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Once 영화

이 영화가 시작되면 거리에서 자리를 펴놓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길거리 연주자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삶의 전환점을 맞는 시절의 이야기를 늘어 놓는 것이 이 영화 내용입니다. 영화 속 노래의 비중이 매우 큰 영화이고, 영화 속에서 이 사람이 노래 부르는 장면이 참 많이 나옵니다. 한편, 중저예산 영화의 특징을 과시하듯 살려서, 거친 화면과 소리, 별 구애되지 않는 자유로운 화면구성을 살리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Sucker fixer -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짐작하기 어려운 어구.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인생개조 강연회", "인성연수 프로그램- 나는 할수 있다!" 따위의 행사에 나오는 소개 구호 같기도 합니다.)

영화 시작 부분에는 이야기에 상당한 흡인력이 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길거리 연주자"를 보여주면서 시작하는데, 길가다 이런 사람 보면 종종 드는 의문을 이 영화는 소재로 잡은 것입니다. "저렇게 해서 하루에 얼마나 벌까?" "저 사람은 이 일만 해서 먹고 살 수 있으까?" "이 정도 실력은 어떻게 익혔고 어느 정도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주인공이 생계를 어떻게 이어가고 있고, 어떤 배경을 가지고 어떤 심정으로, 길거리 연주자 일을 하는지, 이 영화는 하나 둘 차례로 밝혀 줍니다.

이 영화 주인공이 어떻게 생계를 꾸려가지는지 밝혀지는 부분은 좋은 예입니다. 소박하고 사실적인 소재를 사용하지만, 그러면서도 약간 신기하기도 하기 때문에, 분명히 이야기에 관객이 흥미를 갖게 합니다. TV연속극에는 "재벌+실장님+대리선배+동료" 네 종류의 직업으로 사회만인을 다 표현하는 것처럼 때워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에 비하면 분명히 인물의 입체감과 존재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초반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이 사람에 대해 서서히 알게되고 점차 친숙해지게 됩니다.

시작 부분에는 그런 처지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꾸며놓은 작은 사건을 지혜롭게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노래를 불러주는 멀쩡하게 생긴 주인공이 있는데, 옆에서 훨씬 추레하게 생긴 노숙자 비슷한 사람이 얼찐거립니다. 주인공은 이 노숙자 비슷한 사람이 자신의 연주를 망칠까봐 갈까 걱정하고 경계합니다. 과연 노숙자 비슷한 인간이 일을 저지를 것인가 말것인가, 관객은 긴장감을 전해받게 됩니다. 길거리에서 노래해서 겨우겨우 모은 푼돈을, 떠돌이 때문에 날린거나 다른 나쁜일을 당한다는 것은 참 좌절스러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도 주인공과 똑같이 걱정스러운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주인공이 난감한 일을 당할까 말까하는 사건이 시작 부분에 있기 때문에, 관객은 어느새 쉽게 주인공의 편에 서서 이야기를 보게 되고, 주인공의 감정을 보다 가깝게 느끼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밥은 먹고 다녀요.)

이 영화는 인물들이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치레 하는 장면을 세세하게 보여준다거나, 멍하니 고민하는 장면 같은 것을 한동안 보여주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확실히 영화가 느릿느릿 흘러간다는 느낌을 줄때가 있습니다. 별로 꾸며지지 않은 좀 문법이 안맞는 대사가 많고, 배경 음악은 직접 부르는 노래를 배경 음악 비슷하게 활용하는 것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영화 속에 갈등이 넘실거리거나 격렬한 사건이 많다는 느낌 보다는, 보다 현실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생생한 느낌이 더 많이 나도록 계획된 영화입니다.

이런 이야기 속에 살짝살짝 극적인 요소를 집어 넣으면, 현실감과 재미가 잘 섞이면서 효과가 좋아집니다. 단편영화들 중에는 여기에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싣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좀더 평화로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음악이나 미술적인 표현을 영화속 화면속에 심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더 다양한 표현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도록 여유를 부리는 느낌이 날 것입니다. 90년대에는 이런 류의 영화들이 영화잡지에서 꽤나 유행한 적도 있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기가막힌 음악을 집어넣고 제작비를 꽤 집어 넣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같은 영화도 "원스"와 비슷한 계열로 묶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양반도 뭔가 떠나긴 떠납니다)

"원스"가 아쉬워지는 부분은 남자 주인공의 가장 중요한 상대역이 되는 여자주인공과 조연인 남자 주인공 아버지가 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전형적이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이야기의 갈등구조를 끌어가는 중요한 소재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만나면서부터 겪는 생각과 삶의 변화를 짚어나가고 있습니다. 즉, 여자 주인공의 개성이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관계가 빚어내는 사연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은 무척 자주 보이는 "우울한 남자 주인공 앞에 갑자기 나타난 엉뚱한 천사"를 또 우려먹고 있습니다. 투덜거리며 울적해 하는 남자 주인공 앞에 웃는 얼굴로 나타나서 밝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남자 주인공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천사 말입니다. 이런 인물은 PC통신 소설이나 만화 같은 것에 주로 많이 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원버스/지하철에서 사건을 겪으며 만나거나, 복도/골목 모퉁이에서 부딪히면서 만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생각이 들고, 가끔 TV화면에서 튀어나온다거나, 램프에서 요정으로 나온다거나 하는 환상적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엉뚱한" 여자주인공이 의무적으로 구비하고 있는 "슬픈 과거"도 숨겨져 있습니다. 잘못만들면 "내가 지켜줄께 워우워우워어어~" 하는 배경음악까지 나와버리고야 마는 지겨운 것이 되어 버릴 위험까지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이 그렇게 심하게 진부한 것도 아니고, 어색하게 다른 영화 짜집기 해놓은 안어울리는 잡탕에 불과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여자 주인공 겉모습만 보면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영화마다 나오는 미인상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분명히 아름다운 표정을 내비칠 수 있는 모습에, 무척 이국적인 말투, 묘한 옷차림과 걸음걸이는 특이한 쪽에 가깝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수수하게 꾸민 모습으로 나오게 해서, 화려한 배우라기 보다는, 영화 분위기에 들어맞는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하는데 더 잘 맞게 맞춰져 있습니다. 처음 등장하는 순간을 비롯하여, 이 배우가 재미나게 활약하는 순간들이 종종 눈에 뜨입니다.

그렇지만, 여자 주인공에 영화 각본이 정말로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대사들의 말투가 여자 주인공의 상황에 안 맞아서 어색한 대목도 꽤 있고, 여자 주인공의 인물이 장난스럽고 낙천적인 장난과 심각한 고뇌를 오락가락 하면서 가짜 같아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배우들 중에는 이런 내용들 마저도 재미난 연기로 잘 전달해 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진짜처럼 현실감 있게 표현해 낼 줄 아는 기교를 부리게 하는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영화는 그 정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막판 무렵에, 야밤에 피아노 앞에서 처음에 좋아했다가 좀 있다가 슬퍼하다가 하는 모습은 좀 어색하게 보였습다. 팍팍한 세상살이와 일상속의 번뇌가 많은 사람으로 등장했건만, "아름답고 완벽한 피아노" 앞에서 감탄하는 부분의 연기와 연출은 꼭 "아마데우스"나 "가면속의 아리아"에나 나올 법한 극적인 음악가인것 처럼 되어 있습니다. 옛날 영화의 극적인 장면을 억지로 따라하는 듯 보입니다. 영화 전체의 줄거리의 대략을 놓고 보면 생생한 사실감을 살리고 있고, 설득력도 있습니다만, 부분부분 재밌고 감동적이라고 넣은 대사나 행동이 약간씩 어긋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이 여자 주인공과 관련 있는 부분에서 많이 보였다고 느꼈습니다.


(박신양이 파리의 연인에서 하던 분위기로 빠지는 듯?)

남자 주인공 역시, 같은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길바닥에서 기타 튕기는 사람치고, 끝까지 너무 착한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좀 가짜 같아 보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보면, 참 인생 험하게 사는 사람이고, 좀 살벌한 사건들, 고통스런 나날들과 마주할 사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말할 때 욕만 좀 섞는다 뿐이지, 이 사람은 착하고 건실한 남자 주인공 행동만 차근차근 잘 해 나갑니다. 악행은 거의 하나도 하지 않고, 선행만 해서, 가히 "8월의 크리스마스" 한석규 스럽습니다. 그나마 한석규는 술먹고 행패라도 부렸지, 이 양반은 행패도 하나도 안 부립니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보다는 낫다고 느꼈습니다. 일단, 배우가 상당히 실력이 있습니다. 인생 찌든 것 처럼 보이고, 고생 많이 한 것 같은 표정 잘 짓고, 좀 우울한 사람의 어딘가 억울한 듯한 느낌, 외로운 사람의 왜인지 소심한 모습도 무척 잘 살립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이 배우는 슬며시 순박한 느낌을 잘 드러냅니다. 싱긋 웃는 표정이나 장난 스러운 눈빛을 살짝살짝 비치는 부분은 분명한 장기 입니다. 옛말에 "키 큰 사람은 싱겁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싱거워 보이는 덩치, 걸음걸이도 잘 살리는 편입니다.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와 비슷한 형국인데, 그 보다 훨씬 더 고생많이 한 사람처럼 보이면서, 코메디 스러운 재미난 표정 변화도 훨씬 더 강할 사람으로 보입니다. 좋은 각본을 맡아 코메디물에서 활약한다면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영화 내용도 남자 주인공에게 더 이득입니다. 이야기가 우울하게 고단한 삶을 살던 남자 주인공이 새롭게 마음 고쳐 먹는 남자 주인공 시점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더 재미난 장면도 많이 맡았습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최민식의 연기가 좀 더 드러나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최민식 색소폰"에 비하면, 이 양반이 연주하는 장면들은 좀 더 진하고 양도 많습니다. 여자 주인공의 연주 장면들이 딱히 인상적인 것이 드문데 비하면, 남자 주인공의 연주 장면들은 더 다양하고, 희로애락 감정표출이 격정적으로 얽혀드는 것이 더 많아서 재밌습니다. 음질이 나쁘게 녹음된 영화입니다만, 보다보면 연주도 썩 잘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의 배경, 과거사가 하나 둘 소개되는 부분까지 영화는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나오는 노래 종류도 다양하고, 갑자기 여자 주인공을 만나 남자 주인공이 대화를 나누고 사건이 생기면서, 관객들이 하나 둘 사연을 알게 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버스 안에서 즉석으로 부르는 "석커 픽서"의 노래는 그 절정즈음인데 재미나면서 뒷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하게 합니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집안사정에 대해서 대략 알게되는 부분까지 이런 기대감은 충분합니다.


(여자 주인공의 숨겨진 과거)

아쉽게도, 그 뒷이야기는 복합적인 감정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고 하기에는 좀 도식적인 갈등구도이고, 그렇다고 강렬한 극적인 이야기가 되기에는 사건이 조금밖에 안 벌어집니다. 영화 분위기로 보건데, 정말로 아일랜드의 어느 길거리에서 살고 있는 한 길거리 악사의 미묘한 감정과 생각들이 실제처럼 드러나는 것이 더 어울리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따라가기 쉬운 줄거리를 또 써먹느라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구도에서 자주나오는 전형적인 수법들을 끼워 넣었을 뿐이라서 좀 아까웠습니다.

즉, 드러나는 갈등구도를 짜기 위해 들어가 있는 사랑이야기가 좀 부실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실패냐 라고 한다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랑이야기 말고도 이 영화가 낙심한 사람의 삶을 보여주고, 이 사람이 힘내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느긋하게 화면에 담아내는 재료는 더 있었습니다. 이 영화 속에는 음악과 연주장면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길거리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 연습중)

가장 중심이 되는 수법은 가정용 캠코더로 찍은 것처럼 불안하게 움직이는 화면들입니다.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보고 싶은 것을 집중해서 찍은 것처럼 화면이 마음대로 따라다니면서 움직입니다. 받침대에 안정감있게 세워 놓고 촬영하지 않고, 대강 들고 찍으면 화면이 비스듬하게 잡히거나, 자꾸 움직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장면도 대거 들어가 있습니다. 영화 화면 화질과 녹음까지 그런 식으로 되어 있기에, 전체적으로 생생한 현실이라는 기분, 나에게 있었던 진짜 추억이라는 느낌을 살리고 있습니다.

이런 수법은 록큰롤 초기부터 뮤직비디오 에 아주 많이 활용되던 수법입니다. "옛날 애인 너무 보고 싶어~ 아 슬프네~ 슬퍼~" 이런 노래에서, 옛날 애인과 함께 찍은 추억의 비디오 테입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배경 영상으로 깔리는 뮤직 비디오들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곧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는데, 크리스마스 때마다 나오던,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뮤직비디오도 생각나고, 지금은 EBS 요리 프로그램에 나오고 있는 김지호가 처음 나오던 때 찍었던 신승훈 뮤직비디오도 생각납니다. 아닌게 아니라, 이 영화에는 정말로 김지호 나오던 뮤직비디오와 아주 똑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 보다가 귀를 막고 마음속으로 "우연인지 몰라도~" 하면서 노래 부르면 썩 잘 어울릴 것입니다.

그런 느낌을 더 살리기 위해서, 이런 장면들은 보통 채도를 좀 떨어뜨리거나, 아예 흑백으로 만들거나, 주황색 빛이 감돌도록 사진 수정 프로그램에 있는 "세피아" 효과를 좀 쓴 것처럼 꾸미는 일이 많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예들 외에, 비틀즈의 몇몇 영화들이나 유명한 "옥상 공연" 영상도 채도가 떨어지는 화면입니다. 물론 비틀즈 시절에는 사실 필름과 카메라 자체의 성능 때문에, 이렇게 촬영되는 일도 있었습니다만, 이 영화 "원스"에서는 일부러 장비와 색조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류의 뮤직 비디오 느낌이 많이 풍기도록, 대부분의 장면에서 전체적으로 색깔이 약간 치우쳐 있습니다.


(색감)

이 영화의 멋진 점은, 이런 모양이 그렇게 "추억의 비디오"느낌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화면이 카메라 들고다니는 대로 마음대로 이동하는 그 느낌을 백분 활용해서, 이 영화는 과감하게 보여줄 것을 골라잡고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의 얼굴 표정을 보여주다가 바로, 기타를 연주하는 손을 보여주다가, 옆에 있는 여자 주인공의 옆 모습을 보여주다가, 하나의 연결된 화면으로 진행하면서도 신나게 건너다닙니다. 그래서, 길게 하나로 연결된 생생한 장면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면서도, 영화 속 장면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 중요한 물체 등등을 차례로 재미나게 배열해서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 장면에서 말은 여자 주인공이 하는데, 화면은 남자 주인공의 듣는 표정을 보여주고 있다거나, 지나가는 사람2 가 대사를 하는 장면이지만, 그 지나가는 사람2를 소개해주는 여자 주인공과 소개 받는 남자주인공을 차례로 보여준다거나 하는 재미난 연출들이 마음껏 들어 있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낯선 곳에 가보는 심정, 고달픈 좌절감에서 새롭게 시작해 볼까 고민하는 마음, 노래로 모든 것을 잊어보고자 울적해 하는 기분 등등을 잘 포장해서 보여주는 기교가 되어 줍니다.

이렇게 화면을 조합하고 잘 끼워 연결하는 것은 "트랜스포머'나 "본 울티메이텀" 같은 영화의 대화 장면에서도 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원스"는 카메라 몇 대 사용하지 않고, 복잡하게 필름 잘라가며 편집하지 않고도 중저예산 영화 고유의 멋으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피아노 가게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 연주해 보는 장면은 이런 멋이 잘 살아난 대표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많이 보던 연애물 포스터 구도. 정작 영화 속에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노래만 듣자면, 다양한 연주와 여러가지 곡을 많이 들려 주었던, 초반부가 저는 더 낫게 들렸습니다. 갈수록 한가지 분위기로 가라앉아 버리고, 한 곡이 반복되어 나오는 것도 많아서 후반부 노래들은 약간 심심했습니다. 영화 연출상, 노래의 녹음이 별로 좋지 않게 된 카세트 테입 막녹음처럼 되어 있는 것이 특색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음질의 노래를 한 번도 안들려주니까 좀 답답하기도 하고, 진가를 느낄 수 없어서 아쉬운 점은 그런만큼 어쩔 수 없는 손해 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외롭고 우울한 사람이 주인공이고, 주로 흐린 날이 많이 나오고, 화려한 장면 보다는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이 많이 나옵니다. 그렇게 냉랭한 이야기를 다루는 듯 하면서도, 이야기 분위기가 어느 정도는 밝고 긍정적인 면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 영화의 큰 매력입니다. 두 등장인물들의 밝은 모습과 실없는 농담들을 간간히 비추고, 끝까지 보고나면 결국 줄거리 핵심은 낙천적인 도전의 이야기가 되도록 해 놓은 것이 효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비중은 아주 작지만 거의 조지 마틴스러운 노련한 모습을 보여준 음반제작자의 그럴싸한 모습도 언급할만합니다. 영화나 TV연속극에 나오다가 실패하는 "멋있는 전문가인척 하기"연기들에 비해보면 무진장 멋지게 보입니다. 마이크 앞에 선 아마추어 가수가 조그마한 녹음실에 있을 뿐 인데, 이 제작자 양반의 멋진 모습과 어울리면, 오랫만에 용기를 내어 새롭게 도전하는 그 두근거리는 심정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되어버립니다.



그 밖에...

감독, 두 주인공 배우 모두 전부다 정말로 노래하고 연주하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세 사람 모두 "The Frames" 라는 밴드에서 연주한 적이 있거나 활동 중입니다.

체코어를 아는 사람이 보면, 웃기기는 하지만 재미가 줄어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체코어 대사"가 한 마디 있기 때문입니다. IMDB Trivia 나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그렇구나" 싶은 생각은 들면서, 영화를 다 본 후에 여운은 더 강해집니다.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만, 모르고 혼자 계속 상상하고 짐작만 해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덧글

  • FAZZ 2007/11/20 18:05 # 답글

    게렉터 님의 해설을 보고 나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닥슈나이더 2007/11/20 20:28 # 답글

    체코어를 몰라도...
    바로전에 나온 대사로 미루어 짐작하면(단어 하나가 아예 같죠, 그리고 다음말은 투 였던것 같은... you랑 비슷한 느낌...)
    그말이 뭔 말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 닥슈나이더 2007/11/20 20:28 # 답글

    답글 달고나니.. 제 이야기가 더 암호같네요...
  • 푸른밤필름 2007/11/21 01:12 # 답글

    참 세심하게 보셨군요^^추석 때 나온 영화인데 이번 겨울까지 상영할 것 같은 분위기죠. 또 보고 싶어지네요.
  • 게렉터 2007/11/22 15:36 # 답글

    FAZZ/ 음악을 들어보실 기회가 있다면, 먼저 들어보시고 좋게 들리실 경우 보신다면 꽤 괜찮은 영화입니다.

    닥슈나이더/ 유추하면서 그렇지 싶다...하는 것과 완전히 아는 것의 차이가 또 재미지 싶습니다.

    푸른밤필름/ 극장 잡기도 꽤 잘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원심무형류 2007/11/26 11:45 # 답글

    전체적으로 평범해 보이는 듯한 캐릭터들이 오히려 매력적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영화 내용에 비추어서도 잘 어울렸던거 같구요 그래서 더 여운이 깊었던거 같습니다. 이영화 보고 나서 한동안 OST만 줄기차게 들은 기억이 나네요... 친구들한테 막 추천 해주고 ㅎㅎ
  • 게렉터 2007/11/28 11:19 # 답글

    원심무형류/ 덧글 감사합니다.

    저도 OST를 다시 유심히 들어보았는데, 음악은 취향에 따라 호오가 좀 갈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번듯하게 잘나온 음악은 맞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최고 수준은 아니라서, 그런 부류의 노래들을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기기는 힘들다는 면도 좀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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