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등락 예측과 사기 수법 기타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 시즌3 2회 에피소드에 등장해서 소개하는 말을 하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몇 차례 언급해 보았던 이야기 입니다만, 다시 한 번,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투자전문가라는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이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게렉터산업의 주식이 내일 오를테니 오늘 사 두십시오."

그랬더니 정말 게렉터 산업의 주식이 내일 올랐습니다. 공교롭게도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다시 전화가 옵니다.

"게렉터물산의 주식이 내일 오를 것입니다. 오늘 사 두십시오."

그런데 다음날 게렉터물산의 주식이 정말로 오릅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이 정체불명의 투자전문가에게 관심을 갖게 됩니다. 투자전문가는 계속 전화를 해 오는데, 5일 연속으로 주식의 등락을 정확히 맞힙니다.

극히 놀란 사람은 투자전문가에게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것을 맞혔는 지 물어봅니다. 투자전문가는 "고등 초월대칭 양자합성군 통계학"이라는 최신 기법을 이용해서 주가를 예측한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정부 쪽에 은밀한 정보원도 있어서 이렇게 잘 예측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화를 받았던 사람은 솔깃하여 이 투자 전문가의 말대로 거액을 투자합니다.

그러나 의외로 투자전문가의 말은 이번에는 맞지 않아 폭락합니다. 투자한 사람은 돈을 날립니다. 투자전문가는 이번에는 어쩔 수 없는 예외였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것은 사기였습니다.

자칭 투자전문가는 한 사람에게만 전화를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1000명 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500명에게는 주가가 오른다고 전화를 하고, 500명에게는 주가가 내린다고 전화를 한 것입니다. 양쪽 다의 경우에 대해 전화를 했으니, 하루가 지나고 나면 그 중에 500명은 주가를 "제대로 맞힌 것"이 됩니다.

투자전문가는 그 다음날에는 자신 주가를 제대로 맞힌 사람들, 500명을 대상으로만 전화를 합니다. 이 사람들을 절반으로 쪼개어, 이번에도 250명에게는 주가가 오른다고 전화하고, 나머지 250명에게는 주가가 내린다고 전화 합니다. 모든 경우에 대해 다 연락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했으므로, 다음 날에는 어쨌거나 250명에 대해서는 주가를 "제대로 맞힌 것"이 됩니다.

그 다음날에는 다시 주가를 맞힌 250명에게 또 전화를 걸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도 두 무리로 쪼개어 오르는 경우와 내리는 겨우, 모두 다에 대해 예언을 합니다. 다음날은 맞아든 경우인 125명에게 전화를 하고, 그 다음에는 또 그 중에 맞아 들어간 62명 정도에게 전화를 합니다. 이렇게 되면, 그 다음 날 이 62명 중에 맞아들어간 31명은 5번 연속으로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주가 등락을 맞히는 전화를 받은 것이 됩니다!

이렇게 주가 등락을 맞힌 그럴싸한 이유까지 대니,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정말로 굉장히 뛰어난 투자 전문가가 있어서 이렇게 연속으로 주가를 잘 맞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은 이 모든 것이 그저 엄청나게 전화를 많이 해서 우연히 연속으로 잘 맞아든 사람을 건져 둔 것일 뿐인데 말입니다.

이제 31명의 사람들은 주가 예측의 신으로 투자전문가를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31명의 사람들에게 이제 새로운 예언이라고 하면서 본인이 함정을 파두고 작전을 짜둔 주식을 사라고 권합니다. 그렇게해서 31명의 사람들이 무리하게 전 재산을 털어 투자를 하면, 그 돈을 먹고 튄다는 것입니다.

이상은 종종 언급되는 수법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여러 낯선 사람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무척 간편한데다가, 전문적으로 스팸메일을 보내는 기술도 무척 발전해 있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수법을 응용한 사기를 치기가 예전 보다 훨씬 더 쉬워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수법은 도대체 누가 먼저 개발한 것이겠습니까? 언제부터 떠도는 수법이겠습니까.

위대한 영화 감독으로 이름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직접 출연해서 각 편을 소개했던 TV 단막극 시리즈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Alfred Hitchcock Presents)"의 시즌3 두 번째 에피소드를 보면 위 수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방송이 최초로 이 사기 수법을 소개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널리 소개된 초기 사례라고는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단막극 에피소드의 제목은 "홈쇼핑으로 예언자를 팝니다(Mail Order Prophet)" 였습니다.

이 단막극이 처음으로 방영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된 1957년 10월 13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수법은 현재까지도 꽤 잘 먹힙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지금은 한 사람이 여러 곳의 사이트에 여러 가지 닉네임으로 여러 경우의 수에 따라 다른 예언을 동시에 올리는 것도 매우 간편합니다. 그렇게 해서 그 많은 글 중에 절묘하게 실제와 맞아 떨어진 경우가 생기면, 그 맞아 떨어진 닉네임을 앞으로 사용하면서 그 사이트에서 "예언자" 노릇을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1957년 10월 13일 최초 방영된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 에피소드, "홈쇼핑으로 예언자를 팝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변형 수법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선 게시 날짜, 시각에 신뢰성을 줄 수 있는 블로그나 게시판 같은 가입형 웹사이트에 가입 합니다. 이 블로그에 여러가지 예언, 예측, 노스트라다무스, 종말론 관련 게시물들을 많이 올려 놓아서 분위기를 돋굽니다.

1. 월드컵 시작 한 달 전쯤에 비공개 게시물로, 토고, 프랑스, 스위스 와의 게임에 대해서 경기 득점과 승패, 누가 골을 넣는가 하는 내용을 예측한 글을 씁니다.

2. 그런 게시물을 역시 비공개 게시물로 쓰되 아까 쓴 것과는 다른 경우로 예측한 글을 씁니다.

3. 그런식으로 수백개의 글을 써서, 가능한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다 예측글을 씁니다. 즉, 3승, 2승1무, 2승1패, 1승2무... 모든 경우에 대해 다 예측글을 쓰는 겁니다.

한 달 후....

4. 실제로 게임이 끝나고 나면, 실제 게임결과와 예측결과가 같은 게시물만 남겨 놓고 다 삭제합니다. 예를 들면 토고게임 역전 승리, 프랑스게임 극적 무승부 에 해당하는 게시물만 남겨놓고 다 삭제합니다.

5. 남은 게시물을 공개로 변경해 놓은 뒤에, 자신이 한달전에 쓴 글에서 예언한 것이 귀신같이 정확하게 맞았다고 뻐기고 다닙니다.

뻐긴 것이 소문이 나서, 월드컵 예언 도사로 소문이 나게 된다면...

6. 16강 결과를 예언할테니 돈을 좀 달라고 합니다.

7. 한국이 패배하는 쪽으로 예언합니다.

8. 한국이 패배하면 예언이 맞은 것이고, 승리하면, 워낙 한국인들의 승리에 대한 염원이 강해서 천상의 기(氣) 을 뒤바꾸어 놓았다고 변명합니다. 승리의 기쁨에 들뜬 사람들은 예언의 실패에 대해 관대해진다는 겁니다.

이 이야기 거리가 정말로 재밌어 지는 부분은, 이 세상은 넓고 사람이 많기 때문에 꼭 고의적인 사기 없이도 사실상 이와 같은 "교묘한 신비"와 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예언과 점쟁이,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는 탁월한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많은 경우의 수에 대해 예언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그 중에는 자연히 굉장히 잘 맞추는 사람도 그저 우연히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극단적으로, "행운에 속지 마라"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렙 같은 사람은 위대한 주식 투자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거둔 놀라운 통찰력이라는 것도 대다수가 그저 아무 부질 없는 이런 운으로 때려 맞히고 나중에 무슨 대단한 분석력이 있었던 것으로 착각하는 헛예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 합니다.

생각해 보면, 매주 담청자가 나오는 로또만해도, 따지고 보면 40개 안팎의 숫자 중에 하나를 찍어 맞추는 것을, 무려 여섯번이나 정확히 성공시킨 사람인 셈입니다. 이 정도면 TV에 출연해서 초능력자라고 주장하면서 카드 한 두 장을 맞히는 사람의 재주보다 우연의 힘이 더욱 강력해 보이지 않습니까?

누구나 알다시피 이것은 로또를 하는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말을 바꾸면, 누구나 예언을 잘 하고 예언이 많이 생기는 분야에서는 우연 때문에 어떤 예언은 항상 맞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분단 이후, 한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떤 점쟁이든 남북의 충돌에 대해서 한 마디씩 하기 마련이었고, 일본에 대해서는 지진에 대해서 한 마디씩 하기 마련이었습니다. 90년대초 김일성이 나이가 많아서 골골할 무렵, "김일성이 죽은 날짜를 정확히 예언했다"는 점쟁이가 전국에 몇 사람이나 나타난 것도 "김일성이 죽는 것"에 관심을 사람들이 많이 갖고 있고, 거기에 대해서 이런저런 소리를 하는 숫자가 워낙 많다보니 그저 맞아 든 우연 때문이었습니다.

그 많은 예언들 중에 맞아 떨어지는 것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국 경제에 위기가 온다"라거나, "어느 대기업이 망한다" 따위의 이야기와 같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겹도록 토론하는 주제는 왠갖 경우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어중이떠중이들이 극히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어중이와 떠중이 중에 어느 한 명은 아주 교묘하게 맞힌 사람이 있는 것 또한 이상할 것이 없는 일입니다. 그 사람 중에는 무당이나 점성술사가 있을 수 있고, 저명한 학자, 뛰어난 실적을 뽐내는 "애널리스트", 명석한 것으로 이름난 정치인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아무리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이유라고 주장한다고 해도, 그게 정말로 "예리한" 것이었는지, 그냥 우연히 맞은 것인지는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느 분야이건, 정말로 절묘한 통찰력과 화려한 예측 능력을 갖고 있다는 근거를 대려면, 이정도로는 눈길을 끌기에 부족합니다. 정말로 정확히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반대로 별 의미 없고 사람들이 별로 관심 갖지 않아 눈에 뜨이지 않지만 경우의 숫자는 많은 사실들을 명확하게 밝히는 재주가 보다 선명한 증명이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어느 분야의 미래에 대한 예측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동네 맥주집 구석구석 술마신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떠드는 미국 패권의 미래나 세계 정세 예측 보다, 내일 모레 세계 5대 도시의 아침 최저 기온 따위를 명확히 제시해 보이는 것이 훨씬 믿음직한 증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잡다한 정책/정치를 예측하는 사람들 중에 믿을만하다는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하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미래"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분석"이랍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하고 많은 사람들 보다는, 거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제3세계 어느 작은 나라의 정세에 대한 자료를 보고 그 나라의 미래에 대한 예측 결과를 내어 놓아 잘 맞아 떨어지게한 실적이 충실한 사람으로 판별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 위 글은 주간경향 934호 "언더그라운드 넷" 기사 작성을 위해 제가 요청 받았던 분석 내용을 블로그 포스팅으로 개작해 싣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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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1/07/21 22:35 # 답글

    ...예언자 드립도 부지런해야 치겠군요. 저같은 게으름쟁이는 죽어도 못할듯 OTL
  • 게렉터 2011/07/24 20:57 #

    이런 부류의 통계적인 사기수법은 손이 워낙 많이 가서 예전에는 소설이나 영화에나 나올만한 "이론상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인터넷이 보편화 되고 스팸 메시지를 보내는 수법들이 다양해져서 응용수법을 쓰기가 꽤 현실적인 환경이 되었습니다.
  • 차원이동자 2011/07/21 22:38 # 답글

    '은과 금'에서도 저 드립이 나왔었죠.(근데 그분은 진짜 경마조작했을듯..)
  • 게렉터 2011/07/24 20:59 #

    경마나 도박에서 이런 "경우의 수"를 이용한 공격은 꽤나 현실적이라서 좀 더 가까이 와닿는 듯 합니다.
  • 2011/07/21 23: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게렉터 2011/07/24 21:00 #

    따로 연락드렸습니다.
  • Limgoon™ 2011/07/22 00:07 # 답글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게렉터님 글은 분량이 꽤 긴 편임에도 늘 순식간에 읽게 되네요. ^^

    아~ 사족을 좀 달자면, 몇 해 전부터 게렉터님 블로그에 여름이 되면 괴담 시리즈가 올라왔던 것 같은데,

    작년에는 그것을 못 본 것 같네요. 올해는 예정이 있으실까요? ^^;;;
  • 게렉터 2011/07/24 21:04 #

    감사합니다. 무서운 이야기들은 생각은 하고 있는데, 이미 여기저기서 닥닥 긁어 모아 써서 그런지 올해는 숫자가 충분히 안모여서 여름 지나기전에 올릴만 할 지 모르겠습니다. 가능하면 올려 보는 방향으로 신경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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