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Bernie, 2011) 영화

“버니”는 미국 텍사스의 한 시골 마을에 살던 “버니”라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로, 실화를 다루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 등장인물과 인터뷰하는 장면이 끼어 들어서 다큐멘터리스러운 느낌도 약간 들어 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은근한 농담조의 블랙 코미디 분위기가 깔리는 이야기였습니다. 줄거리는 버니라는 장의사가 한 시골 마을에서 이웃들과 잘 지내지만 그러다가 후반에 한 사건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포스터)

이 영화의 재미거리를 찾아 보자면, 사건 자체가 어느 정도 논란 거리가 되고, 구경 거리가 될만한 면이 있는 사건을 다룬다는 점과, 그걸 과하지 않은 발랄한 연출과 대사로 꽤 재미나고 흥미롭게 지켜 보기 좋게 꾸며 놓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사건은 핵심만 놓고보면 어느 정도는 구경 거리가 될만한 사건이기는 합니다만, 정말로 기이하고 놀라운 사건까지는 아닙니다. 있을 법한 일이고, 어느 곳에서건 논란거리로 한 번 쯤은 나올 수도 있을만한 사건인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지켜 보면서 실제로 있을 법한 일, 정말로 있을 법한 사람이라는 우리 동네에서도 생길만한 일이라는 실제감이 살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이야기를 건조하고 싱겁게 다루고 넘어 가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농담, 사소한 웃음거리들을 조금씩 조금씩 곁들여 가면서 계속해서 흥미를 끄는 잔재미가 많게 꾸며 놓은 것이 좋았습니다. 폭소가 터진다거나 진기한 구경거리가 쏟아져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시골 사람들 생활의 면면에서 작은 웃고 넘어갈 거리를 가끔씩 툭툭 골라내는 것이 이 영화를 볼만하게 꾸며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밝은 색, 유채색이 많고 텍사스, 남부의 강한 햇살이 많은 풍경과 어울리게 꾸며 놓은 화면으로 나오면서 대체로 밝은 분위기를 지키고 있어서, 그렇게 풍자로 넘어 가는 이야기 거리들이 잘 어울렸지 싶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뽑아내는 웃음거리, 풍자 장면 중에서 가장 많이 눈에 뜨이는 것은 보수적인 시골 사람들의 모습에서 웃긴 점을 잡아내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은 어쩔 수 없이 똑똑하고 세련된 면을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보통 사람들에게 공감이 가는 면을 주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그런 정도가 너무 정도가 심했다는 지적을 하는 영화라는 면도 있었습니다.

텍사스 사람들은 텍사스가 미국의 전부인줄 안다는 것처럼 표현하는 대목처럼 노골적으로 놀리고 가는 부분도 있고, 사람들의 말투나 행색을 잡아내는 부분들처럼 은근히 지적하는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비아냥거리고 비판한다는 강한 느낌보다는 한 번 웃고 지나간다는 온건한 느낌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저 “보수적인 시골 꼴통들을 꾸짖는다”는 이야기가 핵심인 영화들과는 또 전혀 달랐습니다. 이런 식으로 은근히 풍자, 놀리기를 깔고 가면서도 사납지 않게, 진짜 같은 생생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영화로 꾸민 내용처럼 밝게, 양쪽으로 잘 조절되어 있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렇게 조절해서 나아 가다 보니, 논쟁거리가 상당히 날카로울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꽤 고민스러운 수수께끼일 수도 있는 “’버니’가 일으킨 사건”의 문제점을 다루는데는 덜 예리했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 부분을 다루는 이야기는 분량 자체가 적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버니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적들은 회계사와 지방 검사인데, 이 사람들은 부정적인 모습이 더 많이 화면에 나와 있어서 이 영화가 문제를 다루는 시각이 조금 치우쳐져 있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한쪽만 편들어 꾸민 이야기는 아니고, 오히려 이런 갈등이 알쏭달쏭하니 정말 문제스럽다는 점 자체가 재미 거리가 되는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좀 치우친 모습으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까웠습니다. 특히, 버니가 일을 저질러 버리는 부분은 애초에 목격자가 없는 부분인데, 이 영화에서는 나름대로 시각을 갖고 그 장면을 꾸며서 화면으로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예 이 부분을 영화에서 안 보여 주고, 앞뒤 사정으로만 이 이야기를 꾸몄다면 차라리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버니의 마음 속에 뭐가 들었는지, 버니와 일에 엮였던 사람은 정말 어느 정도 였는지, 모호한 와중에 관객이 계속 고민하고 따지게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절묘하고 갈등이 더 타오르는 이야기로 가는 길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셜리 맥클레인)

잭 블랙이 맡은 버니는 이 영화에 어울리게 충분히 그럴싸하면서도 과장이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재미난 인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만, 그 재미난 모습들이 조금 과하게 포장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셜리 맥클레인은 대체로 옛날의 연극적인 과장 연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지만, 그런 모습들이 이 양반의 독특한 성격으로 비치도록 잘 활용되어 있었고, 그렇게 활용되도록 사실감 있는 모습들로 엮이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그래서 어디까지 이 사람을 나쁘게 생각해야 하는지, 어디까지는 이 사람에게라도 그건 좀 심했다고 생각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게 만들고 생각을 끌어내는 훌륭한 인물을 그려냈다고 느꼈습니다.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재미난 인물은 조연이었던 매튜 맥커니히가 맡은 검사였습니다. 말투부터 한 마디 한 마디가 과장된 사투리로 웃어갈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에다가 처음부터 일관되어 있는 성격으로 이런저런 자기만의 좀 맛이 간 인생철학을 주워 섬기는 데, 그 말들이 농담이라서 웃기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행동이나 표정을 재미나게 해서 흥겨운 헛소리로 즐길만한 내용들이 많아서 배우의 코미디 솜씨를 감상하기에 좋았다고 생각 합니다.


(검사)

이야기 거리가 될만한 실제 사건을 골라서, TV프로그램의 재연 극장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이야기를 펼쳐 보여 주되, 보통 사람들 한 명 한 명마다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는 재미난 특징들을 짚어 가며 밝게 웃고 가는 분위기, 풍자 거리를 바탕에 계속 깔아 주었던 영화였습니다. 또렷하게 한 가지 문제가 선명히 살아 나지는 않았지만, 그런만큼 여러 사람들의 여러 모습들, 삶의 이런저런 모습들에 담겨 있는 고민 거리들을, 시사 문제에서 가정 문제까지, 지역 문제에서 계층 문제까지 버무려 다루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 밖에...

실화를 다루고 있고 이미 보도를 통해 어떤 일이 벌어졌고 어떻게 결말이 났는지 다 알려진 영화입니다만, 그런 자료 없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보는 것도 맛인 영화 입니다. “영화 결말을 알려 주는 스포일러”에 대한 여러가지 경우에 대해 이야기 했던 글 http://gerecter.egloos.com/2849512 에 한 가지 사례로 꼽아 볼 만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덧글

  • 2013/07/20 14:5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20 23:3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보리차 2013/07/21 21:00 # 답글

    소개해주신 덕분에 무척 즐겁게 관람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 게렉터 2013/07/27 21:54 #

    "궁금한 이야기 Y"나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오는 사연들 즐겨 보는 시청자들이시라면 또 재밌게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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