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블랙 3 (Men In Black III, 2012) 영화

참으로 오랫만에 등장한 "맨인블랙" 시리즈인 "맨인블랙 3"는 "맨인블랙" 스러운 임무를 수행하며 현대 지구의 비밀 요원들이 외계인 우주 범죄자와 대결하는 이야기를 잠시 보여 주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중반부에 들어 서면, 우주 범죄자의 악행을 추격해서 1960년대의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그래서 1960년대를 배경으로 "맨인블랙" 요원들이 활동하는 이야기를 보여 줍니다.


(포스터)

대체로 이 영화의 본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외계인이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에 이미 득실득실하다"라는 것은 어느 정도 재미거리로 뽑아내는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도시 곳곳에 갖가지 모양으로 숨어서 살고 있는 외계인들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정말로 복잡한 도시, 드넓은 세상에는 이런 비밀도 어딘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도 좀 살려 주고, 동시에 그걸 바탕으로 이런 황당한 상황을 농담 따먹기나 현실 풍자 장면으로 잡아 넘어 가는 웃음 거리도 들어 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비밀 밝히기, 괴상한 것 보여 주기가 차례차례 펼쳐지는 데 무척 듣기 좋은 음악을 따라 속도감 있게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장면마다 한 가지씩은 웃고 넘어갈 것이 있었고 - 좀 실없는 것이 많아서 그렇지 - 다음 장면의 이야기를 기다리게 되는 맛이 계속 이어져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니, 공상적인 외계인 이야기나 음모론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상 한 켠에 같이 펼쳐지고 있다는 그 어울리는 맛이 재미의 바탕으로 깔리는 영화 였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와는 달리 먼미래나 먼 과거, 세상 저편의 이상한 행성을 배경으로 외계인이 설치는 영화는 그럭저럭 좀 있습니다만, 바로 관객들이 같이 살고 있는 지금 이곳에 외계인이 있다는 것은 또다른 재미이니 말입니다. 이런 것은 "맨인블랙3"가 스스로 농담거리로 삼기도 하는 50년대 이후 고전 B급 SF 영화에서부터, "최후의 스타파이터"나 "E.T." 같은 영화에도 이야기 거리가 된 것인데, 이 영화는 설렁설렁 유쾌하게 넘어 가는 희극, 활극에서 이런 점들을 잘 이어 받아 넘겨 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런 재미를 잘 살려 주는 것은 역시 잠깐 잠깐 눈앞에 등장해 주는 외계인들의 여러 가지 괴상한 모습이라고 생각 합니다. 자연스럽게 진짜처럼 영화 화면에 어울리는 특수 효과로 나타나서 그 보여 주는 맛이 웃음을 주게 되어 있어야 할텐데, 이 영화에서도 선방 수준으로 외계인들의 이상한 모습이 재미나게 나왔다고 생각 합니다. 가끔씩 예상치 않게 징그러운 모습도 적정선으로 드러내서 흥겨운 영화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슬며시 사람 당황하게 하는 맛도 있어서, 괴상한 것을 갑자기 목격해서 당황하는 느낌을 살리는 것도 괜찮았다고 생각 합니다. 오랫만에 다시 보는 헛소리 잘하는 곤충 같은 수다쟁이 외계인처럼 반가운 맛을 살리는 대목들도 재미났다고 생각 합니다.

이 보다는 빠진다 싶기는 했습니다만, 이 영화가 웃음을 주기 위해 잡아 내는 60년대 풍경들도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 합니다. 외계인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 SF 물 전성기의 우주 전쟁에 대한 고루한 상상들이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 시대라서, 지금 보면 유치하고 단순해서 웃음을 자아내는 "옛날 식 미래 상상"에 대한 이야기 거리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막상 이 영화에서는 그런 면을 그렇게 적극적으로 살리는 편은 아니어서 아쉽기는 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60년대식 미래형 기술, 기계에 대한 모습들이나, 그 시절 기지 풍경은 그대로 볼 거리가 되어 주었다고 생각 합니다. 구식 자동차, 60년대 옷차림의 사람들이 활보하는 풍경도 분량이 너무 적다 뿐이지 보기에 괜찮았다고 느꼈습니다.


(돌아온 맨 인 블랙)

그렇습니다만, 매끄럽게 흘러 가는 신나는 모험극치고는 조금씩 새는 부실한 부분도 있었던 영화라고 생각 합니다. 우선 가장 먼저 모자라 보이는 것은 막판 결말 부분의 "감동적인 사연"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한동안 엉성하다고 싫어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던 몇몇 한국 코미디 영화들이 막판에 갑자기 감동 신파극으로 돌변해 버리는 것과도 상당히 비슷했다고 생각 합니다. 이 결말 부분을 조금 더 이야기 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오직 신파극을 위해서 잠깐 나와서 잠깐 대사 몇 마디 하다가 갑자기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 하는 사람이 등장하는가 하면, 영 난데 없는 출생의 비밀스러운 사연으로 이야기를 슬프게 이끄는 데, 영 영화 앞뒤로 갈등이 강해지고 약해지는 흐름에서 어긋난다 싶었습니다.

물론 이 결말을 아주 이상해 보이지는 않도록 노력은 해 둔 것들이 있습니다. 다소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복선이 되는 대사들도 여기저기 박아 놓았고, 분위기가 지나치게 가라앉거나 늘어지지 않도록 분량이 조절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이야기의 절정과 마무리에 마땅할 이 감동 장면이 별로 정교하지 못한 단순한 억지 연출처럼 보이는 기색은 가시지 않는 듯 했습니다. 감격적인 장면을 목격하는 장렬한 부분이, 무슨 시트콤에서 웃기려고 하는 장면처럼 다 보이는 수풀 옆에 대충 숨어서 엿보는 것으로 헐렁하게 촬영 되어 있고, 이 부분에서 영화에 별로 활용도 안되던 소품을 큰 복선이라도 되는 것처럼 갑자기 들이미는 것도 덜 와닿게 보였습니다.

그리고나서 돌아 보면, 이야기가 이런 정도에 그쳐 버린 데에는 전체적으로 앞뒤 내용을 짜고 중간 중간 농담거리를 집어 넣는 방향 자체가 선명하지 못했던 것 때문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 거리들은 어떻게 봐도 그냥 한 번 웃고 지나가자는 가벼운 농담 투가 많았다고 생각 합니다. 이야기 내용 중에 등장하는 사회 풍자적인 내용들도 무슨 날카로운 성찰을 담고 있다거나 하는 내용은 아니었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60년대의 인종차별과 민권운동을 소재로 삼기도 하고, 냉전시기의 우주경쟁도 소재로 끌어 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 핵심을 정말로 끌어다 붙이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20세기를 돌아 보면서, "우리는 우주에 사람도 보내는 기술을 개발한 훌륭한 사람들이 듯이, 인권, 인종평등과 같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는 것도 이뤄낸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다"라고 교과서에서 배운 과거 역사를 자랑하는 듯한 느낌 정도일 뿐이었다고 느꼈습니다. 마치 이 영화 속에서 아직도 그 위용을 과시하는 크라이슬러 빌딩이 60년대에 이미 "오래된" 세계적인 초고층 빌딩이었다는 점을 자부심처럼 보여 주 듯, 그런 자랑스러움만 내비치는 듯 했습니다.

정말로 왜 60년대에는 인종차별이 나빴는지, 지금 2012년에서는 그게 어떤 식으로 극복되어서 더 좋아졌다든지 말았다는지 하는 날렵한 풍자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에서는 중국집의 중국인들은 역겨운 음식을 먹는 외계인 같은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 실제로 외계인 - 출연하기도 하는데, 외계인 영화니까 인물들이 그렇게 등장할 수야 있겠지만 이렇게 짜맞춰 놓으면 자칫 앞뒤 내용이 별로 안 와닿게 어그러지기 쉽다고 생각 합니다. 이런 것은 오히려 역으로 이민자들을 외계인처럼 여기는 시각에 대한 풍자로 꾸며 낼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이 영화는 그런 내용들이 서로 아귀가 맞아 들어서 재미를 더한다기보다는 이런저런 생기 없는 이야기 거리들이 조합되어서 서로서로 별 힘을 못쓰는 듯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비슷한 면에서 후반부에 마치 옛 동화 속에서 모든 일을 마법으로 다 해결해 버리는 천사처럼 등장하는 키 작은 외계인도 너무 안일하게 억지로 이야기를 갖다 붙이는 수단이라고 생각 합니다. 수수께끼 같은 주문을 읊조려서 줄 수 있는 복선이라는 복선은 다 던질 수 있고, 따지고 보면 어떠한 줄거리상의 위기도 뭐든 다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자니 억지로 별로 안 연결될 듯한 이야기를 연결 시키기 위해 등장시킨 비상수단이라는 느낌이 너무 드러나 보일 지경이어서, 도리어 즐겁고 경쾌하는 이야기에 방해스럽다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인물의 겉모습을 보여주는 수법도, "볼품 없어 보이는 사람이지만 사실은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는 재치 없는 공익광고스러운 생각을 그냥 그대로 별 연결 고리도 없이 투입해 버린 것이라서 더 엉성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따지고 보면 "오즈의 마법사" 전통, 그때 그 먼치킨들 때부터 내려온 "난쟁이가 나오면 하여간 환상적이다"라는 닳고 닳은 술수를 아무렇게나 제작진 입맛에 따라 던져 넣듯 집어 넣어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60년대에서 60년대 자동차를 타고 있는 60년대의 젊은 케이 요원)

그러고보면, 시간 여행을 하는 이야기이니 만큼 역시 60년대 배경을 훨씬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짰으면 많은 부분 돌파구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60년대와 2012년의 차이를 강조하고, 시간 여행에 대한 이야기거리를 조금 더 여러 가지로 파다 보면, 더 몰입되고 더 진기한 이야기 거리들을 뽑아 낼 수 있었을 거라고 상상해 봅니다. "빽 투 더 퓨처"에서 50년대 정경을 갖가지로 이야기 거리로 삼고, 50년대 소재를 이야기 절정 장면의 다양한 굽이굽이에 배치했듯이, 이 영화도 더 긴장감 있게 모험을 벌이고, 더 놀라운 재치로 웃음을 주는 이야기들을 찾아 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60년대, 냉전시기의 어마어마한 우주개발 경쟁은 오히려 지금 돌아 보아도 신비스러운 맛이 있을 지경이고, 이 영화에도 그런 면이 피할 수 없이 조금은 표현 되어 있느니만큼 더 캐보면 더 이야기를 긴밀하게 엮고, 더 재미난 웃음거리를 찾아 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크라이슬러 빌딩만 해도 잠깐사이에 자연스럽게 뉴욕의 전통을 상징하는 소재로 자리잡게 되는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상상해 봅니다.

지금 영화에서 60년대로 간다는 시간 여행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린다는 것이 1분 전의 미래를 미리 체험해 보고 과거로 돌아 와서 잔재주를 벌이는 결전 장면 정도입니다. 이런 것은 재밌기는 하지만, 초능력을 다룬 다른 몇몇 TV극이나 영화에 더 어울리는 것이지, 숨겨진 외계인의 기술을 배워 쓰는 비밀 조직을 다루는 이야기에 딱히 더 도움 될 것은 없는 장면이라고 생각 합니다. 물론, 사람 이름 대신에 "O"라고 부른다느니, "K"라고 부른다느니 하는 실없는 소리를 수다스럽게 주워 답는 윌 스미스의 농담 실력은 여전 하고, 밝고 신나는 이야기가 서서히 익었다가 풀려 나가는 흥겨운 재미는 줄기 차게 이어지는 영화 였습니다만, 그 정도 농담 말고도 이야기 거리를 띄워 주는 소재들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밖에...

그냥 조금 더 나이들어 보이는 윌 스미스에 비해서 토미 리 존스는 영 얼굴이 이상하게 바뀌어 그 때 그 시절 "MIB" 맛이 안사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무조건 사람을 뭐라고 부른다"... 운운하며 둘러대는 농담은 1996년 4월 4일에 방영된 "프렌즈" 에피소드 "The One Where Old Yeller Dies"에서 아주 비슷하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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