 오수미를 찾아가 오수미의 장례식을 치러 줬다고 하며, 그녀가 낳은 자식들까지 모두 신상옥-최은희 부부와 함께 지내게 됩니다. 막내 신승리가 얼마전 "괴물"에서 미군의 한국인 애인 역할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19. 책에는 기대에 비해, 옛날 한국 영화에 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어서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신기한 읽을 거리였던 것은, 그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던 신필름을 신상옥이 장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자주 부도의 위협에 시달렸다는 것입니다.

20. 이 책에는 집날리고 전세집으로 갑자기 이사가고, 친정 집 저당잡혀서 급한 빚 갚는, 어디서 많이 듣던 중소기업 사장 집 이야기가 고스란히 나옵니다. 나름대로 어떻게 재산 소유자 명의를 조정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천하의 신상옥이 "돈 없어서 최은희 친정 집 잡혀서 급한 빚 막았다" 이런 이야기를 생생하게 읽어보니 기막혔습니다.

김종필-박정희와 이래저래 틀어지면서, 신필름이 정부 지원에서 점점 소외되던 무렵이 되어서는 이런이야기 참 많이 나옵니다. 급기야는, 빚쟁이 피해서 신상옥 감독이 숨어버리고, 최은희가 빚쟁이에게 "나는 아무엇도 모르고 바깥양반은 어디있는지 모른다"고 말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21. 이야기 중에는 급하게 돈 갚을 길이 없고 신상옥은 어디로 숨었는지도 모르니, 최은희가 대만 등지에서 온 업자에게 수천달러 정도에 영화 판권을 막 팔아버린 뒤 급전을 마련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60년대 영화팬들이 배우들의 집에 와서, 선물로 달걀 꾸러미나 닭한마리를 몰래 던져 놓고 가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런 것들은 지금 보면 거의 이국적인 문화에 대한 묘사로 보입니다.

22. 요즘 50년대 한국 영화중에 흔히 "명작 고전"으로 자주 꼽히는 영화로 "지옥화"가 있습니다. 신상옥 감독 - 최은희 주연의 50년대 영화인데, 나름대로 그럴듯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최은희는 "내가 그런 영화 찍었던가"하고 기억도 잘 못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영화제에 초대되어 가서 보니 생각이 좀 나더라 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다른 많은 영화처럼 "지옥화"가 특별히 명작이라서 명작이라기 보다는, 당시 영화중에 그나마 여러 자료가 남아 있는 영화라서, 어쩔수 없이(?) 명작으로 추앙받아 버린 영화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갖게 되었습니다.

23.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최은희가 북에 있을 때, 서울에 있는 가족이 너무나 그리워서, 북에 있는 전화로 서울 전화 번호를 돌려 보는 부분이었습니다. 북에 있는 전화로 당연히 전화가 안될 줄도 알면서, 전화기를 붙들고는 서울 집번호를 계속 돌려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것입니다.

또, 북에서 외로울 때, 마침 대북 선전 방송 주파수가 잡혀서 라디오를 들어보니,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성우 목소리가 영화 찍을 때 자기 목소리를 항상 더빙해 주었던 바로 그 성우여서, 너무 반가워서 대북 선전 방송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60, 70년대 한국 영화인만이 겪을 수 있는 사연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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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이준님 2007/11/09 16:35 # 답글

    1. 자세한 이야기는 두 사람의 회고록에 대한 한줄평이 아닌 잡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2. 부부생활을 했는데 알고보니 혼인신고가 안되있다는 스토리는 50년대는 아주 유명한 스토리입니다. 결혼 30년 넘었는데 첩이 들어왔고 알고보니 본처는 30년동안 무지로 혼인신고가 안되어 있어서 첩이 본처의 자리에 있다~류의 사건은
    꽤 많은 케이스지요. 그래서 "정부 켐페인"이 "부인들은 관청에서 확인하고 혼인신고 하자"였습니다. --;;;

    3. 두 사람이 북한에 간 사건의 막간극이 재밌죠. 이 사건에 대한 남한의 보도라는 주제로 해도 재밌는 포스팅이 될만합니다. 70년대는 엄연히 납북이건 월북이건 북으로 간걸 정부는 확인했지만 비밀로 한거구요(물론 납치? 관련 인사는 잡아서 고문을 -_-;;) 체코 영화제같은 거야 그렇지만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참가하는 "모스크바 영화제" 시상까지 한터라 일본쪽 소스를 통해서 "알고보니 북에서 잘먹고 잘살고 있다"라는 이야기가 돈거지요. 나중에 이태리-즉 남한과 수교한-영화제에서 공개 선언을 하지요. 박정희가 싫어서 수령님께 운운,..(사실 모스크바 영화제 이후에 남한이 숨기기 어려우니 공식적으로 "납치"건을 발표한거였고 그 진위를 질문했으니 당연히 "우리는 납치가 아니라 월북이다"로 대답한거죠. 이 "전력"이 나중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겁니다)
  • 이준님 2007/11/09 18:22 # 답글

    4. 납치 사건에 관해서 "한때 정설"은 남한이 공식적으로 "납치" 사건을 발표한 후에 제작된 국영방송 반공연작 "실화극장"의 영향이 큽니다. (이 실화극장에 관해서 하는 이야기가 최은희씨의 회고록에도 나옵니다.) 당시는 실화극장 최고의 개그 "지금 평양에선"이 끝난후인데 이 "사건"에 대한 "진상"이라고 특별판이 제작되었습니다.(당연히 이전 출연진- 김병기 김정일, 이치우 오진우-이 그대로 나옵니다.) 영화배우를 납치하려고 "직접 지시"한 광인 김정일이 손수 김성녀 최은희를 물고문 해주는 연기를 보여주지요. 그래서 거의 폐인이 된 최은희를 인형처럼 데리고 사는 압박 -_-;;;; 신상옥은 말씀대로 최은희가 납치된걸 알고 스스로 북으로 갔다가 걸레인간이 되서 누워있는 장면으로 처리됩니다.(얼굴도 안나오고 뒷모습만 나오고 자막으로 "신상옥"이렇게 처리를)

    뭐 이 정도니까 김병기씨나 이치우씨가 여행갔는데 북조선 에이전트에게 테러를 당했다거나 제주도에 갔다가 노인들에게 나쁜놈이라고 얻어맞았다는 괴소문이 돌았지요. -_-;;;
  • 이준님 2007/11/09 18:37 # 답글

    5. 오수미건은 구제금융 여파때 지원금을 떼먹은 악명높은 모 기업의 사보에서 첨 봤습니다.-그때가 오수미 사망때입니다.- 참 박복하다는 이야기지요. 오수미의 두번째 남자는 오수미 죽은 후에도 마약에 손을 대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완전히 증발된 오수미의 동생이 더 미스테리군요. 디 모 사이트에 오수미 관련 포스팅이 나왔는데 2000년대나 먹힐 서구형 얼굴이라고 하더군요. 항간의 소문(인지 북조선의 모함인지)에 의하면 그런 케이스로 북조선의 모 여성-스튜어디스 출신인데 발탁된-과도 썸싱이 있었다고들 합니다.

    6. 지옥화의 경우는 당시 영화중에 저런 괴이한 내용이 없었던 이유도 큽니다

    7. 사실 신감독이 한국정부에 대해서 상당히 신경쓴것도 사실이지요. 더군다나 북한에 있을때 손댄 영화중에 무려 "광주" 관련 영화도 있었습니다. 사실 "빨간 마후라 북조선판"같은 거는 그래도 애교로 봐줄수 있을수 있고 "격침"(북조선의 어뢰정이 (사실은 지중해에 있던) 미 순양함을 발라버렸다는)은 거의 손 안댔다고 하면되지만 광주문제는 이야기가 다르지요. 그래서 한국에서 "허위사실 유포와 희생자들에 대한 모독"이라는 평을 들은 반공영화 "마유미"도 만들었고-물론 나중에 "증발"때문에 보수쪽으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지만 가끔 조갑제랑 나와서 정일이 아저씨나 슨상님 뒷다마를 즐겁게 한것도 다 그런 이유이기도 하지요(물론 중간중간 갑제옹 모르게 박정희도 씹긴합니다만)
  • 아롱쿠스 2007/11/09 21:24 # 답글

    개똥아빠가 주연한 '제4공화국'에서도 관련 에피소드가 2회에 걸쳐 있었습니다.

    측천무후께오서 최은희였었죠.

    당시 명대사

    김정일 : 김혜자가 연기를 잘하는구만

    부하 : 김혜자가 뭡네까?
  • 게렉터 2007/11/14 14:24 # 답글

    아롱쿠스/ 못본 것입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측천무후가 양금석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저는 최은희 본인보다 미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ksy5838 2009/04/12 23:39 # 삭제 답글

    삐딱한 친구의 짜깁기 이야기구먼. 오수미의 두번째 남자? 사진작가 김중만씨 말인가? 글쓰느라 수고는 많았네만 딱히 읽을만 하지는 않네그려.
  • 게렉터 2009/04/13 16:54 # 답글

    ksy5838/ 어느 부분이 굳이 삐딱한 친구로 비쳤는지 궁금합니다만, 저는 책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적해 주시면 더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2009/04/13 17:45 # 삭제 답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뭐랄까 아, 정말 재미있네요.
  • 더러운 세상 2015/01/07 01:27 # 삭제 답글

    고 신상옥감독님과 최은희선생님이 납북되기전까지의 북한영화를 보면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몇몇있음에도 불구하고 박정희정권때 만든 멜로영화들과 비교해보면 굉장히 형편이 없었다는거! 이때문에 김정일이 신감독님부부를 납치하도록 지시했다네요? 게다가 1978년이전의 북한영화에 출연한 여배우들의 외모를 볼때 빼어난 미모를 지닌 여성들도 그렇게 많지않았고 그래서 일부러 무용단 여배우를 영화배우로 만들어 출연한경우도 흔했다네요?
  • 더러운 세상 2015/03/16 13:02 # 삭제 답글

    하기야 박통은 이미 저승으로 가버린 탓에 할말이 없죠! 퉷~!!!!!
  • 게렉터 2015/03/16 19:46 # 답글

    박정희 대통령과 직결되는 이야기는 사실 별로 많은 편은 아닌 책입니다.
  • 더러운 세상 2016/06/21 21:27 # 삭제 답글

    어쨌든 북한영화를 발전하게한게 바로 고 신상옥감독과 최은희덕택이었는데 지금은 북한이 그야말로 막장테크급을 자랑하며 살고있으니....!!!! ㅡㅡ;;;;;
  • 게렉터 2016/06/23 18:49 #

    저는 과연 얼마나 더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는지도 약간 의문입니다. 빼기 보다야 더하기였겠지만, 신상옥 영화 스타일이 북한 체제와 잘 맞는 것 같지도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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