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위드 러브 (To Rome with Love, 2012) 영화

“로마 위드 러브”는 로마를 무대로 다양한 배우들이 몰려 나와서 네 가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보여 주는 영화 입니다. “러브 액추얼리” 이후에 유행한 방식과는 달리, 네 가지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옴니버스 영화들처럼 네 이야기를 서로 나누어 차례대로 보여 주지도 않습니다. 로마에서 벌어지는 네 편의 이야기를 이리저리 번갈아 가면서 보여 주는 것입니다. 제목과 달리, 네 이야기 중에 둘은 연애와도 별 관련도 없습니다.


(포스터)

네 이야기 간에 그나마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면 로마라는 도시, 공간입니다. 아주 짧게 나오고 그냥 넘어 가는 것이긴 하지만, 이야기 형식 자체가 로마의 중심가를 지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교통 경찰이 이런 저런 사람들의 사연을 들려 주는 것으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복잡하고 사연 많은 오래된 도시, 이곳저곳을 스쳐 지나가는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누구를 꼽든 저마다 이런 사연 저런 사연이 있다는 것을 풀어 보여 주는 느낌으로 진행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는해도 또 로마라는 도시 자체의 특징이 그렇게 확 사는 영화는 아니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꼭 로마는 아니더라도 굽이 굽이 골목이 있고, 오래된 건물과 거리가 있는 오랜 도시의 감상은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특히 네 이야기 중에 세 가지 이야기가 이 도시를 방문한 방문객의 시선을 살리는 형태라는 점은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팍팍한 생활에 초점을 맞춘다거나,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훌쩍 떠나온 여행,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지는 휴가지의 추억 같은 즐거운 심상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영화 속 이야기 중에 로마 시민의 생활을 다룬 이야기가 한 편 있기는 한데, 이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이 뒤집어진다는 소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중심에 두고 밀고 나가는 것이라서 이런 감상은 계속 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더해서 느긋하고 즐거운 음악에, 유럽 여행지 선전에 어울릴 법한 이탈리아 노래들이 배경으로 나오고, 저마다 개성이 있는 선남선녀 배우들을 꽤 동원해서 좋은 풍경 속에 아기자기하게 담아 나가면서 진행해 나가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니, 밝고 가벼운 이야기로 여행지의 재미난 추억을 돌아 보는 느낌으로 짚어 보는 것이 사는 이야기였다고 생각 합니다.


(페넬로페 크루즈)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네 편의 이야기 모두가 아주 간단한 사건만을 다룬다는 것입니다. 네 가지 사연 모두 약간씩은 비현실적인데가 있는 환상과 같은 이야기를 다루기는 합니다만, 그 재미나고 신기한 아이디어 딱 한 가지 씩만을 그다지 큰 부침 없이 보여 주고 그냥 끝내는 것이라서 이야기가 다들 싱거운 데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페넬로페 크루즈가 나오는 이야기가 그나마 조금은 엎치락 뒤치락 하기는 하는데, 결말은 그냥 심드렁하게 “대충 손 털자”는 정도여서 맥이 빠지는 느낌은 남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다루는 간단한 상황들 조차도, 그런 이야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면모를 다루는 재주는 충분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마다 다른 인간들의 독특한 상황을 충분히 다룬다기 보다는, “이런 특이한 이야기로 이런 주제를 보여 주자”는 한 가지만 하고 말아 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펼쳐지는 여러가지 잘 구성된 갈등을 보여 주지 못하고, 각각의 이야기마다 제작진이 내 보이고 싶어 하는 한 가지 발상만 도드라지게 앞서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 많은 성격을 가진 재미난 인물들이 많이 얽히는 엮어 놓은 영화인데도, 그만큼 폭넓은 시점을 갖고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가 한 가지씩 눈에 뜨이게 주제들을 내놓는데, 그게 부드러운 결말이 아니라 어째 제작진이 이리저리 사적인 변명을 늘어 놓는 듯한 느낌 비슷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사건 중심의 네 가지 이야기가 섞여 나오고 있으니, 일단 상영 시간 내내 이야기 거리가 계속해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지루한 면이 적은 영화였습니다. 게다가 수다스러운 대사 속에서 한 번씩 “맞아 맞아” 내지는 “이 무슨 색다른 경지의 헛소리인가” 싶은 재미난 표현들이 툭툭 떨어지고 있어서 지켜 보면서 따라 가는 재미가 시들지 않는 영화였다고 생각 합니다. 색조가 황색으로 너무 치우쳐 보인 다든가하는 것처럼 화면 구성이 유럽 관광지 보여 주는 관습에 푹 젖어 있는 듯해 보일 때가 있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봄날 오후 같은 밝은 화면 속에서 저마다 한 가닥 씩 재주가 있는 보기 좋은 배우들이 서 있는 모습들은 보기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배우들의 솜씨가 살아서 작은 재미라도 크게 한 것도 꽤 잘 먹힌 영화 아니었나 생각 합니다. 사건과 대사들을 더 재미나게 보여 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알렉 볼드윈은 이 영화 보다 더 재미난 대사, 좀 더 격정적인 상황이 주어지면 훨씬 더 재미나게 했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자신의 과거를 돌아 보는 머릿속의 상상인지 현실인지 모를 이야기 속에 나타나서 애들처럼 놀리는 것 같은 말을 재밌게도 위풍당당한 목소리로 한 마디씩 읊조리는 알렉 볼드윈의 모습은 재밌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려내는 상황에 절묘하게 맞춰서 밉기도 하고 비웃고 싶기도 하면서 이렇게 될만하다 싶기도한 모습을 보여 주는 엘렌 페이지라든가, 진부해 보일 수 있는 배경인데도 각자의 개인기를 딱 떨어지게 잘 활용해서 훨씬 볼만하게 꾸며낸 페넬로페 크루즈, 로베르토 베니니도 보기 좋았습니다.


(알렉 볼드윈)

여러 사람들이 겪는 단편, 단편의 사연들을 엮어 치는 이야기면서, 동시에 여행지, 휴가지의 아련한 추억, 여유로운 감상을 한 번 풀어 보는 값은 하는 영화였다고 생각 합니다. 음악이 좋긴 해도 약간 단조롭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만, 대신에 영화에 몇 번 나오는 오페라 가수의 노래가 어지간한 실황 녹음 이상으로 매우 잘 부른 것이 잘 녹음 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영화 따라 가다가 실제 로마 시내 정경을 연출 없이 그대로 촬영한 것을 살리는 듯한 마지막 밤풍경 같은 것을 보고 있으면, 크게 뻥뻥 터지고 요란하게 뒤흔드는 것이 없어도, 축제 같은 기억이 남을 만한 멋진 관광지라는 생각이 은근히 생기니 말입니다.


그 밖에...

네 이야기 중에는 알렉 볼드윈 나오는 이야기가 가장 재밌었습니다. 알렉 볼드윈 역할이 처음 기대에 비해서는 너무 작아서 아쉽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젊은 시절 고생했던 추억의 도시를 다시 돌아 보는 이야기만큼 심금 울리는 것이 참 흔치 않구나 하는 생각 했습니다.

자막에서 대사 속의 재미난 긴 사설, 웃긴 표현들을 나름대로 꿰어 맞춘 짧고 쉬운 한국식 유행어로 바꿔서 표현하는 것이 너무 많은 듯 했습니다. 그나마 그럭저럭 잘 꿰어 맞춘 편이라 아주 어색한 것은 없어서 거슬리는 것이 넘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만,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습니다. 의역 하는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을 수는 있어도, 반면에 대사 중에는 어차피 영어권 관객이 보더라도 바로 말끔하고 간단한 대사만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걸 굳이 더 흔한 웃긴말로 바꾸는 게 과연 이해하기 쉽게 한 번역인가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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