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맨: 퍼스트 클래스 (X-Men: First Class, 2011) 영화

"엑스 맨: 퍼스트 클래스"의 이야기는 주로 60년대를 배경으로 해서 "엑스맨"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이 어떻게 하다가 그런 사람들이 되었는 지, 그 사연을 보여주는 내용 입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쏟아진 수많은 속편물, "거슬러 올라간 이야기들"과 궤를 같이 하는 형태로 나온 것입니다. 한 가지 특징으로는, 실제 냉전 시기의 유명한 사건인 쿠바 미사일 위기를 가장 중요한 핵심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을 꼽을만 하겠고, 전체를 보자면 후반에는 다소 진지한 느낌을 들여 붓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경쾌한 활극 분위기를 잘 유지하는 내용의 신나는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영화를 보기 전에 별 아는 것 없이 찾아가 시리즈가 내려오면서 익숙해지고 좋아하게된 인물의 과거를 하나 둘 찾아보며 놀라고 재밌어 하는 것이 묘미이기도 한 영화 입니다.


(포스터)

이 영화는 처음 들어가는 대목에서는 아주 무겁게 출발합니다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 즐겁고 흥겨운 첩보물로 진행 됩니다. 실제로 CIA와 힘을 합쳐 주인공들이 설치기도 하니까 정말로 첩보물이라면 첩보물이 맞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웃음만 가득한 즐거운 모험 영화로 빠지는 것은 아니고, 어둡고 무거운 느낌도 적절히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면 때문에 이야기는 세계 각지를 배경으로 바꿔 나가고 멋진 옷을 입은 선남선녀들이 폼을 잡고 싸우고 엎어 버리는 내용으로 발빠르고 흥겹게 흘러가면서도 실감나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진지한 느낌도 같이 들고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 분위기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매그니토"의 인물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악의 제왕 "매그니토"가 되기 전 시절의 반항아스러운 인물로 나오는데, 이 인물이 고독하고 냉철한 악당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묘하게 슬프고 낭만적인 구색이 있는 그런 모습을 무척 잘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요즘 유행에 잘 맞아 떨어지게 그걸 끈끈하고 울적한 주윤발 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거칠고 날렵하고 냉소적인 힘이 넘치는 주인공으로 보여주는 데, 초반부에서는 아주 잘 살아 났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의 첩보물 분위기와 엮여 들게 되어 세계 각지의 풍경과 갑자기 몸매 자랑하는 미인들이 나타나면, 매그니토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제임스 본드와 아주 비슷해 보일 지경이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과묵했던 다니엘 크레이그에 비해 악담 섞인 농담을 툭툭 잘도 던지는 이 영화 속 매그니토가 더 다니엘 크레이그가 목표로 했던 제임스 본드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 정도까지 훌륭했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는 중반부에 이르면 조금 더 내용이 밝아져서, 초능력자들을 끌어 모으고 초능력 영웅들이 나오는 활극에 걸맞게 상상 속에서만 생각할 수 있는 초능력을 세상에 보여 주면서 다양한 재밌는 일들을 벌이는 모습을 신나게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좀 더 밝게 이끌어 갑니다. 아예 여러 초능력자들이 돌아가면서 능력을 하나 둘씩 패션쇼처럼 과시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이런 내용들은 이야기 속에 큰 무리 없이 들어 맞게 잘 꾸려져 있습니다. 최근의 몇몇 초능력 영웅 이야기들이 너무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들을 하다가, 결코 어울리지 않는 징징거리는 우는 대사만 나누며 감정을 짜내다가 대단히 어마어마한 내용이랍시고 지겨운 내용만 끌어 나가던 때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이 영화가 초능력자들이 나오는 영화 답게, 초능력을 자유롭게 보여주며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신기한 일들을 하는 장면을 충분히 담고 있는 점은 무척 기분 좋은 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초능력 친구들)

이런 내용들은 후반으로 흘러가면서 조금 더 어두워지고 조금 더 진지해 집니다. 여러 초능력자들이 진지해지는 내용 중에 이제는 좀 고루하게 들리면도 있는, 초능력자들을 사회의 소수자들을 상징하도록 이야기하는 대사들이 전형적인 틀에 묶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는 특별해" 운운하는 대사는 억지로 불쌍한 사람 달래는 대사로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는 거의 "나다운게 뭔데?" 급으로 많이 등장하는 대사로 굳어져 가고 있기에 이러한 내용들이 와닿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이런 영화에 항상 나오게 된 미남 배우들끼리 마주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서로 긴긴 대사를 한 세시간 동안 나누는 장면도 안일해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내용 자체가 부실한 면도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소수자 문제를 이야기 하기 위해 "유대인들은 마치 초능력자들처럼 너무 뛰어난 민족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질투해서 괴롭혔다"는 식으로 뭔 이스라엘 예비군 훈련소에서 사기 올리기 위해 하는 부류의 이야기가 깔려 있습니다. 나치가 나쁜 것은, 유대인들이 순결하고 선량하기 그지 없는 데 나치가 미쳐서 괴롭했기 때문이 아니라, 유대인 문제가 골치거리가 되니까 그 해결로, 대량학살을 제시 했기 때문 입니다. 그런 초점에서 어긋나고 있으니, 이 영화 속에 보이는 소련 사람들 따위는 그야말로 바보스럽기 한량 없이 절로 비웃음이 나오는 추잡한 모양으로 나올 뿐 입니다. (이런게 나라 망한 설움인지...) 이런 점들 외에도 이 영화속의 "심오한 이야기"를 위한 갈등을 이어나가기 위해 배치한 복선이나 전조들이 너무 바로 다음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위해 툭툭 끼어들기만 하는 때가 많아서, 이런 이야기들이 덜 진실해 보이게 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을 그래도 대충 건사할 수 있도록, 여기에만 너무 빠지는 대신에 이런 내용이 나오는 후반부에 가장 격렬한 싸움과 가장 화려한 특수 효과들을 배치해 놓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터져 나오는 화면의 힘으로 계속해서 빠르고 가슴 뛰는 이야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기술은 썩 괜찮아서, 예고편에 나오는 잠수함이 공중으로 떠오르고 하는 거대한 것들도 잘 잡혀 있고, 이제는 많은 영화에서 나왔던 하늘을 날아 다니는 묘사도 훌륭했습니다. 짧고 간단하게 나오기는 하지만 여느 영화들 못지 않게 아주 하늘을 나는 짜릿한 느낌이 잘 전해지게 속도감과 부양하는 느낌을 화면에 잘 담았다고 생각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심각한 이야기 자체도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미스틱 덕분에 꽤 와닿게 살고 있습니다. 제니퍼 로렌스는 전성기에 르네 젤위거가 한 극치를 보여 주었던, "사실은 할리우드의 미녀 배우지만 영화 속에서는 왠지 그렇게 예쁘지 않은 보통 여자처럼 보여서, 친근하면서도 호감가게 되는 인물"상을 다시 한 번 잘 연기 해 주었다고 생각 합니다. 게다가 외모를 이리저리 바꿀 수 있는 미스틱의 인물은 그 정체성에서부터 천사와 악마를 오가는 이중적인 모양 때문에 심각한 이야기가 될만도 합니다. 이걸 대충 그냥 재미난 속임수 정도로 활용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극적인 전환점 대목대목마다 잘 배치해서 활용하고 있고, 감정 흐름도 순정만화에서 쉽게 볼 수 있고 그만큼 와닿는 단순하고도 애틋한 감상으로 잘 써먹고 있어서 가장 매력적으로 와닿았습니다.

그 덕택에 남자 주인공들은 선악과 가치관의 문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번민을 맡았고, 여자 주인공은 그 남자주인공들로부터 애정을 갈구하는 것이 역할의 전부가 되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약간 꼬일 때가 있지 않나 싶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그냥저냥 묻혀가는 흐름을 타기는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금발 미녀)

그 외에 이 영화에서 아주 좋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조연들과 단역들이 무척 잘 잡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쿠바 미사일 위기라는 실제 사건을 다루고, 이 내용을 위해서 당시의 거물 정치인과 역사의 위태위태한 칼날 위에 서 있었던 장군들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 속에서는 잠깐 찰나에 스쳐가는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저마다 나름대로 묵직하고 중후한 느낌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작은 역할임에도 그런 힘을 줄 수 있도로, "발사!" 한 마디를 위해 존재하는 장군1 역할이나, "동의하시는 분 손들어 주십시오" 따위의 대사 밖에 없는 양복쟁이 고위 공무원2 등등도 저마다 그럴듯하게 진짜 그런 고위 관리들 느낌에 걸맞게 연기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작은 세부의 잡연기들이 꼼꼼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이야기가 날렵한 첩보물 분위기를 갈 수록 잃고 후반에는 만화 같은 세계정복 음모를 노리고 이상하게 배배꼬인 음모를 꾸미면서 60년대 배트맨 TV쇼에 나온 펭귄맨 잠수함 같은 걸 타고 다니는 악당과 대결하는 다소 황당한 갈등 구도로 접어들게 됩니다. 그런데도 이런 작은 단역들이 잘 활동했던 덕택에 이야기가 그럴싸해 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더하여, 초강대국간의 냉전 덕분에 사람을 달에 보내는 등의 별별 놀라운 기술 같은 것들이 잘도 튀어 나오던 진짜 시대상이 이런 공상적인 내용과 맞아드는 모양도 때때로 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SF 소설 표지에나 나올 법하게 생겼던 당시의 "블랙버드" 정찰기와 닮은 비행기가 등장하는 모양은 묘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또 한가지 이 영화에서 무척 즐거웠던 점은 음악 입니다. 귀를 즐겁게 하는 박력있는 주제곡이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가지로 바뀌는 분위기들마다 어울어지게 다양한 음악이 저마다 뚜렷한 특색으로 흘러 나옵니다. 60년대 분위기에 딱 맞아 떨어지는 록큰롤을 이용한 음악이나, 초능력자들을 찾아 다닐 때 울려퍼지는 사이키델릭 풍의 음악은 아주 운치가 있고 즐거웠습니다. 그 외에도 마지막 결전, 중후한 장면 저마다 잘 어울리게 다양한 음악들이 풍부하게 듣기 좋았습니다. 그에 비하면, 영화 속의 소품이나 옷차림 등은 60년대 분위기를 실감나게 살리기에는 약간 부족합니다. 하지만, 역시 정말 60년대 스파이 영화를 보는 듯한 60년대식 미래파 옷차림이나, 초현대풍 가구들로 들어찬 파티 풍경과 같이 "이게 바로 히피들이 멋있다고 하던 시대 분위기다"라는 느낌을 던져 주는 내용들이 없는 것은 아니라서 틈틈히 구경할만은 했습니다.


(60년대 제임스 본드 유행)

배우와 인물들 중에 매그니토, 미스틱을 빼면 프로페서X와 악당 두목을 이야기 해볼만 합니다. 프로페서X는 연기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만, 중반 이후에는 너무 당연한 착한 말만 하고, 혼자 뭐든지 다 최선의 방책을 안다면서 "넌 이래야해, 넌 이건안돼"이러면서 대장 노릇하고 설쳐서 확 멋이 없어 집니다. 이놈이 좀 정떨어지게하는 면이 있어야 후반부의 갈등이 더 잘 피어오르기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처음 등장 할 때, 부잣집 철모르는 도련님이면서 긍정적인 활기가 넘치기도 하는 얼렁뚱땅한 모습은 다른 인물들 못지 않게 멋져서 그저 재미없게 굳어가는 것이 아주 아쉬웠습니다.

그에 비해 케빈 베이컨이 연기한 악당 두목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합니다. 죄책감과 동정심은 해저 저편에 묻어 버린 사악한 놈 연기를 무척 잘 합니다. 특히 도입부에 미치광이 박사로 나올 때의 모습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신선하고도 빼어나며, 본격적인 이야기 속에서 만화 속 악당 두목이 되었을 때에는 이런 전형적인 악당에 어울리는 나쁜 놈 연기를, 나쁜 놈 연기는 이력이 나도록 해 본 배우 답게 아주 깨끗하게 해내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초능력자 배우들, 특히 "착한 편"의 초능력자 배우들도 연기가 잘 들어 맞았다고 생각 합니다. 패배를 모르는 무적의 용사가 아니라, 동네에 사는 우리 친구 같은 평범한 아이들이 용기를 갖고 무시무시한 적들과 맞서서 싸운다는 어떻게 보면 위태위태하고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존경스러운 모습을 일상적인 친숙함과 배우의 매력을 잘 섞어서 펼치고 있었습니다. 냉정한 살인 장면과 장난스러운 농담 장면, 사회의 뒷면을 들추는 음침한 소재와 권선징악 풍의 만화 이야기가 흥겨운 활극 속에 큰 무리 없이 섞여든 재미있는 영화 였다고 생각 합니다.


그 밖에...

우리나라에서는 엑스맨 만화가 별로 소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엑스맨이 처음에 그나마 나돌았던 이야기는 아마 컴퓨터 게임이 아니었던가 합니다. 1989년부터 IBM-PC 용 MS-DOS 에서 돌리는 게임으로 나왔던 엑스맨 게임은 두 편이 우리나라에서도 꽤 돌았는데, 1편 게임에 나오는 친숙한 인물인 울버린, 사이클롭스, 대즐러, 콜로서스, 나이트크롤러 는 아쉽게도 이번 영화에는 주요 인물로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많이들 기억하는 MS-DOS 엑스맨 게임2편: 이 게임에서는 엑스맨들이 공룡과 싸웁니다.)

그렇지만 그 중에 한 명이 극중에 카메오 형식으로 잠깐 나오는 데, 높은 기상을 보여 주는 단 한 줄의 강력한 대사를 던집니다. 보고 아주 흐뭇하게 한참 웃었습니다.

덧글

  • 2011/06/06 11:3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게렉터 2011/06/07 21:46 #

    옳습니다.
  •  sG  2011/06/06 11:43 # 답글

    이 포스터도 "XYZ XYZ 시작된다" 네요.
    시작된다 시리즈 이제 좀 끝날 때도 된 것 같은데...
  • ⓧA셀 2011/06/06 13:09 #

    우리나라 영화 홍보 카피라이터들은 '시작된다'를 넣지 않으면 감봉이라도 당하나봐요.
  • 게렉터 2011/06/07 21:47 #

    저는 아예 "다찌마와 리" 같은 패러디 영화가 새로 나오면 포스터에다가 크게 "거대한 시작이 시작된다!" 라고 써놓는 것도 재밌겠다 싶습니다.
  • 블루드림 2011/06/06 19:28 # 답글

    참 재밌게 봤습니다. 근래 나온 히어로물 영화중에 최고였고요^^
  • 게렉터 2011/06/07 21:47 #

    저 역시 엑스맨 시리즈 2, 3편 보다 더 재밌게 봤습니다. (1편은 보지를 못했고...)
  • 오우거 2011/06/14 22:21 # 삭제 답글

    전 러시아 사람이나 독일 사람들이 러시아 억양의 영어나 독일 억양의 영어를 하지 않은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 게렉터 2011/06/15 08:28 #

    저는 이 역시 60년대에 전쟁영화등에서 주로 나오던 실록물들의 전통을 따라 간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손씨. 2011/06/23 09:12 # 삭제 답글

    저도 DOS용 X-MEN게임을 통해서 처음 접했었는데 그때부터 매그니토가 좋았어요 ㅜ

    그나저나.. "꺼져!" 정말 한마디로 모든걸 보여주는 장면. ㅋ
  • 게렉터 2011/06/24 08:28 #

    막연한 제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X-MEN은 게임이 제일 먼저, 원조로 보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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