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룡 영화 영화

1976 년작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에 관한 글을 올렸을 때, 중간에 잠깐 등장하는 한 배우에 대해 사진으로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70년대 활극에서 작은 악역하면 저 말고 또 누가 있겠습니까?" 라는 이야기와 함께 말씀드렸는데, 좀 더 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싶어서 있는 자료 없는 자료 모아서 대강 한번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후후후. 내가 드래곤 오브 이스트, 박동룡 이다.)

블로그의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글에 덧글로, 이준님께서 특유의 거친 듯 부드러운 듯 웃긴 듯 달관한 듯한 문체로 설명하시기를:

"저 "작은 악역"아저씨는 꽤 괴악한 악역으로 잘 나왔지요. 유흥업소 건달이나 북조선 수용소 간부나 장교로 잘 나왔습니다.(기억나는 건 오지명 요원 -_-;;이 나온 괴작 7호실 손님에서 북조선 공작원-사실 저 아저씨 나올때부터 북조선 공작원 같았음-이나 김희라, 유지인이 주연한 "북으로 간 여인들"에서 나체 고문을 실시하던 장교 -_-;;였지요) 놀랍게도 90년대 괴작인 차인표 주연의 "알바트로스"에서도 나옵니다. 당연히 정치범 수용소 장교로서 말 그대로 "거세"를 집게로 하는 불멸의 연기를 보여주지요"

라고 말씀하셨는데, 바로 맞습니다. 잠시 이름이 생각 안나신다 싶으셔도, 얼굴을 보면 어지간해서는 정말 70, 80년대 영화에서 잡다한 악역으로 정말 자주 마주쳤던 배우라고 기억은 나실 것입니다. 바로 악역 전문 배우로 가장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는, 박동룡(朴東龍) 입니다.

워낙에 작은 악역: 그러니까 남녀주인공이 밤길 걸어 가고 있을때, "그림 좋은데~" 하고 건들건들거리다가 남자 주인공에게 얻어 맞고 도망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반할 기회를 주는데 한 번 투입되고 사라지고 마는 정도의 악역을 맡았던지라, 박동룡은 출연은 했지만 기록에 없는 영화가 허다 합니다. 그래서 박동룡의 출연작 숫자는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한데, 항간에는 무려 720편의 영화에 박동룡이 출연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의 놀라운 경력을 가진 양반입니다.


(박동룡)

박동룡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나타나는 예로, 이만희가 감독을 맡은 1972년작 "0시" 의 한장면을 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형사들인 허장강과 신성일의 형사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경찰서에 한 놈 붙들려와서 조서 쓰고 있는 단역 악당의 모습을 바로 박동룡이 연기하고 있습니다. 박동룡은 대사 한 마디도 없이, 경찰이 묻는 말에 답하지도 못하고 너무 잠이와서 졸기만 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0시"에 출연한 박동룡)

박동룡은 험상 궂은 인상과 다소 큼지막한 체구, 그리고 특유의 콧수염이 조합되어 이런 류의 작은 악당 연기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친일파, 일본군, 공산당, 불량배, 사기꾼, 인민군, 반역자 등등인데, 그것도 대부분 두목이 아닌 부하, 주인공이 노리고 있는 최후의 거물이 아니라, 주인공에게 두들겨 맞으며 주인공이 멋부릴 때 엎어져 주는 졸개 역할을 자주 맡았습니다. 주로, "행동대장"역할 같은 것을 많이 맡았습니다.

무엇인고 하니, 허장강이나 황해 같은 이름이 높은 악역 배우가 악당 두목이 되어, "저 자식에게 본 때를 보여줘라. 몽둥이 타작을 해버려!" 라고 읊조리면, "예!" 라고 짧은 대사 한 마디만 한 뒤에, 주인공에게 다가가서 직접 막 두들겨 패는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배우 박동룡은 일본군과 싸우는 내용이나 공산당과 싸우는 내용에서 허구헌날 나오는 각종 고문장면에서 고문기술자의 손발로서 매우 자주 나오던 배우이기도 했습니다.

고문기술자 손발로 나오는 박동룡의 모습이나 비중이 어땠는지, 일단 1975년작 "왜 그랬던가"를 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임권택이 감독을 맡은 영화로, 박근형이 기노시다라는 일본 경찰로 나오는 일제시대 영화입니다. 허장강은 약한 친일파로 살면서 자기 한 몸 잘 건사하려고 하는데, 그 아들은 민족주의자라서 거기에 불만이 많아서 갈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대학가서 박대 받는 것을 보고 허장강도 속이 뒤집혀서 반일주의 비스무레 하게 돌아섭니다. 일본 경찰들은 가족과 친지들의 정을 이용해서 인질극, 협박 방식으로 허장강 아들 및 허장강이 정보 제공하던 단체등등을 괴롭히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 입니다. 그러니까 제목 "왜 그랬던가"는 "왜 내가 친일파짓을 했던가"하는 허장강의 피맺힌 야성의 대절규인 것입니다.

아래 영상 처음 시작할 때 박근형 뒤에서 선글라스 쓰고 나비 넥타이 매고 있다가 옆으로 슬며시 빠지는 사람이 바로 박동룡 입니다. 중간에 고문 장면에서 보면, 박동룡은 박근형의 지시에 따라 별 힘없어 보이는 여자를 묶어 놓고 통나무로 후려 갈기는 비인간적으로 나쁜놈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왜 그랬던가" 예고편. 예고편 중에는 "아라스카의 늑대"라는 제목으로 이야기 합니다.)

박동룡은 작은 역할을 성실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느낌이 들게 연기를 했고, 60년대 말에 나온 "팔도사나이"부터 90년대 영화에 이르기까지 아주 긴긴시간 동안 항상 그런 "작은 악당" 역할을 중심으로 맡았다는 점도 기록적입니다. 그런 까닭에 악당 두목에게 구박받고, 주인공에게 한주먹에 나가떨어지는 꼴을 허구헌날 보여주는 배우였고, 때문에 옛날 영화의 갖은 상투적인 악당-주인공 구도 연출을 교과서적으로, 그것도 교과서 중에서도 거의 독도 일본 영유권 표기를 다 아작내버린 청정 교과서 수준으로 보여주곤 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보고 넘어가도 되겠습니다. 처음 언급드렸던, 1976년작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에서 박동룡 출연 부분을 보겠습니다. 이제부터 보여드릴 영상을 설명하면서 이 영화의 반전을 하나 밝히겠습니다.

영화 장면 중에 박노식이 악당 두목을 공격하려 하자, 악당 두목이 황급히 자신의 부하들을 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러면 악당 부하 - 즉 바로, 박동룡 - 가 달려들려고 하는데, 그러자, 박노식은 변변한 무기도 없는 와중에 박동룡을 제압할 방법을 고안해 냅니다. 그것은 바로, "호두로 사람 쓰러뜨리기" 수법입니다. 내용인즉, 호두를 아주 강하게 내던져서 이마에 맞히고, 그로써 뇌진탕을 일으켜 쓰러뜨린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수법이라 충격적이긴 합니다만, 하기야 돌팔매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마당에 호두라고 안될것은 또 뭡니까? 그리하여, 호두로 악당 부하 - 박동룡 - 을 쓰러뜨리는 장면을 보겠습니다. 이 장면은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므로, 영화를 아직 보시지 않으신 분 중에서 영화를 보실 분들께서는 아래 영상을 보시지 않기를 권해드립니다.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를 보여주는 박동룡)

박동룡은 1940년생이니, 벌써 70이 가까운 나이가 된 원로급 배우가 되어 버렸습니다. 박동룡은 잡다하고 껄렁한 왠갖 악역들을 맡았는데, KMDB에 나온 자료만 대강 모아봐도, 박동룡이 맡은 역할들은, 돌팔이 의사, 나이트사장, 집사乙, 마귀, 술집주인, 경비대장, 경비, 형사, 우유집주인, 웨이터, 신사, 달동네주민2, 댄스교습소지배인, 상인1, 약장수A, 집행관, 트래쉬무비 영화감독 같은 것들이고, 극중이름도, 왕호, 살모사, 갈매기, 가물치, 아쏭, 만식, 살기, 떡쇠, 한사장, 도왕마 등등입니다. TV에서 70년대 한국영화를 한창 틀어줄 때, 어째 격투, 총격 같은 것이 들어간다 싶은 영화면, 박동룡이 잠시라 할 지언정 안나오는 영화를 찾기어려웠다고 저는 느낄 정도 였습니다.

그런만큼 박동룡은 KMDB 기록에 남아 있는 자료만 살펴봐도, 독보적인 대기록을 갖고 있는 배우 입니다.

한국영화사 최고의 인기 배우였던, 신성일과도 13편의 영화에서 함께 출연했고, 깡패영화나 범죄-격투를 다룬 영화에서 장동휘, 박노식 등의 뒤를 이어 굵직굵직한 모습을 선보였던 명배우 김희라와도 13편의 영화에서 함께 출연한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박동룡은 바로 그 심형래와도 13편의 영화에서 함께 출연했으며, 한국 영화의 살아 있는 전설인 임권택 감독이 작업한 영화에도 여러 번 나왔고, 박동룡 특유의 성향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카메라 잡이인 남기남 감독과도 아주 기막히게 맞아 떨아지기도 했기에, 남기남이 감독을 맡은 영화에 출연한 것은 무려 34편이나 됩니다.


(쓴 맛을 본 듯한 표정의 박동룡)

만약 박동룡이 통산 720편 출연 기록이 맞다고 한다면, 이 횟수는 1년에 10편씩 영화에 출연한다고 해도 72년동안 영화를 찍어야하는 어마어마한 납득하기조차 어려운 수치입니다. 하지만, 박동룡의 이런저런 기록에 분명히 남아 있는 내용들만해도 엄청난 다작임은 분명하고, 정말로 왠갖 영화에서 다 얼굴을 볼 수 있다는 느낌을 생각해보면, 720편 출연도 아주 밑천 없는 과장 같지는 않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러면, 그 끝없이 많은 영화들 중에서 인터넷에서 사진 자료가 좀 나오는 영화를 한 대여섯 편만 대강 후다닥 살펴 보겠습니다.


1. 1974년작 "암살지령"

장동휘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로, 대한민국 건국무렵의 혼란통에 각종 정치 당파들이 세를 모아보기 위해 난리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그 "난리"라는 것이 부정선거나 금품살포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암살과 폭탄테러를 하며 설치고 다니는 때입니다. 남로당이 암살테러를 많이 하는 악당들이고, 장동휘와 주인공들은 그런 테러를 막는 경찰들로 되어 있습니다.


(포스터)

악당들은 국회의원들에게 요정 마담을 접근시켜서 로비도 하고 갖은 수를 쓰는데, 결국 그러다가 장동휘의 선배도 암살 당하기에 이르고, 장동휘가 분노하여, 남로당 아지트를 다 쓸어버린다는 것이 결말입니다.

박동룡은 남로당 졸개로 등장합니다.


(왼쪽 두번째 콧수염 배우가 박동룡)



2. 1974년작 "돌아온 외다리"

홍콩 쇼브라더스 영화사의 외팔이 시리즈가 크게 인기를 끌자, 그 모방작들, 영향을 받은 영화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많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 제목에 큰 영향을 받은 바로 이 외"다리" 시리즈는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을 만한 영화입니다.


(포스터)

이 영화 내용은 일종의 만주물로 볼 수 있습니다. 한용철 - 찰리 셸 이라는 예명이 훨씬 익숙했던 - 이 외다리인데, 무대는 30년대 하얼빈입니다. 찰리 셸은 발차기 달인으로 암흑가의 인기 싸움꾼인데, 사실은 찰리 셸은 의리의 사나이라서 놀라운 무예로 악당 야마모토 무리를 다 작살내버린 뒤, 쓸쓸히 독립군에 입대하기 위해 떠난다는 이야기 입니다.

박동룡은 야마모토 졸개로 등장합니다.


(포스터를 자세히 보면, 돌아온 외다리 글자 중에서 "리"자 위에 조그맣게 박동룡의 얼굴이 보입니다.)



3. 1977년작 "일격필살"

태권도는 신라 화랑으로부터 계승되어 온 민족 고유의 무예 운운하는 이야기를 신화적으로 부풀려서 극단적인 소재로 꾸민 영화인데, 따지고 보면, 일종의 "정무문" 아류작 형태 줄거리 뼈대입니다. 그러나 표현형식은 정무문과는 아주 다릅니다. 내용은 일제의 탄압으로 일제말에 태권도장이 해체되었는데, 해방직후 그 태권도장 문하생들이 모여드는 것이 출발입니다.


(이게 무슨 정무문?)

그런데 모여보니, 이번에는 좌우익으로 패가 나뉘고, 그러다보니, 태권도장 문하생들이 남로당 행동대원들과 두들겨 패며 싸우는 분위기로 흐릅니다. 그렇게 저렇게 싸우다가, 남로당 밑으로 들어갔던 태권도장 문하생이 막판에 마음을 고쳐 먹고 다시 사상전향을 하는 바람에 위기에서 결정적으로 벗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공산당 패거리들이 회의중. 오른쪽 맨 앞에 가장 잘 보이게 서 있는 검은 양복 입고 있는 악당 졸개가 박동룡 입니다.)

정무문의 일본 악당들 대신에 공산당이 등장하고 정무문의 중국 무술 대신 태권도가 소재라는 점이 출발의 차이라 할 수 있겠는데, 막상 영화는 70년대 한국 깡패 영화 그대로 되어 있습니다. 박동룡은 공산당 졸개로 등장합니다.


(태권 사나이들을 잡아 놓고 고문하는 공산당들. 고문을 가하는 3인조 중에 맨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이 박동룡 입니다.)



4. 1978년작 "폭풍을 몰고 온 여자"
요즘은 TV물에서 주인공 시어머니역 혹은 주인공 친정어머니역을 자주 맡는 윤미라가 미녀 배우로 날리던 시절 나온 영화입니다. 윤미라가 바로 "폭풍을 몰고 온 여자" 인데, 내용인즉, 트럭운전수인 정세혁이 어느밤 도로변에서 비를 맞고 서 있는 윤미라를 우연히 태워주게 됩니다.


(사랑의 히치하이킹)

윤미라는 갈 곳이 없기에 어찌저찌하다가 정세혁과 살림을 차리게 되는데, 어느날 갑자기 불량배들이 나타나서 윤미라가 백만원 빚지고 야반도주 한 것이니 돈 내놓으라면서 행패를 부립니다. 그래서 주먹질하며 싸운다는 이야기 입니다.


(열받아서 다 두들겨 패버리는 장면)

이 영화는 박동룡이 악역을 안맡은 경우에 속하는 영화 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악당을 물리치는 경찰 내지는 요원으로 장동휘가 등장하는데, 박동룡은 그 장동휘의 졸개로 등장합니다.


(장동휘 옆에 장동휘 졸개 처럼 서 있는 배우가 바로 장동휘 졸개로 출연한 박동룡 입니다.)



5. 1979년작 "뒤돌아 보지 마라"

이대근이 주먹 영화에서 활약하던 시절 나온 영화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카메라 잡이 남기남이 감독을 맡은 영화 입니다. 내용은 이대근에게 한 여자가 접근하는데, 이대근은 "어허허허헛! 나는 세상에서 우리 각시가 제일 좋아 으훠허허허헛!" 하면서 엄청 좋아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 여자의 옛애인이 나타나 행패를 부리기에 이대근이 맞서다가 그만 그 옛애인을 죽여버리게 됩니다.


(중앙의 악당두목과 그 패거리들 왼쪽에 손바닥 보고 있는 사람이 박동룡 입니다.)

그러나 반전이 있습니다. 반전은 이렇습니다. 바로 이것이 이대근에게 누명을 씌워 범죄계로 끌어들이려고 문제의 여자와 악당 패거리들이 모두 꾸민 일인 것이었습니다. 죽었다는 옛애인도 그냥 죽은 척 한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악당들은 괴로워하는 이대근에게 마약 밀매 따위의 일을 시킵니다. 이대근은 경찰, 악당 양쪽에 몰리며 괴롭게 범죄계를 떠돌다가, 막판에 열받아서 악당들을 다 쓸어 버립니다.


(결투)

이 영화에서 박동룡은 꽤 비중이 있습니다. 바로 이대근을 괴롭히기 위해 가짜로 죽은척 하는 악당이 박동룡인 것입니다.


(이대근 앞에서 죽은 척 하는 박동룡)



6. 1988년작 "필사의 도망자"

신성일이 노년에 접어 들면서 악역을 맡은 것을 선전한 영화로, 신성일은 냉정하고 이지적인 악역에도 매우 그럴싸하게 잘 어울립니다.


(악당 두목 신성일-오른쪽 아래 사진)

하지만 그뿐으로, 제목은 매우 긴장감 넘치는 추적극 같지만, 사실은 그냥 경찰청 사람들 수준의 어린이 유괴범 이야기 입니다. 마약밀매범인 신성일 일당이 도피 자금을 급히 확보하기 위해서 유괴를 한다는 이야기인데, 예고편이나 소개 사진을 보면 젊은 여자 배우들도 여럿 나와서 어떤 더 복잡한 대결 구도가 있을 것처럼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여자 배우들은 그냥 "유괴범이 어린이 유괴할 때 옆에 있던 여자들"일 뿐으로, 별 이야기 핵심과 상관 없습니다. 말하자면, 그냥 여자 배우들 나오는 장면도 좀 필요해서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이 영화에서 박동룡은 악당 신성일의 졸개로 나옵니다. 여자들이 묵는 방 몰래 엿보기, 설거지 하는 여자 인질 등을 괜히 쓰다듬다가 뺨 맞기 등등의 언제나 푸른 솔 처럼 변함 없는 박동룡 스러운 작은 악역 연기를 보여 줍니다.


(왼쪽 아래 사진에서 유괴한 어린애 붙잡고 있는 빨간옷 입은 사람이 박동룡)



박동룡은 청소년 시절 배구선수로 활동했던 사람으로, 여러 운동에 능하고, 권투며 가라데 등을 익힌 배우입니다. 부산에서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뱃사람이 되었는데, 주로 일본쪽을 돌았다고 합니다. 대강 연대를 보면 한일회담이 성사되기도 전부터 일본을 뱃사람으로 들락거렸으니, 직접 눈으로 보고 겪은 일이 어땠을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뱃사람들이 듣는 살벌하고 괴이한 부둣가의 폭력배 이야기들은 무척 많이 접했을 것입니다.

30줄에 접어들 무렵해서, 서울로 올라와서 실업자 비슷하게 버티고 있었는데, 그때 친구였던 백영민이 비슷한 부류의 작은 배역 전문으로 신상옥의 영화사 신필름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박동룡은 악역 전문으로 발을 디디게 되었고, 이후 그 엄청나게 많은 영화들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것입니다.


(전형적인 박동룡 영화 속의 박동룡 - 악당 졸개들 중 맨 오른쪽)

워낙에 많은 영화에 출연하고 또 "콧수염 악당" 하면 바로 통할 정도로 인상이 분명한 배우라서, 기억하는 분이 많기에, 종종 영화제에 초대 손님으로 초청되는 일도 가끔 있는 배우 입니다. 전직 국회의원 신성일이나, 현직 국회의원 아버지 남궁원이 기념 촬영이다 TV인터뷰다 해서 아직도 시끌벅적한 것에 비해서는, 그냥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별로 알아보는 사람 없이 조용히 자리를 뜨는 일이 많지 싶습니다.

벌써 69세가 되었으니, 얼마나 옛일을 많이,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지는 알 길 없습니다. 하지만, 혹시 행운이 따라준다면, 누군가 체계적으로 박동룡의 기억을 조사하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기록해 둔다면, 어느 거창한 영화사 연구 못지 않은 소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실 수 있는 배우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그 밖에...

자료가 부족한 까닭에 제 기억에 의존해서 쓴 내용들이 무척 많습니다. 잘못된 부분 지적이나, 조금 다르다 싶은 부분 말씀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별것 아니라도 무엇이듯 덧붙여 한말씀 해주시고 싶은 것 짧게 덧글로 주셔도 감사히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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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사를 보면 탈출하는 장면에서 차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을 찍다가 부상을 당했다고 합니다. 쇠스랑과 방아쇠가 줄로 연결된 함정에 걸린 악당 졸개로 박동룡 http://gerecter.egloos.com/3825648 이 나옵니다. 박동룡이 맡은 역할 치고는 꽤 비중이 있는 조연입니다. 여자 주인공의 시각으로 보면 사람들이 무섭게 보일 때가 있는데, 그것을 ... more

  • 게렉터블로그 : 팔도 가시나이 (1970) 2012-04-25 05:50:15 #

    ... 나이"에 출연한 박동룡: 중앙의 남자배우 입니다.) 여자들을 희롱하는 잡건달 중 한 명으로, 수없이 많은 70년대 영화에서 작은 악당 역할을 맡았던 박동룡 http://gerecter.egloos.com/3825648 이 나옵니다. 대사는 거의 한 마디도 없습니다. ... more

  • 게렉터블로그 : 특별수사본부 기생 김소산 (1973) 2012-05-06 00:18:11 #

    ... 즐길 거리가 된다고 봤던 시절 아니었겠는가 싶습니다. 그 밖에... 공산당 졸개 중 한명으로 70년대 영화에서 작은 악역으로 무수히 많이 출연했던 박동룡 http://gerecter.egloos.com/3825648 이 나옵니다. 별들의 고향으로 유명한 안인숙이 윤정희를 나중에 숨겨 주는 후배로 나옵니다. 황해는 오제도의 가장 유능한 부하 수사관으로 나옵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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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BigTrain 2008/07/15 10:14 # 답글

    이대근씨하고 닮으셨네요. 캡션을 안 봤을 땐 조금 마른 이대근씨인줄 알았습니다. ^^;
  • SIDH 2008/07/15 10:29 # 삭제 답글

    윤미래가 아니고 윤미라죠.
    시대가 썼습니다.
  • 게렉터 2008/07/15 10:52 # 답글

    BigTrain/ 훨씬 험악한 인상을 화끈하게 쓰실 줄 아는 배우입니다.

    SIDH/ 감사합니다. 즉각 고쳐버렸습니다.
  • 아롱쿠스 2008/07/15 11:00 # 답글

    이분의 출연작을 좀 더 제보합니다.

    '의사 안중근-김진규 주연'에서는 안중근 의사를 끝까지 뒤쫗는 형사의 졸개로 등장합니다. 형사 일당이 안중근의 동지 집으로 쳐들어가서 그의 동정을 캐묻는데, 동지가 '모른다'고 외치자 형사는 그를 쏴죽입니다. 일당이 철수할때 박동룡씨는 그의 시체에 망토를 덮어줍니다.('한인출신'의 설정인 듯)

    네, 심형래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는데, 그중 하나가 기억에 남네요. 남기남 감독 작품인데, 심형래가 납치된 김하림사장의 딸을 구하는 내용이죠. 박동룡님은 거기서는 꽤 비중있게 부두목(두목은 무려 김하림 회사의 여간부ㅡ,ㅡ;;. 회사를 뺏으려고 일을 꾸몄다나?)으로 출연하여 두목보다도 나중에(?) 죽죠. 심형래 영화답게 개그맨 김의환과 박승대도 출연합니다.
  • 아롱쿠스 2008/07/15 11:01 #

    참, '의사 안중근'에서 무려 최불암 옹이 고종황제!
  • 이준님 2008/07/15 12:55 # 답글

    1. 왜 그랬던가는 나름대로 19금으로 만들었으면 괜찮을 장면들이 많았지요. "아래스카의 늑대" 이야기는 극중에 허장강 아들이 해주는 이야기로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과 "하얀 이빨"을 저자의 허가 없이 개판 편집한 스토리입니다.(사실 일제 연간에 잭 런던의 소설은 금서였습니다. 작가의 행각이 아무래도 당국에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지만요)
  • 가고일 2008/07/15 13:20 # 답글

    제가 저분 얼굴을 기억할 정도면 정말 많이 나오신거 같습니다.....ㅡㅡ;;
  • 미친과학자 2008/07/15 14:40 # 답글

    말나온김에 한번 인터뷰라도 추진해보면 어떨까요. ㅎㅎㅎ
  • 2008/07/15 14:5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이준님 2008/07/15 18:26 # 답글

    2. 1979년의 "뒤돌아보지마라"와 비슷한 이대근 주연의 다른 영화도 있어요. 거기서는 "동생을 인질로 아편을 밀매하도록" 하는 스토리인데 사실은 동생은 이미 죽었고 동생과 닮은 사람이 동생 행세를 했다는 상콤한 반전이 있었습니다. -_-;;; 나름대로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을 법이 봐준다"는 알흠다운 결말과 박원숙 아줌마와 이대근 아저씨의 프랜치 키스 장면이 기억나네요.단 여기서는 비중있는 악역-이었다가 전향하는-이 조춘이었습니다

    3. 유흥업소 여가수를 도와주려는 어느 순정남의 이야기를 다루는 어느 영화에서는 무려 수염을 깎고 나옵니다. 당연히 업소의 어께로 나오지요

    4. 유지인과 김희라가 열연 -_-;;한 괴작 "북으로 간 여인들"에서는 "공산주의의 환상에 빠져서 북조선을 선택한" 월북 여성들 전용 수용소 소장으로 나옵니다. (부소장은 연극배우로 전원일기에서 응삼이 엄마로 나오는 아줌마입니다.-이 아줌마는 최후만 일사를 따라합니다.) 당연히 그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데 박동룡씨는 드럽게 카리스마 없게도 죽더군요
  • 미고자라드 2008/07/15 22:40 # 답글

    이런 분 한번 뵈서 이야기 나눠보면 참 재미있을것 같내요. :)
  • 게렉터 2008/07/18 17:19 # 답글

    아롱쿠스/ 정말 박동룡 영화는 끝도 없이 많지 싶습니다. 코메디언들과 같이 출연한 경우만 해도, 심형래 시대부터 거슬러올라가서는 배삼룡, 이기동 시대때 까지 출연한 양반이니 말입니다.

    이준님/ "왜 그랬던가"는 그래서 "아라스카의 늑대"랑 주제랑 별 상관없다는 점이 좀 찔렸는지 출시판에서는 제목을 바꿨나 봅니다.

    가고일/ 아마 최근부터 영화를 보신 분이라 하실지라도 아무 생각없이 심야 케이블 TV에서 해 주는 한국영화 몇 번 들여다 보면 한두번쯤은 마주치셨지 싶습니다.

    미고자라드, 미친과학자/ 의외로 인터뷰 자료를 거의 구할 수가 없어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 그리움 2009/01/10 14:41 # 삭제 답글

    "박동룡님"저에게는 작은아버지 같은 존재였어요..
    진정 영화를 사랑하시고 한 평생 영화와 함께 하다 죽는것이 가장 행복한 단역 배우 입니다.
    비록 1분도 채 나오지 않는 단역에 항상 악역만을 연기하셨지만
    마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아저씨라고 생각이 드네요.
  • 멧챠멧챠 2009/03/17 16:50 # 삭제 답글

    70년대 홍콩 영화에서도 박동룡씨가 나오더군요. 참 넓게 활동하셨습니다. 물론 비중은 한국과 다르지 않음...그러나 같은 방향으로 줄곧 연기를 해오신 이분,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 게렉터 2009/03/24 10:02 # 답글

    그리움/ 하여간 진귀하다면 진귀하신 분입니다.

    맷챠맷챠/ 그러고보면, "인간극장"류의 가벼운 다큐멘터리에서 한 번 다루어 주면 어떤가 싶기도 합니다.
  • 마쉐티 2010/04/29 13:45 # 삭제 답글

    박동룡 선생님 영구영화나 그와 준하는 어린이 영화에도 악역으로 많이 나왔었죠...
  • 장난 2010/05/22 05:13 # 삭제 답글

    저기... 이 글의 주제와는 관련없는 질문을 불쑥 해서 무척 죄송합니다.

    무척 오래전에 '돌아온 외다리'를 본 적있는데 제 기억으론 주인공이 외다리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두다리로 악당을 잘 만 쳤던 것 같은데.... 주인공이 스스로 다리를 상하게 하는
    장면도 기억에 없고 대신 주이공이 막판에 악당들에게 다리에 몽둥이질을 당했던 장면은
    희미하게 기억납니다.

    정말 주인공이 외다리였나요?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 게렉터 2010/05/23 11:09 #

    좀 수정을 봐야 겠는데, 제가 최근에 확인해 봤는데 속편들 사이에 이야기가 좀 섞여 버렸습니다. 외다리로 대 활약을 벌이는 장면이 가장 선명하게 나오는 것은 시리즈 중에서 "속 돌아온 외다리" 입니다. 물론 이 영화에도 박동룡은 나옵니다.
  • 장난 2010/05/25 00:07 # 삭제 답글

    아아! 게렉터님 이렇게 답해드려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옛날 영화들을 다시 보고 있는데 과연 게렉터님의 글을 읽고 나니
    많은 영화에서 박동룡씨의 얼굴이 등장해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 당시 어지간한 액션영화에서는 다 등장하시더군요.
  • 게렉터 2010/05/25 09:10 # 답글

    장난/ 박동룡 선생이 다작으로는 정말 대단합니다. 700편 이상이라니... 공식적으로 집계 해 보면 몇편이나 될지도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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