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목소리 섬 (바벨의 도서관 5) 줄거리들 기타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로 묶여 나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의 단편 소설 모음 "목소리 섬"에 실린 이야기들을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역시 뭐니뭐니해도 "보물섬"의 작가로 가장 유명할텐데, 비슷한 시기를 무대로 한 다른 단편들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이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내용을 보자면, 토속적인 소재가 분위기를 멋드러지게 잡는 "목소리 섬"을 제외하면 이야기가 지루하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정형화된 구색이 강한 편이었습니다.

여기서는 간략히 이야기들의 줄거리만 돌아 보겠습니다. 줄거리는 처음부터 결말까지 모두 소개해 드립니다. 혹시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어서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싶은 것 발견하시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비슷한 이야기, 생각나는 영화, TV극 있으시면 그에 대해 덧글 달아 주셔도 즐거이 읽겠습니다.


(표지)

1. 목소리 섬
하와이와 그 원주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로, 주인공은 장인의 집이 있는 섬에 갔다가 장인이 돈을 자유자재로 만드는 마법사라는 비밀을 목격 합니다. 주인공이 이점을 악용하려고 하자, 장인은 주인공을 배에 태우고 먼 바다로 나아 가더니, 거인으로 자기 몸이 점점 커지는 마법을 사용해서 주인공을 바다 한 복판에 풍랑을 만난것 처럼 빠뜨리고 자기는 거대한 키로 유유히 걸어 나옵니다. 주인공은 죽게 되었다가 가까스로 헤엄쳐서 외딴섬에 도달하는데 그곳 사람들은 주인공을 이상하게 환대합니다. 주인공은 나중에야 이 사람들이 식인종이고 풍습에 따라 음식이 되는 사람에게는 잘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잡혀 먹힐 순간 그곳에 쳐들어온 장인 일행 즉 마법사들과 식인종이 전쟁을 벌이고 그틈에 주인공은 탈출하여, 천우신조로 마침 그곳을 지나던 무역선에게 구조 되어 귀향합니다. 주인공은 선교사에게 이 일을 이야기하나, 선교사는 원주민의 흔한 주술에 대한 믿음 정도로 치부하며 믿지 않는 눈치로 심드렁해할 뿐입니다.

2. 병속의 악마
주인공은 행운을 주지만 죽고나면 영원히 지옥에 빠지는 조건이 붙은 악마를 구매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 악마를 떼어내려면 산 값보다 더 싼 가격을 받고 남에게 팔아야 합니다. 주인공은 행운을 즐기다가 지옥이 두려워서 남에게 파는데, 그러다가 뒤늦게 사랑을 이루기 위해 다시 악마를 삽니다. 이런 일을 반복하다보니 단돈 1원에 악마를 사게 되어 더 싼 값에 팔 수 없게 되는데 그러자 더 낮은 단위의 돈이 있는 외국으로 가서 파는 수법으로 악마를 떼어냅니다. 그러나 이짓도 반복하다보니 외국의 꽤나 낮은 단위의 돈을 주고도 악마를 팔기 어렵게 됩니다. 주인공은 두려워 하는데 인생을 막살아온 한 선원이 어차피 자신은 지옥에 갈거라며 악마를 인수하여 주인공은 가까스로 악마를 떼어 냅니다.

이런 이야기는 비슷한 전설이 많아서 여러 작가가 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가 읽은 것 중에 가장 통쾌한 것으로는 주인공이 악마의 행운을 남용하다가 결국은 1전까지 값이 떨어져서 도저히 더 낮은 돈으로 악마를 팔아 넘길 수 없게 됩니다. 그러자 주인공인 꾀를 내어, 나라의 중앙은행과 조폐국을 손에 넣어서 나라의 정책을 바꾸어 0.5전 짜리 동전도 발행하도록 해서, 악마를 팔아 넘기는 데 성공한다는 것이 결말 이었습니다.

3. 마크하임
마크하임은 주인공의 이름으로, 주인공은 한 중개상을 방문하여 실랑이를 하다가 욱하는 마음에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릅니다. 주인공은 두려워하고, 이제 인생을 망쳤다고 괴로워 합니다. 그러는 주인공 앞에 악마가 나타나서 주인공이 이 사건을 숨기기 위해 다른 죄도 저지를 것을 권유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고민의 시간을 이겨내고, 결국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음을 다른 사람에게 고백하고 자수하고자 합니다.

4. 목이 돌아간 재닛
한 고지식한 목사가 왜 저렇게 고지식하게 되었는 지 과거 사연을 설명하는 이야기. 원래 그 목사는 개혁적인 태도의 목사였습니다. 목사가 머무는 마을에 한 행실 나쁜 여자가 있었는데, 어느날 악에 대한 신의 벌인지, 그 여자는 목이 돌아간 해괴한 몰골로 미친 채 거리를 돌아 다니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 여자를 귀신 보듯 합니다. 그러다 악마가 나타나는 듯이 한 음산한 날 여자는 난동을 부리고, 그날 두려움에 빠진 목사가 여자에게 신의 이름으로 소리치자 모든 일이 잠잠해 진 사건을 겪은 후 목사는 지금처럼 고지식해졌다는 이야기 입니다.

"1. 목소리 섬"은 신밧드의 모험, 요재지이, 당나라의 지괴 소설에 나올 법한 기이한 모험담의 설화풍 이야기를 그대로 답습하는 오래된 방식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그런 간략한 묘사로 이야기가 되어 있음에도, 하와이의 토속적인 배경, 소재를 도전적일 정도로 생동감있게 잘 잡아낸 솜씨가 훌륭해서 개성이 뚜렷합니다. 그래서 이 중에서는 가장 재미난 이야기 였습니다. "마크하임"은 간략한 교훈담을 정형화된 뚜렷한 기승전결로 펼친 이야기이고, "목이 돌아간 재닛" 역시 예스러운 귀신 이야기를 균형잡힌 묘사로 펼쳐내는 이야기로, 내용은 평범한 편입니다. "병속의 악마"는 그림동화 풍의 구도에 20세기초 환상소설스러운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 다운 내용을 다루는데, 결말도 적당한 반전과 함께 통쾌한 편이고 사람의 욕심과 꿈을 다루는 점층적인 중반 내용도 충실한 편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덧글

  • 차원이동자 2012/07/07 23:25 # 답글

    2번과 같은 스타일은 꽤 많은 버전이 나와 적는 작가들 스타일을 보는 재미가 있죠. (세계환상단편선인가? 그쪽에서도 봤는데 그게 스티븐슨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 책을 '서양인들이 보는 환상적인 (동양, 혹은 이국적)모습' 을 어떻게 묘사하나. 라는 걸 재밌게 보곤 했습니다.
    (목이 돌아간 재닛과 같은 경우는 좀 다르지만 말이죠..)
  • 게렉터 2012/07/09 22:37 #

    "목소리섬" 같은 이야기는 좀 넘겨짚자면 어찌보면 유럽인들의 "다문화"에 대한 이해의 원천을 찾아 가자면 얼마나 뿌리 깊은 바탕이 있는지 생각해 볼만한 자료라는 생각도 듭니다.
  • ⓧA셀 2012/07/08 17:54 # 답글

    악마 얘기는 꼭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 거래 같아서 재밌네요.

    http://www.thisisgame.com/board/view.php?id=257504&category=106

    마지막에는 결국 되팔수 없는 사람=희생자가 한명 나오는 것이.
  • 게렉터 2012/07/09 22:38 #

    재밌게 잘 봤습니다. 경제에 대한 강연할 때 자주 언급되는 1달러 경매 하기 http://h21.hani.co.kr/arti/COLUMN/6/17199.html 게임 같은 것은 위 악마 우화를 그대로 시장경제체제로 옮겨 놓은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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