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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과 2개월여 전인 2007년. 10월 1일. 기괴한 일이 하나 벌어졌습니다. 당시 신당 쪽에서는 뚜렷한 인기인이 없는 상황에서 경선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좀 인기를 내세우는 편이었습니다만, 이 양반은 우리 정치계 희대의 괴객(怪客)인 이인제와 함께, 과연 경기도청을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만 하는가 하는 고민을 안겨준 양반이므로 역시 특출나지는 않았습니다. 개중에 유력한 후보는 정동영 후보였습니다. 이 양반은 일단 전라북도에 지역기반이 있었고, 비교적 오랫동안 당 핵심에서 맴돌고 있었기에 소위 말하는 "조직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쟁자였던 이해찬 전총리는 정동영 쪽에서 선거에서 이기려고 불법 사기를 치고 있다고 지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인즉, - 정동영 후보측이 남의 이름을 도용해서 선거인단 명부에 사람이름을 입력해 넣었고, - 휴대전화 선거인단을 대리로 접수시켰고, - 모 지역에서 공무원들을 선거에 참가 시켰다 는 것입니다. 당연히, 정동영 측은 그런적 없다고 잡아 떼었습니다. 분개한 이해찬 후보 등은 경선 자체를 무효화하자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고, 잘 나가던 손학규 는 선거운동 중단으로 항의의사를 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무렵 기막히게 극적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선거인단 이름 중에 무려 "노무현" 이 나와 버린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당 당원도 아니거니와, 어디서 사는 뭐하는 양반인지 천하가 다 아는 바로 그 양반 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름이 버젓이 등록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누군가 대신 이름을 훔쳐 입력했다는 피할 수 없는 증거 였습니다. 정동영 후보측이 이를 잡아 뗀적이 있으므로, 정동영 후보는 사기쳐서 대통령 후보 자리를 따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졌습니다. 그리하여, 2007년 10월 1일. 정동영 후보는 다음과 같이 변명합니다.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 한 사람이 의욕에 넘쳐 노무현 대통령을 선거인단으로 등록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양반은 그로부터 채 1개월도 지나기 전에, 이명박 후보가 2001년 BBK 주가조작과 관련 있다는 점은, 국민을 기만하고, 국가의 도덕성에 위배되는 엄청난 문제이므로, 자신에게 투표하는 것이 "거짓에 대한 진실의 승리"라고 주장하면서 한달여 동안 논개동영으로 난리를 쳤습니다. 당연히 이명박 후보는 "2001년 BBK 건은 당시 수하였던 김경준이 저지른 사기일 뿐이다"라고 응대했습니다. 2. 2002년. 사상 최박의 박빙 승부였던 뜨거웠던 선거전 당시. 이회창 후보측은 대통령 선거 운동을 위해서 돈을 팍팍 쓰기를 원했습니다. 이회창 후보의 부하였던 서정우 변호사는 긴히 LG그룹에 돈을 좀 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당연히, 장부에 기록하고 돈을 주거나, 수표나 은행 송금으로 돈을 주면 들킬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임스 본드 영화 스러운 수법으로 돈을 받아서 집어 먹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바로 저 유명한 "차떼기" 입니다. 현금으로 150억원을 준비해서, 2톤 트럭에 돈을 채웁니다. 그리고 이 트럭을 경부 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 세워 놓습니다. 그러면, 서정우 변호사가 경부 고속도로로 간 뒤에, 트럭을 운전해서 돈을 통째로 들고 오는 것입니다. 트럭은 현금 150억에 붙어 있는 덤으로 이회창 후보측이 그냥 가집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당시 이회창 후보측은, 현대에서 109억원 SK에서 100억원 한화에서 40억원 대망의 삼성에서는 365억원을 (1년 동안 하루에 1억씩 쓰세요~ 라는 뜻이 숨겨져 있는 것일지?) 받아 먹었습니다. 수백억원을 몰래 받아서 돈뿌리며 대통령 선거하는 짓거리 (당선 되면 무엇으로 대기업들에게 보답하려 했을까~요?) 를 베짱 좋게 부린 까닭은 상대편인 노무현 후보측도 비슷한 짓을 했을 것이기 때문에 만약에 들키면 같이 안고 자폭하려고 협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대통령인 노무현 이 양반이 "나도 돈 먹었지만 한나라당의 1/10 넘게 먹지는 않았다"는 기상천외한 변명과 함께 자폭을 결심하고, 탄핵 소동까지 당해 버리면서, 이회창 후보측이 돈 먹은 사건은 백일하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소위 세풍, 총풍이라고 불리우는 더욱더 추잡한 짓거리(차떼기 보다 더 추잡할 수가 있다니...)도 의혹이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뒷돈을 받은 뒤에 그 돈으로 민주주의를 매수하여 대통령이 되고, 대기업에게 착실히 보답하는 그야말로 부패의 대왕과 같은 구도라고 미친듯한 비난이 들끓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회창 후보는 "이건 전부다 부하들이 한 짓이고 나와는 관계 없다." 로 흘러가게 해서, 그 부하였던 최돈웅, 서정우 등등만 잡혀 들어갔습니다. 이 양반들 중 대다수는 8.15 특별사면 등으로 깔끔하게 사면되어 다시 기어 나왔습니다. 이 양반은 희대의 괴객 이인제에게 당한 양반이면서도 같은 방식으로 이번에 다시 돌아와서, BBK 주가조작이랑 엮이는 게 세상에서 제일 나쁜 짓이고, 한국을 말아먹는 짓이다... 라는 주장을 하면서 한나라당은 이명박을 버리고 나에게 와요~ 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이명박 후보는 눈하나 깜짝안하고 "2001년 당시 BBK 건은 당시 수하였던 김경준이 저지른 사기일 뿐이다"라고 응대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눈은 꽤 많이 깜짝거렸습니다.) 3. 이명박 후보의 인기는 드높았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서울시장 재직 자체만으로도 명성을 얻었고, 대통령의 수도 이전 계획에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상당수 서울-경기 시민들의 환심을 사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시청앞 광장, 청계천 복원, 버스 개편 등의 눈에 뜨이고 매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약을 실천해서 광고판 하나 안세우고도 자기를 광고하는 물건들을 서울에 갖다 발라 놓았습니다. 청계천은 생태계 파괴니, 비용이 많이 드니, 쥐가 생기니 하는 비판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거기 고가도로가 있고 그 밑에서 암거래 시장이 열리고 양아치들이 들끓던 때보다는 모든 면에서 나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청계천을 "더 제대로 복원하자"는 의견은 옳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하면 더 좋았겠지만, 이명박 대신 누가 책임자였으면 지금 이것만큼이라도 했겠냐"는 주장으로 맞받아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후보는 청계천을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버스 개편도 적자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지하철이나 철도도 적자로 운영되는 마당인것과 비교해보면, 피부로 와닿을 만큼 단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명박 후보는 따라서 애초부터 대통령 선거에 최종적으로 후보로 나왔던 모든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을 만한 여론 지지율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격차는 단 한번도 위협받지 않았습니다. 그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쓰레기 버리는 막노동해서 대학 등록금 벌던 빈민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떼돈을 벌었다" 라는 소위 "코리안 드림"의 환상과도 같은 존재여서 막연한 지지자들은 충분했습니다. 이명박 후보를 넘어섰던 지지율을 보여 주었던 사람은 고건 전총리 정도 뿐입니다. 그런데 이 양반은 대통령 선거에 안나오겠다고 해서 안나왔으므로, 논외 였습니다. 대통령 후보 해보겠다는 의사가 있었던 사람들 중에서 이명박 후보에 다가선 사람은 같은 한나라당 당내 경선 경쟁상대였던 박근혜 전대표 뿐이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전대표에게 난타 당했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 최대의 쟁점이었던 BBK 주가 조작건은 바로 박근혜 전대표가 이명박 후보를 때린 주무기였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별로 역공을 취할 건덕지가 없었고, 이명박 후보는 패배의 위기에 따라잡히기 까지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명박 후보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가까스로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박근혜 전대표를 따돌렸습니다. 조직력을 앞세운 정동영이 후보자리를 꿰찬 신당과 달리, 이명박 후보는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외곽 인사였으면서도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후보자리를 꿰찼습니다. 문제가 많이 노출되었지만, "인기"로 넘어선 것입니다. 이명박 당선자가 대뜸 "국민의 힘이 참 위대하다고 느꼈습니다"라고 사탕발림 비슷한 소리를 하는 것에는 나름대로 이런류의 진심이라면 진심 같은 것도 녹아 있습니다. 문제는, 정동영, 이회창 후보가 바로 이 모습을 보고, "어, 땅박이 대단한 줄 알았더니 (대체로 별로 대단찮아 보이는) 공주님께서 BBK로 흔드니까 흔들리네~" 라면서 떡밥을 덥석 문 것입니다. 이회창, 정동영 후보가 목숨걸고 끝까지 매달리던 BBK는, 이미 한나라당 내부 경선에서 이미 한 번 써먹었던 재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한나라당 경선을 관심있게 본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지루한 재탕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BBK 주가조작은 어차피 이명박 후보가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최대한 힘썼던 건수였기 때문에, 도덕적인 책임론 외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없었습니다. 4. 좀 고리타분한 정석으로만 보면, 사실 한나라당이 승리한 것은 우리 대통령 제도의 정석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은 5년 동안 할 수 있고, 한번 하고나면 다시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5년 마다 맥이 뚝뚝 끊기게 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독수리5형제가 대통령하던 5년간은 게시물에 HTML을 쓸수 있게 했지만, 5년지나면서 게렉터가 대통령으로 들어서면 하루아침에 게시물에 HTML이 금지될 수도 있습니다. 5년 이상 지속되는 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려면, 정당 중심으로 정치구도를 짤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나는 대통령을 5년 밖에 못하지만, 다음 5년에는 내가 아니라도 내 당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 나의 정책을 계승해 나가면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으로 누가 면상을 들이미는가 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 당을 계속 이어가면서, 어느 당이 그 색채를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면서, 꾸준히 좋은 정책을 반영시켜 나가는가로 대결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3당합당 이후로, 꾸준하게 지속해온 한나라당에 비해, 신당측은 이런 면에서 극히 지리멸렬했습니다. 구태정치를 청산한다는 명목하에, 옛 죄는 민주당에 떠넘기고 뛰쳐나와 열린우리당으로 쪼개고 나오더니, 손학규를 영입하고 인기 떨어진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이름만 작살나게 거창한 당을 또 만든다고 또 깼습니다. 100년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열린우리당 만들고 3년만에 깨면서, 열린우리당에 붙어 있던 하급 당원, 노무현팬 등등 원래 열렬한 자기편이었던 사람들에게도 괜히 짜증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저떻게 서로 두목 잡아서 대통령 해볼 궁리만 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연초까지만해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끝까지 붙어가는 충신임을 자인하던 유시민 같은 양반마저 대통합민주신당 주력으로 나섰고, 결국 대통령 후보라고 출마대회 하는 판국이었으니, 다른 양반들은 그야말로 가관이었을 것입니다. 과거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당을 유지해가면서 정당의 틀 안에서 개혁을 해 나갔다면, 한나라당에 최소한 대항 정도는 충분히 해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당을 중심으로 지역구 의원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친밀감을 유지하고, 유권자들은 바로 자기가 지역구 의원과 우리 동네 대표에 투표했던 그 당에 투표하게 이끄는 것입니다. 정치적인 "팬심"을 키워야할 텐데, 신당측은 지역선거에서는 민주당에 찍고, 총선거에서는 열우당에 찍고, 대통령선거에는 신당에 찍으라는 식으로 주문을 해왔습니다. 그러니, 한나라당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 조차도 제대로 끌어모으지 못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서울안에 꽤 착실한 지역구 기반을 갖고 있던 추미애 의원 같은 사람을 고생시킨 것은 패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여당이 하나의 정당의 틀을 유지해 나가기만 했었다면 고건 전총리를 영입하거나, 비겁한 수법이지만 하다못해 옛날 DJP를 들먹여 면상 알아보기 편한 김종필 옹을 내세워 거대한척 하는 술수를 쓸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좀 유치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특정 계열에서는 괴력을 발휘하곤 하는 "'슨상님'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덕담 듣고 오기"라는 얍삽이를 쓸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이명박 후보가 느슨한 당내기반을 만회한답시고 전두환 옹 같은 양반 찾아가 인사할 때, 함께 써먹으면 파괴력도 높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반 한나라당" 세력은 이명박을 미워한다거나, 한나라당의 정책을 미워하는 면도 있지만, 사실 근원적으로 그 감상의 바탕은 한나라당이라는 인간들은 옛날 반란군 앞잡이의 잔당들과 그 친구들 아닌가? 하는 짜증에서 오는 면도 매우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한나라당에서 중진 모임할 때 카메라 한 번 쓰윽 지나가면, 사람에 따라서는 "어째서 저런 천하의 역적이 백주대낮에 면상을 들고 다닐 수 있는가?" 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발견을 하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설득력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어보이는 정동영 후보에게 우리 국민이 무려 30%나 지지를 보내 준 것은, 바로 민주주의를 농락한 역적놈들에 대한 분노심의 표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5. 어느 옛 현인의 말처럼, "보수파는 부패 때문에 망하고, 개혁파는 분열 때문에 망한다."라는 말이 대체로 들어 맞는 구도 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앞서, 대통령 선거가 정당 대 정당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정석이라고 말씀은 드렸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번 선거에서는 여권이 단결해도 승리를 보장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정당을 그대로 계승했다고 했을 경우에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 지는 것입니다. 대기업을 지원하면서도 실업률은 높아지고, 햇볕정책을 추진했는데도 핵실험이 벌어지고, 부동산의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집값은 폭등한 그 문제는 작은 것은 아닙니다. 이것을 그대로 덮어 쓰고 선거전을 벌이면, 아무래도 거기에 덜미가 잡힐 위험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명박 후보를 압도하는 명성과 인기를 갖고 있는 대중적인 호소력이 강한 인물(예를 들면, 만두소희)을 내세우지 않는한은 실패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나라를 위해 여권은 일찌감치 정책선거에 모든 것을 걸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동영 후보 측은 이명박만 제거하면, 당장에 내 손에 청와대 대문 열쇠가 들어온다는 환영에 눈이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오직 BBK 딱 한가지만 물고 늘어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승리는 처음부터 장담하기 어려웠는데, "기적이 일어나면, 한방에, 나는야 대통령"이라는 망상에 빠져서 정책 홍보는 커녕, 정책 개발 자체에도 소홀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적은 "안일어나기 때문에" "기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상대방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은 필요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의무와 가능성을 내팽개쳐서는 안됩니다. 신당은 어찌되었건 현재, 원내 제1당입니다. 건실하고 설득력 있는 미래를 제시하면서, 우리나라의 앞날을 설계할 최소한의 책임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대통령이 5년 동안, 반란군 두목들이 20년 30년 들어먹었던 욕보다 더 많은 욕을 들어먹고 앉아 있으면서, 한 일 중에 그나마 잘한 일이 있으면, 그거라도 발굴해서 당당하게 내세웠어야 합니다. 아무 건덕지도 안나오거든, 하다못해 "대통령에 대한 권위주의를 없앴다" 같은 이야기라도 민주주의의 멋이라는 식으로 고상하게 포장해서 내세웠어야 했습니다. 더우기, 승리가 끝까지 처음부터 자명했던 이명박 후보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안한 것은 책임을 저버린 것에 가깝습니다. 정책 비판의 책임을 던져버리고 "BBK로 나는 대통령이 될거야"에 함몰되어 저지른 죄입니다. 이명박식 경기부양책의 문제는 무엇일지,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이명박 후보는 왠갖 친인척들이 온통 기업 사장/회장 들인데 그런 각종 기업에 대한 특혜는 어떻게 감찰해야 하는지, 금산분리는 진짜 완화해야 하는 건지, 여성, 장애인 등 사회약자층에 대한 한나라당 여러명의 거지 같은 예의 범절은 어느 교회에서 기도해야 뜯어 고쳐 질지, 이야기할 것은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동영 후보측은, 인터넷에서 일개 짤방 올리는 백수들도 대운하 공약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었는데도, 다 젖혀 버리고 BBK 하나만 파고 들었습니다. 패배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허망한 승리만을 꿈꾸었을 뿐, 만약에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무엇을 문제로 봐야하고, 어떤 공약만은 절대로 막아야 하는지, 그런 점을 강조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이명박 당선자가 무슨 공약을 추진하면서 이상한 짓을 하든지 간에, 총선 때는 또 BBK 들먹이면서 표달라고 해야할 판입니다. 좋은 정책을 제시하고, 국회를 통해서 그 정책을 계속 전개해서, 비록 대통령 선거에서는 패배한다 하더라도 차근차근 지분을 챙겨나가고, 반대로, 국민들에 대한 폭넓은 홍보를 통해서 이상한 정책은 막을 밑천을 깔아놓았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식으로 정책들로 구심점을 만들어 놓았을 때, 정책에 공감하는, 다른 정파, 지지자들을 규합하기도 좋고, 정책 제안자, 정책 구상자 층을 중심으로 당을 공고히하고, 당을 단단히 유지해 놓기도 좋습니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패망을 향해 치닫고 있는 신당은, 그나마 정석 대로 다시 당을 결집시키는 것이 멸망을 피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정석대로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평이 있는 사람들로 작아도 실속 있는 중심을 꾸리고, 필요하다면, 민주당, 창조한국당을 존중하면서 연합, 통합해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기야, 희대의 괴객 이인제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충청도에서 지역구 의석 한 석 더 잡아올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또 이번에는 또다시 신당으로 흘러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내일/모레 쯤에는 "운하"에 대한 글만 특선으로 올려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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