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Horrible Bosses, 2011) 영화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는 세 명 직장인들이 직장상사들에게 고통을 받는 장면들을 한 토막 한 토막씩 보여 주면서 시작 합니다. 세 사람은 각자가 각자의 이야기의 주인공인것처럼 독백 나래이션도 하면서 자조적인 신세한탄을 읊조리면서 나옵니다. 이렇게 나온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느냐 하는 것이 또 영화를 보는 재미 입니다만, 미리 이야기 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직장생활의 애환을 보여 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 사람이 나름대로 합심하여 자신들의 직장상사를 살해하겠다고 어줍잖게 음모를 꾸미면서 소동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포스터)

이 영화에서 살짝 속임수 비슷한 것은 다름 아닌 이 영화의 중심 소재 입니다. 이 영화는 제목도 그렇게 포스터나 선전 문구를 봐도 그렇고 직장 상사에게 겪는 고충과 직장 생활의 애환을 재미난 이야기 거리, 우스운 사연으로 풀어낼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의 핵심 내용은 직장 생활과는 사실 별 관련이 없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살인을 저지르고 완전범죄를 하겠다고 궁리를 하지만, 이리 꼬이고 저리 꼬여서 난리를 겪는 소동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앞에서 저지른 조그마한 일이 뒤에서 벌어지는 다른 사건의 단초가 되고, 큰 사건이 사소한 복선 때문에 해괴하게 엉켜드는 엉망진창 모험을 보여 주는 형국 입니다.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에서부터 코엔 형제 감독작 영화들에까지 이어지는 소극(笑劇, farce) 풍의 이야기라는 것 입니다.

이야기가 이렇게 된 것은 제목에 비춰 보면 실망스럽니다만, 돌아 보면 차라리 잘 되었다 싶습니다. 이 영화는 초반에 잠깐 동안 주인공들이 직장에서 상사들에게 겪는 시련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서 주인공이 사무실에서 고생하고 사소한 안식을 위해 애를 쓰고, 주인공이 열받아서 다 엎어 버리고 싶다고 망상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 등등이 나옵니다. 직장 생활을 다루는 이야기에서 한 번쯤 나올만한 소재들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이 잠깐 나오는 이야기 조차도 이 상사들에게 겪는 시련이라는 것은 진짜 월급 받으며 매일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며 사는 사람들의 애환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 속의 상사들은 일종의 맛이 간 악당들이기 때문에 악랄한 짓을 행패 부리듯 하고 다니는 것뿐입니다. 이런 것은 조직 문화와 경제상황, 인간성의 차이 등등이 조금씩 어긋나며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공감할만한 악한 상사 상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의 "치떨리는 직장 상사"들은 특별히 직장 상사라는 점과 인간 본바탕 부터가 하나하나가 다 그냥 사악한 범죄자들이라서 악당인 것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제작진이 비록 제목에 걸어 놓기는 직장 상사 어쩌고 하는 제목을 걸어 놓았지만, 이렇게 잘 못만들것 같은 이야기는 포기하고, 잘하는 쪽으로 일부러 주욱 나간 듯 합니다. 그러니까, 그냥 속보이게 음모 꾸미고 바보짓하고 실패하고 숨어 다니고 뭐 이런 시트콤 등에서 자주 나올 법한 이야기를 중심에 박아 넣고, 직장 이야기는 그냥 최소한 장식하는 용도로 앞부분하고 중간중간에 조금씩 넣어 둔 것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크게 바람직한 모양은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그나마 직업 생활의 풍경을 조금이라도 보여 주는 직장상사)

그렇습니다만, 확실히 덕분에 굳이 어색하게 교훈이나 감상을 집어 넣는 순간도 없어졌습니다. 별 공감가지 않는 묘사를 장황하고 재미 없게 늘어 놓는 것을 줄여서 쉽게 쉽게 이야기가 흘러가게 꾸민 것이 오히려 나아 보이는 면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독특한 소재, 전문직의 흥미로운 세계"를 보여 주겠다고 출발해서 배우들에게 긴 전문용어 외우느라 고생하는 모습이나 보여주게 하다가 막판에 수틀리면 대충 신파극으로 눌러 때우는 여러 TV극, 영화들과 비교해 보면, 이 영화 처럼 이런 식으로 적당히 예의만 차리고 얼렁뚱땅 쉽게 가는 것도 저질러 볼만한 짓이지 싶습니다.

그렇게해서 나온 초보 범죄자들의 음모 이야기는 그럭저럭 중간 수준은 되어 보입니다. 사연을 꼬이게 해 놓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운명이 이리저리 뒤틀려서 공교로운 사연으로 꾸며 놓은 꼴은, 이야기를 지탱하는 중심 줄기 역할은 최소한 해 주었다고 생각 합니다. 이야기 줄기를 이어다 붙이는 데 노력은 기울이고 있고, 복선을 잡아 내고 인물 성격을 끌고 나가는 재미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니, 지겹지 않고 팝콘 맛 절반에 헛웃음 절반으로 지친 주말에 편안하게 극장 좌석에 앉아서 쉬기에 괜찮은 정도는 되었습니다. 여기에 좀 웃겨 보려고 웃음을 쥐어 짤 때 쓰는 각종 욕설로 웃겨 보려는 코미디라든가, 더러운 짓으로 웃겨 보려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이것도 각본이 딱히 참신하지는 않았는데 배우들의 웃기는 재주가 괜찮아서 못볼 지경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이미 폭스가 조연으로 나와서 극히 정통스럽게 아주 고전적인 코미디를 펼치는데, 그 솜씨는 최고 실력의 코미디언을 방불케했습니다.

그러고보면 배우들 구경하기가 재미난 편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케빈 스페이시는 이 영화의 헐렁하게 웃긴 분위기에 맞춰 가면서도 장면 장면에서는 그에 어울리게 진짜로 사람이 무섭고 겁나게 보이는 모습도 똑똑한 것이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제니퍼 애니스톤은 각본만 놓고 보면 출연료 적은 배우가 별 대단한 인상 못남길 듯한 흔한 몸매 자랑용 조연으로 나오는 역인데, 이걸 또 제니퍼 애니스톤이 일부러 맡아서 성의있게 웃겨 가며 해내니까 괜히 더 재미를 돋구는 면이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콜린 파렐는 약간의 의외지만 막상 나오는 꼴을 보면 예전 영화 역할과 비슷한 점을 떠오르게 만드는 듯한 역할로 나와서, 이것도 잠깐 웃고 지나가는 재미 거리가 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니가 사람을 잡겠다고?)

팍팍한 직장생활을 그려낼 것 같았던 도입부는 위장이고, 웃기는 것도 헐렁한 방식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옛 친구들이 간만에 어울려 이런저런 바보짓을 같이 저지르고 다니며 맥주나 퍼마시는 킥킥거리는 맛이 재미난 편으로 남을 가능성은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 합니다. 정말로 얼빠진 느낌, 황당한 소동으로 되어 있는 "내 차 봤냐? (Dude, Where's My Car?)" 같은 영화 보다는 훨씬 덜 웃긴 영화입니다만, 대신에 그런 영화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지금 2011년 보통 시민들이 사는 일상이라는 느낌이 뚜렷해서 나름대로 위치가 잡히는 면도 있었습니다. 몇몇 장면에서 요즘 유행을 잘 따라가되 신나는 음악이 꾸며져 있는 부분이라든가, 2010년 이후 경기 침체기의 불황, 미국 경제의 위기, 실업에 대한 이야기 거리를 같이 깔아서 세태를 담아 내려고 한 부분들이 눈에 뜨인다는 것입니다.


(제니퍼 애니스톤)

이 역시 정말로 예리하게 경제 문제와 시사를 짚고 나가는 것과는 거리가 무척 멀긴 합니다. 21세기 뭔가 대단한 시대인 듯 한데, 경제 좀 어려워지니까 사는 것은 팍팍하고 갑갑하기만 해졌는데, 어떻게 좋은 이야기는 잘 못 해주겠고, 이래도 저래도 세월이 흘러가면 그냥 한 세상인데 싱겁게라도 한 번 웃겨 보겠다는 정도였다는 겁니다.


그 밖에...

그래도 이것보다는 아주 조금은 더 직장 생활 쪽의 이야기를 담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치과 의사 보조로 나오는 주인공 이외에는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 지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각자의 직장에서 생길 수 있는 고유한 골치거리라든가, 그런 직장 생활을 한 덕에 익숙해지거나 단련된 면이 있어서 소동과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데 도움이나 방해가 된다거나 하는 이야기 거리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싶습니다. 하다 못해, "위험한 사돈 (The in-Laws)" 같은 영화에서 "발 의사" 정도의 소재로 라도 활용 되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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