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을 끊어라 영화

이만희가 감독을 맡은 1971년작 "쇠사슬을 끊어라"는 서부영화계열 만주물 의 대표작으로 자주 이야기되는 영화입니다. 일제시대 때부터, 한국영화는 종종 무정부주의와 범죄가 난무하는 활극의 배경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주를 무대로 하는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영화들은 대체로 뭉뚱그려서 "만주물" 혹은 일본식으로 "대륙물" 이라고 불리웠습니다. 그러다가 60년대말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불리우는 이탈리아산 서부영화들이 유행하면서, 그 영향을 받아, 바로 만주물 중에서 서부영화 풍으로 만든 것들이 대거 등장하게 됩니다.


(포스터)

"쇠사슬을 끊어라"는 "(속)석양의 무법자" http://gerecter.egloos.com/3472034 에 나오는 "좋은 놈, 나쁜 놈, 못난 놈" 구도에 바탕을 두고 만든 영화입니다. "한국의 그레고리 펙"이라 불리우던 남궁원이 당연히 "좋은 놈"으로 나오고, 악역을 자주 맡던 허장강이 "나쁜 놈"으로 나옵니다. "(속)석양의 무법자"에서는 "못난 놈" 역할이 가장 비중 큰 주인공 역할이었는데, 그래서 인지 "쇠사슬을 끊어라"에도 "못난 놈"에 해당하는 역할을 당시 만주물의 간판 배우였던 장동휘가 맡았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바로 이 세 주인공이 "티벳 불상"이라는 물건을 찾아 황량한 만주 벌판을 싸돌아다니며 벌이는 모험입니다.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자면, "쇠사슬을 끊어라"의 "좋은 놈", 남궁원은, "신의 있는 악인"이라고 불리우는 살인청부업자 입니다. 살인청부업자 라는 직업만 보면 별로 "좋은 놈"은 아닐 듯 한데, 이 양반은 자기가 생각할 때 선한 임무를 주로 맡고, 비록 범죄자이지만, 자신이 한 약속은 꼭 지키는 사람이고, 멋있는 폼도 마구 잡아댑니다. 그렇게 "좋은 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흉내로, 남궁원은 이 영화 속에서 담배를 자주 물고 다니는데, 그 모습은 시가를 물고 인상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보다는, 오히려, 후일 성냥 개비를 물고 있는 주윤발과 훨씬 더 비슷합니다. 인생을 새털처럼 가볍게 여기며, 그저 모든 일에 소탈한 듯 담배 물고 실실 미소만 떠올리는 모습은 확실히 "영웅본색"의 주윤발 모습과 비슷한데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모습은 단순히 클린트 이스트우드 흉내가 아니라 개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 영화에서 남궁원은 정체불명 조직의 의뢰에 따라, "티벳 불상"이라는 물건을 쫓고 있습니다.

한편 영화 속 "나쁜 놈"에 해당하는 허장강은 한국 영화 속 단골 "나쁜 놈"인 "왜놈 앞잡이 끄나풀" 입니다. "티벳 불상"은 일본군에서도 손에 넣으려고 혈안이 된 물건이기 때문에 일본군 측에서 솜씨 좋은 범죄자형 끄나풀인 허장강을 투입한 것으로, 허장강은 자기 뒤에 막강한 일본군의 지원이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남궁원-장동휘 구도에 끼어들어서 자기가 "티벳 불상"을 손에 넣으려고 합니다. 허장강은 인생에 대한 별다른 도덕관 없는 쾌락주의자 악당을 연기하는데, 영화의 주인공급인 만큼, 흉악한 악당이라기보다는 다른사람에게는 냉철하기는 하지만, 웃기고 재미나며 항상 베짱좋게 주색을 밝히는 녀석 정도로 되어 있습니다.

갈등의 핵심이 되는 "못난 놈"을 연기하는 장동휘는 유일하게 티벳 불상의 행방을 아는 인물입니다. 장동휘는 싸움을 잘하고 총질도 잘하는 범죄자 인데, 한국영화 속에서 공산당 다음으로 나쁜 짓인 "일본인 앞잡이" 짓은 결코 안합니다. 그런즉 나름대로 민족주의에 불타는 잡법 수준의 범죄자로 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장동휘가 쇠사슬에 묶여 호송되고 있다가, 갑자기 누군가의 습격으로 풀려나고 쇠사슬을 끊으려고 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요행 일본군의 손에서 벗어나게된, 장동휘가 "티벳 불상"을 찾아 떠나고, 그 뒤에 좋은 놈 남궁원과 나쁜 놈 허장강이 따라 붙으면서 세 사람의 모험담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부터 느낄 수 있는 것은, 영화에 정신 없을 정도로 "여유 부리는 농담 대사"가 많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헐리우드 영화에 종종 나오고, 제임스 본드 영화에는 우수수 쏟아지는 바로 남자 주인공이 위험한 순간에 어림없이 베짱 부리면서 농담 한마디 걸치는 것 말입니다. 30년대에 클라크 게이블이 나온 모든 영화를 섞어 비비고, 거기에 40년대에 캐리 그란트가 나온 모든 영화를 짬뽕하고, 거기에 다시 50년대에 존 웨인이 나온 모든 영화를 잡탕한 것만큼, "여유 부리는 농담 대사"가 마구 난무 합니다. 정말 한 마디 한 마디 제대로 지나가는 구석 없이 폭포처럼 쏟아집니다.

각본과 성격을 맞춰 꾸미기 보다는 그냥 의무적으로 대사가 쏟아져 내리게 한 탓으로, 이런 여유 부리는 농담 대사는 닥치는대로 나옵니다. 대사가 어울리거나 말거나, 말이 되거나 안되거나 막 나옵니다. 때문에 이 영화는 어색한 장면, 농담이라고 했는데 안웃긴 장면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날린답시고, 겉만 그럴듯한 어불성설만 주절거리기 일쑤고, 심지어 그런 대사 속에 나오는 이야기가 뒤에 나오는 이야기와 사실이 다른 데도 어물쩡 넘어가버리는 것도 있습니다. 물론 멋있고 재밌으라고 닥치는대로, 직유법, 은유법, 풍유법, 대구법을 마구 사용하는 통에 뭔소리를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더우기, "겉만 그럴듯한 어불성설"조차도 못되는 장면까지도 아주 많습니다. 이 영화는 옛날 한국 영화 답게 후시 녹음 성우 더빙으로 대부분의 대사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 주인공이 많은 대사를 주고 받으며 다채롭게 연기를 펼치는 이야기와 잘 안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많은 것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선명한 인물이 묘미였던, "(속)석양에 무법자"에 비하면, 이렇게 마구 여유로운 농담 대사만 비슷비슷하게 읊어대느라, 인물들의 가치나 모습이 불분명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런 이야기에서 중심이 되어야할 "못난 놈" 장동휘의 비중이 터무니 없이 줄어들었는데, 이런 점은 전체 이야기를 재미없어지게 해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게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워낙 중얼중얼 베짱부리기 대사하는 장면이 많은지라, 듣다보면 좀 재미난 것도 건질만하게 나옵니다. 남용 되어서 뒤에가면 허망해져서 그렇지, "우리 연극의 2막이 오르는군." "징을 울려라." 같은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은 배우들 끼리 장단도 잘맞아 보이고 재미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남궁원이 잡혀서 고문 받을 때 하는 대사 같은 것은 전통적인 영화 속 상황과 조금씩 어긋나는 것이 실제로 웃기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쉽게 인상을 남기는 것은 바로 이 난무하는 폼잡기 대사들이지만, 사실 이 영화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영화 줄거리가 두 군데 정도 크게 끊겨 있다는 점입니다.

첫번째 끊기는 부분은 일본군의 뜻대로 되는 것 같은 부분 입니다. 이 영화 역시 "악당 뜻대로 되는 듯 하지만, 결국 결말에는 주인공의 재치로 악당을 다 이긴다"로 흘러가는 구도를 갖고 있습니다. "(속)석양의 무법자"도 마찬가지고, 뒤에 나오는 "구니스", "인디아나 존스", "빽 투더 퓨처2" 등등 많은 다른 모험을 다룬 영화도 마찬가지인, 써먹기 좋고, 긴장감과 절정 장면을 꾸미기에도 좋은 이야기 구조 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도 영화 중반부에, 거의 모든 것이 일본군 뜻대로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주인공들이 재치를 발휘해, 이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에서 멋있게 악당을 물리치고 세계를 구하는 대역전극이 펼쳐져야 할 것입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맨주먹에 총 한자루 뿐인 세명의 만주 무법자들이 어떻게 일본군을 상대할 것입니까? 기대되는 대목인데, 충격적이게도 이 영화는 "왠지 알수 없지만, 일본군이 주인공들 뜻대로 다 하게 해주고 티벳 불상도 그냥 내어준다" 라고 하고 넘어가버립니다.

정확하게 따져보면, 이렇게 하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유가 있기는 있습니다. 자세히 영화를 살펴보면, 무려 "안전하게 티벳 불상을 일본 본토까지 수송하기 위해서, 위장술의 일환으로 일부러 방비태세를 게을리 한다" 어쩌고 하는 기괴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 대목이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조가 화용도에서 세번 웃는 것 정도는 손자병법이라고 할만한 이 얼토당토 않은 작전...을 가장한 영화 내용 갖다 붙이기 위한 핑계 조차, 선명하게 표현도 안되어 있고, 별로 강조도 안되어 있고, 정확히 알아 먹을 수도 없게 되어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일본군이 다 성공한 것 처럼 보이는데, 갑자기 작전 사령실에서 알수없는 대화 서로 몇마디 나누더니, 갑자기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장면으로 알수없이 이야기가 건너뛰는 것 처럼 보입니다.

두번째 끊기는 부분은 일본군과 주인공들의 마지막 결전입니다. 두 무리가 어떻게 드넓은 만주벌판에서 서로 만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만주를 떠돌던 무리들이 우연히 "마지막 결전의 장소" 같이 생긴 곳에서 갑자기 "앗! 왜놈들이다!" 하더니 급히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것입니다.

이 장면은 이 바로 앞장면에서 이유없이 장황하게 이어지는 "스키 타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더 갑작스럽게 막 튀어나온 편집 실패 처럼 보입니다. 이 영화 속 스키 타는 장면은 당시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영향이 명백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주 벌판을 왠갖 고생을 하며 가로질러 가는 주인공 일행을 묘사하기 위해 눈덮힌 벌판을 멋지게 내달리는 모습으로 그려낸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결코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멋있게 화면에 잡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주 벌판을 고생하면서 돌파하고 있다는 그 내용도 표현되지 못했습니다. 영화가 진행되다가 왠지 동계올림픽 크로스 컨트리 중계 방송 필름 같은 것이 잘못 붙여져 있다가, 다시 원래 영화로 돌아온다는 느낌이 들 뿐입니다.

영화의 중대한 끊기는 부분 외에도, 이 영화는 중요한 장면 표현들이 기술 부족으로 알아보기 어렵게 되어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특수 효과, 스턴트 촬영에서 실패한 부분은 참 많습니다. 또 NG장면을 빼고 필름을 붙였더니, 가운데 내용이 날아가 버리고 만 것인지, 제대로 편집을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첫 시작 장면인 장동휘를 구해주는 총격전 부터 똑바로 알아보기 어렵거니와, 장동휘가 남궁원을 구해주는 부분 등등 많은 대목이 마찬가지로 정확히 벌어지는 사건이 뭔지 눈에 제대로 안보일 정도로 특수효과, 스턴트 촬영을 못했습니다.

전체 줄거리와는 별 상관이 없지만, 묘사가 누추한 부분으로서는 만주의 "마적" 패거리들 부분도 무척 추레합니다. 이 영화는 독립군, 개인 범죄자, 일본군, 마적단 등등이 어지럽게 티벳 불상을 놓고 싸우는 내용을 다루려고 했는데, 이중에서 마적단은 매우 비중이 작습니다. 그런데도, 마적단이 결정적인 몇몇 순간에서 등장을 하고, 이때마다 마적단은 연기도 아주 나쁘고, 겉모습만 봐서는 이 양반들이 마적단인지, 영화 화면에 잘못 찍힌 촬영팀 조명보조 인지 알아볼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더우기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하는 순간도 종잡을 수 없고, "마적단이 노리고 있다" "마적단도 노리고 있다" 어쩌고 하는 말만 자주 나올 뿐이지 뭐하러 자꾸 등장하는지도 영화속에 잘 안나옵니다.

그런 마적단이 "티벳 불상을 구하기 위한 결정적인 순간" "마지막 결투장소로 가기 위한 결정적인 순간"에 갑자기 튀어나오니 영화가 참 괴이해 집니다. 이 영화에는 마적단과 관련된 장면들은 다 빼버리던가, 아니면, 마적단 두목이나, 마적단 단원들의 대화, 설명 장면 같은 것을 충분히 넣어서 뭔 짓을 하려고 하는 지 정도는 알려 줄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좋았지 싶습니다. 아니면, 아예 갑자기 튀어나오는 버팔로떼들 처럼 마치 천재지변의 좀 신비로운 "사고"처럼 처리해버리는 편도 나았지 싶습니다. 예를 들면 옛날 헐리우드 모험 영화에서 아프리카 탐험할 때 갑자기 원주민들이 창 던지면서 급습해오는 장면을 꾸미는 것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참고할 다른 영화장면들도 많아서 마적단 장면을 큰 이야기 조정 없이 잘 끼워넣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에서 재미난 부분들은 조각조각 장면들입니다. 일단 이 영화는 소품이나 세트가 꽤 좋은 편입니다. 아주 아름다운 편은 아니고, 추레한 것도 꽤 있고, 고증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서부 영화의 영향을 받은 만주물의 분위기만은 물씬 풍깁니다. 중국식 기생집이나 샹하이 풍의 클럽이 무대가 되는 것도 대강 제대로 꾸며져 있고, 황량한 벌판에 덜렁 놓여 있는 쇠락한 오두막 같은 것은 아주 그럴싸 합니다. 서부 영화에는 폐촌, 유령마을 같은 것이 결전 장소로 자주 나오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도 화전민이 살다가 버리고 간듯한 폐촌의 잔해는 그럴듯한 배경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부분부분 배우들이 멋부리는 장면들이 살아날 때가 있습니다. 세 주인공이 서로 죽이니 살리니 하는 갈등상황인데, 서로 베짱을 겨루면서 태연하게 마작을 하는 장면은 충분히 운치 있습니다.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악당과 도박하는 장면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내용이긴 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몬테카를로 도박장이 아니라, 어느 청요리집 탁자 위에서 무법자들끼리 담배 뻑뻑피우면서 대결하는 긴장감으로 잘 이어져 있습니다. 이런 좋은 장면들은 세 배우들이 화면에 위치해 있는 구도라든가, 그런 장면속에서 대화에 따라 사람들의 모습을 바꾸어가며 비추는 화면 움직임도 잘 살아 있어서 꽤 좋아보입니다.

막판 결말 장면은 "갑자기 주인공이 괴력으로 한 방에 다 죽인다"라는 황당함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갑자기 모든 진지함을 다 털어먹고, "일본 사람은 바보 메롱메롱"으로 영화가 돌변해 버려서 좀 이상합니다. 하지만, 결말 직전 부분만 해도 꽤 괜찮습니다.

아무도 없는 폐촌의 폐허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불을 쬐고 있는 떠돌이 무법자 두 사람이 있는데, 그 유유자적하고 외로운 모습과 대조적으로 대결전의 전운이 감도는 것입니다. 그 모습은 신화적인 중후함이 있으면서도 또, 유쾌한 웃음도 있습니다. "주유소 습격 사건"에서 경찰들과 폭력배들이 네 명의 떠돌이 무법자를 두고 대치하는 장면과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쇠사슬을 끊어라"는 그 보다 더 진지하고, 그 보다 더 유쾌해 보입니다. 물론, 만주벌판의 그 황량한 공기가 은은히 감도는 듯한 느낌도 멋있습니다.

대규모 인원을 동원한 장면이나 총격전의 화약 효과, 폭발 장면 같은 것을 보면, 제작비가 많지는 않아도 그렇다고 적게 들인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나, 큰 장면, 좋은 세트를 만들기 위해서 많지 않은 예산 안에서 돈을 먼저 쓰다가 보니, 영화의 중요한 전환점, 이야기 설명, 연결고리를 표현해야할 부분들을 찍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서부영화에서 자주 나올만한 장면을 찍어낸 순간순간은 멋지지만, 왜 그런 장면이 차례차례 나오고 있는지, 연결하는 연결핀들이 와르르 빠져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전개에서 절정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내용에 빨려드는 짜릿함이라든가, 인물의 상황에 대한 감정이입 같은 것은 어려운 영화이기에, 아쉬운 부분이 눈에 뜨이는 영화입니다.


그 밖에...

사람 고문하는 악당 일본군 전문 배우라 할 수 있는 황해가 사람 고문하는 악당 일본군으로 나옵니다.

이만희 감독이 2년간 공백기를 갖고 있다가 다시 손을 대기 시작한 영화 입니다.

이 영화가 언제부터 "B급 영화 스러운 재미를 준다"라는 말이 와전되어 "B급 중저예산"으로 제작되었다...라는 말이 굳어지고 있습니다만, 제가 살펴본 바로는 결코 저예산 영화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배우들이 대역 없이 많은 위험한 액션 장면을 해냈다는 말이 있습니다.

원작자가 "최관두"라는 사람으로 되어 있는데, 어떤 원작인지 궁금합니다. 당시에는, 이 영화에 표시되는 "원작자"라는 사람은 실제 원작자가 아니라, 이야기 줄거리를 모방해 온 일본영화나, 홍콩영화를 번안/번역한 사람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요즘 영화 잡지를 보면, "옛날 한국 영화에는 만주 웨스턴 이라는 장르가 있었다" 라는 말이 종종 나오는데, 저는 정작 예전에는 "만주 웨스턴"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듯 합니다. 그냥, 대륙물, 만주물이라는 말만 들어봤습니다. "만주 웨스턴"이라는 말은 비교적 요즘에 좀 자조적으로 옛날 영화를 지칭하면서 만든 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혹시 정확히 아시는 분 있으면 덧글 부탁 드립니다. 제가 처음 본 것은 듀나님께서 쓰신 "황야의 독수리" 글에서 본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시작된 KMDB VOD를 통해 손쉽게 구하실 수 있게된 영화 입니다. ( http://www.kmdb.or.kr/vod/vod_basic.asp?nation=K&p_dataid=02415&mul_id=427&file_id=3010 ) 현재 휴대전화 소액결제만 되는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해외에서 보는 것이 좀 더 간편해지고, KMDB VOD에서 영문자막을 지원하는 날도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위 글에 올린 그림들도 포스터 외에는 모두 KMDB VOD에서 캡처한 것입니다. 화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추가: "슈퍼쌤통" 님이 주신 덧글에 의하면, "만주 웨스턴"이라는 말은 오승욱 감독이 키노에 글을 연재하다가 처음으로 쓴 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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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OSKHARAAS 2007/11/30 17:23 # 답글

    [좋은 놈]이 들고있는 총은(제가 총기류는 잘 모르지만) 제가 좋아하는 만화 루팡3세의 주인공 루팡3세가 들고다니는 발터 p-38이 아닌가 싶군요. 역시 주인공의 총인가...
  • 게렉터 2007/11/30 17:37 # 답글

    맞습니다. 그럭저럭 고증이 맞는지라, 우리나라 옛날 영화/TV 연속극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권총입니다.
  • 이준님 2007/11/30 18:37 # 답글

    1. 원래 일제 연간의 만주면 "바이마르 체제가 그나마 긍정적인 꽃을 피었"던 곳이고 당대를 회고 하는 사람들이 "아세아의 서부"와 같았다고 하는 거지요. 아마 오승욱 감독도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듣고 쓴 이야기일겁니다

    2. 사실 "공산비적"과의 트러블을 넣는다면 "반공 대하 서사극"도 가능한거고 이인화의 모 소설에 나오는 유건희 필로 나가면 "왕도낙토 건국기"도 가능합니다. 실제 가본 사람이 당대에는 없으니 대략 꾸며서 넣을수도 있지요. 이런 점에서는 "환타지"와도 비슷한 설정입니다. 다만 환타지이기보다는 어디서 본듯한 짝퉁이 많다는 거지요. 안정효씨 같은 경우는 이런 장르(그리고 권격 영화도)를 거의 경멸할 정도입니다

    3. 그래도 "서부"짝퉁보다 "무협"내지는 "갱"영화 짝퉁으로 만주가 나온적도 있지요. 재밌는건 만주에서 그나마 많던 "백계러시아인"은 출연료 문제로 안나옵니다만(중국 노루표에는 꽤 나오지요 -_-;;;)

    4. 일본에서도 "만주물"이 꽤 나왔습니다. 전쟁 당시는 "왕도낙토 만주국 만세+ 대 일본 제국 만세"이고 전후에는 "인간의 조건"류의 만주 고생기를 주로 다루었지요. 하얀거탑의 원작자가 쓴 "대지의 아들"이 웬지 보고 싶군요. (만주에 대한 환상이 충분히 깨집니다)
  • 게렉터 2007/12/01 00:25 # 답글

    이준님/ 맞습니다. 특히 4번. 일제시대 때 나온 한국(그러니까 당시로서는 일본의 지방 영화 제작 작품) 영화 중에도 보면, 이미 만주를 활극 무대로 활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일본 영화 중에는 당연히 있고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 중에는 정말로 존 포드 감독이 작업한 서부영화 영향을 받은 것이 있습니다. 이런 일본 영화는 당연하게도 만주인-일본인-조선인의 대화합, 혹은 멋있게 만주를 제패하는 일본인 용사의 대활약을 다룬 영화, 선전물이 많습니다.

    재밌는 것이, 60년대 한국영화 황금기 이후에 나온, "만주물"들은 실제로 이런 일제시대 일본 활극들의 영향아래 기획되어 나온 것이지만, 내용은 정반대로 대부분 일본군과 싸우는 독립군/ 독립군 계열 테러단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상대가 뒤집힐뿐, 선전물/민족주의물 의 틀은 그대로 이식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면도 있습니다.
  • rumic71 2007/12/01 09:25 # 답글

    비슷한 시절에 일본에서는 남미를 무대로 하는 무국적 서부액션물이 잠깐 유행한 적도 있군요.
  • nixon 2007/12/03 11:14 # 답글

    VOD 서비스에서 정액제 결제도 가능합니다. 14일 혹은 30일 동안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결제방법도 있습니다.
  • 게렉터 2007/12/05 01:34 # 답글

    nixon/ 덕분에 당장 30일 결제로 출동하려고 합니다. 정보 대단히 감사합니다.
  • 수염고래 2007/12/05 14:28 # 삭제 답글

    만주웨스턴은 오승욱 감독님이 키노 잡지에 쓴 글이 맞지요 워낙 70년대 한국 액션영화에 애정도가 높으신 분이라 영화 준비한다고 하셨었는데. 김지운이가 어째 그걸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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