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새니얼 호손: 큰바위 얼굴 (바벨의 도서관 7) 줄거리들 기타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로 묶여 나온 너새니얼 호손(1804~1864)의 단편 소설 모음 "큰바위 얼굴"에 실린 이야기들을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심상이 강렬한 우화풍의 이야기와 주인공의 행복한 결말을 향해 나아가지만 곡절과 반전을 잘 살린 짜임새 뛰어난 단편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간략히 줄거리만 돌아 보겠습니다. 줄거리는 처음부터 결말까지 모두 소개해 드립니다. 혹시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어서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싶은 것 발견하시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비슷한 이야기, 생각나는 영화, TV극 있으시면 그에 대해 덧글 달아 주셔도 즐거이 읽겠습니다.


(표지)

1. 대지의 번제
세상의 쓸 데 없는 것들을 불태우는 거대한 소각장이 생깁니다. 이곳에 온 세상의 쓰레기들을 불태우게 됩니다. 그러다가 잊어야할 연애편지, 구닥다리가된 옛 정부의 증서, 물건들을 태우고, 그러다 점차 낡은 옛사상을 상징하는 것들을 모두 태우게 됩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태우는 것을 일종의 개혁운동으로 생각하여, 권위를 상징하는 것들을 다 불태우고, 돈과 보물도 다 태우고, 마침내 모든 책들과 종교 상징물, 최후로 성경까지 태워 없애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태우고 나서 몇몇 사람들이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태우지 않는 한은 결국 태워 없애 봤자 곧 새로운 세계에서도 또 이런 것들이 생기게 되어 있다면서 투덜거립니다.

2. 히긴보텀씨의 참사
주인공은 우연히 히긴보텀이라는 지역의 유력가가 강제로 목매달려 죽었다는 뜬소문을 듣고 퍼뜨립니다. 그런데, 히긴보텀은 아직까지 살아 있고, 소문의 내용을 자세히 돌이켜 보니 히긴보텀이 죽는다는 시기는 오히려 미래의 시점이라는 듯한 증거가 발견됩니다. 주인공은 마치 미래에서 과거로 소문이 퍼져나온 듯한 상황이 이상해서 헛소문인가 싶어 더 조사를 하는데, 히긴보텀이 목매달려 죽는다는 이야기가 그럴듯하기도 해서 혼란스러워 합니다. 결국 히긴보텀이 살아 있다는 그 조카의 확실한 목격담이 나오자, 주인공은 거짓말쟁이로 몰려 조롱당합니다. 주인공은 견디지 못하고 직접 히긴보텀을 찾아가 보는데, 히긴보텀이 막 목매달려 살해 당하는 순간 주인공이 도착해 히긴보텀을 구출해 줍니다. 주인공이 처음 들었던 뜬소문은 히긴보텀 살해음모를 꾸몄던 살인범들의 미래 계획이 새어나와 소문으로 돌았던 것이었고, 주인공이 조사를 한답시고 마침 그 살해음모와 관계 있는 사람을 추궁했기 때문에 더 구체화 되었던 것입니다. 주인공은 히긴보텀을 구해준 보답으로 부유해지게 됩니다.

3. 목사의 검은 베일
어느날 갑자기 목사는 검은 베일을 쓰고 얼굴을 가리고 살게 됩니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목사가 검은 베일을 쓴 것인지 궁금해하는데 목사는 절대 베일을 벗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목사가 숨긴 비밀이 무엇인지 점점 두려워하게 됩니다. 목사는 약혼녀가 애원해도 베일을 벗지 않고,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 다른 사람들이 베일을 벗기려고 해도 끝가지 버팁니다. 목사는 마지막 순간 내가 베일을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두려워하는 그 의심하고 음침한 비밀을 숨기려는 사람들 저마다의 마음을 생각하면 모든 사람이 베일을 쓰고 있다고 일갈합니다. 화자는 목사가 이제 무덤 속에서 썩어 흙이 되었겠지만 그 흙조차도 베일 뒤에 있다고 생각하면 두렵다고 합니다.

4. 웨이크필드
가명으로 웨이크필드라고 지칭하는 한 사나이는 어느날 갑자기 아무 이유없이 자신의 아내를 떠난 후 20년 동안 연락을 끊고 지냅니다. 그리고 20년만에 어느날 갑자기 돌아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같이 잘 살다 갑니다. 주인공은 20년 동안 아내 곁을 항상 다니며 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결코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는 기이한 삶을 사는데, 그렇게 사는 이유가 부질없고 평범한 삶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라는 것을 비춥니다.

5. 큰바위 얼굴
얼굴 모양의 큰 바위가 멀리 보이는 한 미국 마을. 주인공은 어릴 때 부터 이 마을 출신으로 저 바위를 닮은 위대한 사람이 나타난다는 전설을 믿고 항상 큰 바위 얼굴을 보며 그 순간을 기다리며 신실히 살아갑니다. 이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마을 출신의 갑부, 장군, 정치인이 나타나는데 저마다 큰바위 얼굴을 닮았다는 소문이 들지만 주인공만은 전혀 안닮았다고 느낍니다. 그러는 사이에 주인공은 늙게 되는데, 주인공은 어느 아름다운 시를 쓴 시인의 작품을 보고 시인을 한 번 만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시인조차도 큰 바위 얼굴과 안닮았다는 것을 보고 실망합니다. 그런데, 시인은 마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동안 신실하게 사는 동안 명성을 차츰 얻은 주인공이야말로 큰바위 얼굴을 닮았다고 외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며, 언젠가 나타날 큰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계속 기다립니다.


교과서와 시험 문제에 오랫동안 다루어진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주홍글씨"보다 훨씬 더 널리 읽혔지 싶은 호손의 대표작 "큰바위 얼굴"은 간만에 읽으면 별 구체적인 묘사 없이도, 등장 인물 면면만으로도 미국 시골 마을의 정취가 분명히 풍기는 것이 제맛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지의 번제"와 "목사의 검은 베일"은 투박할만큼 직접적으로 각각 혁명과 위선에 대해 우화를 꾸민 것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너무 노골적으로 투박해 보이는 것이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선명하고 강하게 시각적인 심상을 시작하면서 확 내미는 모습은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이었다고 느꼈습니다. "대지의 번제"는 마치 지금보면 공산주의 혁명이나 무정부주의 혁명에 대해 예언적인 우화로 꾸민 것 아닌가 싶을 만한 느낌도 듭니다. "웨이크필드"는 그에 비해 우화가 좀 더 모호하고 유려한 대신에 생생한 느낌은 또 좀 부족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히긴보텀씨의 참사"는 19세기 중반에 나온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 나오는 범죄 소설의 전형적인 모습과 그대로 비교될법한 탄탄한 재료들을 갖춘 이야기였습니다. 신비로운 범죄 사건, 고조되는 갈등과 조사하면 할 수록 더 이상해지는 느낌, 결정적인 활극, 마침내 모든 것이 무슨 영문인지 이치에 맞게 밝혀지는 결말. 다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19세기 중반의 사회상들이 사회 각계 각층과 여러 지역을 다루면서 잘 엮여 보이는 점도 재미거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면, "목사의 검은 베일", "큰 바위 얼굴"에 스며 있는 미국 마을들의 청교도적인 사회 분위기에 대한 묘사도 짚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글

  • bono 2012/09/08 11:21 # 답글

    히긴보텀씨의 참사 흥미로운 스토리네요 어디 단막극에서도 소재로 쓰일법한 이야기인듯. 큰바위얼굴은 어렸을때 재밌게 읽었는데 말이죠
  • 게렉터 2012/09/10 22:27 #

    "히긴 보텀씨의 참사"는 구성하며 반전하며 요즘 추리 단편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19세기 미국 마을 풍이 생생히 나기 때문에 개성이 더 뚜렷해서 멋있는 점이 더 살아 보였습니다.
  • rumic71 2012/09/12 15:46 # 답글

    20년씩 이유 없이 떠나 있으면 법적처리는 어떻게 되려나요... 아내가 재가해도 할 말이 없을 상황인데.
  • 게렉터 2012/09/12 22:43 #

    그러게 말입니다. 죽은 사람으로 처리될 듯도 한데. 그런저런 이유로 우화적이지만 그래도 구도는 명확한 "1. 대지의 번제"를 빼면 "4. 웨이크필드"가 가장 앞뒤 애매하게 알 수 없는 이야기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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