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GO (2012) 영화

"미쓰GO" 영화의 첫장면은 다음 장면이 어떻게 될 지 흥미로운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부터 재밌으라고 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다른 할리우드 영화에서 본 듯한 것들이었습니다. 영화 도입부는 주인공이 과거의 충격 때문에 신경증적인 증상으로 고통을 받는 소시민, 외톨이로 혼자 일상생활도 잘 하지 못할 사람인데, 어찌저찌해서 정체불명의 범죄 음모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는 내용으로 넘어 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영화가 시작된 지 한 3분, 4분이 못되어서 영화 포스터가 일종의 속임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이 영화에는 포스터처럼 고현정이 솜씨 좋은 멋쟁이 꾼으로 나오지도 않고, 심지어 고현정이 "미쓰 고"도 아니고, 미쓰 고라는 사람이 나오지만 그 미쓰 고라는 사람이 주인공도 아닙니다.


(포스터는 속임수. 옷차림조차도 저런 옷차림은 두 사람 다 한 번도 안나옵니다.)

이 영화의 초반은 상투적인 수법, 클리셰로 빡빡하게 가득 차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기능을 보여 주는 간접광고인듯 아닌듯한 장면을 빼면 거의 그런 상투적인 수법의 장면 밖에 없는 듯 했습니다. 오해를 하고 문제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언제나처럼 물건이 잘못 뒤바뀌는 것이고, 악당에게서 피하기 위해 벽에 있는 붙박이 옷장 속에 들어 가면 문에 있는 틈을 통해 두려워하는 얼굴로 바깥에 있는 악당을 봅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물건을 건네주어야 하는 데, 표정이 이상해 보이고 잠시 후 그 사람이 쓰러지니까, 이럴 수가, 등에 칼이 꽂혀 있다는 장면이 어김없이 또 나옵니니다.

이야기를 해명해 줄 수 있는 인물을 갑자기 사라지게 하기 위한 방법이란, 현대 TV물과 영화에서 갑작스런 우연을 가장한 죽음의 신 역할을 맡다가 요즘 지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교통사고입니다. 이 사람이 없어져야 다음에 생각해 둔 이야기로 쉽게 넘어갈 수 있을 듯 한데, 왜, 어떻게 없애야 하는 지 마땅한 방법을 제작진이 떠올리지 못하면, 그냥 갑자기 문득 교통사고가 나서 확 그 사람이 죽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상투적인 수법을 모아 오다가 좀 심한 무리를 하는 듯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일단 이야기를 어떤 방향으로 보내야 겠다 싶으면, 집에서 만화 그리며 틀어 박혀 있고 잘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 사람이, 필요하면 무기 가진 폭력배와 경찰이 감시하면서 덥쳐 와도 요리조리 잘 빠져 나갑니다. 반대로 누구를 없애야 겠다 싶으면, 굉장히 영악하고 기술 좋은 이 바닥의 전문가로 나오는 사람은 아무 이상할 것 없는 평범한 부산 시내 길을 걸어 가다가 그냥 별 과속도 안하고 지나가던 차에 부딛혀 2,3초만에 확 즉사 해 주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딱히 싸움 장면이 멋지거나 무슨 화려한 다른 웃긴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보통 사람이 이상한 일에 엮여 드는 그 기구한 맛이나, 관객인 나도 보통 사람인데 내가 저렇게 휘말리면 어떻게 될까, 싶은 느낌이 중요했다고 생각 합니다. 또, 이리저리 꼬인 사연과 속고 속이는 이야기가 영리해 보이고 기막혀 보이는 정교하고 재치있는 맛도 무척 중요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점이 꽤 많이 모자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만화나 소설에 항상 나오는 상황과 인물을 그냥 뜯어와서 갖다 붙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치밀하게 말이 되게 만들려고 열심히 궁리해서 맞추는 것 없이, 그냥 급하게 쉽게 붙여 쓰는 도식적인 이야기에 나올 법한 내용만 나오는 듯 했습니다. 벌어지는 일들이 있을 수 없어 보였고, 일어나는 일들이 가짜 같았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 앞 부분은 꽤 재미 있기는 했습니다. 일단은 이렇게 상투적인 이야기 거리들이 많이 나옵니다만, 그래도 그런 것들 중에 꽤 흥미를 끌 수 있는 것들을 골라 모아서 촘촘히 늘어 놓고 있었습니다. 지루하게 시간 끄는 장면이나 잡다한 개인기로 억지 웃음을 만들어 보려는 장면이 적은 편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처한 위기는 4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본 것 같은 상황으로 나옵니다. 맨날 영화에서 보던거네,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시간 끌지 않고 바로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는 지도 나와 줍니다. 얼마지나지 않아 5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본 것 같은 수법으로 바로 해결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참신하거나 놀라운 것은 없어도,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질 만하게 진행 되었습니다.

거기다가 한국 배우들이, 지역색이 나름대로 묘사된 부산항을 배경으로 그런 흉내를 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 개성을 갖는 면도 약간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마 이 영화가 80년대, 90년대 한국 극장에 걸렸으면 굉장히 대단해 보였을 것 같다는 상상도 하게 되기 좋았습니다.

여기에는 이 영화가 이렇게 상투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내용치고, 의외로 어색한 대사가 별로 많지 않다는 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이렇게 억지로 꾸민 기색이 역력한 이야기들은 이리저리 장면을 막연히 생각해서 합치다가 보니, 인물들이 하는 대사들이 진짜 사람이 하는 말 같지 않고 옛날 외국 영화 대사 더빙한 말이나 책에서만 나오는 문어체로 굉장히 어색한 경우가 많았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런 점에서는 나름대로 세밀한 기색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사를 쉽고 어울리게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배우들이 잘 하고 있고, 또 그렇게 배우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제작진이 잘 조정해 나갔기 때문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비교적 크게 걸리는 데 없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리듬감 있게 계속 나온다는 것만해도 사실 왠만한 영화에서 그렇게 쉽게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이런 면에서는 이 영화를 어느 정도 재밌게 볼 내용도 갖춰져 있다고도 생각 합니다.


(휘말리는 고현정 - 순진하고 겁많은 연기를 하는 고현정은 표정과 말투를 왕년의 문근영처럼 따라하는 듯)

그렇습니다만, 역시 이 영화는 중대한 이 영화의 전환점을 지나면서 내용을 스리슬쩍 대충 때우면서 그냥 그 정도로 마치고 말았습니다. 이런 영화는 대소동이 벌어지고, 기가 막힌 뒤집기로 사건이 해결되며 감탄을 자아내야 재미날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무척 모자란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고현정이기 때문에, 제작진은 그 주인공 고현정이 멋진 꾀를 써서 모두를 다 비웃고 마지막의 승리자가 되어야 된다는 목표를 세운 듯 합니다. 그래서, 난데 없이 이 영화에서는 영화 결말에 가까워 지면, 온갖 협잡꾼과 마약밀매범, 조직폭력배들이 고현정의 말을 일제히 다 믿고 따르고 그대로 이행하는 황당한 장면을 보여 줍니다.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라고 나오는 것은 고현정이 하는 제안이 매우 똑똑하고 멋진 계략이기 때문에 다들 들어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안 자체도 엉성하거니와, 정신병 증상 때문에 짜장면도 혼자 잘 못시켜 먹는 무명 만화가가가, 마약 거래 방식에 대해 어느날 갑자기 번득 떠오른 생각이라며 주절거리는 제안이라는 것을, 다른 무리들도 아닌 조직폭력배와 마약밀매범들이 열린 마음으로 차근차근 잘 들어 주고, 수평적인 인간 관계 속에서 소통의 리더십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해서 그대로 받아 들인다니 맥이 풀렸습니다. 도무지 어떻게든 "경기에서 고현정이 이기게 해주려고" 억지를 쓰고 반칙을 한다는 느낌이 너무 심했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고현정이 그런 제안을 잘 떠올리는 이유로 나오는 것이, 고현정이 "추리소설을 수천편 읽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고현정이 자랑스럽게 그 사실을 멋진 목소리로 감탄하라는 듯 들려 주기도 합니다. 이게 뭡니까? 1950년대의 "알프리드 히치콕 극장" TV 단만극 중에 보면, 이미 60년쯤 전에 "추리소설 읽어서 추리 잘한다면서 무슨 일이건 음모와 ,추리로 해석하는 아마추어"를 비웃는 에피소드가 통쾌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그냥 "추리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 다 잘 해결한다"로 대충 그렇게 때우고 넘어가는 것은 진부하기도 진부하거니와, 그 사람이 잘 행동하는 좀 더 말이 되는 사연이나, 좋은 꾀를 떠올리는 계기를 설명할 다른 이야기 거리를 막아 버리기도 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면서 정작 고현정의 직업이 만화가라는 점은 거의 아무 활용을 안했습니다. 벽에 뜬금없이 낙서하는 장면이 하나 나오기는 하지만 - 이것마저도, 연쇄살인마들은 자기 희생양이나 범죄에 대한 정보를 잘 잘라 모아서 보기 좋게 집 벽면에 장식해 놓곤 하는 영화 속의 풍습이나,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은 항상 짝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상투적인 수법 중 하나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 , 고현정의 활약이나 업치락 뒤치락 계략과는 거의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만화가라면 인터넷에 만화 올리는 사람이라서 포토샵을 잘 쓸 줄 알아서 뭘 어떻게 속임수 사진을 만들 줄 안다든지, 스크린톤 붙이는 데 이력이 나서 뭐 중요한 종이를 엄청난 속도로 정확히 오릴 줄 안다든지, 유성 잉크 속에 기름에서만 녹는 마약을 녹여서 그걸로 원고를 그렸기 때문에 밀수한 마약은 만화 원고 속에 숨겨져 있다든지, 뭐 하다 못해 펜 끝으로 누굴 찍어서 공격한다든지 이런 거라도 하나 나올 법도 한데,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 영화에 나오는 고현정의 인물이 급하게 재미가 바닥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부모의 죽음을 겪고 힘들게 살아 가는 약한 주인공이 공황장애, 대인공포증으로 고통 받다가 극복 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이야기 해 보면 정신적 충격과 병마를 극복하는 아주 처절한 이야기의 소재로 어울릴 법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겪는 공황장애, 대인공포증이란 것은 심하게 현실감 없이 그저 "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던 주인공"이라는 출발점을 포장하기 위한 헛장식으로만 나오는 정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막말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고통과 정신병적 증상들은, 그저 옛날 10대들 사이에서 영화나 소설 때문에 막연히 불치병에 걸려 병약해서 하늘하늘하는 것을 멋있다고 동경하던 것처럼 밖에 안나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전화 한통도 제대로 낯선 사람에게 못 거는 사람 입니다. 하지만, 영화 진행을 위해 별다른 수가 생각이 안나면, 그 주인공이 갑자기 번득이는 재치로 순간적으로 노숙자와 옷을 바꿔 입고 경찰 감시망을 돌파하는 장면으로 건너 가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신경증 증상에서 무슨 고통을 어떻게 받는다는 것인지 전혀 와닿지가 않고, 주인공의 약점이나 특기가 재미난 이야기 거리로 넘어갈 틈도 전혀 안 보이지 싶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그 정신병을 극복하는 방법이라는 것도, 교통사고 두 번째 당하면 기억이 다시 돌아오는 그 많은 장면들 처럼, "그냥 엄청 센 충격 받기" 뿐이었습니다. 이런 것은 애를 해병대 캠프에 보내서 극기훈련을 시키면 갑자기 정신 차려서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갈 거라는 생각보다 훨씬 더 한 것 같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안이하게 나간 부분이 많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다행히 이야기 전체가 지루해질 정도로 아무 개성이 없는 영화만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본 듯한 이야기, 영화 속 세계에서만 통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렇지, 그런 이야기들이 굽이굽이치면서 촘촘히 빠르게 잘 늘어서 있었고, 그걸 보여 주는 연기자들이 의외로 어색한 데가 생각보다 없었다는 게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거기다가 전체 이야기를 생생하게 꾸밀만큼 잘 활용 된 것은 아니라도, 잠깐잠깐 눈길을 끄는 순간들은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예를 들어서, 복어 회를 좋아하고 복어에 자기 자신을 비유하는 악당이 있는데, 이 악당이 살인을 할 때에는 복어 내장을 먹이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내용은 참신해 보이게 잡혀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특히 이 영화 배경이 복어를 실제로 자주 먹는 항구 도시 부산이라는 점과도 어울렸습니다. 유일하게 주인공이 만화가라는 점을 써먹고 있는 벽에 붙인 그림 장면은 중간 정리 장면치고는 매끄러운 편이었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 외에, 경찰 총은 첫째발이 공포탄이라는 점을 써먹는 이야기나, 바다 속에서 갑자기 보이는 으시시하기도한 흰 팔을 보여 주는 장면은 상투적인 복선이지만 인상적으로 한 장면 짚어 주는 괜찮은 느낌으로 보였습니다.

남자 주인공 격인 유해진은 유해진이 원래 하던 역할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제임스 본드 같은 영웅스러운 주인공 역할을 맡았는데, 덕분에 하여간 확실히 나올 때 마다 장면을 사로 잡는 면은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런 역할에 잘 어울릴 만한 미남 배우가 그 역할을 한다고 상상해 봤을 때와 비교해 봐도 크게 많이 어색한 장면도 없었고, 오히려 그래서 얼렁뚱땅 적당히 앞뒤 무마되면서 더 자연스럽고 쉽게 넘어 갈 수 있는 점도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정작 절정 장면이나 결말 장면에 썰렁하니 아무 역할이 없는 수준으로 비중이 줄어 들어서 아까웠습니다. 그밖에, 가끔이지만, 이게 "다찌마와 리"처럼 반어법으로 웃기려고 한 것인지, 그냥 연기가 안어울리는 것인지 흔들리는 때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에 비해, 주인공인 고현정은 배우의 얼굴과 훤칠한 키에 전혀 안어울리는 배역을 맡았는 데에도, 크게 어색한 구석 없이 재미난 모습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잘 채워 나갔다고 생각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역시 정신적인 상처가 깊은 데 그것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인물을 표현하는 줄거리를 영화 내용상 영 빈약하게 보여 주는 터라, 그 재미난 모습들이 진짜 인물처럼 보이도록 빨려 들게 된다거나 기억에 남는 다거나 하는 쪽으로는 못 가는 영화였다고 생각 합니다. 이런 내용을 두고, 고현정이 말뒤끝을 흐리는 수줍은 말투를 과하게 쓰고, 월남치마에 포니테일 머리로, 잡아 뺀 옷소매가 장갑인냥 거기에 손을 집어 넣고 종종걸음으로 다닌다한들, 인물의 성격을 드러낸다기보다는, 제작진 중에 누가 그런 취향있는 사람이 "상상속의 지나치게 평범한 여자 모습"으로 귀여운 짓을 시켜 봤구나 하는 생각이나 들 뿐, 겉도는 느낌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도쿄식 인테리어로 꾸민 듯한 고현정의 집)

가끔 조직 폭력배 졸개들로 나오는 배우들이 조직 폭력배는 무식하니까, 사투리나 바보 같은 행동, 영구짓을 많이 해서 웃기려는 장면들이 좀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들은 보다보면, 어째 강산이 한 번 변하기 전의 옛날 조폭코미디 시절의 "재밌는 영화의 공식" 정도에서 타성에 젖은 영화로 내려 앉을 수 있었겠다 싶은 생각도 잠깐 해봤습니다. 정말 그 정도로 재미 없지는 아니었고, 오밀조밀 들어 차 있는 내용들을 보면서 즐길거리가 되는 영화이기는 했습니다. 여러번 국면이 바뀌는 수법들이 다양했고, 딱히 잔인한 소리 살벌한 행동 별로 없이도 속임수쓰는 범죄소동으로 계속 호기심을 유지한다는 것도 장점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본을 두고 볼 때에도, 상투적인 수법을 이렇게 많이 끌어 쓰면서도 대사들이 의외로 자연스럽게 영화에 담겼다는 것은 역시 좋은 점으로 돌이켜 볼만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습니다만, 이렇게 저렇게 상황을 복잡한 문제로 만들면서 이야기를 열심히 끌어 와 놓고, 문제를 해결하고 주인공이 이길 방법을 찾는 데 실패하는 바람에, 그냥 억지로 모든 일이 풀어져 버리는 이야기로 끝나니,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 재미가 더 빠져나가버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막판 대소동에서 뭔가 대소동스러운 장면을 보여 줘야 하니까 별 이유도 없이 그냥 조직폭력배들이 수십명 엉켜 싸우는 나와버릴 때는, 조용할 때에는 나름대로 특징이 있는 듯 했던 음악조차도 "웃긴 장면 음악"으로 가면서 오히려 그냥 영화 음악에서 자주 쓰는 과장에 젖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밖에...

고현정을 강조하는 포스터의 제목이 "미쓰 GO"인데, 정작 이 영화에서 "미쓰 고"는 따로 나오고 고현정은 "천수로"라는 이름으로 나오면서, 이걸 "촌스러"라는 의미로 내용 중에 써먹고 있습니다. 주인공을 상징하는 이름이 통일이 안 된 것이, 꼭 영화 만들다가 중간에 제목이나 배우를 바꿔서 땜질한 것처럼 어색하게 보였는데, 에라 그냥 거국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상투적인 수법이 많고, 좀 덜 맞아 드는 느낌이 있는 이 영화를 잘 상징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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