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2012) 영화

"도둑들"은 열 명의 도둑 내지는 도둑질 비슷한 일을 하는 범죄자들이 힘을 모아 "태양의 눈물"이라는 엄청나게 비싼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몇몇 부족한 점이 있기는 했지만, 저에게는 근래에 가장 재밌게 본 한국 영화였습니다.


(김혜수, 전지현)

일단 그 부족한 점 부터 짚어 나가보자면, 이게 이 영화의 다소 의외인 점을 조금 들추게 됩니다만, 이렇습니다. 이 영화는 예고편을 보면, 10명의 매우 훌륭한 재주를 가진 전문 도둑들이 서로 완벽히 손발을 맞춰서 감탄할만한 놀라운 수법들을 쏟아내며, 철통 같은 보안을 뚫고 다이아몬드를 훔친다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막상 보면, 도둑질하는 장면 자체는 그렇게 놀라운 솜씨를 보여 주는 부분이 별로 없고, 보안도 철통이라기 보다는 그냥 나무 울타리 정도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내용들이 아주 재미 없고 싱거운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줄을 타고 올라가고 시간을 맞춰 뛰어 다니며, 그럴듯하게 행색을 꾸미고 사람들을 속여서 눈을 돌리는 수법들은 어느 정도는 나와 줍니다. 그래서 적당히 구색은 맞춰 줬습니다. 하지만, 예고편에서 보여 주는 것처럼 이것이 중심이 되어 사람 눈을 사로 잡는 이야기가 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비교하자면, 이런 부류의 훔치고 속이는 이야기를 매주 한 번 꼴로 보여 주는 텔레비전 시리즈의 잘만든 이야기 정도와 비교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제5전선)" TV판이나, "앨리어스"에서 주인공 첩보원들이 적들에게 침투해서 중요한 물건을 빼돌리는 이야기에서 보던 정도. 그 정도 이야기들이 적당히 소담스럽게 나오는 정도라고 느꼈습니다.


(김혜수)

그렇습니다만, 이 영화가 무척 재밌었던 것은, 이 영화가 "태양의 눈물을 마카오에서 훔친다"는 도둑질 재주 하나에 머문 것이 아니라, 다른 재미 거리들을 더 묻어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는 제일 중심이 되는 도둑질 행각이, 비슷한 내용을 다룬 다른 최고의 영화들에 비해 조금 부족한 대신에, 그 전후좌우를 장식하는 다른 이야기들이 좀 더 들어차 있었다는 것입니다. 예고편과는 달리 의외로 이 영화는 마카오에서 다이아몬드 훔치는 이야기 말고도 거의 그 분량과 맞먹는 만큼, 거기에 엮인 다른 이야기들을 얽어 놓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달아 놓은 재주가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 합니다.

여러명의 범죄자들이 합심해서 물건 훔치는 영화라면, 범죄자 한 명 한 명의 특징과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 굉장한 재미거리일 것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점을 잘해내고 있었습니다. 성별과 연령대, 경험과 주특기가 다른 범죄자들이 각자 재미나게 제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속에서 각기 그런 자신의 특기와 그런 특기를 갖고 살아온 삶에 어울리는 고민과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은 주인공이 여러명인 이야기 특유의 재미이기도 하거니와, 여러 사람이 저마다 자신의 인생을 고민하고 똑같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비춰내기 때문에 더 재미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 영화가 멋있었던 대목은, 이 영화가 의외로 많은 사건들을 다룬다는 점에 착안해서, 그런 사건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자라나거나 변해가는 과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 영화와는 반대로 가장 쓰레기 같이 등장인물들이 "자라나는" 영화 줄거리를 만든다면: 너무 청렴결백해서 부패 고위 공무원에게 배신당한 여자 경찰이 누명을 쓰고 몰리게 되자, 살아 보려고 어쩔 수 없이 개같은 악당인 남자 범죄자와 손을 잡게 되고, 두 사람은 협심해서 부패 고위 공무원에게 복수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도 생겨서 누군가 희생해야 하게 되는데, 그러는 동안 여자에게 착하게 사는 삶의 의미를 배운 남자 범죄자가 마지막으로 자신을 희생해서 여자 주인공을 구하면서 신파극으로 끝나는 이야기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훨씬 더 부드럽고, 훨씬 더 매끈하게 여러 범죄자 등장인물들의 인생과 변화를 잡아내서 보여 주었습니다.

심지어 이 영화에도 줄거리만 뽑아서 꺼내 써 보면 정말 막판에는 무조건 눈물의 신파극으로 돌변하곤 하는 한때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병폐에 다가갈만한 내용도 있다면 있다고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에는 그렇게 이야기가 헛된 길로 빠져서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재미가 죽지 않도록, 범죄 사건 자체를 항상 중심에 두고 잘 살려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틈틈히 자연스럽게 앞뒤를 연결시켜서 이야기를 꾸미고 있었습니다.

헛소리 줄줄 늘어 놓는 잡담, 빈 농담이 많은 영화이니 그 대사들 속에 이런 여러 인물들의 성격과 성향을 나타낼 수 있는 내용들을 잘 어울리게 조금씩 조금씩 넣어 두었습니다. 이 영화에 벌어지는 사건이 많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 점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그 많은 사건 사이사이에 인물 각자의 면면을 넣어둘 기회를 잘 찾아 넣어서, 이런 것들이 모르는 사이에 점점 피어올라서 몇몇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근사하게 각 인물들이 자기에게 어울리는 멋진 동작, 대사들을 하게 해 둔 것입니다. 이런 것은 복선을 잘 깔아두고 잘 맞춰낸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인물 한 명 한 명을 살아 있는 사람처럼, 각자 인갑답게 생생하게 그려낸 솜씨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이렇게 인물들을 그려낸 덕택에 김수현이나 김해숙이 연기하는 인물들은 그 사람들만을 주인공 삼아서 따로 소설을 꾸밀 수 있을 정도로 멋지게 보였다고 생각 합니다.


(전지현)

복선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야기 앞뒤를 맞춰 나가면서 어렵게 이어 붙여야 하는 이야기 거리들을 이야기의 중요한 점으로 잘 활용해내서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고 풍부하게 한 점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심각하고 진지한 분위기라기 보다는 설렁설렁 재미난 쇼가 펼쳐지는 즐길거리라는 면이 강했습니다. 코미디가 강조되는 대사들이 많고, 처음부터 몇몇 도둑질들이 그야말로 "영화니까 저렇게 되지" 싶은 부분들이 있어서, 사실주의와는 일정 정도는 거리가 있게 틀을 잡고 시작하는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뭐 영화니까 이 정도는 이해해 달라"고 마냥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런 중에서도 더 고민해서 이야기가 될만한 부분들을 내용으로 채어 오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 영화에서 노리고 있는 것은 2천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입니다. 훔치면 가치 있는 것이고, 거기까지만 해봐도 일단 도둑질하는 영화는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냥 바쁘게 대충 도둑질 영화를 만들면 도둑이 솜씨 좋아서 다이아몬드 훔치고, 1년 후 라는 자막 하나 던진 뒤에 어찌저찌해서 도둑이 이제 갑부 노릇하며 살고 있다, 이렇게 보여주고 말아도 영화 구색은 갖출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2천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를 훔쳤다고 해도, 그걸 어디가서 제값을 받고 팔것인가 하는 문제는 굉장한 고민거리입니다. 2천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를 옥션이아 이베이에서 팔거나, 자주 가는 인터넷 게시판에 "벼룩글" 올려서 팔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2천만 달러라는 현금을 제시할 수 있는 거물급 장물아비가 있어야만 다이아몬드를 훔친 것이 훔친 값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점을 놓치지 않고, 그런 거물급 장물아비를 끌고 와서 소재로 써먹고 있습니다. 비슷하게 도둑질을 하려면 어떻게 물건이 숨겨져 있고, 어디서 오는 지 미리 정보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쉽게 브리핑 장면으로 자료 영상과 함께 대충 알려 주고 넘어가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알아온 배경, 출처 같은 것들도 이야기 내용으로 요소요소에 활용해 갖다 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왜 하필 한국도둑들이 마카오로 건너가게 될 수 밖에 없는 지, 오랫만에 출소한 등장인물은 왜 잡혀들어 갔다가 출소 했는지, 그 사람에게 그 사람에게 맞는 차를 끌고 가라고 한 부분 등등, 여러 사건들이 이렇게 앞뒤 이유를 갖고 다른 사건과 또다른 재미를 생기게 하는 단서가 되어 같이 물려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등장인물들의 다소간 수다스러운 대사들 사이에 한 마디씩 나왔다 사라지는 말투 속에, 왔다 지나가는 대사들 속에, 나중에 나오는 장면들의 단서로 엮여 들면서 이야기가 더 재밌어지고, 풍부한 내용들이 더 잘 넘어가도록 엮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지현)

마카오에서 도둑질하는 장면 이외에 다른 사연들, 인물의 변화들을 와닿게 잘 보여준다는 점 외에 이 영화의 또다른 숨겨둔 재미거리는, 의외로 상당히 화려한 싸움 장면들입니다. 사실 도둑질 영화들은 살금살금 기어가서 휙 훔치고 말솜씨로 속이는 영화이니, 싸움 장면이 크게 화려해져야할 이유가 꼭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예고편에서도 이런 것을 보여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대단한 액션 장면을 보여 준다고 들이대던 왠만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보다 더 싸움 장면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총싸움 장면도 나오는데, 총소리도 훌륭하게 녹음되어 있고 그 충격과 위협도 잘 전달되게 잘 화면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의 절정 장면을 지나가면서, 막판 대결전다운 큰 싸움을 한 번 펼쳐 놓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이 영화는 왕년의 성룡 영화에 못지 않은 훌륭한 싸움 장면을 펴 놓고 있었습니다. 총쏘는 것을 피해 내달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용형호제"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고,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중간 중간 천막을 찢고 나가거나 난간에 매달리면서 버티고, 건물 간판과 부딛히는 부분들은 "프로젝트A"나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들과 매우 닮아 보입니다. 소도구를 이용하고 복잡한 곳에서 묘기에 가까운 동작을 보이며 싸우는 것들은 정말 성룡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이런 싸움 장면들은 성룡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멋진 특징도 뚜렷했다고 생각 합니다. 온몸으로 직접 동작을 해내면서 재치있고 흥겹게 싸운 성룡의 모습과 달리, 이 영화는 그보다는 인간다운 특수효과와 대역을 상당히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대신에 대역을 쓴 티를 잘 숨기고 앞뒤 연결 장면을 속도감 있게 잘 엮어서 장면의 속도감과 충격을 더하는 수법들이 잘 담겨 있었고, 사실적으로 빛바랜 도시의 뒷면 풍경을 잡아낸다는 점과 연결되면서 색다른 근사한 장면들이 만들어졌다고 생각 합니다.

묘기쇼나 서커스를 보여 주듯이 위험한 동작을 하는 주인공을 바로 가까이서 찍어낸 것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에서 멀리 잡아내는 장면을 잘 넣어서, 특수효과나 대역을 쓴 티가 나는 것을 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일부러 멋있어 보이라고 보여주려고 이런 위험한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려고 위기를 넘기기 위해 절박하게 이러고 있다는 실감나는 점, 혹은 반대로 이 정도는 가볍다는 여유를 나타내 주는 듯도 했습니다. "성항기병3" 같은 영화에 나오는 비좁은 아시아 콘크리트 건물 풍경을 써먹는데, 이런 장면은 흔히 암울하고 칙칙한 느낌에 잘 먹히기 쉬운데, 이 영화는 상당히 화려한 난장판 소동 속에 흥겹고 훨씬 신나는 싸움 장면을 담아내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 합니다.

보다 보면, 이런 부류의 80년대 홍콩영화를 계승해서 새롭게 펼쳐낸 90년대말, 2000년대초 홍콩 영화의 갈고 닦은 싸움 장면의 성취가 다시 잘 계승된 것이 이 영화의 싸움 장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김혜수)

음악은 처음 시작 장면의 빅밴드 풍 재즈처럼 너무 흔하고 흉내내는 느낌이 심해서 딱 맞지는 않는다 싶을 때가 몇 군데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다이아몬드 절도 사건이 벌어진 밤이 지나고, 마카오의 해가 뜨는 장면을 잠시 보여줄 때처럼, 시간을 잠시 빼내서 여유있게 음악을 쓴 부분이 무척 아름다워 보이는 때도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해 뜨는 무렵의 마카오 거리를 보여주는 장면은 몇 초 되지도 않는 장면이지만, 고생고생하면서 난리를 친 후에 남는 약간 허한 기분에서부터, 이 커다란 도시에서 한 명 한 명 살아가는 도둑들의 삶에 대한 연민까지 잠시 느낄 시간도 되겠다 싶은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고, 속임수 써서 도둑질하는 시간에 쫓기는 이야기 답게, 장면장면에 화면이 빠르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매끈했다고 생각 합니다. 화면이 가만히 있는 장면 보다는 상하 좌우로 움직이고 배우의 감정을 따라 가까이 다가갔다가 멀리 밀려나가기도 하는 장면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것이 괜히 과격하게 카메라가 빙빙도는 헛바람든 대형 블록버스터처럼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대사와 화면 상황에 따라 호흡에 맞춰서 살짝살짝 자연스럽게 움직여 다니고 있었습니다. 사실 영화의 틈틈히 이상한 부분을 캐 보자면, 모든 이야기가 기막히게 딱맞아든다고 하기에는 좀 갸웃갸웃한 내용도 있었고, 적당히 얼버무리고 가는 것도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하지만,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피해서 밝고 현란하게 나가는 이런 흥겨운 맛이 구멍들을 잘 잊게 해 주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등장인물들)

물론, 서로 다른 여러 특징을 가진 인물들을 자기 모습에 잘 맞게 보여준 배우들의 역할도 훌륭했다고 생각 합니다. 각본상 좋은 인물을 얻어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김해숙, 김수현도 멋졌고, 자주 하던 역할을 또 맡아서 또 자주 하던대로 잘 해주었던 오달수도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만에 총 쏘는 장면으로 폼 잡는 자세가 뭔지 보여준 임달화도 돌아보면 멋진 부분들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해숙 같은 경우에는 다른 배우들의 외국어 연기에 비해 유난히 자연스러워 보이는 일본어 연기도 재미난 개인기처럼 보였습니다.

그렇습니다만, 배우들 중에 가장 솜씨가 좋아보였던 것은 이정재였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주인공처럼 피어나는 인물이라거나, 가장 멋진 장면이 있는 인물은 전혀 아닙니다만, 모든 장면들에서 필요한 연기를 잘 해내고 있었습니다. 인상적인 인물이라고는 해도, 김윤석이나 전지현은 어려운 대사나 일상적으로 안쓰이는 말들이 길게 나오는 부분에서는 약간 흉내내듯이 해메는 때가 있다고 느꼈는데, 이정재는 그런 부분이 거의 전혀 없었습니다. 그외에 묘한 감정을 나타내야 하는 부분에서 미묘한 표정이나 동작도 괜찮아 보였다고 생각 합니다.

반면에 김윤석과 전지현은 이목을 끌 수 있을만한 인물을 맡아서 기대에 부족함없이 잘해준 경우라고 생각 합니다. 김윤석은 대사가 현실감이 적은 영화 속에서만 통할 것 같은 폼잡기로 흘러갈 때는 그걸 매끄럽게 해낸다기보다는 그냥 버텨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신에 특유의 악한 듯 선한 듯한 묘한 분위기, 가끔 멋있는 표정 짓고 진지한 감정 뿜어낼 때 몰아치는 위력은 여전했습니다.

전지현은 흔히 볼 수 있는 발랄하고 방정맞은 젊은이를 연기할 때는 물만난 고기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진기한 구경거리가 되는 도둑으로 잔뼈 굵은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대사를 할 때는 좀 겉돈다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턴트 장면에 잘 맞아 들어 가도록 노력을 한 것들이 자연스러운 멋진 장면으로 연결되는 대목들은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90년대말 "엔트랩먼트"의 캐서린 제타 존스 아류에 머물러 있기 쉬운 아름다운 것이 요즘 영화 속 여자 도둑의 모습이지 싶습니다. 그러고보면 이 영화도 기본 방향은 그렇게 따라간 것 치고, 그저 아류에만 머물지 않고 생동감있는 인물이 된 것은 전지현의 공도 컸다고 생각 합니다.

한편으로 처음 등장할 때의 약간 초췌한 모습부터, 마지막 장면 즈음의 TV 광고에 나오는 김혜수다운 모습 같은 말끔한 모습까지 과연 영화배우다운 미모를 실어 줘서, "뭔가 다른 사람들"이라는 느낌으로 도둑들이 대단한 사람들인 듯한 공기를 감돌게 하는 김혜수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김혜수는 이 영화의 각본이 서서히 흘러가면서, 이상한 놈들이 득실득실한 도둑들 팀에서 가장 착하고 사람다운 보통 사람 같은 위치로 잡혀 갑니다. 이렇게 해서, 김혜수가 바라보는 시각이 관객의 시각이 되어, 셜록 홈즈 이야기에서 평범한 왓슨의 눈으로 괴상한 홈즈 같은 사람들을 보는, "왓슨 역할"을 잘 해주었다고 느꼈습니다. 이렇게해서 자칫 쓸데 없이 복잡해질 수 있는 이야기가 훨씬 선명하고 보기 쉽고 감정도 화면에 잘보이게 하는데 제 역할을 톡톡히 한 듯 했습니다.

그 외에도 "특별 출연"이라면서 나오지만 결코 비중은 적지 않은 이심결의 깔끔한 모습도 굉장했다고 생각 합니다. 가녀린 모습이면서도 강한 역할을 그럴듯하게 보여주고 있는데다가, "최고의 금고털이"라면서 막상 보여줄 때는 "그냥 열심히" 손으로 금고 다이얼 돌리는 것 밖에 안하는데, 그걸 뭔가 엄청난 기술을 쓰는 것처럼 보여주는 것은, 경지에 오른 듯한 실력으로 보였습니다.

즐겁게 내달리는 영화면서도 여러 이야기를 저마다 슬쩍슬쩍 살려서 그저 그렇게 보일 수 있는 도둑질 수법이 흠이 되지 않게 만들어 둔 점은 절묘했고, 정말 이런 영화에 잘 맞게 개성있는 배우들이 한데 잘 뭉쳤던 점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 밖에...

기사 나온 것을 보면, 최동훈 감독은 전작 "전우치"가 기대작 "아바타"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고, 이번에도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비슷한 시기에 이 영화가 개봉하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매우 의식 된다면서 "꿈에도 배트맨이 나온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는 "카메론"이라는 이름의 개가 잠깐 나오는데, 아마 "아바타"의 감독을 맡았던 제임스 카메론에서 따온 것 아닌가 합니다. 지금 기세로 봐서는 이 영화 "도둑들"의 흥행은 일단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앞서나가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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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2/07/30 20:2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8/03 20:5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k9 2012/07/30 22:58 # 삭제 답글

    그 카메론을 그렇게 괴롭히는걸 보니(묘사는 좀 자제한 듯 하지만) 최동훈 감독의 마음고생이 좀 느껴지더군요.
  • 게렉터 2012/08/03 20:59 #

    묘사를 최대한 자제하고 지나간다는면에서 즐길거리로 힘을 살리려는 오락영화로서 최선을 다한다 싶은 의지가 느껴지는 듯도 했습니다.
  • LONG10 2012/07/31 00:11 # 답글

    오락영화를 만드는 국내 감독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감독이 최동훈이라 생각하는데,
    내일 보러갑니다만 이번에도 들어맞았으면 좋겠네요.
    다음 영화에서는 놀란이란 동물이 출연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이만......
  • 게렉터 2012/08/03 21:01 #

    도둑 영화로 내세운 것 치고는 도둑질 자체의 정교함은 떨어져서 실망하시는 분도 좀 있는듯 하던데 선입견(?) 없이 본다면 정말 재밌는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 치즈 2012/08/04 04:28 # 삭제 답글

    저에게는 나홍진 감독보다 못하다고 보았던 최동훈 감독을 다시 보게 만든 영화였습니다..보통은 예고편에 영화 볼거리 전부 쑤셔넣기 바쁜데, 옛날 추억 떠올리게 만들면서도 세련된 액션씬이 선물같이 튀어나와서 정말 탄성을 지르면서 보았습니다. 그러고보면 현재 감독 세대들은 홍콩영화를 보면서 자랐을텐데 그런 경험이 이런식으로 살아나는 것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 게렉터 2012/08/04 14:46 #

    저도 말씀하신 것과 매우 비슷한 느낌으로 보았습니다. 정말 예고편과 아주 다른 영화는 아니면서도 예고편과 다른 방향도 풍부하게 있어서 재미가 맞아들면 더 재밌는 영화라는 생각도 다시한번 해 봅니다.
  • 2012/11/02 18:41 # 답글

    왠만한->웬만한

    리뷰 잘 봤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약간 구닥다리(나쁜 의미가 아니라) 액션과 배우들의 면면을 보는 즐거움으로 봤지요.
  • 게렉터 2012/11/04 18:28 #

    특히 예고편을 보면 도둑질 아이디어 중심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막상 영화를 보면 액션으로 상당히 많이 기울어진 영화라서 좋게 보자면 영화를 두 배로 보는 느낌도 있고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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