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 콘도르 날개 기타

이번에 새로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이라는 어마어마한 제목을 달고 출간된 책에는 총 10명의 작가가 한 편 씩 쓴 10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결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기괴한 소재들, 재미난 상상들을 하나씩 끌고 와서 이야기로 꾸며본 것들입니다. 내용의 질은 대체로 예전에 나우누리나 하이텔 PC 통신에서 따로 게시판을 하나씩 배정 받는 정도의 지위를 누리던 PC통신작가들을 떠올리게 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 가장 긴 분량을 차지하는 이야기가 바로, "콘도르 날개" 입니다. 아침에 주인공이 일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그날 밤이 저물면서 끝이나는 하룻동안의 소동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인지 그다지 분량이 많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 "콘도르 날개"는 이 책 맨처음에 나오는 "미소녀 대통령"과 그 다음에 나오는 "크레바스 보험사"를 합친 것 보다도 더 분량이 많습니다.



"콘도르 날개"의 전체 이야기 형태는 평범한 하루를 맞이할 거라고 아침을 시작했던 주인공이 점차 하나둘 일이 꼬여버리는 꼴을 갖고 있습니다. "콘도르 날개"의 맨처음 시작 부분은 이렇습니다: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아침에 우유에 말아먹는 옥수수 과자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 꼴은 고골리의 "외투"라든가, O.헨리의 "진자" 같은 고전과 비슷한 내용이고, 영화 중에서 찾아 보자면, "특근 (After Hours)"이나, "야행 (미녀와 세 꼬마, Adventures In Babysitting)" 같은 영화들을 떠올려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콘도르 날개"를 처음 시작하는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는 방식에는..." 운운하는 말 자체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시작부분에서 배워온 것입니다. 그런즉, "콘도르 날개"를 나름대로 재미나게 보는 방법이란, 대체 무슨 이야기일지도 상상도 못한 상태에서 다소간 어림없게 주인공이 자꾸만 위기에 휩싸이는 내용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앞으로, 이야기 내용을 간접적으로 좀 꺼내 보겠습니다.


(주인공이 하루 종일 이 고생 저 고생하는 긴 하루를 다루는 이야기)

한마디로 "콘도르 날개"의 도입부를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케이블TV에서 얼토당토 않은 80년대 한국 졸작 영화를 보면서 잠이들었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깨어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따라 주인공이 보고 듣고 겪는 일들이, 어제밤에 잠결에 케이블TV에서 보았던 졸작 영화와 똑같은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묘한 우연의 일치이겠거니 생각합니다만, 시간이 갈 수록, 주인공은 간밤에 케이블TV에서 본 그 정체불명의 졸작 영화대로 자신의 운명이 정확하게 맞아들어가는데에 놀라게 됩니다. 아침부터 결혼 파탄나는 것으로 시작했던 주인공이니, 닥쳐오는 운명이 결코 곱지만은 않습니다. 결국 주인공은 이런 얼토당토 않은 기이한 일이 도대체 왜 일어났고, 도대체 지난밤 심야 케이블TV에서 잡스럽게 틀어준 트래쉬 무비에 예언되어 있는 운명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리하며 돌아다니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국 졸작 영화란,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고 시작했지만)

(결과는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을 말합니다.)

이 이야기의 얼개를 만든 기둥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아라비안 나이트"에 자주 나오는 이야기 속 이야기와 이야기 밖 이야기가 뒤섞이는 모양 입니다. "아라비안 나이트"는 세헤라자드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인데, 내용 중에는 세헤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셈인데, 진행되면서 이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이야기 밖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서로 섞이기도 하고 이렇게 들은 이야기로 인해서 생각이 바뀌어 이야기 밖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말이 바뀌기도 하고, 그 구조는 기묘하게 꼬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나 재미난 것은, 이렇게 이야기 속의 이야기,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겹겹이 진행하고 있다가도, "아라비안 나이트"이기 때문에 갑자기 "동이 터오고 있어서, 세헤라자드는 이야기를 멈추었습니다"라면서 화끈하게 팍팍 다시 이야기 맨바깥으로 튀어나오면서 이야기가 끊겼다가, 다시 "그리고 426째 밤이 되자 세헤라자드는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라고 하고는 바로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의 감정과 갈등을 묘사하는 내용으로 다시 뛰어들어 넘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수법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미거리는 "콘도르 날개"에서 중심이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의 전개 과정은 물론이요, 인물들의 묘사에 대한 수법이라든가, 복선, 심지어 결론까지도, 이런 분위기에 엮어 놓았습니다. "콘도르 날개" 속에서 언급되고 있는 어제밤에 본 졸작 80년대 한국 영화의 내용이 바로 "이야기 속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졸작 영화가 발단부터 이야기의 갈등을 이루는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런 극중극의 특징과 이야기 속에서 또다른 이야기를 하는 인물의 위치가 전체적인 짜임의 재미거리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밧드 이야기도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어보면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되어 있음)

"콘도르 날개"의 갈등을 지탱하는 또다른 기둥은 "그림 형제 동화집"에 실려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특히,"그림 형제 동화집"에 몇편 실려 있는 악마와 내기하는 이야기의 영향을 아주 깊게 받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중세 유럽에 전설로 퍼져나갔던 "솔로몬왕이 악마에게 부탁하여 다리를 건설하도록 계약한 후, 공사비로 다리를 맨 처음 건너는 영혼을 악마에게 넘기기로 했는데, 다리가 완공되자 맨처음에 고양이를 건너가게 해서 악마를 벗겨먹었다" 류의 꾀부리는 이야기들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들 중에는 교묘한 논리나 언어의 구조를 재치있게 이용하는 것들이 많고, 그 결과로 역설적인 상황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환상적인 이야기"를 꾸미는 예는 "그림 형제 동화집" 이후에도 꾸준히 많이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80년대 TV의 "환상특급(Twilight Zone)" 이야기 중에는 어려운 계산에 괴로워하던 교수 앞에 악마가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면서 나타나는 이야기("I Of Newton" 에피소드)가 있는데, 매우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콘도르 날개"에서도 사실 이야기를 끝까지 보면, 전체적인 갈등구조와 절정장면에서 갈등을 헤쳐나가는 방식을 바로 이런 "악마와 내기하는 이야기" 처럼 해놓았습니다.


(악마와 거래하기)

이야기 줄거리의 방향이 "아라비안 나이트"와 "그림 형제 동화집"에서 영향을 받았다면, 이 이야기의 구체적인 등장인물들과 상황묘사, 배경 등등은 80년대 후반의 전자문화에서 소재를 가져왔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대우전자에서 생산한 MSX 방식 8비트 개인용 컴퓨터인 CPC-300, 그러니까 IQ-2000이 팔리던 시절의 여러가지 이야기거리들을 응용해서, 인물과 상황을 그려내는데 써먹고 있는 것입니다.

그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소전자업체들과 그 직원들의 일하는 현실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가 하면, 1989년 컴퓨터 잡지 "컴퓨터 학습"에 소개된 "시공의 신부" 같은 컴퓨터 게임이 잠깐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 1986년에 나온 비디오 게임 "아웃 런(Outrun)" 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은 인물묘사에 대거 활용되고 있습니다. 파란 하늘이 펼쳐진 끝없이 뻗은 도로를 상쾌한 스포츠카를 타고 시원하게 내달리는 그 게임의 낭만적인 감상과 통하는 기분들을 내용을 꾸미는데 활용했습니다.




(아웃런)

이렇게 80년대 후반 전자문화가 묘사에 개입하는 것은, 이 이야기의 단초가 되는 것이 80년대 말에 나온 졸작 영화라는 점과 은근하게 일관성이 생기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콘도르 날개"에서는 사실 그냥 단순히 분위기 비슷하게 하고, 복고적인 소재를 보여준다는 면이 전부는 아닙니다. 이런 소재들을 사용한다는 자체가 일종의 복선이 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기둥이 되는 "아라비안 나이트" 에 나오는 극중극 활용과, "그림 형제 동화집"에 나오는 신비주의 역설과 합해져서 막판 상황을 엮어버리고 결말에서 한번 묘하게 위치가 바뀌게 됩니다.

결말 부분을 간접적으로 언급하자면, 이야기 마지막에서 주인공이 호텔 로비에 앉아서 졸면서 기다리는 순간을 주목해 볼만합니다.


("콘도르 날개"는 실제로 이 호텔을 직접 참고 했습니다.)

이 대목은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엮어서 기교를 부려본 부분입니다. 바로 이야기의 이 부분을 경계로 시간 관계가 확 바뀌도록 술수를 부려놓은 것입다.

보통 이야기들은 "~했다" "~였다"라는 과거형 시제로 서술 되어 있습니다. 과거에 경험한 일을 들려주는 형태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래의 일을 가상해서 쓰는 SF물일지라도 마찬가지이고, 이 "콘도르 날개" 역시 이런 시제에서 특별히 무슨 이상한 실험적인 기법을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주인공이 복잡하고 고생스런 기억에 남는 하루를 보낸 일을 들려주는 태도 그대로, "~했다" "~였다"로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야기 끝까지 차분히 평범하게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따져보자면, 시간관계가 이 부분을 경계로해서 전혀 새롭게 둔갑해 버린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인쇄소에서 책을 찍어내고, 서점에 책을 진열해 놓고, 책을 읽는 독자가 책을 읽는 그 시간보다 과거에 일어난 일인것처럼, 이야기는 씌여져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호텔 로비에 앉아서 졸면서 기다리는 부분 까지는 이 점을 분명히 따라갑니다.

그런데 독자가 현재 책을 읽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이 주인공이 호텔 로비에 앉아서 졸고 있는 그 순간과 시간적으로 일치하도록 꾸며놓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뒷부분에서, 지금 독자가 책을 읽고 있는 그 순간보다 미래 시간의 서술이 되도록 함정을 파놓은 것입니다. 이야기는 끝까지 완성되어 있고, 책을 읽는 독자는 그 완성된 이야기가 인쇄되어 있는 책을 사서 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과거에 끝까지 맺어져 결말이 난 이야기를 돌아보는 시각으로 책을 읽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콘도르 날개"에서는 살짝 재주를 부려서 이야기가 독자가 책을 읽는 순간보다 미래에서 펼쳐지도록 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점이 드러나는 순간, 시제가 정상적인 시간 흐름을 벗어나버리는 점을 이용해서, 앞서 이야기에 나왔던 모든 한마디 한마디 사소한 서술들, 사소한 소재들이 모조리다 복선이 되어, 이 시간 흐름을 뛰어넘는 부분에 연결되어버린 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꾸며 놓은 것이 사실 그렇게 대단히 참신한 방법이라든가, 기상천외한 글쓰기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여러차례 고전들도 써먹던 수법을 간만에 들이밀어 본 것에 가깝습니다. 하다못해 영화 중에 보아도 1950년대에 데비 레이놀즈가 출연한 영화의 결말 부분에 이런 수법을 써 놓은 것이 있고, 1960년대에 이청(李菁, 리칭)이 출연한 영화의 후반부에 이런 수법을 써 먹은 것도 있습니다. 하다못해 김진규가 나오는 1960년작 한국 영화의 결말에도 이런 수법을 썼고, 요즘 영화 중에도 막판이 이런 형식으로 되어 있는 나름대로 유명 배우들이 나오는 것도 종종 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원자핵변환을 소재로 쓴 단편소설이라든가, 듀나가 쓴 단편소설 중에 길에서 문득 "거의 신에 가까운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도 사실 이런 분위기로 되어 있습니다.


("블루문 특급" (Moonlighting)에도 따지고 보면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다만 한가지 신경을 쓴 것은, "콘도르 날개"는 책으로 출판되는 소설이라는 것의 매체의 특징을 좀 많이 활용해보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보통 이런 수법이 그냥 결말의 여운을 더한다거나, 신비감을 더해주는 정도로 활용하는데 그칩니다. 물론 "콘도르 날개"에도 그런 면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덕분에 이야기에서 어디까지가 진짜로 벌어진 일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에 불과한 것인지, 인물의 실제 관계나, 사람들의 묘한 심경은 어떻게 파악되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 묘사를 좀 더 구체적으로보면 남녀관계의 사랑과 그 복잡한 마음에 대해 암시하는 것으로 대부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결말 수법은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 알았으면 좋겠다"라는 사랑에 빠진 인간의 원초적인 희망이나, "내가 저 사람을 정말로 사랑하는지 모르겠다" 라는 고민거리에 직접 연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체의 특징을 써먹은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문자 매체와 영화 매체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영화 매체의 특징으로는 문자 매체와 달리 시각적인 간략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특징으로 꼽을만할 것입니다.

책 속의 이야기는 1인칭 주인공 시점, 혹은 전지적 작가 시점을 하나를 택해서 서술해 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한참 주인공 중심으로 주인공의 심경을 털어놓으면서 1인칭으로 진행하는 듯 하다가도, 아무런 끊기는 느낌없이 자연스럽게 "한편 이때 주인공을 노리고 있는 악당들은 몰래 칼을 들고 주인공의 등뒤로 살금살금 다가 오고 있었다" 같은 장면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글에서는 주인공이 주인공이 보고 듣는것 밖에 못 쓰기 때문에, 뒤에서 주인공 "몰래" 악당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좀 돌아가는 수를 써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하나의 서술시점에 고정될 필요없이 필요하다면 매우 자연스럽게 슬쩍슬쩍 시점을 오갈 수 있는 것입니다.


("싸이코" 영화 주인공은 자넷 리 이지만)

(자넷 리가 보지 못하게 등뒤에서 덮쳐오는 살인마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끼워넣을 수 있음)

반대로 영화 매체는 영화를 처음부터 끝날때까지 차례대로 계속 나오는 화면을 한자리에 앉아서 봐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관객은 영화관에 앉아서 영화가 시작되는 시간부터 끝나는 시간까지 주욱 계속 시간을 따라가면서 지켜봐야 합니다. 갑자기 영화 끝부분을 보다가 돌려서 앞부분을 보다가 다시 중간 부분으로 건너뛰어서 보다가 하면서 볼 수는 없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그에 비해, 회화 매체, 즉 그림이라는 매체는 영화나 글과는 또 다릅니다. 그림은 그림의 윗부분을 먼저 집중해서 보고 아랫부분을 다음에 볼지, 왼쪽을 보고 오른쪽을 살펴 볼지, 한번 봤던 구석에 그려져 있는 사람을 다시 한 번 또 자세히 볼지, 그림을 보는 사람이 마음대로 결정해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을 보는 차례나 시간이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펼치는 다양한 광경들이 그려져있는 군상을 그린 커다란 그림은 그렇게 그림 여기저기를 보는 사람 마음대로 둘러보는 것이 또 묘미입니다.


(이 그림에서 누구부터, 어디부터 들여다 볼지는 보는 사람 마음)

비슷한 형태로, "콘도르 날개"에서는 단편 소설이라는 매체만의 특징을 파헤쳐 써먹는 부분이 있습니다. 반어적으로 "콘도르 날개"에는 후반부에 이르면 일부러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괴상하게 겹쳐서 써먹는 수작도 한 번 써먹습니다. 방법은 다르지만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교차시키는 장면은 "최악의 레이싱" (링크) 같은 이야기에서도 나오는 것인데, "콘도르 날개"에서는 아예 훨씬 노골적인 수작을 부리고 있습니다.


(책 뒷표지)

생각을 화끈하게 넓혀 본다면, 좀 더 나아간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콘도르 날개"의 이러한 결말은, 굉장히 포괄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사람이 진짜 사람인지, 아니면 단지 가상현실 속의 등장인물인지 모호하게 해서 고민하는, 아주 전형적인 철학 농담의 소재, SF물 소재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나도 인조인간 로봇이었다" 라는 반전은 SF물의 단골입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나는 내가 진짜 사람이었는 줄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컴퓨터의 가상현실속 인공지능일 뿐이었다"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나는 내가 진짜 사람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어떤 전자두뇌의 계산 속에 등장하는 가상 캐릭터일 뿐이었다"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끝까지 나아가면, "나는 내가 진짜 사람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어떤 신과 같은 사람의 머릿속에 잠시 떠오른 꿈속의 등장인물일 뿐이었다"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이런 느낌을 집어넣어서, "콘도르 날개"는 막판에, 책을 읽는 독자 스스로가 사실은 나 자신이 진짜 사람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쓴 책 속의 등장인물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도록 암시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소재를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굉장히 많이 팔린 철학 소설이 한 편 있기도 합니다만, "콘도르 날개"는 그런 내용을 스스로 상상할 수 있도록 주인공이 가정 파탄나고 괴로워하는 모험담 속에서 판을 벌려 놓은 것입니다.


(이 책 한국판 홍보문구: 책을 끝까지 읽으면 마지막에 밝혀지는 범인은 바로 독자 자신입니다!!)

심각한 이야기를 잔뜩했는데, 사실 "콘도르 날개"는 결코 그런 심도 있는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는데 성공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심도 있는 이야기에 접근하기는 커녕, 갈등 구조도 제대로 고조 시키지 못하는 중대한 헛점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갈등이 고조되는 방식은 주인공이 어제 본 이상한 영화대로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상하게 여기고 괴로워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인공이 그렇게 운명에 두려워하고 미칠것 같아 하는 심경이 충분히 묘사되어야 할 것입니다. 점쟁이가 "자정이 되면 너는 죽을 것이다" 라고 하면, 처음에는 코웃음치다가 내일이 다가 올 수록 주인공이 점차 두려워하지만, 밤 12시가 되면 견딜 수 없이 미쳐버릴 것 같은 심정으로 덜덜 떨게 된다는 그 서서히 두려워지고 심정이 격해지는 점층법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맥빠지게도 그런 점이 매우 부족합니다.

이것은 10편의 글이 한꺼번에 실리는 단편집에서 다른 글과 비중조절을 하기 위해 더 분량이 많은 이야기였던 것을 처내버린 결과입니다. 너무나 기묘하게 어제밤에 본 영화와 오늘 겪는 일이 맞아 떨어져서 섬뜩함을 느끼게 되는 기분을 표현하는 부분을 간략하게 요약하는 식으로 줄여 버렸습니다. 그런 예언이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접한 공포감에 대한 묘사가 어찌보면 주인공 심정의 핵심일텐데, 아쉽게도 "콘도르 날개"에는 그런 묘사는 그냥 다 날아가고 없습니다. 대신에 "운명이나 예언을 다룬 영화에 보면 주인공이 느끼는 그런 감정을 나도 느낀다"라고 대강 때우고 맙니다. 이런 부분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위기를 따라가고 같이 조마조마해 하는 느낌을 느끼면서 아슬아슬하게 책을 읽는데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후반부에 주인공이 세상 푸념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렇게 주인공의 공포감이나 운명론에 대한 진지한 고민 장면이 이야기 속에 빠져버린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핑계를 대는 면이 있기는 합니다. 주인공의 감정이나 생각이 그런 쪽으로 빠지기에는 원래부터 방향이 좀 달랐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맺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야기의 중심 갈등, 중심 소재가 "주인공의 운명적인 미래를 예언하는 80년대 졸작 한국 영화"인만큼, 어느 정도는 긴박하고 팽팽한 느낌이 있어야 했을 것입니다.


(총질 장면으로 넘치는 영화이고 연기 못하는 배우들이 많은 내용이지만 그래도 고민은 진지하게 표현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이야기의 헛점은 내용속에 좀 쓸데 없다 싶을 만큼 언어유희나 농담이 휘몰아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좀 더 크게 보입니다. 주인공이 고민하고 고통받는 장면에 대한 묘사는 별로 없으면서, 괜히 픽 하고 짧은 웃음 짓게 만드는데 그치는 재담은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중에 언어유희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 "달과 6백만 달러" (링크) 의 SK텔레콤이나, "하얀 이빨" (링크) 에 등장하는 실없는 유머 감각에서도 자주 보던 것이고, 성격은 다르지만, "월척" (링크) 처럼 이것이 주인공의 감정을 묘사하는 측면이 있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콘도르 날개"는 실없는 언어유희가 많이 등장했던 것이 막판에 이르면 어떤 복선으로 작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이 이야기속의 언어유희도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주인공의 절절한 감정은 책 페이지 수 많이 차지할까봐 쳐내버렸으면서, 직접 사건에 직결되지도 않는 썰렁한 듯 무심한 듯한 잔잔한 농담이 이렇게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결코 좋은 모양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진지하게 생각한다거나 감정이입을 깊게 하는데는 방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에는 이 분이 예전에 자주 하던 것과 비슷한 형식의 코메디가 들어 있습니다: 누구 입니까?)

(또 이 이야기에는 이 분이 요즘 자주 하는 것과 비슷한 형식의 코메디가 들어 있습니다: 누구입니까?)

비슷한 면에서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에 대한 묘사도 많이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이야기는 "달과 6백만 달러"처럼 일부러 여자 주인공에 대한 묘사를 상당히 숨겨서, 궁금하게 만들고 약간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도 풍기게 하자는 목적으로 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처럼 무슨 제임스 본드 영화 아류작 여자 주인공처럼, 그냥 주인공 옆에 서서 설명을 도와주는 대화상대로만 등장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 이야기 중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장면에서 나름대로 감정이 표출되는 부분도 하나 박혀 있습니다. 이 부분의 감정은 정말로 진심으로 정이든 상대방의 불행에 대해서 걱정해 주는 옛사람의 마음이 잘 살아나야 하는 대목입니다.

10년만에 첫사랑을 만났는데, 첫사랑이 초라한 몰골로 늙어 있어서 실망했다. 하는 것이 전형적인 이야기이겠습니다만, 또한 "10년만에 첫사랑을 만났는데 초라한 몰골로 늙어 있어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우리가 정말 행복하고 멋있게 잘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세상이 역시 만만치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 아련했다"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장면에서도 그런 것과 비슷한 애절하다면 애절한 감정이 묘사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분량맞추느라 여자 주인공 묘사가 다 삭제되고 요약되다 보니 좀 뜬금없는 감정 표출이나 싶어서 어색한 느낌마저 듭니다.

이야기 속에는 "달과 6백만 달러"나 "낙하산"에도 나오는 중심되는 줄거리 이외에도 뭔가 다른 이야기도 하나 뒷편에서 흘러가고 있음을 은근슬쩍 암시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어떻게 부실한 여자 주인공 묘사를 좀 보강해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 거리 하나씩을 살짝살짝 숨겨놓은 이런 내용들이 흩어져 있어서 분위기 잡으려고 노력해보려 한다한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애절한 감정으로 끌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로 애절한 장면이어야 했건만...)

"콘도르 날개"는 "박시은 특급" (링크) 처럼 화끈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달과 6백만 달러"나 "최악의 레이싱"처럼 감정을 끈끈하게 자극하는 면도 매우 부족합니다. 비교하자면, "낙하산" (링크) 이나 "독수리 머리" (링크) 에 실려 있는 수준의 호기심을 끄는 소재와 반전이 하나 들어 있어서, 그걸 즐길만한 이야기라고 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독수리 머리"는 아라비안 나이트와 그림 형제 동화집을 좀 더 직접적으로 응용하고 있는 이야기라서 이 책에 실린 이야기 "콘도르 날개"와 수준이 비슷한면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상당히 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히는 흥겨운 전개 속도라든가, 여름날을 배경으로 해서 무엇인가 신나는 추억이 남을 것 같은 여름밤의 흥취를 담아낸 부분이 요즘 계절에 맞다 싶다면 어느 정도 재미거리는 될만한 내용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의 진지한 감정묘사들을 다 삭제해 잘라내면서도 그래도 꿋꿋하게 남겨놓은 언어유희들이, 취향에 맞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독자라면, 아마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짐작도 해봅니다.



그 밖에...

웹으로 공개된 판 "콘도르 날개"와 책에 실려 있는 "콘도르 날개"는 소재만 비슷할 뿐 줄거리와 묘사는 모두 바뀌어 있습니다. 책에 실려 있는 판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복선이나 소재들을 설명하는 것이라든가, "콘도르 날개" 외에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 책에 실린 다른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따로 다시 한 번 글을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핑백

  • 게렉터블로그 : 제가 지어낸 이야기들 2008-07-25 14:57:01 #

    ... 는 링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9. 한국환상문학단편선: 콘도르 날개</a> 10편의 이야기가 실린 한국환상문학단편선 중에 한 편으로 수록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링크 <a href="http://gerecter.egloos.com/3839072">http://gerecter.egloos.com/3839072 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생업 ... more

덧글

  • 추유호 2008/07/25 15:14 # 답글

    재밌는 책일 것 같네요. 저도 수 일 안에 읽어보고 감상을 써 보겠습니다. 감사!
  • 충동구매 2008/07/25 15:35 # 답글

    게렉터님, 홈페이지를 방치 내지 폐기한 채 떠돌아다니고 있는 고양이입니다. (홀로창작집이 아니라 조금 아쉽지만) 드디어 책을 내셨군요. 감축드립니다. ^^
  • 새매 2008/07/25 17:19 # 답글

    얼마전에 인터넷 서점 신간란을 기웃기웃거리다가 봤는데 '흐음...' 하다가 제일 위의 김이환 님, 밑에서 두번째에 박혀있는 곽재식 님의 이름을 보고 위시리스트에 올려놨지요.^^ '거울'에서 뵌 분들이 많이 참여하셨더군요. 콘도르 날개는 '거울'에서 본 글이지만 바뀐점이 많다고 하시니 기대가 되네요. 8월로 빨리 넘어가야 쿠폰먹여서 살텐데...;;
  • 땅콩샌드 2008/07/25 22:42 # 삭제 답글

    저도 읽어봤는데, 좀 너무 쓸데없이 길지 않습니까? 길면 긴 만큼 즐거워야 하는데, 너무 긴 나머지 지겨웠습니다. 물론 내부 논리적으로는 꽤 치밀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게렉터님의 평소 블로그 글처럼, 너무 길고, 알맹이는 없고, 정확히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고, 재미가 없으며, 중언부언하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오 헨리나 고골리를 언급하셨는데, 오 헨리의 경우 매우 짧은 소설을 썼으며 그 구조가 짧은 분량내에서도 기승전결이 뚜렷하며, 예상을 뒤엎는 결론을 순리적으로 도출합니다. 그러나 콘도르 날개의 경우에는 분량이 긴데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마구 뛰어다니는 게 아니라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세 개의 b급 한국 영화 스토리를 설명한다는 건 좋은데, 그건 1절만 했어야만 재밌지, 2절 3절까지 도돌이표를 쳐서 반복하고 마침내는 소설 전체를 b급 영화로 만든다는 건 물론 흥미로운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너무나 작가 개인의 논리적 욕심에 그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애매한 부분입니다.

    소설이 하나의 b급 영화가 된 건 좋습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감탄할만 하냐, 혹은 오헨리의 마지막 대사를 통한 반전이나(진자는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고골리의 [외투]에서 주인공이 유령이 되어서 외투를 빼앗는다는 결말은 작품 전체를 아우르면서 독자의 뒤통수를 때리는데, 콘도르 날개의 반전이란 너무나 작위적이고 마치 글장난처럼 느껴져서 그저 음음 그렇구나 싶을 뿐이지 재밌지는 않습니다.

    놀라운 것과 재밌는 것, 긴 것과 치밀한 것, 설명문의 구조와 소설의 플롯은 다른 것입니다.


    하지만 대중 문화적인 요소를 연계하는 방식은 무척 훌륭했습니다. msx나 컴파일에서 저도 좀 웃었습니다. 후반부를 1인칭과 3인칭이 괴상하게 겹친다고 표현하셨는데, 그건 [메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거울 46호에 게재된 [콘도르 날개]와 이번에 단편선에 실린 작품과는 제목만 같은 건가요?
  • 땅콩샌드 2008/07/25 22:43 # 삭제

  • 땅콩샌드 2008/07/25 22:49 # 삭제

    마지막에 써 있는 걸 못 봤군요. 흠흠.
  • 게렉터 2008/07/29 09:05 # 답글

    추유호/ 감상을 써주신다니 더욱더 감사합니다. 항상 자주 들러 주셔서 반갑게 여기고 있습니다.

    충동구매/ 감사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글이 실리기는 어려운 단편집이라서 조금 더 아쉽기도 합니다.

    새매/ 이름 기억해 주시다니, 으쓱해집니다. 감사합니다.

    땅콩샌드/ 대체로 맞는 말씀이십니다. 사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과정에서 "결혼 파탄난 남자가 첫사랑 여자를 만나서 묘한 감정에 휩쌓이는 이야기"이라는 줄거리를 줄기로 잡아서 흘러가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말씀하신대로, 또 위에 언급드린대로 이런 면이 충실하게 표현되기에는 역부족인 면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반전 역시 이라는 것 역시 같은 면에서 연결되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망상과 현실의 차이"에다가, 남자 주인공 - 여자 주인공 - 여자 주인공 전남편의 삼각관계가 극단적으로 부각되었다가 결국 여자 주인공의 현실주의에 여자 주인공 전남편의 일종의 질투, 심술이 겹쳐서 정리되는 내용으로도 볼 수 있게 꾸미려고 했습니다. 역시나, 이런 갈등구조가 아슬아슬하고 애절한 감정을 자극할 수 있게 흘러가야하는데 말씀하신대로 지겨운 면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저도 좀 아깝습니다. 다만 저는 이것이 굳이 군더더기가 붙고 분량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도리어 반대로 갈등의 단초들이 감정이입을 불러올만큼 충분히 이야기되지 못해서, 잘 꾸미지 못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릴 때처럼 분량에 구애없이 좀 넉넉한 구성으로 꾸몄다면 외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을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편선의 일개 단편으로 끼워 넣는 만큼 분량도 충분히 맞추면서 이런 이야기거리들도 요점만 잘 짚어내서 충분히 재밌게 꾸미는 것이 좋았겠습니다만, 그런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부분은 말씀하신대로, "메타 플롯"이라는 면이 있습니다. 제가 1인칭과 3인칭이 겹친다고 한 것은 1차 플롯에서는 작중 화자가 1인칭으로 조연인 여자 주인공 전남편이 3인칭으로 명백히 등장하지만, 동시에 또렷한 서술로 메타 플롯에서는 여자 주인공 전남편이 1인칭 서술자가 되고, 주인공이 3인칭 주인공으로 풀이되는 효과를 이야기한 것입니다.

    신경써서 길게 써주신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 지영 2008/08/03 22:16 # 삭제 답글

    오... 드디어 서적 출판까지... 축하한다.
  • 게렉터 2008/08/13 17:51 # 답글

    지영/ 저도 새 생명에 대해, 축하!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