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글을 써본 것 중에서 최고의 영화들
저는 2007년 1월 2일에 올린, "바바리안 퀸 Barbarian Queen "에 대한 글을 시작으로 올 한 해 동안 영화에 관한 글, 114편을 이곳에 썼습니다. 올해도 지나가는 만큼, 올해 이 곳에 올린 글에 나온 영화를 대상으로 가장 좋은 영화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꼽아보려 합니다.

연기가 좋은 영화, 감독의 재량을 기준으로 연출이 좋은 영화, 연기-연출 이외의 다른 부분이 좋은 영화에 대해서 각각 두 편씩을 선정했고, 올해 개봉된 영화를 뺀 나머지 영화 중에서 좋합적으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영화 한편과, 올해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 중에서 모든 면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영화 한편을 꼽았습니다.

참고로 작년, 작년 연말에 올렸던, "2006년에 글을 써본 것 중에서 최고의 영화들" 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 영화: "선셋대로", "나의 결혼 원정기"
2. 가장 좋은 연출을 보여준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3. 가장 좋은 기술을 보여준 영화: "이창", "장화, 홍련"
4. 올해 게시한 영화 중에서 가장 좋은 영화(올해 개봉작 제외): "까치소리"
5. 2006년의 영화: "스윙걸즈"

올해의 영화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 영화: "살인무도회 (클루 영화판, Clue, 1985)", "여교춘색(女校春色, Whose Baby Is In The Classroom?, 1970)"

http://gerecter.egloos.com/3424258
"살인무도회"는 주요 등장인물인 7명 정도 모두가 사실상 주인공인 영화로, 이들 등장인물들을 연기하고 있는 중견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모두들 자신의 겉모습에 어울리는 외모를 맡아서 흥겹고도 개성적인 코메디 연기를 마음껏 펼치고 있고, 배우들 서로간의 장단도 잘 맞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자체가 그다지 많은 돈을 들이지도 않고, 그다지 거대한 이야기를 펼치지도 않는 아기자기한 규모인데다가, 내용도 연극적인 면이 많은 지라, 더욱 등장인물들의 연기가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http://gerecter.egloos.com/3501464
"여교춘색"은 60년대 홍콩의 간판 배우라 할 수 있는 진후(陳厚)의 탄탄한 기본기를 엿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약간 참신한 소재가 개입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등장인물들은 기본적으로 매우 정형화된 "학교의 성실하고 착한 선생님"인데, 진후는 그런 모습을 그야말로 정통파로 잘 연기해내고 있습니다. 거기에 스며들어 있는 진솔한 코메디 연기들과 차분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은, 꾸며낸 동화같은 이야기라는 느낌 속에서도 등장인물에 믿음을 갖게 해 줍니다. 그야말로 쇼 무대의 "정석 연기"를 보여준 셈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 가장 좋은 연출을 보여준 영화: "특근 (일과 후) After Hours", "몬도 가네 Mondo Cane"

http://gerecter.egloos.com/2923892
"특근"은 각본상의 이야기 자체가 꽤 흥미로운 구석이 있고, 주인공의 연기도 출중한 재미난 영화입니다. 그렇습니다만, 또 그런 요소들이 잘 어울리게 연결해 나간 연출법 자체도 칭송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잘 드러나게 화면을 꾸미고, 편집하고, 이야기의 복선들이 잘 눈에 보이고, 잘 기억나도록 설정해 놓았으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점점 상황이 복잡해져가는 느낌이 잘 전해져 오도록 느리게 흘러가는 부분과 빠르게 흘러가는 부분이 교묘하게 잘 짜여 있습니다. 페기 리의 "Is That All There Is"가 흘러나오는 역설적인 절정부분은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http://gerecter.egloos.com/2943977
"몬도가네"는 연출로 다 때우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의 기괴한 풍물을 보여준다"라는 소재가 매우 강조되는 영화가 "몬도가네"라서, 예전부터 이 영화는 그 괴기스러운 소재가 강조되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풍물소개 TV쇼들을 수없이 볼 수 있는 요즘 다시 보면, 이 영화의 멋은 단연 다양한 연출력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상적인 음악을 화려하게 활용했고, 소개되는 소재의 순서와 배치를 잘 짜놓았으며, 사람들의 표정과 화면에 담기는 광경을 조절해서 아무것도 아닌 장면에서도 묘하게 철학적인 고민을 이끌어 내는등,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단초가 되어 나온 많은 아류작들에 비해 이 영화는 단연 눈에 뜨입니다. "몬도가네"는 좀 과장하자면, 그냥 "이상한 외국 사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출발했건만, 결과적으로, 인류학과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는 감동만발의 영화로 보일 지경입니다.


3. 가장 좋은 기술을 보여준 영화: "황후화 滿城盡帶黃金甲 (황후花, Curse Of The Golden Flower, 황금갑)", "데스페라도 Desperado"

http://gerecter.egloos.com/2965185
"황후화"는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등장인물들과 이상한 결말, 납득하기 어려운 몇몇 인물들의 최후 때문에 좀 김이 새는 영화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역시 화면에 마구 때려 넣은 화려한 물량공세는 상당히 인상적인 것이었습니다. 매우 많은 등장인물과 엄청난 양의 의상을 사용하는 장면들, 거대한 세트들을 이용하는 환상적인 미술들과, 군중장면을 매끄럽게 완성해 내는 일사분란한 지휘에, 과감한 화면을 만들어낼 때 적절하게 가미된 컴퓨터 그래픽 작업 등등은 탄탄한 기술적인 성취를 과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영웅"이나 "야연"을 가뿐 하게 뛰어넘는 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 정도로 충실하게 기술이 준비되어 있다면, 언제인가는 대단한 걸작을 만날 수 있을 듯 하다라는 기대를 하게 해주었습니다.


http://gerecter.egloos.com/3317571
"데스페라도"는 별 "내용도 없이 총만 쏘는 영화"의 한 경지를 보여준 영화로, 무엇보다 음악과 영상의 멋드러진 어울림이 흥겨운 영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는 결코 뮤지컬이 아니면서도, 음악이 총질하는 동작 사이로 매우 아름답게 어우러지며, 이러한 음악이 휘몰아치는 모양이 화면을 꾸미는 과감한 미술적인 시도로 재미나게 표출되고 있습니다. 이상한 황당한 내용이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대로 줄거리의 맛도 있는데다가, 안토니오 반데라스, 셀마 헤이엑의 전형적인 인상이 가장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소품, 편집기술, 음향기술 등등이 충실하게 뒷받침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올해 게시한 영화 중에서 가장 좋은 영화(올해 개봉작 제외):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http://gerecter.egloos.com/3329728
"미지와의 조우"는 한 동안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영화감독이었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작업한 영화 중에 그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영화일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정통파 SF소재를 다루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칫 지루하거나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소재를 감개무량하게 승화시키는 멋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액션 블록버스터 스럽게 이야기를 펼쳐나가지만, 거기에 사람을 들뜨게 하는 신비주의가 녹아 있어서 호기심과 정서적인 고양감을 이끌어내고, 그런 내용이 복선과 특수효과가 어울리면서,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장엄한 이야기로 변해나가버려서, 과연 대단해 보입니다. 표현이 인상적인 대목도 많습니다.역시나, 특수효과 기술의 절정을 보여주면서, 음악, 음향, 미술, 카메라 속임수 등등이 찬란하게 조화되는 대단원 부분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대잔치였다는 평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5. 2007년의 영화: "슛뎀업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Shoot'Em Up)"

http://gerecter.egloos.com/3447047
"슛뎀업"은 어두운 분위기와 신나고 과감한 두들겨 부수기, 거기에 기이한 코메디가 정신없이 얽혀서 재빠르게 펼쳐지는 맛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올해 개봉작으로 지켜 본 영화 중에는 월등한 것이 좀 없었습니다. "향수"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심슨 가족 영화판" 같은 영화도 기억에 남기는 합니다만, 개중에서는 "슛뎀업"을 꼽게 되었습니다.

"슛뎀업"에는 딱히 충직한 일관성은 없지만, 시작 장면 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하는 호기심을 끌 수 있도록 장면 장면이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현실감 없는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개성을 한껏 발휘하는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인상적인 매력을 내뿜고 있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파괴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서 엉뚱하게 과격한 장면을 넣은 부분도 있고,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신나는 전개를 위해서 영화의 여러면을 포기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단점들을 더하고 빼보면, "데스페라도" 같은 영화의 멋을 잘 계승하는 나름대로 충실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by 게렉터 | 2007/12/31 13:19 | 영화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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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엘시캣 at 2007/12/31 13:58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보고싶어하던 것들이 몇개 있네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7/12/31 16:18
2007년 한 해 동안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흰짱구 at 2007/12/31 17:23
한 해 동안 게릭터님글 덕에 며칠에 한번씩 모니터에 눈을 대고 빠져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년도 화이팅!
Commented by 세시아 at 2007/12/31 18:20
이 글이 곽재식님이 엔지니어가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임! 직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 어떻게 3일에 한번 꼴로 영화에 관한 글을, 저 정도 질과 양으로 써 낼 수가 있겠습니까. (영화에 대한 글 뿐이면 말도 안 해..) 가능성은, 1) 프로페셔날 블로거다, 2) 선천적으로 잠을 안 잔다, 3) 곽재식은 한명이 아니다 , 정도군요. ^^고백하세요~

뭐 농담은 그만하고.. (반쯤은 진담이지만..) 내년에도 건필하시고, 좋은 한해 되세요~
Commented by 청수정 at 2007/12/31 18:25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강설 at 2007/12/31 21:16
클루,데스페라도는 저도 재밌게 본 작품이라 리스트에 오른걸 보니 반갑네요.
이게 아마 게렉터님의 올해 마지막 포스팅같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뚱띠이 at 2007/12/31 22:27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7/12/31 22:52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7/12/31 22:56
1. 몬도가네뿐 아니라 몬도가네의 후속작이라고 할수 있는 "굳바이 아프리카" 역시 이런 점에서는 꽤 교훈적이지요. -무려 관광객이 식사가 되는 걸 실제 촬영한 압박이 심한데. 마지막 장면이 헬기에 실려가는 기린을 통해서 "가장 잔인한건 인간이다"라는 결론으로 가버립니다. 아예 동일 제작팀이 만든 걸작 "굳바이 엉클톰"의 경우는 세미 재현 다큐로서 "노예 제도"에 대한 "운동권적" 묘사로 유명하지요. 너무 교훈--적이라서 더 문제이지만 충분히 엽기적이기도 합니다.

몬도가네는 마봉춘. 굳바이 엉클톰은 무려 kbs 방영까지 한게 압박이지요
Commented by nuordr at 2008/01/02 16:33
after hours 좀 짜증나는 구석은 있어도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맛이 있죠...
Commented by 심리 at 2008/01/03 03:26
작년 한 해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재미있습니다. 올해도 기대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즐거운 블로그 생활 되시고 하시는 일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평소에 영화를 그리 많이 못 보는 편인데도 제가 본 작품들이 여럿 올라와있어서 더 반갑네요. ^_^ 재미있는 작품이 많군요.
Commented by 무명씨 at 2008/01/03 05:52
데스페라도의 원작(?)인 엘마리아치는 보셨나요? 물론 저예산 데뷔작이라 좀 허접해 보이긴 하지만 데스페라도 보다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처음 봤을때 정말 충격이었죠.
Commented by 게렉터 at 2008/01/03 20:12
모두 이렇게 응원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엘 마리아치 는 ¨작은 데스페라도¨ 인 셈인데, 사실 많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엘 마리아치에 붙어 나오는 ¨10분간의 영화 학교¨를 최고로 좋아하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Commented by EST_ at 2008/01/05 22:30
<데스페라도>는 별 생각없이 빌려봤다가 당시 작업실 식구들이 거의 실신하다시피 즐거워했던 영화라 기억이 새롭군요.
(담배가 떨어진 상태에서 '영화 보고 사오지 뭐' 하다 중간 부분-대니 트레조가 연기했던 십자 표창을 던지는 킬러를 해치우고 엘 마리아치가 실신하는 장면-에서
잠시 비디오를 멈춰두고 부리나케 사온 담배를 피우면서 흥분을 한번 식힌 연후에 정말 즐겁게 봤더랬습니다. 마지막에 기타 버리고 가는 장면을 보고 농담처럼
'저러다 또 가지러 오는 거 아냐?'라고 했는데 차가 후진하는 걸 보면서 다들 뒤집어졌었죠) 늦었습니다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TV시리즈 음악 포스팅은 참 좋았습니다^^
Commented by 바다거북 at 2008/01/12 12:53
안녕하세요. 특히 "살인무도회"는 재밌어 보이네요? 혹시 이 작품이 dvd로 나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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