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찌마와 Lee 영화

홍콩 무술 영화들은 60년대초까지만해도, 일본 무술 영화들의 칼싸움 장면들을 적극적으로 모방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칼싸움 장면 자체도, 일본 영화 용어 그대로, "殺陣" 이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이것은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대적해 싸우는 장면을 주로 일컬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20세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말이고, 그 전의 가부키 공연에서는 "다치마와리(立回り)" 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가부키 공연에서는 싸움 장면, 특히 한 사람을 여러 사람이 둘러치고, 빙빙 돌면서 눈치보다가 덥쳐서 칼질하는 장면을 "다치마와리"라고 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다치마와리 장면 분위기)

현재 우리 정부의 모 고관은 꼭 한국의 정책을 말하는 자리에서도, "비즈니스 프렌들리" 라는 표현을 쓰는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정책은 "동사무소"를 "주민 센터" 라고 고치면서, 뭔가 더 발전했다고 스스로 자랑스러워합니다. 그와 비슷하게, 한국 영화판, 방송 작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어, 특히 일본 속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국내 최고를 자처하는 영화 잡지에 요즘도 감독이 영화 데뷔 하는 것을 가리켜 "잇뽕한다" 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잇뽕"이라는 발음은 왠지 마음에 안드는지, 정체 불명의 표현인 "입봉"이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일본 게이샤 중에서, 처음 기생집에 팔려온 사람이, 기생어미의 교육과 선배 보조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정도로 경험을 쌓게 되면, 한 사람치 값을 하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잇뽕"(一本) 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이것이 속어, 은어로 돌면서, 어떤 분야에서 견습 과정, 초보 수련을 넘어서서, 한 사람치 일을 하게 되는 수준에 오르는 사람을, 게이샤의 경력을 따지는 말을 가져와서 "잇뽕"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현재 일본어 사전에도 이런 의미가 실려 있습니다. 한국 영화판에서 감독이 자기 이름을 건 영화를 내고 나면, 이것을 게이샤 평가하던 은밀한 말로, 속되게 말하기를, "잇뽕 했다"라고 하던 것인데, 요즘에는 몇몇 기자, 작가들 때문에 이 "잇뽕"이라는 말이, "입봉"이라는 알 수 없는 표현이 되어 꼭 공식적인 용어인것처럼 자꾸 퍼뜨리려는 듯한 분위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뭔가 있어 보이는 알 수 없는 폼잡이)

"다치마와리"도 비슷한 뒷 이야기를 갖고 있는 말입니다. 원래 가부키 공연에서 쓰이는 말을 계기로 널리 퍼지게 된 것인데, 한국에서는 변형되어서 "다찌마리"라고도 불리우게 되었습니다. "잇뽕"도 마찬가지지만, "다치마와리" 역시 옛날 깡패, 양아치들 사이에서도 종종 쓰이던 말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찌마리"는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둘러치고 싸움판을 벌이는 것을 이르러, "다찌마리 친다", "다찌마리 때린다" 라는 식으로 쓰이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판에서는 때문에 극히 최근까지도, 활극에서 그 싸움 장면을 "다찌마리"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2000년에 류승완이 감독을 맡아 만든 35분짜리 영화, "다찌마와 리(다찌마와 Lee)"는, 이 "다찌마와리"라는 영화판/깡패 속어를, "이(Lee)"씨 성을 가진 사람 이름처럼 꾸며서 제목으로 붙인 영화입니다.


(옛날 영화 포스터처럼 꾸민, "다찌마와 리" 포스터)

당연하게도 "다찌마와 리"는 70 년대를 전후한 한국 깡패 영화들의 엉성한 점을 전면에 내세워 웃기려고 한 영화 입니다. 그 무렵에 나온 "김두한"이나 "용팔이"를 내세운 이런 영화들은 대단하고 엄청난 영화처럼 갖은 문구로 꾸며서, 뭉클한 감성과, 제임스 본드 영화 같은 화려함, 눈부신 무예가 넘실 거릴 것 같이 선전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표절과 모방으로 가득찬 영화들이 대다수인가하면, 그나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조잡한 영화들도 많았던 것입니다.

이 영화 "다찌마와 리"는 그런 옛날 한국 깡패 영화 중에서, 그 중에서도 좀 재미있고, 인기 있는 것들을 일단 발판으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의 장점과 멋진 부분을 끌어 모으는 대신에, 그런 영화들의 이상한 부분, 해괴한 부분, 엉성한 부분, 어색한 내용 만 분석해 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한데 합쳐서 웃기고 즐겁고, 그리고 그런 옛날 영화의 복고풍 분위기가 팍팍 나도록 꾸몄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식으로 한국 옛날 영화의 괴이한 특성을 우스꽝스럽게 포착하는데 훌륭한 솜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빵집에서 빵과 사이다 먹으며 데이트)

이렇게 옛날 영화의 특이한 점을 포착해서,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만들어 내는 영화들은 80년대 미국에서 상당히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1987년작인 "달 표면의 여전사들 Amazon Women on the Moon" 은 심야 케이블 TV 방송에서 볼 수 있는 흘러간 옛 영화의 조잡한 일면들을 포착해서 코메디로 꾸몄고, 1989년작인 "화성에서 온 랍스터 인간 Lobster Man from Mars" 은 고전 중저예산 SF 영화의 엉성한 면면들을 포착했습니다.

"다찌마와 리"처럼 순수하게 코메디 소재로 활용하는 것 외에 좀 다른 방향도 있습니다. 공포영화들은 써먹었던 재료를 여러 가지로 변주하는 와중에, 흘러간 옛 영화 소재와 분위기를 활용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어본다면, 80년대에 50년대 공포만화 분위기를 응용했던, "크립쇼 Creepshow" 시리즈도 있고, 80년대 말에 나온 TV극인 "납골당의 공포 Tales from the Crypt" 이야기들도 같은 계열 입니다. 이런 복고 분위기의 엉뚱한 점을 살짝살짝 응용하면서, 단지 우스꽝스러운 영화에 그칠 뿐 아니라, 멋지고 그럴듯한 영화를 만드는 경우도 많아서, "씬 시티 Sin City", "킬 빌 Kill Bill", 최근의 "데쓰 프루프 Death Proof" 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화성에서 온 랍스터 인간, 포스터)

"다찌마와 리"에는 옛날 한국 영화들의 조잡하고 괴상한 면면들이, 줄거리, 기술, 고유명사 등등에 여러가지로 층층히 끼어 있습니다. 일단 다찌마와 리는, 몇가지 싸움 장면과 "감동적인 장면"을 버무리기 위해 대강 지어낸 전형적인 급조 줄거리를 뼈대로 하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아가씨들이 불량배들에게 당할 위기에 놓이자, 정의의 주인공이 등장해서 갑자기 두들겨 패주고, 분노심 생길만한 장면, 슬픈 장면, 아슬아슬한 장면, 낭만적인 장면 등등으로 넘어가기위해, 사용하는 각종 성의없는 줄거리 짜는 방법들이 다 튀어 나오고 있습니다.

갈등관계 뿐 아니라, 인물 설정이나 배경 또한 옛 영화에서 엉성해 보였던 점들을 뽑아내 가져오고 있습니다. 일제시대인지, 현대인지, 구한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현장감이나 실감나는 느낌이 팍팍 줄어버리는 정체 불명의 시대적 배경도 웃음을 돋구기 위해 이식되어 있습니다. 또, 싸움 장면을 만들기 위해 동네 공터, 길거리, 동네 뒷산, 민속촌 등지를 아무 이유 없이 왔다갔다 하며 진행되는 공간 이동 또한 그대로 보입니다.

"다찌마와 리"에는 제대로된 복선도, 단서도 없이, 아무렇게나 갑자기 확 뒤집히는 바람에 가히 납득을 할 수 없을 정도인 이상한 반전 아닌 반전도 들어 있습니다. 이렇게 막판쯤에 인물 비중이 확 달라지고, "숨겨둔 정체"가 드러나면서 확 내용이 뒤집혀 버리는 엉뚱한 장면들은, 영화 찍다가 제작비 다 떨어져서 급하게 마무리 짓거나, 검열로 잘린 장면을 때워 메우다가 해괴하게 땜질 되어 버린 옛 한국영화에서 상당히 자주 눈에 뜨이는 것이었습니다. 꽤 잘 만든 영화라 할 지라도 이런 면에서 헛점을 갖고 있는 경우는 무척 잦았습니다. 이 영화 "다찌마와 리"에서도 과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헛웃음이 터질만한 장난 같지도 않은 반전이 하나 터져옵니다.


(이상한 시대 배경, 납득할 수 없는 공간 배경)

무엇보다, 이 영화 각본에 들어 있는 가장 화려한 재미거리는, 기막힌 영화의 대사들입니다. 망한 옛날 영화들 중에는 "'명대사'를 나오게 해야 한다"라는 일념에만 불탄 나머지, 아무 현실감도 없고,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대사를, 아주 길고 중후하고 화려한 수식어구를 달아서 장황한 문어체 대사로 끝없이 읊어대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어림없는 양식화된 현실감 없는 시적인 대사들을 잘 끌어다 붙여서, 확실한 웃음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어서 그 더러운 손을 순결한 몸에서 떼어내지 못해!"

처럼 단순히 문어체 어법을 사용해서, 웃기고 넘어가는 것이 있는 가 하면,

"버얼건 대낮에 아이들이 보아서는 안될 짓을 일삼는 한심한 녀석들-"

같은 대사 처럼, 후시 녹음의 과장된 성우 연기 어조와 어우러질 때 그 조잡함의 진가가 더욱 잘 드러나는 대사들도 있습니다.

"어쩜 서울 사람들은 저런 곳에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난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럼증이 나는걸?"

이런 대사는 현실감이 없는 극도로 평면적이고 단순한 인물을 상정해서, 그 표현마저도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해버리는 조악한 구성을 보여줘서 웃기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이런 영화의 목표를 잘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효과는 꽤 좋습니다.


(여자 등장인물들의 모습. 유리창에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 비쳐 보입니다)

특히 이 영화의 주인공인, "다찌마와 리" 역을 맡은, "임원희"는 매우 훌륭합니다. 이런 여러가지 이상한 대사들을 코메디로 시원시원하게 승화시킵니다. 막판 쯔음에 나오는 "하얀 까마귀" 운운하는 부분의 일장 연설은, 하나의 훌륭한 만담 장면으로도 바꿀 수 있을 정도 입니다.

옛날 장동휘나 김희라 계보의 배우들이 잘 하던 "선이 굵은" 표정을 억지로 잘 흉내내곤 하는 임원희의 얼굴과, 그에 어울리지 않게 작은 키는, 코메디언으로서 튼튼한 바탕입니다. 거기에 발음이 선명하고 중후한 목소리를 잘 내는 발성이 이 영화의 흘러간 후시녹음 분위기에도 더할 나위 없습니다. 그 외에 이 영화의 중요한 전환점들을 차지하고 있는 싸움 장면도 나름대로 열심히 소화하고 있고, 몸동작과 표정으로 때워 웃기는 "개인기" 실력도 뛰어납니다. 특히, 인구에 회자된, "거칠고 야성적으로 빵을 뜯어 먹는 것으로 멋부리는" 장면에서는 다른 사람이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의 개성을 마음껏 뽑냅니다.


(천하제일 임원희)

이 영화의 등장인물 이름이나, 대사 속에는 틈틈히 옛날 한국 영화에 대한 소재들이 들어 있기도 합니다. 제목이자, 주인공 이름인, "다찌마와 리"부터가 그렇고, 여자 등장 인물 두 명의 이름이 "화녀"와 "충녀"로 되어 있는 것도 김기영이 감독을 맡았던 옛 흥행작 영화들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 외의 등장인물들이나, 지나가는 말 몇마디, 가게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 등등에도 이런 것들은 잘 들어 있습니다. 그 효과는 나쁘지 않아서, 보다보면 반갑기도 하고, 또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흘러지나간다하더라도, 이 영화 특유의 흘러간 옛날 분위기 조성에도 대체로 도움이 되어 줍니다.

"다찌마와 리"에는 옛날 영화 특유의 연출이나 기술적인 면을 소재로 삼은 것도 있습니다. 격투하는 방식이나 웃긴 장면을 집어 넣는 연출 방법을 고전적인 방법 그대로 가져온 부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싸움하는 사람이 카메라를 상대로 주먹을 내지르는 장면이 들어가 있는데, 이런 장면은 한 때 자주 쓰이던 것입니다. 관객들의 얼굴을 향해 등장인물이 주먹을 날리는 느낌이 나라고 쓰는 장면인데, 아주 엉성하게 남용되어서 한심하고 초라해 보이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부러 50년대 만화책 분위기로 꾸민 영화, 크립쇼 시리즈 포스터)

그러고보면, 이 영화에서 아쉬운 부분은 여러 화면 구성 방식과 화면 색감입니다. 이 영화는 전체적인 내용이 이렇게 웃긴 복고풍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사실, 화면 구성, 미술적인 구도는 한국 영화 복고풍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영화의 영상은 화면의 밝기와 대조가 왜곡되어 있고, 구도는 의식적으로 과장된 것을 주로 택하고 있습니다. 반쯤 기울어진 시점으로 화면을 비춘다든가, 얼굴 아래에서 내려다 본다든가, 삐딱한 각도에서 싸움을 보여준다든가 하는 다소간 과격하고 흥미로운 시점이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특이한 방향에서 화면을 비추고, 그 색조와 빛을 과감하게 조절하는 것들은, 결코 이 영화의 한국 영화 복고풍에 어울리는 것은 아닙니다. 굳이 꼽아 보자면, 이런 화면 구성은 90년대 쯤에 홍콩 영화에서 무척 애용되던 것이라는 생각이 납니다. 물론 여기에는 단점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런 과감한 화면 구성들은, 영화에 좀 더 흥미진진한 시각적인 요소를 덧대어 주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웃기고 황당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뼈대 자체가 워낙 뻔한 이야기로 흘러가고, 등장인물도 주인공 "다찌마와 리"를 제외하면 그다지 매력적인 인물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장면장면이 재미있어도, 자칫 지루할 수도 있고, 긴장감이나 몰입감이 떨어질 위험이 큽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을 일그러진 화면과, 다소 환상적인 구도로 잡아내면, 그 자체로 미술적인 자극이 좀 살아나게 됩니다. 그런즉, 영화를 따라가며 구경하는 볼거리가 좀 더 다채로워진 것입니다.


(악당)

아쉬운 점은, 그런 장점이 있는 대신에, 역시 영화의 옛날 영화 분위기를 크게 해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입니다. "화면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장면" 처럼, 미술적으로 과격한 생동감이 살아 있으면서도, 복고풍 분위기도 흐리지 않는, 일석이조의 연출을 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 지금 완성된 상태의 "다찌마와 리"도 나름대로 만족할만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잘 가다듬어서, 여자 주인공과 악당들에게서까지도 애정과 매력, 개성을 나름대로 느낄 수 있도록, 복고풍 분위기를 더 요란 뻑적지근하게 활용하는 방법도 찾아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막판 결투 장면은 영화 전체와 상관없는 나름대로 매끈한 격투로 되어 있고, 영화를 디지털 촬영, 편집해서 만든 것이니 만큼, 컴퓨터에서 메뉴 한 두 개 선택하는 것만으로 추가할 수 있는 효과들도 자주 눈에 뜨입니다. 이런 것들은 크게 어색한 수준은 아니고 나쁘지 않은데, 또한, 영화 전체를 잘 살리게 아주 매끈하게 결합된 것은 아니라서, 역시 개선의 여지는 눈에 보입니다.




(최근의 이윤성)

물론, 저예산 제작에, 35분짜리 인터넷 개봉 중심으로 찍은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여러가지 면에서 그 가치는 더욱더 뛰어나 보이는 영화입니다. 화려한 대사의 향연은 "개그콘서트" 류의 TV 코메디 무대를 뛰어넘고, 옛날 한국 영화의 계보를 살펴서 짚어내는 감각은 옛 한국 영화에 전체적으로 무심한편인 요즘 분위기에서, 본받을만한 귀중한 독창성이라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이 영화의 우스꽝스러움에는 나름대로, 옛날 한국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사실 풍자와 비판의 의미도 선명히 들어 있습니다. 한국 영화들의 그런 조잡한 잘못 만든 점들을 가리켜 쿡쿡 찍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면이 있었기에, 웃음이 더 재밌어지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벌써 이 영화가 나온지 8년이 지났으니 뽕나무 밭이 바다가 바뀔만한 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런데도 TV연속극에서 여전히 "다찌마와 리" 에서 마음껏 비웃던, "다찌마와 리"스러운, 비현실적인 대사와 인물 구도, 억지 "명대사"를 남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정체불명의 일본어, 외국어의 "멋있게 들리는 말"을 남용하는 태도 역시, 오히려 "다찌마와 리" 때보다 더 "악화"의 방향으로 나아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 밖에...

2008년에 개봉예정으로 "다찌마와 리"를 확대해서 장편 영화로 꾸민, "돌아온 다찌마와 리" 계획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합니다.

이 영화 때문에 요즘도 제 주변 사람들은 "임원희"를 그냥 "다찌마와 리"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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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hin 2008/03/30 17:05 # 답글

    이 영화 딴지일보에서 공개해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꽤 즐겁게 웃으면서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00년 당시에는 한창 인터넷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오인용이나 엽기토끼등등 복고적이고 엽기적인 분위기가
    넷상에서 인기를 끌던 시절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이 시기에 이런영화가 하나쯤 나온건 어찌보면 필연? 이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임원희씨는 잭블랙처럼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하나있습니다. ㅎㅎ
  • 누렁이 2008/03/30 17:37 # 답글

    <다찌마와 리>의 장편버전은 박노식 감독의 1976년작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를 부제로 하고 있더군요. 뭐 리메이크는 아닐 거고, 그저 제목의 캠프뉘앙스를 빌려온 거겠지요. 원전은 장동휘가 출연하는 일제시대 잔재에 대한 복수극이거든요.

    저는 말씀하신 대로 '분위기'를 살리는 부분에서 이 영화가 좀 많이 아쉽더군요. 뭔가 공허하다는 느낌이랄까... 인터넷 개봉을 위해 조악하게 촬영했다는 제작상의 한계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누렁이 2008/03/30 17:42 # 답글

    에헤.. 그러고보니 박노식 아저씨는 명령문 제목을 즐겨 썼군요.
    <인간 사표를 써라>, <쟉크를 채워라> 등등...
  • 아롱쿠스 2008/03/30 20:30 # 답글

    난 마지막 사진이 살찐 송윤아인줄 알았습니다(퍼퍼퍼퍽~!)
  • xacdo 2008/03/30 21:21 # 답글

    인상적인 영화죠. 쉽게 잊을 수 없습니다. ^^
  • 아르르 2008/03/30 21:43 # 삭제 답글

    덕분에 공부 좀 많이 됐습니다..용어 설명부터(전 그냥 간지남의 간지나는 이름정도로 알고 있었다는....-_-;)
    화녀가 이윤성 씨였다뇨....적잖은 놀라움이 있었습니다;

    아, 리플 중에 제작상의 한계라는 추측 있으셨는데, 세기말과 디지털 시대의 유희적 심산으로 제작했다는
    제작자의 변은 들으셨는지요:)
  • 누렁이 2008/03/30 22:01 # 답글

    아르르 / 물론 제작한 사람들이 이 영화를 심각하게 찍진 않았을꺼라고 생각은 하는데요. 제가 말한 부분은 제작자의 의도랑은 별 상관없는 부분입니다.:)

    여기 본문에 있는 것처럼, 이 영화는 제목부터 캐릭터 등등 6-70년대 한국영화 영화를 대놓고 패로디하지만, 정작 그 원전의 독특한 분위기는 못살리지 않았나 하는거죠. 커트나누는 거나 조명치는거나 그런 것들요.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가 아마 조악한 제작환경때문만은 아닐 것 같다. 라는 아주 간단한 얘깁니다.;;

    ㅎㅎ 뭐 모든 영화가 제작자의 의도대로만 나와주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 鷄르베로스 2008/03/30 22:03 # 답글

    대놓고 3류지향이 꽤 먹혔던 영화라 생각합니다.

    네이버 인물검색에 여전히 1976년으로 나오는군요.
    몇살 덜 먹는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참 ...
  • 老姜君 2008/03/30 23:58 # 답글

    다찌마와리 재밌게 봤었는데 '돌아온 다찌마와 리'도 계획한다니 엄청 기대됩니다.
  • JINN 2008/03/31 02:00 # 답글

    웜멈머...임원희씨가 다찌마와 리였군요!
  • shuha 2008/03/31 02:10 # 삭제 답글

    임원희가 출연한 영화라면 웬만하면 눈 딱감고 봐주는 저로서는 (거기다 죽고 환장하는 액숀감독 류승완이라니!) 류승완 감독이 현재 제작중인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가 너무 기대됩니다-_-a 배우도 임원희, 류승범, 공효진.. 에다가 (또 누가 있었던 듯한 느낌이)

    스토리는 독립군 투사였던 다찌마와리가 배신을 당해 만주로 가는 뭐 그런 일제 시대가 배경이라고 하는 군요.

    잡설로, 다찌마와 리가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때 KBS, SBS, MBC 할것없이 버라이어티에서 짤막한 코미디로 다들 흉내내기에 급급했었는데

    어느것 하나 다찌마와 리의 발끝도 못따라 오더군요...ㄱ- 잡설을 하나 더 붙이자면 그때 씨네포엠에서 개봉했던 영화 세편중에

    다찌마와 리와 다른 방향에서 충격을 주었던 영화는 역시 김지운의 커밍아웃! .....지금 생각해도 후덜덜덜... 그 묘오오한 에로티시즘을

    자극시키는 스토리라니
  • 게렉터 2008/03/31 10:06 # 답글

    ahin/ 그러고 보니, 2000년대 초에, 소위 "엽기"라는 말 참 남용되었지 싶습니다.

    누렁이/ 엄밀하게 따지면, 1976년의 박노식-장동휘 영화는 등록된 기록상의 제목은 "악인이여 지옥행 열차를 타라" 인데, 영화 포스터 상에 적혀 있는 제목은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자를 타라" 입니다. 이 영화는 KMDB VOD에 공개되어 있기에, 언제 한 번 소개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롱쿠스/ ...

    xacdo/ 어찌보면, 임원희의 배우 경력에 천재일우의 돌파구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좀 듭니다.

    아르르, 누렁이/ "유희적 심산"으로 제작했다는 말이, 돈 많이 안 쓰고 가볍게 찍었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鷄르베로스/ 이 영화가 나름대로 인상을 남긴 수법이나, 상황은 "다세포 소녀" 같은 영화가 참조해야 할 법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老姜君/ 저 역시 기대 중입니다.

    JINN/ 저는, "다찌마와 리 진짜 이름이 임원희지..."라고 항상 돌이키곤 합니다.

    shuha/ 그런데 어찌보면, 그런 "커밍아웃"류의 영화는 사실 "여자 흡혈귀"가 70년대 영국-이탈리아 영화에서 유행할 때 부터, 여러모로 언급되던 것들이라, 좀 진부한 듯한 내용을 참신하다고 착각하는 듯한 느낌이 없잖아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소재에서 충분히 볼만하게 영화를 짜내서 영화를 잘 꾸민 것은 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 태풍9호 2008/03/31 13:09 # 답글

    ㅎㅎㅎ 예전 액션스타 중에 신일룡씨라고 있었습니다. 쾌남 스킨로션 모델이었던 바로 그분!
    제목은 기억이 안나는데, 극중에서 미군하고 한판 붙는 장면이 나왔죠. 미군부대 앞 술집에서
    여종업원을 괴롭히는 미군을 시원하게 뒤돌려차기 한방으로 보내고 내뱉는 대사가 압권이었
    죠. "깜둥이 주제에~"

    근데 그 미군은 우리나라 배우가 얼굴에 검뎅칠을 한 것이었습니다. 거의 영구와 땡칠이 수준!
    진정한 압권은, 그 뒷차기 맞은 배우 얼굴 부분, 발로 얻어터진 부분에 검뎅이 벗겨졌더군요.

    나 참~
  • oIHLo 2008/04/01 14:01 # 답글

    임원희 씨도 임원희 씨지만 안길강 씨도 참 대단했었죠.
    두 분은 꾸준히 조연배우로 살아남고 계시니 장편에도 나와주셨으면 합니다.
  • filmakeryu 2008/04/04 00:52 # 삭제 답글

    제가 알기로 이 작품은 디지털이 아닌 16mm로 촬영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후반 격투씬에서 색이 튀는 부분들은 현상 상의 실수로 인한 것이었는데, 돈과 시간의 압박으로 그냥 넘어갔다고 하더군요.
  • 게렉터 2008/09/01 13:23 # 답글

    태풍9호/ 그런 소재 나올대 마다 저는 공포의 외인구단 영화가 생각납니다.

    oIHLo/ 그런데, 그래도 임원희에 비하면 안길강은 오히려 매우 약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연기는 아주 튼실했습니다만.

    filmakeryu/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을 한 후에 후반 작업으로 한 것이 있었지 싶습니다. 디지털 처리로 해내지 않고는 쓸데 없이 힘들 화면전환 정면들을 몇몇 볼 수 있었습니다.
  • 누들스 2012/01/25 22:16 # 삭제 답글

    이 영화 DVD로 출시되길 기대하는데 영 안나오는군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함께
    정말 .... 획기적이라 할 수 있는 ...
  • 게렉터 2012/01/30 21:50 #

    어찌보면 한국 영화가 그만큼 자신감이라고 할만한 그런 튼실함을 갖추었기에 나와서 인기 끌 수 있었던 영화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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