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키: 토버모리 (바벨의 도서관 22) 줄거리들 기타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로 묶여 나온 사키(1870~1916)의 단편 소설 모음집 책 "토버모리"에 실린 이야기들을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경쾌하고 웃음짓게하는 표현에다 재미를 끄는 일상 생활에서 갑자기 터지는 이상한 사건을 소재로 해서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은 재미난 책이었습니다. 구구한 묘사 없이도 생동감 넘치고 발랄한 인물 묘사에,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면서도 등장 인물에 대한 묘사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웃음이 들어 있는 꾸민 모양이 재미를 돋구었습니다. 정말 골치 아프게 느껴지는 어린이들의 재잘거림을 잡아낸 모양이나, "토버모리"에서 고양이의 얄미운 모습을 보여주는 대사로 화려하게 이야기를 이끄는 모습은 훌륭했다고 생각 합니다.


(책 표지)

여기서는 간략히 줄거리만 돌아 보겠습니다. 줄거리는 처음부터 결말까지 모두 소개해 드립니다. 혹시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어서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싶은 것 발견하시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비슷한 이야기, 생각나는 영화, TV극 있으시면 그에 대해 덧글 달아 주셔도 즐거이 읽겠습니다.

1. 앤 부인의 침묵
나른한 낮, 잘 사는 한 부부의 권태적인 대화를 묘사 하는데, 남편에 비해 부인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남편은 화를 내며 떠나는데, 마지막 문장에서 부인은 이미 죽은 지 한 시간 째라는 것이 나옵니다. 차분한 묘사로 이어지다가 당돌하게 드러나는 어두운 상황이 극적인 느낌을 잡아내는 이야기로, 그만큼 두 부부가 권태에 빠져 서로에게 무심했다는 것을 꼬인 농담조로 표현하는 느낌에서부터, 남편이 정신 나간 사람일 가능성까지 여운이 남게 했습니다.

2. 이야기꾼
대중교통 수단에서 아이들 때문에 소란하여 화가 난 주인공은 아이들을 달래는 이야기를 해 줍니다. 이야기는 권선징악을 무시한 매우 막나가는 이야기인데 아이들은 그래서 더욱 빨려 들고, 더욱 좋아 합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있던 부인은 그 따위 이야기를 해 주냐고 화를 내는데, 주인공은 이제 아이들이 몇 달 동안은 그 부적절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를 바로 부인에게 시도때도 없이 들려 달라고 조를 거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즐거워 합니다. 사실 주인공은 아이들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부인에게 복수를 하려고 그런 이야기를 해 준 것이었습니다.

3. 창고
장난꾸러기 주인공은 자신을 돌봐주는 아주머니를 싫어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교묘하게 아주머니를 화나게 해서 아주머니를 위기에 빠지게 하고 창고에 갇히게 합니다. 이때 주인공은 아주머니가 바르게 행동하려고 겁주려던 말, 예를 들면 "창고에 들어가면 귀신 나온다" 같은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믿고 따르는 척 하면서, 아주머니를 더욱 위기에 빠지게 하고 창고에서 꺼내 주지도 않고 한참 고생하게 만듭니다.

4. 가브리엘 어니스트
평범한 일상 중에 주인공은 가브리엘 어니스트라는 이상한 어린이를 만나는데, 대화 끝에 이 어린이가 아이를 잡아 먹는 늑대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은 이 사실을 알리려고 놀라서 뛰어 가는데, 다른 사람이 믿어 줄 것 같지도 않고, 설득하기도 쉽지 않아 난감해 합니다. 가브리엘 어니스트는 물놀이간 어린이들을 급습해서 다 잡아 먹고 멀리 사라진 것 같은데, 사람들은 가브리엘 어니스트가 그 어린이들을 구출하려고 갔다가 자기도 물에 떠내려 갔다고 하며 가브리엘 어니스트를 기려 줍니다. 주인공은 가브리엘 어니스트가 사라져서 일이 일단락 되었으니, 그냥 없던 일로 하고 묻어 두기로 결심합니다.

5. 토버모리
동물에게 말을 가르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 고민 끝에 이 사람은 토버모리라는 고양이에게 말을 가르치는 데 성공 합니다. 모인 지인들은 처음에는 신기해 하지만 바로 그 직후, 이 고양이가 애완동물라서 사람들의 여러 비밀, 숨기고 싶은 모습을 다 보고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사실을 누설할까 두려워 합니다. 사람들은 말 아는 고양이를 죽여야 한다고까지 생각하는데, 고양이 토버모리는 들고양이와 시비가 붙어 허무하게 죽습니다. 사람들은 안도합니다. 나중에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말을 가르쳤던 사람이 코끼리에게 뭘 가르치려고 했는지 가까이 가서 설치다가 밟혀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6. 바탕
모여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한 미치광이 같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미치광이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그 사람은 대단한 예술가에게 등짝에 문신으로 그림을 새기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전쟁이 나고 세상이 바뀌는 통에 쫄딱 망하고 몸도 이리저리 상해서 그림도 흐릿해 졌습니다. 모든 재산을 날린 그 사람은 반 폐인이 되어 문화재 관리하는 정부쪽에서 자신의 망가진 등짝을 구입해 줘야 한다는 주장만 부질 없이 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7. 불안요법
건강을 위해서는 약간의 불안을 느끼는 불안요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등을 하며 소일하고 있는데, 문득 종교 단체에서 나온 한 사람이, 교회 정책 때문에 아무 이유 없이 인근의 유대인을 학살해 버리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주인공은 매우 당황하는데, 그런 교회 정책에 대한 오해 때문에 아무 죄도 없는 길가던 다른 사람도 살해 당하는 사건도 집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듣습니다. 주인공은 정신을 잃을 듯이 두려워 하는데, 이 사람은 불안요법을 위해 그냥 없는 일로 속임수를 쓴 것일 뿐이었습니다.

8. 모슬 바턴의 평화
도시 생활을 하는 주인공은 한 평화로운 시골에 내려와서 안식을 취하려 합니다. 그런데 그 한적한 시골이란 것이 숨어 사는 마녀와 사악한 귀신들이 숨은 세상과 같아 보입니다. 주인공은 도망치듯이 복잡한 도시로 다시 돌아 오고, 시끄러운 기차역의 소음 속에서 진정한 안식을 느낍니다.

9. 메추라기 씨앗
식품점 주인은 장사가 되지 않아 걱정 입니다. 그런데 그 식품점에 "메추라기 씨앗"이라는 것을 구하려는 정체 불명의 사람이 나타나고 식품점 주인은 그 물건을 파는 데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묘한 태도를 취합니다. 그러다가 이상한 나라의 왕자 같은 사람, 알 수 없는 기관의 요원 같은 사람들이 가게에 와서 "메추라기 씨앗"등을 구하려고 합니다. 이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굉장한 첩보극이나 신비로운 이야기를 상상하며 이 가게로 몰려 들게 됩니다. 알고 보니, 이것은 그냥 이목을 끌어서 장사를 잘해 보기 위해서 벌인 연극으로, 아무 실체 없이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게 일당들이 짜고 꾸민 것이었습니다.

10. 열린 유리문
주인공은 손님들에게 신비로운 괴물이 나타나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를 마칠 때 즈음이 되자, 정말로 이야기처럼 진흙을 뒤집어 쓴 이상한 것이 열린 유리문으로 나타나려고 하고 손님들은 놀라서 도망갑니다. 이것은 사실 주인공의 장난으로 마침 그 시간에 진흙탕에서 자빠져 이상한 몰골로 나타날 가족의 소식을 미리 알고, 거기에 걸맞는 괴기스러운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꾸며내서 읊어 본 것이었습니다.

11. 스레드니 바슈타르
주인공 어린이는 엄격한 교육에 답답해 하고 우울해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유일한 낙은 헛간에 가서 헛간에 기어 들어 오는 족제비에게 "스레드니 바슈타르"라는 이름을 붙여 두고, 신으로 떠받드는 원주민 의식을 흉내내는 놀이를 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점차 이 놀이를 할 때가 많아집니다. 그러다가 주인공이 도저히 교육을 못견디게 되는 날이 오는데, 그날 밤 무심코 헛간에 들어간 집안 어른을 그 족제비가 무는 바람에 그 집안 어른은 죽어 버리게 됩니다.

12. 침입자들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어서 숲의 땅을 두고 싸움을 하게 된 두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추운 겨울 어느 추운 숲속에서 서로 땅문제로 다투며 돌아 다니다가 결국 조난 당합니다. 두 사람은 죽음의 위기를 앞두고 겨울밤 추위를 같이 버팁니다. 그런데 그러다가 결국 화해하게 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같이 이겨 내려고 합니다. 그 때 어른 거리는 그림자와 여러 무리가 다가 오는 소리가 나오자, 이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발견하고 구조하는 것인지 기대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쓸쓸해지게도 그때 나타난 어느 무리의 그림자는 사람 무리의 그림자가 아니라, 쓰러진 사람을 공격해 잡아 먹으려는 늑대 떼거리였습니다.


("토버모리" 이야기를 나타낸 듯한 사키 단편집 표지 중 하나)

말을 간략하게 쓰면서도, 재미난 표현이 많고 중간중간에 농담 거리들이 경쾌하게 많이 들어가 있어서 즐겁게 읽기 좋은 이야기들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현대적인 문체로 매끄럽게 묘사된 19세기말, 20세기초 영국 시내, 가정 풍경도 무척 생생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토버모리" 같은 이야기는 표현과 농담거리들이 아주 풍성하고, "창고"는 상황과 이야기 전개가 웃음을 자아내는 편입니다. "가브리엘 어니스트" 역시 평범한 현실에서 괴기스러운 소재로 넘어 가는 그 기묘한 느낌을 재미로 삼되, 그 묘사를 우습게 한 부분이 좋아서 재미가 훨씬 사는 느낌이었습니다.

간략한 묘사의 건조한 느낌이 어두운 감정을 오히려 더 살리는 효과가 좋은 것으로는 "스레드니 바스타르", "침입자들" 같은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불안요법" 이야기는 20세기 초에 나온 이야기인데도, "유대인 학살"과 관한 이야기를 "20세기의 오점"으로 말하고 있는데, 이런 것은 마치 20세기 중반에 대한 예언 같아 보여서 누가 봐도 공교롭게 보이지 싶습니다. 간략하지만 흥겨운 묘사, 흥미로운 전개와 가끔씩은 괴기스러운 결말, 농담의 유쾌한 맛이 서린 전체적인 분위기 등등은 후대의 같은 영국 작가인 로알드 달과 비슷해서 그 원조격이라는 느낌도 많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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