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팬더 2 (Kung Fu Panda 2, 2011) 영화

우리의 드래곤 워리어, 용사(龍士), 팬더는 만두 많이 먹기 따위의 소일을 하며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공작새가 무시무시한 비밀 무기를 갖고 무림의 고수들을 공격하여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스승님으로부터 명을 받은 팬더는 사악한 공작새를 물리치기 위해 동료와 함께 길을 떠납니다. 이것이 "쿵푸 팬더2"의 이야기로 영화 내용은 고아로 양아버지와 함께 자라난 주인공이 원래 친부모가 누구 였는지 궁금해 하는 이야기와 살짝살짝 엮여서 펼쳐지게 됩니다.


(포스터)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했던 장점은 표정 표현이 아주 풍부하고 봉제 인형 질감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애니매이션 인물들을 멋지게 선보인다는 점이라고 생각 합니다. 다시 말해서 3차원 애니매이션으로 표현해 내는 그 실력의 꾸민 솜씨, 디자인, 미술 상의 성취가 무척 훌륭했다고 생각 합니다.

간명하고 쉽게 만들어 가기에 아주 적절한 이야기 줄거리를 그대로 펼쳐 나가는데, 등장 인물들, 특히 주인공 팬더의 표정은 애니매이션스러운 과장으로 표시되어 있음에도, 미묘한 감상과 휘몰아치는 감정을 아주 잘 드러냅니다. 장난감 봉제인형 같은 유아들이 좋아할만한 그 귀여운 모습 속에서 그런 점을 매우 잘 살렸다고 생각 합니다. 특히 인물들이 물에 빠져서 털이 젖은 느낌을 표현한 대목에서 이런 모양은 아주 눈에 뜨이게 들어 왔습니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해서 어린이들이 부모에게 장난감 사달라고 졸라대는 것을 목표로 꾸민 애니매이션들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합니다만, 3차원 컴퓨터 그래픽 세계에서 이 영화는 개중에도 손꼽을 만큼 썩 좋았다고 생각 합니다. 팬더 외에도 입을 딱 벌리며 놀라는 학을 비롯하여 모두들 못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행복)

이런 애니매이션 표정, 애니매이션 인물의 활약을 돕는 목소리 연기 역시 굉장한 수준을 자랑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각 목소리를 맡은 성우들이 누구였는지 전혀 모르고 영화를 가서 본다면,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녹록치 않은 배우들이 일을 맡아서 할 수 있는 최상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에는 패러디 요소를 굳이 드러내어 자랑하는 것이 중심인 것만은 아닌 영화라서, 웃긴 장면, 과장된 웃긴 대사가 휘몰아치듯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물론 많이 나옵니다만, 중심축은 굳건히 정통파 이야기가 자리잡고 있고, 보통 할리우드 모험물에서 농담 따먹기하며 싱글싱글 진행해 나가는 정도로 싱겁게 주워담는 수준 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부류의 헛소리의 달인인 잭 블랙을 비롯해서 모든 목소리 연기들이 적합했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 틀은 정말 정통을 붙잡아 가고 있습니다. 사악한 사파의 달인이 무림을 어지럽히니 무림 세계의 고수들이 힘을 모아 맞서 싸우다가, 주인공이 결국 막판에 전설 속의 기술을 익혀 악당을 무찌른다는 와룡생 이래의 무협지 정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권법의 세계를 패러디 소재로 활용하는 이야기가 넘쳐 나는 마당에 이 영화는 그거 좀 한다고 웃길거라고 생각해서 거기에 지나치게 빠지지도 않습니다. 사마귀가 당랑권을 하고, 학이 학권을 하는 것 자체가 그걸로 웃기는 본분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멈춥니다. "슈렉" 시리즈가 무너져 내릴 때 처럼, "나 이렇게 재치있는 패러디 만들었어! 기발하지? 똑똑하지?" 하고 내세워 자랑하는데 혼자 빠지지 않았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는 그러지 않고 이런 이야기가 따라가야 마땅한 그 틀대로 그냥 잘 흘러가 줍니다. 한가지 변화를 준 것은 디즈니풍의 교훈적인 가족 이야기가 따라가야 하는 80년대 이후 미국에서 쏟아져 나온, 핵가족 시대, 분열 가족 시대의 부모 자식 관계에 대한 사연을 엮어 놓았다는 점 이었습니다. 이게 출생의 비밀 이야기와 맞붙어 있어서 비교적 자연스럽게 엮여 있습니다.

이 부분의 이야기 역시 무슨 특이하고 희한한 이야기를 펼치지 않고 그냥 입양아와 양부모에 대한 아주 평화로운 이야기 틀 그대로 였습니다. 그리고 틀대로 가면서, 보기 좋은 3차원 애니매이션 인물들, 풍경들, 좋은 연기들을 후련하게 보여주는 게 핵심입니다. 그리고 그게 잘 먹히고 있습니다. 줄거리가 다소 심심하다면 심심하지만 그만큼 좋은 솜씨로 다시 풀어 놓는 것이 심금을 울리는 대목이 군데군데 있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9파 1방)

사파의 무리가 무림을 어지럽히니 주인공이 전설의 권법을 배워 무찌른다는 줄거리는 보통 사파 악당이 묘한 특징이 있거나 주인공이 배워야 하는 전설의 권법에 독특한 특징에 서로 차이를 둘 겁니다. "차수" http://gerecter.egloos.com/4688364 같은 영화에서는 스스로 도덕을 버리고 무자비한 짓을 미친 것처럼 하는 악마 가면 쓴 놈들이 사파 악당이고, "오둔인술" http://gerecter.egloos.com/3829701 에서는 주인공은 일본 닌자의 인술의 원조라고 영화 속에서 주장 되고 있는 중국식 둔갑 술법이 전설의 권법으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전설의 권법으로 이야기 되고 있는 것은 "마음의 평화"를 얻으면 놀라운 무공을 펼칠 수 있다는 것으로 "동양의 신비"를 이야기하는 할리우드 이야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고, 그 연출은 나쁘지 않게 되어 있는 정도 입니다. 좀 더 볼거리를 많이 펼쳐 주는 쪽은 악당 쪽 입니다. 이 영화 속의 악당은 바로 대포, 즉 화약 무기를 사용하는 공작 입니다. 중국식의 진기한 구경거리 중 하나인 화약, 대포가 소재가 된 다는 점에서 다채롭게 구경거리를 만들기가 괜찮았다고 생각 합니다.

더군다나 이런 소재 선택이 어찌 보면 권법 이야기의 정수와 통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일단 화약 무기가 악당들이 집착하는 기묘한 술수로 나오는 것이 무협물에서 자주 나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조그마한 탁구공 크기의 연막탄을 던져 시야를 흐린 뒤에 어디론가 사라져 도주하는 장면은 아주 흔한 장면이거니와, 70년대 쇼브라더스 영화사의 후기 걸작 중에 하나로 칭송 받고 있는 "천애명월도" http://gerecter.egloos.com/2997424 등에서도 화약을 이용한 무기가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공교롭게도, 천애명월도에서 화약 무기를 갖고 있는 무리가 바로 공작산장이고, 그 화약무기를 공작령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걸 보면 공작새가 악당 두목으로 나오는 것도 다분히 무협풍이 물씬 나는 면이 있습니다.

좀 더 진지하게 따져보자면, 화약 무기가 무림을 위협한다는 구도는 중국에서 권법 이야기가 세상에 널리 돌게 된 역사적인 배경인 19세기말의 "의화단의 난"과도 통합니다. 의화단의 난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 바로 구식 권법과 창칼을 쓰는 법을 익힌 의화단 용사들이 신식 대포와 총을 쓰는 서양 군대와 맞서 싸우는 것이니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중국 무협물 중에서는 소위 "반무협"이라는 형태로도 무리를 이루기도 하여, 모든 무공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무적의 비법이 존재한다고 하여 찾아 보는데 알고 봤더니 그게 바로 "권총"이더라 하는 류의 이야기들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무림을 어지럽히는 사악한 악당이 화약 무기를 들고 등장하는 것은 이런 전통을 잘 꿰어 연결하면 충분히 든든한 틀이 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 역시 이런 면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 합니다.


(소림사 주방장)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제목에서 쉽게 기대되어야 마땅할 권법 동작 자체의 묘미가 부족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다름 아닌 성룡 영화 속 성룡의 장난 스러운 서커스 같은 동작을 바로 무술 동작의 중심에 놓고 그리고 있는데 그게 문제 였다고 생각 합니다.

성룡 영화에서는 성룡의 기기묘묘하게 재치있게 휙휙 변하는 모습이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만화 처럼 움직일 수 있을까 싶어 신기한 맛 때문에 즐거운 면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정말로 애니매이션이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동작을 펼쳐도 별 감흥이 없습니다. 시가지에서 싸움을 벌이는 이 영화 속의 장면은 성룡의 "프로젝트A" 시리즈의 시가지 장면과 무척 닮아 있는데, 이걸 애니매이션으로 보니 루니튠즈 만화 따위에서 정신 없게 동물들이 달리다가 휙휙 어지럽게 치고 받는 모양과 별 다를 바 없이 보일 뿐입니다.

요즘 세상에 무술영화 하면 성룡이다 싶기도 하고, 또 악당이 쓰는 것이 어떤 권법이 아니라 기계 종류인 화약이다보니, 다채로운 소도구를 이용한 활극을 잘 만드는 성룡의 영화들이 적합한 면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무술이라는 소재를 제목에서부터 바르고 있는 영화에서 이런 한계는 간혹 크게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애니매이션이니 만큼 화려하게 획을 긋듯이 무용처럼 무술 동작이 휙휙 펼쳐지는 맛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텐데 이 정도에 그친 것은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성룡 영화에 나오는 시장통은 부숴져야 제 맛)

그러나 단순하고 정직하게 동화처럼 잘 꾸민 이야기의 맛을 즐기는 데는 충분한 영화 였다고 다시 돌아 봅니다. 표정 표현과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는 이 질박한 이야기로 가끔씩 심금을 울릴 때도 있었습니다. 매우 훌륭한 솜씨로 연주되어 있는 음악도 썩 들을만하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된 중국풍의 도시 정경도 재미 납니다. 자유로운 확대, 축소, 회전, 복사, 반복이 가능한 컴퓨터 그래픽의 힘을 잘 살려서 독특한 운치의 아름다운 경치가 한가득 펼쳐진 것이, 동양화풍과도 잘 어울려서 보기 즐거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 밖에...

과거 회상 장면을 흑백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많은데, 마치 그런 것 처럼 이 영화에서는 과거 회상 장면은 손으로 그리던 전통 2차원 방식 애니매이션 같이 보이는 장면으로 보여 줍니다.

덧글

  • 2011/06/22 08:0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게렉터 2011/06/24 08:28 #

    연락 드렸습니다.
  • 창으니즘 2011/06/22 20:50 # 삭제 답글

    저도 이 영화 봤습니다.
    1,2편 모두 봤는데 이번 작품이 1편에 비해 이야기도 짜임새있고,
    액션도 정말 호쾌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사마귀가 구사하는 결혼에 대한 블랙유머나
    악당의 두령인 공작이 졸개에게 단검을 날리는 모습 등을 보니
    역시 드림웍스는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주 대상으로 삼아서 에니메이션을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픽사도 그런 면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등장 인물이 살해 당한다거나 하지는 않으니까요.
  • 게렉터 2011/06/24 08:29 #

    신파조의 전형적인 "출생의 비밀" 이야기도 연기와 표현이 좋아서 어지간한 일일연속극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 2011/06/22 23:52 # 삭제 답글

    황비홍에도 무술이 총을 만나 대립하는 줄거리가 있었습니다.
  • 게렉터 2011/06/24 08:30 #

    황비홍 영화 시리즈 중에 종종 본문에서 말씀드린 의화단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 쩌비 2011/06/23 12:43 # 답글

    저도 재미있겠봤습니다. 꼭~~ 3D일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은 좀 들더군요(너무 비싸).
    그런데, 팬더는 너무 고수가 되어 버려서 다음엔 견줄자가 없을듯... ^^
  • 게렉터 2011/06/24 08:32 #

    보통 이럴 때 많이 쓰는 정형화된 전개는, 연애하는 이야기로 엮이는 거나 아니면 주인공이 자만한 나머지 스스로 몰락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3편이 나오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앞뒤 무시하고 신나는 무술 쇼로 번쩍번쩍 웃기게만 꾸몄으면 좋겠다고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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