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2013) 영화

매일 밤마다 화려한 파티를 벌이는 정체 불명의 수수께끼 갑부, 개츠비에 대해 그 옆집에 살다가 그의 친구가 된 주인공이 사연을 돌아 보는 이야기로 출발하는 이 영화는, 감상적인 간단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장식 하는 다양한 세부 묘사, 사연들을 꽤 충실하게 다채롭게 벌여 놓고 있는 재밌고 보고 즐길만한 면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포스터)

일단 이 영화에서 한 번 짚고 넘어 갈 만한 것은, 20세기 미국, 현대 자본 주의가 한 번 완성에 도달해서 화려하고 뻑적지근한 소비 문화가 요란하던 재즈시대, 1920년대의 요란한 파티들을 보여 준다는 점이 꽤 살아난 것처럼 보였다는 것입니다. 아쉽다면 아쉽게도 1920년대 시대 상황을 실감 나게 잡아 내는 형태로 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 대신에 시대를 무시하고 요즘 유행에 맞는 요란한 장면들, 현란한 음악들을 깔아 놓는 식으로 꾸며 두었습니다. 20년대 특유의 옷차림과 미국 엑스트라바간자 쇼의 느낌이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으로 번쩍 거리게 꾸미고 요즘 댄스 음악 뮤직 비디오처럼 화면을 꾸며 둔 것입니다.

이렇게 20년대의 화려한 모습을 요즘 모습으로 변용해서 꾸미는 것은 얼마전에 크게 유행했던 뮤지컬/영화 “시카고”와 같은 수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20년대의 사회, 당시 시대상과 줄거리는 맞아 떨어져 가는 면이 꽤 크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 줄거리와는 아주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닌 듯 보였다는 것입니다. 디즈니 애니매이션에 등장하는 마법에 걸린 성처럼 보이는 컴퓨터 그래픽 색감의 대저택 풍경과 불빛들은 좀 더 현실감이 굳건한 세트로 꾸며졌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가끔씩 들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음악은 20년대 재즈 음악과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음악들은 아주 듣기 좋았습니다만, 너무 나아간 음악들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냥 이야기와는 동떨어진 잠깐 보고 즐길 거리 정도로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화면이 아주 짧게 끊겨서 빠르게 이 화면 저 화면 바꿔가며 넘어 가는 것이 많고, 그 한 화면 한 화면도 곱게 조용히 가만히 있지 않고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보이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것은 거의 “트랜스포머” 같은 빠른 액션블록버스터 같은 정도였는데, 음악 느낌과 비슷하게 요란한 파티 장면 같은 데는 정신 없는 느낌이 잘 맞아 보였지만, 다른 부분 묘사할 때는 좀 과하다 싶기도 했습니다.


(파티)

그렇습니다만 다양한 이야기 거리들이 잘 모여서, 화면과 대사에 함축적으로 담겨지는 것들이 재미난 부분은 또 꽤 충실한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대표적으로 개츠비와 데이지가 다시 만나는 장면이 기억 납니다.

이 부분 이야기를 다 밝혀 보면서 이야기해 보자면, 이 이야기는 비가 쏟아지고 있는 어느 오후에서 시작 합니다.

나무들과 가까이 있어서 비가 내려서 그만큼 모든 것이 젖어 드는 풍경이 잘 보이는 관찰자 닉의 집이 배경 입니다. 개츠비는 드디어 항상 잊지 못하던 첫사랑 데이지를 다시 만나는 것에 긴장해서 약속 시간인 오후 4시에서 2분전에 자꾸 시계를 쳐다 보면서 “아직도야?” 운운하며 초조해 합니다. 이것은 개츠비가 시간을 중시하는 것을 나타내는 장면이 아니라, 개츠비가 그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것, 언제나 넉넉하고 여유롭기만 하던 개츠비가 데이지와 관련된 일에서는 당황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장면입니다. 말로 설명하자면 어지간해서는 구구해지기 쉬운 묘사이지만, 영화에서는 배우의 표정과 목소리 변화로 단숨에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데이지는 찾아 옵니다. 닉이 데이지를 안내 합니다. 개츠비는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지만 너무 긴장된 나머지 도망쳐 버려서 아무도 없습니다. 잠시 후 개츠비는 굳은 표정으로 다시 현관으로 들어 옵니다. 개츠비는 어색한 표정이고, 겨우 데이지와 인사를 나눕니다. 비는 쏟아지고 있고, 닉은 어색한 자리에 있다가 결국 잠시 자리를 피해서 비가 오는 바깥을 보고 있습니다.

얼마 후 비가 그칩니다. 비가 그쳐서 빗소리가 멈추자, 어느새 편안하고 정겨운 대화가 되어 있는 데이지와 개츠비의 대화 소리는 그대로 드러나서 들립니다. 비가 오다가 멈춘 것으로 자연히, 비가 내리는 동안 만큼의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했다는 것도 알려 줍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 두 사람은 어색함이 적어지고 반가움이 더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납니다. 빗소리가 들리고, 주변이 어둡고, 빗줄기가 화면에 보이던 상황에서, 이제 빗소리가 없고, 주변이 햇빛으로 밝은 화면으로 바뀝니다. 이 화면의 변화로 상황이 일변 되었다는 사실이 별 설명 없이 분위기로 드러납니다.

초조해하고, 긴장하던 시기를 하늘이 비를 내려주어서 표현했다면, 비가 그쳐서 개인 하늘에서 햇빛이 쏟아지는 것이 모든 것이 반갑고 기쁘게 해결된 상황 변화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햇빛이 쏟아지는 것을 나타내는 조명과 화면의 색채로도 나타납니다. 닉은 다시 두 사람 쪽으로 돌아오면서, 짐짓 인기척을 냅니다. 두 사람은 두 사람만의 대화에 푹 빠져서 그것을 알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닉은 일부러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까지 하지만 그것도 두 사람은 알아 듣지 못합니다. 결국 닉은 소리를 쳐서 말을 겁니다.

“비가 그쳤어.”

어색한 상황에서 말을 거는 날씨에 대한 화제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밝은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제서야 두 사람은 닉이 돌아온 것을 압니다. 개츠비는 세상에서 가장 비가 그친 것을 반가워 하는 사람 같은 말투로 “정말 비가 그쳤군”하고 기쁘게 말합니다. 비가 그쳐서 좋다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데이지를 드디어 만났고 상상했던 것 만큼 기쁜 상황이 되어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것은 달리 설명이 없어도 개츠비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나타납니다.


(재회)

비가 오고 있다가 멈추면서, 가장 극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이 대목은 이 영화에서 튼실하게 잘 잡혀 있었던 느낌이었습니다. 원판 소설에서 이 대목은 배경묘사나 감정묘사가 비교적 간결한 편이고 설명이 구구하지 않은 편이라서 상황에 충분히 빠져 있지 않으면 그냥 설렁설렁 넘어 갈 지도 모르는 부분이라고 생각 합니다. 번역판으로 읽는 다면 이 부분의 이런 정경을 느끼기가 더 어려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면들을 잘 살려서 눈으로 그대로 보기 좋게 잘 살리고 있었습니다.

배우들을 보자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훌륭했다고 생각 합니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 정도 되는 인물이면 누가 연기해도 어떤 면에서는 빠지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싶기도 한데, 이 영화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면 훌륭했다고 생각 합니다. 허상 뿐인 여유와 부를 쌓아 올린 “캐치 미 이프 유 캔” 때의 모습과, 불안한 백만장자를 연기했던 “에비에이터” 때의 모습을 그대로 다시 잘 살려 와서 다시 멋지게 잘 보여준 느낌이었습니다. 데이지역의 캐리 멀리건은 "꿈 속의 여인"으로 나올 때는 약간 약한 느낌이었는데, 끝까지 봤을 때는 이 허망한 이야기 속 인물에 꽤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토비 맥과이어는 가끔은 실망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특히 나래이션은 목소리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고 듣기 좋은 쪽도 아니고, 읽는 것이 극적인 편도 아니었다고 생각 합니다. 다들 패트릭 스튜어트나 모건 프리먼처럼 엄청 목소리 좋은 나래이션을 할 수는 없겠지만,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 나래이션처럼 그 나름대로 특색 있고 멋진 것으로 할 수도 있었을텐데, 별 재미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소설의 문장들을 옮긴답시고, “주인공이 작가”인 이야기로 꾸미고 “주인공이 독백하는 것이 소설의 서술”이라는 식으로 나래이션을 만든 방식 자체가 좀 재미 없는 방식이라서 이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컴퓨터 그래픽까지 넉넉히 써가며 요란하게 꾸미고, 항상 울긋불긋한 색채가 다양하게 눈에 들어 오는 화면들이 이 영화의 요란한 부분과 쓸쓸한 부분의 대조를 살리기에는 좋았다고 생각 합니다.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사연이 현실에 대한 욕망, 도전, 좌절에 걸쳐 있는 만큼, 이 영화의 묘사가 지금 같은 공상적인 화려한 모습 보다, 조금 더 사실적인 느낌, 현실감 있는 풍경으로 맞닿아 있는 것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계속 들었던 영화였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런 중에도 내용의 부분 부분이 충실하게 풍부해서 그 속에서도 가슴 싸한 첫사랑의 기억, 현실과 꿈에 대한 이야기가 사는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그 밖에...

개츠비의 입버릇인 "old sport"는 이 영화에서는 "친구"로 주로 번역 되었는데, 책의 번역판에서는 대부분 "형씨"로 번역되어 있는 것이 많습니다.

덧글

  • 희랍어시간 2013/06/08 20:22 # 삭제 답글

    1.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책을 다시 읽어봤는데, 글에서도 언급하신 음악이라든가 좀 과하게 치장한 몇몇 장면들을 빼곤 원작에 충실한 영화였더라구요. 원작을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영화도 재밌게 볼 듯 했습니다. 저는 원작에서 별 감흥을 못 느낀터라 영화도 그저 그랬지만...

    2. 소설가 김영하씨는 자기 번역본(문학동네)을 참고 많이 한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군요. 이 번역본에서도 'old sport'가 친구로 번역이 되어있지요. 정말로 번역자가 이 책을 참고한 건진 몰라도, 게츠비와 캐러웨이가 존대를 하지 않고 편하게 말을 놓는 형식도 같았고요. 다른 번역본은 민음사 것만 참조해서 확실하게 말할 순 없습니다만...

    3.정말로 나레이션 부분은 곽재식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목소리도 그저 그랬고, 나올 때마다 지루했습니다. 나레이션 자체는 책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큰 이질감은 없었지만, 영화에서 굳이 그런 방식으로 나레이션을 넣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자까지 둥둥 화면에 띄어서 말이죠...

    4.영화에 들뜬 분위기도 좋았지만, 차분하고 진지하게 갔으면 왠지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게렉터 2013/06/09 20:53 #

    말씀하신대로 김영하 번역판에서는 "친구"로 되어 있는데, 또 몇몇 부분에서는 생략되어 있는듯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보면, 비교적 옛날 번역판들이 "형씨" 요즘 번역판들은 "친구"로 되어 있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이 영화가 연출면에서 파격적인 부분이 꽤 눈에 많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줄거리들은 원작을 충실히 살리고 있었다는 점이 재미거리였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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