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독수리 (바벨의 도서관 15) 줄거리들 기타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로 묶여 나온 프란츠 카프카(1888~1924)의 단편 소설 모음 "독수리"에 실린 이야기들을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실존주의 문학의 거목으로 통하는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 단편 소설도 실려 있고, 상징적인 우화 풍의 이야기가 반쯤 있고, 보다 구체적이고 현대적인 도시전설 풍의 이야기가 반쯤있었습니다.

여기서는 간략히 줄거리만 돌아 보겠습니다. 줄거리는 처음부터 결말까지 모두 소개해 드립니다. 혹시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어서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싶은 것 발견하시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비슷한 이야기, 생각나는 영화, TV극 있으시면 그에 대해 덧글 달아 주셔도 즐거이 읽겠습니다.


(표지)

1. 독수리
독수리에게 발을 뜯기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독수리를 물리치기 어려우므로 차라리 목숨에 지장이 없는 발을 뜯도록 내어준 것이라고 합니다. 길가던 행인이 그것을 보고 집에 가서 총을 갖고와서 쫓아 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집에 갔다오는 사이에 이것을 눈치챈 독수리가 공격을 강하게 해서 발을 뜯기던 사람은 죽고 맙니다.

2. 단식광대
서커스에서 밥을 오래 먹지 않고 버티는 것을 보여주면서 인기를 끄는 광대가 있습니다. 점점 서커스가 인기를 잃으면서 광대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그러는 사이에 광대는 엄청나게 긴 시간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티게 됩니다. 광대는 마지막 순간 "도무지 입에 맞는게 없어서 먹지 않고 있게 된다"고 고백한 후, 쓰러집니다. 서커스단장은 광대를 묻어 버리고 그 자리에 표범을 집어 넣자, 표범이 먹이를 뜯어 먹는 모습을 모두들 관심을 갖고 봅니다.

3. 첫번째 시련
공중 그네 묘기를 하는 곡예사가 있습니다. 곡예사는 만족스럽게 묘기를 하다가 어느날 그네 하나를 더해서 그네 둘 짜리 공중 곡예를 하겠다고 합니다. 흥행사는 그거 좋은 생각이라면서 요즘에는 그네 둘 짜리 곡예가 제맛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곡예사는 그네 하나로 묘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지 깨닫고 다시 그네 하나짜리 곡예를 하게 될까 두려워합니다. 처음으로 곡예사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생깁니다.

4. 잡종
주인공은 물려 받은 동물로 고양이와 양을 반반쯤 닮은 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동물의 모습과 습성을 설명하고 동물이 가끔 자신의 귀에다가 뭐라고 말을 하는 냥 얼굴을 들이댄다고 이야기 합니다. 주인공은 이 동물은 죽여버리는 것이 동물에게 차라리 잘된 일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러지 않고 그냥 최후까지 두리라 생각합니다. 제 아무리 이 동물이 사람을 닮은 눈빛으로 해야할 일을 하라고 주인공을 바라 보더라도.

5. 도시의 문장
바벨탑을 쌓는 작업을 묘사합니다. 사람들은 대대손손 완성될때까지 모두 모여 바벨탑을 쌓을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완성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벨탑을 쌓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살기 위한 도시가 점점 커지고, 그 도시 자체도 매우 거대한 것이 되고, 나중에는 도시에서 좋은 구역을 차지하려고 사람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고, 그러는 사이에 사람들은 반목을 하고 파벌을 이루며, 그렇게 다투며 오랜 세월을 보내며 그러가 도대체 바벨탑을 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지 스스로 회의에 빠집니다. 그러는 사이에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주먹 모양을 도시의 문장으로 삼게 됩니다.

6.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의 신화에는 네 가지가 있다고 소개 합니다. 첫번째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준 형벌로 영원히 바위위에서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그것을 반복하던 나머지 프로메테우스와 독수리는 모두 바위와 하나가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다 보니 모든 것이 잊혀졌다는 것입니다. 네번째는 그러다보니 모두가 지쳐 버렸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전설속의 바위산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고 합니다.

7. 일상의 혼란
사업차 A는 H시 출신인 B를 만나 협의하려 합니다. A는 사업 협의를 잘하려고 시간, 장소 약속을 잘 하려고 하지만, 시간을 계산하고 장소에 맞춰 가기가 혼란스럽게 묘사됩니다. 마침내 A는 B를 만나려고 계단을 지나가다가 넘어져 자빠져서 큰 고통에 빠진채 움직이지 못하고 신음하는데 그러면서, B는 투덜거리다가 그냥 가버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8. 자칼과 아랍인
아랍인을 따라 여행 중인 유럽인인 주인공. 주인공은 자칼들이 모여들어 아랍인이 자신들을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고 하면서 물리쳐 달라고 애원하는 것을 듣습니다. 자칼들은 가위를 하나 내밀며 아랍인을 죽여 달라고 암시합니다. 그때 아랍인이 쇼를 잘 보았냐고 하면서, 자칼은 자신의 개에 해당하는데, 요즘에는 이런 짓을 한다고 투덜거립니다. 자칼들은 아랍인을 계속해서 적대하지만, 막상 아랍인이 죽은 낙타 시체를 던져주자 다른 모든 것을 잊은 채 오직 낙타를 뜯어 먹는데만 매달립니다.

9. 열한 명의 아들
주인공은 자신의 열한명의 아들의 특징과 성격을 소개 합니다. 첫째는 외모는 볼품없지만 진지하고 영리합니다. 둘째는 늘씬하고 잘생겼으며 체격이 좋습니다. 셋째는 잘 생겼지만 별로 마음에 안들게 경박하게 잘생겼습니다. 넷째는 가장 사교적인 아이입니다. 다섯째는 착하고 사랑스러우며 기대 이상을 해내는 아이입니다. 여섯째는 말이 없고 생각이 깊습니다. 일곱째는 특이하며 다른 자식들 보다 더 자식 같이 아끼게 됩니다. 여덟째는 괴로움을 안겨주는 자식입니다. 아홉째는 우아하며 여성스럽습니다. 열째는 위선자이며 거짓말쟁이 입니다. 열한째는 연약합니다.

10.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학술원에 보고를 드리는 장본인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그 장본인이 바로 원숭이 입니다. 이 원숭이는 사람들에게 잡혀와서 서커스에서 길들여지다가 점점 더 사람을 잘 따라하려고 노력하다가 이렇게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과 자신이 서커스 원숭이로 살아 오면서 보고 느끼는 바를 학술원에 보고한다는 내용입니다.

11. 만리장성을 쌓을 때
이야기 속에서 중국은 엄청나게 거대한 나라이며, 엄청나게 오랜 세월 동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만리장성을 쌓아 온 곳입니다. 이곳은 너무 거대하고 너무 많은 단계로 행정조직이 만들어져 있어서 사람들은 이유도 모른채 평생 만리장성을 쌓는 것을 연구하고 그것을 위해 살다가 죽습니다. 만리장성을 너무 오래동안 쌓다보니 아무도 왜 쌓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게 됩니다. 또 사람들은 머나먼 북경에 황제와 중앙정부가 있다는 것을 배워서 알지만 너무나 나라가 크다보니 그것은 너무나 멀게 느껴져서 그저 전설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단식 광대"는 인물과 생생한 줄거리가 사로잡는 힘이 강한 이야기로, 특유의 관념적인 표현들이 끝까지 진지한 감상을 자아내는 이야기였습니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SF 소설로 간주할 수 있는 내용으로 SF다운 이야기의 흥취가 선명하게 살아나서 흥미를 자아내면서도 현실 풍자적이면서도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진지한 의문도 놓치지 않는 재미난 이야기였습니다.

"만리장성을 쌓을 때"는 나중에 나온보르헤스의 단편 소설 중에 고대 도시나 고대의 진기한 문명을 다루는 이야기들과 아주 똑닮은 이야기로, 이야기 내용 자체도 극적인 구성이 조금 약할 뿐 다음 세대에 나온 보르헤스의 단편 소설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허무하고 목적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인생을 묘사하는 실존주의 소설의 정통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심판"이나 "성"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관료제에서 도대체 진정한 의의가 사라지곤 하는 심상을 보다 순수한 환상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는 재주도 근사하다고 생각 합니다. "도시의 문장"과 함께 "만리장성을 쌓을 때", 이 두 소설은 요즘 소설 중에 테드 창의 바벨탑을 다룬 소설이나, 엄청나게 거대한 행정조직을 다루는 은하 제국 이야기들이나 거대한 배, 거대한 건물을 소재로하는 근래의 SF 소설들과도 통하는 데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첫번째 시련", "잡종", "자칼과 아랍인"은 짤막한 우화풍의 이야기인데, 독특한 심상과 성격을 짤막짤막한 문장 속에서도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솜씨가 훌륭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덧글

  • 네비아찌 2012/08/22 22:02 # 답글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이 작품을 연극으로 만든게 1970년대 명배우이자 배우 추상미의 부친인 고 추송웅 선생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빨간 피터의 고백' 이지요.
  • 게렉터 2012/08/24 08:42 #

    처음 알았습니다. 귀중한 이야기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절로 이것저것 자료 찾아 보게 됩니다.
  • ㅇㅇ 2020/03/18 12:20 # 삭제 답글

    만리장성을 쌓을 때라는 이야기를 보니 예전에 봤던 '키노의 여행'이라는 책에 나온 단편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주인공이 오토바이를 타고 기찻길을 따라 가는데 한 노인이 선로를 닦고 정리하고 있어요. 젊었을 때 철도회사에 입사해서 선로를 나중에 쓰게 될 수도 있으니 정리하라는 명령을 받고 고향에 사는 가족들에게 돈이 부쳐진다고 하니 고향에 돌아가지도 않고 그저 계속 일을 하고 있다고 해요. 한참 선로를 따라 가는데 이번엔 다른 노인이 선로를 해체하고 있어요. 안쓰는 선로를 해체하라는 명령을 받고 가족들에게 돈이 부쳐진다고 하니 계속 일을 하고 있데요. 또 한참 가니 다른 노인이 해체된 선로를 조립하여 설치하고 있어요. 역시 앞에서 만난 사람들과 비슷한 말을 하구요. 이 이야기를 보고 관료제의 비합리적인 면을 나타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