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눌려 죽은 사나이 영화

"돈에 눌려 죽은 사나이"는 1971년작 코메디 물로, 구봉서, 허장강, 서영춘이 나오는 중저예산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내용은 둘째치고, 중간에 편집 기술 실패로 화면이 날아간 대목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검열때문에 자른 것인지 애초에 실수한 것인지, 막판 무렵에는 이야기를 알 수 없을 만큼 내용이 몇 분 가량 없기도 합니다. 옛날 한국 중저예산 코메디에서 종종 보이듯이, 후시녹음 더빙을 쉽게 하기 위해서 말을 지나치게 천천히 해서 너무 느리고 답답해지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또 원래 각본과 후시녹음 더빙이 달라서 화면과 안맞는 부분도 많습니다. 즉, 이 영화에는 트래쉬 무비의 향취가 슬며시 서려 있다는 것입니다.

("돈에 눌려 죽은 사나이")

하지만, 이 영화는 재미 없고 보기 괴로운 영화만은 아닙니다. 영화의 촬영은 화면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차분하게 되어 있고, 음악이 없느니만 못한 잡스러운 경지를 헤메는 것에 비하면, 의상이나 소품, 배경등은 그런대로 멀쩡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구봉서, 서영춘, 양훈, 양석천 등등 왕년의 코메디언이 탄탄한 개인기를 뽐내는 영화입니다. 그때문에, 이 영화는 각본상의 대사가 무성의하고, 농담이 꼭 나올 것 처럼 하다가 안 나오고, 시간때우느라 아무 필요없이 "춤추는 장면'을 한 참 보여주는 썰렁한 영화면서도, 군데 군데 웃긴 구석이 있습니다.

연기자들이 "웃긴 표정"을 재미나게 짓는 것은 아주 안정되어 있습니다. 구봉서는 물론이고, 서영춘, 양훈, 양석천 모두 잘 합니다. 웃긴 내용이 하나도 안 나올 때도, 개인기로 때워야 하기에 억지로 그렇게 하고 있어서 좀 불쌍해 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 개인기 자체는 튼실하기 때문에, 군데군데 이야기의 재미있는 부분을 따라가는 밑천이 되어 줍니다. 이 영화가 워낙 허무한 저예산 영화라서 그렇지, 서영춘이 중국인 흉내를 내는 부분만 따로 떼어서 보면, 비슷한 시기 "피터 셀러즈"의 외국인 연기에 못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지희, 유하나, 박옥초 등등의 코메디와 살짝 떨어진 배우들도 잘 어울리면서 연기를 잘 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은 허장강입니다. 허장강은 주로 근엄한 사람이나, 진지한 인물, 혹은 무서운 악역 등등의 역할을 해서 지금까지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구봉서-서영춘과 같은 구식 코메디언과 완전히 동급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척 재미납니다. 이 영화 속에서 순수하고 건전하게 재미난 부분은 허장강 코메디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영화 속에서 허장강은 서영춘이나 구봉서와 달리 일부러 "웃긴 표정'을 짓지 않습니다. 말투에서부터 코메디 대사의 흥을 잔뜩 집어 넣는 서영춘과 달리, 허장강은 다른 영화속 허장강 처럼 그냥 진지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바로 그런 모습으로 서영춘과 짝짜꿍을 맞춰 영구 코메디를 해 버리는 것입니다. 진지한 사람이 순간순가 영구흉내를 내는 모습이 꽤 웃깁니다. 이 영화에는 무대쇼 코메디에서 종종 써먹는 "삐뚤어지는 체질" 코메디가 나옵니다. 아주 원초적인 무성 영화스러운 코메디인데, 이것을 허장강이 서영춘과 펼집니다. 처음 나올 때는 상당히 웃깁니다.

"삐뚤어지는 체질" 코메디는, 어떤 사연 때문에 주인공이 이상한 행동을 할 수 밖에 되었다 라는 사실을 관객에게 먼저 가르쳐 준 뒤, 이 주인공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그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코메디 입니다. 가장 추레한 예로는 주인공이 화장실이 매우 급하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알려준 뒤, 주인공의 이런 사정을 모르는 다른 사람과 실랑이를 하면서 안절부절 하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있습니다. 이것은 관객과 주인공은 내막을 알지만, 주인공과 실랑이를 하는 다른 극중인물은 모르는 사건이라서, 감정이입이 빠르게 되고 웃음을 만들기 좋습니다.

이 영화 속의 "삐뚤어지는 체질" 코메디는 영화 후반부에 가면 너무 남발 되고, 영화 배우들 끼리 손발도 안맞는 혼란스러운 막쇼 처럼 되어버려서 추태에 가깝게 됩니다. 하지만, 처음 나올 때는 제몫을 합니다. 요즘, TV무대쇼 코메디의 개인기 잔치에 결코 부족하지 않은 솜씨를 보여줍니다. 특히 "삐뚤어지는 체질" 코메디 자체가 시각적인 면이 강조된 코메디이기 때문에 영화로 보여주기에 좋다는 점도 괜찮습니다.

허장강의 모습과 "삐뚤어지는 체질" 코메디 한 가지는 재밌습니다만, 나머지 부분들은 사실 정상적인 웃음이나 평화로운 성격의 재미를 주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런 것들이 펼쳐지기에는 영화 자체의 예산과 제작시간이 너무나 빠듯해 보이는 영화입니다. 영화 제목은 "돈에 눌려 죽은 사나이" 입니다만, 이 영화는 "제작비가 없어 죽으려는 영화"로 보일 정도 입니다. 이 영화 속에는, 후다닥 각본을 써서 영화를 찍긴 찍었는데, 나중에 편집하면서 보니까 너무 말이 안되는 것이 보여서, 후시녹음 더빙하면서 대사를 바꾸고 끼워 넣어서 장면을 억지로 붙인 곳이 여러 곳 있습니다. 이런 어림없는 짓은 중저예산 날림 한국영화에서 종종 보이는 것인데, 이 영화에는 눈에 뜨이게 꽤 많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보다보면, 계속 보고 싶고, 끝까지 이야기가 어떻게 되나 지켜 보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무엇인고 하니, 이 영화를 보게 하는 근간이 되는 줄거리가 굉장히 터무니 없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현실성도 없고, 아무 가치도 없는 듯한 이야기가 거침없이 막 펼쳐 집니다. SF스러운 내용으로 내달리는가 하면, 갑자기 초능력 괴물 공포물 요소를 줄거리에 집어 넣기도 합니다.

이렇게 닥치는데로 이야기가 이상해져버리는 영화는 몇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호기심을 자아내고 엉뚱한 비정상적인 맛이 재미를 주도록 꾸며 놓은 것들 말입니다. 김기영이 감독을 맡은 "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 는 대표적인 고전이고, 사실 "바바렐라" 같은 영화만 해도 이런 요소를 지우기 어렵습니다. 비교적 요즘 영화 중에는 "모두 하고 있습니까?" 를 비롯한 비슷한 일본 영화 몇편이 생각 나기도 합니다. 전위적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야심에 불타는 영화 중에도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돈에 눌려 죽은 사나이"의 묘한 향취는 이 영화는 굳이 그렇게 만들고 싶어서 그렇게 만들었다기 보다는, 별로 아이디어도 없고, 제작비는 더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극적인 내용으로 코메디언들이 개인기 활용하는 1시간 반짜리 영화를 만들다보니, 필연적을 그렇게 되었다는데 있습니다.

이 영화는 남기남이 감독을 맡은 급조 코메디 영화와도 꽤 다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카메라 잡이"인 남기남 감독이 작업한 영화들은 후다다다닥 급하게 만들어서 그렇지, 나름대로 각본이 있고, 각본을 따라가는 줄거리에 따라 통일되어 움직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제작비와 기간 부족으로 "슈퍼 홍길동" 같은 것은 중간에서 끊겨 버리는 느낌이 나기도 하고, "평양 박치기" 같은 영화는 도입부가 이유없이 너무 길다는 문제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같은 줄거리로, 전혀 다른 영화를 꾸밀 수도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돈에 눌려 죽은 사나이"는 잘 꾸며도 그 이상하고 신비로운 줄거리와 소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야말로 업치락 뒤치락 마구 자유롭게 날뛰는 줄거리입니다. 새로 꾸민다고 해도, 오히려 내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바다 깊은 줄 모르고 이상해져만 가는 형식으로 더 과격하게 꾸미는 것이 어울릴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 영화의 토대에서는 최대한 제작비를 퍼부어서 "화성침공"류의 코메디 영화 처럼 꾸미면 모를까, 응집성있고, 개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로잡기란 더 어려울 것입니다.

그 내용이란 것들을 대부분 이야기 해보자면, 대강 이렇습니다.

제목 "돈에 눌려 죽은 사나이"만 보면, 꼭 현대의 금전 만능 주의에 대한 풍자 같습니다. 시작도 그렇게 시작합니다. 한국에서 금전적인 탐욕에 대해 가장 떠올리기 좋은 소재인 땅투기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이 영화는 갑자기 도시개발로 벼락부자가 된 구봉서 노인을 보여주면서 출발합니다. 이 5분 채 안되는 시작 부분은 상징적인 연출과 유려한 화면전환으로, 내용이 간단하면서도 명확히 전달되는 영화 전체에서 가장 정상적으로 잘 짜여진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본론으로 넘어가면, 이 영화는 "금전 만능 주의"에 대한 소재를 다루지 않아버리는 놀라운 과감함을 보여줍니다. 확 안다루고 마는 것도 아닙니다. 이 영화는 본론 첫부분에서 구봉서가 자식이 없어서 고민이라는 점을 짚습니다. 그러면, 구봉서의 유산을 노리고 다투는 이야기라든가, 구봉서의 양자가 되기위해서 이전투구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면 될 것입니다. 벼락부자가 된 돈많은 노인이 있고, 자식이 없는데, 제목이 "돈에 눌려 죽은 사나이"라면 이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곧 전혀 엉뚱한 줄거리로 꺾어집니다. 구봉서의 부인이 "우리 집에는 자식만 있으면 된다"라는 일념하에, 스스로 젊은 첩을 맞이 해서 구봉서의 친자식을 얻으려 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구봉서는 망측하다며 거부하는데도, 구봉서 부인이 워낙 강권하는 탓에 구봉서는 젊은 첩을 얻습니다.

그제서야, 이 영화의 진정한 중심 줄거리가 드러납니다. 이 영화는 "돈"과는 별로 상관 없이 그냥 "구봉서가 회춘하기 위해 겪는 고생"을 다루는 것입니다!

이런류의 엉큼한 소재를 써먹는 이야기는 60년대 외국영화의 영향을 받아 이전에도 좀 나온 바 있습니다. "A Guide for the Married Man" 이나 "보카치오 70" 등의 코메디 영화가 나올 무렵에 발맞춰서, 한국 영화로는 "만져만 봅시다" "미녀온천" 같은 영화가 나온 바 있습니다. 제목부터 강렬한데, 이 영화 "돈에 눌려 죽은 사나이"는 좀 더 노골적이고, 좀 더 허무맹랑하며, 좀 더 저예산으로 제작되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60년대에 나온 그런 코메디 영화들 보다는, 한참 후인 80년대 말부터 폭발적으로 유행한 "고전해학극"류와 좀 더 닮아 있습니다. 고전해학극이 아닌 영화들 중에는 강리나 나오는 "크라이막스 원"을 단번에 떠올릴 수 있을 법 하고, 김상중 나오는 "돈아 돈아 돈아" 같은 영화와는 제목까지도 꽤 비슷합니다.

그리하여, 펼쳐지는 영화의 내용은 "구봉서가 회춘하기 위해 겪는 고생" 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보다보면, 진정한 주인공이 구봉서 도 아닙니다. 이 영화의 본론은 구봉서의 두 부하들이 구봉서를 회춘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약을 갖다 받치는 것입니다. 즉, 영화에서 주인공 행세를 하는 것은 두 부하들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며, 부하들과 그 부하들의 부인들입니다. 구봉서가 땅팔아서 얻은 돈이 15억원인데, 국민소득 기준으로 환산하면, 요즘 돈 1100억원 정도로 볼 수 있는 금액이라서, 주인공은 한 기업의 총수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업의 전무에 해당하는 두 사람과 이 사람들을 사실상 조종하는 두 부인이 영화의 주인공 스러운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물론 진짜 정상적인 영화의 주인공의 위치와는 다릅니다만.

그리하여, 구봉서는 갖은 동물 끓인 엑기스와 당시 속칭으로 "데뽀 주사"라고 불리우던 주사를 맞습니다. 구봉서의 부하는 구봉서에게 "뜸북이"(영화 속 표현)탕, 두더지탕, 구렁이탕 등등을 바치고, 구봉서는 꾸역꾸역 먹습니다. "데뽀 주사"는 보통 데포메드롤 을 일컫는 것인데, 진통효과에 근육에 힘이 생기는 듯한 느낌이 나는 효과가 있어서, 예전에는 돌팔이 의사들이 남용하기도 하던 약물입니다. 구봉서는 "데뽀 주사"도 막 맞습니다.

그러나, 거대제약사 화이자에서 구연산실데나필을 상품화 하려면 아직은 30년은 지나야 하는 고로, 이런 이상한 짓들은 아무 효험이 없습니다. 결국 구봉서의 부하들은 "송나라 황제의 위험한 비방" 을 쓰기로 합니다. 이 비방을 위해, 허장강과 서영춘이 고용됩니다. 물론 이 비방 조차 실패합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어정쩡하게 허장강과 서영춘으로 영화 주인공이 다시 바뀌어 버립니다. 구봉서의 사정을 알게 된 두 사람이 사기를 치기 위해 변장을 하고 나타나는 것입니다. 허장강은 유럽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디-스트롱 킹" 박사로 위장하고, 서영춘은 중국계 한의사인 "정력대왕" 으로 위장합니다. 구봉서를 도와주는 척 하면서 수고비를 챙기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구봉서의 부하들은 받들어 모시면서, 얼마든지 연구비를 써서라도 구봉서를 회춘시켜 달라고 합니다.

이 영화 속 설명에 따르면 허장강이 변장한 "디-스트롱 킹" 박사는 "프랑스"의 카사노바(카사노바는 이탈리아 사람인데)의 주치의의 수제자와 공동연구를 하고, 선박왕 오나시스의 주치의로 있던 분이라고 합니다. 한편 서영춘이 변장한 "정력대왕"은 무려 10년 동안 산속에 틀어 박혀 오직 이 분야만을 연마하다가, 마침내 깨달음을 얻어, 괴로워하고 있는 중생을 구제하고저, 하산한 양반이라고 합니다.

이제부터 이야기는 한 결 더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허장강은 컴퓨터를 이용한 특수한 시술을 하겠다고 합니다. 이 양반은 회춘을 하려면 특수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무려 원자력을 이용하겠다고 합니다. 영화속에서 별로 강조도 하지 않고, 그냥 바나나 까먹고 땅콩 까먹듯 어물쩡 흘러갑니다만, "원자력 정력제"라는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했던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나올 때,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한편, 서영춘은 훈증 요법으로 몸 속에서 독기를 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구봉서를 사우나에 집어 넣어서 데웠다가 찬물에 집어 넣어서 반쯤 얼렸다가 하기를 반복해서 구봉서를 죽음에 가까워지게 만듭니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은 사기일 뿐이라서 성공을 거두지 못합니다. 구봉서의 부하들은 이제, 두 사람에게 힘을 합쳐서 공동연구를 통해 성공시키라고 합니다.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한탕하기로 하고, 막대한 재료비를 청구해서 돈을 움켜 쥡니다. 그리고, 최후의 약이랍시고 제안하는 것이, 지금까지 나왔던 온갖, 구렁이, 지렁이, 자라, "뜸북이", 약품, 주사제 등등을 모두 한 솥에다가 집어 넣고 푹 달여 내는 것입니다. 이런 류의 연구, 제조 장면에서 무조건 나와야 직성이 풀리는 펑 터지면서 그을음 뒤집어 쓰는 장면은 어김없이 나옵니다.

어쨌거나, 이 양반들은 이렇게 해서, "온갖 잡탕약"을 제조해서 구봉서에게 먹입니다. 약을 먹자, 구봉서는 쓰러집니다. 사람들은 통곡을 하는데, 갑자기 구봉서는 다시 일어납니다. 구봉서의 온몸에 폭발적인 힘이 미친듯이 넘쳐나게 되는 것입니다. 구봉서는 순간 초능력 괴물처럼 변신해서, 갑자기 좀비 흉내 비슷한 것을 내면서 닥치는데로 사람을 덥치려고 합니다. 힘이 너무나 넘쳐나서 주체를 하지 못하여 견디지 못해 날뛰는 것입니다.

구봉서는 부하들과 다투다가 나무 몽둥이를 차력사 처럼 조각조각 내는가하면, 갑자기 이유없이 자명종 시계를 씹어 먹어 버리기도 합니다.

구봉서는 곧 부하들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던 부하들의 부인들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구봉서는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그 막강한 파괴력을 가진 팔을 뻗어 부인들에게 한발 한발 다가 옵니다! 위험! 위기! 절정! 클라이막스!

이때 도저히 지상의 인간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하나 나옵니다. 구봉서가 다가오자, 부인들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달래기도 해보고, 자기 남편들을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이도저도 안되니까. 갑자기,

"안되겠다. 우리 춤을 추자. 춤을 춰봐요!"

라면서 갑자기, 두 부인들은 춤을 춥니다.

의아함은 백두 처럼 무겁고, 괴이함은 동해 처럼 깊어집니다만, 이렇게 두 부인들이 갑자기 구봉서 회장님 앞에서 춤을 추자, 구봉서의 동작은 놀랍게도 조금 느려집니다. 세 번이나 반복해서 이 부분을 봤지만, 아직도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짐작 조차 감히 잘 못하겠습니다.

어쨌거나, 구봉서는 주변의 여자들을 습격합니다. - 갑자기 추는 춤 따위가 먹힐리가 있겠습니까? - 이후 장면은 편집이 이상하게 되어 있고, 잘려나간 장면이 있는 듯 해서 명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앞뒤 장면을 추정해본 결과, 구봉서 부하들의 두 부인은 갈비뼈가 2, 3개 정도 으스러졌으며 각종 부상을 당하여 의식을 잃은 듯 보입니다. 이 사람들은 겨우 회복한 상태로 온 몸이 완전히 낫는데는 1년정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 애초에 등장했던 구봉서의 첩은 이 사건의 와중에 정확히는 모르지만 목숨을 잃은 듯 보입니다.

결국 구봉서는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자결하기로 결심합니다. 구봉서는 산속으로 올라가 자결하기로 합니다. 자결하는데, 구봉서는 목을 매는 것도 아니고, 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절벽에서 뛰어내리지도 않습니다. 아방가르드하게도, 구봉서는

온몸에 다이너마이트를 두르고 심지에 불을 붙여

자결하려고 결심합니다!

구봉서를 구하기 위해, 구봉서의 부인과 부하들이 구봉서 곁으로 달려 옵니다만, 이들은 한발 늦어, 다이너마이트는 터지고 맙니다. 아뿔사. 비극적인 결말인가...

...싶은데, 구봉서는 안 죽었습니다. 왜 안죽었는지는 모르지만, "폭탄 맞은 영구 모양"으로 변신했을 뿐 살아 있습니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라면서 부하들이 다가오자, 구봉서는 또다시 초능력 괴물로 변신합니다. 그러자, 겁을 먹고 부하들은 도망갑니다.

이상하게도 구봉서의 부인은 도망가지 않습니다. 그러자, 구봉서는 갑자기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부하들을 쫓아 버리기 위해 초능력 괴물로 변신한 척 연기했을 뿐이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왜 부인이 도망가지 않았는지도 알 수 없고, 애초에 자결하려고 했던 구봉서의 결심이 어디갔는지도 알 수 없지만, 영화가 끝날때가 되었으므로, 구봉서는 부인의 손을 잡고 허허허 웃습니다.

"자식이 없으면 어때, 임자와 함께 남은 평생 잘 살리다"

운운 하면서, 평화롭게 껄껄 웃으며 영화는 끝이 나버립니다.

몇몇 웃긴 장면을 좀 더 살리려고 고민해 본다면, 무엇보다 후시녹음 더빙 때문에 대화가 너무 느리게 녹음되어서 재미를 현격히 떨어뜨리 점이 크게 걸리는 영화입니다. 음악도 아예 빼는 것이 좋겠다 싶은 부분도 많아서, 심각합니다. 한편, 몇몇 장면에서 일부러 무성영화 코메디 연출 방식으로 꾸민 부분이 있습니다. 편집을 조악하게 하는 바람에 이것도 앞뒤가 잘 맞지 않아서 웃기지 않는데, 이것도 쉽게 개량할 수 있어 보입니다.

어림 없는 내용으로 달려나가는 이 영화는, 애초에 이런 방향으로 무작정 달릴 것이라고 작정하고 좀 더 자유롭게 만들었다면 훨씬 더 신기한 것을 많이 보여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기에는, 짧은 시간, 적은 예산으로, 유명 코메디언의 개인기 쇼로 채워나가는 코메디에 궁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여전히 텔레비전 보급률이 충분하지 않은시기에 나온 1971년에 나온 이 영화를, 요즘 TV 무대쇼 코메디에 나오는 것들과 비교한다면, 영화의 가치는 또 좀 달라 보입니다. 그렇게 본다고, 짠맛이 갑자기 단맛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만, 그 짭짤한 맛이, 재미 없는 코메디와 잘 꾸민 코메디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합니다.



그 밖에...

개봉 당시에 반응이 나쁘지 않았던 영화입니다.

감독을 맡은 심우섭은 "형님먼저 아우먼저" "아리송해" "미쓰 촌닭" "남자식모" 등등의 중저예산 코메디물에서 많이 작업 했습니다. 중저예산으로 흥행을 노리는 영화들에 손댄 양반 답게, 권격 액션물에도 손을 댔는데, "맹룡노호", "사대독자" 같은 영화들은 기억하시는 분이 꽤 계실듯 싶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시작된 KMDB VOD를 통해 손쉽게 구하실 수 있게된 영화 입니다. ( http://www.kmdb.or.kr/vod/vod_basic.asp?nation=K&p_dataid=02352&mul_id=432&file_id=3009 ) 현재 휴대전화 소액결제만 되는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해외에서 보는 것이 좀 더 간편해지고, KMDB VOD에서 영문자막을 지원하는 날도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KMDB VOD 는 화면 해상도로만 따지면 DVD 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정말 깨끗한 화면은 아니지만, 어지간한 영화일 경우, 실제 당시에 영화가 상영되던 극장 못지 않은 화질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TV 방송되던 판본이나, 중고 비디오테입으로 구해다가 보느 판본에 비하면 어림도 없을 만큼 감개무량한 화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에 실린 영화 장면들도 모두 KMDB VOD에서 갈무리한 것입니다.

KMDB VOD로 160편의 한국 고전 영화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시행된 그 어떤 영화 관련 공공정책보다도 소중한 일로 느끼고 있습니다. "한류우드 테마파크" 보다 2007배 정도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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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심리 2007/11/22 18:04 # 답글

    "원자력 정력제"에서 깜딱! 놀랐습니다. 과거에 방사선만 쬐면 초능력자로 변신하던 미국 초영웅 만화의 설정이 생각나네요. 주인공은 돈에 눌려 죽었다 부활한 셈이군요. 요즘도 자식 못 얻어서 고민하시는 분들 계시니, 코메디이긴 하지만 내용상 애처로움이 느껴지네요.

    돈과 기술력만 더 받쳐줬다면 더 재미난 코메디 영화가 나왔을텐데, 아쉽군요. 지금도 충분히 놀라워보이지만요. ^~^

    위기 상황에서 춤 추는 황당한 장면은 요즘의 유명한 영화에서도 봤어요. <킹콩>에서 여주인공이 킹콩한테 붙들려갔을 때 뜬금없이 춤을 추잖아요. 춤을 추면 뭔가 상대방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발상인가보지요?
  • 措大 2007/11/22 19:36 # 답글

    이...무슨 괴작인지 (...)

    1961년작으로 구봉서가 주연한 "벼락부자"라는 영화도 있지요. 이 영화는 당대 코미디 영화의 특성을 잘 보여주면서 (은근히 계몽적인 분위기를 깔아주는 것까지) 시대작의 반열에 들었습니다만. 비슷한 소재에 같은 주연(?)인데 이 영화는 안드로메다로 달려가는군요. ^^
  • 이준님 2007/11/22 21:34 # 답글

    이걸 저는 TV에서 봤습니다. -_-
  • 게렉터 2007/11/23 11:46 # 답글

    심리/ 그러나 영화 자체는 자식없는데 대한 애처로움은 전혀 조금도 표현되어 있지 않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措大/ 사실 한국 코메디 영화의 세계가 정말로 이상하고 신비로운데, 자료가 매우 부족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새로 시작한 KMDB VOD 서비스가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준님/ 복 받으실 겁니다.
  • 아롱쿠스 2007/11/23 21:54 # 답글

    허장강님은 이 영화가 마지막 작품인가요?
  • 게렉터 2007/11/25 15:18 # 답글

    아롱쿠스/ 아닙니다. kmdb.or.kr 같은 곳에서 검색해 보시면, 이후에도 많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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