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3 (Iron Man 3, 2013) 영화

“아이언맨3”의 이야기는 뭔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한 번 깨달음을 얻은 듯한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내용입니다.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은 예전에 한 번 엮였던 적이 있었던 “미친 과학자”와 대면을 하는데, 이 미친 과학자는 신체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초능력에 가까운 힘을 갖게 하는 특수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걸로 큰 테러를 한 방 하려는 사람입니다. 거기에 곁들여서 주인공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포스터)

싸움 장면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주인공이 직접 개발한 기계 장치라는 특징을 살리는 싸우는 모습들이 부족해 보였다는 점들이었습니다. 타고난 초능력자인 슈퍼맨이나 돈을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지시해서 장비를 갖추는 배트맨과 달리 아이언맨은 본인이 스스로 기계 장치를 만들어서 그 기계를 이용해서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을 갖춥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의 독특한 특징이나, 장치의 성질 같은 것을 이용해서 싸우는 모습들이 재미를 주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장비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이러저러한 일에 영감을 받아서 - 80년대 TV물 맥가이버에서 맨날 나오던 대로 - “맞아! 이거야!” 라는 식으로 새로운 신기한 장비를 만드는 이야기를 꾸미기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 장비의 독특한 원리를 이용해서 재미난 활용을 한다든가 하는 장면을 넣는 것도 신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개발한 장비들은 그런 기계의 특징이나, 원리들이 재미있게 표현된 것들이 적어 보였습니다. 저절로 날아다니는 장비들은 정교하게 만든 기계라기 보다는, 주인공을 따라 날아다니는 마법 요정 같이 표현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저냥한 특징 없는 싸움 장면들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중간에 주인공이 준비해 두었던 기계 장치들이 없어서 고생을 하면서 임기응변으로, 그야말로 맥가이버 흉내를 내면서 장치들을 만드는 부분이 있기는 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주인공의 특징과 이야기의 흐름을 잘 잡아가는 재미난 부분이었고, 재미나게 보여 줄 내용들도 많이 캐낼 수 있는 것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이런 부분들은 조금만 묘사되고 그냥 가볍게 휙휙 넘어 가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그렇게 이야기 속에서 그렇게 결정적인 내용도 아니라는 기억입니다. 조금만 더 무게를 실어서 보여줬으면 좋겠다, 아깝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작한 기계 덩어리를 덮어 쓴 영웅)

그러고보면 주인공이 장비 없이 힘겹게 싸우다가 겨우 장비를 얻고 싸운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정말로 아슬아슬한 위기로 보이는 대목은 없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영화에서는 별 이유 없이 그냥 각본상 장비가 없어야 할 때다 싶으면, 주인공이 조금 노력하면 장비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때에도 장비 하나가 잘 안나오고, 영화 화면에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 줄 때다 싶으면 별다른 이유가 없이도 화려한 기계들이 떼로 쏟아지기도 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덜 아슬아슬했고, 문제가 해결 될 때 통쾌한 맛도 줄어든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고민 거리 중에 짚어볼만한 것 하나는 아이언맨에서 은퇴하는 게 바람직하냐 아니면 열심히 아이언맨 짓을 하는게 바람직하냐 하는 고민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재밌게 잘 이야기로 꾸며졌냐, 하면 그것도 좀 아니라는 생각 들었습니다. 배트맨이 심심하면 하던 고민 거리와 너무 비슷해서 내용이 뻔해진다는 면도 있었습니다만, 뻔한 건 넘어간다고 쳐도 정말 어떤 부분이 이 돈 많고 걱정 없는 사나이의 진짜 괴로움인지 깨끗하게 와닿는 이야기로 못 끌어낸 점도 꽤 컸다고 생각 합니다.

특히 악당은 심한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악당은 주인공의 고민 거리와 엮여 들면서 고민을 극복할 중요한 사건을 이끌어가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악당은 거기에 전혀 도움이 안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소재 자체는 괜찮았고 처음 제시는 좋은 점도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 알아 주는 이가 없는 좌절감, 상대적으로 알아 주는 이가 많은 사람에 대한 질투심, 이런 것들은 미친 과학자 이야기의 정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의 악당은 “걷지 못하는 사람을 걷게 해준다” 같은 신통력에 가까운 수법으로 사람을 종교적인 것에 가깝게 감화시키고, 거의 사이비 종교 교주를 따르는 듯이 조직을 움직여 가는 모양인데, 이런 것도 괜찮은 이야기 거리라고 생각 합니다.

그런데 정작 이 영화에서 악당 부하들이 싸우는 모양은 그저그런 “악의 행성”에서 날아온 건방진 초능력 외계인 악당 같이만 행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판에, 악당은 벤처 기업을 차리면 마이크로소프트와 늙어가는 빌 게이츠도 졸지에 “을” 신세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기술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고작 한다는 짓이 그 기술을 이용해서 사람 몇명 납치해서, 공갈협박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이러니, 주인공의 삶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엮인 역할인듯 나왔으면서도 그저 장난 같기만하고, 별로 무서워 보이지도 않고 이야기를 풍부하게 하는데도 도움이 별로 안되었던 듯 했습니다.

이 영화에 장점이 있다면, 일단 이야기들이 많고 배경을 자주 전환해 가면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어서 상당히 지루함을 잘 때워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싸움 장면에서 건물이 부서질 때가 있으면 건물 부서지는 장면들을 무척 잘 보여주는 편이었습니다. 부서지는 건물들의 모습이 잘 보이는 각도에서 찍혀서 화면에 담겨 있었고, 부서지는 모양도 실감났습니다. 건물 앞뒤를 오가는 등장인물들과도 잘 어울려서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은 싸움 장면의 특징이 좀 떨어진다 싶은 이 영화에서 그래도 싸우는 장면을 볼만하게 만들어 주는 점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무너진 건물)

또 한 가지 장점은 중간에 잠깐 등장하는 어린이 조연과 연결되는 이야기는 썩 괜찮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 보다 비중이 크지는 않았고 어린이 조연 자체가 결정적인 전환점인 것은 아니라서 효과가 아주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신기한 사람이 나와서 요란하게 설치는 이야기를 동경하게 마련인 어린이 관객들에게 거의 팬서비스를 해 주는 느낌으로 이야기가 잘 박혀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특히, 이런 영화에서 어린이 등장인물이 나오면 그냥 불쌍해 보이거나, 귀여워 보이거나 하는 꽃꽂이 장식처럼만 활용될 때가 많지 싶은데, 이 영화에서는 그 수준을 넘고 있었습니다. 어린이 조연이 주인공과 진지하게 서로 심성에 영향을 미쳐 가면서 대화를 하고 이야기를 같이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무의미하고 밋밋한 부분들과 그래도 즐겁고 신나는 느낌이 애매하게 섞여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나마 그래도 아주 망하는 느낌은 확실히 막아 주었던 것이, 음악이 듣기 즐거울 만큼 연주가 좋았습니다. 이야기에 어울리고 보기 즐거운 장면에서 맛을 살리도록 잘 꾸며져서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그 밖에...

멋진 주인공이 폐소공포증이나 공황장애 때문에 별것 아닌 상황에서 겁먹고 괴로워하는 장면도 이제 슬슬 규격화 되는 느낌이 나는 것 같습니다. 한 90년대쯤 부터 여기저기서 많이 보였던 것 같은데, 그런 사례로 “지붕 뚫고 하이킥”도 생각 납니다. 아마 순정만화 주인공 처럼 멋있는 남자 주인공이 별로 흉한 꼴 안 보이면서도, 약점 한 가지, 부족한 점 한가지, 부족해서 도와주고 싶은 한 가지 보여 주기에 괜찮아 보이는 것이라서 자주 써먹게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특이 체질이란 것이 괜히 특별한 사람처럼 보여서 어쩐지 그런것도 멋있어 보일 거라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고 말입니다.

덧글

  • 무명병사 2013/05/25 02:19 # 답글

    전 영웅영화라기 보다는 차라리 치유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막판의 슈트 총출동만 빼면, 이건 한 사람이 자기자신을 되찾는 로드 무비같기도 합니다(근데 로드 무비는 이런 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토니와 할리의 이야기가 말이죠. ...할리 녀석도 제법이더군요.
  • 게렉터 2013/05/25 19:02 #

    저도 이 영화에서 다른 부분 못지 않게 할리 부분이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런 내용이 중심으로 힘을 쓰기에는 일단 주인공의 번민 자체의 초점이 약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할리 이야기 분량 자체가 결정적인 것이 되기에는 조금 작기도 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 잠본이 2013/05/25 22:49 # 답글

    마법 요정 맞죠. 인공지능이 조종하는(...)
  • 게렉터 2013/05/26 00:59 #

    영화에서 표현이 기계 같은 맛이 적고 마법 같기만 해서 저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 치즈 2013/05/27 09:42 # 삭제 답글

    건물 무너지는 씬이 너무나 멋있는 영화였습니다.
  • 게렉터 2013/05/31 00:14 #

    그런데 또 돌아보면 건물이 멋지게 무너질때는 가끔 음악이 또 상투적일 때가 있기도 했습니다. 점점 빨라지고 커지는 오케스트라 음악이 막 나오다가 절정 부분에서, 화려하고 커다란 코다가 울려지며 끝나야 할 거 같은데, 문득 살짝 뜸들이면서 소리가 잠깐 멈추는 거 같은 거 말입니다. 일전에 유플러스 광고에서도 음악을 이런식으로 쓰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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