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야 배 모양 토기) 신라가 거서간을 모시던 무렵에, 가야의 의부(意富) 땅에는 도노아아라사등(都怒我阿羅斯等) 이라는 이름의 젊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어느날 갑자기 집에서 없어져 버렸다. 그리하여, 그의 벗들과 가족들이 사방으로 소식을 물어보며, 그를 찾아 다녔다. 그러나 도무지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침내, 사람들은 그가 산에서 길을 잃어 깊은 구렁에 빠졌거나, 혹은 호랑이나 곰의 밥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거나, 또는 싸움터에 잘못 휩쓸려, 이리저리 끌려다니던 끝에 멀리 고구려나 부여로 끌려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없어진지 3년이 지났다. 그런데, 어느날 또 갑자기 그가 다시 가야의 의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기뻐하며 그를 맞이했고, 그의 벗과 가족들이 모두 반가워 하였다. 돌아온 도노아아라사등은 많은 보물과 진귀한 물건들을 가득 갖고 있었다. 또한 융숭한 대접을 받은 듯 매우 건강해 보였다. 그랬으므로, 사람들이 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다가 왔는지 매우 궁금해 하였다. 그러자, 도노아아라사등은 수십 항아리의 술을 사와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는, 모두 모여 앉았을 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바닷가에 가면 수없이 많은 자갈이며 돌멩이가 널려 있소. 그런데, 내가 겪은 일은, 겨우 그런 돌멩이 하나로 시작되는 일이오. 지금도 생생하여, 꼭 어제밤 꿈처럼 분명히 떠오르는 3년전이었소. 나는 가슴이 답답하고, 또한 문득 세상만사에 회한을 느끼어, 바닷가를 걷고 있었소. 그날 따람 바람이 차고 또한, 파도가 크게 부서지므로, 나는 파도 소리에 맞추어 목노아 한 번 울어나 볼까 생각하고 있었소. 그리하여, 나는 파도가 세차게 부딛히는 절벽을 찾고, 그늘져서 아늑한 터를 잦아 자리를 잡고 앉았소. 그런데, 앉은자리 바로 곁에 돌멩이가 하나 있었소. 처음에는, 언제 어디서 누가 땅에 앉든지 볼 수 있는 여느 돌멩이와 다를바 없는 돌멩이인 듯 하였소. 그런데, 돌멩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돌멩이의 모양이 마치, 사람과 같았소. 그것도 또한 17세 정도 되어 보이는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소. 파도 소리며, 멀리서 들리는 갈매기 소리에, 가슴이 뭉클한 가운데, 그 돌멩이를 주워 들고 보고 있노라니, 돌멩이는 보면 볼수록 생생하게 조각되어 마치 교묘한 솜씨로 빚은 인형과 같아 보이는 듯 하였소. 계속 보고 있자니, 돌멩이의 여자 모양은 머리칼이 흩날리는 듯도 하였고, 또한 표정이 있어, 웃는 듯, 우는 듯 보이기도 하였소. 흙먼지가 묻고 거칠어 빛도 없고 색도 없는 돌멩이 위에, 똑똑히 사랑스러운 얼굴이 떠오르는 듯 하였으니, 나는 그만, 천가지 생각, 만가지 마음에 눈물이 흘렀소. 돌멩이를 들고 반나절, 한나절을 그렇게 앉아 있었으니, 제 정신은 아니었소. 마침내 저녁 무렵이 되자, 나는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소. 그런데, 꿈인지 생시인지, 그 돌멩이의 여자가, 산 사람으로 화하였소. 그 여자는 내 목을 끌어안고 옆 자리에 누워 지냈으니, 그 따스한 숨결이 귓가에 닿는 듯 하였소. 또 세찬 비바람 먹구름이 걷히고 흰 햇빛이 처음으로 내려 쪼일 때와 같이 그 얼굴 모습이 내 눈앞에 드리웠으니, 가슴에 그 모습이 남기가 마치 진흙판에 쇠칼로 새기는 듯 하였소. 이 여자가 무어라 말을 하는 듯도 하고, 혹은 간곡히 나를 부르는 듯도 하였으나, 그만 세찬 바람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자는 온데 간데 없고, 그저 돌멩이 하나 뿐이었소. 나는 마치 돌멩이로 아내를 삼은 듯 하여, 정신이 멍하고, 또 안타까운 마음에 심장이 뚫리는 듯 하였소. 그러나, 바람결, 잠결에 당황하여 비틀거리다가, 그만 그 돌멩이를 절벽 아래 바닷물속으로 떨어뜨리고 말았소. 나는, 안타깝고 또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하였소. 나는 그 돌멩이가 정말로 사람으로 화하였는지, 혹은 정말로 그만큼 사랑스럽게 선명한 여자의 모습이었는지 궁금하였소. 한편으로는 나는 그냥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두고 내가 혼자 꿈결에 헛생각을 한 것은 아닌지 몹시 의심스럽기도 했소. 그래서 나는 꼭 한번 분명히 돌을 다시 찾아 확인하고 싶었소. 두눈으로 똑똑히 돌을 다시 보고 나면, 그제야 나는 분명히 마음을 먹고 정신을 차려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소. 그래서, 나는 이미 물속에 빠진 돌을 다시 꼭 한 번만 더 보고 싶었소. 마침내 나는 조각배 한 척을 끌고 와서, 저녁 무렵에 절벽 아래로 빙 돌아 노를 저어 왔소. 그리고, 절벽 아래에 배를 대고, 배 아래 물 속으로 뛰어 들어 돌을 찾으려 했소. 그러나, 바다 밑에 들어가 보니 온통 수만 수억의 돌멩이가 바다를 따라 끝없이 널려 있을 뿐이었소. 매가 푸른 하늘 천만리 꼭대기에 날아 올라, 세상 풀섶 마다 다람쥐가 있나 없나 본다하였으니, 바로 그와 다를 바 없었소. 나는 다시 탄식하였으나, 숨이 차서 물밖으로 나왔소. 그렇게, 물속에 들어갔다, 물밖에 나왔다를 수십번 하며, 돌멩이를 찾다보니, 어느새 밤이 저물고 말았소. 하늘에는 두둥실 달이 떠서, 검은 바닷물에 달빛만 어리고 있었으니, 그 이상 물속에서 돌을 찾을 수는 없었소. 나는, 마지막으로 뒤져 손에 넣은 돌을 하나 들고 배 위에 올라와 누웠소. 달빛만 있을 뿐 어두워 돌멩이의 모습을 잘 볼 수가 없었소. 또한, 바닷물 속에서 뒤지고 엎어 주운 돌멩이가 내가 낮에 본 그 여자인지 아닌지 알 수도 없었소. 그런즉, 나는 대체 하룻동안 무슨 부질없는 짓을 한 것인가 싶어,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돌멩이를 양손에 붙잡고 배 위에서 밤하늘의 바다 별을 보았소.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하여, 파도가 배를 밀기 시작했소. 절벽 앞은 본시 배가 가서는 안되는 곳이요, 나또한 어두운 밤에 앞뒤를 잘 밝힐 수 없어서,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소. 마침내, 배는 천천히 움직여 먼 바다로 나아가고 있었소. 그제야, 나는, 돌멩이 하나에 혼자 마음이 동하여, 물속에서 길을 잃었음을 깨달았소. 나는 생각하기를, '돌 하나에 마음이 동하여 목숨을 잃겠으니, 나야말로, 삼한제일의 바보로구나.' 하여, 얼마나 후회스러웠는지 모르오. 마침내, 바람이 거세져서 배를 집어 삼킬듯 움직여, 끊임없이 배를 밀었으므로, 나는 얼마나 울고, 또 얼마나 비웃었는지 모르오. 끝도 없이 바닷물이 얼굴위에 쏟아지고, 온몸을 뒤흔들었으므로, 나는 노를 많이 젓지 않았음에도 기운이 빠졌소. 그렇게 기진맥진하여 누워 있어, 돌멩이를 붙들고 있었으므로, 나는 대체 얼머나 긴 시간 동안 떠내려 갔는지 모르겠소. 그런데, 그렇게 파도 위에 누워, 비틀거리고 있는 사이에, 나는 정신을 잃고, 또 깨기도 했소. 그러면서 생각이 아득해져 꿈꾸듯 보니, 그 와중에 또다시 돌멩이가 여자로 화하였소. 그 여자는 내 곁에 누워 있었소. 그리하여, 그 여자는 웃고 떠들고 껴안고 쓰다듬었소. 우습고 또 어리석은 이야기라 하겠소만, 나는 그때 곧 물에 빠져 죽어 고기밥이 될지도 몰랐건만, 평생에 이와 같이 기쁜 때가 또 있겠는가 생각하였소. 그러나, 한참을 그렇게 흘러간 끝에, 나는 곧 어느 섬에 닿았으니, '육지로 구나.' 하고 생각하여,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자는 온데간데 없고, 형체를 알 수 없는 돌멩이만 하나 조각배 위에 굴러다니고 있을 뿐이었소. 그리하여 나는, 운수가 곱지는 않은지, 꿈도 깨었으며, 또한 목숨도 건지게 되었소. 배가 닿은 곳은 마침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는데, 사람들의 행색을 보아하니, 왜국(倭國)섬인듯 하였소. 어리둥절 해 있는데, 사람 몇이 나타났소. 나타난 사람들은 병졸인 듯 저마다 몽둥이를 한 손에 들고 있었소. 병졸들이 묻기를, '공은 어디에서 온 누구입니까?' 하였으니, 나는 답하지 않고, 다시 묻기를, '여기는 어디요?' 라 하였더니, 그들이 답하기로, '이곳은 사반포(笥飯浦) 라는 곳입니다.' 하였소. 내가 어디서 무엇때문에, 왜국까지 왔는지,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었으므로, 병졸들은 서로 쳐다보며 이야기 하더니, '공은 보통 사람이 아닌 듯 하니, 우리 임금님을 뵙고 자세한 이야기를 올려야 할 것입니다.' 하였소. 그리하여, 나는 병졸들과 함께, 왜국의 임금을 만나러 가게 되었소. 왜국의 임금은 나를 보더니, '내가 이 땅 밖에도 넓은 땅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산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이렇듯 바다 밖의 사람을 본 것은 처음이다. 또한, 조상 대대로 왜국 임금된 사람에게 바다 밖의 사람이 찾아온 적이 지금껏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공을 보니 몹시 신기하다.' 하였소. 왜국 임금의 주위에 있는 자들도 왜국섬 밖의 사람을 처음 본 듯 하여, 몹시 신기해 하며, 저마다 모두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소. 왜국 임금이 다시 또 묻기로, '공은 무엇을 갖고 있소?' 했는데, 나는 애초에 갖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았거니와, 몇 푼어치 갖고 있는 물건 마저 파도와 바람을 만나 물에 빠뜨리고 그나마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소. 그런데 내 스스로를 보니, 나는 그때까지도, 한 손에 그 돌멩이를 꼭 쥐고 있었소. 나는, 속으로 돌멩이를 보면서, 기가 차다는 생각에 잠시 한숨을 쉬고 답하였소.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며, 다만 갖고 있는 것은 이 돌멩이 뿐입니다. 부끄럽게도 바닷가에서 돌멩이를 보았는데, 마치 돌멩이가 여자와 같이 보이는지라, 세찬 파도, 큰 바람 앞에서도 붙들고 있다가, 그만 풍랑에 휩쓸려 이곳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그랬더니, 왜국 임금은 매우 신기해 하였소. '그렇다면, 저 돌멩이는 또다시 능히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을지 모르는 것 아닌가? 사람으로 변하는 돌이라니, 이것은 필시 영험한 귀신의 조화다.' 이에, 왜국섬 사람들은, '마땅히 이 돌멩이 귀신을 섬기고 제사를 지내어, 받을어야 할 것입니다.' 라고 하더니, 그 돌멩이를 받들어 귀중하게 모셔 갔소. 그리고, 돌멩이를 좋은 자리에 두고, 무당집을 만들어, 돌멩이 귀신을 받들여 섬겼소. 왜국섬 사람들이 말하기로, 돌멩이를 모시는 곳을 비매어증사(比賣語曾社)라고 하였소. 왜국 임금이 다시 물었소. '공은 천한 사람인가, 귀한 사람인가? 혹은 보물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인가, 배가 고파 쥐를 잡아 주림을 달래야 하는 사람인가?' 나는 가만히, 주위 사람을 살펴 보고, 또 왜국 임금의 표정을 가만 바라다 보았소. 마침내 정황을 살피고 나는 답하였소. '나는 가야 사람으로, 의부라는 지역에서는 왕자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랬더니, 왜국 임금이 좋아하며, 좌우를 둘러보고 말하기로, '누대로 임금이 내려온 끝에, 이제 처음으로 왜국섬 밖의 사람을 만났고, 또한 이 사람이 나에게 신통한 돌멩이를 가져와 사람들이 돌멩이 귀신도 섬기게 해 주었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이제, 이 사람을 사반포에서 편히 살 수 있게 하라.' 하였소. 그리하여, 나는 왜국섬 사반포에서 집과 땅을 얻고, 또한 노비와 부인들을 얻어 살게 되었소. 무엇하나 모자란 것 없이, 잘 입고, 잘 먹었소. 또한, 내가 가져온 돌멩이를 사람들이 모두 열심히 섬기고, 시절이 찾아 올 때마다, 그 앞에서 제사를 지내고, 음식과 술을 바쳐 노래하고 춤추면서 굿을 했소. 그래서, 왜국섬 사람들 사이에 나는 가야에서 온 사람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소. 임금에서부터, 노비까지, 널리 내 이야기가 오갔소. 그리한즉, 마침내, 왜국섬 사람들은 왜국섬 바깥의 나라를 가리켜 모두 "가야"라고 하게 되었소. 그것은, 왜국섬 바깥에서 그들의 임금을 찾아온 사람으로 내가 처음이기 때문이었소. 그렇게 나는 3년을 살았소. 먹고 살 걱정이 없었으며, 또한 사람들은 모두 나를 존경하고, 부인들 또한 나를 사랑하니, 나는 가야에서 살면서 고민하고 괴로워 하던 것이 아득한 옛일 같았소. 그런데, 그렇게 편히 살다보니, 또한 고향이 그립고, 가족과 벗들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소. 마침내, 나는 왜국섬에 모든 것을 다 남겨 두고, 다시 가야로 돌아오기로 마음 먹었소. 나는 왜국 임금을 찾아가 부탁했소. '이제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왜국 임금은 그렇게 하라고 하고는 말하기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공의 이야기가 퍼지고, 또 공이 가져온 돌멩이 귀신을 무당집에서 귀하게 여기고 있다. 또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제는 왜국섬 바깥의 나라는 모조리 다 가야 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니, 그대가 돌아가거든 그대의 고향은 내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미마(彌摩)라 불리우게 하라. 그리하여, 우리가 외국을 가야라 하는 것처럼, 그대가 처음 왜국섬에 와서 임금을 만난것을 기려, 내 아버지 이름인 미마를 퍼뜨려 준다면, 그 또한 아름다운 일 아니겠는가.' 하기에, 나는 그러겠다고 했소. 그리하여, 왜국섬을 떠나 다시 파도를 해치고, 돌아와 보니, 과연 꼭 3년만이오. 지난날, 가슴이 답답하여 돌멩이를 붙들고 울던 날과, 다른 나라에서 왕후장상으로 받들어져 살던 날들이 마치, 큰 파도가 바위에 부딛혀 흩어지는 것 처럼 잠깐인 듯 하오."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 하였다. 듣던 사람 중 하나가 감탄 하여 말하기로, "바다 건너 다른 나라까지 멀리 떠내려가 살아났으며, 또 그 나라의 임금을 만나며, 또한 그 나라에 가야의 이름을 온통 퍼뜨렸으며, 그렇게 하기를 3년만에 다시 부유한 모습으로 돌아오니, 이것이 모두 오직 돌멩이 하나로 비롯한 일이었다. 어찌 기이하지 않다 하겠는가?" 했다. 그랬더니, 믿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므로, 도노아아라사등이 가지고 온 붉은 천을 하나 꺼내 보여 주었다. "이 천은, 왜국섬의 것으로, 그 곳의 임금이 나에게 선물로 준 것이네." 하였다. 그리고 보니, 붉은 천이 과연 흔한 물건은 아닌 듯 하여, 사람들이 보통 쓰는 천과는 달라 보였다. 어떤 사람이 또 물었다. "비록 공께서, 어느 여인을 그리워 하였는지는 알지못하고, 또 어떤 심경으로 돌멩이를 붙들고 눈물을 흘렸는지는 알지 못하나, 또한, 덕분에 이웃나라에서 온통 널리 이름을 떨치고, 호의호식하다가, 이상한 다른나라의 물건까지 얻어 돌아오셨으니, 이또한 큰 복이 아닙니까?" 하였다. 그러자, 답하였다. "팔십 평생을 걸인으로 빌어먹으며 살다가, 죽기 하루 전에 아홉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이 되어 하루를 살고 죽은 노인이 있었소. 다 늙은 몸에 만국이 엎드려 충성한다하나, 평생을 진흙구덩이에 엎드려 누더기를 입고 흙먼지를 씹으며 산 것이오. 어찌, 그 노인이 아홉나라를 다스린다한들, 젊은 날 벗을 만나 세상을 유람하고, 또한 처자식을 얻어, 때때로 노래하고 춤을 추며 사는 것과 비할 수 있겠소? 임금으로 만국의 모든 황금을 바쳐 구하려 한들, 젊은 때를 다시 얻을 수 있겠소? 옛일을 돌아보건데, 나의 심정도 그와 같소." 이후, 소문은 멀리 퍼져서, 나중에는 신라 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신라의 병졸들이 자세히 살펴 볼 것이 있다하여, 도노아아라사등이 선물 받아온 그 붉은 천을 가져 갔다. 이후, 그 붉은 천은 어디 있는지 행방을 모르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왜국섬에는 돌멩이 귀신을 모시는 무당집이 남아 있고, 사람들이 가 보니, 과연 왜국 임금은 매양 외국사람을 볼때마다 "가야 사람"이라고 하였다. 후에 어떤 뱃사람이 왜국섬으로 가면서, 도노아아라사등에게 다시 한 번 그 돌멩이를 보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 뱃사람은 왜국섬에 있는 돌멩이 귀신 무당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하였다. 도노아아라사등은 그 이야기를 듣고,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원본 출전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 *5. 도노아아라사등 이 이야기는 "화한삼재도회"에 정리되어 있는 이야기를 골자로 하여, "이칭일본전"을 비롯한 일본의 여러 문헌의 같은 사건들을 일부 취합하여 줄거리로 삼았습니다. 다만 원래의 줄거리에서는 돌멩이가 여자로 변했다고 단정하고 있고, 또 도노아아라사등이 왕자라고 명확히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내용을 부정하지 않는 선에서 현실성을 높이도록 이야기를 꾸몄습니다. 가야에서 왕(王)이라는 이름을 쓴 것은 우리측 기록에 따르면, 금관가야 건국인 서기 42년이고, 대가야의 건국에 관한 이야기도 서기 전후 무렵으로 되어 있습니다. 또 일본에서 한자로 나라 일을 기록한 것이 3,4 세기 무렵부터이므로, 기원전 30년 무렵으로 기록되어 있는 위 이야기에서 "왕자"라고 하는 것은, 한자 그대로 정확히 "왕(王)"의 "아들(子)"이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어떤 존귀한 신분이라는 뜻으로 쓴 말일 것입니다. 학설에 따라서는, 다른 기록에 "아리사등(阿利斯等)"이라는 매우 비슷한 이름이 보이므로, "도노아아라사등"이라는 이름에서는 "도노아"까지가 관직이나 존칭이고, "아라사등"이 실제 이름이라는 설도 돌고 있습니다. 한편, 화한삼재도회에서는 나라이름으로 "가라(加羅)"를 사용하고 있는데, "의부가라" 라는 명칭을 정확히 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에서 친숙하게 통용되는 호칭대로 가야로 썼습니다. "의부 가야"라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대가야"를 일컫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설이 있습니다. 가야 사람 도노아아라사등이 등장하는 기록으로 "일본서기"의 기록도 있는데, 이 내용은 조금 더 현실적이면서 내용이 또 약간 다릅니다. 이와 같이, 가야 사람이 일본에 왔다간 이야기는 여러가지 판본이 있고, 내용과 구체적인 사항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위에 소개된 이야기와 다른 부분들은 또다른 자료와 합쳐서 또하나의 다른 이야기로 분할 하여, 차후에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신라기이 외국편" http://gerecter.egloos.com/3660215 에 포함된 5회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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