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 잉글리쉬2: 네버다이 (Johnny English - Reborn, 2011) 영화

"쟈니 잉글리쉬 2: 네버다이"는 "람보3"에서부터 "24 시즌2"까지 여러 속편에서 나오던 "돌아온 영웅" 이야기로로 출발하는 영화 입니다. 영국의 특수 첩보 요원 조니 잉글리시는 과거의 아픈 사연 때문에 속세를 등지고 티벳에서 몸과 마음을 닦는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 조니 잉글리시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임무 때문에 조니 잉글리시는 다시 영국의 첩보당국으로 돌아 오고, 간만에 활약상을 보여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영국 코미디계에서는 최강의 고수라고 할 수 있는 로완 앳킨슨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입니다. 그러므로 주인공 조니 잉글리시가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사건을 펼치면서, 영국과 중국 정상회담을 위협하는 음모를 분쇄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다기 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이 영화의 특징으로 한 가지를 꼽아 본다면, 영화 속에서 조니 잉글리시가 좀 모자란 놈이 아니라 나름대로 유능한 첩보원으로 나오고, 명성은 그 이상으로 전설적인 것이라는 점 입니다. 사실 첩보물을 만드는 웃긴 방법 중에 자주 쓰이는 것은 엄청나게 유능하고 날렵한 인물들이 나오는 첩보 영화 속의 세계에 엉뚱하게 좀 부족한 사람이나 평범한 보통 인간을 집어 넣는 것이 꽤 많았다고 생각 합니다. "F학점 첩보원" 같은 영화는 이 이야기거리 한 가지를 가지고 열심히 밀고 나간 영화이고, "위험한 사돈"이나 "트루 라이즈" 같은 영화도 이런 소재를 웃긴 이야기 거리로 열심히 활용한 사례일 겁니다.

조니 잉글리시 이야기도 애초에 로완 앳킨슨의 등장한 시작만 생각하자면, 제임스 본드로 대표되는 최고의 영국 첩보요원 세계에 바보짓을 하는 놈이 등장해서 소동을 벌인다는 내용으로 가득해질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이번 영화에서는 조니 잉글리시가 꽤 이름 높은 요원으로 존경 받았던 때도 있었고, 지금도 격투나 범인 추적 같은 일을 꽤 잘하는 사람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도주하는 젊은 악당을 차분하게 추격하는 장면은 로완 앳킨슨의 표정을 비추지 않았다면, 또 굳이 웃긴 음악을 쓰지 않고 진지하게 연출했다면, 그냥 영리한 첩보원의 수완 좋은 멋진 모습으로 보여 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조니 잉글리시는 단순하게 앞뒤 안가리는 바보짓을 하기 보다는 열심히 싸우고 초인적인 실력을 보여주는 가운데 살짝살짝 인간적인 헛점을 보여준다거나, 일반인이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실수를 과장 하는 식으로 웃기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영화 말미에는 주인공이 사람을 조종하는 약에 중독된 장면이 나옵니다. 이 내용을 따지고 보자면, 주인공은 위험한 약물에도 악착 같이 견뎌내면서 어떻게든 임무를 수행하려는 의지가 넘치고 정신력이 강렬한 인물로 나오는 셈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화면에 펼쳐지는 장면은 오른손과 왼손이 서로 싸우려고 하고, 약에 중독 되었을 때 귀에 들리는 잡다한 소리 때문에 괴이한 몸동작을 하는 우스꽝스러운 것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로완 앳킨슨은 무척 잘 살리고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당황한 표정, 웃긴 동작을 잘하는 로완 앳킨슨의 모습과 작심하고 말하면 극히 중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연기 실력이 이 엇갈리는 상황을 표현하기에 제격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이런 면은 과장된 상황이 벌어지는 중에도 부드럽게 웃음을 자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스터 빈)

"폭소 코미디" 첩보물이면서도 주인공이 훌륭한 첩보원으로 나오는 영화는 "오스틴 파워즈" 시리즈나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에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 보다도 이 영화의 이야기는 조금은 더 현실적인 편이라는 점도 짚어 볼만 합니다. 주인공 이외의 인물은 다들 좀 더 정상적인 첩보물의 조연과 악역 역할을 하고 있고, 웃기려는 목적만으로 어지럽게 꼬인 화면 효과 같은 것은 안나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 영화는 "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http://gerecter.egloos.com/3863936 "와 닮은 부분도 꽤 많아 보이는 영화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는 녹음기술이나 소도구 하나하나가 패러디 코미디 소재가 되는 영화이고,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에서 볼법한 어처구니 없는 과장으로 화면을 꾸미는 것도 꽤 했습니다. 하지만, 내부의 배신자를 소재로한 전체적으로 윤곽이 뚜렷한 이야기 속에서 훌륭한 목소리에 그와 대조되는 우스운 표정을 잘 짓는 주인공 배우를 십분 활약한다는 점 등등은 꼭 맞게 보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쿵후 영화 같은 무예가 중요한 소재로 활용된다는 점이라든가, 마지막 결전을 제임스 본드 영화 풍의 설원을 보여주기 위해 두 영화 모두 스위스에서 펼친다는 점도 두 편이 딱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견주어 보자면, 웃기게 보여 주면서도 나름의 멋도 매끈하게 살아 있는 시작 부분의 영화 제목 보여주는 장면이라든가 음악을 멋드러지게 깔아 놓은 것은 "다찌마와 리" 쪽이 좀 더 멋있었습니다. 반면에 줄거리가 물렁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 "다찌마와 리"에 비해서 이 영화는 촘촘한 이야기 속에서 줄거리가 적당히 긴밀한 느낌으로 흘러가는 편입니다.


(발차기)

단점도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와 비교 해 보게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배우의 주특기나 코미디 쇼의 익숙한 웃긴 수법을 그대로 투입해서, 단순하고 쉽게 웃기려는 것들이 들어간 대목이 있었습니다.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에는 더러운 짓을 해서 웃겨 보려는 장면이라든가 가짜 외국어로 어떻게 웃겨 보려는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이런 것들은 분명히 웃길 때도 있고 없으면 안될만한 명장면인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이야기와 별로 어울리지 않아서 어색해 보이거나, 상황이 받쳐 주지 않아서 별로 안웃기고 그냥 답답하게 바보스러워 보일 우려도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식으로 재미 없어지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로완 앳킨슨이 "미스터 빈" 시절부터 보여 주었던 최고의 기술 중 하나인 "바지 잘 못 입는 것으로 웃기기"가 나오는데, 결코 제 몫을 다해내지는 못했다고 생각 합니다.

한편으로 보자면, 이 영화에는 조니 잉글리시 같은 인물이 나올 때, 종종 나오는 전통이나 통념을 비아냥 거리는 듯한 묘한 코미디의 비중도 생각 보다 적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미 많이 쇠락한 나라이면서도 영국의 제도와 풍습 중에는 지구를 지배하던 대영제국 시절의 습관이 내려오던 것들이 있는데 그런 엄숙한 관점을 조롱하는 것들 말입니다. 혹은 사회의 예의범절이나 인간 관계의 친목을 위해 지켜지는 금기를 깨면서 과격한 이야기를 막나가게 풀어 내는 코미디도 나올 법할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이런 방식으로 웃기는 것은 조금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중심 이야기가 새로운 세계의 최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소재로 하는 것이면서도, 이런 풍자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은 별 것 없는 편이었습니다. 악당 같은 놈들이 악당답게 악당이고, 주인공은 그럭저럭 주인공답게 주인공스러운 행동만 합니다. 맨마지막에 나오는 쟁반으로 머리 때리는 장면 정도는 금기 깨기 코미디에 해당하긴 합니다. 그러나 워낙에 이런 농담거리가 안나오니까 너무 없으면 실망할까봐 집어 넣은 듯 할 뿐, 별로 영화 전반에 펼쳐져 있거나 이 영화에서 강조된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 합니다.


(질리언 앤더슨)

그러므로 이 영화는 특별히 독특한 맛이 사는 영화였다기보다는 설렁설렁 흘러 가면서 신나게 모험속에서 안락하고 친숙한 코미디를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수백년 동안 웃기다가 안되면 항상 써먹는 것이 남자 배우가 여장하는 것인데, 그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틀에 박힌 웃기기 수법이 아마 남자 배우의 급소가 가격 당하는 장면이지 싶습니다. 이 영화 역시 웃기다가 좀 막힌다 싶으면 어김 없이 열심히 급소 가격 장면을 또 펼쳐서 웃기려고 한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만, 이 영화는 그러면서도 거기서 조금씩 새로운 생각과 반대 관점을 집어 넣어서, 그런 우려 먹을대로 우려 먹은 술수를 쓰는 코미디언들의 최고수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이런 것은, 점심 때 또 짜장면이고, 먹을 게 없어서 라면으로 때우는 식사이지만 그래도 유명한 맛집의 짜장면, 이름난 라면 가게의 라면은 맛보러 굳이 찾아 가볼 법도 하다는 감흥과도 비슷하다고 생각 합니다.

음악은 좀 더 재밌어 질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연출도 조금은 더 특색을 갖추고 호기를 부리는 부분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반대로 본부 세트라든가 조역들의 연기들은 이야기를 튼실하게 꾸며 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열심히 설치고 있는 로완 앳킨슨과 따로 돌지 않고 잘 맞아 떨어지고 부드럽게 어울리면서도 진솔한 맛도 살리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질리언 앤더슨 같은 경우에는 진짜 첩보 영화의 "국장님" 역할만큼 진지하고 날카로워 보이게 나옵니다만, 그러면서도 로완 앤킷슨과 같이 나올 때도 화면 안에서 잘 어울리고 장단이 잘 맞아서 무척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그 밖에...

한국판 부제가 "네버 다이"인데, 원래 부제는 "Reborn" 입니다. 원래 제목과 아무 상관 없는 영어 제목은 왜 붙이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007 영화에서도, "The World is not Enough"가 "언리미티드" 였는데...

로저문드 파이크는 007 영화에 나온 덕분에 이 영화에서도 꼭 007 영화에서 나왔던 것처럼 돌변할 것 같은 예감이 계속 들었습니다. 이게 예기치 않게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좀 높이기도 했습니다만.

피어스 브로스넌 시절부터 지금까지 007 영화에서 장수 출연하고 있는 주디 덴치 덕분에, 요즘에는 첩보기관의 상관은 나이든 여자가 맡아야 좀 더 그럴듯해 보이는 듯 합니다. 요즘 들어 유난히 다른 첩보물에서도 그렇게 많이 나오기도 하고 말입니다. 처음 "007 골든아이"가 나왔을 때 M 역할을 여자가 맡았다고 할 때 엄청난 파격이라는 것처럼 이야기 되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역시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 싶습니다.

덧글

  • 진성당거사 2011/11/08 16:08 # 답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에 나오는 영화들을 통 볼 시간이 없는데, 조만간 시간을 내서 봐야겠습니다.
  • 게렉터 2011/11/14 12:53 #

    이 영화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꼭 시간을 내서 봐야한다는 말에 어울리는 걸작까지는 아닙니다만, 볼 구석도 있는 영화이기는 했다고 생각합니다.
  • 2011/11/08 16: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게렉터 2011/11/14 12:52 #

    연락드렸습니다.
  • 초천재 2011/11/08 16:53 # 삭제 답글

    The hat is not enough.
  • 게렉터 2011/11/14 12:53 #

    저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 freki 2011/11/08 18:32 # 삭제 답글

    왠지 겟스마트랑도 비슷할것 같은데 나중에 함 봐야겠네요.
  • 게렉터 2011/11/14 12:53 #

    영화판 겟스마트 보다는 TV판 겟스마트와 비슷한 영화입니다.
  • MCtheMad 2011/11/09 02:31 # 답글

    이 사람이 실제로 엘리트라는걸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듯도 해요
  • 게렉터 2011/11/14 12:53 #

    블랙 애더 시리즈에서 사극연기 할 때 보면 "엘리트"스러운 대사처리, 코미디 연기도 썩 멋지게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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