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 (The Amazing Spider-Man, 2012)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독특하고 특이한 초능력 영웅 이야기들도 꽤 많이 나온 이 판국에 그냥 정통파로 밀어 붙이는 이야기였습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인 주인공은 어느날 우연히 스파이더맨 같은 초능력을 손에 넣게 되고, 처음에는 이런저런 장난이나 치다가 결국 가면을 쓰고 도시를 위협하는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는 영웅이 된다는 것입니다. 특징을 찾자면 스파이더맨이 되기 전의 상황을 약간 오래 그려내는 듯한 면이 살짝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달빛이 쏟아지는 뉴욕을 배경으로, 포스터)

연출도 중용을 지키는 점이 강했다고 생각 합니다. 이런 전통이 있는 만화의 인물을 가져 오는 경우라면, 만화의 추억이 살아 나도록 아주 복고적으로 가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완전한 재창조라는 느낌이 들도록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느낌을 더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는 어떤 경우에는 좀 복고적으로 만화 같은 영화 느낌이 나게 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생생한 21세기 사람 사는 모습 같은 느낌이 나게 가기도 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면서도, 복고풍으로 간다고 해도 아주 그렇게 기울어지는 장면 없이 은근히 그런 감흥만 취했고, 현실적인 장면이라도 정말 심각하게 청소년 문제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면 없이 그런 분위기만 조금 까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모여 놓고 보니, 그런대로 이런 것들이 부드럽게 잘 뭉쳐서 자연스럽게 영화가 흘러가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초능력 영웅 영화에 나온 재미난 장면들을 이리저리 써먹고, 동시에 스파이더맨 다운 특징을 살려내서 영화를 꾸며서 요목조목 건드릴 것은 충실하게 다 건드려보는 영화라는 느낌도 꽤 있었습니다.


(여자주인공: 초반에 많이 나오지만 사실 속편용에 가깝고, 이 영화 속 이야기에 별 상관이 크지는 않은 편입니다.)

반대 방향으로 보자면야, 이 영화만의 독특하고 신기한 맛이 부족한 편이고 여기저기서 본듯한 것들이 모여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마천루로 가득한 뉴욕의 달빛 가득한 밤풍경을 환상세계처럼 묘사하는 것이나, 범죄자를 개인적으로 벌하는 주인공도 법에 어긋난다고 하는 의로운 경찰의 모습은 "배트맨" 분위기였습니다. 신체적인 부족에 열등감을 느끼며 하수구에 기지를 차린 악당이 도시의 조그만 도마뱀들을 불러 모을 때는 "배트맨" 2편의 펭귄맨 생각이 절로 날 지경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지겹고 졸립다고 하기에는 재미난 점이 더 눈에 뜨였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따라한 내용들이 한쪽으로 안치우치도록 나름대로 이 영화만의 기준을 따라가면서 줄잡혀 있고, 계속 균형을 잡고 틈틈히 이야기 거리들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런식으로 이야기들을 배치해서 묶어 나가면서도, "스파이더맨"만이 보여 줄 수 있는 특출난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집중한 기색도 역력했다고 생각 합니다. "스파이더맨" 영화들에서 이제 흔히 기대 할 법하게 된, 빌딩 사이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그 속도감을 화면에 담아 격하게 보여 주는 그 기술은 매우 자연스럽고 깨끗했다고 생각 합니다. 높게 솟은 수직구도의 빌딩들이 움직임에 따라 가볍게 스쳐 지나가고 마음대로 기울어지면서 화면에서 다채롭게 빗겨 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미술로 눈을 사로 잡는 그 술수는, 이제 왠만큼 경지에 오른 듯 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적인 스파이더맨의 활약도 정말로 스파이더맨 답게, 주렁주렁 매달린 자동차들에게 이리저리 매달리며 벌이는 것으로 보여주게 했습니다. 또 결정적인 결투나 싸움도 빌딩 사이를 거미줄을 타고 오가는 장면이 중요하게 배치해 두었습니다. 이렇게 해 놓은 덕택에 정말 "스파이더 맨 영화를 봤다"는 통쾌함을 살리는 것도 즐거운 점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렇게 맞춰 나가는 영화였다보니 이 영화만의 멋진 대목을 만들어 보자고 꾸민 이야기 거리는 약간 못미친 듯 투박한 면도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뉴욕 풍경과 함께)

비교해 보기 위해서, 세상에서 제일 멋진 영화 장면이라고 해도 크게 모자람이 없을 법한 "빽 투 더 퓨처 2"의 가장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에 대해 한 번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어떻게 위기가 풀리는 것인가까지 모두 밝히면서 설명하자면, 그 장면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시간 여행을 하다가 악당의 음모로 잘못된 시간대에 오게 된 우리의 주인공은 악당과 대면하게 됩니다. 악당은 시간 여행을 이용해서 이미 주인공이 올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인공을 죽이려고 권총을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악당이 권총을 겨누고 있기 때문에,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은 빌딩 위이기 때문에 뒤로 물러서 봐야 벼랑 아래로 떨어질 뿐입니다. 주인공은 물러서지만 갈 곳은 없습니다. 긴박한 음악이 나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한 번 음악이 바뀌면서, 주인공은 벽 위로 올라섭니다. 이제 정말 한 발만 더 물러서면 떨어져 죽을 판입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곧 악당이 권총을 쏠 것입니다.

이 영화의 핵심 소재인 시간 여행을 이용해서 위기가 벌어졌고, 가장 중요한 문제를 마주한 순간에 주인공이 점점 더 악당에게 몰려 가고 있습니다. 악당이 앞에는 총을 들고 있어서 문제였는데, 엎친데 덥친격으로 뒤에는 벼랑이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문제는 계속 더 닥칩니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순간, 주인공은 벽 위로 올라섭니다. 긴장감은 더 치솟습니다. 어떻게 되겠습니까. 도망칠 방법이 없습니다. 악당은 권총을 겨눕니다. 주인공은 죽기 직전입니다. 아무리 살펴 봐도 주인공이 도망칠 아무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구구절절히 긴 설명이 없지만,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이게 무슨 위험인지, 주인공이 얼마나 위급한지 점점 조여 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빽 투 더 퓨처 2"가 좋은 영화인 이유는, 이때 주인공이 빌딩 아래로 그냥 자진해서 뛰어 내려 버린다는 겁니다. 황당합니다. 이게 뭡니까? 의외의 상황이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합니다. 궁금하고 의아스럽기도 합니다. 왜 그런 겁니까? 주인공이 스스로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 것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악당의 손에는 죽을 수 없다는 최후의 자존심을 표현해 본 것입니까?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의외의 일이 벌어진 그 휑한 순간 동안 온갖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벼랑을 보여 준 만큼, "저기로 떨어지면 큰일 나겠네"라고 관객들이 생각하게 되는데, 과연 떨어지는 장면도 속시원하게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이렇게 장면을 만든 것은 그만큼 재미를 돋굽니다. 엄청 멋진 총이 나왔다면 쏘는 장면을 보여 줘야 되고, 멋있는 비행기가 나왔다면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여 주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높은 빌딩에서 내려다 보는 위태위태한 장면이 나왔다면 누군가 떨어져 줘야 하는 것입니다.

"빽 투 더 퓨처 2"가 위대한 걸작으로 칭송 받을 만한 것은, 바로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풀어 내는 바로 그 다음 장면이 엄청나게 감동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빌딩 아래로 뛰어 내렸습니다. 어리둥절 합니다. 관객도 그렇고 화면 속의 악당도 그렇습니다. 영화를 지켜 보던 관객은 방금 전까지 악당에게 몰리고 있던 주인공의 마음과 같이 되어, "이제 어떡하나, 이제 어떡하나" 하는 심정이었는데, 이제는 악당의 마음과 같이 되어, "도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하는 심정이 됩니다. 잠깐 동안에 관객이 보는 시점을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겁을 내다가, 이제 악당의 시점에서 궁금해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주인공이 마치 마법처럼, 슈퍼맨처럼, 하늘에 붕 떠 있는 상체를 보여 줍니다.

이 놀라운 장면을 보고 악당은 경악합니다. 이게 무슨 영문인지, 이게 어떻게 가능한 지 궁금하게 됩니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모두 같은 심정이 됩니다. 이게 뭔가. 어떻게 도대체 주인공이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다들 같이 놀랍니다. 주인공은 점점 더 높이 공중으로 떠오릅니다.

그리고 나면, 바로 떨어지던 주인공을 떠 받쳐 줬던 것이 무엇인지 화면에 드러납니다. 말 한 마디 설명이 없지만, 화면에 나타나는 그 모습을 보게 되면 관객들은 모두 다 그 멋진 수법을 깨달으며 찬탄하게 됩니다. 주인공을 떠 받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영화의 중심 소재, 그 자체인 날아다니는 타임머신 자동차 들로리언이었던 것입니다. 좌중을 폭풍의 감동으로 몰아 붙이는 주제곡 배경 음악이 흐르고, 이 타임머신 자동차를 몰고 온 주인공의 동료이자 두 번째 주인공이라할 수 있으며, 아슬아슬한 이 이야기 동안 잠시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박사님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가장 결정적인 위기를 가장 중요한 소재와 가장 정겨운 인물이 등장해서 풀어 주는 것입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나오는 한 결정적인 위기 장면은 바로 이런 "빽 투 더 퓨처2"에서 정말 멋지게 보여 줬던 위기 극복 장면과 비슷하게 짜 놓은 대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크레인들이 등장하는 장면인데, 어느 정도는 통쾌하고 멋진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중심 소재인 스파이더맨의 주특기와, 뉴욕 이라는 고층 빌딩이 가득한 도시의 특징을 바로 싸잡아서 그럴듯한 풍경을 만들어 내는 이야기였으니 말입니다.

그렇습니다만, "빽 투 더 퓨처2" 수준의 멋진 이야기로 가기에는 빠지는 구석이 많았습니다. 이 장면은 오직 이 장면을 짜내기 위해 만든 억지 우연인냥, 구구한 설명과 핑계를 대어 가며 상황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렇기도 한데다가 주인공을 더 위태로운 지경으로 빠뜨렸다가 아슬아슬함을 더하는 방법이란 것이 고작 매달린 "철근"을 이용한다는 것은, 중요한 소재가 통쾌하게 맞아들었다기 보다는 그냥 영화 화면으로 관객들을 몇 초 더 속였다는 정도였으니, 자칫 헛웃음을 자아낼만하지도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백 투 더 퓨처 2)

전체적으로 보면 깨끗하게 잘만든 장면이 있고 크게 무리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라는 면에서 신나게 볼만한 영화였다고 생각 합니다. 그렇지만,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이 특별히 이야기거리도 안되는 영화치고, 초반에 주인공이 스파이더맨으로 활약하기 전의 이야기에 약간은 시간을 끌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로 시간을 들여서 주인공의 학교 생활 면면과 사실적인 느낌을 꽤 사용해가며 심경을 묘사했다면, 후반에 벌어지는 사건에도 이런 사실적인 갈등, 입체적인 인물이 활용되면 더 앞뒤가 맞았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에는 그런 것이 없는데도 막연히 앞부분을 좀 끈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속편들에 써먹기 위해서 배치한 듯한 주인공이 부모와 헤어지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까지 있어서, 전체 이야기가 조금은 길게 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밖에...

스파이더맨 원작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담으려고 한 이야기치고, 사진기자로서 주인공의 역할은 다루는둥 마는둥 합니다. 아마이것도 속편을 위해 쟁여 놓은 것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감독이 마크 웹 입니다. 스파이더맨을 찍기 위해 타고난 가문처럼 들립니다.

덧글

  • 원심무형류 2012/07/17 09:17 # 답글

    아이맥스로 보면 볼만하겠다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보는내내 손발이 오글거리는건 참을수가 없더군요 ㅎㅎ
  • 게렉터 2012/07/17 22:12 #

    빌딩 사이로 휙휙 날아다니는 장면 구성은 그래도 기본값은 하니까 저도 아이맥스 효과가 사는 부분은 틈틈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rumic71 2012/07/17 12:29 # 답글

    뭐 아직 고딩이고 J.J.J도 안나왔으니 기자질은 담 편을 기다려야겠지요.
  • 게렉터 2012/07/17 22:11 #

    초반 시작 장면이나 아버지 운운하는 내용이나 좀 과하다 싶게 "속편에도 이어질 이야기라니까" 하는 부분이 많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다가, 20세기초 처럼 영화들이 대놓고 연작(serial)으로 나오는 무슨 유행이라도 돌 듯한 기세로 보이기도 합니다.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12/07/17 18:50 # 답글

    오늘 보고 왔는데 아주 많이 아쉽더군요;;
  • 게렉터 2012/07/17 22:08 #

    아무래도 샘 레이미 감독판 스파이더맨을 기억하고 비교한다면, 새로운 내용이 적은 반복이 많아 보이기 쉽고 그에 비해 나름대로 다른 점은 어설퍼 보이기 쉬워서 더 그래 보이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 잠본이 2012/07/17 20:01 # 답글

    말씀하신 백투더퓨처의 그 장면과 발 헛디뎌 떨어졌다가 철근에 매달려 구사일생 장면이 비주얼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극의 흐름을 놓고 보면 거기보다는 도마뱀박사가 피터에게 '부모도 없고 삼촌도 죽고 아무도 없네 불쌍해서 어쩌나~'하고 위협+놀림을 가하는 순간 경감님이 한방 날리며 '혼자가 아니야'라고 들어오시는 부분이 더 비슷하더군요. 뭐 이건 앞서 장면을 보면 충분히 예상가능한 부분이라서 의외성은 덜하지만 중요한 대목에서 중요한 사람이 주인공을 구원한다는 점에서는 꽤 유사하게 느껴졌습니다.
  • 게렉터 2012/07/17 22:10 #

    말씀하신대로 입니다. 백투더퓨처2 에서는 두 가지 내용이 한 장면에 조화를 이뤄서 멋지게 나오는데,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못미쳐 보이는 면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 치즈 2012/07/20 21:36 # 삭제 답글

    항상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자동차털이범 씬이었습니다.
  • 게렉터 2012/07/23 20:37 #

    그 장면은 그것만 뽑아내서 15초나 30초짜리 스파이더맨 에피소드를 만들어도 될 정도로 여러면이 잘 압축되어 있는 상징성이라면 상징성도 강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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