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돌아온 외다리 영화

이두용이 감독을 맡은 1974년작 한국영화 "속 돌아온 외다리"는 한용철 일명 차리 셸을 주인공으로 하는 차리 셸(찰리 셸) 시리즈, 이두용 감독 태권 영화 시리즈 혹은 외다리 시리즈 중에서 가장 전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이자 결정판 격에 해당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홍콩 무술 영화의 유행에 맞추어서 나온 소위 한국의 70년대, 80년대 초반 "권격물" 영화 중에 한 흐름을 만들었던 것이, 한용철의 화려한 태권도 발차기 기술을 살린 차리 셸 시리즈, 곧 외다리 시리즈입니다. 이중에서 이 "속 돌아온 외다리" 시리즈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일본인 술집 주인과 "마도로스 박"이라는 별명의 뱃사람 출신 술집 주인이 대립하고 있는 어느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에 어느 날 발차기 기술이 엄청나게 뛰어난 정체불명의 떠돌이 싸움꾼이 나타나고, 이 싸움꾼과 두 술집 주인 폭력조직들의 대결이 꼬이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일본인 술집주인과 뱃사람 출신 술집 주인은 왜 대립하고 있었던 것입니까? 떠돌이 싸움꾼에게는 숨겨진 사연이 없겠습니까? 궁금해지고, 영화를 지켜보게 됩니다.


(포스터)

떠돌이 싸움꾼이 일본인 술집 주인과 뱃사람 술집 주인이 싸우는 것에 휘말리게 된 후에, 떠돌이 싸움꾼은 뱃사람 술집 주인의 편에서 일본인 술집 주인과 싸우게 됩니다. 떠돌이 싸움꾼 차리 셸, 한용철이 워낙 발차기가 막강하다보니, 일본인 술집 주인의 졸개들은 심하게 패배합니다. 일본인 술집 주인은 발차기가 막강한 떠돌이 싸움꾼을 제압하기 위해, 여러명의 싸움꾼을 차례로 보냅니다.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은 떠돌이 싸움꾼이 차례로 덤벼오는 악당들을 물리치면서, 두 술집 주인들이 왜 서로 대립하고 있는가 하는 배경 사연을 하나둘 알려 주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제목대로 주인공은 다리 한쪽을 잃게 되고, 그러다가 떠돌이 싸움꾼의 과거 사연도 소개 되고, 마침내 주인공은 다리 한쪽을 잃은 장애 조차 극복하고 악당들을 모두 물리친다는 것이 이야기의 결말입니다

(한쪽 다리를 잃은 한계를 극복한 후에는, 목발도 무기로 활용)

우선 이 영화는 시작 구도만 놓고 보면, 일본 고전 영화 "요짐보"에서 출발한 이탈리아산 서부 영화들과 그 서부 영화들에 영화를 받아서 나온 한국의 만주물 서부극을 떠올릴 법 합니다. 배경이 한국이 아니고 괜히 중국의 어딘가로 되어 있어서 무법천지에서 술집을 박살내며 싸우는 모양도 좀 그런 분위기가 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중요한 특징 중에 하나는, 만주국이라는 이상한 형태의 무법천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는 만주물 서부극의 바탕을 완전히 저버리고, 특정한 시대, 특정한 배경을 모조리 무시한 가상의 이야기에 가까운 것으로 마구 밀어 붙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만주물 서부극이란 것들은 "고증" 운운하기에는 터무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한국영화 "만주물 서부극"들은 중일전쟁의 전황이나, 만주국의 정부 체제, 일본군의 조직, 상상해 본 독립군의 활동과 같은 역사적인 요소들을 조금씩 고려하는 경우가 기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속 돌아온 외다리"는 전혀 아닙니다. 배경 부터가 일단 만주가 아니라 상해인데, 상해라기 보다는 그냥 어느 어촌 같아 보이고, 사람들의 옷차림은 20세기 초반처럼 보이는데, 싸울 때 결코 총은 사용하지 않고, 경찰이나 군대와 같은 공권력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해괴한 배경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배경이라는 것은 중국의 무협물 세계나, 서부 영화의 극단적인 한 배경처럼, 영화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해괴한 세상인 것입니다. 꼭 1930, 40년대 중국의 일본 점령지 어디 쯤 인 것 같지만, 공권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사람들은 왜인지 싸울 때 절대 총은 사용하지 않는 이상한 세계라는 것입니다. 사람들 간에 언어 문제로 의사 소통에 문제를 겪는 일은 전혀 없으면서, 가끔 폼잡는 순간에는 말끔한 1970년대 풍의 당시 최신 유행의 옷차림을 한 멋진 인물들이 오락가락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세계 입니다. 그러니까 영화 속에서 시대의 일관성과 고증을 완벽하고도 철저하게 무시하고, 아예 따지려고 상상조차 하지 않는 막연한 배경으로 이야기를 꾸며 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중화민국초를 배경으로 한 홍콩의 무술 영화들을 모방하기 위해서 한국 영화들이 사용하던 괴이한 방식으로, 국적불명, 시대불명의 영화라고 비판당하며, 흔히 그저 막연하게 "대륙물"이라고만 불리웠습니다.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이와 비슷하게, 당송이나 명나라 시대를 배경으로한 홍콩의 무술 영화들을 모방하기 위해서 만든 것들도 있었습니다. 한국 영화들은 조선 시대라고 하면서 비슷하게 따라하면 관객들이 너무 가짜 같다고 금방 알아 보니까, 대뜸 "배경은 고려시대고, 고려 시대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중국사람들 처럼 하고 다녔다"고 우기면서 만든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소위 "고려물"이라고 불리우던 영화들인데, 유럽 중세풍의 갑옷과 무기를 대충 베낀 잡배경으로 꾸민 최근의 우리 사극들은 바로 이 "고려물"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어떤 시대나 배경의 제약에서 확 벗어나는 것으로 출발합니다. 그래서 그냥 적당히 관객들이 이해할 만한 막연한 "맨손 싸움이 잘 통하는 무법천지" 정도로만 정해 두고, 국적불명, 시대불명의 "대륙물"로 과감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돈많고 흉악한 악당이라면 그러고 있지 말고 공기총 하나 구해다 쓰시지)

이 영화는 우선 시작부터 중반까지 거의 영화의 2/3에 가까운 부분을 코미디 영화로 버티고 있습니다. 싸움 장면 자체가 웃기는 동작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싸움 장면은 나름대로 멀쩡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사연들과 대사들, 말하는 방식과 갈등의 표현 방식은 명백하게 코미디로 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시작하자 마자 행패 부린답시고 남의 가게에 와서 갑자기 옷을 벗고 사람을 두들겨 패는 중년 남자를 보여주는 추한 장면으로 출발해서, 틈날 때 마다 음식 추잡스럽게 먹기라든가, 표정 과장에서 이상하게 찡그리기 따위의 몸개그도 틈틈히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아예 무성영화나 베니힐 쇼 같은 순수 코미디 물에서 나오는 필름 빨리 감아서 뛰어다니는 동작 웃기게 보이게 하는 효과 같은 것도 자주 사용해서 보여줍니다.

그리고 주인공 한용철도 이 코미디에 잘 참여해서 훌륭하게 활약하고 있습니다. 추태 부리면서 술집에서 행패 부리는 악당이 난리를 치는데, 한용철은 꼼짝도 안하고 계속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행패 부리는 놈이 고함을 치며 난리를 부리는데도, 실실 웃으면서 술을 마시며 여유를 부립니다. 그리고 화려한 싸움 솜씨와 놀라운 기술로 장난을 칩니다. 주인공이 갖고 있는 놀라운 싸움 솜씨, 발차기 기술을 풍부하게 과시하면서, 영화의 웃음도 마음껏 자아냅니다.

한용철은 화려한 발차기를 빠르게 보여주는 개성있는 무예 솜씨로, 영화의 싸움 장면을 단순한 홍콩 무술 영화를 베낀 것과는 다른 개성을 담아 준 배우였습니다. 그런데 그 뛰어난 싸움꾼이 의외로 얼굴은 좀 어리고 순박해 보이는 데가 있고, 몸은 여리고 작아 보이는 데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배우는 진지한 싸움 장면 사이에서, 마치 장난스러운 개구쟁이와 같은 모습을 잠깐씩 보여 주면서 멋지게 웃긴 장면들, 웃긴 대사들을 해 냅니다. 한용철은 제임스 본드처럼 여유 부리고 베짱 부리면서 농담하는 장면이 주어지면, 이 배우는 그 장면들을 꼭 반항적인 청소년의 이죽거리는 모습처럼 표현해 내는데 특유의 멋에 꼭 맞게 어울립니다.

이렇게 웃어 가면서 가벼운 분위기로 이야기가 흐르다가, 영화가 절정으로 흘러가기 전에 영화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습니다. 이 웃긴 코미디 영화가 한 맺힌 복수담, 처절한 원한의 이야기로 바뀌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2000년대 초반에 한국영화 중에서 끝없이 쏟아져 나왔던, 신파 더하기 코미디, 액션 더하기 멜로 등의 잡탕성 영화와 같은 구조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서로 다른 여러가지 재미를 다 담아서 보여 주겠다면서, 이상한 어울리지 않는 것 두가지를 확 갖다 붙여 놓은 모양이 매우 닮았습니다. 악당 두목이 열받는 다면서 주전자의 찬물을 머리 위에 스스로 줄줄 퍼붓는 짓을 하는 황당 무계한 웃긴 장면으로 때우는 영화가, 결말 부분에 이르면 부모님의 원수를 갚으려고 하는 처절한 눈물의 비장한 이야기로 변신해 버립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에 쏟아졌던 영화들 중의 평균 수준에 비하면, 이 영화는 그렇게 어림없이 이야기가 바뀌어 버리는 것이, 놀랍게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편입니다. 물론 전체적인 통일성이나, 이야기 전체의 강렬함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재미가 없어질 정도로 이어지지 않게 보인다거나, 지켜 보기 싫어질 정도로 분위기가 급격히 이상하게 변해 버린다거나 그렇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단 한 가지 요소는 이야기의 전환점이 꽤 그럴듯한 하나의 초점으로 분명하고도 선명하게 잘 잡혀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인고 하니, 바로 영화의 제목처럼, 주인공이 한쪽 다리를 잃고 "외다리"가 되는 대목입니다. 이 영화는 비록 장난처럼 웃겨 가면서 싸우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에게 칼부림하고, 조직폭력배 같은 놈들이 서로 목숨 걸고 영업 방해하려고 행패 부린 이야기입니다. 싸우면 사람 목숨이 오가는 이야기였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싸우다가 주인공이 다리 한 쪽을 잃는 것이 그렇게 황당무계할 것은 없습니다. 죽어 나간 사람도 많은 마당에, 싸우는 이야기 중에 주인공이 한 쪽 다리를 잃는 장면이 끼어 드는 것은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 다리 잃는 장면을 기술적으로 꽤 잘 표현 했습니다. 일단 소품이나 표현 자체가 상당히 괜찮습니다. 사실성도 꽤 높습니다. 물론 공포 영화 처럼 무섭고 잔혹해 보이게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의 홍콩 쇼브라더스 영화사의 무술 영화에서 비슷한 장면들은 그냥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만 전달하는 정도 였던 것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이 영화에서는 악당의 칼날 때문에 그렇게 화려하게 발차기 기술을 구사하던 주인공이 다리 한 쪽을 잃는다는 그 모습이 적당히 처참하고, 꽤나 그럴듯하게 화면에 가득 드러납니다.

뒤 잇는 이야기 구조도 영화의 전체의 방향을 전환하기에 어울립니다. 이렇게 발차기가 뛰어난 주인공이 한쪽 다리를 잃었으니, 주인공은 좌절감과 절망감에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할 것입니다. 주인공이 번민과 상념이 가득한 이 자연스러운 기회를 이 영화는 아주 적절하게 활용합니다. 이 기회를 이용해서 주인공이 어떻게 해서 떠돌이 싸움꾼이 되었는지, 그 과거의 사연을 회상 장면으로 담아서 보여 주는 것입니다. 주인공의 정체는 처음부터 궁금함을 자극할만한 내용인데, 딱 맞는 순간에 영화 속에서 펼쳐져서 그럴듯한 이야기 거리를 보여주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 이야기인 즉슨, 이 일본인 조직과 뱃사람 출신 조직의 놈들이 왜 서로 싸우고 있는지 하는 비밀과 얽혀 있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영화 전체에 걸쳐 있는 이야기 거리, 궁금한 일들과 주인공의 옛사연은 엉켜 있어서 관객들은 자연히 관심을 갖고 이야기 속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주인공의 사연은 비극적인 과거이고, 주인공은 한쪽 다리를 잃은 것을 극복하기 위해, 연마와 수련을 시작합니다. 이야기는 점차 무거워지고, 얼마되지 않는 사이에, 주인공이 다리가 잃는 사건을 기점으로 이야기 전체의 분위기가 코미디 분위기에서 처절한 복수 이야기로 그럭저럭 뒤집어 지는데 성공하는 것입니다.

이 대목은 이 영화 구성 상에서 무척 볼만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는 이런 구성의 노력 외에도, 코미디와 진지한 복수가 잡탕될 수 있을만한 다른 바탕도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특유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웃기지도 않고, 안 웃기지도 않고, 멋있지도 않지만, 그래도 아름답다면 아름답기도 한 기괴하고 이상한 화면 연출이 바로 그것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악당의 졸개들이 배신하려다가 죽음을 맞는 장면입니다. 악당 졸개들은 배신하려다가 "오사카 삼형제"라는 살인 청부 업자에게 동시에 맞아 죽음을 맞이 합니다. 악당 졸개들이 나란히 늘어서서 오사카 삼형제에게 맞아 죽는 순간, 이 영화에서는 갑자기 그 순간의 악당 졸개들의 얼굴 표정을 영화 화면 가득 보여 주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그냥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싸우려고 설치다가 공격 당해서 쓰러지기 직전의 서 있는 모습 그대로 멈춘 그 동작을 우측에서 좌측으로 훑어가며 정지동작을 느리게 훑어가며 보여줍니다. 그 모습은 멋있고 비장한 모습도 아니고, 위대하고 감격적인 모습도 아닙니다. 그냥 쓰레기 같은 악당 졸개들이 싸움하다가 힘이 모자라서 추잡하게 죽어가는 조악한 마지막 표정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의 마지막 순간을 일렬로 훑어가며 보여주는 것입니다. 거기에 기괴한 색채가 섞인 이상한 조명이 그 추한 얼굴들에 잔뜩 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배경음악으로 격하게 진동하는 록큰롤 전자기타 연주가 흐르는 것입니다!

매트릭스 입니까, 뭡니까? 배우들의 연기가 조악하고, 특수효과가 추잡해서 그렇지, 이 장면의 연출 효과가 주는 심상은 아주 기괴 합니다. 스즈키 세이준과 같은 60, 70년대 일본 범죄 영화의 명감독들이 보여주던 기괴한 환상적인 영상을 그대로 떠올릴 수 있을 만한 괴상한 장면입니다. 짧게 나오고 그냥 지나갑니다만, 웃기면서 신나게 발차기 하면서 싸우는 영화에서 갑자기 이게 뭐하자는 겁니까? 그런데 이런 장면이 영화 속에서 어울려드는 순간이 있는 것은, 그 기묘한 향취와 강렬하게 뒤섞이는 격한 감흥을 이 영화가 갖고 있다고 관객이 느끼게 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걸 보다보면, 이 영화가 좀 뒤집히고, 좀 바뀌어서, 확 내용이 바뀌고, 웃기다가 확 비장한 분위기로 바뀌어도 대체로 엮여 드는 범위안에 있다 싶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여기지 마라! 원래 원조 외팔이 시리즈에서도 결혼하는 여인의 외모는 크게 따지지는 않았다!)

비장한 분위기로 바뀐 뒷부분의 영화 이야기는, 외다리가 된 주인공이 무쇠로 만든 의족을 하고 걷고 뛰고 싸우는 것을 연마하는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결국 그 무쇠 의족을 이용해서 발차기 하는 방법을 개발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는 당시 "쿵후 영화"라고 불리우던, 주인공이 연마와 수련을 통해서 더 강해지고 마침내 악당을 무찌르는 줄거리의 영화의 요소를 아주 잘 받아 들인 셈입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발차기의 달인이었는데, 한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희망을 잃고 좌절에 빠졌는데, 끊임없는 수련 끝에 무쇠 의족을 이용한 발차기를 개발해서,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더 강력한 발차기를 갖게 된 것입니다. 줄거리의 극적인 전환과 극복, 인간적인 감정의 변화와 반전이 나름대로 살아 있는 줄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야기 형태는 "외다리" 시리즈라는 제목에서부터 영향을 크게 끼친 홍콩 쇼브라더스 영화사의 흥행작 "외팔이" 시리즈를 잘 모방한 좋은 결과라고 할만합니다. 특히 홍콩 쇼브라더스 영화사의 영화 중에는 팔다리를 잃은 주인공이 칼날을 단 팔다리를 달아서 무시무시한 싸움꾼이 된다는 "금비동" 같은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속 돌아온 외다리"의 이야기는 "금비동". "잔결" 부류의 장애자 주인공 소재와 한맺힌 복수를 위해 연마와 수련을 독하게 해서 새로운 경지의 무술을 얻어 악당을 물리친다는 "쿵후 영화" 이야기를 잘 섞은 사례라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처음 부터 끝까지 그런데로 잘 엮여 있는 모양을 갖추고 있는데는, 처음부터 끝까지 발차기 기술이라는 소재를 꾸준히 잘 이어가면서 이렇게 저렇게 응용해서 연결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영화는 싸움 장면을 중요한 소재로 한 "권격" 영화 입니다. 그러니만큼, 주요한 장면, 좋은 전환점 마다, 싸움 기술, 싸우는 방식, 싸우는 모습이 영화의 소재가 되도록 한 것입니다. 주인공의 왼발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사나, 주인공이 거기에 대해 응답하는 재치 있는 대사, 주인공이 색다른 발차기 기술을 쓰는 장면을 싸움에서 주요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든지, 주인공이 다리를 잃고, 의족을 만들고, 의족을 쓰는 방법을 연마해서 새롭게 도전하는 내용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으로 꾸며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 전체에서 싸움 장면에 집중력을 갖고 있고, 발차기를 잘하는 싸움꾼, 한용철이라는 배우의 주특기도 잘 잡아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어쩔 수 없이, 연기가 어색하고, 웃기려고 하는 동작과 대사들이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은 것이라든가, 최후의 일격이 별 대단할 것이 없다는 점 등등은 여전히 실망스러운 한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기는 합니다. 게다가 여자 주인공의 비중이 터무니 없이 낮고 여자 주인공과의 연애담 이야기 대사가 거의 농담이나 장난을 방불케 하는 우스꽝스러운 습관성 상투적 대사로 점철되어 때우고 넘어가는 부분 같은 것은 허무맹랑한 구석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눈에 뜨이는 몇몇 장점들을 찾아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조금씩 조금씩 인물들의 정체를 남겨놓고, 끝까지 의문으로 남는 사연 가려 놓아서, 그게 차근차근 끝까지 단계적으로 드러나게 해서 줄거리의 호기심을 유지하는 수법도 좋고, 음악이 나름대로 멀쩡하게 나오는 영화라는 점도 꼽아 볼만합니다.

음악이 정말로 뛰어 나다거나, 저작권을 잘 고려해서 합법적으로 음악을 집어 넣은 영화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당시 수많은 한국 영화들이 제대로 음악 다운 음악이 필름에 맞아 떨어지게 들어갔다 끊어졌다 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에 비하면, 이 영화의 음악은 그래도 대략적인 형체는 갖추고 있습니다. 몇몇 부분은 멋진 부분도 있습니다. 주인공이 남의 술집에서 행패부리는 악당을 놀려대면서 두들겨 패버릴 때, 배경음악으로 여유로운 주인공에게 어룰리는 흥겨운 전자오르간 재즈 연주가 깔려듭니다. 독특하면서, 무척 듣기도 좋았습니다.


그 밖에...

앞서 언급드렸다시피, 소위 외다리 시리즈, 차리 셸 시리즈, 이두용 감독 태권 영화 시리즈는 당시 신문광고 기준으로, 1탄이 "용호대련", 2탄이 "죽엄의 다리", 3탄이 "돌아온 외다리", 4탄이 "분노의 왼발", 5탄이 "속 돌아온 외다리"로 나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속 돌아온 외다리"가 사실상 정식 영화 중에는 마지막인 것입니다. 6탄으로 "배신자"라는 영화가 소개되어 있기도 한데, 이 영화는 1~5탄을 짜집기하여 새로 만든 영화처럼 꾸민 것입니다.

이 영화에도 옛 영화의 잡악당 역할의 거목이라 할 수 있는 박동룡 http://gerecter.egloos.com/3825648 이 나옵니다. 일본인 술집 주인의 졸개 급 부하 중 한명으로 나오는데, 배신하려다가 오사카 삼형제에게 죽습니다. 바로 위에서 말씀드렸던 그 화려한 죽는 장면 연출 입니다.

차리 셸 시리즈는 1974년 한 해에 초고속으로 줄줄이 나왔기 때문에, 같은 세트, 같은 배경, 같은 배우들을 줄줄이 활용해서 계속 찍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일본인 술집 주인은 배수천이 맡았고, 뱃사람 출신 술집 주인은 김문주가 맡았습니다.


("돌아온 외다리"에 나온 모습의 배수천)


("돌아온 외다리"에 나온 모습의 김문주)

이 이두용 태권 영화 시리즈, "외다리 시리즈"로 1970년대 중반 한국 권격 영화계 최고의 인기 배우였던 차리 셸, 한용철은 미국으로귀국한 뒤에 소식이 상당히 드물어진 편입니다. 지난 글의 덧글에도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상영회에 참석했던 이두용 감독등의 대화 중에 나온 이야기나, 최근에 팬사이트 등에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미국에서 개인 사업을 하며 건강히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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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영춰 2010/06/02 23:21 # 답글

    보고싶네요..
  • 게렉터 2010/06/03 19:54 #

    아마 이번달에도 한국영상자료원에서도 상영하는 날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 니나노 2010/06/03 08:38 # 삭제 답글

    음...

    오래전에 한용철씨가 나오는 영화를 여러편 본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중에서 '용호대련'이 제일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용호대련'이 제일
    처음으로 나온 영화였군요...

    '속 돌아온 외다리'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보고 싶습니다
  • 게렉터 2010/06/03 19:55 #

    저는 "속 돌아온 외다리"가 완결성 측면에서는 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 나온 참신함은 용호대련을 당하기 어렵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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