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쉽 (Battleship, 2012) 영화

"배틀쉽"의 내용은 외계인 우주선이 태평양에 떨어지고 그 근처에 있던 미국의 군함이 있는데, 그 군함에 타고 있던 실력 있지만 문제아인 장교가 주인공이 되어 우주선과 싸운다는 것입니다. 싸우는 줄거리만 뽑아보면 좀 재미 없습니다. 외계 우주선과 싸우는 법이란 것이 "죽을 때까지 계속 대포를 쏘면 되고, 1대일로 만났을 때는 주먹으로 계속 때려서 이빨이 날아갈 때 까지 패면 된다."로 요약 됩니다. 이런 것은 비웃음으로 웃기려고 하는 만화 장면 같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이 영화에는 비웃음을 넘어서서 재미있는 구석도 꽤 있었습니다. 저는 그 이유 중에 중요한 부분이 이 영화가 "미해군 홍보 영화"다운 면을 갖고 있고, 그걸 살려 내는 게 특징이 되는 때가 있었기 때문 아니겠나 하는 생각을 한 번 해 봅니다.


(한눈에 잘 안들어오는 외계 우주선)

이 영화는 주인공부터가 미해군들인 영화이고 미해군이 정말 열심히 용감하고 성실하게 잘 싸운다는 내용으로 밀고 나가는 내용 입니다. 영화 장면 속에서 계속 미해군의 무기와 장비들이 다양하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 배경 역시, 대한민국 해군도 참가해서 종종 좋은 성적을 거두고 왔다고 자랑할 때가 있는 림팩 합동 훈련 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대강 끼워 맞춘 쉽게 흘러 가는 이야기로 나아가고 그 와중에 미해군의 멋있는 모습을 열심히 보여 주는 내용이었다는 것입니다.

줄거리와 연출의 모든 면에서 진지하게 재미를 주기도 하면서, 동시에 군대 홍보 효과도 거두는 영화도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서 TV 시리즈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 같은 이야기들은 전쟁터에 뛰어든 젊은 병사들의 모습과 2차 대전의 여러 장면을 와닿게 담아 내는 걸작으로 평가 받고, 동시에 군인의 보람과 가치가 무엇인지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선전 자료로도 어김 없이 잘 먹힐만한 효과도 강하게 갖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외에도 60, 70년대에 주로 유행했던 실록 형식의 전쟁영화나 2차 대전 특공대 영화들 중에도 무게 있는 극적인 내용을 펼치면서도 미군 선전도 확실히 하는 영화들을 꼽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군대 홍보와 진지한 멋을 동시에 갖추는 게 쉬운 길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이 영화 "배틀쉽"은 그런 깊이를 갖는 영화와는 담을 쌓고 하나만 열심히 판 것으로 보입니다. 진지라는 것은 밥의 높임말이라는 뜻으로만 이해하고, 그냥 전혀 진지하지 않게 하여간 군대 홍보만 잘 되게 꾸며 보자는 기개가 있었던 듯 합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이 영화는 그런 홍보 영화를 열심히 잘 만들겠다는 결심과 고민이 잘 살아 난 부분이 꽤 많다고 느꼈습니다.

흔히 "홍보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나 고루한 상상력에 따라서 그냥 아무 창의력 없이 하던대로 만드는 것이 전부라고 보이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예를 들어서 냉전 절정시기에 나왔던 많은 반공영화들은 우리편은 엄청 착하고 잘싸우고 멋있고, 적은 아주 악하고 비겁하고 추잡하게 나와서, 우당탕 우당탕 싸우다가 악당들의 악함을 보여 주기 위해 고문하는 장면 길게 보여 주다가 누구 하나 장렬히 전사한 뒤에 이기면서 끝나는 것이 덧없이 많았습니다. 이런 영화들은 마치 "선전 영화라서 이런 내용은 무조건 나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가 없다"라는 식으로 제작 하기도 전에 포기하고 만든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허다했다고 생각 합니다. 이런 것들은 초등학생들에게 괜히 의무관람시켰다가 잔인한 장면 때문에 충격이나 주고 잠이나 못자게 할 뿐, 대부분 지겨워지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만들어 본 영화들이 있고, 그래서 정말로 어떻게든 최대한 진짜 "군대를 한 번 홍보해 보자"고 애를 쓰는 영화들도 있지 싶습니다. 사람들의 눈을 끄는 광고를 만든다는 심정으로, 속 보이는 목적에 꼭 나와야 하는 것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정말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 잡고, 영화 속에서 보여 주는 이야기 때문에 "좋아 보이는" 느낌을 살려 내자고 노력해 보자는 겁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일단 무엇보다도 계속해서 지원병을 받아야 하는 모병제 국가인 미군이 신병을 모집하는 데에 도움을 주자는 그 속보이는 목적을 최대한 잘 달성해 보자고 애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냥 쉽게 외계인 나쁜놈, 미군 멋있어, 외계인이 미군 고문하는 장면 두 번 보여 주고, 장렬히 미군 한명이 전사하며 승리하는 이야기...와 같이 시킨대로 빨리 만들어서 돈 빨리 받고 집에 가자는 식으로 만들지 않고, 좀 더 "정말 미군에 입대하고 싶게" 만들어 보려고 노력한 것처럼 보였다는 이야기 입니다.

우선 주인공 선정부터가 상징적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때는 뭔가 똘똘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언젠가 부터 좀 꼬여서 인생이 답답하게 살고 있는 실업자 입니다. 그러면서 부모형제에게 얹혀 살고 있어서 자존심은 상하는 데, 마땅한 좋은 일자리도 요즘 같은 경기에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마음 속 한 구석 나는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인데 싶은 허세만 있을 뿐, 날마다 술이나 먹고 폐인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다가 어떤 계기로 마음 먹고 해군에 입대 했더니, 먹고 살 것이 해결되고 번듯하게 멋있는 제복 입고 그럴싸해 보이게 한 사람 구실 하는 것처럼 하고 살 수 있게 되고, 세계 최강의 장비를 다루는 뭔가 대단해 보이는 일에 투입되어 보람도 느끼게 된다는 겁니다.

거기에 더하여, 폐인생활과 결별하고 군인다운 책임감과 용기, 명예를 실천하면, 할리우드의 마법으로 일약 군함 한척을 지휘하는 함장도 되고 지구를 구하는 영웅도 된다는 이야기로 마구 치달아 날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절반쯤은 상상불허의 황당함에 혀를 차게 하지만, 또 절반쯤은 솔깃하게 들리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군대가서 말뚝 밖기"는 구직을 걱정하는 20대에게 항상 배경음악으로 뇌리에 깔리는 이야기이고, 이 영화에서는 실제 미군이 신병으로 모집할만한 대상이 될 병사들을 고려해서 주인공상을 꾸며 둔듯 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가져와서 붙여 나가다 보니, 정성을 다하여 화면에 들어오는 해군의 장비들과 혼신의 힘으로 다림질한 해군 정복이 이야기 속에 자연히 빛을 발하는 대목들이 생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점들은 별것 없는 이야기를 쭉 밀어 붙이는 이야기를 촘촘히 채워 넣는데 나름대로 개성을 주고 특징을 주었다고 생각 합니다.

특히 이런 소재의 특징이 절묘하게 살아 나는 대목은 이 영화 속에서 과거 참전 용사들을 등장시키는 모양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여러모로 말이 많고 비판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외부 선전만 보면, 전통적으로 제대군인들과 참전용사들에게 가장 정성을 기울여 그 영예를 대우하는 군대가 미국 군대라는 류의 이야기는 여러 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바로 그런 점을 대폭 살려서, 제대군인들과 참전용사들이 그야말로 역전의 용사로 등장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짜놓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나름대로 재치있게 전체 줄거리 속에 끼어 들게 하기 위해 갖가지로 성의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 덕택에, 이 영화는 얻은 것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은 굉장히 대단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멀쩡한 영화도 선전 영화로 만들다보면 사상에 묻혀 말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별것 없이 제작비만 많이 들 수 있는 소재에 간단한 줄거리로 출발해 놓고, 오히려 선전 영화에 들어갈 소재들을 잘 엮어 놓은 덕택에 새로운 소재들을 더 구하고, 이야기 거리들을 더 찾아 낸데다가, 더 다채롭고 생동감을 갖게 된 면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얼핏 밑천 없이 판돈만 미친듯이 올려 놓은 특수효과 떡칠 영화인 듯 합니다. 그런데 막상 각본 구석구석을 생각해 보면 볼 수록 미해군 홍보가 정성스레 다양한 형태로 담겨 있고 그 성의 있는 예찬이 갖는 선전효과가 괜찮아 보여서 값을 하는 것이 계속 눈에 뜨였습니다. 무기 쓰는 장면과 박살 나는 장면은 정성스레 듬뿍듬뿍 담겨 있고,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로도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하는 호기심은 끌고 가면서도 이야기는 항상 시원시원하고 빠릅니다. 이런 것들은 90년대 대한민국 육군이 혼신의 힘을 다해 제작한 국군 선전영화 "알바트로스"가 얼마나 한심무쌍한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는 지 비교해 본다면 더욱더 좋아 보일만합니다.

반대로 이 영화의 단점을 찾아 본다면 역시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것도 군 홍보 영화스럽게 민망함이 듬뿍 담긴 가짜 같은 대목들입니다. 대립하던 두 나라 출신의 군인들이 전우애로 의기 투합하는 모양을 보여 주는 것이나, 다혈질의 철없던 군인이 책임감을 점차 느끼는 모양을 묘사하는 방법은 그야말로 민망하게 단순 무쌍 합니다. "초등학교 바른생활책에 나오는 우화 같다"라고 단순한 이야기를 비아냥 거릴 때 어울릴 법한 바로 그런 이야기가 나와 있습니다. 요새 초등학교 바른생활책에는 이 영화보다야 더 입체적인 인물과 역사적인 중요한 사건이 더많이 언급되어 있지 싶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음악도 그렇게 들렸습니다. 젊은이들 유행에 걸맞는 록음악을 요리조리 잘 써가면서 신나게 꾸몄는데, 이게 무슨 실패한 "신세대 군가"같이 들린다거나,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답시고 정치인들이 선거철에 억지로 코미디언 흉내내는 코미디 홍보 영상 찍은 듯한 위선적인 느낌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만, 이 영화가 버텨 내는 선은 어쨌거나 그런 와중에도 그 음악의 연주가 썩 괜찮고, 너무 틀에 박힌 느낌이 있어서 그렇지 곡만 떼어 놓고 보면 꽤 멀쩡하게 들린 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넓은 마음으로 돌아 보면, 홍보 영화에서 이런 식으로 "선전 영화 아닌 척 하는 배경 음악이 더 어색하게 섞인 것" 같아서 어색하다고는 해도, 또 "뭐 홍보물이 다 이런 것 아니냐"하는 포기한 태도로 보면 개중에는 그런데로 즐겁고 좋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운동장에 애들 세워 놓고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는 때는 재미 없고 지루한 시간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그 중에서 말 잘하는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낫게 들리는 것처럼 영화가 굴러 가는 듯 했습니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서 끝까지 별 볼 일 없었던 대목들은, 이 영화가 외계인과 싸우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외계인들의 모양이 별로 선명하게 와닿지 못한다는 점, 부수는 장면과 무기 발사하는 장면이 가득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인 감상을 휘둘러치는 인상적인 파괴 장면은 별로 없다는 점 등등이었습니다. 역시 홍보 영화 색채를 강하게 갖고 있는 "인디펜던스 데이" - 그때는 미공군이었습니다만. - 와 비교해 보면 이 단점은 아주 선명하게 눈에 뜨였습니다. 소설 "유년기의 끝"과 TV물 "V"의 전통을 멋드러지게 계승한 거대한 원형 우주선에다가, 아직까지도 인상적인 외계인 공격 장면으로 손꼽히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외계인의 불기둥 대포가 뉴욕과 워싱턴 DC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 어지럽게 미공군 전투기들과 외계인 전투기들이 뒤섞여 싸우는 장면들을 묘사했던 "인디펜던스 데이"에 비하면 이 영화의 미술은 훨씬 심심했다고 생각 합니다.

더군다나 "인디펜던스 데이"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멋지게 투입해서 예상보다는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낸 것으로 이름 높았던 것에 비하면, 예산을 마구 퍼 부은 이 영화의 표현에 기억에 남는 모양이 적다는 점은 더 부족해 보였습니다. 바다 밑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외계 기계를 보여 줄 때 모습은, 하다 못해 이제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나온 것으로 꼽히는 "어비스" 같은 영화에도 전혀 못미쳐 보이니 말입니다. 무엇인가 커다란 것이 날아다니고 엄청나게 부서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막상 선명하게 눈에 들어 오고, 진기하게 마음에 남는 것은 없는 것이 이 영화의 외계인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신기한 것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은 이 영화의 어쩔 수 없이 선전 영화스러운 단순한 주인공들이 재미 없는 대사를 재치 있는 소리랍시고 주워 섬길 때 더욱더 초라하게 드러나 보였습니다. 이 영화 주인공이 "내가 죽기는 죽겠지만, 오늘은 아니다(Not today)"라는 말로 그럴 싸한 대사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대목은, 마치 한국 연속극에서 이제는 이미 금기로 자리 잡은 "그건 너답지 않아"/"나다운게 뭔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갑갑하게 느껴졌습니다. 주인공 배우와 연기하는 방식도 껄끄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뭔가 하여간 멋있는 목소리로 대사를 발음해야 겠다는 의욕이 연기력을 십리 정도 앞서나가는 듯한 모습으로 보일 때가 많았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 왠만큼 연기를 잘하는 것처럼 보일 때 조차 "사실은 이게 연기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괴이한 감흥을 불러 일을킬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뻔한 이야기가 도리어 해군 홍보 영화의 특징을 주워 담으면서 새로운 힘을 얻었듯이, 생각 외로 심심한 표현들이 역시 그래도 살아 남을 구멍이 보인다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괴상하게도 깍두기 네모로 자르듯 퍽퍽 이야기를 도끼로 찍어서 뽑아낸 듯한 이 투박한 이야기 속 어림 없이 깔끔한 SF 소재도 틈틈히 감싸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이 이야기는 지구의 학자들이 외계로 시험차 보낸 전파 신호를 외계인이 붙잡아서 지구로 찾아 왔다는 것을 중심 소재로 합니다. 이것은 드레이크의 아레시보 망원경 실험을 바로 떠오르게 하는 아주 재미난 소재를 정통으로 붙잡는 것이었습니다. 인공위성 장치나 통신용 광파 발사를 표현하는 모양이 너무 재미 없게 뻔해서 뭔 황우석 박사가 정치인들에게 보여 주는 소개 동영상 같아 보여서 그렇지, 이렇게 저렇게 단초를 던지고 이야기를 끌어다 붙이는 재미는 썩 좋았다고 생각 합니다.

여기다 이 영화는 처음에는 별로 큰 악한 생각 없어 보이는 두 문명이 충돌해도 사단이 날 수 있다는 점을 지구 바깥 문명을 끌어 들여서 어느 정도 나타내 주고 있었습니다. 신대륙에 온 콜럼버스 운운하면서 노골적인 이야기도 몇 번 나오고, 어쩔 수 없는 사고와 무차별 대학살은 저지르지 않는 외계인의 모습 속에서 "도대체 쟤 들은 뭘 하려는 건가? 뭐가 또 튀어 나올까?" 싶은 호기심을 영화 내내 계속 끌고 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관객이 갈등하게 만드는 수법도 괜찮지 싶었습니다. 그외에도 몇몇 SF 영화팬들을 반갑게 할만한 명대사나 영화 인용도 눈에 잘 뜨이게 배치 되어 있었습니다.

영화의 결말 부분을 이야기하게 됩니다만, 여기에 더하여, 이 영화의 끝을 장식하는 마지막 장비로 케케묵은 "유물"이 다시 한 번 최첨단 미래 장비에 대항해서 나오는 것 역시 SF물에서 곧잘 재미나게 쓰는 이야기 중 하나 입니다. 널리 알려진 예로 "스타 트렉" 영화판의 결말 장면을 들 수 있고, 근래의 멋진 이야기 중에는 "카우보이 비밥" 애니매이션 에피소드 중에 20세기 우주 왕복선이 나오는 이야기가 생각 납니다. 이 영화에서는 참신하게 활용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정말로 역사적인 장비를 화면 가득 담아내는 정통 수법이 힘을 발휘해서 나름대로 이런 이야기만의 낭만과 가슴 두근거리는 흥겨움을 끌어내는 맛이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핵심적인 사건 기록만 재구성하면 오히려 윤리 문제를 보여 주는 매우 심각한 비극이 될 수도 있는 사건을 갖다 놓았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외계인 대결 구도 였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이 영화는 그 많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그런 복잡다단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절반 정도는 갖다 버리고 대신에 충직하게 힘을 다해서 미해군을 홍보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덕에 이상한 형태로 영화가 개성을 가진 면도 있고, 역시나 말아 먹은 대목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 였습니다.

다만, 제작비를 바닷물처럼 쏟았던 영화치고는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 법도 합니다. 하늘에서 비행기가 마법처럼 나타나 모든 위기를 해결한다는 2차대전이래로 미군이 나오는 영화에서 물리도록 반복되던 이야기 꾸미는 수법이 또 나오면, - 방향은 다르지만 이런 관점은 "동막골 사람들" 같은 미군을 한 발 떨어져서 보는 영화에도 그냥 계속 차용 되는 듯 합니다 - 작가들이 게을렀다는 생각이 안들 수 있겠습니까?


그 밖에...

이 영화에서 하필이면 일본자위대와 미군이 힘을 합치는 것은, 하와이를 무대로 하고 긴시간 활약했던 오랜 미해군의 상징인 미주리호 전함을 끌어온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미주리호는 저 옛날 일본제국이 패망할 때 무조건 항복 문서에 서명한 곳으로 유명한 배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때 항복 문서에 서명하러 간 일본 외상이 윤봉길 의사가 그보다 훨씬 앞서서 던졌던 폭탄 때문에 절뚝거리는 모습이라는 점이 기록 영화에서 보이기에 더 알려졌지 싶습니다. 미군이 태평양전쟁을 끝냈던 미주리호가 나오는 데 일본자위대와 힘을 합치는 이야기가 같이 나오면 멋있는 것은 골라서 다 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향해 전진하는" 미해군의 이야기를 담기에 잘 들어 맞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놀랍게도 걸어 다니는 외계인은 아무리 총으로 연발 사격을 해도 끄떡도 없는데, 그 외계인이 타고다니는 배는, 심지어 그 배는 우주에서 초광속 여행도 할 수 있는 배인데도, 총으로 쏘면 픽픽 부서집니다. 좋게 보자면, 일이 꼬여서 대판 싸우게 되었을 뿐이지 외계인들의 선단은 정말로 총알 막을 방비도 제대로 안된 순수 탐사선들이었다는 뒷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덧글

  • 잠본이 2012/04/16 23:46 # 답글

    외계인들이 하도 약하다보니 통신회사 세일즈나 식민지 건설 용역업체 애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농담섞인 추측도 들었습니다(...)
  • 게렉터 2012/04/22 20:01 #

    기지국 설치하려온 통신회사 직원들에 무척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각본 쓴사람도 어느 정도 의도한 듯도 보이고 말입니다.
  • 동사서독 2012/04/17 06:35 # 답글

    초광속여행을 하는 동안 내구력이 약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어요.
    편도 여행은 할 수 있지만 왕복으로 돌아오지는 못할, 일단 가서 눌러 앉은 뒤에 왕복 가능한 다음 우주선이 도착할 때까지 버티는 용도의 소모성 외계인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봅니다. ^^
  • 게렉터 2012/04/22 20:02 #

    아무리 내구력이 약해져도 그러면 유리창에 자기내들 갑옷정도는 방패처럼 대충 발라 놓을 수는 있지 않았겠습니까. 말씀대로 소모성 외계인 또는 "싸울 의사 자체가 거의 전혀 없는 외계인" 아니었나 싶습니다.
  • 카우말리온 2012/04/17 11:26 # 답글

    외계인들은..좋은 홍보셔틀이었습니다!!! /엉엉
  • 게렉터 2012/04/22 20:02 #

    동의합니다.
  • 치즈 2012/04/18 15:03 # 삭제 답글

    배틀쉽은 동명의 보드게임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배꼽잡는 리뷰 감사합니다.
  • 게렉터 2012/04/22 20:03 #

    옳습니다. 중간에 딱 보드게임 하는 것 같은 장면도 일부러 하나 나옵니다.
  • deepthroat 2012/04/19 14:51 # 답글

    원작을 잘 살려서... 놀랬습니다(....)
  • 게렉터 2012/04/22 20:04 #

    중간에 게임 장면과 거의 같은 장면이 하나 나오니 눈에 뜨이긴 합니다. 하지만 전체 이야기를 놓고보면, 만약에 원작을 잘 살리는 이야기로 갈 때, 지금 영화처럼 외계인과 결투한다는 이야기 보다는, 차라리 보드게임 "배틀쉽" 챔피언 어린이이 있는데, 이 아이가 배틀쉽 특기생으로 해군에 입대하고 성장해서 진짜로 배틀쉽의 교훈을 바탕으로 전공도 세운다는 부류의 이야기는 어떤가 싶습니다.
  • 게렉터 2012/04/22 20:05 # 답글

    그러니까, 제목이 "장기"라는 이야기라고 하면, 굳이 고대 중국에서 초나라와 한나라가 싸우는데, 투석기, 코끼리 등등을 이용해서 열심히 싸운다는 이야기 보다는, 그냥 장기 두는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가 어떤가 싶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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