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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잘 치셨다면, 혹여 "이녀석들, 수능 끝나고 자기들끼리만 놀러다니고 왜 나는 따돌림시키는 것이냐..." 정도의 일이 생겨서 고통 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무슨 글을 읽으셔도 재미날 것입니다. 이틈을 타서, 참 아무도 읽지 않는 듯 했던, "장군의 수염" http://gerecter.egloos.com/2153960 이나 "까치소리" http://gerecter.egloos.com/2166782 같은 재미없는 글들을 읽어주셔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시험을 확 망쳐버렸다면. 엎어버렸다면. 말아버렸다면. 갈아버렸다면. ![]() 아예 포기를 해버린 경우에도 막상 막찍은 답안지를 내는 심정은 착찹할진데, 긴장하고, 떨기도 하고, 좋은 답 고르려고 고민도 낑낑거리면서 그렇게 열심이었는데, 결과가 생각보다 너무나 나쁘다면. 절망적인 기분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학교 교육 12년이 이 시험 한 판을 위해서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고, 입시 학원에서는 시험 한 번에 인간이 확 바뀔 것 처럼, 가히 진화론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수능시험을 "비상의 순간"이니, "껍질을 깨는 날"이니 하는 구호를 내걸기도 합니다. 방송이며, 응원해주는 사람들까지도, 걸핏하면 "필승"이니 "결전의 순간"이니, "백전백승"이니 하는 강렬한 표현을 마구 퍼부어 대지 않았습니까? 단어 선택한 모양만 보면, 거의 자살 돌격하는 카미카제나, 낙동강 전선에서 공산당 탱크를 마주한 병사들 분위기 만큼 처절할 지경입니다. (수능을 전투/전쟁/종교적인투쟁 으로 비유하는 표현을 조금 줄여도 좋겠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하다고 난리치는 일의 결과가 처참하면 기분이 고달플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결과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갑자기 가슴이 울컥 치밀어 눈물을 흘리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불쌍해 하는, 부모님도 같이 눈물을 보여, 어쩌면, 집안이 울음바다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혹은 겉으로야 내심 욕만하면서 강인한 모습을 보이며 넘어가지만, 내심 시험점수를 어디다 들이밀기 부끄럽다는 생각에 학교가기 참 싫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좀 다른 골치아픈 일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 학교에서 항상 아니꼽게 보이던 녀석, 마음에 안들던 녀석이 갑자기 화려한 점수로 시험을 잘 보아 버렸는데, "정의는 승리한다" 내지는 "언젠가 복수해주마" 라면서 절치부심하던 자신은 시험을 망쳐버린 상황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배아프고, 짜증스런 일입니다. 한발짝 더나가면, 세상이 뭐 이따위인가 싶어서 선악이 뒤바뀐 형국에 화가 치밀수도 있습니다. 거기서 두어발짝 더나가면, "왜인지, 항상 나는 좀 실패하고 좀 손해보는 인생인가" 싶은 생각이 자꾸들어서, 내 인생이 암울하다는 느낌이 갑자기 치밀어 올지도 모릅니다. 희망이 깨어지는 느낌이 괴롭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좀체 성적이 오르고 있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목표와 선택을 노리고 있었는데, 시험을 쳐보고나니, 얼마나 그런 자신의 상상과 꿈이 부질없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혹은 반대로 나름대로 열심히 잘 공부해 오던 중에, 이상하게 수시모집 전형에서 자꾸 떨어져버린 과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바심 생기고 쫓기는 느낌이 들었고, 그때마다 조금씩 날아오던 좌절감과 불길함이 쌓였는데, 시험까지 망치는 바람에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오직 수능 한 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하는 생각이 무척 괴로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능 시험 100일을 앞두고 건곡일척 개벽이라도 일어나는냥 떠벌리던 주위 분위기와, 어딘지 마음이 다급해지거나 굳은 결심을 하여 밤을 새고 잠과 싸우던 시간들. 수능 시험 치기 며칠 전부터, 컨디션 초절을 해야 한다느니, 수능 당일에는 옷차림이니 음식도 신경써야 한다느니 하면서 공을 들여왔는데. 그게 무너져 내리는 것을 눈앞에서 보는 것은, 참 기막힌 일로 느낄만도 합니다. 응원해주던 사람들이나, 도와주던 부모님의 얼굴이 어른거리거나, 비슷하게 어울리던 친구들 사이에서 낙오되는 느낌이 들면 더해집니다. 이게 꿈이라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하는 허망한 생각이 자꾸만 마음속에 떠오르기도 할 것입니다. ![]() (Don't Let Me Down) 이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려야할 순서 인 듯 한데, 이거 뭐, 당장 떠오르는 방법이 없습니다. 일단 대범하게 웃고넘어가자. 힘 냅시다! 해봅니다만, 뭐 말처럼 쉽지 않잖습니까. 시간이 흘러흘러, 인생살이 세월이 자꾸만 빨리흘러가는 것만 같아지고,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먹고 살고 벌어 먹이느라 별별 사회의 이상한 짓과 대결하면서 자꾸만 번뇌에 빠지는 세월이 찾아오면, 수능 좀 못친 것, 재수 1년 한 것 뭐 큰 일이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래에 정신없으니 생각이 안나는 날이 찾아오는 것일 뿐. 막상 닥치는 순간, 수능 직후로서는 단연 일생일대의 좌절이요, 위기 같은 순간이리니.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유대인 속담에 친구가 화 낼 때 달래지 말고, 친구가 슬퍼할 때에도 달래지 말라는 말이 있다는게 생각이 납니다만. 그리하여, 영화를 꼽아보는 것으로 대신 하렵니다. 현실 세계에서 영구가 되어 버렸는데, 공상의 세계에 불과한 영화로 내 마음이나 달래는 것이냐 싶어 좀 처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인터넷에 글 올리는 작자가 찾아 볼수도 없는 영화 골라놓으면 더 짜증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구하기 쉽고, 관련자료를 찾아보기도 쉬운 잘 알려진 고전 위주로 택했습니다. 1. 부모님과 같이 울어 울음바다가 된 경우 -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 ![]() 아주 고전적인 크리스마스 영화로, 내용도 참 고전적이고 단순하고, 좀 지나치게 교훈적인 기색도 강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속에서 희로애락을 진지하면서도 극적으로 표현해내는 제임스 스튜어트의 연기는 역대 최강입니다. 고민하고, 슬퍼하고, 그러면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또 살아나려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행동들이 얼마나 멋진지 보여줍니다.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가치와, 고달픈 인생, 뭐가 멋진가 하는 문제에 대해 답을 주려는 영화라 하겠습니다. 문제점은, 이 영화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한다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다룬다는 점입니다. "수능만 끝나면, 그 아이에게 고백을!" 이라면서 벼루었다거나, 최근 사랑의 배반을 겪은 적이 있다면, 절망이 되려 증폭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 일부러 이 영화를 보면거 그 미덕을 느끼는 것은 또다른 맛이긴 합니다. 2. 부끄럽다는 생각에 학교가기 참 싫어지는 경우 - 록키(Rocky) ![]() 부끄러움, 체면이 가장 큰 문제라면 다른 것 다 필요 없습니다. 록키 전체 줄거리가 너무 낭만적인 아메리칸 드림 이야기라서 지나치게 가소롭다 싶으면, 중간에 주제곡과 함께 계단 뛰어다니는 문제의 그 장면만 그냥 보셔도 됩니다. 그거 보시고 나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근처 시장통을 뛰어다니면서 괜히 허공에 주먹질하면서 록키 흉내 한 번 내 보는 겁니다. 이른 아침 시장통 분위기라는 것이 특유의 생명력과 함께 시장상인들의 유머의 향취가 서려있는 경우가 많아서, 갑자기 스스로 고독한 하이에나 파이터가 되어 열정에 불타오를 수 있습니다. 단, 시장을 마약시장이나 불법무기시장 같은 곳으로 가면 낭패입니다. 3. 평소에 학교에서 항상 아니꼽게 보이던 녀석, 마음에 안들던 녀석이 갑자기 화려한 점수로 시험을 잘 보아 버린 경우 - 카사블랑카(Casablanca) ![]() 울적함을 멋으로 삼는다든가, 멋있어 보이려고 우울해 보이는 척 하는것은 참 추레한 일입니다. 자칫 무진장 유치찬란해 보일 가능성도 있고 말입니다. 심지어 요즘 학생들 중에는 그런 짓 시도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울한 자신의 모습으로 어떻게 폼을 잡을 수 있는지, 나아가, 우울한 지금 심정이 미래를 더 가꾸는데 어떻게 득이 될 수 있는지 뭔가 느껴보고 싶다면, 볼만한 영화는 역시 카사블랑카 입니다. 참고로, 그렇다고, 영화속에 나오는 험프리 보가트 그대로 따라하면 안됩니다. 그러면 "험프리 보가트 따라하는 놈"이 되어 버리니 주의 바랍니다.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커피 뽑아주면서,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이따위 대사 읊고 나오면, 주변 일대에 그 말 듣고 너무 느끼해서 죽어버린 친구들의 시신이 널려 있게 됩니다. 4. 희망이 깨어지는 느낌이 괴롭게 다가오는 경우 -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The Apartment) ![]()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 보지만, 어쩔 수 없는 소시민의 한계에서 오히려 좌절만 겪는 주인공을 사실적이고 진지하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들의 서글픔을 잃지 않으면서도, 웃음과 농담을 배합해내는게 이 영화의 괴력입니다. 권총, 면도날, 수면제 같은 살벌한 소재가 따뜻한 분위기에 녹아드는 그 모습은 코메디 영화, 코메디 정신만의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5. 나름대로 열심히 잘 공부해 오던 중에, 이상하게 수시모집 전형에서 자꾸 떨어져서 좌절의 크레센도를 달린 경우 -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 ![]() "나름대로 열심히 잘 공부해오면서 잘 살아왔다"...가 한 순간에 망한 것일때는 그 번민을 잠재우기 위해 어디로 여행이라도 떠나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고생스럽게 지리산이나 치악산 같은 곳을 헤메본다든가, 무전여행으로 방랑의 길을 걸어본다든가 하는 일을 계획하게 되기 쉽습니다. 그런 기분일 때, 아라비아의 사막을 헤메는 로렌스의 모습과 지평선 저 끝에서부터 나타나는 오마 샤리프의 모습은 어떤 마음속에 꿈꾸던 상징과도 같은 광경이 되어 줍니다. 이거 보고, 갑자기 동해서 아라비아 현지로 여행을 떠나려 한다면, 좀 예기치 않은 결과입니다. 하지만, 줄거리하며, 다루고 있는 내용하며, 사실 단순하지만은 않은 이 영화를, 꼭 수능이 아니더라도 왠지 인생의 중대한 전환점에 선 것과 같은 기분에서 보게 되면 그만큼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입니다. 이 영화가 너무 길어서 엄두가 안난다면, 좀 더 대중적인 관광지로 여행을 떠나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도 비슷한 효험을 보실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위로다운 위로 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능 치는 것 자체 만큼 중요한 것이, 이제 새 해가 오고, 수능의 여파가 지나갈 때쯤 되어서는, 서류상으로 "어른" 비스무리하게 되어버린다는 점입니다. 출생이후 지금까지, 신나고 재미나게 지내셨을 지도 모르고, 학교에서 맨날 괴롭히는 이상한 인간들 때문에 이겨내고 싸우며 사는 파이팅 라이프를 살아오셨을 수도 있고, 집안을 잘못만나 심청전에 춘향전 합친 것 같은 시나리오를 청소년기 내내 진행하시며 살아오셨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청소년 시절에 어쩌다보니 갑자기 사랑에 속고 돈에 울거나, 사람팔자 시간문제를 절감하신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이제 그 박진감 넘치던 시절이 슬쩍 져물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점점 정신없이 세월 흘러가는 속도가 빨라져 버릴 것이고, 인생살이 살려면 해결하고 고민해야 하는 멀티태스킹이 참 복잡다단도 하구나 하는 생각도 자꾸하게 되고, 그래서 무슨 영감 흉내내며 설교하는 글 비슷한 것을 인터넷 영화 감상 글 올리는 곳에다가 야밤에 올리게 되는 일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말하자면, 어느새 세월은 흘러흘러, 인생살이 첫 스텝 블루스를 드디어 완료하고, 두번째 스텝 지루박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1회초/1회말 끝나고 2회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입맛을 자극하는 에피타이저가 끝나고 본요리 코스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퍼스트 건담에서 제타 건담으로 넘어가는 타이밍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수능"이라는 것은 어떤 전환점을 나타내는 이정표 비슷한 느낌으로, 이를테면, 퍼스트 건담 극장판에 해당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그러려니 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대략 18년정도의 시간 동안, 물 많고 산소 많은 이 행성에서, 가장 고민 많이 하는 생물로 살아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슬프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대체로 웃긴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만, 이 정도면 꽤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인생 살아오신데 대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멋진 인생" 계속 잘 살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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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돌군 at 01:11 잘 읽었습니다~ by kisnelis at 01:08 새로워진 실시간 테크노.. by 행운 at 00:40 으아 제가 읽은 것중 가장.. by 살모넬라 at 00:34 다행히도(?) 스토리는.. by 잠본이 at 07/20 조무래기 처리하는 부분.. by 타누키 at 07/20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 by 예영 at 07/20 창이: 정체를 드러내보.. by 동사서독 at 07/20 기대했던 리뷰 감사합니다. by 뚱띠이 at 07/20 이걸 보고 나니 [다찌마.. by marlowe at 07/20 멋진 리뷰 항상 감사드.. by 더카니지 at 07/20 학창시절에 가장 흥미롭.. by 냐옹쟁이 at 07/19 브이에 관한 글을 살펴.. by 짱깨 at 07/18 이거 낚시할때 팁 있습니.. by 요하니 at 07/18 아롱쿠스/ 정말 박동룡 .. by 게렉터 at 07/18 너무 소심하신 것 같습니.. by ydhoney at 07/17 31-2 애피소드는 환상여.. by 냐옹쟁이 at 07/15 이런 분 한번 뵈서 이야기.. by 미고자라드 at 07/15 2. 1979년의 "뒤돌아보지.. by 이준님 at 07/15 말나온김에 한번 인터뷰.. by 미친과학자 at 07/15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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