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2013) 영화

“맨 오브 스틸”은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외계인 아기가 어찌저찌 해서 지구에 떨어졌는데, 인간 속에서 자라나서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간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야기는 중반에 다른 외계인이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기 때문에 여기랑 맞서서 싸운다는 내용으로 흘러 갑니다. 80,90년대 일본 만화 중에서 가장 인기 있던 축에 속하는 “드래곤 볼”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만, 이 영화는 좀 더 오래된 만화인 “슈퍼맨”의 인물들을 가져와서 이 이야기를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포스터)

요즘 유행을 따르기 때문인지, 이 영화는 “만화 같이” 신나고 환상적인 분위기라기 보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름대로 현실적이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 주는 쪽으로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슈퍼맨 자신의 정체에 대한 고민과 슈퍼맨이 자신을 길러준 어머니, 아버지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이야기들이 거의 중심 주제로 부각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이 채도와 색감이 조절되어 좀 더 가라앉고 칙칙한 분위기로 무심한 듯 쓸쓸하면서도 차분하게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내용이 펼쳐진 것들은 잘 먹혀 재밌는 것들도 있었고, 재미 없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번민하던 주인공의 추억과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모습들은 가장 재미난 축에 속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크로니클” 같은 얼마 전에 나오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면도 있었습니다. 껄렁한 학생들과 쇠락한 교실 한 켠에 실제로 있을 것 같은 아이들 사이에 이런 초능력 가진 사람이 있으면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나고, 무슨 기분이 들지 하는 것들을 보여 주는 듯 했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실감 나게 그럴싸 했고 그러다 보니 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감정들도 더 와 닿았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차근차근 보여 주면 “왜 빨리 슈퍼맨 안나와” 하면서 지루할만도 한데, 이 영화는 이런 내용들을 적당히 잘라서 과거 회상 장면으로 잘 쪼개서 보여 주는 편이라서 더 안 지루하고 좀 더 재밌게 내용을 꾸린 느낌이라는 점도 적당히 먹혀 들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앞서서 “이 놈이 슈퍼맨이기는 하지만 청소년기는 불안하게 보낸 놈이다”라는 걸 잘 보여줬기 때문에, 술집에서 어떤 껄렁한 놈이 시비 거는 장면이 나오면, 슈퍼맨이 아주 잔인하게 이놈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면 어쩌나... 하면서 불안한 마음 때문에 긴장감이 생기기도 좋고, 반대로 슈퍼맨이 그런 조롱과 멸시도 참아 낸다는 것을 보여 준다면 정말 잘 참아냈다는 생각에 반대로 관객에게 더 착해 보이는 효과도 같이 생겼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뒤이어서 시비 건 놈이 적절하게 당하는 장면이 나오면 그만큼 더 통쾌해지기도 할 거라고 생각 합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꾸미다 보니 싸움 장면들도 하늘을 날아 다니면서 건물을 부숴 버리는 만화 같은 내용들 보다도 조금 더 현실과 가까운 면이 있어 보이게 연출된 면면들이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슈퍼맨 영화에서 기대할 것들을 충실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영화 자체는 만화 같은 날아다니는 데 더 기울어져 있기는 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렇게 시간을 많이 차지하고 돈을 많이 들인 장면들 보다도 오히려, 버스를 조금 밀어 올리고, 물 속에서 숨을 오래 쉬는 것 같은 더 질감이 선명한 초능력 장면들이 더 재밌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이런 장면도 있었습니다. 슈퍼맨이 정부 기관에 와서 심문을 당하고 있습니다. 심문실 유리벽 너머에서는 자기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정부의 관계자들이 슈퍼맨이 심문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슈퍼맨은 유리벽 너머에 누가 와 있는지 이미 다 눈치채고 있고 그 사람들을 놀리는 말을 중얼거립니다.

이런 것들은 경찰이나 특수요원이 나오던 더 일어날 법한 일들을 다루는 90년대 액션 영화의 단골 연출 아니었나 생각 합니다. 무시무시한 전설적인 스파이로서 심문을 받고 있던 “더 록”의 존 메이슨이 유리벽 너머에 워맥 FBI국장이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는 장면은 존 메이슨이 정말로 한 수 먼저 훨씬 앞서 가고 있는 엄청난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조마조마한 빨려드는 장면 속에서 짧은 시간만에 분명히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각본이라고 생각 합니다.

더군다나 이런 사실을 한쪽에서는 보이고, 한쪽에서는 안 보이는 유리벽을 통해 화면을 꾸며 보여준다는 것은 뭔가를 보여 주거나, 보여 주지 않거나 하는 것을 연출자가 조절할 수 있는 영화 매체의 화면 연출 수법을 잘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90년대 액션 영화에서 다른 예를 들자면 “다이하드3”에서 존 맥클레인과 FBI 요원들이 차에 몸을 숨긴채 사이먼의 전화를 받는데, 사이먼은 누가 누가 거기 있는지 환히 다 알고 전화에서 그 사람 이름을 읊어 대는 장면도 비슷할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이런 식으로 작은 연출들로 긴장감을 살리고 성격을 보여 주려는 장면장면들이 재밌는 구석이 꽤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예를 들어서 외계인 급습 장면만 해도, 외계인 우주선이 도심지에 나타나는 장면이나 “인디펜던스 데이” 때 처럼 시내 중심부에서 광선 대포 같은 것을 쏘는 장면 보다는, 불이 꺼졌다 켜지거나 텔레비전 화면이 지직거리거나 하면서 신비롭고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것이 훨씬 더 분위기가 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계 우주선이 날아다니고 건물이 부서지는 모습들은 분량이 워낙 많아서 구경거리의 양이 많아지기는 했습니다만, 백주 대낮에 컴퓨터 합성 영상들이 들어간 모습들이 감명 깊다기보다는 조금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크고 돈 많이 들여 보여주는 장면에서 환상적이고 놀라운 외계 우주선들을 멋지게 보여줄만한 상황이나 화면 구도도 조금 부족했다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대사로 봐도 러셀 크로우나 악당의 일장 연설보다 로이스 레인이 클라크 켄트를 환영하며 막판에 한 마디 하는 말장난이 더 재밌고 멋지고 마음에 남는 느낌이었습니다.


(신문사 데일리 플래닛 사람들)

이 영화에서 재미 없었던 부분을 꼽으라면, 일단은 처음 시작 부분에 나오는 외계 행성 이야기였습니다. 전혀 다른 생명체, 완전히 동떨어진 문명이라고 할만한 행성의 모습인데, 그 행성의 사람들의 모습은 대충 고대 그리스나 원로원이 있는 유럽 고대 도시국가들과 비슷한 분위기이고 사람들 복장은 고스족 영향을 받은 듯한 글램록 밴드 가수들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벌이는 사연들도 사람들 몇명 걸어다니면서 “반란”이니 “희망”이니 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TV연속극 분위기가 강하게 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줄거리나 보여 주는 풍경들도 이렇게 평범했습니다만, 그렇게 보여주는 내용들이 요목조목 너무 세세한 사연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재미가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본론으로 들어 가고 나면, 주인공의 신비롭고 경이로운 면면들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은 정확하게 알려진 면 보다는 수수께끼처럼 숨겨진 면도 있는 신화 같은 부분이 강한 내용이라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정부가 갖고 있는 군대의 관할자가 “저쪽 민족들의 문제는 저쪽에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자”면서 주인공을 넘기는 부분이 나오기도 하고, 사람들이 알아 보지 못하고 무시하는 구원자가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대목을 눈여겨 본다면 종교적인 면도 유난히 많이 활용된 이야기라는 생각도 해 볼만 합니다. 임신하지 않고 아들을 얻은 어머니가 강조 된다든가 하는 부분도 그렇게 보면 이 영화에서는 좀 더 눈에 뜨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펼쳐 놓고 있는데, 외계인을 물리치는 방법이 컴퓨터 포맷하고 보안 프로그램 재설정하는 내용으로 나아가면 격이 어긋나서 서로서로 양쪽으로 재미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무 막연한 이야기이기만해도 재미가 없기는 하겠지만, 적당히 수수께끼 같고 신비로워야 살만한 소재로 출발해서는 이렇게 너무 신비로운 면 없이 그냥 과격파 군인들이 테러 하는 이야기 틀만 갖고 가니 영 이야기가 가볍게 쪼그라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면에서 악당 두목의 표현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특히 맨 마지막 결투 때에는 이게 무슨 철지난 장난인지, 악당이면 주인공 두들겨 패는데 정신을 집중할 것이지, 꼭 한 대 때리고 나면 몇 마디 주절주절하면서 해설하고, 또 한 대 때리고 나면 상황 설명하는 대사 몇 마디 중얼중얼하고 하기를 반복 했습니다. 주인공은 말이 없는 편이므로 계속 보다 보면 어째 악당이 말많게 깝죽거리는 것 같아서 악당이 초라해 보이기도 했고, 진짜 맺힌 감정이나 커다란 생각이 있는 놈이라기보다는 그런걸 보여 주려다가 제작진이 실패해서 막판에 망하기 전에 대사로 몰아서 설명해 주고 난 뒤에 퇴장하자는 억지처럼 보이기도 할 지경이었습니다.

비슷하게 놓고 보면, 주인공의 친아버지 역에 해당하는 러셀 크로우 보다, 주인공의 양아버지에 해당하는 케빈 코스트너 쪽이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러셀 크로우는 하는 역할이 배경 설정을 줄줄 읽어 대며 강연해 주는 듯한 내용들이 많아서 대사가 밑천부터 재미가 덜한 느낌이기도 했거니와, 주인공 보다 더 대단한 존재로 나와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며 설치는 터라 자기가 더 멋있어 보이려는 분량으로 꺾어져서 주인공들이 재밌어지고 멋있어질 기회를 깎아 먹는 듯한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케빈 코스트너는 튼실한 연기로 “착하지만 꿋꿋하고 듬직한 시골 영감님” 모습을 진짜처럼 보여 주면서 잘 머물러 있었고, 주인공과 서로 감정을 나누면서 갈등을 사연으로 보여 주는 내용들이 많아서 이야기들도 더 재밌는 편이었습니다. 분량이 좀 과한 듯 했던 러셀 크로우의 장면을 줄이고 케빈 코스트너 장면을 늘리는 게 더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주인공이 악당을 어떻게 물리쳐야 할 지 몰라서 고민할 때, 답을 강연해 주는 러셀 크로우가 아니라, 고향 캔사스 마을로 돌아와서 아버지 캐빈 코스트너랑 잡담하다가 갑자기 그 평범한 대화 속에서 슈퍼맨이 영감을 얻어서 싸워 이긴다는 이야기로 꾸미는 것을 상상해 봤습니다. 정말 그렇게 하면 너무 흔한 슈퍼맨 에피소드 같기는 하겠지만 그 비슷하게 더 좋은 이야기로 만들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슈퍼맨의 어린 시절)

조금씩 재미 없다 싶을 부분이 가끔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외계인 초능력 영웅이 지구인들 속에서 이질감을 느끼며 고민하는 내용을 중심에 잡고, 꺼내 볼 만한 이야기들을 다 보여 주면서 외계 침략자가 도시를 부수는 것도 넉넉히 보기 좋게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그 와중에 초능력자가 실제 이 세계에 있을 때 벌어질 법한 모습들을 사실적인 느낌이 나게 펼쳐주는 모습들은 개성도 뚜렷한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생소한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하면 살아야 하는지, 민족/종족 이기주의의 고민거리는 무엇인지 하는 정치적인 관점들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 잘 흘러가 주고 있었습니다. 음악 역시 사실적인 내용과 만화 같은 내용, 신화 같은 부분과 액션 활극 같은 부분들 사이에서 부드럽게 이어지며 잘 섞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밖에...

로이스 레인이 꽤 많은 시간 등장합니다만, 로이스 레인으로서 꼭 필요한 활약을 하는 부분이 없어서 별 필요 없는 덤처럼 이야기에 붙어 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여러 임무를 수행 하는 와중에도, 로이스 레인 답게 뛰어난 기자이자 매력적인 여자가 아니라도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다 보고 나서 돌아 보니, 그저 슈퍼맨의 듬직하고 좋은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 슈퍼맨에 환호하고 팬 역할 해 주는 사람이 필요해서 조연격으로 하나 붙여 놓은 것 같다는 정도였습니다.

조금씩 재미 없는 부분은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만, 슈퍼맨 리턴즈 보다는 훨씬 재밌었습니다. 슈퍼맨 1편, 2편은 이 영화와는 다른 점을 살리는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교가 이상하긴 합니다만, 이영화 는 슈퍼맨 1편 보다는 못해도 슈퍼맨 2편과 비슷한 정도, 내지는 슈퍼맨 3편 보다 재밌는 정도라는 것이 제 감상이었습니다.

덧글

  • 로리 2013/06/20 22:00 # 답글

    전 다른 것보다 날아다니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너무 빠르게 나는 물체 때문에 촛점을 못 잡는.. 그래서 마치 유튜브 같은 것으로 무언가를 보는 것 같은 연출들이 인상 깊더군요 ^^
  • 게렉터 2013/06/21 22:37 #

    저는 슈퍼맨이 하늘로 치솟거나 할 때 구름 묘사가 재밌게 잘 되어 있는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 FAZZ 2013/06/20 22:44 # 답글

    정말 액션 하나는 제대로 잡았더군요. 그야말로 실사판 드래곤볼. 글 쓰신대로 드래곤볼보다 더 원조격이 수퍼맨이었지만
  • 게렉터 2013/06/21 22:36 #

    저는 너무 많이 나오다보니 보면서 점점 무뎌져서 그런지 이 영화도 좋긴했지만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 싸우고 부수는 장면들이 더 재밌었던 느낌이었습니다.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 관성 비행 하는 장면처럼 인상 깊게 남기는 아이디어 싸움 장면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 동사서독 2013/06/20 23:43 # 답글

    케빈 코스트너가 등장하니 저 농장 어디에 야구장 하나 지어져 있는 듯한 상상도 해보게 되더군요. ^^
  • 게렉터 2013/06/21 22:39 #

    케빈 코스트너 보면서 이런 배우였나 싶어서, 아닌게 아니라 "워터 월드" 비롯해서 나온 영화들 하나 둘 다시 생각해 보면서, 이 양반은 어떻게 배우 생활 해 왔던 사람인가 한 번 다시 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등장 배우들 중에서 가장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 이선생 2013/06/21 23:08 # 답글

    우주인들의 박진감넘치는 초중량 배틀이라는 볼거리와 인간들에게 동화되어 살아가고픈 초인의 고뇌역시 잘 보여준 것 같았습니다.
  • 게렉터 2013/07/05 22:20 #

    악당들이 긴 말 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싸울 때 일 수록 재미있었다는 기억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