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바벨의 도서관 27) 줄거리 기타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로 묶여 나온 허먼 멜빌(1819~1891)의 단편 소설 "필경사 바틀비"를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허먼 멜빌하면 역시 "백경"으로 가장 유명합니다만, 우리나라에서 바로 그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필경사 바틀비"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는 간략히 줄거리만 돌아 보겠습니다. 줄거리는 처음부터 결말까지 모두 소개해 드립니다. 혹시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어서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싶은 것 발견하시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비슷한 이야기, 생각나는 영화, TV극 있으시면 그에 대해 덧글 달아 주셔도 즐거이 읽겠습니다.


(표지)

-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공은 게으른 면도 있고 한심한 면도 있어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정이 든 부하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을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주인공은 새 필경사로 바틀비를 채용하는데, 바틀비는 묵묵히 자신의 일만하는 직원입니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꽤 마음에 들어 합니다. 그런데 바틀비가 지나치게 묵묵해 보이는데다가, 자신이 바틀비가 싫어하는 일을 시키면, "안 그러는 게 더 좋겠습니다. (I would prefer not to)"라고 단언하며 절대 그 일을 하지 않는 것에 이상함을 느낍니다. 이 "안 그러는 게 더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너무나 많이 들어 주인공은 점점 의식하게 되고 다른 직원들 조차 그 말을 따라할 지경에 이릅니다.

그러다 주인공은 사업상의 이유로 바틀비를 해고하게 되는데, 그때에도 바틀비는 "안 그러는 게 더 좋겠습니다"라고 그 말을 거부하고 계속 사무실에 나옵니다. 주인공은 황당해 하지만 바틀비는 계속 출근하고 마침내 주인공은 사무실을 닫게 되지만, 바틀비는 영업정지한 사무실 건물에 그 후로도 계속 나옵니다. 이후, 주인공은 바틀비가 경찰에 붙잡혀 감옥으로 끌려 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은 바틀비가 이미 처음 입사할 때 부터 어느 정도 정신병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바틀비가 감옥에서 죽었다는 것을 알고 연민을 느낍니다.


(허먼 멜빌)

이 소설의 압권은 바틀비 뿐만 아니라, 그 전부터 나오는 모든 사무실 사람들의 묘사입니다. 이 묘사 부분의 생동감 넘치고 유머 감각이 풍부한 표현은 단연 시대를 초월하는 대목입니다. 요즘에는 "오피스"나 "딜버트" 같이 이런 사무실 풍경을 농담거리로 삼는 TV쇼를 누구나 알지만, 그런 환경에서 만들어낸 요즘 소설에서도 이 "필경사 바틀비"의 사무실 묘사에 비할 수 있는 것이 결코 많지 않습니다. 19세기말에 나온 이야기로 100년이 훨씬 전에 나온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 속 사무실 풍경은 사실적이면서도 웃깁니다. 기본적으로 부유한 사장의 시선으로 되어 있지만 입체감이 있게 농담 가득한 묘사 속에서 오히려 경영자와 회사 문화에 대한 풍자도 자연스럽게 드러나 버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시대를 앞서가도 한참 앞서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바틀비의 등장과 그 특이한 행동은 호기심을 자아내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고 계속해서 긴장감으로 재미를 끌어내는 "환상소설"스러운 수법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에 비해서 결말과 드러나는 진실은 어쩔 수 없이 당연한 끝으로 심심하게 막아내는 수준이라 유일하게 약한 부분이었다고 느꼈습니다.

덧글

  • 로크네스 2012/11/21 20:10 # 답글

    영미단편 과목 쪽지시험을 바로 어제 봤습니다. 이놈의 바틀비로요...
  • 게렉터 2012/11/22 18:57 #

    말씀하시는 것 보니, 아닌듯도 합니다만... 공부하기 재밌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부럽습니다.
  • 로크네스 2012/11/22 23:50 #

    멜빌이 생각보다 좀 오래 전 작가라서 그런가, 아니면 제 영어실력이 참담해서 그런가, 읽기가 좀 껄끄럽긴 했지만 재미는 있었습니다.
  • 게렉터 2012/11/24 14:02 #

    역시 외국어 소설 읽을 때는 답답한 느낌 어쩔수 없나봅니다. 거기다가 시험부담까지 있으셨다면...
  • JHALOFF 2012/11/22 01:41 # 답글

    2001년에 Bartleby 란 제목으로 나온 영화 있습니다. 필경사 바틀비를 현대로 무대를 옮겨서 만든 영화죠.
  • 게렉터 2012/11/22 18:57 #

    내용이 워낙 현대적이라 수월하게 만들었겠다 싶으면서도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 서울3부작 2012/12/08 22:08 # 삭제 답글

    저도 이놈이 시험범위. -.- 아직 문학에 깊은 소양이 없어서 그런지, 바틀비에 대한 슬라보예지젝 같은 지식인들의 평가를 듣고 있자니 이 사람들이 과연 이 소설을 얘기하고 있는 건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소하지만, 아마 'I would prefer not to' 가 더 정확한 문구...)
  • 게렉터 2013/05/07 22:07 #

    수정하겠습니다. 저는 이 소설이 그려내는 사무실 풍경이 매우 현대적이라는 것에 대한 평이 의외로 별로 없는 것이 좀 이상스러웠습니다.
  • ㅇㅇ 2013/05/06 22:01 # 삭제 답글

    바틀비 감옥 가는거지 정신병원 가는거 아님
  • 게렉터 2013/05/07 22:05 #

    맞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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