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다크니스 (Star Trek Into Darkness, 2013) 영화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나름대로 적응해서 우주 탐험을 하고 있는 엔터프라이즈호 일행이, 갑자기 영국 일원에서부터 시작된 테러 사건과 그 뒤에 숨겨진 음모에 휘말리면서 진행되는 이야기 입니다. 이 영화는 제목 답게, 옛 스타 트렉 시리즈의 향수를 돋구는 소재들을 이리저리 끌어다 대면서, 빠른 이야기 속에서 우주 모험담 특유의 거대한 우주 전함 두 척이 마주 보고 대치하는 싸움 이야기를 잘 풀어 놓는 재미난 내용이었습니다.


(포스터)

그렇지만 아쉬운 점부터 찾아 본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점은, 이 영화에서 이야기의 단초를 시작하는 테러 이야기와 중반 이후를 연결해 나가는 전통에 기대는 우주 전함 대치 국면 이야기가 그렇게 깔끔하게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의 9.11 테러와 그 뒤에 이어진 오사마 빈 라덴 잡기와 전쟁, 얼마전에 파키스탄에 숨어든 오사마 빈 라덴에게 특공대를 보냈던 사건들이 그대로 미래로 배경을 옮겨서 이리저리 펼쳐집니다. 마지막까지 보고 있으면, 9.11 테러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소재들을 과할 정도로 많이도 가져 왔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해 나가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거나, 갈등했던 가치 판단 문제들도 그대로 소재로 끌고 오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은 현대 사회의 문제를 좀 더 과장되고 좀 더 극단화된 미래를 배경으로 해서 더 극적으로 펼쳐 보여 주는 정통 SF물스러운 면을 꽤 따라 가는 듯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은 중반 이후에 악당의 정체가 본격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별로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악당의 정체가 밝혀진 이후부터 이 영화는 좀 더 적극적으로 옛날 스타 트렉의 전통과 향수를 많이 되살리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이야기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문제 이야기가 억지로 붙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중반에서 후반부로 넘어 가는 즈음에 내용이 대충 억지로 건너 뛰는 모양 같을 정도였ㄴ습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봤습니다만, 어뢰를 이 영화에 나오는대로 활용하도록 해 두었다는 음모를 꾸밀 이유가 도대체 뭐가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모든 소재들을 한 군데 모을 수 있는 음모를 반드시 꾸미라는 작가의 지시를 받았으면 모를까.

반대로 중반부 이후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소재 역시 핵심이 좀 빠져 보이기는 마찬가지 였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인간 보다 우월한 종족과 인간을 비교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핵심만 뽑아서 보면 이런 것입니다. 인간은 지능이 낮고 하찮은 미물이라는 이유로 가축을 잡아 죽여서 고기를 먹고 실험이나 놀이에 동물의 생명을 이용 합니다. 이런 것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과 돼지의 격차 만큼, 인간 보다 우월한 종족이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어떤 종족이 보기에 인간의 지능과 하찮음은 인간이 돼지를 볼 때 정도 밖에 되지 않게 느껴진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렇다면 그 종족은 하찮은 인간을 가축처럼 기르고, 실험이나 놀이에 인간을 활용해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겠습니까?

이런 문제는 옛날 아서 클라크 같은 작가가 본격적으로 소설에서도 다루기도 했고( http://gerecter.egloos.com/2856605 ), 많은 SF물에서 다양한 형태로 소재가 되어 왔던 이야기 입니다. 그런만큼, 이번 영화에서도 이 소재를 충분히 잘 펴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 다양한 면모를 지적한다거나, 이런 관점에서 세상을 볼 때 느껴지는 공포감이나 놀라움을 표현하는 것이 부족했던 듯 합니다. 아예 이 문제에 대한 동기나 내막에 대한 묘사가 너무 모자라서 이 이야기들을 보여 주는 것이 너무 적기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내용을 재미난 이야기로 보여주기 귀찮아서, 그냥 감옥에 갇힌 인물이, 왠일인지 “이제부터 해설해 줄께” 라는 듯이 줄줄줄 해설 대사를 길게 읊어 가며 앞뒤 상황을 말로 설명해서 때워 버린 것은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그나마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려고 대사 하는 배우가 연극적으로 노력해 가며 열심히 개인기스럽게 대사를 읊도록 해 놓았는데, 얼마나 먹힐지는 이 배우에 대한 관객의 애정에 달려 있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야기 한쪽으로 펼쳐지는 “벌컨인은 인간의 감정을 몰라, 감성은 소중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과연 이야기를 잘 살려 주는 것인가 의심스럽기도 했습니다. SF물에서 외계인이 “인간은 감정을 갖고 있다니 신기하군”이라든가, “인간에게는 사랑이 있다니 정말 대단하군” 이라고 하면서 인간을 찬양하는 이야기로 빠질 때가 많다고 생각 합니다. 이게 따지고 보면 인간 제작진이 만든 자화자찬이라서 낯뜨거울 수도 있다는 것은 둘째 치고, 이제 너무 생기 없게 많이 반복 되어서 좀 지긋지긋한 면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기야 관객들이 대체로 마음 비우고 도 닦으며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사람들도 아닐텐데, “감정 따라 일희일비하는 존재”가 주인공으로 나오면, 그 반대보다는 훨씬 감정 이입하기가 쉬울 것이고, 그 주인공의 그 감정이 “좋은 것”이라고 해주면, 좀 더 기분 좋게 이야기를 따라 가기 쉬울 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래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꾸미는 것이 이렇게 SF물에 많이 나오나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만, 이번 영화에서는 별로 그런 방향의 이야기가 정말 재미를 더 할 정도로 제대로 펼쳐졌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이런 이야기들이 하여간 이런저런 소재들을 끌어 모아서, 엔터프라이즈 호 일행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점점 더 의리가 깊어 지고, 점점 더 성장해 간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는 것은 충실히 표현하고 있었다는 점은 살고 있었습니다. 인물 개개인의 특색을 관객들에게 정답게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한 이 영화에서 꽤 괜찮은 부분이 살아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재커리 퀸토의 연기는 강조가 될 부분에서 확확 액센트를 주면서 힘을 쓰는 것이 좋은 느낌이어서, 그 맛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윌리엄 섀트너가, 잘 하는 것은 잘 하지만 삐긋삐긋할 때도 있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이번에는 무척 멋지게 먹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팍과 커크)

싸움의 전후와 배경 묘사가 다소가 부실한 면이 있는데 비해서, 본격적인 싸움 장면들은 음악, 구도, 화면 전환등의 면면이 훌륭했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두 대의 거대한 우주선이 서로 마주한 채로, “어떻게 안하면 파괴해 버리겠다”고 서로 협박하고, 그러는 가운데 우주선 이쪽 저쪽으로 사람이나 물건을 전송시켜 가면서 서로 겨루는 이런 우주 모험 이야기 특유의 싸움 장면을 아주 잘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우주선 내부 사람들의 놀란 표정을 보여 주다가, 화면에 보이는 상대방 우주선 사람의 얼굴을 보여 주다가, 우주선 바깥에서 두 대의 우주선을 보여 주다가 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화면을 바꿔 가면서, 정말 그 일이 지금 일어 나고 있다는 현장감과 박진감 넘치게 부수어 가면서 싸우고 있다는 아슬아슬함을 잘 전해 주고 있었습니다. 훌륭한 해전 영화나 잠수함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우주선이 적에게 공격 당해서 부서지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흔들려서 자빠지고 있으면, 정말로 “저러다 우주선 박살 나서 다 죽으면 어쩌나”하고 관객이 꼭 진짜 어디에 있는 우주선이 부서지고 있는 것처럼 안타까운 느낌이 들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아주 그럴듯한 것은, 우주를 배경으로한 이야기 특유의 독특한 중력과 관성 묘사였습니다. 우주를 떠도는 시설이 움직이다보니, 중력의 방향이 바뀌어서 아까까지 바닥이었던 것이 천장이 되고, 방금전까지 벽이었던 것이 난간이 되는 어지러운 상황이 나왔는데 그 묘사가 멋졌습니다. 특히 중간에 적진에 침입하기 위해 관성 궤도 비행을 통해 이동하는 대목은 속도감과 부드러운 관성 운동 묘사를 확실하게 잘 느껴지는 각도로 화면에 잘 담아서, 따지고 보면 투수가 공 던져서 포수 글러브에 공 꽂아 넣는 정도의 일인데도, 긴장감이 치솟는 대목이었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에서 “워프” 추진 장면이 그냥 빨리 달리는 F-1 레이싱 정도로만 묘사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중력 방향이 바뀌는 장면들의 묘사에 확실히 공을 들인 듯 보였습니다.

특수 효과의 질도 무척 좋아서,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뛰어 다니고 공중에서 뛰어 내리며 싸우는 장면은 백주 대낮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도 선명하게 장면 장면이 보이고 있었고, 큰 재난이 일어나면 유명한 명승고적을 부수는 장면이 꼭꼭 나오는 것처럼, 이 영화에는 다른 영화 제목으로도 잘 알려진 건물 하나를 박살내는 장면 이 나오는데 이것도 잠깐 지나가지만 세세한 장면이 잘 나타나 있기도 했습니다.

음악이 좋았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요즘에는 유행이 지난 것 같은 느낌도 나는 주제 곡조를 유도 동기 써먹듯이 사용하는 좀 옛날 식 모험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60년대에 나와서 오래도록 팬들을 모아 온 묵고 묵은 TV물 전통을 끌어다 붙이는 재미를 응용하는 이 영화에 잘 어울리는 점이 많았다고 생각 합니다. 처음부터 멋졌고 슬쩍 상황을 바꾸어 가며 마지막으로 치달아 갈 때는 아주 듣기 좋았습니다. 특히 반가워 하는 관객들이 많을 만한 재미난 기억나는 내용들을 끝트머리에 피날레처럼 쏟아 부어 넣는데, 이런 점도 기분 좋았다고 생각 합니다.

인물들 중에는 커크와 스팍을 제외하면, 스코티의 비중이 확 높은 편이고 맥코이의 비중은 무척 낮은 편입니다. 슬루 역시 별 역할은 없었습니다. 악당은 적당히 잘 어울리는 편이지만, 사연이 부드럽게 흘러가지 않는 탓으로 화려하게 인상을 주는 편은 못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스코티에게 코미디를 적당히 많이 맡겼고, 이런 모험 영화에서 관객들이 미워할 수 없는 코미디 담당에게 애정이 가게 되는 점을 잘 활용해서 통쾌한 장면을 몇 군데 잡아 냈는데, 썩 잘 먹히고 있었습니다.


(악당)

중심 소재 몇 가지가 딱 떨어지게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조각나 있는 분위기는 좀 눈감아 줘야 하는 편인 영화였다고 생각 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나온 배경을 놓고 보면 갖가지 따라가야 할 목적이 너무 많아서, 산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면 꽤 멋지게 최대한 이야기 거리들을 잡아낸 즐거운 영화였다고 생각 합니다.


그 밖에...

스포일러라는 것에는 단순히 결말을 말하는 것 이외에도 갖가지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예전 글 http://gerecter.egloos.com/2849512에서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는 결말이나 중요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군데군데 어디에 옛날 스타 트렉을 돌이킬 수 있는 이야기, 오마주, 패러디가 나오느냐 하는 것이 또 미리 알고 보면 재미가 떨어질 수 있는 놀라고, 반가워할 거리라고 생각합니다.

대충 생각나는대로 다 결말까지 이야기하면서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프라임 디렉티브”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것은 외계 종족을 만나면 그 종족이 우리 존재를 모르게 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외계 종족 문화의 원형을 그대로 보호해야 한다든가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우주를 누비는 외계인이 세상에 있다면, 아직 왜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가”하는 실제 20세기 인간사회에서 품을 문제에 대한 대답으로 준비 되어 있는 설정이기도 합니다.

악당의 정체와 싸우는 방식은 스타 트렉 영화판 2편인 “칸의 분노”(우리나라 일부 비디오 테입에서는 “칸의 역습”이라고도 적혀 있었습니다.)와 매우 비슷합니다. 다만 “칸의 분노”에서는 마지막 스팍이 쓰러지고 커크가 안타까워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반대입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 손을 마주 대는 장면까지 같습니다. 그 외에도 이 영화에서 커크가 열받아서 “카아아안!” 하고 길게 소리지르는 장면이 어색한 연기로 농담거리가 자주 되는 편인데, 이번 영화에도 나옵니다.

맥코이가 “나는 의사라고. …인 줄 알아?”라고 말하는 말 버릇이 한 번 나오는데, TV판에서 자주 나오는 단골 말투로 자주 농담거리가 되는 부분입니다.

“빨간 색 제복을 입으라”는 말을 하는 장면에서 잠깐 묘한 분위기가 되는데, 스타 트렉에서 “빨간 제복”은 적에게 죽는 역할만 하는 단역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 되어, 나중에 스타 트렉이 아닌 다른 TV물 조차도 “빨간 제복”하면 적에게 죽는 역할 하는 단역을 지칭하는 것으로 종종 이야기될 때가 있습니다.

스코티가 대활약을 한 뒤에 “빨리 나를 전송해주세요!(Beam me up!)”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은 TV판에서 허구헌날 커크등 다른 대원들이 스코티에게 “전송해 줘!”라고 말하던 것을 뒤집어서 웃기는 장면 입니다.

5년 동안 우주에서 돌아다니는 임무를 맡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5년 간의 임무를 수행하며 탐험을 하는 것으로 소개 되어 있는 TV판의 이야기를 따라 가는 것입니다.

마지막에 끝날 때, 커크가 “우주, 최후의 개척지” 라고 하면서 연설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TV판에서 시작할 때 마다 나오는 소개 문구 였습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음악도 TV판 주제곡의 편곡판입니다.

덧글

  • 잠본이 2013/06/03 21:34 # 답글

    방향이 이리저리 뒤집히면서 벽으로 달려가고 천장으로 점프하고 요러는 부분에선 버스터 키튼 영화 생각도 나더군요. =>
  • 게렉터 2013/06/04 20:24 #

    줄줄이 붙잡고 늘어질 때 같은 장면은 확실히 약간 웃기면서 그런 영화들 생각도 났습니다. 잠본이님 말씀에 다는 덧글이니 쓰는 것인데, 커크가 워프 장치의 정렬을 맞추는 부분에서, 왜 저는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 마지막회 다가갈 무렵에 그라탱으로 몸빵시켜서 적 동력장치가 연결 못되게 막는 부분이 자꾸 떠올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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