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던세이니: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바벨의 도서관 18) 줄거리들 기타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로 묶여 나온 로드 던세이니(1878~1957)의 단편 소설 모음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에 실린 이야기들을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환상물 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소재, 몽환적인 이야기가 일곱편 실린 책으로 그중 한두편 정도가 인상적었습니다.

여기서는 간략히 줄거리만 돌아 보겠습니다. 줄거리는 처음부터 결말까지 모두 소개해 드립니다. 혹시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어서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싶은 것 발견하시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비슷한 이야기, 생각나는 영화, TV극 있으시면 그에 대해 덧글 달아 주셔도 즐거이 읽겠습니다.


(표지)

1.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
화자인 주인공이 죽으려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화자는 시체가 되는 데 시체가 제대로 수습 되지 못하고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에서 아주 오랫시간 동안 계속 떠돌기만 하고 주인공은 구천을 떠도는 느낌으로 계속 긴 세월을 보내면서 태풍, 지형의 변화 등을 겪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많은 새들이 날아 오를 때 드디어 이런 시간을 끝내는 순간을 경험하는데, 그 순간 주인공은 잠에서 깨어 나듯 평범한 시간에서 일어나고 그 긴 죽음의 시간들은 마치 간밤의 꿈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2. 들판
주인공은 들판의 풍경을 묘사하는 데, 들판에 알 수 없는 괴상한 불길함을 느끼는 것이 수수께끼처럼 묘사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시인 한 명과 다시 그 곳에 오는 데, 시인은 툭 던지듯이 "이 들판은 전쟁터"라고 말합니다.

3. 칼과 우상
배경은 이름모를 원시 시대의 한 사회. 칼을 개발한 사람이 권력을 잡게 되지만, 다른 경쟁자가 있어서 막연한 상상으로 수호신을 섬기는 것을 생각해 내고 그 사제를 자처하며 세상에 나타나는 여러 자연재해를 그 수호신의 뜻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더 대단한 힘을 갖게 됩니다. 그렇지만, 둘 다 결국 원시인다운 바보놀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투로 되어 있는 이야기.

4. 카르카손
매우 머나먼 곳에 있는 신비의 지역인 카르카손을 향해 환상세계의 용사들이 괴물과 싸우고 산넘고 물 건너는 전형적인 모험을 합니다. 그렇지만 카르카손에 도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 사라지고 카르카손은 결코 정복될 수 없는 아무리 해도 갈 수 없는 곳으로 남는다는 이야기.

5. 거지들
주인공은 시내의 거지들을 봅니다.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사는 지 짐작하기 어려운 사람들인데 어느날 문득 갑자기 거지들이 심오한 말을 하면서 다른 세계로 통하는 법을 아는 종족인 것처럼 보입니다. 주인공은 호기심을 여기고 추적하는 데, 자동차 경적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디론가 모두 사라지고 모든 것은 그저 평범하기만 합니다.

6.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주인공은 얀 강이라는 강을 따라 가면서 기이한 풍경, 이상한 종족과 오묘한 환상적인 세상을 탐험 하고 그 풍광이 묘사 되어 있습니다.

7. 불행 교환 상회
주인공은 견딜 수 없는 불행이 있을 경우 다른 사람의 불행과 교환 해 주는 신비한 가게가 있다는 것을 듣습니다. 그러니까, 병에 걸린 사람이 "나는 몸만 건강했으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하면, 몸은 건강하지만 너무나 가난해서 괴로운 사람과 서로 합의하에 교환하게 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왠일인지 그렇게 교환한 사람은 묘하게도 모두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 한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시험 삼아 아주 작은 별볼일 없는 불만을 교환하는 실험을 해 보려고 하는 데, 다시 가게를 찾아 가 보니 가게는 온 데 간데 없습니다.

8. 어느 여인숙의 하룻밤
희곡. 즉 연극 대본으로 한 여인숙에 몰려든 껄렁한 사람들이 일종의 살인을 저지르는 데, 귀신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모를 괴상한 것이 나타나 그 살인에 대한 응징을 한다는 분위기로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대체로, 인상적인 한 가지 아이디어, 심상을 이야기로 꾸미되, 다서 감정적인 수식을 꽤 담아 놓은 형식으로 이야기가 꾸며져 있었습니다. "조신의 꿈" 이야기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긴긴 인생 하룻밤 꿈과 같다"는 것을 짧지만 구체적인 심상과 감상으로 꾸민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 이야기나, "환상특급(Twilight Zone)"스러운 "악마와 거래하는 이야기" 구도로 재미난 거래 이야기를 제시하고 풀어간 "불행 교환 상회"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밀물과 썰물이 드다드는 곳"은 윤회설에서 소재를 받은 인간 의식과 자아에 대한 관점을 어느 정도 소개하기도 한다는 감상이었고, "불행 교환 상회" 이야기는 그냥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식인 지금 이야기 말고 좀 더 사연을 잘 만들어서 기복과 반전이 있는 더 풍부한 이야기로 만들어 나갈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칼과 우상"은 풍자적인 표현이 무척 노골적인 이야기로, 어떻게 해서 원시인들이 처음 원시적인 종교라는 것을 떠올렸을까, 하는 이야기를 상상해서 그대로 풀어낸 것입니다. 종교를 조롱하는 코미디, 만화, 짧은 소설이 많은 요즘에 보면 그런 것들 중 그냥 하나로 보는 이야기 정도이지만, 그런 이야기의 초기 형태로서 갖출 것을 다 갖춘 단단한 모양이 읽을만한 재미난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카르카손",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이야기는 검과 마법 이야기 부류의 환상물에서 진기한 모험, 묘사 장면만 뽑아낸 느낌이고, 반면에 "거지들" 이야기는 바쁜 현대 도시에서 몽환적인 신비로운 공상 하나를 잡아내는 20세기 초 환상소설의 전형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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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역사관심 2012/08/03 20:10 # 답글

    아 멋진 이야기들이네요.
  • 게렉터 2012/08/03 21:03 # 답글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중에 재미난 이야기만 골라내서 싣는 기획의 힘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카프카 소설을 모아놓은 것인데, 이것도 곧 소개 올리겠습니다.
  • 2012/08/03 23:4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8/09 23:1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스피노자의 정신 2012/08/03 23:56 # 답글

    이거 읽고 러브크래프트에대한 시선이 완전히 바껴버렸지요.미지의 카다스로의 추억은 오마쥬는 개뿔이고 얀강가의 한가한 나날의 표절.......

    던새이니경이 최고.페르가나의 신들도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 게렉터 2012/08/09 23:19 #

    그래도 저는 신비로움만 강조하는 던세이니에 비해서 공포감에 더 치중하는 러브크래프트라는 생각이 막연히 있어서 항상 많이 다르게 생각해 왔는데, 말씀해 주신 것 들으니 다시 한 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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