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앵그리 Drive Angry 영화

"드라이브 앵그리"는 자동차를 타고 누군가를 좇는 의문의 사나이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타나서 갑자기 그 "누군가"의 행적을 물으면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목숨 날리는 것 따위는 조금도 아깝지 않은 태도로 아무리 험악한 상황에서도 인상하나 더 쓰지 않고, 항상 서푼 어치쯤 구겨진 표정으로 총을 쏘고 사람 두들겨 패는 사람입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도대체 누구를 왜 쫓고 있는지, 이 부수며 싸우는 추적극 속에서 드러나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 입니다. 얼핏 "60 세컨즈" 같은 날렵한 사람들의 자동차 추격전 영화로 착각할만하지만, 막상 영화관에 앉아 있으면 전혀 그렇지는 않습니다.


(포스터: 입체영화로 선전되고 있습니다만, 국내에서 입체 상영을 찾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꼭 그렇게 안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심 내용만 보면 몇 년 전 이 바닥을 풍미한 수작 영화인 "슛 뎀 업"과 역시 통하는 데가 많은 영화라고 생각 합니다. 정체 불명의 싸움 잘하는 사람이 등장해서, 정체 불명의 사람들을 추적하면서 또 도망칩니다. 중심 내용은 현실감 따위는 대충 발라먹고 그저 흥겨운 리듬에 맞춰서 싸워 대는 장면에 있는 경쾌한 영화이고, 그러면서도 뒷골목, 범죄자, 밤거리의 끈적한 분위기를 업고 가는 영화라는 점에서 두 영화는 일치 합니다. 굳이 들춰 보자면, 주인공의 여정에 미모의 여자 주인공이 얽혀서 별 하는 일 없이 따라다닌다는 점이라든가, 막 부수며 싸우는 악당/주인공과 대조되는 연약한 "아기"가 문제의 핵심으로 나온다는 점도 같습니다. "슛 뎀 업"에 나오는 총싸움 장면 중에 단연 가장 황당한 자세로 싸우는 장면이 이 영화에 그대로 또 나오기도 합니다.

좋은 점을 보자면, 전체적으로는 "슛 뎀 업"의 그 흥취에 꽤 따라간다는 점이라고 생각 합니다. 총싸움 장면, 주먹질 장면이 자주 빠르게 이어지면서, 뭔가 알 수 없는 이상한 놈들의 정체를 차근차근 따라가며 밝혀 내는 이야기에다가, 무뚝뚝한 거친 사나이 주인공이 활약하는 영화인데 묘하게 한심한 소리로 웃긴 구석이 틈틈히 따라 붙는 다는 점 정도는 그럴싸 했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의 경우에는 간촐한 수수께끼 였지만 지명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 하나 밝혀지는 것도 분위기를 더하는 맛이 좋았습니다. "슛 뎀 업"의 음악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이 영화도 음악 역시 들을만 했다고 생각 합니다. 아쉽게도 요즘 영화의 싸움 장면에 신나라고 헤비메탈 음악 집어 넣는 심심한 수법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고 생각 합니다. 그렇지만, 흘러간 옛날 록큰롤 풍의 노래들을 잘 살려서 군데군데 끼워 넣은 것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 면은 자주 해먹던 수법이라도 역시 재미났다고 여겼습니다.

그렇지만 "슛 뎀 업"에 미치지 못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뚜렷하게 들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우선 주인공 인물이 싸우는 방식이 그냥 자주 보던 대로 입니다. 총 잘 쏘고, 주먹 잘 쓰는 정도 입니다. 아름답게 무예를 보여주는 현란한 격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불을 내뿜는 총을 들고 뭔 번쩍거리는 쇼 무대를 만들어 내는 양 음악에 맞춰 율동하듯 싸우는 장면도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에 "당근"으로 웃기던 괴이하기 이를 데 없는 클라이브 오웬에 비하면, 이 영화의 주인공 니콜라스 케이지는 이목을 끄는 독특한 면도 모자랐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아무리 얻어 터져도 털고 일어나는 "죽어도 안 죽는" 모습이 영화의 이야기 거리가 될 때가 있는데, 눈에 부상 당한 다음에 선글라스 쓰는 모습은 별로 안어울리는 사람이 할 일 없을 때 거울 보고 "터미네이터" 따라하면서 멋있는 표정 짓기 연습하는 것 정도로 보이는 데 그쳤습니다.


(사라 코너가 지구의 운명을 쥔 미래의 아기 어머니이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도 아니면서)

줄거리도 정작 절정 부분 부터 재미가 확 줄어 드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주인공과 주인공이 추적하는 사람, 주인공을 추적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이리저리 따라다니면서 펼쳐지는 데, 막상 세 사람의 정체가 다 밝혀지고 대결전을 벌이려고 하면 이야기가 재미 없어져 버립니다. 무슨 악의 화신인 것처럼 대단하게 굴던 악당은 별 볼 일 없이, 별 재주 없이 행동하고 맙니다. 그냥 집중 범죄 단속 기간에 우르르 검거 되어 자켓 올려서 얼굴 가리고 업드려 있을 정도에 그칩니다. 이 악당은 앞서서는 목소리가 그럴싸하고 하는 말투가 흥미로운 것에 비하면 그 행색이 한심해 보이는 것이 이상하게 대조를 이뤄서 확실히 맛이 간 놈 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특이해 보이는 것이 자꾸 들여다 보게 되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마지막 대결전 때는 유달리 색다른 저항도 없이 그냥 얻어 터질 뿐입니다.

게다가, 이 대결전이 벌어질 무렵에는 주인공과 악당, 주인공 추적자 세 사람이 삼자대면 하면서 괴상하게 꼬인 희한한 갈등을 만들것 처럼 하다가, 그냥 대충 별 갈등 없이 조용히 끝나서 꽤나 허탈 합니다. 제작진이 고민해 봐도 갈등을 어떻게 풀 방법이 안 생겨서 "하여튼 별 일은 없었다고 하자"하고는 슬쩍 건너 뛰고 넘긴 것 처럼 보입니다.


(악당과 주인공 사이의 또다른 3자)

시간을 보내 주는 이야기 줄기에다가, 시간을 때워주는 이 놈 저 놈 나자빠지는 장면이 잎사귀로 달려 있는 영화 였습니다. 잔혹한 편 까지는 아니지만 눈길 끌 만큼 피도 꽤 튀기는 영화 이고, 거친 싸움에 말초적인 소재와 농담들, 핫소스 뿌리듯이 삐약삐약 쏟아 지는 욕설도 한 무더기 나오는 영화입니다. 다만 욕설 내용도 그렇고 연기하는 배우들도 그렇고, 욕설 대사에 꽤 신경써서 꾸미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재미는 없는 편입니다. 껄렁껄렁하게 끝없이 헛소리 하는 장면에서 괴력을 발휘하는 존 트라볼타나 사무엘 L. 잭슨 같은 배우들의 욕설 명연기들과는 아주 거리가 멉니다.

그래도 한 가지 지목해 볼만한 것은 이 영화의 개성적으로 교묘한 비현실적인 분위기 입니다. 일단 스산하게 쇠락한 미국 남부의 시골 마을, 중소도시 들을 무대로 해서 이런 이상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적당한 운치가 있습니다. 공포 영화들 중에도 그런 것들이 꽤 있었습니다만, 이상한 사람들이 사는 퇴락한 외딴 작은 도시, 시골 마을 같은 배경으로 미국 남부가 나오는 것들이 좀 있었다고 기억 합니다. 이 영화는 미국 남부라는 지역색에 무거운 무게를 싣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군데군데 이런 분위기 이상한 괴이한 지역으로 들어 섰다는 묘한 느낌은 확실히 살립니다. 남부 억양, 텍사스 말투 같은 것들이 대사에 많이 들어 있는 점도 이런 느낌을 살리는 데 일조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자동차 타고 이리 저리 떠돌며 가다가 가다가 보면 무슨 유령 마을에 들어서기도 할 것 같은 공기가 흐르는 듯 보였습니다. 결말을 어느 정도 이야기 하게 됩니다만, 밝혀 보자면, 이 영화는 황당한 싸움 장면을 갈 수록 보여주는 영화면서, 그러다가 정말로 초자연적인 소재도 튀어 나와 버리는 이야기 입니다.


(총격! 폭발! 파편!)

이러다 보니, 일상적인 이치가 어긋날 듯한 이상한 지역에서, 될대로 대라는 식으로 휙휙 나아가는 이야기가 그럭저럭 어울리는 모양이 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다소간 성긴 이야기이고, 틈틈히 조금만 더 가다듬었다면 썩 흥겨울 것들이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하지만 덕택에 트랜스 지방이 넘실거리는 팝콘에 열량이 폭발하는 콜라를 집어 들고 극장 의자에 퍼질러져 앉아 볼 때에, 어디 하나 풀린 채 설렁설렁 막굴러가며 질러대는 것이 또 재미로 살아 주기는 한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그 밖에...

여자 주인공이 상당히 개성적으로 등장하고 초반에 활약도 재미난 편입니다. 배역도 썩 잘 어울리는 데, 정작 이야기 본론으로 넘어가면 그냥 니콜라스 케이지 옆에 곱게 앉아 있는 게 역할 끝입니다.

휙 끼어드는 초자연적인 이야기에 총격전 중심의 경쾌한 구성은 악명 높은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떠오르게 하는 맛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황혼에서 새벽까지" 처럼 진심으로 차원을 뚫고 아예 다른 세계로 빠지겠다는 태도로 나가고자 하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덧글

  • 鷄르베로스 2011/09/09 00:49 # 답글

    게렉터님은 제가 알고있는 사람중에 가장 맛깔나게 영화평을 쓰시는 분 입니다 ㅋ

    역시나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 게렉터 2011/09/17 23:19 #

    감사합니다. 영화가 괴상해서 이런저런 늘어 놓을 이야기거리가 많다 보니 더 재미나 보였나 봅니다.
  • 2011/09/09 00: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게렉터 2011/09/17 23:17 #

    연락드렸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할 예정입니다.
  • 치즈 2011/09/09 03:57 # 삭제 답글

    좋은 영화평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줄처럼 되지 않아 아쉬워하시는듯한 느낌이 드네요 ㅎㅎ
  • 게렉터 2011/09/17 23:18 #

    꼭 그런 쪽을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 deepthroat 2011/09/09 09:25 # 답글

    전 이거 포스터 볼때마다 앵그리버드 생각이;;;
  • 게렉터 2011/09/17 23:18 #

    저는 60세컨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 쩌비 2011/09/09 16:00 # 답글

    초반에 뭔가 기대하게 해서 가다가 확~ 깨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뭐지?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그래도, 여자 주인공은 트랜스포머의 그 여자를 연상하게 하는 자세와 미모를 보여줬죠.
  • 게렉터 2011/09/17 23:18 #

    저는 트랜스포머 쪽 보다 여러 면에서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반에는 더 독특하고 이야기 거리가 많기도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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